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8
2025
플라스틱(plastic)은 형상이 변할 수 있다는 ‘가소성’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합성수지를 부르는 일반명사로 쓰인다. 합성수지는 종류와 성질이 매우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전기를 통하지 않는 절연체이고 탄소를 많이 함유하는 유기 고분자 물질이다. 수도관 같은 곳에 많이 사용하는 PVC가 대표적이다. 197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히거, 맥디아미드, 시라카와 등은 폴리아세틸렌이라는 폴리머 플라스틱이 반도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뿐만 아니라 실리콘 반도체에서와 유사하게 적당한 불순물을 섞어서 도핑(doping)을 하면 전기 전도도가 무려 10^11배나 증가한다는 것도 발견한다. 이는 전기가 가장 잘 통하는 은이나 구리보다는 못하지만 전기가 꽤 잘 흐르는 금속인 스텐레스(stainless steel) 보다는 수백배 전기가 잘 흐르는 것이다. 플라스틱이 금속처럼 전기를 잘 흘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공로로 이 세 사람은 2000년 노벨 화학상
07.01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지놈(AlphaGenome)이 공개됐다. 사람의 DNA가 바뀔 때 유전자 작동이 어떻게 변할지, 인공지능을 통해 통합적인 결과를 제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기존에는 실험대 위에서 수 년에 걸친 실험을 통해야만 확인할 수 있었던 결과를, 컴퓨터 속 자동화된 실험을 통해 몇분 만에 끝낼 수 있게 됐다. 이는 DNA의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암이나 희귀유전질환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물은 저마다 다른 DNA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DNA의 차이를 유전변이라고 하며, 변이는 생물의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원천이다. 몸집 키 외형 유전질환 등 사람 사이에 나타나는 차이 중 상당부분이 이러한 유전변이로 인해 설명될 수 있다. DNA 변이가 다양한 생물의 차이에 강하게 영향을 주는 것이다. DNA에는 단백질처럼 기능을 하는 분자에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와 그 유전자를 언제, 어디서, 얼마나 작동하게 만들지를 조절하는 스위치가 포함돼있다
06.24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노인 인구 20% 이상)에 진입했다.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프랑스 115년, 미국 93년(예상), 일본 36년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다. 2050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40%에 육박할 전망이다. 출산율 감소로 젊은층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부양비 증가가 2020년 노인 부양비 21.7명에서 2030년 38.2명, 2050년 77.6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노년기는 신체기능 저하와 함께 영양소 요구량과 소화능력이 변화된다. 기초대사량 감소로 에너지 요구량은 줄어들기 때문에 질적으로 우수한 영양소 섭취가 더욱 중요하다. 65~74세 전기노인과 75세 이상 후기노인으로 구분할 때 후기노인은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 성인보다 1.2~1.5배 높은 단백질이 필요하다. 칼슘(1,200mg/일), 비타민 D(800-1,000IU/일), 비타민 B12 섭취가 강조되며, 수분 섭취(최소 1.5L/일)도 중요하다. 노
06.17
살아오며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색상을 처음 보는 기분은 어떨까? 영화 ‘아바타’의 무대인 판도라를 처음 방문한 지구인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는 느낌일까? 이런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소재로 삼은 소설도 있다. 1927년 러브크래스트가 발표한 단편 소설 ‘우주에서 온 색채(Color Out of Space)’에선 인간이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인간의 감각 밖의 색채를 내뿜는 운석이 일으키는 공포와 비극이 묘사된다. 2019년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을 맡았던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란 영화로도 각색된 이 소설은 인간의 언어로 묘사할 수 없는 색채를 무기로 삼는 외계 존재라는 특이한 설정으로 코즈믹 호러의 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색채를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 평상시에는 죽을 때까지 느낄 수 없는 색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인간은 삶에서 한번도 본 적 없는 세상을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놀랍게도 최근 미국의 한 연구그룹이 피험자들을 대상
