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7
2026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두 사람의 연설이 대조되었다. 그중 한 사람,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연설은 가장 주목을 받았지만 사람들에게 익숙한 스타일과 내용이어서 별다른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그는 세계를 상대하는 정치가로서가 아니라 계산적인 정치꾼으로서 국내의 당파적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의 연설은 주로 자화자찬 사실왜곡, 그리고 생각이 다른 상대방들에 대한 거친 비난으로 채워졌다. 예상했던 대로 덴마크 영토인 그린란드를 미국에 넘기라는 요구도 반복됐다. 그가 말한 내용 중 그래도 타당성과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것 한가지는 유럽 나라들이 국방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이미 유럽 나라들이 받아들여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안이다. 트럼프의 압력도 작용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럽에서 국방분야 투자의 필요성이 커진 것도 큰 요인이다. 또 한 사람,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연설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01.26
북극해에 떠 있는 거대한 얼음 섬 그린란드. 남한 면적의 21배, 인구는 고작 5만7000명이다. 이 섬이 갑자기 세계 뉴스의 중심에 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섬을 사들이겠다고 말하면서다. 동맹의 영토가 거래 대상처럼 언급됐다. 2차대전 후 80년 동안 우리가 익숙했던 외교의 문법과는 사뭇 다른 장면이다. 유럽 외교가의 공기가 차가워졌다. 덴마크는 단호하게 반대입장을 밝혔다. 유럽 내부에서도 안보와 주권문제를 둘러싼 우려가 잇따랐다. 그러자 트럼프정부는 통상문제를 거론하며 압박성 발언을 이어갔다.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외교적 파장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서 수위 조절에 나서는 듯한 모습도 보였지만 이미 던져진 메시지는 남았다. 동맹을 설득의 상대라기보다 협상의 카드처럼 다루는 태도에 문제는 땅이 아니라 시선이었다. 전후 미국은 힘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그 힘은 대체로 제도와 동맹이라는 틀 안에서 움직였다. 갈등은 회의 테이블로 올라왔고 군사력은 마지막 수단으
01.22
“과거를 바로 세우는 일이 미래를 함께 여는 길이다.” 7일 중국 국빈 방문 중 상해임시정부 청사를 찾았던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공화국’의 희망을 지켜냈던 독립운동가들의 헌신을 기리며 한 말이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시작된 곳, 대한민국이 지키겠다”는 방명록도 남겼다.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우리 정체성의 뿌리임을 확인하고 지난 정권에서 발호했던 뉴라이트와의 절연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뉴라이트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권위주의 체제 붕괴 후 기득 보수세력이 헤게모니를 회복하려는 과정에서 형성된 사상적 정치적 흐름이다. 1990년대 말 사회주의권 붕괴 충격 속에 전향한 일부 좌파 운동권 인사들이 합류하고, 낙성대연구소 연구자들이 가세하면서 뉴라이트는 뚜렷한 진영의 윤곽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세를 불린 뉴라이트는 경직된 반공 프레임에 시장주의와 식민지 근대화론을 결합한 이데올로기를 학문의 논리로 포장했다. 분단 불가피론, 1948년 건
01.21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 대한민국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에 불과했다. 미국 원조 물자로 다수의 국민이 생계를 이어가는 시대였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다. 하루 세끼를 못 먹는 국민이 많았고 입을 옷이 없어 여름철에는 맨몸으로 다니는 어린이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70여년이 지난 2026년 대한민국은 놀랍게 발전했다. 대한민국이 만든 선박은 전세계 바다를 돌아다닌다. 삼성전자가 생산한 핸드폰은 아시아는 물론 남미와 아프리카인도 애용한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생산한 자동차는 세계 도로를 달린다. 그리고 세계 최강 미국의 군함을 한국의 조선기업이 만들 계획이다. 대한민국 기업이 만든 무기는 세계의 군대에서 쓴다. 경제적으로만 성공한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하계 올림픽, 월드컵, 그리고 동계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세계인들을 흥분시켰다. 최근에는 K-팝과 영화 드라마 등 K-컬쳐, K-푸드 등 문화적으로도 성공해 세계인은 한국인의 노래와
