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2024
인간이 앞날을 계획하면 신은 그저 웃는다고 했다. 전두환이 그랬다. 12.12쿠데타로 집권한 그가 1987년 4월 13일 ‘호헌’을 선언한다. 간선제로 대통령을 뽑는 이른바 ‘체육관 선거’를 유지하겠다는 거다. 이를 거부하는 민심은 6월항쟁으로 맞섰고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6.29선언’을 이끌어낸다. 호헌선언에서 직선제 쟁취까지 딱 두달 반 걸렸다. ‘확정적 내란범’인 윤석열도 그랬다. 지난 11월 7일 대국민 담화에서 “2027년 5월 9일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현실은 12월 3일의 친위쿠데타가 시민과 국회의 저지로 실패했다. 내란의 수괴로 적시된 그는 구속과 탄핵의 길에 섰다. 임기 완주 선언에서 탄핵 발의까지 한달도 걸리지 않았다. 공통점은 둘 다 역사의 흐름을 거스른 당대의 권력이란 거다. 수레바퀴 앞 사마귀처럼 도도한 민심을 한줌 권력으로 막아보려 한 거다. 군사독재의 중심 전두환은 ‘지체된 정의’에 의해 내란 수괴로
12.11
12월 3일 심야 윤석열 대통령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7일 정족수 미달로 부결되었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헌법연구자의 관점에서 예상해보면 앞으로의 정국은 검찰·경찰·공수처 혹은 국회가 추천한 특검에 의한 내란죄 수사로 이어지는 한 경로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재발의 및 가결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로 이어지는 경로가 병행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우선 내란죄 수사의 경로를 보자.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에 경찰력을 투입해 국회 출입문에서 국회의원들의 등원을 막고, 헬기를 타고 나타난 계엄군들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에 난입해 소총 등으로 무장한 채로 본청을 누비면서 본회의장 진입까지 시도한 것은 분명히 내란죄에 해당한다. 국회라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의 계엄해제요구안 가결이라는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계엄군을 국회 본관에 투입하고 심지어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를 포함한 13명의 체포를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 피의자로 출국이 금지됐다.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세 갈래로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수처가 나서서 출국금지신청을 했다. 여전히 인사결재 등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는 그를 보며 2차 계엄을 시도하지 않을까 조바심하던 국민들의 불안감도 어느 정도 가라앉는 분위기다. 지난 며칠 동안 한국 국민은 최악의 불안한 밤과 분노에 찬 나날을 보내야했다. 3일 밤 윤대통령이 느닷없이 발표한 직후 국민의 첫 반응은 경악에 이어 어이없다 황당하다 취한거 아닌가 같은 귀를 의심하는 표현들이다. 외신들도 비슷했다. “민주주의의 굳건한 보루, 오랜 민주화 투쟁의 한국에 대통령이 비상계엄령” “야당에 대한 절박한 반감?” “한국 여당은 나라보다 정당을 선택, 탄핵 반대” 등 낯뜨거운 보도가 쏟아졌다. 미국 신문 가판대의 거의 모든 신문이 국회 앞에 나온 국민들이 군경과 맞서서 국회의원을 들여보내는 대형사진을 1면에 게재했다. TV들은 공수부대 헬기가 국회 마
12.10
비상계엄 소식이 전해졌을 때 필자는 대전에서 세계 각지에서 모인 물리학자들과 함께 국제학술대회에 참석중이었다. 서둘러 짐을 챙겨 집으로 가야 한다는 마음 한켠에 영문도 모른 채 남의 나라 계엄소식을 접한 외국 학자들을 챙겨야 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전방 부근에서 이등병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소중한 아들의 모습도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애끓는 6시간이 흘러 계엄이 해제되고 맞이한 세상은 다시 태어난 것처럼 모든 것이 새로웠다. 12월 7일. 계엄 이전 세상이었더라면 우리는 한 강의 노벨상 수상 소감 발표를 생방송으로 보고 즐거워하고 한 강의 입을 통해 얻은 아름다운 말을 SNS에서 전세계와 나누었을 것이다. 필자는 한 강이 8살에 쓴 시의 한구절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라는 말을 양자역학의 중첩과 얽힘으로 재해석해 널리 퍼뜨렸을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평온하고 따뜻한 노벨문학상 수상소감 듣기를 반납하고
12.09
