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7
2025
가슴 뭉클한 ‘애국시민’이란 말이 아스팔트 도로에서 고생한다. 속절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 이후 ‘애국시민’을 소환하자 그예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갔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초 관저에서 ‘실시간 유튜브를 통해 애쓰시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자유와 민주를 사랑하는 애국시민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시민을 넘어 여당 현역 국회의원들까지 이 대열에 합류한 지 오래다. 지난 주말에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한 집회에서 “애국시민이 있었기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 가짜 내란 몰이로 불법구금과 불법수사로 헌법과 법치가 무너졌다”고 억설(臆說)했다. 헌법과 법률을 심대하게 어겨 심판대에 오른, 정의롭지 못한 대통령을 옹호하는 이들이야말로 ‘애국시민’이라는 뜻이다. 탄핵 찬성과 파면을 외치면 ‘애국시민’이 아니다. ‘애국시민’이 아닌 것에 그치지 않고 대척점에 선 ‘반국가세력’이 된다. 윤석열이 지목한 바로 그 ‘반국가세력
03.13
조선시대 지배층을 관통하는 단어가 있다. 염치(廉恥)다. 체면을 차리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이 염치는 조선왕조실록 국문판에 2067번 등장한다. 예의와 염치가 사라지면 나라가 망한다는 경고도 158번이 나온다. 조선왕조를 518년 지탱한 정신적 지주이다. 성종실록에 “선비라는 자가 염치가 없으면 그 다음을 볼 것도 없다”는 구절이 있다. 광해군도 염치를 강조했다. 즉위 원년에 “염치가 있는 사람을 기용할 수 없다면 기용하는 사람들도 반드시 염치가 없는 무리들일 것”이라고 간파했다. 을사오적의 공통점은 몰염치와 파렴치 그런 점에서 보면 1910년 경술국치로 나라가 망한 이유도 염치에서 찾을 수 있겠다. 을사오적의 공통점이 몰염치와 파렴치 아닌가. 나라보다 자신의 이득을 우선하지 않았나. 이 염치를 요즘 말로 하면 양심(良心)쯤 될까. 생태학자 최재천 박사가 지난 1월 14일에 펴낸 책 제목이 '양심'이다. 그는 우리 일상에서 양심이란 단어가 사라지고 있다는 데
03.12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왕이여, 영원하라!”고 적었다. 백악관은 즉각 금색 왕관을 쓴 트럼프 그림을 SNS에 올렸다. 스스로 황제에 등극했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처럼 트럼프 역시 “나는 왕이로소이다”라며 셀프 즉위식을 치른 것. 실제로 그는 취임후 절대제국의 왕처럼 행동했다. 캐나다 가자지구 아일랜드 파나마운하 등을 미국 땅으로 만들겠다는 제국주의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전세계를 향해 25% 보복관세라는 철퇴를 거침없이 휘둘렀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옆에서 미국공무원을 초법적으로 대량 해고하는 등 열심히 박자를 맞추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날은 지난 1월 20일. 그로부터 채 석달도 안돼 트럼프는 ‘왕’에서 ‘광대’로 내려온 모양새다. 베릴 하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한 공무원이 제기한 복직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하면서 “미국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고 끊어말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왕’이나 ‘독
03.11
미국 콜로라도 아스펜이라는 자그마한 도시는 자작나무와 비슷한 아스펜나무가 정말 많다. 부자들의 별장이 즐비하고 겨울이면 스키 여행객들로 붐비는 이 동네 언저리에 아스펜물리학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유럽이 물리학의 본고장이던 시절 변방인 미국까지 오고 싶어하지 않는 유럽 물리학자들을 아름다운 경치와 스키로 유인하기 위한 방책이었고 성공했다. 덕분에 매년 겨울 아스펜에서는 물리학의 첨단 쟁점들을 다루는 일주일짜리 학회가 몇개 열린다. 올해 가장 관심을 모은 주제는 ‘양자와 인공지능의 만남’이다. 작년 말 구글이 발표한 양자칩 윌로우와 ‘양자컴퓨터는 20년 뒤에나 가능하다’는 젠슨 황 예측의 모순 때문에 양자와 인공지능의 경쟁관계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이라 시의적절한 모임이었고 성황을 이루었다.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초전도체 소자, 원자, 원자에서 전자를 하나 벗겨낸 이온을 이용한 것 세가지가 있다. 이번 학회에서는 각 분야를 주도하는 기업의 발표가 학계의 발표와 병행해
