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3
2024
헌재는 지난달 30일 헌정사상 최초의 검사 탄핵심판사건에서 9명의 헌법재판관 중 기각 5명, 인용 4명으로 탄핵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기각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은 2014년에 전직 서울시 공무원인 유우성씨가 간첩혐의로 기소되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재판과정에서 국정원이 위조한 문서를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사검사들이 징계를 받았고 유씨는 무죄판결을 받는다. 그후 검찰이 2010년에 유씨가 탈북자들의 대북송금을 주선한 데 대해 기소를 하지 않는 ‘기소유예처분’을 내린 별도의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어 재수사를 하면서 유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소위 ‘보복기소’했다. 이 때 담당검사가 본 탄핵사건의 피청구인이다.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는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2심과 대법원에서 공소가 기각됐다.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첫 사례다. 우선 기각의견을 개진한 5명 중 3명의 헌법재판관들은 피청구인으로서는 유씨의 외국환거래법위반
05.31
21대 국회가 29일 임기 종료를 앞두고 막판에 국민연금 개혁을 놓고 진통을 겪었다. 여야가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모수개혁안에서 이견을 상당히 좁혔으나 구조개혁을 두고 대립했다. 정치권의 논쟁은 최선의 결과를 낳기 위한 진통의 과정이라고 본다. 특히 국민연금 개혁처럼 인기없는 개혁은 더더욱 그렇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험 제도에는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이 있다. 건강보험은 급여가 확대되면 국민이 바로 병원에 가서 혜택을 얻을 수 있지만, 연금개혁은 보험료 인상이나 급여 삭감으로 현세대가 오히려 손해를 본다. 나아가 후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 연금제도의 역사가 오래돼 노인들이 안정된 생활을 누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도국에서도 연금개혁은 인기가 없고 정권의 명운을 좌우하는 ‘뜨거운 감자’로 여겨진다. 이런 난제를 모범적으로 해결한 국가들이 있다. 스웨덴은 14년에 걸쳐 정당들이 개혁안을 함께 마련해 국민을 설득했고, 영
05.30
동북아 주요 3국이 갈등이 아닌 대화와 협력에 합의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구도 속에서 평화로 나아가는 물길을 다시 열어두었다. 4년 5개월 만에 26일부터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담과 공동선언, 잇단 양자 정상회담으로 동북아 주요국 사이의 자원 배분과 경제교류에 있어 최소한의 안전판이 마련됐다. 한반도비핵화 등이 담긴 지난 2015년, 2019년의 공동선언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앞으로 구체적인 실천이 담보된다면 이번 3국의 대화 복원이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한중 수출 통제 대화체’를 출범해 공급망 협력의 소통창구로 삼기로 했다. 중국의 요소수 등 자원과 한국 첨단기술 등 경제교류의 물꼬를 다시 튼 것이다. 아울러 두 나라는 13년째 중단됐던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를 다시 가동하고, 지연돼왔던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여기에 양국 간 고위급 외교·안보대화를 신설하기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평화에
05.29
종종 세상은 소름 끼치도록 무섭게 변화한다. 변화의 폭이 너무 크고 깊어 비판적 이성의 소유자를 멍청이로 만들기도 한다. 외환위기 이후 주주자본주의를 둘러싼 상황 변화도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한국 사회는 짧은 시간 안에 미국발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 편입되었다. 비판적 시각을 가진 논자들이 가장 주목한 지점은 기업이 주주 이익 극대화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의 이식이었다. 그들은 외환위기 이후의 각종 문제는 국제금융자본이 주주자본주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국 경제를 공략하면서 빚어졌다고 파악했다. 주주자본주의가 주가상승을 위한 무리한 구조조정을 수반하고, 초고배당과 자사주 매입 압박 등으로 기업의 투자 능력을 약화시키는 등 상당한 부작용을 낳았던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주주자본주의가 본격 작동하면서 주식시장이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보다 거꾸로 기업의 자금을 축출하는 역할을 하기에 이르렀다. 2003년 한해 동안만 보더라도 국내 상장기업들
