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1
2023
우주의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20세기 물리학이 이룩한 가장 중요한 업적 가운데 하나가 이 사실을 확고부동하게 정립한 것이다. 그러나 원자를 직접 관찰하지 않고는 그 존재를 믿기 어렵다는
04.05
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 '맥스 테그마크'라는 미국 MIT 물리학자가 있다. '맥스 테그마크의 유니버스'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과 같은 저서가 한국에도 소개되어 있다. 책이 흥미로워서 2018년 그가 한국을 찾았을 때 강연을 듣기 위해 경희대학교로 달려가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그와 같이 찍은 사진도 있다. 얼마 전 테그마크 교수의 이름을 오랜만에 접했다. 지난 3월 2
04.04
최진희 서울시립대 교수 환경독성학 인간의 달 착륙에 필적할 만한 사건이라고 일컬어지는 휴먼게놈 프로젝트가 2000년대 초반 완성됐다. 인간은 마침내 스스로의 유전자 지도를 갖게 됐고, 이제 생로병사의 비밀을 풀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 휴먼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된 지 벌써 20년도 더 지났다. 휴먼게놈 프로젝트로 밝혀진 유전자 지도를 바탕으로 생명과학과 의약학 분야에서는 그 간 엄청난 연구혁신이 있었고, 맞춤 의학 시대가
03.28
김기상 국립어린이과학관, 지구과학 인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암석을 도구나 건축재료, 자원으로 활용해왔다. 최첨단 디지털 시대를 연 반도체 리튬이온배터리 등도 암석을 구성하는 다양한 광물들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암석에는 이런 유용성 외에도 지구 역사에 대한 정보들, 과거에 어떤 생명이 살았고 진화해 왔는지, 대륙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등에 대한 증거들이 들어 있다. 그러나 지구 암석으로는 초기 정보를 알아낼 수 없다. 지
03.21
전지원 가톨릭의대, 뇌과학 3년 가까이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었던 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가 9천명대에 머물며 최소치를 기록하고 있다. 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비상경계가 올해 안에 해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고,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이용시에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코로나 거리두기로 사적모임 인원이 제한되고 단체 행사가 금지되었던 시기를 지나 대면 사회활동과 사적
03.14
우리나라는 세계 8위 에너지 소비국이다. 약 92.8%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빈곤국이며, 2021년 기준 에너지·자원 수입 비용은 1372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의 22.3%에 달한다. 그렇기에 에너지 정
03.07
김기명 전 호남대 교수, 식품공학 몇푼 되지 않던 항아리값이 급상승했다. 문화부가 주관한 옹기 전시회 덕분이었다. 전시회는 1991년 덕수궁에서 열렸고 당시 5000여점의 옹기들이 전국에서 수거되었다. 궁궐이라는 최상위 계급의 터전에 민중의 항아리가 전시된다는 자체가 기발한 발상이었다. 박사학위 논문 주제를 발효로 정한 필자에게는 한국의 전통 발효와 깊은 관계가 있는 옹기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고, 잠시 전
02.28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 어린 시절, 골목길 담벼락에서 만난 개미떼를 해가 지도록 쳐다본 적이 있다. 개미는 관찰자의 존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먹을 것을 나르기에 바빴다. "개미는 이 골목 끝에 큰 길이 있고 그곳에 큰 빵이 떨어져 있다는 걸 알까?" "개미를 들어 남산과 한강의 모습을 보여 주면 어떨까?" 사실 이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우리의 모습도 개미와 하
02.21
김 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체 생물은 매순간 다양한 화합물을 만들어낸다. 이중 일부 화합물은 약품 화장품 식품 등 우리 삶과 문화를 지탱하는 제품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버드나무 껍질에서 유래해 지금은 해열제나 진통제 등으로 쓰이는 살리실산이나, 홉이라는 식물에서 유래해 맥주에 독특한 향과 쌉쌀한 맛을 더해주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런 약품과 식품에 들어갈 재료를 만들기 위해 생물을 통째로 키우는 일은 제법
02.14
박용섭 경희대 교수, 물리학 유명한 천재 물리학자 리차드 파인만은 세상이 멸망하고 모든 지식을 잃어버린 인류에게 딱 한 문장만 전할 수 있다면 무엇을 전하겠냐는 질문에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하겠다"고 답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원자와 그 구성입자들이 있는 미시세계는 양자역학이라는 법칙이 지배한다. 최근 양자역학과 양자컴퓨터, 그리고 양자물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양자컴퓨터 기술을 위
