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6
2026
바람이 분다. 지방선거가 눈앞이다. 50일도 안 남았다. 여기저기 출마자들이 깃발을 흔든다. 헌데 색깔도 글씨도 흐릿하다. 초록동색이거나 농담만 다른 무채색이다. 그러니 깃발이 펄럭여도 ‘소리 없는 아우성’조차 없다. 울림이 없는 거다. 표심도 잔잔하다. “골라, 골라” 외쳐도 힐끗 보고는 지나친다. 시민들은 10대 0이냐, 9대 1이냐 내기 건다. 지자체장 후보 경선에서 여당은 현역 전패, 야당은 현역 불패인 배경이다. 흥이 날 리 없다. 오히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눈길을 끈다. 조국혁신당 조 국은 평택을, 국민의힘 출신 한동훈은 부산북갑에 깃발을 꽂았다. 부산갈매기 조가 부산을 떠나고 검사로 3년 근무한 인연 뿐인 한이 발을 들였다. 대신 우회 대결이 됐다. 변수는 있다. 둘 다 제3당과 무소속이다. 평택을은 단일화가 관건이다. 부산북갑은 무공천이 이슈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후보를 낼지, 이른바 자객 공천을 할지 여부에 판세가 흔들릴 전망이다. 조의 깃발은 “
04.15
나는 운전대를 잡고 주택가 도로를 지나고 있다. 저 멀리 횡단보도가 보인다. 그 앞 차도와 보도의 경계에는 가지런히 다듬어진 쥐똥나무 관목이 줄지어 서있다. 대략 1m 남짓 높이다. 그 너머에 어른이 서 있다면 물론 알아볼 수 있다. 상체가 관목 위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1m도 안되는 키 작은 아이가 서 있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관목에 가려져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길은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순간 아이가 차도로 뛰어든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 찰나까지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가속페달을 밟고 있을 것이다. 우리 도시는 늘 위에서 보기 좋게 디자인되지만 정작 삶은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높은 곳에서 보면 도시는 질서정연하고 효율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시선은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아니다. 도시를 어디에서, 누구의 눈높이에서, 어떤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볼 것인가? 이 질문에 따라 도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드러난다. 95cm는 만
04.14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었다. 중동에서 시작된 전쟁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깊이 영향을 미치는지를 체감하는 순간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확인된 세계 질서는 이제 더욱 분명해졌다. 각자도생의 시대다. 어느덧 45일째 접어든 이번 전쟁은 멀리 떨어진 중동의 불안정이 한국 경제와 에너지 안보에 어떤 의미인지 다시 묻고 있다. 정부가 ‘최고가격제’나 ‘차량 5부제’ 등 고강도 정책으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그 부담은 가계와 기업 모두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2주 간의 휴전 선언으로 포성은 잠시 멎었지만, 협상 타결은 쉽지 않고 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아울러 미국이 중동을 떠난다 해도 호르무즈 해협으로 대표되는 중동의 불확실성은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의 불간섭이라는 새로운 국제 환경에서 ‘미국 없는 중동’은 한국의 에너지 안보에서 가장 불안한 고리로 남
04.13
흔히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고전적인 논쟁을 즐기곤 한다. 하지만 적어도 바이오산업에선 정답이 명확하다. 닭이 먼저다. 여기서 닭은 우수한 연구인력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숨쉬는 생태계를 의미하며, 달걀은 그 결과물인 신약과 사업화 성과를 뜻한다. 닭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사육 환경, 즉 생태계(허브)가 제대로 갖춰져야 비로소 황금알을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K-바이오허브’란 이름으로 보스턴 모델을 이식하는데 열을 올렸다. 하지만 보스턴의 본질과 한국의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거대한 인식의 격차가 존재한다. 우리는 지금 황금알을 낳는 혁신의 주체를 키우려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그들을 모아둘 ‘물리적 공간’을 짓는데 매몰되어 있는 것인가. 보스턴 모델 겉모습 아닌 내용 배워야 미국 보스턴의 캔달스퀘어는 과거 우범지대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1마일’로 탈바꿈했다. 이 기적의 이면에는 정책적 열망과 리더십에 따른 철저하게 계산된 생태