01.20
중국을 선진국으로 보느냐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적어도 소프트웨어(SW)에 관한 한 선진국으로 봐야 한다. 세계에 충격을 던진 딥시크 인공지능(AI) 모델 덕이 크지만 사실은 그게 다는 아니다. AI에서 독보적 위치에 있는 엔비디아는 그들만의 강력한 무기인 SW생태계도 갖고 있는 엄연한 SW 강세 기업이다. 딥시크도 엔비디아 반도체 위에서 돌아간다. 때문에 중국은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최근 국내 반도체기업 연합전선을 형성해 고유의 SW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더 나아가 화웨이를 활용해 엔비디아 생태계를 격파하려는 전략까지 짜고 있다. 미중 기술패권 전쟁이 도와준 측면도 있으나 이것도 그게 다가 아니다. 실은 20년전부터 중국은 SW 기술자립 의지가 남달리 강했다. 화웨이가 좌절의 벼랑 끝에서도 어렵게 윈도우급 OS를 성공적으로 국산 제작한 것은 미국과의 갈등이 있기 전 일이다. 중국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를 다룬 논평은 많으나 그들은 일률적으로 이렇게 말
01.19
탁월한 문학작품은 세월이 흘러도 영감을 주는 명언을 남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장편소설 ‘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도 그렇다. “자네는 어떻게 파산했나?” “두 가지 방법으로…서서히 그러다 갑자기.” 촌철살인 같은 대화는 인간의 실패를 통찰한다. ‘서서히 그러다 갑자기’ 현상은 자연과 사회 변화에서 숱하게 등장한다. 변화의 압력은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커지다 임계점에 이르러 어느 순간 폭발한다. 한국의 IMF 외환위기는 경제적 고난을 상징하는 대명사다. 고도성장 경제의 표본이던 한국의 1996년 경제성장률이 8%로 떨어졌다. 1995년 9.7%에서 조금 떨어지자 언론은 경기침체를 우려했다. 쓸데없는 걱정 같았다. 8% 정도면 낮지 않은 경제성장률이었다. 하지만 불황조짐은 이전부터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성장률 감소가 수출액 감소, 대외채무 폭증과 맞물려 있었다. 한국 기업들은 성장세만 믿고 무분별하게 외국자본을 차입했다. 아시아 경제 전반에 불안감을 느낀 외국자본이 급
01.15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맹견 주인들은 이구동성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는 어떠할까. 맹견이 아니라 애완견이라도 자기의 밥그릇을 건드리면 이빨을 드러낸다. 그게 본성일 것이다. 한때 검찰은 권력의 주구로 불렸다. 권력자가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물었다. 보상은 확실했다. 먹고 남은 뼈다귀였다. 살점이라도 두툼하게 붙어 있으면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최대한 아양과 복종심을 보였다. 주인들은 입 마개와 목줄을 꺼렸다. 몸부림치며 완강히 거부하거나 짐짓 슬픈 표정으로 낑낑대는 거다. 단념한 주인들은 두려워하는 이웃에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개는 물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그랬다. 이미 송곳니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두둔했다.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이다. 자신이 먹이도 줬고 선의로 대하는 만큼 충성스러우리라 믿었을까. 결과는 모두가 안다. 목줄을 채우지 않은 검찰이 안방을 차지하고 주인과 가족의 뒤꿈치를 문 것을. 나아가
01.14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우리의 아픈 데를 찔렀다. 그는 한국의 저출생과 인구감소를 언급하며 지난 8일 보도된 매체에서 “한국은 3세대 후 인구가 1/27로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인구감소는 잘 알고 있으니 그런가 했는데 “북한이 침공할 필요도 없다. 그냥 (휴전선을) 걸어서 넘어오면 된다”라며 한국인의 염장을 질렀다. 한국이 어디가 약점인지, 무슨 얘기를 들으면 벌떡 일어나는지를 미국 사람도 잘 알고 있는 거다. 일론 머스크 얘기를 전해 들은 한국인들은 그냥 대범하게 듣고 넘기고 있다. 많이 듣던 소리~. 1970년 새마을운동을 시작했을 때 아버지를 따라 농촌 마을에 가본 기억이 있다. 마을 진입로가 없어서 차가 못 들어가니 길을 뚫는 거였다. 땅주인들이 길에 들어갈 땅을 내놓고, 마을 주민들이 삽을 들고 나와서 길을 닦고, 정부는 그 위에 퍼부을 콘트리트를 지원했다. 그렇게 시작한 새마을운동이었고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노래를 전국에서 불렀다. 전세계가 놀란 한국