06.10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됐다. 2024년 프로야구는 첫 1000만 관중 시대를 넘어섰다. 완벽한 투수로 이루어지는 투수전, 화끈한 홈런으로 펼처지는 타격전 모두 야구의 재미요소다. 야구는 통계와 확률의 게임이다. 특히 조건부 확률 게임이다. 타자의 공격능력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인 타율은 보통 3할을 넘으면 훌륭한 타자라고 본다. 하지만 타율 3할은 10번 중에 3번만 안타를 친다는 의미다. 1루타를 기준으로 보자면 안타를 연속 3번은 쳐야 1점이 나올 가능성이 생기지만 안타를 연속으로 3번 칠 확률은 3할타자(10중에 3번이 안타) 3명이라도 0.3x0.3x03=0.027, 즉 2푼7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야구감독은 점수를 내기 위해 매순간 확률게임(작전)을 해야 한다. 이러한 확률게임인 야구에 날씨도 영향을 미친다. 비로 인한 경기 취소는 경기의 흐름을 바꾼다. 기온이 높으면 홈런이 많아진다. 기온상승은 공기밀도를 줄이는데(샤를의 법칙), 공기 속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받는
05.27
인간의 머리카락 수는 평균 10만개이며 수명은 족히 5년이 넘는다. 중추신경계를 보호하는 두꺼운 머리뼈에 둘러싸여 그러잖아도 혈액의 흐름이 느린 험한 곳에서 머리카락은 꿋꿋이 자란다. 세포들은 거기에 멜라닌 색소를 더하는 수고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필자가 어릴 적에는 큰아버지가 집에 하나 밖에 없는 부엌칼로 ‘백호’를 쳐주었다.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벌거벗고 마루에 앉아 고개를 내미는 것 말고는. 그러다 읍내로 이사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야 처음으로 나무판을 댄 이발 의자에 앉아보았다. 그때 이발비는 30원, 시냇가 초가집 마당에 높다란 의자를 놓고 간판 없이 머리를 자르는 곳은 값이 10원이었다. 싸게 머리를 깎고 냇가에서 머리를 감은 뒤 얻어먹은 빵의 대가로 필자가 얻은 것은 ‘기계독’이었다. 알코올 불에 살짝 스친 바리깡(클리퍼)에서 설죽은 곰팡이가 필자 두피에 슬그머니 내려앉았던 모양이었다. 허연 곰팡이 무리가 자리한 곳은 가려웠다. 박박 머리를 감아도 나
05.20
‘교실혁명’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던져진 교육계의 강력한 슬로건이다. 과거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자 하는 혁명이라면 교실의 기술이 아닌 인간의 뇌, 사고 방식에서 먼저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AI가 눈깜짝할 사이에 정답을 찾아주는 시대다. 동시에 놀라울 만큼 정교한 가짜 정보도 만들어낸다. 나 대신 공부해서 글쓰고 말하고 그려주는 서비스가 매일 쏟아지는 시대에 정답을 빨리 찾아내는 능력만 ‘지능’이라 여긴다면 우리는 여전히 어제를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2025년, 더 많이 아는 뇌가 아니라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은 뇌가 필요하다. 겸손은 그저 ‘착한 마음씨’가 아닌 AI 시대의 생존전략이다. 인간만이 할 줄 알았던 사고와 판단의 영역까지 AI가 와 자리잡은 오늘이다. 기술과 지식, 심지어 윤리기준마저 빠르게 변화한다. 어떤 가치는 같은 시대에도 문화마다 다르고 같은 문화 안에서도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해왔다. 당신은
05.13
우주개발은 종종 먼 미래의 이야기로 느껴진다. 거대한 로켓, 인류의 달착륙, 화성탐사 같은 장면들은 영화나 뉴스 속에선 익숙하지만 정작 내가 사는 일상과는 큰 관련이 없는 듯하다. 그래서 종종 “우주개발이 우리 삶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나요?” 라는 질문을 듣는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늘 구체적인 ‘오늘 해결할 일’과 마주한다. 오늘 퇴근길에는 비가 오는지, 스마트폰 앱은 왜 느려졌는지 등 삶은 늘 작고 구체적인 것들로 가득해 그 안에서 ‘우주’란 너무 멀고 추상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우주는 여유가 있을 때나 떠올릴 수 있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낱말일지도 모른다. 우주는 나와 당신의 삶과 정말 별 상관이 없을까? 우리가 ‘나와 상관없다’ 라고 느끼는 그 우주에서 매일 수십기의 위성들이 당신의 스마트 폰과 통신하고 있다. 당신이 아침에 확인한 날씨, 지도를 따라 움직이는 위치정보, 거래시간 기준이 된 그 시계 모두 하늘 위에 무엇인가 조용히 작동하고 있기