04.09
2월 28일 이란 공격 개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어록 일부다. “우리는 전쟁에서 이겼다”(3월 3일). “이란은 끝났다. 지금 당장 엄청난 성공이라고 해도 된다”(3월 9일). “이기긴 했는데, 완전히 이기진 않았다”(3월 12일). 기자들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물었다(3월 17일).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 유가는 40% 이상 폭등했고 미국 휘발유 가격은 갤런 당 4달러를 돌파했다. 트럼프는 답했다. “우리는 중동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다. 각국이 알아서 해협을 보호하면 된다.” 그는 덧붙였다. “전쟁이 끝나면 해협은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다.” 자연스럽게! 4월 1일 트럼프는 대국민 연설을 했다. 세계가 주목했다. 그는 말했다. “미국의 모든 군사 목표가 거의 달성됐다.” “앞으로 2~3주 동안 이란을 극도로 강하게 타격한다.” 이긴 전쟁을 왜 2~3주 더 해야 하는지 묻을 수 있는 기자는 그 자리에 없었다. 트럼프는 그들이 있어야 할 곳, 석기시대로 돌려보내겠다
04.08
정치권은 6월 3일 시행되는 지방선거에 모든 관심을 두고 있지만 그 이전인 5월 30일부터 22대 국회 후반기가 시작된다. 통상 국회 전반기에는 정당 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지만 후반기에는 원활한 국회 운영을 위해 여야 간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후반기에는 양상이 다를 것 같다. 매번 국회가 지각 개원하는 이유는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결정하는 원구성 갈등이 있기 때문이다. 상임위원회가 국회 운영의 중심이 되는 구도에서 상임위원장 배분은 기본적으로 정당별 의석 비율에 따른다. 즉 한 정당이 의석의 40%를 확보했다면 위원장직도 40%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국회법에 상임위원장 배분에 관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주요 상임위원장을 서로 차지하겠다는 충돌이다. 전반기 원구성에서 정당들은 법사위나 운영위원회 등 핵심이 되는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을 차지하기 위해 협상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국회 개원이 늦어지면 여론의 비난이 높아지
04.07
2년 전 쯤 한 언론에 ‘요즘 젊은이들 훌륭하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동의하지 않는 지인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지난 3월에 쓴 칼럼에서 AI 시대의 강의실에서의 당혹감을 표현한 적이 있어 혹시 그 사이 필자도 생각이 달라진 건 아닌지 의심을 살만했다. 그래서 오늘 필자는 우리 젊은이들에 대한 믿음이 오히려 더 커졌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맡겨도 충분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더 가지게 되었음을 피력해 보려 한다. 필자는 우리나라 예쁜꼬마선충 연구의 1세대로서 정년퇴임하기 전에 최선을 다해 생명과학의 보람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때문에 기회가 주어지면 어디든 가서 예쁜꼬마선충 강연을 하고 다닌다. 지난해와 올해 강연을 진행하게 된 후 두드러지는 현상 하나는 다양한 분들로부터 메일이 온다는 것이다. 그중 고등학생이 가장 많은데 필자의 강연을 듣고 열심히 이해하고 호기심 충만하여 질문을 쏟아낼 뿐 아니라 연구실 방문을 할 수 있는지 문의해 온다. 필
04.06
현대사에서 미국만큼 전쟁을 많이 한 나라도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은 독립전쟁으로 탄생한 나라다. 그러면서도 침략을 당해보지 않은 특이한 나라다. 미국은 250년 역사에서 20년 정도만 전쟁을 치르지 않았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242년(1776~2018년) 역사에서 오직 16년 동안만 평화를 즐겼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카터는 2019년 4월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마라나타 침례교회 주일학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1기)과 나눈 통화 내용을 공유하며 이 같은 수치를 언급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2016년까지 전 세계 150곳 이상에서 250여 개의 전쟁이 일어났다. 이 가운데 200개 이상의 전쟁이 미국의 개입으로 발발했다는 추산도 있다. 카터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렇게 조언했다고 한다. “중국의 무서운 성장은 현명한 투자로 촉진되고 평화로 활성화했다. 1979년(미중 수교) 이후 중국은 단 한 번도 전쟁을 하지 않았다. 미국은 계속 전쟁을
