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6
2026
대한민국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하루 원유량은 270만~280만 배럴이다. 이중 약 70%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페르시아만 국가에서 수입된다. 200만 배럴을 적재한 초대형 유조선이 사실상 매일 한 척씩 페르시아만에서 한국을 향해 출항해야 하는 구조다. 그런데 지금 전쟁중인 미국과 이란의 긴장 속에서, 이란과 오만 사이의 좁은 병목을 통과하지 못하고 페르시아만 안에 묶여 있는 유조선 몇 척은 곧 한국 경제의 ‘며칠치 시간’이기도 하다. 비축유가 있어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지만 이란과 오만 사이 통로가 완전히 막히는 순간 상황은 곧 중대위기로 바뀐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유럽 등 전세계의 에너지 안보가 동시에 압박을 받게 된다. 그 바다 길목이 바로 호르무즈 해협이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이 해협 봉쇄 가능성은 반복적으로 거론되어 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도에서 보면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가느다란 바다 한 줄이다. 페르
03.25
중동전쟁이 세계질서를 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봉쇄되면서 군사적•경제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미국의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주요 국가들에 대한 압박 강도도 높아질 것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4일 중동전쟁 파병 문제와 관련해 “물밑에서 여러 상황에 대해 긴밀히 협력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한국은 입장이 다르다. 중동전쟁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의무이행 밖의 문제다. 다만 전통적 우방을 도와야 한다는 신뢰가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동 파병에 동의할 수는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지형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중대 사안이기 때문이다. 파병은 미국의 중동전쟁에 힘을 보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과 대척점에 서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앞마당’을 차지하도록 대문을 활짝 열어주는 격이다. 시카고대 국제정치학 석좌교수 존 J. 미어샤이머의 경고다. “국제관계에서 위기관리의 최우선 순위는 핵
03.24
비트코인 논문은 2008년 10월에 나왔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개념은 6년 뒤인 2014년에 나왔다. 암호화폐가 세간에서 뜨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말이다. 암호화폐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비트코인과 거래소 내에서 거래할 때 달러 대신 사용될 유동성 공급 수단으로서 스테이블코인(S코인)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S코인 업계 1위는 테더다. 말 그대로 코인가치를 미 달러와 1:1 형태 밧줄로 묶어 둔다(peg)는 취지다. 담보자산을 외부기관에 예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코인 발행에 들어가는 안정성을 갖는다. 겉으로는 ‘1코인=1미화 달러’라는 단순 형태지만 실제로는 다층적인 기술인프라와 금융구조가 얽혀 있다. 그런 연유로 해킹 오작동 제어실패 같은 전산오류가 발생하면 곧바로 금융위험으로 발전할 수 있는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실물담보 혹은 실물자산(국채)만으로도 S코인은 결코 스테이블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 그 유명한 사례가 테라라는 미화기반 S코인이다. 미국 법원은
03.23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왕이 될 수 있었다. 미국 독립선언 이후 장교들이 워싱턴 총사령관에게 왕이 되라고 간청했다. 1782년 5월 루이스 니콜라 대령은 워싱턴을 찾아가 아메리카의 왕 조지 1세가 돼 달라는 편지를 전달했다. ‘군 전체의 뜻’이라는 이 요청은 시대흐름으로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 세계는 모두 왕이 통치하는 시대였다. 워싱턴은 왕이 되는 걸 거부했다. 당시 헌법에 임기 제한 조항이 없었으나 그는 재선 대통령을 끝내고 물러났다. 마음만 먹었으면 종신 대통령도 가능했다. 공화정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워싱턴처럼 행동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워싱턴의 위대한 결정으로 미국은 민주적인 정치 시스템을 운영하는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2차세계대전을 겪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유일하게 4선 대통령이라는 예외 사례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는 선출된 대통령임에도 왕처럼 나라를 다스리려는 노욕으로 가득 찼다. 실제로 절대 왕인