04.29
현대인들은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 화면을 보지 않는 날이 없다. 우리가 보통 ‘액정’이라고 부르는 평판 디스플레이는 실제 액체결정(LCD)으로 구동되는 것이 널리 사용되다가 요즘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구동되는 것이 점차 늘고 있다. 눈으로 봐서는 잘 구별이 되지 않는 이 두가지 디스플레이 기술은 그 원리가 전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박막 트랜지스터(TFT)를 사용하여 화면의 픽셀을 구동한다. 일반적인 반도체 소자인 CPU GPU DRAM 등은 모두 실리콘 웨이퍼에 미세 패턴으로 회로를 새겨서 제작한다. 실리콘 웨이퍼는 직경 30cm의 순수 단결정 실리콘 기둥을 얇게 잘라서 만든 원형기판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반도체 소자는 모두 단결정 실리콘으로 만든다고 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도 픽셀을 구동하기 위해서 반도체 트랜지스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디스플레이에 사용하는 트랜지스터는 보통 가로 세로가 각각 2m가 넘는 유리기판에 수십 마이크론 크기인데, 실리콘 박막으
04.22
인류의 진화를 연구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식 중 하나는 살아있는 인류의 친척을 살펴보는 것이다. 유인원을 포함해 500여종이 넘는 영장류가 바로 그 친척이다. 이를 연구해 털의 분포나 얼굴 및 손발의 모양 같은 생김새도 비교하고, 공격성이나 사회성 같은 행동 수준의 특징을 비교하기도 한다. 기술이 발전하며 볼 수 있는 특징이 더 세밀하게 나뉘기도 한다. 현미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염색체의 숫자와 염색체에 드러나는 무늬 같은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이제는 DNA 염기 서열 해독을 통해 염색체의 진화과정을 그 서열 수준에서 이해하려는 일도 본격화되고 있다. 염색체를 통해 인류의 진화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수십년 전부터 계속되어왔다. 1982년에는 사람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의 염색체 색깔띠가 큼지막하게 실린 논문이 발표됐다. 염색체는 당시에도 알려져 있던 것처럼 개수부터 달랐다. 24쌍의 염색체를 지닌 다른 유인원들과 달리 사람은 23쌍의 염색체만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04.15
우주라는 극한 환경은 인류에게 수많은 도전을 안겨준다. 특히 우주인들의 신체는 지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게 된다. 이에 따라 우주식량 개발은 단순한 영양 공급을 넘어 우주인의 건강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식품안전관리 시스템인 해썹(HACCP, 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이 바로 이 우주식품 개발 과정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우주의 무중력 환경은 우주인의 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무중력 환경에서는 하체 근육량이 20~30% 감소하며, 특히 종아리와 대퇴사두근에서 가장 두드러진 위축이 일어난다. 골밀도 역시 매월 1~2%씩 감소해 장기 미션 우주인들은 귀환 시 심각한 골다공증 위험에 노출된다. 또한 체액은 상반신으로 이동해 소위 ‘머리 큰 개구리 증후군(Facial Puffy Syndrome)’을 유발한다. 심혈관계에도 심박수가 10~15% 감소하고 적혈구 생성이 억
04.08
야외 활동이 활발해지는 계절이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해 SNS로 공유하는 시절, 스마트폰의 화면에서 반사된 강한 자연광은 여러모로 거슬린다. 외광 반사는 디스플레이가 전달하는 영상의 화질을 저하시킨다. 그래서 야외처럼 밝은 곳에서는 화면 밝기를 의도적으로 키우거나 반사방지 기술을 적용한다. 빛의 반사를 줄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령 표면에 미세한 나노구조물을 새겨 입사하는 빛을 여러 방향으로 퍼뜨리며 반사광의 시인성을 줄이기도 하고 때론 빛의 편광을 활용한다. 빛은 전자기파동이다. 모든 파동은 무언가 진동하며 에너지를 나르는 현상을 일컫는다. 음파는 공기가, 수면파는 물이, 전자기파에선 전기장과 자기장이 진동하며 에너지를 전달한다. 수면파가 진행 방향에 대해 수직으로 물이 진동하듯이 빛의 전기장과 자기장도 진행 방향에 대해 수직으로 진동하기에 이들을 횡파라 부른다. 편광은 이 전기장의 진동방식을 부르는 용어다. 줄의 한 끝을 기둥에 묵고 다른 끝을 손으
