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4
2025
중세 이전 지도에는 세상의 끝이 있었다. 바다가 폭포처럼 떨어지는 거다. 머지않아 “지구는 둥글다”는 새로운 지도가 나왔다. 축적도 위치도 부정확했지만 이 지도가 대항해시대를 열었다. 지금은 손 안의 모바일 지도로 골목길까지 찾아가지만 말이다. 여기서 지도 관련 퀴즈 하나. 남북이산가족이 고향을 추억할 때 보는 지도는? 네이버 지도라고 대답했다면 “땡~”이다. 정답은 구글 지도다. 강원도 고성~금강산~원산지역을 보자. 버스와 배로 관광했던 금강산이다. 하지만 네이버 지도는 깜깜 먹통이다. 고성읍~통천읍~원산시 외에 아무런 지명이 없다. 반면 구글 지도는 고성군~장전읍~통천군~봉천군~원산시까지 자세하다. 큰 지명은 한글로, 리(里) 단위의 작은 지명은 영문으로 표기돼 있다. 여기에 평양-원산고속도로와 마식스키리조트, 아마도 군사용일 듯한 구읍리비행장까지 표시돼 있다. 네이버는 북한의 지도반출을 승인 받지 못했을까. 북한은 왜 구글에 지리정보를 제공했을까. 평양을 보면 ‘로
07.23
이재명 대통령의 타운홀미팅이 관심을 끈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공동체의 갈등과 이해를 조정하는 집단적 행위다. 그중에서도 커뮤니케이션, 소통은 공동체의 성패를 넘어 생존과 직결된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 정치지형은 소통의 도구인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맞물리며 급변해왔다. 하지만 정치 커뮤니케이션은 제자리걸음이다. 권력 기관이 제공하는 일방적 정보에 익숙해져 있다. 이 같은 소통 방식은 정치 불신만 키웠다. 지역 청년 여성 사회적 약자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을 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커뮤니케이션의 기술 방식 등 구조적 한계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권위적 문화와 목표지향적인 리더십, 매체 의존적 행정시스템이 만든 결과다. 한국 정치가 소통의 부재로 인한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의 싹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식 소통’을 주목하는 이유다. 언론학자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의 정치적 의사결정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변화되었다. 시민토론회, SNS 라이브 질의응답, 유
07.21
민족의 영웅 안중근 의사는 “한국인이라면 헐버트를 하루라도 잊어서는 아니 되오”라는 말을 남겼다.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뒤 일본 경찰이 중국 뤼순 감옥에서 작성한 공술서에 담겼다. 선교사로 내한했던 헐버트가 을사늑약에 항거하고 항일운동을 이어가다 1907년 사실상 강제 추방당한 일을 안 의사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헐버트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헐버트는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일제의 식민지배와 만행을 규탄하며 평생을 오롯이 한국 독립운동에 바쳤다. 그는 38년간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1000여 차례의 강연, 기자회견, 기고 같은 방법으로 일본을 비판하고 압박했다. 한편으론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이승만과 한인 독립운동단체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한국인들도 한국 독립이 가망 없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나는 죽을 때까지 한국을 위해 싸울 것”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일부 독립운동가들이 훼절한 뒤에도 외국인인 그가 끝까지 변심하지 않았
07.17
2020년 10월 문재인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에너지정책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들도 속속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최고의 가치가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교란하는 등 에너지를 둘러싼 환경을 급격하게 바꿔 놓았다. 미국 중동 등 에너지가 풍부한 나라들은 큰돈을 벌었지만 에너지가 부족한 유럽은 직격탄을 맞았다. 전기요금 대폭 인상과 함께 강제 절전까지 이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로 MMbtu당 2달러까지 떨어졌던 액화천연가스의 가격이 35배 수준인 70달러를 넘게 되었다. 하지만 유럽과 달리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인해 전기요금을 올릴 수 없었던 한전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전기를 사올 돈이 부족해져 정전 발생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07.16