03.10
지난달 미국을 찾은 우리나라 기업인 사절단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어렵게 만났다. 당초 면담 약속이 일방 취소됐다.이틀간의 일정이 끝난 다음날에야 30분을 할애 받았다. 생색내듯 이뤄진 면담에서 러트릭 장관은 10억달러 이상 투자해야 환경평가·안보심사 등을 간소화하는 패스트트랙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를 약속하면 1년 내 착공하고, 트럼프행정부 임기 내 성과를 내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정부는 10억달러가 투자하한선이 아닌 ‘투자를 많이 해 달라’는 뜻일 거라며 거들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이 1억달러를 들여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는 등의 투자성과를 강조하는 가운데 10억달러를 언급함으로써 ‘그 정도론 부족하다’는 의미로 읽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노골적이었다. 의회 연설에서 직전 정부의 반도체법을 “끔찍하다”며 폐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미국 공장을 짓는 조건으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약속한 삼성전자(47억5000만달러) SK하이닉스(4억5800만달러)의 보조금
03.06
서울시가 지난 달 광화문광장에 ‘감사의 정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6.25 전쟁에 참전하거나 의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 22개국에 대한 감사와 보은의 의미를 새길 것이라고 한다.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을 때 도움을 준 나라들에 고마움을 전하자는 것을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구상이 오늘 한국의 시대정신과 국민정서에 맞는지는 냉정히 따져볼 일이다. 광화문광장은 서울을 넘어 우리나라, 한반도의 중심을 표상하는 공간이다. 미래한국의 꿈을 세계로 발신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이 국가상징 거리에는 한국의 국격과 정체성, 비전에 맞는 조형물을 세우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이 광장 한 켠에 6.25의 기억을 소환하겠다는 서울시의 이번 발표는 생뚱맞고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3년 동족상잔의 참화를 참전국에 대한 보은의 정념으로 굴절시키거나 적의에 찬 진영론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 전쟁에서 우리가 성찰할 점은 그들이 우리를 도왔다는
03.05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미국이 국익보다 세계질서를 너무 자주 우선시하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자국에 가장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행동해 왔다”고 말함으로써 이제 미국은 국제질서를 우선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서도 “세계에 단순히 일극 세력만 있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전후 세계질서를 미국이 단일 패권을 갖는 단극(unipolar)체제에서 다극(multipolar)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종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극체제로의 전환이 갖는 구체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놀랍게도 이 다극에 유럽이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는 다극은 미국 중국 러시아다. 이 다극 가운데 미국은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을 견제할 것이라는 그림이 읽힌다. 미국이 미중수교에서 냉전종식의 계기를 찾으려 했다는 해석에서 보면 기시감을 느낄 만하다. 다만 이번에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손잡을
