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5
2025
지난 4월 한국은행은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 기준)이 작년 4분기에 비해 –0.24%라고 발표했다. 2월에 제시했던 공식 전망치는 +0.2%였기에 놀라움을 불러 일으켰다. 1998년의 아시아 외환위기, 2009년의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의 코로나19 유행과 같은 외부적 충격이 없는 상태에서 이와 같은 마이너스 성장은 특이한 일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전쟁의 영향이 아직 뚜렷이 나타나기 이전이기에 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해석하기도 무리가 있었다.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도는 0.3%p였는데, 내수의 기여도는 –0.6%p에 달했다. 결국 내수부진이 원인이다. 작년 12월의 비상계엄으로 인한 소비위축을 원인으로 보아 내수부진이 1분기에 바닥을 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제시되었지만, 이와 같은 일시적 요인 이상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 마침 내수침체가 개선되지 않고 고착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해 줄 수
06.04
봄부터 소쩍새가 울고 여름날 먹구름 속 천둥이 가을날 한송이 국화꽃을 피워낸 것처럼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전기문명의 시대는 300년 전부터 시작된 과학 원리의 발견과 도구의 발명에 터잡고 있다. 전기문명의 총아인 컴퓨터의 개발에 20세기 초반 양자역학의 발견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문명은 전기와 양자역학이라는 두 과학적 발견과 발명의 결과물이다. 전기는 발견된 것인가, 발명된 것인가. 거의 모든 전기적 현상은 전자라고 하는 입자의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한다. 전자가 1897년에 공식적으로 ‘발견’되기 훨씬 전부터 그 무엇이 금속선을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다. 1752년 벤자민 프랭클린의 연 날리기 실험은 그것을 검증한 대표적인 사례다. 1785년에는 같은 전하를 띤 물체 사이에는 미는 힘이, 반대 전하를 띤 물체 사이에는 끄는 힘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작용한다는 ‘쿨롱의 법칙’이 완성되었다. 이 법칙은 뉴턴의
06.02
국내 유력한 보수신문이 이번 대선에서 진보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전제로 기획기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뉴스가 눈에 띈다. 이 신문 편집국 실무책임자가 사내 공지를 통해 “이번 선거는 과거 대선과 달리 판세 예측이 가능한 예외적 선거”이므로 “경우의 수를 모두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기자들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언론은 뉴스가치가 높은 이벤트가 마감 임박한 시간에 결론 나올 것으로 예상될 때 발생가능한 경우의 수를 모두 고려해 준비하는 게 보통이다. 어느 한쪽의 결론을 예단해 다른 가능성을 아예 배제했다가 혹시라도 다른 결과가 나오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월드컵 축구 같은 관심 많은 운동 경기나 대통령 선거 같은 중요 정치 이벤트가 있을 때 언론은 두 가지 방향의 기사를 모두 준비한다. 마감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그래서 경쟁 언론사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무모하게 한 쪽에 베팅하기보다 이쪽이 이길 경우와 저쪽이 이길 경우 다 기사로 써놓는 게 안전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05.29
불과 며칠 새 무려 5500만 그루의 나무와 31명의 인명을 앗아간 경북 지역 화마는 무서웠다. 서울 면적의 무려 80%를 초토화시켰다. 대피체계가 참담하게 실패했다. 디지털 시대에 산불대응 정보시스템은 고사하고 전근대적으로 방문 연락만 가능했다. 말로만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온갖 화려한 단어를 외쳐대면 무슨 실효가 있나. 사물인터넷이란 정작 이런 재난현장에 써야 맞는 것이다. 산림 수목관리도 수작업에 의존한다. 수도권조차도 엉망이다. 유럽에서는 가로수에도 수목마다 반도체 칩을 심어 전광판으로 실시간 관리한다. 우리는 어떤가. 나무 밑 뿌리 가까이 구석에 쇠 번호표를 못질해 놓은 자국을 봤을 것이다. 볼 때마다 아프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작은 빨라도 생각의 속도가 느린 한국 사회의 결정적 단면이다. 경북지역 산불진화에 투입된 군 병력은 7000여명, 헬기는 290여대다. 초대형 군 수송기도 동원돼 한번에 최대 5t의 물을 뿌렸다. 이래봤자 이건 산불 사후 대비 차원이다. 사
