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7
2025
시장은 불확실성을 무서워한다. 눈에 보이는 위험은 관리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 동안 세계시장은 글로벌 무역갈등과 지정학 리스크, 정치적 혼란 등으로 점점 깊은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스라엘-이란 충돌은 세계시장의 ‘불확실’에 ‘불확실’을 더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핵시설을 폭격하는 초강수를 둔 뒤 이스라엘-이란 전쟁을 우격다짐식으로 봉합했지만 불확실성은 더 짙어졌을 뿐이다. WSJ “이란 폭격으로 불확실성 가중”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불확실 경제에 불확실을 더한 미국의 이란 폭격’이라는 분석기사를 실었다. WSJ는 “중동의 지정학적 요동은 트럼프정부의 반복적인 관세 부과와 이민자 강제 추방, 그에 따른 대규모 시위 등과 맞물리며 경제를 불안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RSM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수엘라스는 현재 미국 경제를 ‘만연한 불확실성’이라는 한
06.26
창당한 지 8년에 불과한 영국개혁당이 강경한 이민정책을 내세우며 지지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정당 이념이 유사한 보수당은 물론이고 집권 노동당조차 포퓰리스트 정당의 약진에 당황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다음달 4일에 집권 1년이 되는 노동당은 유사한 이민정책으로 선회하며 개혁당 세력 저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집권당이 정책 우클릭만으로 인내심이 바닥난 유권자들의 지지를 다시 끌어올 수는 없다. 극우 개혁당 지방선거에서 제1당 등극 “195년의 보수당 역사는 끝나고 있다. 정치지형이 급변중이다.” 지난 5월 1일 잉글랜드 전역 지방선거에서 제1정당으로 등극한 나이젤 패라지 영국개혁당 당수는 압승의 의미를 이렇게 규정했다. 개혁당은 30%를 얻어 1위를 차지했고 집권당은 20%에 그쳤다. 영국에서도 지방선거는 여당에 대한 불만 표시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항의를 넘어서 정치지형이 크게 변했음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개혁당은 잉글
06.25
최근 안보현장에서 화해 협상보다는 군사적 타격이 거리낌 없이 실행되고 있다. 세계 안보질서가 강대국 경쟁 시대로 변화한 데 따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첫번째 주요 현상은 국가간 무기거래와 세계 국방비의 증대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가 최근 추계한 바에 따르면 2000~2024년 사이 세계 무기거래량은 50% 증가해 대략 200억 추세지표값(TIV)에서 300억 추세지표값으로 늘어났다. <그림1 참조> 세계 국방비의 합계에서도 이같은 증가가 확인된다. 세계 국방비의 합계는 2000년 7424억9000만달러였으나 이후 급격히 증가해 2023년 2조3900억달러에 이르렀다. 23년 동안 세계 국방비는 3.2배에 폭증한 것이다. 이제 세계 국방비와 무기도입의 증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 앞의 두 표에서 보듯이 1991년 소비에트연방의 붕괴로 냉전체제가 해체되면서 무기 거래량은 급감했다. 세계 국방비는 이후 10년 동안 거의 정체 상태였다. 세계 국방
06.24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데는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빼놓을 수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미국 선거 데이터 분석가인 데이비드 쇼어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에즈라 클라인과의 최근 대담에서 75세 백인 남성이 20세 백인 남성보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를 지지할 가능성이 더 컸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젊은 유권자층 내부의 균열을 간과할 수 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예일대에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지난달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18~21세 응답자들은 약 12%p 차이로 민주당보다 공화당을 더 지지했지만, 22~29세 응답자들은 민주당을 약 6%p 차이로 더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평가하는 항목에서는 20대 중후반의 46%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20대 초반은 51%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차이는 젊은 유권자들이 항상 더 진보적 경향을 보인다는 오랜 통념을 뒤집
06.20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자유선단연합 활동가 12명을 태운 매들린호가 결국 이스라엘 해군에 저지당했다. 이들은 이달 1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를 뚫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분유 등 구호품을 싣고 떠났다. 최초의 팔레스타인 여성 어부 이름을 딴 매들린호는 우리나라 ‘희망버스’와 같은 ‘희망보트’였다. 이 배에는 구호품만이 아니라 인류애와 연대, 희망이 실려 있었다. 전세계의 눈과 귀가 이 배에 쏠렸다. 9일 오전 2시 50분 이스라엘 해군 특수부대 샤예테트13은 가자지구 인근 공해상에서 매들린호를 나포했다. 사건 직후 이스라엘 외무부는 매우 냉소적인 논평을 내보냈다. “쇼는 끝났다. ‘셀카 요트’ 탑승객들은 모국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가자지구에 구호물자를 전달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지만, 인스타그램용 셀카를 찍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머리 없이 천국에 갈 수 있을까요?” 툰베리가 추방된 직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활동가 1000여명이 튀니지에서 가자지구로 출발했다.
