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6
2024
“11월 본 선거를 위해 이번 예비선거에는 표를 아껴두자.” 지난 1월 23일 뉴햄프셔 예비선거 전날, 해당 주의 일부 유권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사칭한 전화를 받았다. 사전에 녹음해두었던 기존의 투표 독려 내용과는 달리 이 전화는 전혀 다른 요청사항을 담고 있었다. 투표장에 나오지 말라는 메시지가 바이든 대통령과 똑같은 음성으로 안내된 것이다. 전 뉴햄프셔 민주당 의장이 발신자로 표시되었던 이 전화는 결국 인공지능(AI)이 생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당시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바이든이 해당 선거에서 압승하며 선거 결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인공지능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가지 방향 중 하나를 생생하게 보여준 일례다. 이에 앞선 1년여 전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AI 이미지만으로 제작되었다고 주장하는 동영상을 공개한 적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임 기간을 미국의 암흑기로 표현한 광고 내용은 특별히 새롭지 않았지만, 광고 제작에 사용된 기술을 의도
03.22
중국의 총통화량(M2)은 2월 말 기준으로 299조5600억위안이다. 2월 M2 증가율은 8.7%다. 중국에 돌아다니는 돈이 300조위안 규모에 달한다는 의미다. 달러당 7.2위안 환율로 환산하면 150조위안인 미국 M2의 두배다. 물론 미국의 M2에는 10조달러 규모의 기업 예금이 빠져 있다. 미국은 현금과 요구불 예금인 M1을 기준으로 통화정책을 펼치는 나라다. 이 기준으로 중국 M2를 환산하면 미국의 1.4배 정도다. 중국 M2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26조위안의 2.3배 수준이다. 미국의 M2가 GDP의 0.76인 것과 비교하면 중국 통화량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중국 M2가 100조위안을 돌파한 게 2013년 3월이다. 이게 200조위안으로 늘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7년이다. 이 기간 GDP 증가액은 44조7900억위안이다. 100위안을 투입해서 44위안의 GDP를 증가시킨 셈이다. 2020년 1월부터 지난 2월 말까지 M2를 100조위안 더 늘린 4년 1개
03.21
선거의 해 2024년, 세계 최대 민주주의 선거가 인도에서 열린다. 오는 4월 19일부터 실시되는 인도 총선은 유권자만 해도 10억명에 달한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2024년 인도 선거의 키워드는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한 인도의 또 다른 이름‘바라트(Bharat)’이다. 구자라트주에서 유세 중인 집권 여당 인도국민당(BJP) 아미트 샤(Amit Shah) 내무장관은 이번 선거는 BJP가 아니라 ‘바라트’, 즉 국가로서의 인도 그 자체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거마다 이기는 전략을 짜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의 총선 무대 데뷔는 2014년이었다. 모디는 인도 서부 상업의 중심지인 구자라트에서 무려 13년 동안 연평균 10%가 넘는 고속성장을 기록한 주총리로 인지도를 높였다. 모디가 주총리로 있던 시절 구자라트는 인도에서 최초로 24시간 전력이 공급되는 주가 되었다. 글로벌 투자 이벤트인 ‘바이브런트 구자라트 서밋(Vibrant Gujara
03.19
다양한 인종 민족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이 한데 모여 다양성과 포용성에 기반한 삶과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뉴욕에서는 해마다 다양한 문화를 기념하는 축제와 행진이 열린다. 그중 가장 역사가 길고 큰 규모의 행진은 3월 17일 성 패트릭의 날(St. Patrick’s Day)에 벌어지는 퍼레이드다. 성 패트릭은 5세기에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아일랜드의 수호성인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3월 17일은 그를 기리는 가톨릭 축일이다. 동시에 종교적 의미를 넘어 온갖 역경을 딛고 미국에 정착한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의 자부심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다. 미국 곳곳에서 성 패트릭 데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진과 축제가 열린다. 시카고는 성 패트릭 날을 맞아 도시를 가로지르는 시카고강을 아일랜드 상징색 초록으로 물들인다. 아일랜드계 후손이 전체 인구의 약 1/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보스턴에서도 성 패트릭 데이는 도시 전체의 큰 축제다. 1762년부터 시작된 대중적 축제
