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6
2026
현대사에서 미국만큼 전쟁을 많이 한 나라도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은 독립전쟁으로 탄생한 나라다. 그러면서도 침략을 당해보지 않은 특이한 나라다. 미국은 250년 역사에서 20년 정도만 전쟁을 치르지 않았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242년(1776~2018년) 역사에서 오직 16년 동안만 평화를 즐겼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카터는 2019년 4월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마라나타 침례교회 주일학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1기)과 나눈 통화 내용을 공유하며 이 같은 수치를 언급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2016년까지 전 세계 150곳 이상에서 250여 개의 전쟁이 일어났다. 이 가운데 200개 이상의 전쟁이 미국의 개입으로 발발했다는 추산도 있다. 카터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렇게 조언했다고 한다. “중국의 무서운 성장은 현명한 투자로 촉진되고 평화로 활성화했다. 1979년(미중 수교) 이후 중국은 단 한 번도 전쟁을 하지 않았다. 미국은 계속 전쟁을
04.02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안정 상황(2026년 3월)’ 보고서에는 참고자료로 ‘고위험가구 자산 및 부채현황’이 실렸다. 보고서는 고위험가구를 △차주가 보유한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상환액을 이자비용 차감전 연간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누어 계산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총부채금액을 자산평가액으로 나누어 계산한 부채자산비율(DTA)이 100%를 넘는 가구로 정의했다. 이들은 2025년 3월 기준 45만9000가구로 전년 3월 대비 18.9% 늘었고, 금융부채를 가진 가구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3.2%에서 4.0%로 늘었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고위험가구에서 청년층(20대와 30대)이 차지하는 비중과 그 변화다. 문재인정부 시기의 부동산 파동 이래 ‘영끌’이나 ‘빚투’같은 신조어들이 주로 청년층과 관련해서 제기되었고,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이 되지나 않을까하는 우려들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과를 일부라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고 할 만 하다. 우려하던대
04.01
얼마 전 현직 산림청장이 음주운전 중 사고를 내 면직됐다는 뉴스를 보면서 여러 상념이 떠오른다. 사고 다음날 청와대가 “중대한 현행 법령 위반 행위를 해 물의를 야기한 사실을 확인하고 대통령이 직권면직 조치했다”고 발표한 점에 별 이의는 없다. 중대한 법령 위반이 음주운전이라는 구체적 사실은 발표 내용에 없었지만 언론 취재에 확인해 주는 방식으로 국민에 알린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김인호 당시 청장이 운전하는 차량이 버스와 승용차 2대를 잇달아 들이받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까지 칠 뻔한 영상이 가감없이 미디어에 공개돼 사고에 대한 의문은 말끔히 해소됐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우선 왜 차관급 기관장이 나라에서 제공한 기사와 차량을 굳이 마다하고 직접 자기 차 운전대를 잡았을까 하는 의문이다. 사고가 금요일 오후 10시 50분 성남시 분당구 네거리에서 발생한 걸로 보아 세종청사에서 근무를 마친 뒤 성남 자택 인근에서 사적모임 자리를
03.31
아침마다 오르는 동네 산에 지난 주말부터 진달래가 꽃피기 시작했다. 잎도 피기 전 마른 가지에 피는 분홍색 진달래꽃은 서정적이다. '바위 고개 핀 꽃 진달래 꽃은/우리 님이 즐겨즐겨 꺾어 주던 꽃/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일제 치하 나라 잃은 서러움이 배어나는 애잔한 노랫말이다. 봄비가 내린다. 이 비가 지나고 나면 지금 한창인 목련꽃도 우수수 떨어지리라. 어렸을 적 시골 동네에는 자목련이 흔했는데 요즘에는 백목련이 많아졌다. 그래서 그런지 자목련을 보면 한동안 그 앞에 서 있게 된다. 필자가 사는 전주 근교에는 한달 전부터 하얀 매화꽃이 피기 시작했다. 연이어 노란 산수유가 피고, 개나리와 목련이 거의 함께 피었다. 마당에는 하얀 수선화도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봄꽃들이 쉬는 간격 없이 거의 한꺼번에 피는 현상은 필자의 기억에는 재작년부터다. 자연이 똑 같은 패턴으로 순환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느낀다. 도널
03.30
