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2024
이사가 주주에 대해 충실의무를 부담해야 하는가? 최근 우리 회사법의 가장 큰 논란거리가 된 이 문제는 회사의 주인이 누구인지라는 기업지배구조 문제에서 비롯된다. ‘회사의 진정한 주인은 잔여재산 분배권자인 주주이고 이사는 주주의 대리인 또는 수탁자에 불과하므로 이사는 주주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주우선주의(shareholder supremacy)를 받아들인다면 이사가 주주에 대해 충실의무를 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공리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주주우선주의가 가정하는 것처럼 회사와 주주가 서로 일치하는 이해관계를 가지는 경제공동체라고 한다면 이사가 회사 이익 극대화를 통해 주주 이익도 극대화할 수 있게 되므로 이사가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넘어서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의는 탁상공론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회사와 주주의 이해관계가 대체로 중첩되기는 하지만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회사는 주주 외에도 대출채권자, 상거래 상대방, 근로자 등
12.13
외신에서 K-민주주의의 역동성을 칭찬하는 보도가 이어지자 국내에서는 문학, 영화나 음악 등에서 최근 세계적 인기를 끄는 다양한 K-현상이 정치까지 확산했다고 자부하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아직은 성급한 결론이다. 계엄령을 통한 내란 시도는 일단 실패했으나 우리는 여전히 심각한 헌정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무려 반세기 가까이 지났는데 2024년 왜 친위쿠데타라는 황당한 사건이 일어난 것일까. 가장 커다란 책임은 ‘내란의 우두머리’로 언론을 오르내리는 윤석열 대통령에 있다. 그는 쿠데타가 성공할 수 있다는 비현실적 사고를 할 정도로 정신상태가 병든 것일까. 알코올이라는 약물에 항상 심신을 맡겨 환각상태에서 직무를 수행해 온 것일까. 대통령 개인의 책임은 문제의 한가운데 있지만 이런 대통령이 사고를 치도록 방치한 시스템도 이번 쿠데타의 중요한 요인이다. 많은 사람은 권력 집중의 제도라며 대통령제를 비난한다. 그러나 제도를 탓하는 태도는 무지에서 비롯된다. 의회
12.11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검찰의 납득할 수 없는 사건 처리가 더욱 노골적이고 심각해져서 국회가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지휘부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하자 오히려 검사들은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증거와 법리에 따라 기소했으므로 탄핵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선 검사의 집단적 반발은 집단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위반죄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교사들을 이 죄로 기소해 유죄를 받아냈다. 같은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처벌받고 검사들은 수사조차 받지 않는 상황이 검사들의 눈에는 법과 원칙에 부합한가. 그동안 검찰이 보여준 사건 처리 행태는 극히 편파적이고 자의적이며 정치적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실 법과 원칙의 의미는 해석하고 적용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떤 관점에서 법과 원칙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유·무죄가 달라질 수 있다. 물론 법원의 판단도 마찬가
12.09
비상계엄은 국가의 안녕과 질서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때 군이 민간 행정과 사법 기능을 대신해 통치권을 행사하는 특별한 법적조치다. 또한 전쟁 내란 대규모 재난 등 비상사태에서 공공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되는 대통령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사회·경제·과학기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계엄의 어원은 ‘군사적’이라는 뜻의 라틴어 ‘마르티아리스(Martialis)’와 법을 뜻하는 ‘렉스(Lex)’에서 파생되어 ‘군사적 법’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계엄의 영어표현 ‘마르티알 로(Martial Law)’는 16세기부터 사용되었다. 한자어 ‘계엄(戒嚴)’은 ‘위험한 상황에서 엄격히 통제’한다는 뜻을 가진다. 이처럼 원래는 군대가 통치권을 가지는 상태를 의미했으나 헌법이 정하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민간 통제를 대체하는 군사적 법을 의미하게 되었다. 계엄은 ‘경비계엄’과 ‘비상계엄’으로 구분되는데 경비계엄은 사회질서가 일반 행정기관만으로 치안확보가 어려울 때, 비
12.06
1987년 국민의 피와 희생의 대가로 대통령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헌법 개정에 성공했다. 1948년 헌법 제정 이후 9번째 개헌으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했다고 평가받는다. ‘실질적 민주주의’ 달성은 요원했지만 최소한의 ‘형식적 민주주의’를 성취해 낸 역사의 이정표다. 노무현 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이 있었지만 이를 헌정중단이라고 하지 않는다. 헌법 절차에 따른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고 헌법 질서 내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정치에서 쿠데타나 계엄 따위는 상상력 차원에서도 감히 운위하기 어려운 정도의 ‘민주주의의 공고화’도 이루어진 것으로 보았다. 2024년 12월 3일 심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는 이러한 진전을 졸지에 후퇴시켰다. 쿠데타 시도는 아니었지만 계엄을 통한 국면전환을 노리고 국회를 점거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친위 쿠데타’의 성격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계엄선포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12.05