03.15
적응이 필요한 것은 시차만이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국적기를 타고 13시간을 날아 도착한 인천의 새벽 공기는 매우 차가웠다. 체감온도 영하 20℃까지 떨어졌던 겨울 추위가 한풀 꺾였다고 들었지만 공항 밖은 여전히 매서웠다. 이민가방 8개를 옮겨 실으면서 정신이 버쩍 들었다. 시간의 차이, 공간의 변화, 급격한 공기의 전환을 능숙하게 다루기에 필자는 미숙했다. 어느새 초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실리콘밸리 생활에서 3년간 온실 속의 잡초처럼 살았기 때문이리라. 실리콘밸리의 시공간에서 하루빨리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라도 의식(ritual)이 필요했다. 처음 기울인 노력은 ‘제58회 슈퍼볼 시청’이다. 한국 시각으로 설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달 11일 아침 8시 40분, 미국 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이 시작됐다. 미식축구 규칙도 모르는 필자가 졸린 눈을 비비며 컴퓨터 앞에 앉은 까닭은 단 하나다. 실리콘밸리에서 거주하던 집 바로 옆에 있던 리바이스(Levi’s) 스타디움을 홈구장
03.14
1년에 한번 진행되는 양회, 즉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중국의 입법부이며 헌법상 최고권력기구)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건의권만 있는 통일전선 조직)가 각각 일주일의 일정을 소화하고 3월 11일 월요일 폐막되었다. 이번 양회에서는 세가지 의제가 관심을 모았다. 첫째는 1년 동안의 경제사회정책의 기조를 제시하는 총리의 정부사업보고다. 둘째는 법률 제정과 개정이다. 많은 법률이 두달에 한번 정도 열리는 전국인대 상무위원회에서 개·제정되지만, 일부 법률의 개정안 및 제정안은 전국인대에서 처리되곤 한다. 이번에는 1982년에 제정된 국무원조직법이 40여년 만에 개정되었다. 셋째는 인사였다. 지난해에는 새 임기의 국가주석 총리 등을 선출했기에 큰 관심을 끌었지만 일반적으로는 주요 의제가 아니다. 다만 지난해 낙마한 친강 외교부장(현재 공산당 중앙 외사 판공실 주임인 왕이가 겸임) 자리에 새 인사가 임명될지가 관심사였다. 그런데 양회 시작과 함께 제일 먼저 관심사로 부상한 것은 전국인대
03.13
최근 일본경제 지표들이 전문가들조차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로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이 저성장 저출생과 초고령화 등으로 인한 ‘패러다임 대변환’을 겪으면서 그 미래를 쉽사리 예측키 어려운 미지의 길로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닛케이지수)은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4만선을 돌파했다. 일본의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22개월 연속으로 일본은행(BOJ) 목표치인 2%대를 유지했다. 반면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각각 -3.3%와 -0.4%를 기록했다. 일본경제는 독일에 세계3위 자리를 내주면서 4위로 밀려났다. 일본은 다시 떠오르는 해인가, 아니면 지는 해인가? 일본은 1968년 서독을 누르면서 세계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소니의 전자제품과 도요타・닛산의 자동차와 니콘・캐논의 카메라 등 일본산 제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날개돋친 듯 팔렸다. 20년 가까이 승승장구하던 일본에 급제동을 건
03.12
지난 80년은 인류 역사상 이례적인 시대였다. 민주주의가 정치발전의 순경로라 믿었다. 자유무역이 경제학의 상식이었다. 유럽은 한발 더 나아가 화폐도 하나로 묶고 정치체제도 합쳐가며 통합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한줄 알았던 상식들이 이젠 하나둘씩 무너지고 있다. 굳이 혼란을 겪으며 민주화하느니 안정된 권위주의가 낫다는 생각들이 굳어지고 있다. 자유무역도 도전을 맞았다. 유럽 각국은 국경을 높이는 중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나 헝가리 오르반정부의 행보는 유럽통합의 미래에 드리운 암울한 전조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모습이 인류 역사의 본모습이 아니었을까. 제국의 지위를 가진 강대국들이 굳이 질서와 가치를 통해 세상을 지배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압도적 힘을 가진 제국들은 바깥 세상을 정복하고 착취하면 그만이었다. 정의는 강자의 규범이라는 고대 소피스트 트라시마커스의 주장은 자연스러웠다. 지극히 본능적이고 자연스런 제국의 행태였다. 대영제국도 예외는
03.11