미국 미네소타주는 프로미식축구리그(NFL) 팀 이름이 ‘바이킹스’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출신이 주 인구의 30%대에 이를 정도로 많아서다. 여기에는 아픈 사연이 있다. 전세계에 대공황이 밀어닥친 1930년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실업률이 20~30%대로 치솟았다. 스웨덴의 상황이 특히 심각했다. 대량해고와 직장폐쇄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배고픔에 지친 학생과 부녀자, 노인과 어린아이들까지 가세하면서 극단적인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수도 스톡홀름 인근 도시에서 파업하던 노동자를 지지하던 3000여명의 시위대에게 군대가 발포하면서 임산부를 포함한 5명이 사망했다. 스웨덴 사람들이 ‘오달렌 사태’로 기억하는 참사였다. 이 사태는 더 많은 파업과 시위로 이어졌고, 스웨덴 경제는 더 깊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미국 등 신대륙 이민에 나섰다. 상당수는 호수가 많은데다 겨울에
03.26
대한민국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하루 원유량은 270만~280만 배럴이다. 이중 약 70%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페르시아만 국가에서 수입된다. 200만 배럴을 적재한 초대형 유조선이 사실상 매일 한 척씩 페르시아만에서 한국을 향해 출항해야 하는 구조다. 그런데 지금 전쟁중인 미국과 이란의 긴장 속에서, 이란과 오만 사이의 좁은 병목을 통과하지 못하고 페르시아만 안에 묶여 있는 유조선 몇 척은 곧 한국 경제의 ‘며칠치 시간’이기도 하다. 비축유가 있어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지만 이란과 오만 사이 통로가 완전히 막히는 순간 상황은 곧 중대위기로 바뀐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유럽 등 전세계의 에너지 안보가 동시에 압박을 받게 된다. 그 바다 길목이 바로 호르무즈 해협이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이 해협 봉쇄 가능성은 반복적으로 거론되어 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도에서 보면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가느다란 바다 한 줄이다. 페르
03.25
중동전쟁이 세계질서를 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봉쇄되면서 군사적•경제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미국의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주요 국가들에 대한 압박 강도도 높아질 것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4일 중동전쟁 파병 문제와 관련해 “물밑에서 여러 상황에 대해 긴밀히 협력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한국은 입장이 다르다. 중동전쟁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의무이행 밖의 문제다. 다만 전통적 우방을 도와야 한다는 신뢰가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동 파병에 동의할 수는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지형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중대 사안이기 때문이다. 파병은 미국의 중동전쟁에 힘을 보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과 대척점에 서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앞마당’을 차지하도록 대문을 활짝 열어주는 격이다. 시카고대 국제정치학 석좌교수 존 J. 미어샤이머의 경고다. “국제관계에서 위기관리의 최우선 순위는 핵
03.24
비트코인 논문은 2008년 10월에 나왔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개념은 6년 뒤인 2014년에 나왔다. 암호화폐가 세간에서 뜨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말이다. 암호화폐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비트코인과 거래소 내에서 거래할 때 달러 대신 사용될 유동성 공급 수단으로서 스테이블코인(S코인)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S코인 업계 1위는 테더다. 말 그대로 코인가치를 미 달러와 1:1 형태 밧줄로 묶어 둔다(peg)는 취지다. 담보자산을 외부기관에 예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코인 발행에 들어가는 안정성을 갖는다. 겉으로는 ‘1코인=1미화 달러’라는 단순 형태지만 실제로는 다층적인 기술인프라와 금융구조가 얽혀 있다. 그런 연유로 해킹 오작동 제어실패 같은 전산오류가 발생하면 곧바로 금융위험으로 발전할 수 있는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실물담보 혹은 실물자산(국채)만으로도 S코인은 결코 스테이블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 그 유명한 사례가 테라라는 미화기반 S코인이다. 미국 법원은
