위기는 부동산에서 시작된다 | ① 부동산 중독증 경제
미국 일본도 부동산버블에서 위기 맞아
우리나라 부동산, 큰 조정없이 상승 … '지속가능' 의문
정책·빚으로 가격 떠받쳐 … "과도한 쏠림 생기면 위험"
위기는 언제나 부동산에서 시작되곤 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화점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채권이었다.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1991년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을 맞이했다. 정상적인 조정세로 가고 있던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정부정책 덕분에 요즘 다시 들썩인다. 위기의 시작은 부동산이라는 역사의 교훈이 망각되고 있다.
◆8년 만에 버블 꺼진 미국·일본 = 미국의 위기는 2000년대 들어 시작된 부동산 버블이 축적된 결과였다.
2000년대 약 7년간 미국은 기이한 현상을 경험했다. 빚이 늘어나면 대체로 소비가 줄어드는데 이 때만큼은 빚과 소비가 동시에 늘었다. 저금리로 인해 풀린 엄청난 유동성 덕분에 사람들은 쉽게 빚을 내 부동산을 샀고 부동산 버블 덕분에 집값은 계속 올랐다. 2000년 IT버블 붕괴 후 미국 중앙은행은 6%대 기준금리를 2년만에 1%로 내렸다. 내야 할 이자보다 집값 상승분이 더 크니 이른바 '자산효과'가 힘을 발휘하면서 소비도 더욱 늘었다. 소비가 많아지니 경기는 활황이었다. 이른바 골디락스 시대다.
그러나 8년이 안 돼 이 비정상적인 시스템은 멈추고 만다. 부동산 버블은 집을 사는 수요가 계속 있어야 지탱이 되는데 더이상 새로운 수요를 찾지 못한 부동산 시장이 한순간에 고꾸라졌다. 집값 폭락, 경기 추락, 일자리 상실, 개인 파산 등이 거짓말처럼 빠른 속도로 진행됐고, 서브프라임모기지채권 등으로 부동산에 얽혀 있던 금융사들이 파산하면서 미국 경제는 물론 전세계를 시스템적 위기에 빠트렸다.
일본의 부동산버블도 미국과 비슷한 기간 동안 축적됐다. 1970년대까지 안정적이었던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1983년부터 도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상승하기 시작하더니 1980년대 후반기에 급등해 1991년 꺼지고 만다. 버블이 꺼지는 데 약 8년여가 걸린 셈이다.
◆한국, 20여년간 부동산 가격 조정 미미 = 우리나라의 부동산 열풍은 1970년대 후반 강남 개발과 함께 일었다. 이후 외환위기 때 약간의 조정이 있긴 했지만 부동산 불패신화는 여전히 건재하다.
특히 우리나라 주택가격지수를 살펴보면 서울과 대도시의 주택가격은 약 1988년 이후 26년간 큰 폭의 하락 없이 상승세가 유지됐다. 미국의 주택매매가격과 비교해 가격상승의 기울기가 거의 비슷하게 올라가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 쳐도 2015년 현재까지 약 18년간 큰 폭의 조정세는 찾을 수 없다.
아무리 정책적으로 부양한다 해도 부동산 가격이 영원히 오를 수는 없다. 사실 우리나라의 주택수요 전망은 비관적이다. 부동산에 투자할 만한 돈을 가지고 있는 자산가층은 이미 부동산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자산가층의 화두는 포트폴리오 재조정, 즉 부동산을 어떻게 처리할까다. 부동산 실수요층은 안정적인 주거를 원하기 시작하는 3040 세대겠지만 부동산 가격은 그들의 소득에 비해 너무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 게다가 저출산고령화 때문에 인구가 정점을 칠 때가 머지 않았다. 생산가능인구는 내년에 정점을 맞이하고 2030년에는 총인구의 고점을 칠 전망이다.
부동산 가격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가 충분하지만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재건축 등 부동산 규제완화와 빚을 내서 집을 사게 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저금리는 기본이다. 지난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한국은행에 공공연한 금리 인하 압력을 가했고 실제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금리가 인하됐다. 저금리와 부동산규제완화는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가계부채 사상 최대는 물론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을 띄워서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것인데 저출산고령화라는 트렌드 하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적당하게만 올리겠다고 (정부가) 생각할지 모르지만 투기가 불붙어 과도한 쏠림이 생기기라도 하면 결국 가라앉을 수밖에 없어 후유증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내수를 진작시키려면 소득을 높이는 좀 더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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