전세계 국가들과 기업들은 전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신도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미 많은 도시가 건설중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91개의 신도시 건설이 발표됐다. 지난해에만 15개의 도시가 발표됐다. 이집트 북부에 들어설 신행정수도는 한창 공사중이다. 완공되면 650만명의 인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집트는 이외에도 5개의 도시를 건설중이며 수십개 도시를 추가로 계획중이다. 인도는 8개의 허브도시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라크의 경우 바그다드 외곽에 5개의 정착도시를 만들 계획이다. 첫번째 정착지가 최근 착공됐다. 신흥경제국들뿐 아니다. 미국 투자자들은 수년동안 비밀리에 캘리포니아 신도시를 위한 토지를 매입해 왔다. 또 억만장자 빌 게이츠는 애리조나 사막에, 월마트 전 임원인 마크 로어는 네바다 사막에 각각 스마트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10곳의 ‘자유도시’ 건설을 제안했다. 하버드대
03.08
캐나다에서 이미 일상화된 차량절도는 범행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연방 법무부장관 차량도 최근 3년 새 세차례나 도난을 당했다. 데이비드 라메티 전 법무장관이 몰던 도요타 하이랜더는 2021년 2월 도난 피해를 입었다가 운좋게 곧바로 회수됐다. 하지만 법무장관이 아리프 비라니로 바뀐 뒤에도 지난해 11월 등 두차례 더 도난피해를 입었다. 밥 해밀턴 국세청장의 2019년형 하이랜더도 2022년 도난을 당해 피해 차량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연방정부는 캐나다에서 해마다 약 9만대의 자동차가 도난당하고 있다며, 피해금액을 10억캐나다달러(CAD, 약 9800억원)로 추산했다. 도난차량 눈앞에 두고도 회수 못해 광역 토론토에 사는 마이클 워커씨는 최근 집 앞에 세워둔 2023년형 토요타 타코마를 잃어버렸다. 다행히 그는 주변에서 차량절도가 빈발하자 차량 내부에 추적장치를 숨겨뒀다. 토론토 인근 철도기지에 있는 컨테이너 안에서 차량신호가 잡혔다.
03.07
2월 14일 인도네시아에서 중요하고도 흥미로운 대통령선거가 있었다. 동남아 최대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대선은 그 자체로 중요한데다, 특히 이번 대선은 사상 처음으로 총선과 동시에 실시돼 그 중요성이 배가됐다. 무엇보다도 대통령-부통령 세팀 중 압승을 거둔 72세의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와 37세의 러닝메이트 기브란(Gibran Rakabuming Raka)은 화제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이었다. 또한 비교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대선이야말로 여러가지 의미에서 동남아스타일 정치의 ‘결정판’이라고 부르기에 딱 좋은 선거였다. 그러나 정작 선거는 싱겁게 결말이 나고 말았다. 초기 일부 개표를 통해 결과를 예측하는 퀵 카운트(Quick Count)에서 프라보워-기브란 팀이 58% 전후의 득표를 한 것으로 나와 결선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개표 검표 확정과 공표에 통상 한달 이상이 소요된다. 젊은층 선호하는 소셜미디어가 큰힘 발휘
03.05
미국 전역에 397개의 햄버거체인을 운영하는 인앤아웃이 처음으로 지점폐쇄를 단행한다. 인앤아웃 창업 후 75년 간 지점폐쇄는 처음 있는 일이다. 폐쇄사유는 바로 범죄로 인한 치안불안이다. 지난달 23일 인앤아웃은 공식입장문을 통해 “고객과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자동차털이 무장강도 재산강탈 등의 피해를 입었다며 오클랜드 지점을 영구폐쇄한다”고 밝혔다. 인앤아웃은 품질관리를 이유로 타인에게 로열티를 받고 영업권을 주는 프랜차이즈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지점확장 등도 잘하지 않는다. 게다가 다른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체인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인 편이라 손님이 항상 많아 지점폐쇄는 너무도 예상 밖이다. 인앤아웃은 다른 패스트푸드점과 달리 냉동고가 없다. 모든 재료를 냉장상태로 사용한다. 냉동감자를 쓰지 않고 생감자를 잘라서 튀긴다는 점 때문에 갓 튀긴 담백하고 신선한 프렌치프라이를 먹을 수 있어 필자가 애용하지만 주문 후 조리를 시작하는 방식이라 음
02.29