05.28
6월 3일, 대선이 1주일 남았다. 탄핵된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2022년 3월 9일. 그가 당선자로서 사실상 대통령 업무를 시작한 것은 3월 20일 ‘청와대 이전’ 발표부터다. 탄핵일까지 총 1111일 동안 대한민국의 국정을 주도했다. 윤석열 시대 1111일의 업적은 무엇이 있을까 복기해 보았다. 딱히 업적이라 꼽을 만한 게 생각나지 않는다. 챗GPT에 물어보았다. “대통령 개인의 결단으로 추진되었고 국민이 공감할 만한 3대 업적은 무엇일까요?” 3가지를 제시했다. 청와대 이전, 국민과의 소통 강화, 그리고 청와대 개방이다. “이 결정은 대통령 개인의 강한 의지와 결단으로 추진되었으며,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권력의 상징적 공간을 국민에게 돌려주었다는 점에서 국민의 공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과연 그럴까?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에 대한 정서적 차원의 국민감정을 조사했다(2024년 11월). 분노(6.8), 불안(6.7), 비관(6.6),
05.27
이 시점에서 지구촌의 리더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경제문제에 대한 해법을 논의한다면 어떤 주제들을 다루어야 할까. 필자는 두개의 축을 제안하고 싶다. 하나는 자유무역의 지속을 위한 의지를 다지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소득분배의 길을 모색하는 일이다. 사실 자유무역은 그동안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다. 온 세계가 지금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상당한 수준의 평화를 누리고 있는 데는 자유무역의 힘이 크다. 곳곳에서 선동가들이 증오의 메시지를 퍼뜨리고 있지만 세계전쟁이 일어나지는 않는 이유도 무역의 상호의존성이 이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계는 세계화와 혁신 덕택에 상당 기간 번영해왔다. 그런데 이 성공은 역설적으로 세계화와 혁신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각국의 국내정치가 반이민정책으로 선회했다. 이제는 한술 더 떠서 트럼프의 관세정책에서 보듯이 자유무역 자체에 저항하는 흐름이 생겼다. 좀 더 있으면 혁신에 대한 저항운동이 일어날지 모른다. 산업혁명 시대에 노동자들이 기계
05.26
정지용의 시 ‘향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살갑다못해 애틋하게 스며온다. 순우리말로 그윽하게 우려낸 시어는 섬세하고도 독창적이다.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같은 표현은 미윤(美潤)하기 이를 데 없다. ‘향수(鄕愁)’는 고향과 과거를 그리워하는 감정을 뜻한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향수’는 치명적인 질병이었다. 이 병에 걸리면 스위스 용병이 몸져누웠고, 멀쩡하던 소녀가 사람을 죽인다. 스위스 의사 요하네스 호퍼는 ‘향수’를 뜻하는 단어를 ‘노스텔지어(nostalgia)’라고 명명했다. 조선으로 치면 숙종시대인 1688년에 쓴 박사논문에서다. 스위스에서 시작한 노스탤지어라는 질병은 미국 프랑스 등 서구 열강과 중남미 식민지로 퍼져나갔다. 노예무역의 희생자인 아프리카인들이 고향 땅을 애타게 그리워하며 향수병에 시달렸다. 미국 남북전쟁 때도 군인들 사이에서 노스탤지어가 만연해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05.22
21대 대선이 눈앞이다. 하지만 손에 땀을 쥐는 유권자는 없다. 배번 ‘1번’ 후보가 멀찌감치 앞서 달린다. 뒤를 쫓는 ‘2번’과 ‘4번’은 중계방송 화면에나 잡힐 뿐, 연도에 응원하는 손짓도 미미하다. 결승선 주위에는 이미 선두주자 응원부대가 목을 빼고 기다린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겠다. 박지원 의원이 “60% 이상 득표”를 언급했다가 경고를 받았다. 이재명 후보 말마따나 “골프와 선거는 고개를 쳐들면 진다”는 거다. 대세론의 이회창씨가 연거푸 고배를 든 것도 ‘어대창(어차피 대통령은 이회창)’이라는 자신감이 화근이었을 것이다. 선거에 관한 한 ‘모사재인 성사재민(謀事在人 成事在民)’이다. 이번 대선 레이스는 승부보다 기록에 관심이 쏠리는 듯하다. 자유당의 이승만 대통령이 기록한 70~90%의 득표율을 제외하고 3공화국 이후 대체로 50% 안팎에서 승자가 결정됐다. 군복을 벗은 박정희 후보는 5대 대선에서 46.64%를 얻어 1.55%p 차이로 윤보선을 눌렀다. 서슬 퍼런
05.21