03.23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왕이 될 수 있었다. 미국 독립선언 이후 장교들이 워싱턴 총사령관에게 왕이 되라고 간청했다. 1782년 5월 루이스 니콜라 대령은 워싱턴을 찾아가 아메리카의 왕 조지 1세가 돼 달라는 편지를 전달했다. ‘군 전체의 뜻’이라는 이 요청은 시대흐름으로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 세계는 모두 왕이 통치하는 시대였다. 워싱턴은 왕이 되는 걸 거부했다. 당시 헌법에 임기 제한 조항이 없었으나 그는 재선 대통령을 끝내고 물러났다. 마음만 먹었으면 종신 대통령도 가능했다. 공화정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워싱턴처럼 행동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워싱턴의 위대한 결정으로 미국은 민주적인 정치 시스템을 운영하는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2차세계대전을 겪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유일하게 4선 대통령이라는 예외 사례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는 선출된 대통령임에도 왕처럼 나라를 다스리려는 노욕으로 가득 찼다. 실제로 절대 왕인
03.19
세상에 완전무결한 법은 없다. 1804년 제정된 나폴레옹 법전은 근대 민법의 기초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지만 지금 보면 엄청나게 전근대적이다. 무엇보다 성차별의 표본이다. 아내는 남편의 보호를 받는 존재로 정의됐다. 계약을 체결하거나 재산을 처분할 때 남편의 동의가 필요했다. 프랑스의 삼색기는 자유·평등·박애를 상징한다는데 여기에 남녀평등은 없었다. 불평등 독소는 170년이 지나 1975년에 폐지됐다. 우리는 이보다도 40년 늦은 2015년에야 폐기됐다. 도둑질은 어떨까. 기원전 21세기 제정된 우르남무 법전을 보자. 가장 오래된 성문법으로 모두 57개 조항이다. 이중 30개가 전해지는데 ‘도둑질하면 죽인다’고 명문화했다. 그로부터 300년이 지나 함무라비 법전도 ‘신전이나 왕궁 재산을 훔치거나 장물을 넘겨받아도 사형’이다. 먼 옛날에는 절도가 살인과 같은 무게의 중범죄였다. 세월이 흘러 고조선의 8조법금은 절도죄에 다소 너그러워졌다. 사형 대신 노비가 되거나 50만전을 내도록
03.18
6.3 지방선거가 80일도 남지 않았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선거 열기는 뜨겁지 않다.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높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내분 등으로 지리멸렬한 상태에 빠져 민주당의 완승이 예상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치러지는 만큼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국민의힘은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1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66%로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24%에 그쳤다. 긍정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이 20%로 가장 높았고, 외교가 10%로 뒤를 이었다. 민주당도 최근 검찰개혁 등을 둘러싼 당내 이견으로 한때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 취임 이후에도 내란세력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의 1.5~
안개 자욱한 루앙프라방의 새벽, 주황색 가사의 행렬이 정적을 깨고 나타난다. 맨발이 땅에 닿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한 탁발의 행진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집 앞 낮은 방석에 앉은 할머니는 바구니를 열어 갓 쪄낸 찹쌀을 한줌씩 발우에 담는다. 말도 없고 눈길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승려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할머니는 정중히 손을 모은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여행자에게는 이 장면이 이국적인 풍경일지 모르지만 라오스의 이 도시에선 수백년 이어져 온 일상의 리듬이자 공동체를 지탱해 온 거룩한 의례다. 시민이 음식을 올리고, 승려는 필요한 만큼만 남긴 뒤 사찰 문간에서 다시 노인과 가난한 이웃, 산지에서 내려온 소수민족 아이들에게 나눈다. 수혜자의 명단도 복잡한 증빙서류도 필요 없다. 어제는 받던 사람이 오늘은 바나나 한 송이를 올리기도 한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고정되지 않는다. 음식은 순환하고, 관계는 남으며, 공동체는 이 리듬 속에서 단단히 결속되어 이어져