“오늘은 새 여명을 알리는 역사적인 날이다. 모든 시민에게 동등하게 봉사하고, 모두를 위한 총리가 되겠다.” 지난 3일 북아일랜드 의회에서 총리로 임명된 신페인당의 미셸 오닐(Michelle O’Neill, 47) 부대표 취임 일성이다. 이날 취임으로 2년 가까이 정지됐던 북아일랜드 자치정부가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다. 신페인(Sinn Féin)은 아일랜드 말로 ‘우리만이’라는 의미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에서 1905년 영국인들을 몰아내고 독립을 달성하고자 결성된 정당이다. 이런 정당이 북아일랜드에서 제1당이 됐고 총리를 배출했다. 북아일랜드 정치지형이 크게 변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큰 변화를 야기한 중요한 이유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때문이다. 친영파 거부로 21개월 간 무정부 상태 신페인은 2022년 5월 총선에서 29% 지지를 얻어 사상 처음으로 북아일랜드에서 제1당이 됐다. 30년 간의 유혈투쟁을 종식한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에 따르면 총선에서 최
02.27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 대법원의 최근 판결이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체외 수정 후 아직 자궁에 이식되기 전인 냉동배아 (수정란)도 법의 보호를 받는 사람이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원고들은 불임클리닉에 보관하고 있던 냉동배아가 실수로 폐기되자 병원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미성년 자녀가 부당한 죽음을 당한 경우 부모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한 1872년에 만든 법을 근거로 들었다. 앨라배마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주 (州)헌법에 명시된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의 생명도 신성하며 태아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문구를 언급하면서 미성년 자녀는 뱃속의 태아뿐 아니라 체외수정 후 아직 자궁에 이식되지 않은 배아도 포함된다고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수백개의 세포로 구성된 배아에게 사람과 동일한 법적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톰 파커 대법원장은 성경의 창세기를 인용해 “태어나기 전부터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갖고 있으며, 거룩하신 하나님의 분노를 사지 않고서는
02.26
1974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탄생한 인터페이스는 세계 최초로 바닥재 시장에 ‘카펫타일’을 선보인 기업이다. 실내공간 전체에 하나의 카펫을 설치하는 게 아니라 카펫을 가로·세로 50㎝ 정사각형 타일로 이어 붙이는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연간 수십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인터페이스사의 고(故) 레이 엔더슨 전 회장은 대표제품 ‘엔트로피’를 만든 사연을 ‘지구환경보고서’ 25주년 특집호 ‘탄소 경제의 혁명’(2008)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인터페이스의 수석 디자이너 데이비드 오우키는 “자연이 바닥 커버링(지표면 덮기)을 어떻게 설계하는지 알아보라”며 디자인팀을 숲속으로 보냈다. 오우키는 다음과 같은 지침을 내렸다. “나뭇잎 디자인을 가지고 돌아오면 안됩니다. 자연의 디자인 원칙을 찾아오세요.” 자연을 실내로 끌어들이는 카펫 디자인팀은 숲속과 시냇물 바닥을 관찰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자연은 완벽한 혼돈 속에 있고 똑같은 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나
02.23
1905년 11월 17일, 대한제국의 외교권 박탈과 통감부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을사늑약(乙巳勒約)이 체결됐다. 이로 인해 미국 등 6개국에 개설돼 있던 공사관이 폐쇄되고 영사관 관원들이 주재국에서 철수하게 된다.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해 서양 국가 중 처음으로 1888년 미국 워싱턴 DC에 개설한 주미조선(대한제국)공사관 폐쇄 과정을 소개하고 일제에 의한 강제매도 금액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고자 한다. 을사늑약으로 재외공관 폐쇄 결정이 난 후 주미공사관은 1906년 2월 마지막 14대 서리 공사였던 김윤정(金潤晶)이 가족과 함께 귀국했다. 즉 선폐쇄 조치 후 소환 과정을 밟은 셈이다. 공사관 건물은 1910년 9월 1일, 일제가 ‘5달러’에 강제 매입한 후 바로 미국인 풀턴(Horace K. Fulton)에게 ‘10달러’에 매각한 것으로 돼 있다. 5달러에 매입후 10달러 매각으로 기록 을사늑약은 14대 서리공사 김윤정 재임 시기에 체결됐다. 하
02.22