‘히스테리시스’란 말이 있다. 신경질이나 짜증을 쉽게 내는 사람에게 흔히들 사용하는 ‘히스테리’와는 다른 말이다. 히스테리시스는 자성체가 외부 자기장을 제거해도 원래 있던 상태로 돌아오지 못하고 계속 자기를 띄는 현상을 부르는 물리학 용어다. 우리말로 바꾸면 ‘과거 이력 의존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과학입국의 기치를 두고 반세기 이상 온 국민이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로 만들어졌다. 철강 조선 석유화학 기계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중화학공업에서부터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로 연결되는 첨단기술까지 과학기술은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심장이었다. 심장은 얼핏 보면 그냥 내버려둬도 스스로 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람의 심장이 뛰기 위해 산소와 포도당을 실어 나를 혈류 공급이 필요하고,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전기신호도 필요하다. 한 국가의 과학기술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연구개발이 이루어지려면 피와 같은 예산 투입이 필요하고, 안정적인 젊은 연구자들의 수급이 이루어
07.15
정권 교체 후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 재개 의지를 적극 표명해온 만큼 지난 정권기의 거친 대치국면은 일단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취임 직후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전단 살포를 중지하자 북한이 이에 즉각 호응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지는 미지수지만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진전이다. 남북관계에서 더욱 주목할 것은 지난 달 6.15 남북공동성명 25주년에 보낸 이재명 대통령의 축사다. 이 대통령은 ‘평화’ ‘공존’ ‘번영’하는 한반도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통일’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6.15 선언 정신을 온전히 이어가되 당장 실현이 어려운 통일이라는 목표보다는 남북한 간의 실질적 협력과 평화 달성에 노력을 집중해 나가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최근 통일부 명칭 변경논
07.14
미국의 정치와 언론계에서 확대 재생산되는 선동적인 주장과 입법 및 산업계 실무 동향으로 ESG 투자가 위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보편적인 기업들에 나타나는 본질적 변화가 아니다. 예를 들면 최근 펩시콜라가 2040년 넷제로 목표와 지속가능한 농업정책 추진을 재확인하거나, 휴렛팩커드(HP)가 공급망에서 순환경제와 생물다양성을 강화하거나, 유나이티드 항공이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 투자를 확대하는 등 대부분 글로벌 선도기업이 핵심 사업 전략으로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ESG 투자라는 용어가 탄생 20년 만에 트럼프로 상징되는 보수 정치세력의 도전과 역풍에 직면했다. 특히 한국의 진보 정권 등장은 미국과의 탈동조화로 지속가능성 정책과 전략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청정에너지 관련 산업의 쇠퇴와 방위산업 및 원자력 관련 산업은 ESG 투자 또는 사회책임투자 측면에서 진전이 아니라 후퇴일 수도 있다. 최근 이재명정부가 강조하는 AI 산업마저도 막대한 전력 수요와 윤리적 이슈로 지
07.10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단연 세계 최대 ‘뉴스 메이커’다. 전세계가 눈을 뜨면 트럼프 대통령이 밤 사이에 무슨 말을 했는가부터 챙긴다. 그의 한마디에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들썩거린다. 아침 말 다르고 저녁 말 다르고, 인용하는 숫자는 오류투성이고, 감정이 죽 끓듯 수시로 바뀌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그가 툭 던진 ‘한마디’를 놓고 좌불안석이다. 아무리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후 맞수가 없는 절대 기축국이라고는 하나, 역대 미대통령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처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긴장케 한 적은 없다.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황제놀음’이다. 트럼프는 특히 ‘동맹들’에게 가혹하다. 미국의 단물을 빨아먹어온 기생충 같은 존재들이 다름아닌 동맹들이라고 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나 아시아의 한국, 일본을 보는 시각이 그렇다. “미국 때문에 잘 살게 됐으니 이제는 토해내라”는 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안보 비상이 걸린 유럽연합에 대해 트럼프는 국방비를