04.02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안정 상황(2026년 3월)’ 보고서에는 참고자료로 ‘고위험가구 자산 및 부채현황’이 실렸다. 보고서는 고위험가구를 △차주가 보유한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상환액을 이자비용 차감전 연간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누어 계산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총부채금액을 자산평가액으로 나누어 계산한 부채자산비율(DTA)이 100%를 넘는 가구로 정의했다. 이들은 2025년 3월 기준 45만9000가구로 전년 3월 대비 18.9% 늘었고, 금융부채를 가진 가구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3.2%에서 4.0%로 늘었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고위험가구에서 청년층(20대와 30대)이 차지하는 비중과 그 변화다. 문재인정부 시기의 부동산 파동 이래 ‘영끌’이나 ‘빚투’같은 신조어들이 주로 청년층과 관련해서 제기되었고,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이 되지나 않을까하는 우려들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과를 일부라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고 할 만 하다. 우려하던대
04.01
얼마 전 현직 산림청장이 음주운전 중 사고를 내 면직됐다는 뉴스를 보면서 여러 상념이 떠오른다. 사고 다음날 청와대가 “중대한 현행 법령 위반 행위를 해 물의를 야기한 사실을 확인하고 대통령이 직권면직 조치했다”고 발표한 점에 별 이의는 없다. 중대한 법령 위반이 음주운전이라는 구체적 사실은 발표 내용에 없었지만 언론 취재에 확인해 주는 방식으로 국민에 알린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김인호 당시 청장이 운전하는 차량이 버스와 승용차 2대를 잇달아 들이받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까지 칠 뻔한 영상이 가감없이 미디어에 공개돼 사고에 대한 의문은 말끔히 해소됐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우선 왜 차관급 기관장이 나라에서 제공한 기사와 차량을 굳이 마다하고 직접 자기 차 운전대를 잡았을까 하는 의문이다. 사고가 금요일 오후 10시 50분 성남시 분당구 네거리에서 발생한 걸로 보아 세종청사에서 근무를 마친 뒤 성남 자택 인근에서 사적모임 자리를
03.31
아침마다 오르는 동네 산에 지난 주말부터 진달래가 꽃피기 시작했다. 잎도 피기 전 마른 가지에 피는 분홍색 진달래꽃은 서정적이다. '바위 고개 핀 꽃 진달래 꽃은/우리 님이 즐겨즐겨 꺾어 주던 꽃/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일제 치하 나라 잃은 서러움이 배어나는 애잔한 노랫말이다. 봄비가 내린다. 이 비가 지나고 나면 지금 한창인 목련꽃도 우수수 떨어지리라. 어렸을 적 시골 동네에는 자목련이 흔했는데 요즘에는 백목련이 많아졌다. 그래서 그런지 자목련을 보면 한동안 그 앞에 서 있게 된다. 필자가 사는 전주 근교에는 한달 전부터 하얀 매화꽃이 피기 시작했다. 연이어 노란 산수유가 피고, 개나리와 목련이 거의 함께 피었다. 마당에는 하얀 수선화도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봄꽃들이 쉬는 간격 없이 거의 한꺼번에 피는 현상은 필자의 기억에는 재작년부터다. 자연이 똑 같은 패턴으로 순환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느낀다. 도널
03.30
미국 미네소타주는 프로미식축구리그(NFL) 팀 이름이 ‘바이킹스’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출신이 주 인구의 30%대에 이를 정도로 많아서다. 여기에는 아픈 사연이 있다. 전세계에 대공황이 밀어닥친 1930년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실업률이 20~30%대로 치솟았다. 스웨덴의 상황이 특히 심각했다. 대량해고와 직장폐쇄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배고픔에 지친 학생과 부녀자, 노인과 어린아이들까지 가세하면서 극단적인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수도 스톡홀름 인근 도시에서 파업하던 노동자를 지지하던 3000여명의 시위대에게 군대가 발포하면서 임산부를 포함한 5명이 사망했다. 스웨덴 사람들이 ‘오달렌 사태’로 기억하는 참사였다. 이 사태는 더 많은 파업과 시위로 이어졌고, 스웨덴 경제는 더 깊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미국 등 신대륙 이민에 나섰다. 상당수는 호수가 많은데다 겨울에
03.26