03.19
세상에 완전무결한 법은 없다. 1804년 제정된 나폴레옹 법전은 근대 민법의 기초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지만 지금 보면 엄청나게 전근대적이다. 무엇보다 성차별의 표본이다. 아내는 남편의 보호를 받는 존재로 정의됐다. 계약을 체결하거나 재산을 처분할 때 남편의 동의가 필요했다. 프랑스의 삼색기는 자유·평등·박애를 상징한다는데 여기에 남녀평등은 없었다. 불평등 독소는 170년이 지나 1975년에 폐지됐다. 우리는 이보다도 40년 늦은 2015년에야 폐기됐다. 도둑질은 어떨까. 기원전 21세기 제정된 우르남무 법전을 보자. 가장 오래된 성문법으로 모두 57개 조항이다. 이중 30개가 전해지는데 ‘도둑질하면 죽인다’고 명문화했다. 그로부터 300년이 지나 함무라비 법전도 ‘신전이나 왕궁 재산을 훔치거나 장물을 넘겨받아도 사형’이다. 먼 옛날에는 절도가 살인과 같은 무게의 중범죄였다. 세월이 흘러 고조선의 8조법금은 절도죄에 다소 너그러워졌다. 사형 대신 노비가 되거나 50만전을 내도록
03.18
6.3 지방선거가 80일도 남지 않았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선거 열기는 뜨겁지 않다.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높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내분 등으로 지리멸렬한 상태에 빠져 민주당의 완승이 예상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치러지는 만큼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국민의힘은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1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66%로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24%에 그쳤다. 긍정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이 20%로 가장 높았고, 외교가 10%로 뒤를 이었다. 민주당도 최근 검찰개혁 등을 둘러싼 당내 이견으로 한때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 취임 이후에도 내란세력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의 1.5~
안개 자욱한 루앙프라방의 새벽, 주황색 가사의 행렬이 정적을 깨고 나타난다. 맨발이 땅에 닿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한 탁발의 행진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집 앞 낮은 방석에 앉은 할머니는 바구니를 열어 갓 쪄낸 찹쌀을 한줌씩 발우에 담는다. 말도 없고 눈길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승려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할머니는 정중히 손을 모은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여행자에게는 이 장면이 이국적인 풍경일지 모르지만 라오스의 이 도시에선 수백년 이어져 온 일상의 리듬이자 공동체를 지탱해 온 거룩한 의례다. 시민이 음식을 올리고, 승려는 필요한 만큼만 남긴 뒤 사찰 문간에서 다시 노인과 가난한 이웃, 산지에서 내려온 소수민족 아이들에게 나눈다. 수혜자의 명단도 복잡한 증빙서류도 필요 없다. 어제는 받던 사람이 오늘은 바나나 한 송이를 올리기도 한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고정되지 않는다. 음식은 순환하고, 관계는 남으며, 공동체는 이 리듬 속에서 단단히 결속되어 이어져
03.17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 천연가스(LNG)의 20%가 지나가는 ‘에너지 동맥’이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음에도 유가는 100달러를 넘보는 상황이다. 한국은 석유 수입의 70% 가까이를 중동에 의존해 국적 유조선이 통과 못 하자 도입량이 급감했다. 주유소에 가도 기름을 못 넣는 1970년대 오일쇼크의 상황이 다시 현실이 될 수 있다. 이 사태는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준다. 마치 한강 다리가 막히면 서울이 마비되듯 에너지 공급망 하나가 무너지면 국가 전체가 흔들린다. 국내 정유소는 중동산 저가 중질유에 최적화돼 당장 미국 텍사스 경질유나 영국 브렌트유를 쓰려면 효율이 떨어져 비용이 많이 들며, 정유 공장이 수시로 고장나고,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증가할 수 있다. 단순히 ‘도입선 다변화’ 구호가 아니라, 다양한 원유를 정제할 플랜트로의 개조가 필요한다. 이 개조에는 최소한 수
03.16