07.09
부동산 투기는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의대 진학 광풍에 마침표를 빨리 찍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하다. 자녀를 의사 만들려는 부모들의 욕망은 세인의 비판 대상이 아니다. ‘내 새끼가 의사가 되면 좋지, 누가 그걸 말려’ 라고 한다. 문제는 그것들의 총합이 만들어낸 현상인 의대 열풍이 한국 사회의 건강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거다. 또 초엘리트를 의대가 독식하는 현행 구조는 사회의 국제 경쟁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있다. 그러니 이 미친 바람을 가라앉히는 데 한국 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의대 정문 안으로 부모들이 자녀들을 들여보내려 난리 법석을 떨기 시작한 게 90년대 중후반이다. IMF 외환위기가 닥친 이후다. 환난 이후 직업의 안정성이 무너지는 걸 본 사람들은, ‘각자도생’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걸 알았고, 안정적인 직업이 뭐냐를 찾았다. 그 중 하나가 의사이며, 의사는 정년도 없이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부모들은 의과대학 간판만 달고 있으면 그
07.08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질문 기자를 제비뽑기로 정하는 이색적 이벤트를 선보였다. 기자들 명함을 민생경제 정치외교 사회문화 등 주제별로 구분된 상자에 넣어두고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무작위로 명함을 뽑아 해당 기자를 질문자로 정하는 방식이다. 대통령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던 독창적 발상이다. 대통령 기자회견은 행사의 성격상 내용 못지않게 진행 방식을 놓고도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은 법이다. 기자는 본디 질문하는 사람이고, 질문 내용은 종종 예측하기 어렵다. 국내외에 생중계되는 현장에서 대통령이 예상 밖의 질문에 노출되어 쩔쩔 매는 모습이라도 보인다면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대통령 참모들은 질문 기자나 질문 주제가 미리 정해져 안정적으로 진행되길 바란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기자들 사이 사전 조율이 있을 경우 ‘짜고 치는 고스톱’, ‘약속대련’ 따위의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제비뽑기는 “
07.07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공약했다. 이어 공약 제안자 중 한 명인 이공계 교수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에 앞서 서울대 공과대학은 매해 이공계 신입생의 1%에 해당하는 1000명을 선발 지원해 글로벌 기술 생태계를 주도하자는 한국판 ‘천인계획’을 새 정부에 제안했다. 의대 쏠림과 두뇌 해외 유출 등으로 이공계와 산업계가 직면한 ‘브레인 공동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서울대 공대가 제안한 대책에 ‘한국판’ 수식어가 붙은 것은 중국 정책을 본뜬 것이기 때문이다. 천인계획은 중국이 2008년부터 10년 내 해외에서 활약하는 혁신, 과학연구, 금융, 산업 분야 인재 1000명을 유치하겠다는 정책이다. 천인계획에 참여한 해외 인재는 1인당 100만위안(약 1억900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최대 500만위안의 연구비가 제공된다. 50평대 아파트와 자녀교육비, 배우자 취업도 지원된다. 천인계획에 힘입어 중국은 반도체, 인공지능(AI
07.03
미국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1955년 영화에 데뷔했을 때 그의 이름은 크레딧에 오르지도 않았다. 세월이 흘러 1964년 영화에 비로소 이름을 올린다. ‘이름 없는 사나이’로 출연한 ‘황야의 무법자’다. 마카로니 웨스턴 대부인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달러 트릴로지’의 첫번째 영화다. 원래 제목은 ‘한 줌의 달러를 위해’다. 우리 식으로 하면 ‘그깟 돈 몇 푼을 위해’겠다. 두번째 영화는 ‘석양의 건맨’이다. 원제목은 ‘몇 달러 더 벌려고’다. 여기까지는 제목에 달러(Dollar)가 들어간다. 세번째가 '석양의 무법자'다. 돈을 두고 벌이는 세 부류의 인간군상을 그려낸다. 원제목은 ‘착한 자, 나쁜 자, 추한 자’다. 이 ‘달러 트릴로지’에서 달러를 권력이나 자리로 치환하면 어떨까. 새 정부 출범 30일인데 최근 관가에서 보이는 공직자들의 모습이 얼핏 겹쳐 보인다. 좋거나 나쁘거나 추한 게 아니라 쫓겨 떠나거나 버티거나 엎드리는 모습으로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한