미국 언론인이 자기 나라 국무부장관에게 던진 질문 하나가 한국인들에겐 참담하게 다가온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실수였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다음날 마이클 번바움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이렇게 물었다. 기자 질문은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가리킨다. 군사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비상계엄령을 발동한 윤 대통령이 (지난 일이지만) 110여 국가가 참석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할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블링컨 장관이 “한국은 민주주의와 민주적 회복력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례 중 하나”라며 “한국이 그 모범을 보여주기를 계속 기대할 것”이라고 안도하긴 했다. 미국이 아닌 나라가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단독 개최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었다. 수백년 민주주의 역사를 지닌 영국이나 프랑스가 아니었다. 그 바탕에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다. 바이든행정부는
12.05
국회도서관포털(nsp.nanet.go.kr)에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9월 9일 발표한 ‘EU 경쟁력의 미래(The Future of European Competitiveness)’라는 제목의 보고서 정보가 올라왔기에 거칠게나마 훑어본 기억이 있다. 2023년 9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공식 의뢰를 받아 연구한 결과다. 유럽의 지식인 정치인, 그리고 업계에 불고 있는 비관론을 반영하고 있으며 유럽이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와 그 대책을 통렬하게 적시했다. 미국과 중국에 끼어 디지털 전환과 혁신, 그리고 생산성에서 양지역에 비해 급격히 낙후되고 있으며 그 결과 탈탄소화(decarbonisation)를 위한 지표역할도 해내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대책으로는 미국과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연간 EU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5%, 8000억유로(약 1190조원)에 이르는 공격적인 신규 투자를 제안한다.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유럽 전후
12.0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열흘 사이 지옥과 천당을 오가면서 정치권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예상과는 자못 다른 판결 소식에 일반 국민들 또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판결문 해설뉴스를 보고 또 본다. 법원 판결 하나에 온 나라가 휘청거리는 모양새다. 얼마 전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민주당 사람들은 진짜 나락에 떨어진 기분이었던 것 같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지고, 민주당은 대선비용 434억원을 반환해야 할 판이니 충격이 큰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사법정의를 훼손한 정치판결” “누가 봐도 명백한 사법살인”이라고 하고,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은 “사법부는 죽었다”고 했다. 국회 국감장에서 “법관 출신 주제에”라고 일갈했다가 사과한 적이 있는 한 의원은 “포악한 권력자에 굴복한 일개 판사의 일탈”이라는 격앙된 표현을 내놓았고, 다른 의원은 “총을 든 군사독재보다 더 독한, 검찰
12.03
트럼프 재선이 확정된 지 한달, 돌출적이고 저돌적인 그의 집권 2기가 몰고올 파장에 세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과 특수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도 당연히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이 심상치 않은 폭풍전야에 집권세력이 무슨 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회동에 대비해 골프채를 다시 잡았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그마저도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무엇을 하겠다는 야무진 비전을 내세운 적이 없는 정권, 무슨 일을 잘 해보겠다는 성의를 보여주지 못한 정권이니 애초에 무슨 기대를 하는 것조차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정권교체 이후 공동체의 모든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경제와 민생의 토대가 허물어지고 있고, 정당정치나 민주주의 시스템이 뿌리째 부정되고 있다. 정권 전반기의 폭주를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이 막무가내 정권이 계속되면 나라가 결딴나고야 말 것이라는 걸 직감하게 되었다. 전국의 교수와 지식인 언론인 종교인들이 대통령 탄핵,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11.28