서울에 사는 아들이 여자 친구를 데리고 제주 고향집에 갔다. 장차 며느리가 될지도 모를 귀한 손님을 맞이한 해녀 어머니는 여친의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너 폭싹 속았져(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여친은 어리둥절했다. 표정과 태도는 환영하는 듯한데, ‘나를 보고 속았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제주어 연구자인 강영봉 제주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속다’는 제주어에서 ‘고생하다’는 긍정의 뜻과 ‘속임을 당하다’는 부정의 뜻을 갖는 동음이의어다. 제주 사람에겐 정겨운 인사지만 외지인에겐 혼란을 주는 말이다. 요즘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도 제목 때문에 많은 이들이 오해하고 혼란을 느꼈을 것이다. 제주를 고향으로 둔 필자는 처음엔 제목을 보고 코미디쯤으로 생각하고 넘겼다. 그런데 서울 친구들이 점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그 드라마 이야기를 꺼냈다. 필자가 “제목 뜻은 아냐?”고 물었더니 한 친구가 “남의 말에 속아 고생했다는 뜻 아냐?”라고 답했다. 제목도 모르고
05.20
사형 아니면 무기형 혐의로 재판 중인 피고인이 개 산책을 즐기며 국민을 조롱하고 있다. 어느 역사에서도, 어느 나라에서도 찾기 어려운 기괴한 일이다. 그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제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지지해 달라며 대선에 끼어들었다. 그가 6.3대선의 각본을 짜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터라 놀랄 일도 아니지만 국민의힘이 그를 쳐내지 않고 있는 것은 이 당이 ‘헌법에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다. 17일 내란 수괴 혐의의 윤석열이 탈당하고 친구 석동현 변호사도 선대위 사퇴를 선언했지만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들은 여전히 한마디 사과도 없이 12. 3 내란행위를 애국적 행위로 강변하고 있지 않은가? 더욱 문제는 김 후보 자신이다. 그는 전광훈과 자유통일당을 같이 만들고 초대 대표를 지낸 경력이 있고, 지금도 이들 극우세력과 절연하겠다는 약속하지 않는다. 내란세력, 탄핵반대세력, 부정선거 음모론자 등 반헌법 세력을 모두 규
05.19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심판(The Trial)’은 인간의 실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불친절한 문체로 설파한다. 주인공 요세프 K처럼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이라는 판결을 받지만 집행의 시기를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잊고 살아간다. 이유도 모른 채 기소당하고 구금되지도 않고 일상 생활을 한다. 죄목과 변호할 방법도 모른다. 종국에는 존재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당한다. 개별 인간의 집합체인 인류도 멸망하게 설계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알고 있다 하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지금까지의 구조와 방식으로 살아간다. 멸망의 순간에도 왜 그리고 누구 때문에 죽음을 맞는지 모른다. 다만 존재했기 때문에 사라질 뿐이다. 인류가 처한 환경위기, 특히 기후변화를 생각하면 우리 시대에 대한 카프카의 예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얘기한다. “어떤 지점에 이르면 돌아갈 수 없는 지점이 있다. 그 지점에 도달해야만 한다.” 모든 존재에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이르는 것을 피할 수 없으며 동시에
05.15
1990년만 하더라도 EU 27개국의 GDP 규모는 세계 1위로 미국을 앞질렀고 중국과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했다. 하지만 2014년 미국에 추월당했고, 2020년에는 중국에 밀려 세계 3위로 내려앉았다. 그 이후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EU는 침체를 겪고 있다. 이에 폰데어라이엔 2기 EU 집행위원장은 유럽경쟁력의 현재 및 미래를 진단하고자 했다. 진단을 맡은 이는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마리오 드라기로 2007년 유럽에 재정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규모 통화완화정책을 시행해 유럽경제를 살린 바 있기에, 유로존의 구원투수라 불리고 있다. 작년 9월 일명 드라기 보고서라 불리는 ‘유럽경쟁력의 미래’가 발간됐다. 이 보고서는 유럽경쟁력 약화의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탈원전, 탈석탄을 의미하는 에너지전환으로 인해 크게 높아진 에너지 비용이 여러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실제 유럽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미국 및 중국의 2배, 산업용 천연가스 가격
05.14