대한민국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하루 원유량은 270만~280만 배럴이다. 이중 약 70%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페르시아만 국가에서 수입된다. 200만 배럴을 적재한 초대형 유조선이 사실상 매일 한 척씩 페르시아만에서 한국을 향해 출항해야 하는 구조다. 그런데 지금 전쟁중인 미국과 이란의 긴장 속에서, 이란과 오만 사이의 좁은 병목을 통과하지 못하고 페르시아만 안에 묶여 있는 유조선 몇 척은 곧 한국 경제의 ‘며칠치 시간’이기도 하다. 비축유가 있어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지만 이란과 오만 사이 통로가 완전히 막히는 순간 상황은 곧 중대위기로 바뀐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유럽 등 전세계의 에너지 안보가 동시에 압박을 받게 된다. 그 바다 길목이 바로 호르무즈 해협이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이 해협 봉쇄 가능성은 반복적으로 거론되어 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도에서 보면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가느다란 바다 한 줄이다. 페르
03.25
중동전쟁이 세계질서를 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봉쇄되면서 군사적•경제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미국의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주요 국가들에 대한 압박 강도도 높아질 것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4일 중동전쟁 파병 문제와 관련해 “물밑에서 여러 상황에 대해 긴밀히 협력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한국은 입장이 다르다. 중동전쟁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의무이행 밖의 문제다. 다만 전통적 우방을 도와야 한다는 신뢰가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동 파병에 동의할 수는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지형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중대 사안이기 때문이다. 파병은 미국의 중동전쟁에 힘을 보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과 대척점에 서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앞마당’을 차지하도록 대문을 활짝 열어주는 격이다. 시카고대 국제정치학 석좌교수 존 J. 미어샤이머의 경고다. “국제관계에서 위기관리의 최우선 순위는 핵
03.24
비트코인 논문은 2008년 10월에 나왔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개념은 6년 뒤인 2014년에 나왔다. 암호화폐가 세간에서 뜨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말이다. 암호화폐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비트코인과 거래소 내에서 거래할 때 달러 대신 사용될 유동성 공급 수단으로서 스테이블코인(S코인)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S코인 업계 1위는 테더다. 말 그대로 코인가치를 미 달러와 1:1 형태 밧줄로 묶어 둔다(peg)는 취지다. 담보자산을 외부기관에 예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코인 발행에 들어가는 안정성을 갖는다. 겉으로는 ‘1코인=1미화 달러’라는 단순 형태지만 실제로는 다층적인 기술인프라와 금융구조가 얽혀 있다. 그런 연유로 해킹 오작동 제어실패 같은 전산오류가 발생하면 곧바로 금융위험으로 발전할 수 있는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실물담보 혹은 실물자산(국채)만으로도 S코인은 결코 스테이블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 그 유명한 사례가 테라라는 미화기반 S코인이다. 미국 법원은
03.23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왕이 될 수 있었다. 미국 독립선언 이후 장교들이 워싱턴 총사령관에게 왕이 되라고 간청했다. 1782년 5월 루이스 니콜라 대령은 워싱턴을 찾아가 아메리카의 왕 조지 1세가 돼 달라는 편지를 전달했다. ‘군 전체의 뜻’이라는 이 요청은 시대흐름으로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 세계는 모두 왕이 통치하는 시대였다. 워싱턴은 왕이 되는 걸 거부했다. 당시 헌법에 임기 제한 조항이 없었으나 그는 재선 대통령을 끝내고 물러났다. 마음만 먹었으면 종신 대통령도 가능했다. 공화정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워싱턴처럼 행동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워싱턴의 위대한 결정으로 미국은 민주적인 정치 시스템을 운영하는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2차세계대전을 겪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유일하게 4선 대통령이라는 예외 사례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는 선출된 대통령임에도 왕처럼 나라를 다스리려는 노욕으로 가득 찼다. 실제로 절대 왕인