06.19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일명 ‘지니어스(GENESIS) 법안’이 17일(현지시간) 찬성 68표, 반대 30표로 미국 상원을 초당적으로 통과해 하원으로 넘어갔다. 해당 법안은 달러가치에 1: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USD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및 유통을 정식 금융 시스템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민간 주도에 머물렀던 스테이블코인이 미국의 통화전략에 있어 핵심적인 지위를 부여받게 됐다. 찬성 68표, 반대 30표로 초당적 통과 이러한 흐름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 당시부터 “미국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다만 주목할 점은 이번 법안의 경우 단순히 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수준을 넘어 미 의회가 스테이블코인을 달러패권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미 정치권이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에 주목하는 데에는 세계 금융질서 속에서 미국 달러의 신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지
06.17
트럼프정부의 무자비한 이민자 추방정책의 대표적 희생자 중 하나로 주목을 받았던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아브레고 가르시아)가 현지시간 6월 6일 마침내 미국으로 송환되어 왔다. 지난 3월 200여명이 넘는 이민자들과 함께 인권유린으로 악명 높은 엘살바도르 감옥 세코트(CECOT, 테러범 수용센터)에 수감된지 거의 석달 만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송환된지 몇시간 만에 그는 서류미비자 불법 운송 혐의를 받아 테네시주 연방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트럼프정부가 그를 송환한 이유는 정부의 위법 행위로 인한 피해를 바로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추방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다. 즉, 법적 절차를 거친 후 다시 추방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테네시주 연방구치소에 구금되어 6월 15일 아버지의 날(Father’s Day)에도 메릴랜드에 있는 아이들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적성국국민법’ 발동해 재판 없이 추방 지난 3월 트럼프정부는 ‘적성국국민법(Ali
06.16
5년 연속 전세계 판매 1위를 지키고 있는 도요타자동차. 도요타 정기 주주총회가 지난 12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본사에서 열렸다. 이날 주총에는 지난해보다 40% 이상 많은 6752명의 주주가 참여했다. 도요타 아키오 회장은 이사 재신임안 표결에서 96.72% 찬성을 얻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사설에서 “도요타는 창업가 가문의 지배력을 키우는 결정을 했다”며 “그룹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요타 창업의 모체이고, 지금도 자동차 주식을 10% 가까이 보유한 도요타자동직기(직기)의 상장폐지를 통한 지배구조 개편 논란을 말한다. 계열사간 복잡한 상호출자 해소 나서 직기는 10일 주주총회에서 자동차 등 도요타 계열사가 제안한 주식공개매수(TOB)를 수용하기로 했다. 도요타 경영진이 구상하는 지배구조 개편 방향은 현재와 같은 계열사간 복잡한 상호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를 통해 자동차를 비롯한 그룹 전체를 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도요타부동
06.13
어머니 수술을 앞두고 고향을 오갈 일이 부쩍 늘었다. 서울에서 동해안의 한 소도시를 가려면 차로 세 시간 남짓 걸린다. 고속철을 타면 소요시간을 반으로 줄일 수 있지만 필자는 애써 버스를 고집한다. 어린 시절 서울을 갈 때면 늘 자동차로 구불구불 산맥을 넘었던 기억이 마음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부터 전국 고속버스의 와이파이가 개통된 덕에 노트북을 켜서 업무도 보고 책도 읽다가 졸음에 빠진다. “모두 안전벨트 매주세요.” 비몽사몽 정신을 차리는데 들리는 목소리가 낯익다. 20년 전 군생활을 함께한 방 병장의 음성과 흡사하다. ‘방 병장인가. 그럴 리 없겠지.’ 도착지에 내려서도 그의 명찰을 엿보려 주변을 서성거린다. 눈이 마주친 그가 묻는다. “욱진이 형?” 직감은 틀리지 않는다. 20년 전 시공간이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었다.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 필자는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다가 짬을 내 30년 전, 40년 전 시공간을 찾아 나선다. 1980년대 후반 어린
06.12