양자컴퓨터는 기반 물질에 따라 초전도체 기반, 위상물질 기반, 원자 기반으로 나뉜다. 2024년 말 구글은 자체 제작한 초전도체 기반 양자컴퓨터 윌로우를 공개했다. 몇달 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위상물질 기반 마요라나1을, 아마존은 초전도체 기반의 오슬롯을 공개하면서 어느새 양자 컴퓨터 제작이 초거대 정보기업들의 실력을 다투는 각축장이 되었다. 마침 2025년은 양자역학이 만들어진 지 100년이다. 1925년 하이젠베르크가 만든 양자역학의 위대한 성취를 알리는 기념 행사가 필요없을 만큼 이미 세상은 빠르게 양자화되는 중이다. 계엄과 탄핵의 어지러움 때문에 잠시 수면 아래 가라앉았지만 한때 우리 국가 지도자가 즐겨 사용하던 단어도 ‘양자’였다. 양자기술 관련 정부 예산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에서 면제됐고, 올해부터 수천억원의 예산이 양자기술 개발에 쓰일 예정이다. 원자핵공학 반도체공학과 별도로 양자공학을 연구하고 박사 학위를 주는 국내 대학이 몇년 전부터 생겼다. 이 학생들이
05.13
6.3 대선은 ‘하나마나한 대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선후보 교체 파동이라는 전무후무한 친윤의 선상반란까지 일어났다가 당원들 반발로 진압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강원지사가 “보수는 우물 바닥까지 내려갔다. 우리를 꺼내줄 두레박은 없다. 거기서 장렬하게 죽겠다는 각오로 하자”고 토로할 정도로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패배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보수지 ‘조선일보’도 후보교체 파동을 질타한 뒤 “이재명 후보는 김영삼 전 대통령 발언을 인용해 ‘상대방이 자빠져. 그럼 이기는 거야’라고 했다. 이번 대선이 그런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고 탄식했다. 6.3 대선에 대한 관심은 이제 ‘이재명 민주당’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리고 있다. 집권후 정치역학 관계가 어떻게 바뀔지는 관심 밖이다. 그보다는 ‘이재명 시대’에 어떤 정책이 펼져질지 특히 경제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는 물론 외국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그런 맥락에서 대선 공식운동이 시작된 12일 민주당이
05.12
국내 1위 이동통신사 SK텔레콤(SKT) 유영상 사장은 2021년 11월 취임하며 ‘고객·기술·서비스’를 3대 경영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러나 4월 18일 유심 해킹 사태 이후 SKT 어디에서도 고객·기술·서비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고객만족 서비스는커녕 2500만 가입자들은 어떤 정보가 해커들 손에 넘어갔는지 몰라 불안해했다. 유심을 교체하기 위해 SKT 대리점과 공항 로밍센터 앞에서 긴 줄을 서야 했다. ‘모든 고객의 유심을 무료로 교체해주겠다’는 약속과 달리 유심 물량은 턱없이 부족했다. 일부 기업이 답답했는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자기 돈을 들여 임원들 휴대폰 유심칩을 바꿔줬다. 해킹 사태 이후 30만명의 SKT 가입자들이 KT와 LG유플러스로 옮아갔다. 갈아타고 싶은데 위약금을 물어야 해서 망설이는 고객들이 많을 게다. 잘못은 기업이 저질렀는데, 피해는 고객이 보는 현실이다. 국내에서 이동통신 서비스가 본격 개시된 1988년 이후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05.08
통계청은 ‘2025년 2월 고용동향’에서 2월 중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이라고 답한 15~29세 청년인구가 50만4000명이라고 보고했다. 2003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수치다. 1년 전 같은 기간에 44만3000명으로 집계되었으니 13.8% 증가했다. 코로나19 시대마저 훌쩍 넘어선다. 이 연령대의 고용률이 2021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44.3%이며, 실업률은 7.0%,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17%대로 올라섰다. 이 데이터는 여러가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필자의 직업이 갖는 특성상 청년들과 만나는 시간이 많은 편이라 자기반성까지 하게 돼서 더욱 착잡했다. 비경제활동인구란 구직활동을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사람을 뜻한다. 또 그냥 ‘쉬었음’은 구직단념자를 포함해 수입이 있는 일에 종사할 능력은 있으나 구직활동도 가사노동도 하지 않으며, 교육이나 훈련을 받는 상태도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텐데 통계청의
05.07