2002년 월드컵에서 가장 짜릿한 장면. 아마도 이탈리아와 16강전 연장 후반 안정환 선수가 골든 골을 성공시킨 순간이 아닐까. 그리고 이어진 반지 키스 세리머니. 덕분에 ‘반지의 제왕’이란 별칭도 생겼다. 문제적 장면도 있다. 바로 그 경기에서 비론 모레노 주심이 이탈리아 공격수 프란체스코 토티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페널티 구역에서 속칭 할리우드 액션을 했다는 거다. 한국은 환호했고 이탈리아는 충격에 빠졌다. 페널티킥과 퇴장의 극적인 갈림길이었다. 월드컵이 끝나고도 정당한 판정이다 오심이다 논란이 이어졌다. 이때 “오심도 경기의 일부”란 말이 나왔다. 요즘이라면 바로 비디오 보조심판(VAR) 판독에 들어갔을 거다. 경기흐름은 끊어지겠지만, 전쟁 같은 축구 아닌가. 자칫 오심으로 승부가 뒤바뀌면 팬들에게 더 큰 스트레스다. 현대 축구에서 오심은 오심일 뿐이다. 요즘 우리 정치판은 어떨까. 축구로 비유하면 VAR이 없는 경기라고 할까. 스포츠맨십이 실종된 가운데 축구인지
11.27
2008년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던 때 필자는 미국 유럽 아시아의 중앙은행 금융규제기관 재무부 금융회사 연구기관들을 돌아다니면서 정책결정자 시장참여자 연구자들을 만나 의견을 나누며 금융시스템의 취약점과 개선책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금융위기는 다수의 기업들이 빚을 갚지 못해 금융기관들이 이를 감당할 수 없을 때 일어난다. 빈번한 금융위기를 막지 못하는 큰 이유를 필자는 거시경제를 운용하고 금융시스템을 규제하는 사람들에게 실물시장과 금융시장 간의 화폐를 매개로 하는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후기케인즈학파 경제학자인 하이먼 민스키는 거시적 경기상황과 금융기관의 행태를 연관지어 금융위기가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얘기하기 전에 실물과 금융의 상호작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경제학 모델이 아직 없다. 금융시스템에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중앙은행이다. 중앙은행은 화폐를 발행하고 유통량을 조절하는
11.26
중국이 첨단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미국 상무부가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기사가 11월에도 보도됐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를 비롯해 생성형AI 등 소프트웨어까지 대 중국 수출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군사적 이유가 가장 크다. 그런데 규제 주체가 국방부나 국가안보부가 아니고 왜 상무부일까. 미국 하원 세입소위원회 청문회에서 “필요한 규제조치를 모두 동원하고 있다”고 말한 이가 미 상무부 장관이다. 하원 세입위원회란 미국의 대외 공급사슬 관리를 포함하는 무역정책 및 자유무역협정 등 통상정책과 과세 정책을 담당하는 위원회다. 현재 공급사슬 관리를 위해 미국이 반도체 지원금을 지원하는 국가수는 무려 11개로 파악된다. 반도체 지원 정책이 의회에서는 하원 세입위원회 소관이며 정부 부처로는 다름아닌 상무부 소관이다. 그렇다면 미국 상무부의 핵심 기능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세계 인터넷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 정부 부처다. 전후 사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상
11.25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기업 삼성이 외로운 싸움을 펼치고 있다.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삼성 위기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반도체가 주축을 이룬다. 지난 10월 반도체 수출액은 125억달러(17조4800억원)다. 10월 수출액으로는 사상 최대다. 실적만 보면 ‘반도체 강국’ 위상은 여전하다. 그래서 삼성의 반도체가 위기라면 한국경제가 위기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삼성의 위기는 실체가 있는가. 사실이라면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삼성 위기설’은 삼성반도체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시장을 잃으면서 3년여 전부터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중국은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3단계 프로젝트를 통해 중점산업으로 지원했다. 각종 우대정책을 강화해 반도체 생태계 구축과 연구 혁신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정책적으로 각종 세금혜택과 함께 ‘국가 반도체 기금’을 운영해 기술개발과 획득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2020년 중국은 ‘국가 정보