생명이 탄생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비효율이 만드는 역설’이라는 심오한 화두를 던진다. 유아기 뇌를 보면 초기 단계의 시냅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복잡한 망을 형성한다. 환경으로부터 쏟아지는 방대한 정보를 수용하기 위해 일단 가능한 모든 연결망을 최대한 확보해 두는 것이다. 이후 ‘시냅스 가지치기(Synaptic Pruning)’라는 심플화 과정을 통해 빈번하게 사용되는 연결은 강화하고 불필요한 연결을 제거함으로써 비로소 뇌 기능은 정교하게 최적화되고 고도의 정보 처리 능력을 갖추게 된다. 손가락이 형상화되는 과정 또한 이와 궤를 같이한다. 처음부터 다섯 손가락이 돋아나지 않고 벙어리장갑 같은 판 모양을 만든 뒤 손가락 사이 세포들이 ‘세포 사멸(Apoptosis)’로 제거되며 섬세한 마디가 형성된다. 이는 조각가가 거대한 석재의 볼륨을 먼저 확보한 후, 조각도로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며 내면의 형상을 찾아가는 과정과 동일하다. 언뜻 낭비처럼 보이는 ‘선(先) 확장 후(後)
03.12
한국은 ‘극단’의 땅이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일궈냈고, 가장 짧은 시간 내에 민주화를 달성했다. 우리는 1등, 최고, 최단기라는 ‘양(陽)의 극단’에 환호하며 질주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편 벼랑 끝에 도달했다. 합계출산율 0.8명, 그리고 혼외 출산율 2%라는 ‘음(陰)의 극단’이다. 첫번째 숫자는 단순히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뜻이나, 두 번째 숫자는 한국 사회가 ‘결혼’이라는 바늘구멍 같은 제도적 관문을 통과한 신생아만을 허용한다는 면에서 위험하다. 이는 한국 사회가 낡은 설계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 신호다. 우리가 일군 ‘한강의 기적’은 자원을 한 곳에 몰아넣는 극단적인 효율화의 산물이었다. 생태계 원리는 냉혹하다. 특정 요소의 극단적인 비대화는 다른 부분의 결핍과 희생을 불러온다. 경제 지표가 양의 극단을 향해 치솟는 동안, 한국인 재생산의 유연성과 인구 규모는 음의 극단으로 곤두박질쳤다. 우리는 현재라는 ‘땔감’을 얻기 위
03.11
6월 지방선거가 80여일 남은 시점에서 정당들은 본격적인 선거 채비에 나섰다. 민주당은 강원도(우상호), 인천(박찬대), 경남(김경수) 등에 대한 단수공천을 확정짓고 나머지 지역은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각각 50% 반영한 경선방식으로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윤 어게인’ 반대를 결의하면서 선거를 앞두고 이미지 쇄신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까지 정치구도상 여당인 민주당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대통령 지지도가 60% 내외로 안정적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의 1.5~2배로 나타난다. 국민의힘은 내란세력 청산 프레임이 지배적인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공천후보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낮은 정당 지지도로 공천후보의 자질이 낮아지고 결국은 당선가능성이 더 낮아지는 악순환이 국민의힘이 처한 작금의 상황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관심 있는 부분이 선거연합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진보진영과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보수진영의 선거연합이 어느 정도 수준에
03.10
불과 5년 전만 해도 “노화를 극복해서 수명을 150세까지 연장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필자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우리 생애에는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답을 많이 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 이제는 그런 일이 내 생애에 일어나도 놀랍지 않다고 답을 하게 된다. 엄청난 기술의 진보가 우리의 상상력의 속력을 넘어설 정도로 질주하고 있어 가히 지식의 쓰나미라고 할 만하다. 그런 경향을 가속화하는 것이 인공지능(AI)이다. 실제로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AI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항노화물질을 디자인하고 실험하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으니 가히 상전벽해이다. 요즘 대학 강의실의 풍경을 고백해 본다. 필자는 지난 30년간 생명과학의 핵심적인 전공과목을 강의해왔다. 강의를 하고 질문을 받고 함께 지식의 바다를 헤엄쳐 나왔다. 강의실을 나설 때면 힘들기보다 기운이 오히려 차오르는 느낌이 들어 ‘천상 선생이 체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의 강의실 풍경은 사뭇 다르다.