07.02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정권은 일단락이 됐다. 새 정부는 파면된 대통령이 일갈했던 연구비 ‘카르텔’의 존재가 무엇이었는지 낱낱이 밝힐 뿐 아니라 연구비 정상화도 단기간 내 이루어낼 것이라 믿는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어쨌든 지난 25년 필자가 교수로서 연구자로서 겪어 본 연구비 정책은 성장세 일변이었다. 운 좋고 실력 좋은 과학자라면 그의 연구 일생에서 지원받는 연구비가 100배 이상 커지기도 했다. 교수 1인당 연구비가 가장 많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경우 매년 5억 원 이상을 한 연구자가 받는다. 비유하자면 30년 전 우리의 과학기술 현실은 못먹어 빼빼 마른 사람 꼴이었다. 그 동안 맛있는 음식을 섭취한 덕분에 이제 체격도 체력도 좋아졌다. 이젠 음식만 더 주입한다고 체격이 더 커지지 않는다. 체격 자체가 아니라 이 사람이 얼마나 건강한지를 잘 살피기 시작해야 한다. 궁극적 목적은 건강이지 체격 자체는 아니다. 일단 대학교에 있는 이공계 연구자들에게 지원되는 연
07.01
주거용 부동산 문제가 또 다시 불거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주 서울지역 비강남 한 지역자치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0.99%에 이르러 통계 집계이래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충격적이다. 연율로 따지면 50%를 넘나드는 수준이다. 정부는 6월 27일 ‘수도권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바로 다음날부터 수도권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6억원을 넘는 대출을 받을 수 없게 하고 다주택자와 소위 ‘갭 투자자’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아예 막아 버렸다. ‘폭력적’이라 할 만큼 강력한 대출통제책으로 평가받는다. 급격한 대책을 하루 만에 시행하자 대출 시스템을 정비할 시간조차 얻지 못한 은행들은 비대면 대출을 사실상 막아 버렸다.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은행들은 지난 27일부터 주담대와 신용대출 중 최소 1개 이상 비대면 방식의 대출접수를 대거 중단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계약을 바로 앞둔 주택 구입자는 말할 것도 없고 급한 대출을 받으려던 일반 소비자들까지 피
06.30
이달 초 한국의 새로운 리더가 된 이재명 대통령은 국정의 첫발을 호쾌하게 내딛고 있다. 무엇보다도 스스럼없이 국민에게 접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 대통령은 강점도 약점도 거침이 없다. 그러나 개인적 스타일로 대통령을 평가할 수는 없다. 두 대통령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그들의 정책에 기여하기도 했던 사람으로서 새 대통령에게 꼭 조언하고 싶은 게 한가지 있다. 역사의 평가를 염두에 두고 대통령직을 수행해달라는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시류에 따라가는 사람은 국가에 필요한 리더가 아니다. 임기 중 좋은 평가를 받는 리더도 있고, 역사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는 리더도 있다. 역사에서 더 평가받는 사람은 방향이 분명한 사람이다. 대통령은 회사 사장이 아니고 그룹 회장이다. 경영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닌 비전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유능한 대통령은 사람을 잘 쓰는 사람이다. 그 대통령 밑에서 일어난 일의 공과는 모두 그 대통령의 공과다. 대통령은 관계에 의해서 평가
06.26
퀴즈를 풀어봅시다. 중국에는 광역행정단위로 23개 성(省)과 5개의 자치구(4개 직할시 별도)가 있다. 이 가운데 영토가 가장 넓은 곳은 어디인가? 참고로 중국 서부의 신장위구르자치구는 면적이 166만4900㎢로 전체 중국 국토의 1/6을 차지한다.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 면적의 여덟 배를 훨씬 넘는다. 당연히 신장위구르자치구가 1위 아닌가. 그런데 아니란다. 달랑 3만5400㎢ 크기 섬이 전부인 남부의 하이난(海南)성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공식 웹사이트(www.ehainan.gov.cn)에 ‘육지면적 3만5400㎢, 해양면적 200만㎢로 중국 내 영토 1위’라는 주장을 내걸었다. 육지면적으로만 따지면 신장의 2%남짓에 불과하지만 내륙지역인 신장에 없는 거대한 ‘해양영토’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일개 지방정부의 ‘오버’가 아니다. 중국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양(470만㎢)을 육지(963만㎢)와 합산해서 ‘영토’로 표기하고, 각 지방정부들에도 같은 방식을 따
