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 비정상 건설산업 (3) 건설기능인력 노령화, 산업기반 와해
건설현장 노동자 10명중 8명이 40대 이상
고령화 속도, 전산업 대비 두배가량 빨라 … 젊은 층 유입 없어, 이대론 건설현장 노인들만
건설기능인력 노령화가 심각해 건설산업 기반이 와해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건설현장에서 40대 이상 기능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58.7%에서 2013년 81.9%로 폭등했다. 건설기능인력 10명 중 8명이 40대 이상인 것이다.
젊은이들의 건설산업 유입은 거의 없었다. 그 결과 20대 비중은 13%에서 5.1%로 하락했다. 이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10년후 건설현장에는 노인들만 남게 돼 사실상 산업기반이 붕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보다 심각한 건설 인력 고령화 = 건설은 전통적으로 사람에 의존해 생산을 하는 산업분야임에도 산업군 중에서 건설업 종사자들의 고령화가 심각하다. 건설기능인력의 고령화가 전산업에 비해 그 속도가 월등할 뿐만 아니라 비율도 압도적이다.
2013년도에는 건설기능인력 10명 중 8명 이상이 40대 이상이다. 게다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젊은이들의 유입조차 거의 없었다. '건설기능인력의 연령대별 구성비 변화'를 보면 2000년의 30~40대들이 10 여년이 지난 2013년도에 이르자 40~50대로 그대로 늙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40대 이상은 13년이 지나면서 58.7%에서 81.9%로 폭등한 반면, 20대의 비중은 13%에서 5.1%로 하락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빨리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노동시장 고령화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건설인력을 비교하면 일본의 경우 55세 이상이 33.6%를 차지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50대 이상이 47.9%에 달한다.
젊은층의 진입감소를 비교하면 국내 20대 건설업 종사자 비율을 보면 2000년에는 13.0%이었으나, 2013년에는 3분의 1로 감소한 5.1%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의 11.1%와 비교해 절반에 못 미친다.
◆실태조사조차 꺼리는 정부 = 정부는 건설인력의 고령화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건설노조 오희택 사무처장은 "정부에게 건설인력에 대한 대책을 물으면 아무런 반응이 없다"며 "하다못해 건설일용직에 대한 실태조차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노조가 2013년 건설공사의 3대 주요장비인 덤프트럭, 굴삭기 및 믹서트럭에 대한 실태조사를 직접 진행한 결과 건설인력 뿐만 아니라 장비운전원의 고령화 또한 심각한 상태로, 50대 이상이 56.4%를 차지한 반면 30대 이하는 8.2%에 불과했다.
노령화로 인한 문제는 심각하다. 우선 산재사고가 급증했다. 2013년도 산업재해현황분석자료를 보면 산업재해로 인한 50대 연령 사망자가 가장 많고, 60대 이상의 사망자수가 그 다음을 차지한다. 사망자가 50대 이상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건설현장작업이 육체노동이 중심이 되다보니, 근력활동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노령층의 안전사고 발생율이 다른 연령층보다 높을 수 밖에 없다.
노동생산성 저하와 산업의 위축도 문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건설기능인력의 고령화 실태와 고용연장방안'에서 "고령화는 결국 노동생산성의 저하되다 재해률을 증가시키고, 마침내 고령화 노동자들의 이탈로 숙련공의 부족, 기능전수의 단절이라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적정임금 보장해 비전 제시해야 = 2014년 9월 50대 건설사 사장들은 고용노동부장관과의 건설산업 안전보건리더 회의에서 '안전재해가 고령자와 외국인에게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젊은인력 유입 고용대책 마련을 제안했다. 고령화는 단순히 일자리 차원을 넘어 건설산업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안전문제와도 직결된다는 점에 대한 문제인식에 공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종합건설업체들의 모임인 대한건설협회는 오히려 건설업종에 대한 고용허가제 인원수를 현행 2350명(2013년은 1600명)에서 5000명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건설업 취업등록제에 따라 최대 5만5000명까지 고용이 가능한 상황인데도 이를 더 늘려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러한 대건협의 제안은 종합건설업체를 위한 연구기관인 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현장 외국인 근로자의 효율적 관리 방안'보고서에 근거하고 있다.
건설사 사장들이 요구한 젊은인력 유입 고용대책이 실상은 저가의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로 귀결됐다는 오해를 일으킬만 하다. 건설현장의 부족한 인력을 저가의 외국인들이 차지하게 되면 국내 근로자의 일자리가 줄어들 뿐만아니라, 건설근로자의 임금은 더 떨어지게 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
신영철 건설경제연구소장은 "자국민을 저가의 외국노동자로 대체하려는 것은 한심한 정부의 행태"라면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수입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내국인의 노동력이 풍부한데도 저임금의 외국인 근로자를 유입시키는 것은 건설 인력 고령화 대책이 아니다"라며 "전국민에 대한 고령화대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며 젊은층이 건설업에서 비전을 볼 수 있을 때 고령화문제가 조금씩 해소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 소장은 "그 비전은 건설업에서 직업을 유지해 중산층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적정임금을 보장하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다"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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