03.09
대학의 봄은 졸업식·입학식과 함께 온다. 2월 하순 졸업 시즌에 이어 3월 초 입학식, 1학기 개강이 이뤄지며 캠퍼스는 기대와 설렘이 충만해진다. 그런데 요즘 졸업식과 입학식은 예전 같지 않다. 졸업식은 냉랭한 취업전선 탓에, 입학식은 미래사회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졸업 시즌에 임박해 발표된 1월 고용통계는 청년고용 빙하기를 예고했다.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3.6%. 2021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다. 전 연령대 평균 고용률(61.0%)과 크게 차이 난다.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이 46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5000명 늘었다. 청년층 고용시장 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과 비용부담에 경력직·수시채용으로 전환하며 신입 공채를 줄인다. 그 결과 대학을 졸업한 뒤 첫 직장을 얻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고,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도 많아진다. 게다가 인공지능(AI) 활용이 확산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로 청년층이 선호해온
03.05
지난 2월 3일 뉴욕증시에서 주요 소프트웨어 업체의 주가가 14~20% 정도 하락하면서 대략 400조원이 날아갔다. 그 전달에 인공지능(AI)업체 앤트로픽(Anthropic)이 시장에 내놓은 ‘클로드 코워크’가 준 충격으로 해석되었다. 월스트리트는 이를 두고 ‘사스포칼립스’라고 불렀다. 사스포칼립스는 AI가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산업의 종말(apocalypse)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 신조어다. 앤트로픽이 내놓은 클로드 코워크가 기존의 소프트웨어보다 성능이 좋아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자체가 필요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구글드라이브나 G메일 등을 스스로 알아서 직접 읽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식이다. 개별 소프트웨어를 일일이 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또 한편 2월 23일에는 월스트리트의 시장분석업체 시트리니리서치가 공개한 보고서 ‘2028 글로벌 인텔리전스 위기’가 다우지수를 800포인트 이상 급락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의
세계 원유수송의 동맥이자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돼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선제 공습으로 수세에 몰리면서도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까지 동원해 가면서 보복에 나서는 한편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맞대응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폭 50km 안팎의 좁은 해로로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넘는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요충지다. 특히 유조선이 페르시아만에 진입할 때 이란 영해를 통과해야 해 이란의 군사적 봉쇄에 취약하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장기화 등 사태 악화 땐 세계 경제 '시계 제로'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장중 80달러 선을 돌파하는 등 국제유가가 폭등세를 보였다.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사태가 악화할 경우 국제 유가가 120~130달러 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물가급등을 비롯해 기업 수익성 악화와 성장둔화,
03.04
한국에서 올 4월 9일은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이다. 즉, 올해 4월 9일까지는 자연의 자생적 회복력의 범위 내에서 자원을 사용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회복불가능한 정도의 자원 사용과 환경파괴가 이뤄질 것이다. 글로벌 풋프린트네트웍의 발표에 의하면 지구 전체로 보면 2025년의 경우 7월 24일이었다. 우리나라의 2026년 4월 9일은 조사 대상 86개 국가 중 19번 째에 해당되며 이는 우리가 전세계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허용된 자원을 고갈시킴을 의미한다. 미국은 3월 14일, 일본은 5월 14일, 중국은 5월 27일로 나타났다. 우리의 경제활동과 소비패턴이 유지된다면 그것은 미래세대들이 누릴 수 있는 자연의 감당능력을 훼손하면서 그들에게 빌려온 자연자산을 무상으로 도용하는 셈이 될 것이다. 위 자료는 인류가 총체적으로 소비하는 생태계서비스가 지구의 재생능력을 초과한 지 오래되었으며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언젠가 자연파괴로 인한 인류의 재