러시아-인도 관계의 향방에 따라 러시아의 미래상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중국이 러시아의 대유라시아주의를 완성해가는 동서축의 핵심 국가라면, 인도는 러시아-중국-인도 삼각관계를 중핵으로 하는 대유라시아 공간에서 남북축을 완성시키는 러시아의 또 다른 전략적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러-인 관계는 세계질서의 변화에 따라 여러차례 부침의 단계를 지나왔다. 구소련 해체 후 러시아가 대서양주의 노선을 걸으면서 러-인 관계의 전략적 위상이 모호했던 시기도 있었다. 2000년대 푸틴 체제가 등장하고 유라시아주의가 부상하면서 러-인 관계는 ‘질적으로 새롭고 높은 수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집권 이후 인도가 대중국 견제 및 세력균형 차원에서 미국-인도 전략적 동반자관계 수립으로 선회하고, 러시아가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파키스탄과 군사협력을 가동함으로써 상호불신이 증폭되고 양국관계에 일정한 균열이 생기는 침체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최근 러-인
02.20
최근 막을 내린 슈퍼볼을 둘러싼 가장 큰 화제 중 하나는 우승팀 캔자스시티 선수인 트래비스 켈시와 열애 중인 미국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였다. 스위프트의 가치는 내셔널풋볼리그(NFL)에 새로운 팬, 특히 여성과 소녀팬을 유치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10대 소녀들 사이에서 NFL 시청률은 53%, 18~24세 연령대에서는 24%나 증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새로운 팬덤 덕분에 리그 관련 후원이 증가한 현상을 ‘스위프트 범프(Swift bump)’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미국 보수층은 스위프트가 추종자들에게 민주당을 지지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사용하는 국방부의 심리작전, 즉 사이옵(psyop)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폭스뉴스의 앵커 제시 워터스가 제기한 이 주장은 스위프트의 NFL 경기 출연과 관련한 언론보도가 늘어나면서 보수층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워터스는 1월 9일 ‘제시 워터스 프라임 타임’ 방송에서 “스위프트가 그녀의 대규모 소셜미디어 팔로워를 활용해
02.16
‘글로벌 이단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오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면서 백악관에 접근하고 있다. 서방 언론들은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음을 발한다. 트럼프2기가 도래하면 국제질서의 혼란과 보호무역주의, 안보불안, 정치보복 등의 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일찌감치 트럼프의 재집권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1월 ‘2024년 세계가 마주한 가장 큰 위험은 도널드 트럼프다(Donald Trump poses the biggest danger to the world in 2024)’라는 분석 기사에서 “(트럼프가) 세상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썼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0년 대선결과까지 불복한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게 되면 미국을 지
02.15
올해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결정적인 선거를 치른다. 미국은 11월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의 대결이 2020년 대선에 이어 다시 벌어지면서 세계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오는 6월에는 유럽연합 전역에서 의회선거가 치러지는데 국제적 관심도는 훨씬 떨어진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720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인 데다 사실 대중에게 유럽의회의 역할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미국처럼 군사적으로 강력한 연방국가는 아니지만 세계정치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강대 세력이다. 특히 ‘브뤼셀 효과’, 즉 유럽에서 결정한 규제정책이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 때문에 EU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행위자로 등장했다. 2024년 현재 유럽연합은 세계에서 미국(279조달러) 다음으로 큰 시장(193조달러, IMF 추정)을 관리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도전받는 유럽연합의 그린딜 정책 올 6월의 유럽의회 선거는 앞으로 5년간 유럽연합을 총지휘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