03.19
세상에 완전무결한 법은 없다. 1804년 제정된 나폴레옹 법전은 근대 민법의 기초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지만 지금 보면 엄청나게 전근대적이다. 무엇보다 성차별의 표본이다. 아내는 남편의 보호를 받는 존재로 정의됐다. 계약을 체결하거나 재산을 처분할 때 남편의 동의가 필요했다. 프랑스의 삼색기는 자유·평등·박애를 상징한다는데 여기에 남녀평등은 없었다. 불평등 독소는 170년이 지나 1975년에 폐지됐다. 우리는 이보다도 40년 늦은 2015년에야 폐기됐다. 도둑질은 어떨까. 기원전 21세기 제정된 우르남무 법전을 보자. 가장 오래된 성문법으로 모두 57개 조항이다. 이중 30개가 전해지는데 ‘도둑질하면 죽인다’고 명문화했다. 그로부터 300년이 지나 함무라비 법전도 ‘신전이나 왕궁 재산을 훔치거나 장물을 넘겨받아도 사형’이다. 먼 옛날에는 절도가 살인과 같은 무게의 중범죄였다. 세월이 흘러 고조선의 8조법금은 절도죄에 다소 너그러워졌다. 사형 대신 노비가 되거나 50만전을 내도록
03.18
6.3 지방선거가 80일도 남지 않았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선거 열기는 뜨겁지 않다.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높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내분 등으로 지리멸렬한 상태에 빠져 민주당의 완승이 예상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치러지는 만큼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국민의힘은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1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66%로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24%에 그쳤다. 긍정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이 20%로 가장 높았고, 외교가 10%로 뒤를 이었다. 민주당도 최근 검찰개혁 등을 둘러싼 당내 이견으로 한때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 취임 이후에도 내란세력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의 1.5~
안개 자욱한 루앙프라방의 새벽, 주황색 가사의 행렬이 정적을 깨고 나타난다. 맨발이 땅에 닿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한 탁발의 행진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집 앞 낮은 방석에 앉은 할머니는 바구니를 열어 갓 쪄낸 찹쌀을 한줌씩 발우에 담는다. 말도 없고 눈길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승려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할머니는 정중히 손을 모은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여행자에게는 이 장면이 이국적인 풍경일지 모르지만 라오스의 이 도시에선 수백년 이어져 온 일상의 리듬이자 공동체를 지탱해 온 거룩한 의례다. 시민이 음식을 올리고, 승려는 필요한 만큼만 남긴 뒤 사찰 문간에서 다시 노인과 가난한 이웃, 산지에서 내려온 소수민족 아이들에게 나눈다. 수혜자의 명단도 복잡한 증빙서류도 필요 없다. 어제는 받던 사람이 오늘은 바나나 한 송이를 올리기도 한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고정되지 않는다. 음식은 순환하고, 관계는 남으며, 공동체는 이 리듬 속에서 단단히 결속되어 이어져
03.17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 천연가스(LNG)의 20%가 지나가는 ‘에너지 동맥’이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음에도 유가는 100달러를 넘보는 상황이다. 한국은 석유 수입의 70% 가까이를 중동에 의존해 국적 유조선이 통과 못 하자 도입량이 급감했다. 주유소에 가도 기름을 못 넣는 1970년대 오일쇼크의 상황이 다시 현실이 될 수 있다. 이 사태는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준다. 마치 한강 다리가 막히면 서울이 마비되듯 에너지 공급망 하나가 무너지면 국가 전체가 흔들린다. 국내 정유소는 중동산 저가 중질유에 최적화돼 당장 미국 텍사스 경질유나 영국 브렌트유를 쓰려면 효율이 떨어져 비용이 많이 들며, 정유 공장이 수시로 고장나고,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증가할 수 있다. 단순히 ‘도입선 다변화’ 구호가 아니라, 다양한 원유를 정제할 플랜트로의 개조가 필요한다. 이 개조에는 최소한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