05.27
지난해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의 외교적 해결 방안으로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을 때 ‘6.3세대 심기가 어떻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본란에 썼다. 그 대답에 해당하는 움직임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60년 전인 1964년 이맘 때 전국은 한일회담 반대 열기로 뜨거웠다. 한일 국교정상화를 추진하는 박정희정권의 ‘대일 저자세 굴욕외교’에 국민적 저항이 일어났다. 박정희정권은 그해 6월 3일 계엄령을 발동하고 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했다. 당시 시위주체인 학생세대가 6.3세대이고, 이들이 벌인 저항행동이 6.3운동이다. 오는 6월 3일 6.3운동 60주년을 맞아 6.3세대가 6.3운동의 의의와 미래 한일관계를 스스로 정리하고 조망하는 행사와 학술회의를 갖는다고 한다. 보도자료와 관련자의 전언에 따르면 6.3세대의 심기는 여전히 불편하고 복잡하며 심지어 절실하기까지 하다고 느끼게 된다. 한일 양국 정부 차원에서 지금 한일관계는 수교 이래 최고라고 할 만하다. 군사 분야에
05.24
지난 4월 30일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는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G 공시 기준)의 공개초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가 가시화되었음을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상공회의소 등 기업을 대표하는 많은 기관들은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며, 이는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켜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유럽연합(EU) 일본과 같은 자본시장 선진국은 민간이 주도해 1~2년 내로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확정했다. 브라질 필리핀과 같은 자본시장이 덜 발달된 나라조차 2~3년 내로 이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미루고 있는 몇 안되는 주요 국가 중 하나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역사를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구가 아시아와 이슬람보다 경제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게 된 것은 불과 200년 전의 일이다. 18세기까지 경제 선진국은 중국 인도 이슬
05.23
인간은 살기 위해, 더 잘 살기 위해 사회를 만들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오늘날의 사회는 시장사회라는 말로 지칭되는 것처럼 시장을 떠나서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서는 인간으로서의 모습과 생활 등 삶 자체를 영위할 수 없다. 세상에 그냥 그렇고 그런 헐거운 사회, 살만한 사회를 찾기 쉽지 않다. 시장사회가 인간에게 미치는 무지막지한 영향을 분석해 명성을 얻었던 폴라니(Karl Polanyi)는 ‘거대한 전환: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적 기원’을 통해 기존사회 스스로 진화·발전해 시장사회로 진입되지 않았음을 밝힌다. 시장경제의 등장과 부상이야말로 국가의 강력한 개입과 사회개조를 통해 인류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근본적인 변화를 끼쳤다는 것이다. ‘시장 메커니즘’이라는 미명을 붙였지만 실질은 악명 높은 ‘사탄의 맷돌’로서 인간과 자연을 통째로 갈아버리는 시장기반사회가 조성된 것으로 경제가 사회적 맥락에서 일탈하고 전복해 오히려 주도해 가는 체제다. 시장사회에서 인간은 노동시장을 통해 임
05.22
생태계에서 생물 사이의 관계는 다양하다. 그 첫번째 관계는 ‘경쟁’이다. 먼저 먹이와 서식처를 차지해야 살아남는다. 생태계 경쟁의 가장 드라마틱한 사례는 탁란(托卵)이다. 특정 종류의 새가 다른 개체의 둥지에 알을 낳으면 그 둥지의 어미가 돌보고 알에서 나오면 먹이를 주며 키우기까지 한다. 그런데 먼저 부화한 남의 새끼는 본능적으로 아직 부화하지 않은 대리모의 알을 등으로 밀어 바닥으로 추락시킨다. 친자를 거세해 계모를 독점하려는 극한 경쟁을 보여준다. 두번째 생물 간의 관계는 ‘포식’이다. 다른 개체를 먹이로 삼는 것으로 식물을 먹는 초식동물과 다른 동물을 먹는 육식동물이 있다. 포식은 먹이가 되는 개체의 생명을 빼앗기도 한다. 세번째 생물 간의 관계는 ‘기생’이다. 다른 개체를 먹이로 삼지만, 포식과 달리 먹이 개체에 큰 손상을 주지 않고 먹이 개체가 만든 영양물질을 활용해 살아간다. 여기에 기생인지 포식인지 애매한 동충하초 같은 균류도 있다. 네번째 관계는 악어와
05.20