세상이 어지럽다. 나라를 떠받치는 권력 시스템이 뿌리까지 흔들리면서 많은 것들이 꼬이고 엉켜서 뒤죽박죽이 되어간다. 나라밖에선 무역 분쟁에 관세 전쟁까지 험난한 파고가 몰아치는데 나라 안의 세력과 집단은 대의(大義)를 외면하고 자기들 소리(小利)에 집착해 번번이 극한대결로 치닫는다. 연일 고조되는 혼란과 무질서에 현기증 느끼는 국민들은 참다못해 짜증섞인 비명을 지를 판이다. “국민하기 힘들다. 대체 우리 보고 어쩌라고?” 우리 헌법은 입법권은 국회에, 행정권은 정부에, 사법권은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한다. 3권분립은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막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민주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정치 구조다. 그런데 이 세 갈래 권력이 국민 앞에서 서로 으르렁거리고 힘 자랑이나 하면서 나라를 위기상황으로 내모는 것이다. 입법부는 국회 다수당의 눈 밖에 난 공직자들에 대해 걸핏하면 줄줄이 탄핵을 연발한다. 공직자 탄핵은 윤석열 사건을 제외하면 단 한건도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지 못
04.30
2시간짜리 계엄은 대통령 탄핵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탄핵소추 결론까지 4개월은 한편의 전쟁 드라마였다. 헌법재판소 결론은 대통령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야당도 여기서 자유롭지는 않다는 게 핵심요지다. 말하자면 토론부재 정치에 대한 질타다. 물론 헌재는 야당 책임 부분을 대통령의 헌법정신 위배보다 상대적으로 무겁게 보진 않았다. 국정공백과 민생외면의 부작용은 심각했다. 민감국가 지정이 눈앞에 닥쳐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남의 일처럼 무심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위헌·위법한 대통령을 방어하느라 급급했고 민주당은 여전히 다수의 완력을 무기로 밀어붙이기를 일삼았다. 그 사이에 사상 초유의 대형산불 재난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정치권 방심이 자초한 산불로 봐야 한다. 산림 및 소방 당국인들 제대로 돌아갔을 리가 있겠는가. 3류정치의 폐해는 참담하다. 이런 치졸한 정치의 원인은 정치의견 수렴과정에서 여과장치가 결여돼 있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절차가 무시된 결과 중심
04.29
트럼프의 비정상적 경제정책으로 세계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당분간 경기후퇴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단기적으로 경제상황이 나빠지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장기적 성장잠재력의 손상이다. 이는 혁신의 후퇴에서 온다. 트럼프 1기 때 시작돼 2기로 이어지고 있는 트럼프 현상의 원인은 양극화다. 양극화는 소외세력을 키워 정치적 변동을 유발한다. 이러한 현상은 산업혁명 직후 자본주의 사회의 정치적 불안과 유사하다. 현대판 양극화의 뿌리는 세계화와 혁신이다. 세계화와 혁신은 산업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단기적으로는 양극화를 낳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저소득층의 지위가 향상되고 평등한 사회를 가져오게 된다. 물론 정치에서도 경제에서도 장기적 번영만을 바라보며 단기적으로 어느 계층이 희생되는 것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세계화와 혁신은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정치적 소용돌이가 일어나 제동이 걸리게 된다. 트럼프의 정치와 정책으로 타격 받은 것은 세계화와
04.28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제기된 개헌논의가 대선 이후에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즉시 개헌을 유보하고 있지만 다른 후보들은 개헌에 적극적이어서 대선 토론에서 후보들은 어떤 개헌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지 밝혀야 할 것이다. 현재 제안된 개헌 방향은 권력체제 변화와 중임 대통령제 도입으로 정리된다. 전자의 주장은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과 측근의 권력비리와 탄핵 등 끊임없이 퇴행적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권력구조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참에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개헌 방안은 대통령제는 유지하되 현행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중임제로 재선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반응성이 높아져서 책임정치가 가능할 것이라 주장한다. 또한 대선과 총선을 4년 주기로 맞추게 되면 두 선거를 동시선거에 치를 수 있어서 국민 갈등과 선거비용이 줄어드는 장점도 있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