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에서 못다한 제자사랑, 아버지가 대신해

2014-04-25 11:14:32 게재

단원고 희생 교사 아버지 … 제자 빈소 15곳 찾아

"살아 있는 우리가 힘내서 잘 살아줘야 하늘나라의 아들·딸들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힘내서 잘 살아갑시다."

세월호 침몰로 목숨을 잃은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유족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는 유가족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번 사고로 고인이 된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 김 모(26) 교사의 아버지(55)가 그 주인공이다. 아버지 김씨는 사고 발생 이틀 만에 시신으로 돌아온 딸을 생각하면 지금도 억장이 무너진다.

하지만 딸과 함께 다른 세상으로 떠난 제자들을 생각하면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는 딸이 이승에서 못다 한 '제자 사랑'과 '인솔 책임'을 대신 짊어지기로 했다. 담임선생님의 아버지로서 다른 세상으로 간 제자들의 부모에게 위로의 말이라도 전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딸과 함께 수학여행을 떠난 3반 학생은 모두 36명(3명 불참). 이 가운데 살아 돌아온 제자는 8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28명 중 15명은 시신으로 발견돼 장례를 치렀고 13명은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씨는 지난 20일 딸의 장례를 마친 뒤 제자들의 빈소를 찾아 다녔다. 지난 24일 오전 최 모(17)양의 빈소까지 모두 15곳을 방문했다. 유족들은 "그렇지 않아도 힘드실 텐데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느냐"며 그를 맞았다. 하지만 그는 "내 딸이나 딸의 제자나 자식을 잃은 슬픔은 매한가지"라며 오히려 유족들을 위로했다. 김씨는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지 않았나, 서로 끌어안고 원없이 울고 나면 스스로에게도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적이 일어나 한 명이라도 살아 돌아오길 바라지만 만약 주검으로 돌아와도 유족들을 찾아뵙고 딸이 이승에서 못다한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인이 된 김 교사에 대해 아버지는 "큰 키에 작은 얼굴, 마음씨 여린 천상여자였다"며 "중·고등학교 때 학원 한 번 다니지 않았지만 사범대에 들어가 수석으로 졸업한 장한 딸"이라고 했다. 고 김 교사는 올해 처음 담임을 맡아 아이들을 때로는 엄마처럼, 때로는 동생처럼 대했고 학생들도 고인을 잘 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도 "아이들과 커피를 마시며 밤늦게까지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렇게 애들을 좋아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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