04.01
1969년 최초로 달에 도달한 아폴로 11호의 선장 닐 암스트롱은 “한 사람에게는 작은 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는 말로 인류의 위대함을 표현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일주일 후의 날씨를 정확하게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유명 과학 유튜브에서는 태양계 밖의 행성을 찾아내며,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고, 라그란지 포인트에 우주망원경을 보내는 시대에 도대체 일기예보는 왜 정확하지 못하는지 의문을 쏟아낸다. 1989년 개봉한 영화 ‘백투더퓨처2’에서는 과거로부터 2015년에 도착한 주인공이 “5초만 기다리면 비가 그칠 것”이라는 대사 후 정확하게 5초 후에 비가 그치는 장면이 나온다. 2025년 현재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것을 해내며 인공지능이 등장한 시기에 대기과학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2000년에 클레이 수학연구소는 우리 문명에 큰 기여를 할 것이지만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미해결 수학난제 7가지를 발표했다. 이후 2003년 푸앵
03.25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등장하는 아트로포스(Atropos)는 운명의 실을 잘라 생명을 거둬들이는 여신이다. 압도적인 힘을 지닌 아트로포스에게는 언니가 둘 있다. 첫째인 클로토는 운명의 실을 뽑아내고 둘째인 라케시스는 그 실을 감거나 짜는 소임을 맡는다. 사람들은 이들 여신을 동물에 빗대기도 했다. 클로토는 거미, 레케시스는 뱀이지만 아트로포스는 일시적인 삶을 뜻하는 나방이나 애벌레로 변신한다. 삶은 유한하고 유전자 대물림은 세대를 이어간다는 엄정한 생물학적 필연이 도저(到底)하다. 신화에 머무르는 대신 아트로포스는 인간 세상에 내려와 아트로핀이 되었다. 가지과 식물의 뿌리에서 발견되는 독성 물질인 아트로핀은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꽤 익숙한 이름이다. 화생방 훈련에서 독가스에 노출되면 눈물 콧물 범벅이 되는데 아트로핀이 그 해독제로 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량의 아트로핀을 섭취하면 호흡근이 마비되면서 죽기도 한다. 이런 연유로 아트로포스가 신화 속 주인공이 되었
03.18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교육자들이 최근 자주 듣는 질문이다.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각자 고유한 파이를 그려라. 자, 지금 여러분의 머릿속에 떠오른 파이는 무엇인가? 원 둘레와 지름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학 기호 파이(π) 인가, 아니면 달콤하거나 짭짜름한 밀가루 요리 파이(pie) 인가? 혹은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함께 태평양을 건넌 인도의 소년, 파이(Pi Patel)가 떠올랐는가? 우선 수학 기호 파이(π)에 집중해보자. 14일은 원주율라고도 불리는 파이의 의미를 되새기는 ‘파이 데이(Pi Day)’였다. 3.141592…로 무한히 이어지는 파이의 첫 숫자 3.14를 따서 매년 기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파이의 효용이나 수학적 의미는 논외로 하자. 이 기호는 위에서 아래로 뻗은 두 개의 세로획과 이를 연결하는 가로 획으로 구성된다. 이 단순한 구조를 기억해 우리가 공부하고 탐구해야 할 방향을 정해보자. 두개의 세로 획은 끝없이
03.11
“항공우주공학과 갔더니 4년 내내 역학만 배웠다. 뭔가 더 멋진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역학을 이렇게 많이 배울지는 몰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웃었다. 필자 역시 박사과정까지의 수련과정 중 가장 많이 종류별로 배웠던 것이 역학이기 때문이다. 역학은 물체의 움직임과 힘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다. 주로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잘 만들어 내야하는 항공우주공학자 수련생이 ‘그것이 왜 그렇게 움직이는가를 배우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 될 수 밖에 없다. 오늘은 이 역학들 중에 유체역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자. 항공우주공학자가 만들어 띄우는 비행기 우주선 로켓 등 모든 인공물체는 반드시 지구의 대기와 만나게 돼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들어 띄우는 물체들이 빠르게 움직여 공기와 만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이것을 어떻게 알 것인가? 우리는 경험적으로 힘을 가하면 물체가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이러한 힘과 운동의 관계를 수백년 동안 선배학자들이