바이든의 재선인가, 트럼프의 컴백인가? 5개월 보름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은 전세계의 관심사다. 누가 당선되는가에 따라 향후 국제질서와 세계경제 판도는 크게 달라진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양자대결은 바이든 46%, 트럼프 46%로 동률이다.(3208명, 5.8~15, 로이터/입소스) 그러나 미 대선은 전국 득표율보다 경합주 판세가 중요하다. 경합주는 러스트벨트(Rust Belt)의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와 선벨트(Sun Belt)의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스트벨트 3개 주에서 승리하면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 여기서 이기지 못하면 선벨트에서 만회해야 한다. 현재 경합주 판세는 트럼프가 우위에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The Hill)’에 의하면 러스트벨트 3개 주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에 1~3%p 앞서고 선벨트 3개 주는 트럼프가 3~6%p 이상 우세다. 무엇이 판세를 움직일까? 바이든 트럼프 모두 정치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미 유권자가 체감하는
05.17
철옹성이 무너졌다. ‘그들만의 52년 리그’는 산산조각 났다. 끼리끼리 아랫목을 넘겨주던 ‘오만한 레거시’는 끝났다. 최소 3년은 그렇다. 그 자리를 되찾으려면 몸부림쳐야 한다. 성과와 비전과 신뢰를 보여줘야 가능하다. 세상은 휙휙 변하는데 그럴 것 같지도 않다. 고답적 연구, 무딘 현실감각, 연줄 실타래가 그런 우려를 낳는다. 바로 대한민국 교육학자들 얘기다. 공석이던 한국교육개발원(KEDI) 원장이 바뀌었다. 문재인정부가 임명한 류방란 전 원장이 물러난 지 6개월 만의 일이다. 1972년 KEDI 설립 이래 처음으로 경제학자가 수장이 됐다. 제20대 KEDI 원장으로 취임한(4월 29일) 고영선 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 재정·사회개발연구부장, 연구본부장, 부원장을 거쳤다. 박근혜정부 시절 국무조정실 국무 2차장과 고용노동부 차관을 지냈다. 아무리 뜯어봐도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05.16
지난 14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상품에 강력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함으로써 이젠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세계가 숨죽이고 바라보는 형국이다. 몇년 전부터 보호주의 먹구름이 잔뜩 끼었던 불안한 세계 정치경제에 본격적으로 폭우가 쏟아져 내리는 불행이 닥칠지 걱정이다. 이번에 미국이 발표한 일련의 조치는 양국 간 본격적으로 관세전쟁을 벌이겠다는 선전포고와 같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중국의 전기자동차 수출에 대해 현재 25%의 관세를 100%로 올리겠다는 충격적인 조치가 대표적이다. 특정상품에 대해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정책은 자유무역을 기본이념으로 하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의 국제질서를 부정하는 셈이다. 미국이 주도해서 만들어낸 80년의 전통을 스스로 깨부수는 모양이다. 하물며 자동차산업처럼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발전해 온 상징적 부문에서 취한 조치이기에 놀라울 따름이다. 100%의 관세란 아예 수입을 금지하겠다는 말과 다름없기 때
05.13
조선시대 신문고(申聞鼓)는 국가가 국민 의사를 수렴하는 창구의 대명사였다. 최초 이름은 등문고(登聞鼓)였다. 북을 두드려(鼓) 국민이 억울함을 말하고(申), 국가가 듣는(聞) 제도다. 조선시대 신문고는 재판에 불만이 있는 경우에도 두드려졌다. 무고를 목적으로 신문고를 치면 처벌됐다.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의 지지를 받는 국가만이 존속할 수 있다는 이념을 배경으로 한다. 원칙없이 국민에 끌려다니는 정부도 문제이지만 국민의 입을 막고 국민의 소리에 귀 막은 정부는 성공할 수 없다. 현대판 신문고로 불렸던 청와대 국민청원은 문재인정부 때 운영되었던 국민의사 수렴창구다. 미국 오바마정부의 ‘위더피풀’이 그 모델이다. 국민 누구든 국정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 정부가 답변을 해야 했다. ‘잊혀진 권리’로 인식되던 헌법의 청원권을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정부 임기 5년 동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약 110만건 이상의 청원이 올라
05.10