01.13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비리문제가 여당의 개혁 드라이브를 주춤하게 만들고 있다. 보수세력보다 상대적으로 도덕적 우월성을 내세웠던 민주당의 이미지도 훼손되고 있다. 갑질을 포함한 국회의원들의 비리 폭로는 공통적으로 보좌진의 정보제공으로 촉발됐다. 작년 7월 강선우 성평등가족부장관 지명자는 보좌진에 대한 갑질 문제로 낙마했다. 당시 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강 지명자를 두둔하면서 보좌진과 의원은 동지적 관점, 식구 같은 개념이 있다고 발언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보좌진에게 별장 잔디깎기, 강아지 산책, 집 청소, 당근에서 물건거래 등을 지시한 것도 갑질이 아닐지 모른다. 심지어 이춘석 의원이 보좌관 명의의 차명계좌로 주식거래를 하는 것도 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의원들은 사회관계가 변화되는 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화지체를 겪고 있다고 봐야 한다. 초대 국회부터 2대까지는 보좌진 제도가 없었다. 유신정권에서는 비서제도가 폐지되기도 했다. 12대 국회까지
01.12
인공지능(AI)은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디지털 증기기관’이자 현대판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피지컬 AI(로봇 팔, 자율주행 트럭, 스마트 팩토리 등)를 통해 제2의 산업혁명을 맞아야 우리는 AI 선진국을 추월하는 제조업 강국으로 재도약할 수 있다. 이재명정부가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을 신설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와 AI용 반도체 생산의 ‘혈관’이자 ‘젖줄’인 전력이 수도권에서 턱없이 부족하다면 이 거대한 기회는 물거품이 된다. 글로벌 AI 시장이 2030년까지 1조8000억달러 규모로 폭발할 때 우리는 전력난에 발목잡혀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불침번’ 시설이다. 한대의 고성능 AI 서버가 600kW(약 1000가구 전력)를 소비한다. 국내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수요는 2023년 5TWh에서 2038년 30TWh로 6배 폭증할 전망인데, 원전 6~7기 추가 설치 규모다. 또한 수도권 기흥·화성
01.08
2025년 한국경제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그런대로 잘 막아낸 모습이다. 6월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계엄’이라는 파괴와 혼란을 수습해가면서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마무리했다. 수출은 사상 최초로 7000억달러를 넘어서 1분기의 역성장을 되돌려 그나마 연간으로 1%대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했다. 코스피지수는 75% 올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해서 놀라울 정도다. 또한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와중에 중국과 일본에 할 말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에 대해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실용외교’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중국 측이 과거사를 거론하며 항일연대를 명분으로 삼아 한국을 유도하려는 의도를 보였지만 이 대통령은 양국 간 경제협력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고 볼 수 있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60%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이 외교·안보 분야를 가장 높게 평가한 것은 충분히 납득할
01.07
세계 정치와 경제계의 광풍을 뒤로 하고 2026년이 밝았다. 지속가능금융과 투자 세계에는 전례 없는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전쟁과 공멸의 길 위에 지속가능성은 사치로 치부되고 미래세대를 위한 공동의 노력은 실종되어 가고 있다. 다시 희망의 불씨를 살리고 싶은 소망으로 경제의 지속가능성, 특히 지속가능한 투자와 금융의 측면에서 한 해를 예상해 본다. 우선 2025년부터 본격화된 반 ESG 투자 경향은 지속될 것이다. ESG 투자의 근원에 있는 핵심적 추동력인 자산소유자들의 지속가능성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자산운용사들에게 21세기 초입에 ESG 투자가 주류인 듯했지만 지금까지 논의나 주장은 많지만 행동은 미진했다. 그러나 학계 시민사회 정치인 산업계 리더들 중에는 기후행동의 퇴보에 대한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세계 평균 기온은 2024년 이미 산업혁명 이전 대비 1.6℃ 상승해 파리협약의 궁극적 목표인 1.5℃ 억제선을 초과했으며 대부분의 국가들이 내세웠던 20
01.06