11.21
최근 일부 언론과 국회 등에서 생활폐기물을 민간소각시설에서 처리하고 있으며 이런 내용을 주민들은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시에서 발생된 생활폐기물을 수도권 인근 지자체에 소재한 민간소각장에서 처리하고 있다며 서울의 '쓰레기받이'가 아니냐고 비아냥까지 하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183개 공공소각장과 77개 민간소각장이 있다. 이중에서 183개의 공공소각장이 연간 처리하는 생활폐기물은 553만톤이다. 그런데 발생되는 생활폐기물 양은 869만톤이다 보니 당연히 공공소각시설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전국 226개 지자체들은 시설 부족으로 남아도는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곳을 찾을 수밖에 없고 유일한 대안이 민간소각장밖에 없는 것이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민간소각장들이 연간 감당해 내야 하는 생활폐기물 소각량은 17만톤에 이르고 있다.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임이자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05개 지자체가 이미 용량 초과로 처치 곤란한 생활폐기물을 민
트럼프와 미국 공화당의 선거 압승이 블랙홀처럼 전세계의 정치 사회 경제 전망을 집어삼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관세 인상에 따른 무역전쟁,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정책의 후퇴, 자국중심주의 경제정책으로 인한 관련국들과의 마찰 등이 예견된다. 그중에서도 기업이나 국가 간의 갈등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에 재앙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가장 큰 충격은 트럼프와 새 정부 핵심인사들의 기후변화 및 환경에 관한 인식과 정책이다. 그동안 어렵게 인류가 공동으로 쌓아온 파리협약과 넷제로 목표를 위한 노력을 헌신짝처럼 버려버리는 무지와 단순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자국 중심주의는 비단 트럼프정권만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불행한 인류의 미래를 재촉하는 비정상적 시대정신(zeitgeist)의 발로라 할 것이다. 정치 군사 및 경제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미국이 인류 공동번영과 협력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커녕 심지어 우방 국가의 경제적 불이익을 강요하면서까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11.20
미국 대선 투표일을 전후해서 공화당 텃밭인 중서부 도시 캔사스시티를 다녀왔다. 도시 전체가 미주리주와 캔사스주로 양분돼있는 이 특수한 도시는 투표 당일까지도 한국에서 흔한 벽보나 현수막은 물론 대도시에 즐비한 영상 광고판이나 TV선거 광고 방송조차 드물다고 했다. 직항이 없어 환승해야 했던 대도시 시애틀 공항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주민들이 우편으로 사전투표를 마친 터여서 개표날의 열띤 분위기는 투표소 부근에 국한된 듯했다. 오히려 현지 미국인들(한인 포함)은 내게 한국인들이 왜 그렇게 미국 정치와 대선 당락에 관심이 높은가를 묻는 분위기였다. 그들의 예상대로 트럼프의 승리는 초저녁 개표에서 이미 확정되었고 부유층이 많은 그 지역 사람들은 엄지 척을 해보였다. 외신을 통해 알려진 박빙 경합주들까지 개표방송의 미국지도는 대부분 공화당의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열광적인 축하는 없었다. 트럼프가 외친 미국 제일주의와 위기의식의 살포, 현실을 바꾸고 싶어하는 욕망이 선거전에서 먹힌 듯
11.19
인공지능(AI) 혁명이라 할 만큼 AI가 확산되면서 두가지 방향에서 전력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첫째, AI 데이터센터 확산이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기능이 기존에는 정보 저장이었다면 이제는 자료를 학습한 후 인간의 언어로 대화하며 인간이 원하는 정보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정보 생성으로 확대되면서 전력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의 예측에 따르면 단순검색에 비해 AI 기능을 활용한 검색의 경우 전력 소비량은 10배에서 250배까지 증가한다. 이달 1일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는 펜실베이니아주 발전소에서 AI 데이터센터로 보낼 수 있는 전력량을 기존의 300MW에서 480MW로 늘려달라는 아마존의 요청을 최종 불허했다. 인근 도시의 전력 공급이 지장을 받을 수 있어서다. 결국 아마존의 AI 데이터센터 계획은 연기되었다. 한편 미국은 1979년 방사능 누출사고로 중지됐던 펜실베이니아주 쓰리마일섬 원전을 재가동해 2028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에서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