03.04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모든 변론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이제 남은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뿐이다. 조만간 우리는 윤 대통령과 나라의 명운을 가르는 헌재 선고장면을 숨죽이며 지켜보게 될 것이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재판관 빈자리 채우는 문제로 막판 변수가 생겼다며 설왕설래를 하는 모양이나 공연한 호들갑 아니면 소모전에 그칠 공산이 크다. 헌재는 최근 재판관 8명 전원이 모여 사건에 관해 토의하는 평의(評議)절차를 개시했다. 선고 열차는 이미 출발한 것이다. 만약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오늘 내일 사이 9번째 재판관을 임명한다 해도 그동안 재판을 지켜보기만 하던 신임 재판관이 선고 열차에 합류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헌재는 평의에서 논의하고 투표로 결론 내리는데 뒤늦게 들어온 재판관이 평의에 들어와 의견을 개진하고 투표까지 하려든다면 사건의 변론절차를 다시 밟거나 최소한 선고일을 한참 뒤로 미뤄야 한다. 그러다 4월을 맞으면 기존 재판관 두명의 임기가 만료되고, 그 때는 그들의
02.27
다람쥐도 거짓 속임수를 쓴다. 겨울을 앞둔 다람쥐는 도토리를 여기저기 땅에 묻어둔다. 그런데 이를 지켜보는 다람쥐가 있다. 묻은 도토리를 훔치려는 거다. 이를 알아챈 다람쥐는 짐짓 엉뚱한 곳에 묻는 시늉을 한다. 문제는 기억력이다. 정작 겨울이 오면 도토리를 어디에 묻었는지 잊는 거다. 침팬지도 거짓말을 한다. 제인 구달 박사는 바나나를 훔쳐서 혼자 먹는 침팬지를 시험했다. 한꺼번에 여러개를 준 거다. 그러자 침팬지는 이를 숨겨놓고는 모여든 침팬지에게 엉뚱한 곳을 가리켰다. 들통난 침팬지는 집단제재를 당한다. 생태학자 최재천 박사는 “동물의 거짓말은 삶의 일부”라고 말했다. 나아가 거짓말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한다. 거짓말이 발각되면 반성 대신 더 정교한 거짓말을 궁리한다고 한다. 어딘지 익숙한 상황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최후변론을 끝내고 선고만 남았다. ‘심판의 날’은 3월 중순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메시지가 될 수도 있는 67분짜리 최후진
02.26
트럼프 집권 2기 시작 후 월스트리트에서 전반적인 녹색금융과 ESG가 시련을 겪고 있다. 지속가능성 리트머스 시험지인 래리 핑크의 CEO편지 분석에 의하면 2020년 편지가 기후변화, ESG 및 지속가능성을 46번 언급했지만 2024년에는 기후변화 4번, 지속가능성 1번을 언급할 뿐 ESG 언급은 없다. 녹색금융과 ESG 투자의 역할을 기대해온 시민사회 및 산업계가 실망할 수밖에 없다. 텍사스주정부와 일부 펀드회사 등이 ESG 기준 투자를 공격하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ESG 투자시장의 분위기가 위축되었다.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약 탈퇴와 각종 반환경적 조치들로 지속가능성이 퇴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향후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포기하고 다시 화석연료 시대로 돌아간다는 예상 아래 전략을 수립하기도 불안하다. 2024년에도 에너지전환 인프라 펀드는 전세계적으로 1조달러로 확대되었다. 석탄과 가스 수요가 증가했지만 재생에너지 생산과 수요도 최고점에 달했다. 화석연료를 타깃으로
02.25
12.3 비상계엄으로 인한 탄핵의 시간이 마무리돼 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위반 여부를 가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헌법재판관들의 소관이다. 하지만 장삼이사 누구나 단언할 수는 있다. 대통령의 파면은 피할 수 없다. 비상계엄이라는 사안이 너무 뚜렷해 논란의 소지가 없다. 하지만 12월 3일 이후 적어도 50대 이후 세대는 긴 악몽의 연속이다. 일그러진 한국 현대사의 상처뿐인 초상을 다시 소환했다. 하나는 흑백사진으로 돌려보는 5.16 군사반란이다. 다른 하나는 1980년 전두환 군부의 5.18 비상계엄이다. 그리고 세번째는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이다. 앞의 둘은 성공했고 세번째는 아직 진행형이지만 사실은 실패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전국 비상계엄 선포에서 진행까지 전 과정이 국민 앞에 생중계됐다. 탄핵심판의 내용도 모두 속속들이 알고 있다. 법률적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유·무죄를 판단 할 수 있는 공감이 형성됐다.