미국의 한 ‘재래식 언론’이 사설을 통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한 한국의 허위조작정보근절법안이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하고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어 오는 7월 시행될 예정이다. 여기서 재래식 언론이란 전통 언론을 불신하는 이재명 집권세력이 입법 과정에서 갑자기 쓰기 시작한 용어를 차용한 표현이다. 집권세력이 미국 언론까지 재래식이라 부르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전통 언론이 재래식이라면 해당 사설을 쓴 워싱턴포스트 같은 미국 레거시 미디어 또한 재래식 언론이다. 한국과 미국의 전통 언론은 뉴스가치 평가에서 기사생산과 유통방식까지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저널리즘 원칙을 기본적으로 중시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종이신문을 유지하되 줄여서 발행하면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해 서비스한다는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요즘은 집권세력의 불신을 받아 수난을 겪는 모양새 또한 비슷하다. 미국은 언론자유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제도적으로 폭넓게 보
01.05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2026년을 ‘대한민국 대도약 원년’으로 명명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 ‘일부 대기업 중심 성장’에서 ‘모두의 성장’으로 등의 5대 대전환 전략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1극 체제’에서 ‘5극3특 체제’로의 전환은 지방에 대한 시혜나 배려가 아닌 대한민국 재도약을 이끌 필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올바른 인식이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서울 집값 폭등과 양극화, 저출생과 청년 취업난 등 우리 사회 수많은 문제의 해답은 ‘국토 균형성장’에 있다. 먼저 주택문제를 보자. 서울은 집 지을 데가 부족해 아파트값이 치솟는데 지방은 미분양 아파트와 빈집이 늘고 지역소멸을 걱정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월 첫째주부터 47주 연속 올랐다. 연간 누적 상승률이 8.71%로 19년 만의 최고치다. 집값이 급등했던 문재인정부 때보다 높다. 지난해 대출한도 규제(6.27), 주택공급 확대(9.7), 규제지
12.31
2025
1991년 8월, 한여름 밤의 호찌민(옛 이름 사이공) 거리는 몹시 무더웠다. 어렵게 입국한 베트남의 여러 모습을 두 눈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야간 산책에 나섰다. 연신 흐르는 땀을 닦으며 주거구역에 들어선 순간 놀라운 풍경이 발길을 막았다. 인도 곳곳에 켜진 촛불들이 밤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촛불들을 피해 걸음을 지속하려던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고, 더는 걸을 수 없었다. 촛불이 놓인 곳마다 사람들이 길게 누워있었다. 좁고 냄새나는 집에서 다닥다닥 붙어 잠자야 했던 호찌민 시민들이 찜통더위와 악취를 견디다 못해 거리로 나와 잠자리를 꾸린 것이었다. 촛불은 “여기 사람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표지였다. “설마!” 싶겠지만 그때는 그랬다. 당시 베트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50달러. 최빈국 수준이었다. 1975년 패망하기 전까지 자본주의체제였던 남부 베트남은 350달러(북베트남은 150달러)로 그나마 형편이 나았다. 당시 대한민국과 베트남은 미수교 상태였지만 ‘삼숭(SA
12.30
최근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초대형 국부펀드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미래지향적 산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그 수익은 국민에게 배분하자는 취지다. 아직 명확한 내용이 나오지 않아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게 성급하게 보일 수 있지만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구상이기 때문에 내용이 확정되기 전에 핵심 이슈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1300조원에 이르는 국유재산의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표현이 있는 것으로 보면 기존 한국투자공사(KIC)나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국민성장펀드 보다 훨씬 큰 규모의 펀드가 구상되고 있는 것 같다. 민간에서 세금으로 물납한 주식 등 초기 재원에 대한 언급이 있기는 해도 펀드조성 재원에 대한 전체적 그림을 볼 수 없어 실제로 조성할 수 있는 펀드의 규모는 아직 미지수다. 핵심적인 이슈는 정부가 투자를 잘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에 대한 고전적 경제이론을 들먹이며 설교하려는 것은 아니다. 현재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산업의 변
12.29