03.17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 천연가스(LNG)의 20%가 지나가는 ‘에너지 동맥’이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음에도 유가는 100달러를 넘보는 상황이다. 한국은 석유 수입의 70% 가까이를 중동에 의존해 국적 유조선이 통과 못 하자 도입량이 급감했다. 주유소에 가도 기름을 못 넣는 1970년대 오일쇼크의 상황이 다시 현실이 될 수 있다. 이 사태는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준다. 마치 한강 다리가 막히면 서울이 마비되듯 에너지 공급망 하나가 무너지면 국가 전체가 흔들린다. 국내 정유소는 중동산 저가 중질유에 최적화돼 당장 미국 텍사스 경질유나 영국 브렌트유를 쓰려면 효율이 떨어져 비용이 많이 들며, 정유 공장이 수시로 고장나고,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증가할 수 있다. 단순히 ‘도입선 다변화’ 구호가 아니라, 다양한 원유를 정제할 플랜트로의 개조가 필요한다. 이 개조에는 최소한 수
03.16
생명이 탄생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비효율이 만드는 역설’이라는 심오한 화두를 던진다. 유아기 뇌를 보면 초기 단계의 시냅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복잡한 망을 형성한다. 환경으로부터 쏟아지는 방대한 정보를 수용하기 위해 일단 가능한 모든 연결망을 최대한 확보해 두는 것이다. 이후 ‘시냅스 가지치기(Synaptic Pruning)’라는 심플화 과정을 통해 빈번하게 사용되는 연결은 강화하고 불필요한 연결을 제거함으로써 비로소 뇌 기능은 정교하게 최적화되고 고도의 정보 처리 능력을 갖추게 된다. 손가락이 형상화되는 과정 또한 이와 궤를 같이한다. 처음부터 다섯 손가락이 돋아나지 않고 벙어리장갑 같은 판 모양을 만든 뒤 손가락 사이 세포들이 ‘세포 사멸(Apoptosis)’로 제거되며 섬세한 마디가 형성된다. 이는 조각가가 거대한 석재의 볼륨을 먼저 확보한 후, 조각도로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며 내면의 형상을 찾아가는 과정과 동일하다. 언뜻 낭비처럼 보이는 ‘선(先) 확장 후(後)
03.12
한국은 ‘극단’의 땅이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일궈냈고, 가장 짧은 시간 내에 민주화를 달성했다. 우리는 1등, 최고, 최단기라는 ‘양(陽)의 극단’에 환호하며 질주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편 벼랑 끝에 도달했다. 합계출산율 0.8명, 그리고 혼외 출산율 2%라는 ‘음(陰)의 극단’이다. 첫번째 숫자는 단순히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뜻이나, 두 번째 숫자는 한국 사회가 ‘결혼’이라는 바늘구멍 같은 제도적 관문을 통과한 신생아만을 허용한다는 면에서 위험하다. 이는 한국 사회가 낡은 설계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 신호다. 우리가 일군 ‘한강의 기적’은 자원을 한 곳에 몰아넣는 극단적인 효율화의 산물이었다. 생태계 원리는 냉혹하다. 특정 요소의 극단적인 비대화는 다른 부분의 결핍과 희생을 불러온다. 경제 지표가 양의 극단을 향해 치솟는 동안, 한국인 재생산의 유연성과 인구 규모는 음의 극단으로 곤두박질쳤다. 우리는 현재라는 ‘땔감’을 얻기 위
03.11
6월 지방선거가 80여일 남은 시점에서 정당들은 본격적인 선거 채비에 나섰다. 민주당은 강원도(우상호), 인천(박찬대), 경남(김경수) 등에 대한 단수공천을 확정짓고 나머지 지역은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각각 50% 반영한 경선방식으로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윤 어게인’ 반대를 결의하면서 선거를 앞두고 이미지 쇄신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까지 정치구도상 여당인 민주당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대통령 지지도가 60% 내외로 안정적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의 1.5~2배로 나타난다. 국민의힘은 내란세력 청산 프레임이 지배적인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공천후보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낮은 정당 지지도로 공천후보의 자질이 낮아지고 결국은 당선가능성이 더 낮아지는 악순환이 국민의힘이 처한 작금의 상황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관심 있는 부분이 선거연합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진보진영과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보수진영의 선거연합이 어느 정도 수준에
03.10
