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이사람 | 박용진 의원 (더불어민주당·서울 강북을)
리콜 차별 비판, 현대차 사과 받아내
이건희 차명계좌 의혹 파장
'재벌 대기업 저격수' 존재감
"한국과 미국에서 차이 없이 리콜 대상 엔진은 무한 보증하겠다. 이런 물의를 일으켜 국민들에게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여승동 현대기아차 사장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사과했다. 한국과 미국에서의 '세타 2' 엔진 리콜 차별 문제를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을·사진)의 집요한 추궁에 여 사장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박 의원은 또 한국에서도 미국과 똑같이 리콜 대상 엔진에 대해 무한 보증하겠다는 약속을 여 사장으로부터 받아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는 운행거리 제한 없이 리콜을 실시하면서도 한국에서는 19만㎞ 이하로 제한해왔다.
여당 내 '재벌 저격수'로 꼽히는 박 의원이 올해 국감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 국감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08년 삼성특검에서 확인된 1000여개에 달하는 차명계좌를 실명전환하지 않고 계좌에 있던 4조4000억원의 돈을 빼간 사실을 공개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회장측은 특검 직후 "차명계좌를 모두 실명으로 전환하고 누락된 세금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고 유익한 일에 쓰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차명계좌의 돈을 찾아가면서 세금이나 과징금 한 푼 내지 않은 사실도 박 의원을 통해 드러났다.
박 의원은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삼성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해 금융위를 곤혹스럽게 했다. 금융위가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해야 하는 비실명자산이 아닌 것으로 유권해석을 내려 이 회장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것. 이 회장 차명자산의 실체와 실명전환 과정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또 이번 국감에서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의 주식맞교환 문제를 제기해 주목을 받았다. 미래에셋과 네이버는 올 7월 각각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교환하는 협약을 맺으면서 '4차 산업혁명 동맹'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박 의원은 두 회사의 주식맞교환은 자기자본과 대주주의 의결권을 확대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상호매입하면 의결권이 살아난다는 점을 이용해 추가 자금 투입 없이 증자부담을 덜면서도 대주주의 지배력을 편법으로 확대했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이같은 지적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박 의원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서 정치활동을 했고, 2012년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에 합류한 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초선이지만 적확한 지적과 날카로운 비판으로 재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의원 중 하나다. 박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현대차의 국내소비자 차별 문제를 제기해 역대 최초로 강제리콜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정작 박 의원은 재벌 대기업 저격수보다는 좋은 친구가 되겠다고 말한다. 대기업이 올바르게 경영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얘기다. 재벌 대기업의 편법과 불공정행위를 막아야 한국경제의 균형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박 의원의 생각이다.
박 의원은 종합감사를 앞두고 이학수 전 삼성전략기획실 실장과 이해진 네이버 이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증인신청은 사실상 무산됐지만 재벌대기업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선 끝까지 따져묻겠다는 계획이다.
['국감 이사람' 연재기사]
▶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 "중앙단위 노사간 상시 대화채널 절실" 2017-10-13
▶ 윤관석(더불어민주당·인천남동을)| "코레일 안전관리체계 점수 낙제점" 2017-10-19
▶ 박재호(민주당·부산남구을) 의원| 토목회사 배만 불리는 부실용역 2017-10-20
▶ 박용진 의원 (더불어민주당·서울 강북을)| 리콜 차별 비판, 현대차 사과 받아내 2017-10-24
▶ 이용호 의원(국민의당·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 소방청 '금도끼', 공무원 '금티켓'에 철퇴 2017-10-24
▶ 정성호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양주시)| 율사 출신 3선, 적폐청산 앞장 2017-10-25
▶ 정춘숙 의원 (더불어민주당·비례)| 보건복지산하기관의 적폐, '핀셋' 검증 2017-10-26
▶ 오신환 의원(바른정당·서울 관악을)| "공수처 반대 않지만 수사권 조정을" 2017-10-26
▶ 신창현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의왕시 과천시)│ 과로사 외면 기업, 집중조명 2017-10-30
▶ 송석준 의원(자유한국당·경기 이천시)│ "문재인케어, 의료쇼핑 부추겨" 2017-10-31
▶ 김정우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군포시갑)│ 법인세 인상·보유세 강화 논리적 토대 제시 2017-10-31
▶ 김삼화 의원(국민의당·비례대표)│ 성차별·석면 문제 환기, 대안까지 제시 2017-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