고대 그리스신화의 ‘이카루스의 날개’에서 미루어 짐작컨대 이미 기원전부터 사람들은 새처럼 하늘을 날고자 하는 욕망을 끊임없이 분출했던 것 같다. 물론 비행에 대한 기초이론과 형태는 16세기 초에 와서야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의해 정립되었고, 이후로도 많은 사람들의 도전을 거쳐 마침내 1903년 인류역사 최초로 라이트 형제에 의해 날아오를 수 있었다. 비행기는 사람과 물자를 운송하는 수단으로 현대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소다. 그러나 아직까지 비행기는 이착륙을 위한 별도의 공항시설을 갖추어야 하고 조종사 역시 특별한 직업군으로 분류되고 있어 일반인에게는 마치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질 수 있다. 조종사의 직접 탑승 없이 지상에서 원격조종 혹은 사전에 프로그램된 경로를 따라 자동 혹은 반자동으로 자율비행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UAV, Unmanned Aerial Vehicle)는 이미 1918년에 개발되고 실증에 성공했지만 최근에 들어서야 각광을 받았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05.09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례없는 출산율(0.72)이 기록되면서 저출산정책 자체가 무용지물인 상황에 이르렀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출산이나 육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로 대응해왔다. 과연 이러한 정책들이 적실하고 타당성 높은 내용으로 구성되었는가를 숙고해야 할 시점이다. 여기서는 일본의 한 지표를 통해 출산율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시각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희망출생률’이라는 지표가 있다. ‘젊은 세대의 결혼 임신 출산의 희망이 실현되었을 때 나타나는 출생률’로 정의된다.‘희망’이란 출산율과 관련된 결혼이나 자녀를 갖고자 하는 마음과 그 실현 예상을 합친 개념이다. 결혼하고 싶다, 아이를 갖고 싶다는 희망과 함께 이상적인 자녀수를 가질 것이라는 예상도 포함되어 있다. 희망출생률은 이러한 개념들을 산식으로 구성해 수치화한다. 이 지표는 지방소멸론을 주장한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대신이 인구급감을 멈추는 최우선 과제로 국민의 희망출생률을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에
05.08
윤석열정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영수회담이 있었으나 정국의 변곡점이 되지 못하고 불신의 벽만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여권의 대참패로 귀결된 선거결과에서 국정기조와 당정관계의 변화의 가능성을 기대했지만 여야 대치가 완화되거나 상호존중의 정치문화가 등장할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대통령의 ‘태도’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야당이 꺼리는 친윤의 중심인 정진석 의원으로 정해졌다. 국무총리 인선을 봐야 알겠지만 영수회담 때 윤석열 대통령이 논의의 테이블에 올리지 않은 걸 볼 때 중도적이며 통합 이미지를 갖는 인사가 내정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여당 역시 마찬가지다. 전대미문의 대참패를 맛본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여소야대를 민주화 이후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정국구도로 보는 것 같다. 황우여 전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하고,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로 거론됐던 사실만 봐도 그렇다. 게다가 비대위의 성격을 ‘관리형’ ‘실무형’으로 규정했다. 선거 참패의 원인을 찾
05.03
삼성의 갤럭시24 시리즈는 ‘첫 AI 스마트폰’이라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 골자는 인터넷 연결 없이도 스마트폰 자체적으로 챗GPT와 비슷한 통번역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디바이스 자체에서 챗GPT같은 강력한 AI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온 디바이스(on-device) AI 라고 한다. 갤럭시24 시리즈의 흥행 성공으로 애플과 구글도 서로 온 디바이스 AI를 차기 아이폰과 픽셀폰 등에서 선보이려고 하고 있다. 어차피 챗GPT 같이 서버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인터넷을 통해서 사용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디바이스 자체에 AI기능을 넣으려고 하는 것일까? 온 디바이스 AI에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AI기능을 활용하기 위해 데이터를 서버로 전송하지 않고 장치에 남아있기 때문에 민감한 사용자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둘째, 디바이스 자체에서 데이터를 직접 처리함으로써 데이터를 원격 서버로 전송하고 다시 받아오는데 걸리는 지연시간을 획기적으로
05.02