불과 5년 전만 해도 “노화를 극복해서 수명을 150세까지 연장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필자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우리 생애에는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답을 많이 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 이제는 그런 일이 내 생애에 일어나도 놀랍지 않다고 답을 하게 된다. 엄청난 기술의 진보가 우리의 상상력의 속력을 넘어설 정도로 질주하고 있어 가히 지식의 쓰나미라고 할 만하다. 그런 경향을 가속화하는 것이 인공지능(AI)이다. 실제로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AI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항노화물질을 디자인하고 실험하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으니 가히 상전벽해이다. 요즘 대학 강의실의 풍경을 고백해 본다. 필자는 지난 30년간 생명과학의 핵심적인 전공과목을 강의해왔다. 강의를 하고 질문을 받고 함께 지식의 바다를 헤엄쳐 나왔다. 강의실을 나설 때면 힘들기보다 기운이 오히려 차오르는 느낌이 들어 ‘천상 선생이 체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의 강의실 풍경은 사뭇 다르다.
03.09
대학의 봄은 졸업식·입학식과 함께 온다. 2월 하순 졸업 시즌에 이어 3월 초 입학식, 1학기 개강이 이뤄지며 캠퍼스는 기대와 설렘이 충만해진다. 그런데 요즘 졸업식과 입학식은 예전 같지 않다. 졸업식은 냉랭한 취업전선 탓에, 입학식은 미래사회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졸업 시즌에 임박해 발표된 1월 고용통계는 청년고용 빙하기를 예고했다.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3.6%. 2021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다. 전 연령대 평균 고용률(61.0%)과 크게 차이 난다.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이 46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5000명 늘었다. 청년층 고용시장 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과 비용부담에 경력직·수시채용으로 전환하며 신입 공채를 줄인다. 그 결과 대학을 졸업한 뒤 첫 직장을 얻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고,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도 많아진다. 게다가 인공지능(AI) 활용이 확산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로 청년층이 선호해온
03.05
지난 2월 3일 뉴욕증시에서 주요 소프트웨어 업체의 주가가 14~20% 정도 하락하면서 대략 400조원이 날아갔다. 그 전달에 인공지능(AI)업체 앤트로픽(Anthropic)이 시장에 내놓은 ‘클로드 코워크’가 준 충격으로 해석되었다. 월스트리트는 이를 두고 ‘사스포칼립스’라고 불렀다. 사스포칼립스는 AI가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산업의 종말(apocalypse)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 신조어다. 앤트로픽이 내놓은 클로드 코워크가 기존의 소프트웨어보다 성능이 좋아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자체가 필요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구글드라이브나 G메일 등을 스스로 알아서 직접 읽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식이다. 개별 소프트웨어를 일일이 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또 한편 2월 23일에는 월스트리트의 시장분석업체 시트리니리서치가 공개한 보고서 ‘2028 글로벌 인텔리전스 위기’가 다우지수를 800포인트 이상 급락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의
세계 원유수송의 동맥이자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돼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선제 공습으로 수세에 몰리면서도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까지 동원해 가면서 보복에 나서는 한편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맞대응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폭 50km 안팎의 좁은 해로로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넘는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요충지다. 특히 유조선이 페르시아만에 진입할 때 이란 영해를 통과해야 해 이란의 군사적 봉쇄에 취약하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장기화 등 사태 악화 땐 세계 경제 '시계 제로'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장중 80달러 선을 돌파하는 등 국제유가가 폭등세를 보였다.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사태가 악화할 경우 국제 유가가 120~130달러 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물가급등을 비롯해 기업 수익성 악화와 성장둔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