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가족재산 고지거부 없애야

2021-03-25 12:24:56 게재

직계존비속 재산 비공개

고위공무원 · 국회의원 1/3

고위법관은 무려 55.5%

시민사회 “제도개선 필요”

고위공직자가 재산을 공개할 때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숨기지 못하도록 ‘고지거부’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H 투기의혹 사태를 보면서 부모나 자녀 등을 통해 부정하게 부를 축적할 수도 있다는 의심이 늘어난 것이다.

25일 입법·사법·행정부가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을 보면 행정부 고위공직자 고지거부 비율은 34.2%다. 공개대상자 1885명 가운데 644명이 부모나 자녀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다. 2019년 27.4%, 2020년 29.9%였는데 올해 들어 비율이 더 늘었다.

입법부와 사법부 고지거부 비율은 더 높다. 국회의원의 경우 전체 300명 중 무려 109명(36.3%)이 부모나 자녀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다. 직계존비속 162명 가운데 114명은 독립생계유지를 이유로, 17명은 다른 사람이 부양한다는 이유를 붙였다. 국회의원들의 고지거부율은 그나마 지난 3년 사이 가장 낮다. 2020년에는 286명 중 119명(41.6%), 2019년에는 289명 중 114명(39.4%) 이었다.

고위법관 고지거부 비율은 50%를 훨씬 넘어선다. 고위법관 144명 가운데 무려 80명(55.6%)이 직계존비속 재산고지를 거부했다. 이들이 고지거부한 인원은 모두 114명(사망 7명 포함)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13명 중 7명이 가족 일부 재산을 고지거부 했다.

이번 LH 투기의혹 사태에서도 공직자들의 차명투기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는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고지거부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미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은 “공직자들이 재산공개에서 고지거부를 이용해 감시망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그만큼의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의미”라며 “공직자의 직무수행에 대해 외부감시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 도입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고지거부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정민 인사혁신처 윤리복무국장은 “고지거부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직계존속은 도시가구 소득기준을 넘을 경우, 직계비속은 최소 1년 이상 독립된 주거·등록을 했을 경우에만 고지거부를 인정하는 등 남용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재산관리방식은 가족단위 소유 개념이 일반적이라 고지거부로 인한 사각지대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고지거부 제도를 없애지 못하겠다면 비공개 등록을 하도록 해 공직자윤리위원회 등에서 재산형성 과정을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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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김선일 박준규 오승완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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