06.25
한국전쟁 75주년이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되어 1953년 7월 27일 휴전했다. 3년 1개월간 계속된 전쟁이다. 사상자만 최소 360만명에서 400만명이다. 약 1000만명이 이산가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아직도 5만여 명이 가족의 생사 확인을 기다리고 있다. 전쟁의 상처는 세대를 이어가며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도시와 산업 시설은 초토화되었다. 특히 서울은 4번의 점령과 탈환을 반복하며 건물의 70%, 평양은 80% 이상이 파괴되었다. 학교 병원 도로 철도 등 사회기반시설의 50~90%가 멸실되었다. 남한의 GDP는 전쟁 전과 비교해 80% 감소했다. 농업 생산력은 전쟁 전의 30%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후 1인당 GDP는 51.7달러(현재 가치로 약 600달러)였다. 전쟁의 대가는 엄청난 피해였지만 아직도 진행 중인 휴전상태다. 세계에서 유일한 기록이다. 75년의 세월이 흘러 전쟁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다. 분단국이라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착각한
06.24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인질사건 이후 가자지구를 초토화했고, 시리아 내 헤즈볼라 거점을 타격하는 등 강경 행보를 이어왔다. 결국 그의 목표는 이란 핵시설이었다. 그러나 세계를 더욱 긴장시킨 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B-2전략폭격기를 띄워 이란 핵시설 3곳에 벙커버스터를 투하한 일이다. 올해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과의 직접 담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 종식시키겠다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면박주었고, 나토에 대한 회의적 발언으로 동맹국들을 당황시켰다. 그런 그가 중동에서 군사행동의 방아쇠를 먼저 당긴 셈이다. 1979년 이란 미 대사관 인질사태 이후, 미-이란 관계는 긴장의 연속이었으나 이번처럼 직접 충돌의 문턱에 선 적은 드물다. 물론 이란의 제한적 반격에 이어 트럼프가 ‘이스라엘-이란 휴전’을 선언하며 상황은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년째 지속되고 있다. 평화협상의 실마리는
06.2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실상 최후의 카드를 썼다. 이란 본토 공격은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쓸 수 있는 선택지 가운데 가장 나쁜 시나리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란에서 가슴 아픈 기억이 있는 미국으로서는 실행불가능한 옵션으로 여기는 게 이란 본토 공격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걸 실행에 옮겼다. 뉴욕타임스, 영국 BBC 같은 주요 언론들도 한결같이 ‘큰 도박’이라고 표현한다. 미군은 ‘한밤의 망치(Midnight Hammer)’라는 작전명으로 이란의 핵시설 3곳을 전격적으로 폭격했다. 그것도 스텔스 B-2 폭격기를 동원해 세계 최고의 벙커버스터(GBU-57)를 사상 처음 실전에 사용하는 기록을 남기면서다. 트럼프가 이란 핵시설 공습을 감행한 데에는 이란과의 직접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최근 핵 포기를 거부하며 이스라엘의 공격이 지속되는 한 협상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고수해왔다. 이란은 순도 60%의 농축 우라늄을 4
06.19
미국 트럼프행정부가 주도하는 관세정책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차례 기고를 통해서 예견했던 대로 ‘세계화의 시대’가 가고 ‘각자도생의 시대’가 확실히, 그리고 빠르게 오고 있습니다. 세계화의 시대에 ‘시장’이 최우선이었다면 각자도생의 새로운 시대에는 ‘국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국가’는 중상주의 제국주의 시대에 이미 역사의 중심이었습니다. 자유무역과 세계화라는 물결에 밀려 잠시 ‘시장’에게 앞자리를 내줬던 ‘국가’가 이제 다시 역사의 전면에 나섰습니다.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인 스티브 미란(Stephen Miran)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미국이 새롭게 구축하고자 하는 국제경제 질서와 트럼프행정부 2기의 경제정책 방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세계 무역체제 재편에 관한 사용자 지침(A User's Guide to Restructuring the Global Trading System)’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미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