로버트 퍼트남(Robert David Putnam)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는 개념을 정립해 세계적으로 확산시킨 학자다. 사회적 자본이란 건물 기계 같은 물리적 기반시설처럼 사회를 작동시키는 토대적 조건이다. 공동체 구성원 간의 협력적 네트워크,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호혜적 규범, 구성원 간에 형성된 사적·공적인 신뢰를 구성요소로 한다. 퍼트남은 다양한 저작을 통해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그중 ‘나홀로 볼링(bowling alone)’에서 미국 세대들을 비교하면서 사회적 자본의 시대적 특징과 변화상을 설명한다. 그는 1910년대부터 194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연령대를 ‘시민적 세대(Civic Generation)’로 정의했다. 그들은 청년기에 대공황(1929~1939)과 제2차세계대전(1939~1945)을 거치면서 경제적 불확실성과 국가적 존망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미국이 전쟁에 참여하면서 국가의 승리를 위해 단결하고 희생하며 개인
12.04
2024년 한해가 저물고 있다. 올 한해도 한국의 정치는 혼돈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 혼돈의 시작과 끝에 ‘양당정치의 위기와 제3세력의 소진’이 자리한다.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대략 30%대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다. 집권은 몰라도 정치세력으로 존립하는데 썩 부족하지 않은 지지율이다. 하지만 정당에게는 숫자상의 지지율보다 중요한 게 있다. 시대와 정세에 조응하는 의제와 담론, 정책의 제시다. 그런데 지지율이 의미를 가지려면 그것이 지지정당에 대한 맹목적 추종에 따른 것이거나 상대 세력에 대한 증오감에서 기인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정치이성 혹은 시민지성의 발현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맹목적 추종과 증오감에 기댄 지지율은 감정표출의 계량적 지표일 뿐 대한민국이라는 큰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정치이성 시민지성의 특정한 방향과 경향의 증거일 수 없다. 정치이성과 시민지성은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을 지향하고 전제하는 의제와 담론,
12.02
특별검사제는 국정의혹 사건이나 고위공직자 비리사건 수사에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회가 주도해 검찰청법상의 검사가 아닌 독립된 수사기구에서 수사하게 하는 제도다. 1973년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소를 그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한 법무부가 담당하는 것은 ‘이익충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당시 상원 특별위원회가 특별검사를 요구한 것이 특검제의 시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유도 의혹사건 등에 대한 특검 이후 사안별로 개별적인 특검법을 제정해 시행했다. 하지만 대형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특검 추천과 특검의 수사대상 등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반복되었다. 이런 이유로 2014년 상설특검법인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국회에 설치된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2명의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한다. 특검은 준비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60일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고 공소제기
11.29
대한민국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4년 7월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고, 2025년에는 노인이 전체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고 발표했다. 80세 이상 초고령 노인도 꾸준히 증가해 2040년 31%에 도달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이 직면할 수 있는 빈곤 질병 고독 무위의 4고(苦) 중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빈고(貧苦)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2022년 연금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연금을 받고 있는 비율은 90.5%이며 월평균 연금액은 65만원에 그쳤다. 이 금액은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개인 노후 최소생활비 124만원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2022년 기준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3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다른 OECD 선도국에 비해 국민연금 제도가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돼 연금액이 적은 것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생활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노인들의
11.28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1000일을 넘겼다. 그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에서 발생한 사상자가 1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어린이 589명(11월 14일 기준)과 3만1000명의 군인이 사망했다. 2차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암울한 전쟁이다. 우크라이나에서 678만5900명의 난민이 발생했고 전쟁 피해액만 해도 1520억달러(약 211조원)에 이른다. 추산하는 재건 및 복구비용은 4860억달러(약 675조원)로 우크라이나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8배에 달한다. 여기에 미국은 611억달러(약 85조원), 독일·영국 등 유럽 9개국은 505억달러(약 70조원)의 군사비를 지원했다. 경제 또한 무너져 우크라이나 재정 규모가 1/3로 줄었고, 영토도 1/5이나 러시아에 빼앗겼다. 하루 전투 비용도 1950억원씩 들어간다고 한다. 폭력과 살상, 경제 파괴 이것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비극적인 앞 얼굴이다.
