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 비정상 건설산업 (7) 외국인만 고용하는 건설현장
못믿을 '고용효과' … 현장엔 외국인 노동자만 바글바글
건설투자 늘렸는데 취업 오히려 감소 … 4대강 사업조차 고용 '반토막'
정부와 지자체가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내놓는 주된 대책 중 하나가 건설경기 부양이다. 고용유발효과가 높다는 이유다.
그러나 건설투자 확대의 명분인 고용효과는 믿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설투자가 느는 만큼 일자리가 는다고 볼 수 없는데다 특히 정확한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외국인노동자들에 의해 고용시장이 잠식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건설투자 = 일자리창출?' = 정부는 건설투자를 장려하면서 '일자리창출'을 명분으로 앞세운다.
지난해 한국은행은 2012년도 우리나라 경제구조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한은은 투자 10억원 당 취업자수는 전산업 평균 6.6명이지만 건설업은 8.8명으로 서비스업(11.7명) 다음으로 높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건설업에 투자하면 일자리가 다른 산업보다 많이 는다는 뜻이다.
과연 그럴까.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도 국내건설업 기성액(업체가 그해 시공한 공사액)은 194조원으로 GDP 1428조원의 13.6%에 달한다. 그러나 건설업 취업자의 비중은 7% 수준에 불과했다.
연도별 건설업 기성액과 취업자수 추이를 비교해도 둘은 비례관계라고 보기 어렵다. 2013년의 경우 건설기성액은 전년대비 무려 9조원 가까이 늘었으나 취업자 수는 오히려 1만9000명 줄었다.
정부가 추진한 주요 공공건설공사 현장에서조차 고용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결과가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1년 2년 경실련은 4대강살리기사업에 대한 인력 및 장비 투입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당시 경실련은 4대강살리기사업의 도급금액에 반영된 건설인력 및 장비대수를 추정한 결과와 80개 사업장 작업일보의 실제 투입된 건설인력과 장비대수를 비교했다.
그 결과, 투입인력은 원도급계약금액상 예상규모가 하루에 2만8830명에 달했으나, 실제로는 일일 평균 최대치를 적용하더라도 38% 수준인 1만921명의 일자리가 제공됐다.
장비투입 역시 하루 평균 1만2974대가 예상됐으나, 실제론 절반 수준인 6790대에 불과했다. 정부가 도급금액으로 반영한 일자리와 실제 발생한 일자리가 현저한 차이를 보인 것.
이 일은 정부와 경실련의 해명·재반박이 오간 끝에 일단락됐지만 건설투자의 일자리 창출효과에 대한 검증이 여전히 불완전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건설현장 외국인 급증 = 건설투자로 생기는 일자리가 온전히 내국인 건설노동자에게 돌아가는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지난해 7월 '일용건설근로자 퇴직공제 통계연보'를 처음 발표했다. 2013년까지 퇴직공제 가입누계는 400만명, 이 중 외국인 퇴직공제 가입누계는 27만명 가량이었다.
외국인 신규진입은 금융위기 이후 감소하다 2010년 이후부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외국인가입자의 증가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내국인을 압도하고 있다. 2013년도의 경우 외국인 증가율이 31.8%에 달했으나, 내국인은 오히려 전년(11%)보다 증가율이 7.4%로 낮아졌다.
전체 퇴직공제 가입 외국인의 증가율 또한 내국인보다 항상 높았다. 특히 2013년에는 외국인 16%, 내국인 8%로 2배 차이를 보였다.
외국인노동자의 증가가 이렇게 급격한데도 국내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부조차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 '2013년 9월호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는 1만1000명, 통계청 '2013년도 외국인 고용조사분포'는 6만4000명으로 나오는 등 제각각이다.
이마저 실제 건설현장에서 체감되는 외국인노동자 수와는 괴리감이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2013년 현장 노동자와 업체를 상대로 설문, 면담 및 건설기능인력 수급모형분석을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건설현장의 외국인노동자는 약 25만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건설기능인력 취업자 130만명 중 약 20%가 외국인인 셈이다.
특히 관급공사보다 도심 민간주택건설공사 현장에서 내국인들이 느끼는 외국인 근로자의 일자리 잠식정도는 우려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 잇따라 안전사고가 났던 제2롯데월드는 건설현장에서 하루 7000명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자체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1년 이상 근무해 온 건설기능인력 K씨는 "아파트 같은 민간건축 공사장은 외국인이 없으면 공사를 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외국인이 얼마인지는 점심시간 때 알 수 있는데, 제2롯데현장에는 점심시간에 식당에는 외국인들만 바글바글하지 내국인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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