구소련 해체는 중앙아시아 5개국의 분리 독립과 함께 이 지역에 중국 유럽연합(EU) 미국 등 열강들이 영향력을 증대하려는 경쟁을 촉발했다. 그리고 30여년이 흘렀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제재가 장기화되면서 중앙 유라시아에는 다시 중앙아시아와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구축하려는 강대국들 간 치열한 각축전이 전개되고 있다. 올 4월 3~4일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에서 EU는 중앙아시아 5개국과 역사적인 첫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EU는 운송, 주요 원자재, 수자원-에너지-기후, 디지털 연결성 등 4개 핵심 분야에 120억유로의 투자 패키지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EU가 중앙아시아 전략 갱신(2019년), 협력 심화를 위한 로드맵 채택(2023년) 이후 결단한 중대한 행보라고 평가한다. EU, 중앙아시아 5개국과 역사적 정상회담 EU가 특히 중앙아시아와 에너지원 다변화 및 핵심 원자재 확보, 카스피해 통과 국제운송로를 중심으로 교통인프라 개발 협력
06.10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이달 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달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가까스로 통과시킨 세금 및 지출 법안이 향후 10년간 국가부채를 약 2조4200억달러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메디케이드에 대한 역사적인 삭감으로 2034년까지 약 1100만명이 건강보험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과 일부 공화당 지도부는 CBO의 분석에 결함이 있고 해당 기관이 자유주의자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CBO의 예측이 세금 감면에 따른 경제성장 효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분석 결과를 축소하려는 입장을 취한다. 이번 법안은 2017년 트럼프행정부 시절 통과된 고소득층 감세 조치의 연장과 함께 팁 및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세금 면제,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국방 우선 지출 확대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트럼프는 연방 지출 1630억달러 삭감을 요구했으며, 이로 인해 국방
06.09
한국은 반도체 제조 강국이다. 반도체는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이고 지난 4~5월 반도체 수출은 역대 월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5월 반도체 한 품목의 수출이 138억달러로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는 국제경제 환경에 민감한 품목이다. 반도체 수출이 잘될 때 미래에 대한 준비를 잘해야 한다. 반도체의 중요한 특징은 메모리든 비메모리든 생산에 필요한 원료·소재·장비가 글로벌 공급망으로 구축돼 있어 지정학적인 고려가 필수라는 점이다. 게다가 미중 간 기술패권경쟁 격화로 세계 각국은 반도체 산업에 대해 새로운 경제안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 전략은 대체로 ①자국 내 공급기반 확충 ②기술우위 확보·보호 ③공급망 블록화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각국 ‘반도체 경제안보전략’모색 중 미국은 2022년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제정해 반도체 기술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의 80% 이상이 아시아, 특히 중
06.05
2015년 유엔 안전보장 상임이사 5개국과 독일(이하 P5+1)은 ‘포괄적 공동 행동계획(JCPOA)’이라는 이름으로 이란과 핵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2018년 미국이 일방적으로 JCPOA에서 탈퇴하면서 이란 핵 위기가 다시 불거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서명이 들어간 새로운 협상을 맺자고 했으나 이는 이미 P5+1과 협정을 체결한 이란이 들어줄 이유가 없는 요청이었다. 트럼프 1기 정부는 경제제재 복원으로 계속 이란을 압박하며 핵농축이나 프로그램 유지가 가능하지 않은 새로운 협정을 추구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2기 정부 들어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소셜네트워크 트루스(Truth)에 “미국이 이스라엘과 협력해 이란을 산산조각 낼 것이라는 언론보도는 매우 과장되었다”고 지적한 뒤 자신은 “검증가능한 핵 평화협정을 훨씬 선호한다”며 “이란과 핵 협정을 체결해 중동에서 성대한 축하행사를 열어야 한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핵 없이 번영하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면서 이란과 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