11.27
결코 새로운 주제가 아니다. 많은 논객이 이러저러한 시각에서 다양하게 다루어 온 주제다. 그래도 거듭 곱씹어 봐야 할 주제다. 곱씹어 볼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면서 새로운 과제를 떠올리게 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가까운 지인 중에는 의외로 민심대폭발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로 믿는 경우가 꽤 여럿 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2016년 가을 촛불항쟁 폭발을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 이들은 지금의 윤석열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그에 따른 국민 지지율 모두가 2016년 가을 박근혜정부 때보다 훨씬 심하다고 본다. 정부를 향한 민심의 분노 정도가 훨씬 강렬한 만큼 폭발은 필연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민심은 얼음장처럼 차갑기 그지없다. 요지부동이다. 왜 그럴까? 원인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게 과학적 분석이다. 세 가지 지점에서 인과관계를 파헤쳐보자. 먼저 젊은 청년세대 동향이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청년세대는 역사의 고비마다 선두에 나서 돌파했다. 일제 강점기
11.25
30년 만에 독일 경제가 다시 ‘환자’로 조롱받고 있다. 1990년 당시 평화통일 샴페인을 터트리면서 축제를 할 때부터 독일경제가 위기에 처하기 시작했다. 동서독 격차로 인해 천문학적 통일비용과 더불어 과도한 복지로 경제가 휘청하기 시작한 것이다. 1998년 통일의 주역 헬무트 콜 총리가 물러나고 중도좌파인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집권했다. 당시 독일경제는 ‘유럽의 환자’라고 영국 등 주변국과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으로부터 조롱을 받았다. 슈뢰더 총리는 승부수로 ‘아젠다 2010’과 ‘하르츠 4’라는 구조개혁의 칼을 빼어들었다. 사민당 지지층으로부터 욕설을 들으면서도 그는 복지축소와 경제개혁을 성공시켰다. 이후 독일경제는 다시 비상하기 시작했고 그 과실을 후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따 먹었다. 지금의 독일경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30년 전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진단한다. 증세를 살펴보면 2018년과 비교해 지난해 매출액이 독일경제의 중심축인 자동차산업이 -1
11.2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선고가 내려졌다. 예상보다 중형이 나왔다는 평가다. 오는 25일에는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가 예정되어 있다. 공직선거법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에 정치권뿐만 아니라 법조 전문가들은 검사 사칭 위증교사 혐의가 이 대표에게 더 부담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에 대한 징역형 선고 직후 장외규탄집회에서 “나는 살아있다”고 지지층들을 안심시켰지만 위증교사 재판에서 유죄선고가 내려진다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변환경은 달라진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한성진 판사 재판부의 판결문 내용이 매우 꼼꼼하고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2심 항소심에서 1심 결과를 뒤집기가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법조계 분석까지 나온다. 여기에 지난 19일 경기도 법인카드유용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되면서 이 대표의 재판 리스크는
11.21
4.19혁명은 4.25대학교수단시위가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 시국선언에 이어 ‘학생의 피에 보답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인 교수들의 행동은 계엄령 선포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던 대규모 시위에 다시 불을 붙였다. 대학교수단 시국선언 이틀 후 이승만정권은 붕괴했다. ‘1987년 체제’와 ‘촛불정권’ 탄생 과정에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기름과 나침반 역할을 한 것도 비슷한 예다. 1986년 3월부터 시작된 대학교수들의 직선제 개헌 요구 시국선언은 6월항쟁과 6.29선언으로,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시국선언은 촛불항쟁과 탄핵으로 각각 실현됐다. 현대사의 큰 고비마다 등장했던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 러시가 최근 다시 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0월 28일 가천대를 시작으로 한국외대 한양대 숙명여대 인천대 전남대 충남대 가톨릭대 목포대 아주대 경희대 공주대 남서울대 고려대 국민대 대구대 안동대 전주대 경북대 중앙대 등으로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민
11.20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6월 ‘지방소멸 2024: 광역대도시로 확산하는 소멸위험’을 통해 부산이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정책은 여전히 기존의 획일화된 개발 및 공동체의 위기를 초래했던 ‘개발-성장’ 모델을 따르며 핵심적인 인문학적 성찰을 놓치고 있다. 개발과 성장이라는 시대정신이 초래한 결과가 바로 지방소멸 현상인데도 그 극복 대안은 여전히 경제발전 담론으로 수렴되어 지방이라는 공간은 사유와 성찰의 장이 아닌 계획과 개발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대도시인구를 먹여 살리는 농어촌 지방이 오히려 대도시에 식민화되는 역설이 초래되었으며, 이는 지방소멸의 위기가 발생하게 된 주요인이 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경제적 부(富)와 공간적 빈(貧)이라는 참 불편한 모순의 공존이 목도되었기에 분명 이러한 딜레마를 직시하고 숙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대응책들은 다양한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11.18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신외감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5년이 되었다. 