11.18
사람들이 신문·방송에서 전하는 삼성그룹 싱크탱크 연구보고서를 관심을 갖고 보던 시절이 있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간하는 ‘CEO 인포메이션(CEO Information)’이 그것이다. 영문 명칭(Samsung Economics Research Institute) 이니셜을 따 ‘세리(SERI) 보고서’로 통했다. 한국은행도 오차가 커서 논란이 되는 성장률 등 거시경제 전망을 비롯해 산업 및 기술 변화, 경영 트렌드를 연구해 보고서로 내놓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경제 분야만 취급하지 않았다. ‘어메니티(Amenity, 쾌적성)가 도시 경쟁력이다’ ‘인문학이 경영을 바꾼다’ ‘대한민국 직장인의 행복을 말하다’ ‘신한류 지속 발전을 위한 6대 전략’ 등 사회·문화 이슈도 다뤘다. 기업인과 비즈니스맨, 자영업자들이 세리 보고서에서 아이디어와 교훈을 얻어 경영과 비즈니스, 창업 및 장사에 활용했다. 그만큼 삼성은 부러움과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삼성은 조직이 강한 기업으로 통했
11.14
저잣거리 쇼는 행인을 불러모은다. 좌중은 쇠사슬 끊는 차력시범에 입을 쩍 벌리고, 입에서 불을 내뿜으면 탄성을 터뜨린다. 막간은 약장수 시간이다. 세상에 공짜 구경은 없다. 정신줄을 놓으면 만병통치 약에 주머니 털리기 십상이다. 1999년 첫 특별검사 도입 때가 비슷했다. 이른바 옷로비 의혹사건이다. 재벌 부인이 검찰총장 부인의 명품 옷값을 대신 냈다는 거다. 권력과 금력의 검은 짬짜미라는 점에서 국민정서를 건드렸다. 당시 김대중정권은 수렁에 빠진 상황이 됐다. ‘기승전옷’이었다. 검찰 수사에 이어 국회청문회가 열렸다. 실패한 로비이냐 포기한 로비이냐 공방 끝에 특별검사법이 통과됐다. 특검의 칼끝은 태생적으로 권력을 향한다. 야당과 보수 언론의 집요한 공격이 뉴스를 도배했다. 결론은 허무했다. 대검은 ‘실체 없는 로비’로 결론지었다. 7개월 동안 온 나라를 뒤흔들었지만 “앙드레 김 본명이 김봉남이란 사실만 밝혔다”는 비판이 일었다. 문제는 옷로비 특검 공세에 김대중정부의
11.13
‘공정과 상식’은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많은 국민은 그것을 믿었고, 이 구호는 윤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 그러나 임기 절반을 넘긴 지금 절대 다수 국민은 윤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의 대통령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의 2년 6개월은 불공정과 비상식, 그리고 ‘무지·무능·무당’의 3무 시기였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윤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에서도 “윤석열정부는 불공정과 비상식의 대명사”라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지난 2년 6월 윤 대통령은 유능하고 도덕적인 인사를 기용하기보다는 자신이 근무하던 검찰인사를 중용했다. 이에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검찰공화국이 되었다는 비판을 받은 이유다. 근래들어 윤 대통령은 입만 열었다하면 연금 교육 노동 의료 등 4대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이들 개혁은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특히 의료계와 상의도 전혀 없이 추진한 ‘의대생 2000명 증원’은 응급실 마비
11.12
“기후변화는 사기극”이라고 외쳐왔던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복귀한다. 당장 11일(현지시간) 중앙아시아의 산유국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개막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정상회의(COP29)가 동력을 잃을 판이다. 잔여 임기 60일을 남긴 바이든정부의 미국 대표단이 탄소감축 협상에서 힘을 쓸 수가 없을 것이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바이든정부가 해놓은 일을 어떤 방법으로든 뒤집으려 할 것이다. 어쩌면 그 첫 과녁이 인플레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이 될지 모른다. 이 법을 일컬어 “중국만 이롭게 하는 정책”이라고 비난해온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어떻게든 손볼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 법은 이념적으로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 트럼프의 유감이 잔뜩 서려 있을 것 같다. IRA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바이든정부가 기후변화 시대에 대응해 미국의 에너지경제 구조를 기존 화석연료 위주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담대한 프로그램이다. 2023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