윤석열 대통령 취임 2년 만에 이뤄진 여야 영수회담이 싱겁게 끝났다. 결과의 시시함에 반해 (친)야권 진영의 비판은 꽤나 매섭다. 총선에서 대패했으면 국정기조를 바꿔야 하는 데 그럴 기색을 전혀 볼 수 없다는 게 골자다. 총선 이전과 마찬가지로 국정운영에 있어서 독단-독선-독주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중평이다. 대통령 가족(김건희 여사) 비리 의혹,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이태원 참사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통과와 이를 위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자제, 그리고 민생회복 지원금 실시 여부 등 시시비비와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여러 의제들에 대해 윤 대통령이 수용불가라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는 설명(변명)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실이나 더불어민주당의 회담 준비 양상을 보면 쟁점 사안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는 게 딱히 목적인 회담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퇴장하는 기자들을 다시 불러 자신의 요청 의제 및 사항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윤
04.29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통제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로 정의된다.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개인정보를 수집·처리하는 국가의 개인에 대한 감시능력은 현저히 증대된다. 따라서 이러한 개인정보의 노출 위험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고 개인의 자기정보에 대한 결정의 자유를 구현하기 위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기본권으로서 정립되었다. 지난 목요일에 헌법재판소가 중요한 결정들을 많이 쏟아냈는데 필자는 코로나 관련 이태원 기지국 접속자 정보수집사건에 대한 헌재결정에 눈길이 간다.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조항은 질병관리본부장 등으로 하여금,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의료기관, 법인이나 개인 등에 대하여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및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요청을 받은 국민은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04.26
지난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세계 192개국 약 10억명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기념일이다. 올해 세계의 공통 주제는 ‘지구 대 플라스틱(Planet vs Plastics)’이다. 플라스틱 생산량은 최근 수십년 새 급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세계 플라스틱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2억3000만톤이었던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9년 4억6000만톤으로 증가했고, 2060년 12억3100만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플라스틱 폐기물의 9%만 재활용되고 나머지 대부분은 환경에 축적되는 등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갈수록 심각하다. 지난해 국내 유명 회사의 과자에서 하루 평균 섭취량의 70배에 달하는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됐다. 연초에는 1리터 생수에서 약 24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결과가 발표돼 큰 충격을 줬다. 이제 미세플라스틱은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상존하고 있다. 근래에
04.25
‘한강의 기적’으로 불린 한국식 발전 모델이 흔들리고 있거나 수명이 다했다는 외신 보도를 최근 자주 접한다. 한때 경제성장과 민주화라는 두 가지 난제를 단기간에 달성해 후발 국가의 롤 모델이 됐던 나라가 이제 단기간에 쇠락한 국가로서 또 하나의 드문 사례를 남길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을 하곤 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한국 경제 상황을 자세히 분석하면서 값싼 에너지와 노동력에 의존한 국가 주도 성장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보도했다. 국내 언론은 이를 비중 있게 소개하면서 대체로 뼈아픈 지적이라고 논평했다. FT가 꼽은 우리 경제의 위기 요인은 새삼스러울 게 없는 내용이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저출생 고령화 문제, 낮은 노동 생산성, 기반기술 부족 등 그동안 국내에서도 숱하게 지적돼온 것들이다.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부문에서도 한국의 민주주의 후퇴 또는 기반 약화를 지적하는 외신 보도가 잦다. 지난 10일 프랑스 르몽드는 한국 총선 소식을 전하면서 “독재적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