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중대본 가동하라"

2015-06-09 11:19:19 게재

임의기구 3개에 또 즉각대응팀 … 안전처 존재이유 부정하는 셈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법으로 정한 대책기구를 가동하지 않고 그때그때 임의기구를 만들어 대처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재난안전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현재 메르스 사태 대응을 위해 3개 본부를 구성해 가동하고 있다. 청와대 중심의 민관합동대응 태스크포스, 보건복지부 주도의 메르스관리대책본부, 국민안전처 주도의 메르스대책지원본부가 각각 가동됐다. 여기에 대통령 지시로 민간인으로 구성된 즉각대응팀이 추가로 신설된다. 하지만 이 같은 조직은 모두 법적 근거가 미약하고 행정행위만을 위해 급조한 임의기구다. 제대로 된 수습과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메르스 대응 현장에서는 전문인력과 격리병실, 방역장비 등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도 원만치 않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갈등을 빚고, 부처 간 의견조율에도 혼선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을 통합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다.

메르스는 법으로 정한 전염병(4군 감염병)이다. 따라서 메르스 확산은 사회적 재난에 해당한다. 이 경우 정부는 국민안전처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야 한다. 중대본이 가동되면 중대본부장은 실무반을 편성하고 상황실을 설치해 재난 대응에 나서게 된다. 중대본 내에 의료인들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도 둘 수 있다. 범정부 차원의 물적·인적자원 동원도 가능하다.

국민안전처 중심의 중대본이 가동되면 보건복지부도 즉시 중앙재난안전수습본부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복지부는 재난상황을 통합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복지부 장관의 권한으로 범정부 차원의 물적·인적 자원을 동원할 수 없다. 최근 빚어진 중앙과 지방의 갈등 문제도 쉽게 해소된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자체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중대본 지휘 아래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정도'를 버리고 '편법'을 선택했다. 법적기구를 두고 임의기구를 만들어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안전처 관계자는 "감염병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으니 선뜻 나서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한다. 스스로 컨트롤타워 기능을 포기한 셈이다.

한 재난안전 전문가는 "세월호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중대본 트라우마가 생긴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국민안전처가 출범 후 줄곧 해온 일이 재난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이었는데, 정작 실제상황이 발생하자 꽁무니를 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9일 메르스 검사 결과 추가 확진자가 8명, 사망자가 1명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9일 오전 10시 현재 확진자는 모두 95명, 사망자는 7명이 됐다. 총 2892명이 격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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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택 ·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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