03.03
지방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출마 후보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유권자들 관심이 아직은 미지근하지만 춘삼월 봄바람 불면서 서서히 달아오를 것이다. 지방선거에선 뽑고 뽑히는 자리가 지역마다 7개(광역 기초 교육감 등)씩이기 때문에 출사표를 던지고 선거판에 뛰어드는 사람만 전국적으로 족히 1만여명에 이른다. 요즘 SNS에는 예비 후보자들의 출판기념회와 출마선언 소식이 줄을 잇는다. 후보자는 저마다 자신이 적임자라고 목청 높이고, 그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런 저런 논리와 이유를 들어가며 “그렇다” “아니다” 벌써부터 입씨름을 벌인다. 투표일이 다가오면 공방전은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치열한 토론 속에서 유권자들은 현명한 선택을 하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선거는 현실에서 이와 거리가 있다. 민주시민이라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에 앞서 지혜롭고 소신 있는 판단을 내려야겠지만 이 과정을 훼방 놓는 요인들이 생각보다 많다. 개인의 정치 무관심과 집단의 선동
02.26
“중국과 한국의 기술격차가 최근 2년 새 80% 더 벌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의 골자다. 2차 전지, 차세대통신, 첨단모빌리티와 로봇, 인공지능(AI), 반도체, 자율주행시스템 등 50개 국가전략기술을 대상으로 한 평가 결과다. 2022년 미국의 86.5%였던 중국의 기술수준이 2024년 91.3%로 높아지는 동안 한국은 81.7%에서 82.7%로 제자리걸음을 한 탓이다. AI와 로봇 분야의 기술 격차가 특히 심각하다. AI 분야에서 중국(미국의 93.0%)은 한국(80.6%)에 12.4%p 앞섰고, 로봇은 중국이 90%, 한국은 81%였다. 한국이 앞서 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마저 중국 91.5%, 한국 91.2%로 우위를 내줬다. 중국의 ‘기술굴기(技術屈起)’ 질주에 거침이 없다.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신흥바이오기술국가안보위원회(NSCEB)는 더 충격적인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지난해 중국은 59건의 혁신 신약을 발표, 29건에 그친 미국을 배 이
02.25
2026년 2월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대법정. 대한민국 헌정사상 유례없는 ‘12.3 내란’ 수괴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려졌다. 지귀연 판사는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겉으로 보기에 무기징역은 중형처럼 보이지만 국가의 근간을 뒤흔든 내란죄의 엄중함과 그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고려하면 이는 사실상 법이 허용하는 가장 낮은 수준의 형량이다. 재판부는 판결문 곳곳에 향후 상급심이나 역사적 재평가 과정에서 내란죄 여부를 다시 다툴 수 있는 ‘논쟁의 불씨’를 심어놓았다. 실질적으로는 내란의 실행을 부정하고 피고인에게 법적·정치적 탈출구를 열어준 셈이다. 이번 심판의 핵심 내용을 되짚어 보면 재판부는 “계엄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피고인의 방어논리를 사실상 그대로 추인했다. 재판부는 ‘실질적인 물리적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내란죄의 핵심 구성요건인 ‘폭동’의 범위를 극히 협소하게 해석했다. 이는 현대 민주주의에서 국가 권력이 시스템을
02.24
쿠팡 개인정보 유출 파장이 계속 확산일로다. 쿠팡이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한국 내에서 정보 유출이 발생했고 유출사태에 대한 쿠팡의 대응이 매우 미온적이었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려 들고 있는데 미국은 이에 대한 반기를 노골적으로 들고 나왔다. 자국 기업 보호 차원이다. 이런 국가 간 갈등 사태의 발단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양국 간 사건을 보는 현저한 해석 차이에 기인한다. 쿠팡은 법적으로 미국 기업이다. 미국이 자국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보는 이유는 유출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고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없어서다. 1차 피해에 대한 조치로서 고작해야 신용카드 재발급으로 모든 사태가 마무리되지만 한국에서는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 크나큰 차이다. 2차, 3차 또는 그 이상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두고두고 불씨가 거의 영구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정보유출에 대한 국가적 대응과 처벌 수위의 차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