02.24
우리나라는 종전과는 다른 차원의 에너지안보환경에 직면해 있다. 첫째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으로 전력수요의 가속적 증가가 예상되며, 둘째 기후변화가 눈에 띄게 악화하면서 탄소감축 필요성이 더욱 긴박해졌고, 셋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석연료 회귀정책으로 시장에 교란이 생기고 있다. AI는 산업 전반에 혁명적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특히 챗GPT 같은 생성형 AI와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전력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AI 연산처리를 위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국가 전체 소비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AI가 정밀해지고 그 범위가 넓어질수록 더 많은 데이터처리가 필요해지고 따라서 전력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4차산업혁명에 깊숙이 들어선 한국도 전력을 더욱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제 데이터센터는 산업의 중요한 엔진으로 자리매김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전력공급이 절실하다. 글로벌 IT 기업
02.20
선거부정에 대한 의혹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9차 변론이 끝난 지금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변론 중 질의응답이 정곡을 벗어나 형식적으로 진행된 탓이다. 기술적으로 난해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부정선거 문제가 헌재 심판의 중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건 선거망도 컴퓨터로 돌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시스템 문제인데도 컴퓨터 전문가 참고 의견 하나 없었다. 이 문제는 진영 대립을 떠나 의혹을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과학적으로 말하면 선거부정보다는 얼마 전 행정망 오류와는 성격이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선거망 오류일 가능성이 유력하다. 선거망도 정보시스템의 하나다. 잠시 행정망 사고를 되돌아보자. 2023년 11월 일주일 사이에 연이어 행정망 먹통 사고가 발생했고 그후 6개월이 지난 2024년 5월 또 다시 서류 오발급 사태가 일어났다. 정부24에서 민원서류를 신청했는데 남의 서류가 나온 것이다. 남의 서류
02.19
미국의 공휴일인 ‘대통령의 날’(2월 셋째 월요일)인 2월 17일 보스턴 시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가 발탁한 억만장자 파트너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장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혹한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청까지 행진을 하며 반 트럼프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대통령의 날, 왕들은 안된다(No Kings on Presidents Day)”면서 두 사람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는 2월 5일 미국 전국의 수십개 도시에서 일어난 반트럼프 시위에 이어서 2주일도 못되어 이날 재개되었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즉시 머스크가 정부에 새로 설립된 정부효율부 장관에 임명돼 국제개발처(USAID)를 비롯한 대외원조기관의 폐쇄와 인력감축에 앞장 섰다. 게다가 트럼프 역시 전세계의 보안관을 자처하며 연일 폭탄 발언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저항에 부닥쳤다. 사실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은 거침없이 사익을 추구하며 가문의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최근 그는 백
02.18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시찰하면서 새로운 인공지능(AI)의 세상은 전기가 없이는 불가능함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그것을 사용하는 목적에 있어서는 최첨단 반도체를 활용한 컴퓨팅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있는 새로운 인류를 준비하는 곳입니다. CES 등 세계적인 전시회에 가면 소위 휴머노이드 로봇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로봇은 이제는 로봇이라는 단어보다 ‘진화한 인간’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이러한 ‘진화한 인간’을 만들어 내고 학습시키는 에덴동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전기 에너지가 필수적입니다. 인공지능이 장착된 컴퓨터는 같은 검색을 수행한다고 전제하면 일반 검색장치보다 30배 이상의 전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데이터센터를 ‘전기 먹는 하마’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데이터센터 본래의 목적인 컴퓨팅과 검색기능에도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지만 이와는 별도