03.04
인간 유전체 내 암흑지대를 밝히기 위한 대규모 판지놈(pangenome) 사업이 활발하다. 판지놈이란 수십명 이상으로 구성된 집단 수준의 고품질 유전체 정보를 한데 모은 것을 가리킨다. 이는 21세기 초 초안이 공개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확장판이다. 규모는 현저히 늘었다. 당시 단 한개의 인간 유전체 지도를 확보하는 데 전세계가 힘을 합쳤다면 이제는 지역별로 수십에서 수백개의 인간 유전체 지도를 대규모로 확보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대규모 유전체 연구 사업은 사람이 서로 다른 이유에 대한 유전자 수준의 답을 내놓기 위해 시작돼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예컨대 왜 사람의 키가 서로 다른지, 왜 어떤 사람은 당뇨병에 더 잘 걸리는지, 왜 어떤 이는 희귀질환을 타고 나는지 등 사람의 차이를 그들의 유전자 차이 수준에서 해석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유전체 해독에 사용된 기존 방식은 기술 자체에 내재된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유전체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수많은 변이 중
02.25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정보통신 산업의 기초가 되는 반도체 기술은 미국과 중국, 우리나라와 대만 등 관련 국가의 명운을 가를 정도로 중요한 기술이 되었다.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 바로 EUV 노광 장비다. 이제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 장비는 네델란드의 ASML이라는 기업이 독점 생산 공급한다. 차세대 반도체의 극미세패턴 제작에 필수적이며 중국과 반도체 산업 패권 경쟁을 하고 있는 미국이 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는 사실도 꽤 알려져있다. 도대체 EUV 장비가 뭐길래 ASML은 이 장비를 독점하는 것이며 마치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처럼 경쟁국에 수출을 금지할까? 그리고 다양한 첨단기술에서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국은 이 장비를 왜 스스로 개발하지 못하는 것일까? EUV는 극자외선(extreme ultraviolet)의 약자로 반도체 산업에서는 파장이 13.5nm 인 빛을 말한다. 여기서 1nm는 10억분의
02.18
식품은 유기물이다. 따라서 시간이라는 독립변수에 여러 종속변수들이 존재한다. 화학 물리 생물학적 변화들이다. 공장에서 갓 태어난 모습은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이 변화가 품질의 저하로 이어져 상품으로 가치가 없거나 건강에 위해한 식품으로 변질된다. 일반적으로 식품에는 제품명·제조자·원재료·날짜표시 등 주요 사항들이 표시된다. 이중 식품의 날짜표시는 해당 제품의 특성에 따라 판매와 섭취가 가능한 기한을 과학적으로 설정한 것이다. 그런 만큼 식품의 유통기한 표시는 소비자에 대한 정보로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통기한은 소비기한 표시제도로 2023년 계도기간으로 운영되어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보통 시중 제품들은 유통기한이 지나도 일정기간 섭취가 가능하다. 품질 변화시점을 기준으로 안전을 위해 60~70% 정도 빠른 기한으로 설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이를 폐기시점으로 인식하면서 불필요한 식품의 낭비가 발생하자 새로운 개념의 소비기한을 만들었다.
02.11
설연휴 직후 강추위로 전국이 꽁꽁 얼었다. 한파에 동반된 강풍은 체감온도를 영하 20℃로 떨어뜨렸다. 제주 산지에선 초속 28m의 강풍도 불었는데 이는 시속 100km에 달한다. 세계기상기구가 공식 인정한 최고 풍속은 1996년 오스트레일리아 부근의 사이클론에서 측정된 시속 408km란 엄청난 속도다. 이 정도면 대기 상층부를 지나는 제트기류 속도와 맞먹는다. 태양계에서 가장 빠른 바람이 부는 곳은 어디일까?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뺏긴 후 가장 먼 행성이 된 해왕성이다. 이곳의 상층부에선 시속 약 1800km의 바람이 분다. 이 정도면 서울 부산을 약 10분이면 주파할 수 있는 속도다. 하지만 이 기록도 외계행성 WASP-127b의 적도 상공에 부는 바람에 비하면 산들바람일 듯싶다. 이 바람의 속도는 무려 시속 3만3000km라 한다. 지구 상공의 제트기류보다 75배나 빠르다. 유럽 중심의 국제연구팀은 최근 칠레의 초거대망원경(VLT, Very Large Telesc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