신외감법은 기업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감사보고서 품질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며, 다수의 연구 결과 이러한 목표는 상당 부분 달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제도의 시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제도가 정착하고 본래의 효과를 지속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감사 품질은 크게 ‘전문성’과 ‘독립성’으로 결정된다. 금융당국은 이를 보장하기 위해 신외감법에 ‘등록회계법인제’와 ‘주기적 지정제’를 도입했다. 등록회계법인제는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감사인만이 상장회사를 감사할 수 있도록 해 전문성을 담보하려는 제도다. 주기적 지정제는 금융당국이 기업 감사인을 직접 지정함으로써 감사인의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설계되었다. 현재 등록회계법인은 41개이며, 이들이 상장사 감사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은 기업은 기존 자유수임제보다 더
11.15
도(道)를 설명한 말 중에 개인적으론 ‘밭둑’이 떠오른다. 밭둑은 이웃한 주인이 밟고 지나다니는 길이다. 경계선을 중심으로 이웃은 서로 자신의 땅을 한 뼘이라도 더 늘리려고 야박하게 삽질한다. 도가 있는 시대에는 밭둑이 넓어지고, 도가 없는 시대에는 밭둑이 면도날 같아진다. 서로 제 이익만 늘리려 하면 걸어다닐 공간도 없어질 정도로 둑은 좁아진다. 도는 곧 길이다. 밭둑의 넓이는 이(利)다. 이를 생각하면 의(義)를 잊는다. ‘견리망의(見利忘義)’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라는 뜻이다. 논어(論語) 헌문편(憲問篇)에는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의 ‘견리사의(見利思義)’가 있다. 이 앞에서 의를 생각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의에 앞서 이를 먼저 챙기는 게 솔직한 세상사일 수도 있다. 견리사의는 안중근 의사의 글로도 유명하다. 안중근 의사는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후 뤼순 감옥에 투옥됐을 때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
11.14
윤석열 대통령 거취가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한 분기점은 7일 기자회견이다. 임기 절반이 지났지만 취임 초부터 제기된 정책 실패와 독선 무능 오만 등이 켜켜이 쌓여 지지율 10%대가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기자회견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분수령이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보인 상상 이상의 태도와 내용은 그렇지 않아도 없던 기대마저 접게 만들었다. 이를 타개할 수 있는 길은 여전히 열려 있지만 지금까지 통치의 궤적으로 볼 때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탄핵, 임기단축 개헌, 하야 등 정치에서 금기시되는 단어들이 예사로 나오는 상황에 몰리고 말았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도 김건희특검법에 대해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게 분명하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이었다. 그는 당시는 여당이 찬성했기 때문에 합헌이고, 지금은 여당이 반대하므로 위헌이라는 모순적이며 이율배반적인 논리를 내세운다.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때 김 여사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수사를 지켜보고 미
11.13
미국 대선이 트럼프 승리, 해리스 패배로 결말이 났다. 트럼프는 당선에 필요한 270명을 넘는 31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226명의 선거인단에 그친 해리스를 제쳤다. 전국 득표율도 트럼프 50.5%, 해리스 48%로 트럼프가 2.5%p 앞섰다. 전체 득표수는 트럼프 7465만표, 해리스 7092만표다. 트럼프의 득표수는 2020년 대선 득표수 7422만표와 큰 차이가 없다. 해리스의 득표수는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득표수 8128만표에 비해 1036만표 이상 줄었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지지가 이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에 대한 지지가 4년 전 대비 1000만표나 줄었기 때문에 승부가 정해졌다. 민주당 정권에 대한 실망이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승리라는 정치적 반사이익으로 나타난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는 4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고 견고하다. 트럼프가 주창하는 ‘미국우선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결집력이 여전히 강하고 트럼프 개인의 리
11.11
검찰이 무너졌다. 공정과 법치를 외치며 범죄 앞에 정의를 세우겠다던 검찰이 또 정치권력에 굴복했다. 아무리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전직 검사이지만 이건 아니다. 국가가 대통령 부부, 그리고 그들과 친분을 공유하는 사람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도대체 검찰은 누구를 위한 조직인가. 검찰은 4년을 끌며 수사해오던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불기소결정을 했다. 검찰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숙고한 결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공범의 진술과 사건 정황을 보면 설득력이 없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서울고검은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의혹 무혐의’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지만 서울중앙지검의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검찰이 자신의 조직에 비호의적인 세력으로 향했던 정치적인 수사와 기소 사례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죽음을 부른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법원의 조정에 응한 KBS 전 사장을 배임죄로 기소했다가 무죄가 나온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