02.17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으로 인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경제와 민생에선 실제 숱한 일들이 발생했다. 그 충격과 여진은 현재진행형이고 앞으로 닥칠 파장도 만만찮아 보인다.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정국불안은 외국인의 ‘셀 코리아’(한국 주식 처분)를 부추겼다. 주가가 급락하고 원달러환율이 치솟았다. 환율급등은 수입의존도 높은 석유류 및 원부자재 가격 반등과 소비자물가 상승을 초래했다. 1400원대 중반 환율이 이어지며 기업 투자 및 수출입 리스크가 커졌다. 괜찮은 일자리인 제조업과 도소매업 취업자가 감소하는 등 고용한파도 매서워졌다. 한국경제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글로벌 투자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로도 입증됐다. MSCI는 12일 한국지수 구성 종목에서 11개사를 퇴출시켰다. 중국산 제품의 물량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석유화학 및 이차전지 종목 중심으로 밀려났다. 새로 편입된
02.13
박정희시대를 대표하는 노래 두 곡이 있다. 하나는 “새벽 종이 울렸네~”로 시작하는 ‘새마을 노래’다. 다른 하나는 ‘잘살아 보세’다. 1977년 나온 이른바 건전가요이다. 새마을 노래가 농촌 근대화를 목표로 했다면 ‘잘 살아 보세’는 도시민이 계몽 대상이다. 가사를 압축하면 “피땀 흘려 일하고 세계로 나가자”는 거다. “잘사는 나라 하루아침에 이루어졌나. 한마음으로 가꾸면 부귀영화는 우리 것”이라고 했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혔지만 ‘먹사니즘’은 아직 저만치 있었다. 보릿고개는 여전히 넘기 힘들었다. 다락방에서 재봉틀을 돌리고 공장에서 밤새워 피땀을 흘렸다. 광부와 간호사는 독일로, 장병은 베트남으로, 노동자는 중동으로 나갔다. 그렇게 열심히 돈 벌어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는 집단주문이었다. ‘잘살아 보세’로부터 50년이 지나 ‘잘사니즘’이 다시 떠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모두가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고 함께 잘사는 세상, ‘잘
02.12
한국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사건은 대통령의 계엄선포로 시작된 일련의 과정이다. 필자가 이에 대해 그동안 공개적으로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은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자가 무슨 소리를 한들 누구의 귀에도 제대로 들어갈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면이 달라지고 있다. 계엄사태를 전후한 사실관계가 상당히 드러났고 흥분하던 사람들도 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되어갈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지기 시작했다. 선출직 공직 경험이 있는 필자는 사실 계엄사태 이후 가만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태발생 직후에 내각의 선임자와 대통령실의 선임자에게 불법적인 계엄선포와 집행에 공범이 되면 안된다고 문자를 보냈다. 상대방이 읽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탄핵소추 의결을 앞둔 시점에서는 필자의 말을 일단 경청할 만한 여당 중진 몇 사람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 대통령을 탄핵하지 않으면 나라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설득했다
02.11
‘보수세력은 있어도 보수주의는 없다.’ 한국 보수진영이 광복 이후 80년 동안 벗어나지 못하는 아킬레스건 같은 말이다. 한국 보수진영은 철학이 빈곤한 반면에 목소리는 크다. 사회 주류를 자처하는 보수 엘리트 계층은 사상적 무장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의 권위주의적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그저 국가 발전주의와 반공이면 충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국면에서 한국 보수는 한결 천박하고 저급해졌다. 품격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보수의 우두머리인 윤 대통령은 위신 따위는 깡그리 내팽개치고 온갖 비열함과 치졸함만 노정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궤변·요설·기행의 목회자와 아스팔트 극우세력에 휘둘려 ‘아무말대잔치’에 합류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민주적 문화강국으로 각광받던 대한민국이 군사문화 유산을 온전히 청산치 못한 나라로 평가절하받게 됐다. 위헌·불법 계엄의 국가적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 그런데도 탄핵 심판에 출석한 윤석열은 “실제
02.10
1월 26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기소되면서 12.3이후의 혼란이 수습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법원의 형사재판이 병행되면서 대통령 선거도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피의자측의 강변이 있지만 이들이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윤석열 1000일은 국정시스템이 붕괴한 타락의 시간이었다. 제도와 관례를 무시한 국정, 소통을 거부한 독단은 결국 오늘 이 미증유의 국가적 위기를 불러들인 화근이 되었다. 권력이 민주주의 근간인 정당정치를 철저히 파괴한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우리 헌법 8조는 복수정당제를 명정하고 있다. 국가는 정당제도와 그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반면 정당은 그 목적 조직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책임을 진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가치, 삼권분립, 견제와 균형 등 권력자의 배신을 막기 위한 정치적 공리를 그르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권력자 윤석열은 모든 것을 무시했다. 여당의 대표 갈아치우는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