02.07
1955년 당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잡지인 '라이프 (LIFE)' 표지에 행복한 표정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들을 하늘로 던지는 젊은 부부와 자녀의 모습이 실렸다. "이제 마음껏 버리며 사세요" 쯤으로 번역
02.01
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 베라 루빈(Vera Rubin Observatory). 올해 가동에 들어가는 미국 국립천문대 이름이다. 미국 국립천문대에 여자 이름을 붙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베라 루빈은 1970년대 암흑물질이라는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걸 알아낸 미국 천문학자다. 영국의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베라루빈천문대 가동을 2023년에 주목할 과학계 이벤트 중 하나로 평가한다. 천문대의 활약을 주목한다는 거다. 베
01.31
김기상 국립어린이과학관, 지구과학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대부분의 도시가 물에 잠겨버린 2135년, 인류는 지구를 떠나 지구와 달 사이에 ‘쉘터’를 만들어 이주했다. 이 중 몇몇 셸터들이 자치를 선언하며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해 개발한 최고의 전투 A.I. 로봇이 완성되려 하고 있다. 올해 설 연휴 직전 공개된 강수연 배우의 유작 SF 영화 '정이&r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얼마 전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의 회고록이 공개됐다. 개인 회고록은 주관성이 개입되어 있지만 폼페이오가 북미정상회담의 총괄 실무책임자였다는 점에서 그 내용을 우리가 좀 더 깊이 들여다볼 부분은 있다. 첫째, 김정은 위원장의 주한미군 용인 및 대중 인식 관련 부분이다. 사실 이것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동북아 세력균형을 위해서는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주둔해야 한다
01.17
전지원 가톨릭의대, 뇌과학 2023년 새해가 된지 보름이 넘었다. 우리의 새해 결심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 작심삼일이라는 말로 흔들리는 새해 결심을 비웃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작심삼일이라도 어디냐는 말이 들린다. 다행히 우리는 음력 1월 1일 설날이 있으니 지금이야 말로 2023년의 새해 결심을 다잡을 기회가 아닐까. 우리는 노력을 하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문제는 그 노력이 생각보다 쉽지
01.10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기공학 새해가 되면 우리는 다짐을 한다. 살을 뺀다든지, 운동을 열심히 한다든지 어쨌든 과거보다도 나은 내일을 생각하며 변화를 꿈꾼다. 그런데 "에너지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할 듯싶다. 사실 에너지는 꾸준히 바뀌어 왔다. 100만년 전, 원시인들은 아직 불을 익히지 못했고 거친 음식의 에너지에 의존했다. 10만년 전, 사냥꾼들은 바쁘게 움직
01.05
대입 수능에서 전국 1등을 한 학생은 의대에 가겠다고 했다. 수재들이 의대로 몰리는 '의대 러시(rush)' 현상은 오래 됐다. 문제는 의대가 우수한 두뇌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었다는 거다. 이로 인해 물
01.03
새해 첫날이 되면 떡국을 먹는다. 떡국의 기원은 여러 설이 있지만, 꽤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가래떡은 멥쌀로 밥을 지어 떡메로 치고 뜨거운 것을 찬물에 담가 손으로 길게 뽑아냈다. 이것이 꾸덕
12.06
2022
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 더 메디컬 편집국장 월드컵 축구의 흥행은 '국뽕'이 근거다. 왜 우리는 국뽕에 젖는가? 그건 인간 본성의 생물학이 설명한다. 우리 유전자에는 나와 너를 가르는 부족주의가 뿌리박고 있다고 한다. '우리편 이겨라'가 우리 본성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그걸 잘 설명하는 책이다. 1976년에 나온 도킨스 책은 세상을 보는 많은 이의 시선을 바꿨
11.08
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 더 메디컬 편집국장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복잡한 사람'이었다.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미국 원자폭탄 개발을 주도한 과학자였던 그는 나중에 삶에 영향을 준 책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악마의 시'(보들레르)를 맨 먼저 꼽았다. '악마의 시'를 열면 '독자에게'라는 시가 맨 앞에 나온다. "어리석음 과오 죄악 인색이 우리의 마음을 차지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