침팬지와 코끼리는 인간의 시선을 오래 붙잡아온 동물이다. 하나는 인간과 가장 닮은 영장류이고, 다른 하나는 지상에서 가장 큰 몸집을 가진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 두 동물의 행태를 60여년 동안 밀착 관찰해 획기적 사실을 밝혀낸 두 과학자가 최근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침팬지 행동 연구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제인 구달은 지난 10월 1일 생을 마감했고, 코끼리의 행동양태에서 모계 가족구조의 놀라운 사회성을 발견해 세상에 알린 이언 더글라스-해밀턴도 12월 8일 평생의 연구 무대였던 아프리카 케냐에서 타계했다. 연구 대상은 달랐지만 두 사람이 평생 붙들었던 문제의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간은 자연 위에 군림하는 존재인가, 아니면 다른 생명과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인가라는 물음이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도구를 사용하는 생물은 인간뿐이라는 인식이 절대적이었다. 이 통념을 깨뜨린 인물이 제인 구달이다. 그는 1960년대부터 아프리카 곰베 국립공원에서 침팬
12.24
성탄절이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지 2025년이 지났다. 성탄의 참뜻은 무엇인가? 성경 말씀으로 보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다(마태복음 25장40절)”를 꼽을 수 있다. 그 의미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베푸는 것이 곧 나를 대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본질이자 지향점을 제시한다. 예수는 높은 자리에서 인간 위에 군림한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구원하기 위해 오셨다. 이것은 종교적인 고백을 넘어 인류 사회 전체에 적용되는 변함없는 명제로 남았다. 예수의 위대함은 작은 자와 함께함에 있다. 높아짐이 아니라 스스로 낮아짐으로써 드러나는 역설이다. 오늘의 세계는 눈부신 물질적 성취를 이루었다. 하지만 정신세계를 더 깊은 죄의 수렁으로 빠뜨렸다. 정의로움의 결핍이다. ‘악의 평범성’을 설파한 독일 출신 정치 이론가 한나 아렌트는 “가장 위험한 악은 증오보다 인간에 대한 배려의 부재, 즉 타인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는 마음과
12.23
지난해 12월 3일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분노했다. 전 대통령인 윤석열은 민주당 등 야권이 탄핵을 남발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는 1년이 지난 지금에도 반성은커녕 자신의 비상계엄을 ‘통치행위’라고 강변한다 4.19혁명과 촛불항쟁의 전통에 빛나는 우리 국민은 지난해와 올해에도 위대했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국민은 맨손으로 총구를 거머쥐었다. 계엄군의 전술차량 앞을 가로막고 불의에 항거했다. 그리고 ‘광장’에 모여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들도 용감했다. 그들은 경찰의 제지에 국회 담장을 넘어 의사당에 들어가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했고 ‘윤석열 탄핵’을 통과시켰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일부 장성들은 비상계엄에 깊게 관여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 그러나 1980년 광주항쟁 당시의 처절한 기억 때문인가. 상당수 영관급 및 위관급 장교의 ‘자제’와 ‘항명’과 동원된 사
12.22
이제 안전한 직업은 없다. 인공지능(AI)이 인간 일자리의 74%를 대체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왔다. 선진국 기업 대표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로는 응답자의 41%가 AI의 인력감축을 예상한다. 대표적인 AI 선도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미 올해 직원 1만5000명을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미국 빅테크의 대규모 감원 바람은 MS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아마존은 2030년까지 사업 운영의 75%를 자동화하고 60만명의 일자리를 로봇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IBM 메타(페이스북) 바이두(중국)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도 감원에 동참했다. 전문화한 고숙련 노동도 더는 AI 기술확산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상징성이 크다. 마침내 ‘잡포칼립스(jobpocalypse)’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일자리(job)’와 ‘종말(apocalypse)’의 합성어다. 인간 수명은 늘어나지만 일자리 수명은 짧아진다. AI가 일자리를 없애기보다 새로운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