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8
2024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3월 10일~4월 8일)이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고 있다. 하마스의 기습으로 개시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벌써 여섯달째 접어들었고 사상자가 10만명을 훌쩍 넘겼다. 아직도 생사 여부를 알 수 없는 인질들이 무장단체 손에 억류돼 있다. 가자지구에서는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인도적 구호도 쉽지 않다. 전장은 인근 지역으로 확대되었고 홍해는 자유항해 위협,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는다. 최근 도하 파리 카이로에서 연달아 협상이 열렸지만 인질석방과 휴전을 전망하기는 어렵다. 설령 성사된다 해도 임시방편일 뿐이고 종전까지의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종전을 위해서는 가자지구에 대한 전후 처리 방안이 우선 제시돼야 하지만 이스라엘로서는 확실한 출구전략이 없는 듯하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반대,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에 의한 가자지구 통치안을 제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에 반대하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안보통제권을 이스라엘이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
02.23
지난해 11월 30일부터 12월 13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가 열렸다. 154개국 정상들을 포함해 8500여명이 참석한 최대 규모의 총회였다. 두바이 COP28은 2015년 파리협정의 이행정도를 점검하는 첫 총회로 주목받았다. 지구온도 상승을 1.5℃ 내로 억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COP28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3배로 늘리고 배출가스 저감이 미비한 석탄 화력발전소를 신속히 폐기하고 신규 허가를 제한한다는 등의 ‘아랍에미리트 컨센서스’에 합의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이 공식 출범되는 등 가시적 성과가 있었다. 대규모 국제회의 성공의 또 다른 포인트인 행사 준비와 운영 측면에서 한국의 경험이 숨은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두바이 COP28은 최대 규모의 행사였는데도 과거 어느 총회 때보다 혼란없이 원활하게 진행된 것으로 평가됐다. UAE정
02.16
드디어 한국과 쿠바 간에 외교관계가 수립됐다. 14일 저녁 10시 한국과 쿠바 외교부는 양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했다고 동시에 발표했다. 주유엔 한국대사와 쿠바대사는 유엔본부가 위치한 미국 뉴욕에서 수교를 위한 외교공한을 교환했다. 이번 수교 후속조치로 조만간 서울과 아바나에 각각 상주공관을 개설하는 문제와 고위급 인사 교류 등을 위한 협의가 시작될 것이다. 쿠바와의 전격 수교로 중남미 외교에서 큰 걸림돌이 치워진 것 같은 기분이다. 이번 수교는 대중남미 외교뿐만 아니라 우리 외교에서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쿠바는 북한과 형제국이라는 이유로 한국에 쉽게 접근하지 않으려 했다. 우리는 그동안 이념과 체제를 넘어 세계 모든 국가와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원칙에 입각해 외교관계 수립을 위해 노력해왔다. 양국의 수교 관련 협의는 2016년 우리 외교부장관이 쿠바를 최초로 방문해 수교의사를 전달한 이후 물밑에서 이어져왔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가 성과를 낸 것이라 더욱
02.02
최첨단시대를 살면서도 ‘아프리카’는 여전히 먼 곳이다. 그 이미지도 막연한 희망이나 잠재력 같은 상투적인 클리셰(표현)에 국한되어 있다. 전세계를 누비는 외교관들조차 소위 ‘험지’인 아프리카 발령을 피하려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거대한 대륙 아프리카는 급격한 인구증가와 도시화를 겪으며 변화의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7월 뉴욕타임스는 유엔 미래인구전망을 토대로 2050년 아프리카 인구가 현재의 두배인 25억명으로 늘어나고 세계청소년인구의 1/3을 차지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가 보유한 자원에너지만이 아니라 인류 원동력으로서의 에너지가 넘치게 된다는 의미다. 아프리카 유엔회원국은 54개로 전체(193개)의 25%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유엔 내에서 아프리카는 미약한 분담금과 여러 정치·경제적 문제들로 인해 제대로 된 권리행사를 못하는 상황이고, 때문에 약자의 이니셔티브를 잡기 위한 내적 연대가 강하다. 부산 엑스포로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국제박람회기구(BIE)
01.26
한동만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전 필리핀 대사 1월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 반중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제16대 총통으로 당선됐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 필리핀과 싱가포르가 친미·독립 성향 후보의 대만 총통 선거 승리를 축하하면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충돌하고 있는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1월 15일 엑스(X, 옛 트
01.19
얼마 후면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3년이 된다. 2021년 쿠데타 발생 당시 미얀마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었으나 곧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2022년 우크라이나전쟁이 발발한 이후 미국 등 서
01.12
3개월 넘게 지속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주변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북부지역 전투가 마무리되고 남부지역 하마스 토벌작전이 지속된 가운데 이스라엘과 친이란·반이스라엘 '저
01.05
싱가포르는 2022년 국제 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전세계 18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부패인식지수에서 덴마크 핀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에 이어 스웨덴과 공동 5위를 기록했다. 그간 줄곧
12.29
2023
김원수 경희대 미래문명원장, 전 유엔 사무차장 2024년 새해가 성큼 다가왔다. 경외의 대상인 용(龍)의 해답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국내외 정세는 팬데믹 여파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벌어진 동유럽과 중동의 연이은 전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격화하는 강대국간 경쟁 사이에 놓인 지정학 단층대가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다. 흔들리는 국제질서 속에서 유동성을 키울 불확실성 변수들도 도처에 꽈리를 틀고 있다. 새해는 세계
12.22
이선진 전 인도네시아 대사 지난달 태국인이 한국의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사례들이 태국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이 나라 언론에 '한국여행 금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00만건 이상 올라왔고 태국 총리가 사실 조사를 지시했다. 필자는 20년 전 유사한 피해당사자(여성)를 직접 만난 적이 있다. 그녀는 태국-캄보디아 국경 관문에서 일하는 태국 이민국 간부로 남편은 한국인이었다. 이 관문을 통해 매일 한국
12.15
최근 우리 기업들의 인도 투자가 활발해졌다. 삼성전자는 인도에서의 휴대폰 생산 규모를 늘리기 위해 2억달러 투자를 추진하고 있고 LG전자는 6000만달러를 투자해 세탁기 등 가전제품 생산능력을 대폭 늘렸
12.08
우크라이나는 올해 대공세에서 영토회복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실패 이유에 대해 "서방의 과도한 기대 속에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작전 기획에서 큰 이견과 오판으로 러시아군이 겹겹
12.01
세계적인 한류 열풍으로 한류팬은 지난 10년 동안 19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118개국 149개 재외공관과 공동으로 조사해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세계 한류팬
11.24
조 현 서울대 객원교수, 전 유엔대사 어수선했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 올해는 한미 동맹 70주년이면서 정전 70주년이었다. 종전선언 이야기는 자취를 감춘 반면 동맹은 크게 부각되었다. 북한의 도를 넘는 핵 위협 발언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이에 맞서는 우리 정부의 경고와 결기는 70년이 지난 지금도 전쟁이 제대로 종식되지 못했음을 실감케 한다. 종전선언 논의 자취감추고 동맹은 더 부각 여기에 우크라이나와 이스라
11.17
알바니즈 호주 총리는 지난 10월 미국 방문을 마치고 11월 초 중국을 방문하는 특이한 행보를 보였다. 이번 총리의 방중은 호주와 중국간 외교 갈등으로 인해 7년 만에 겨우 이루어진 일이다. 지난 2년간 호
11.10
안영집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전 싱가포르 대사 중국인들의 동남아 이주 역사는 오래됐다. 한나라 시대인 서기 3세기경에도 중국 상인들의 동남아 내 활동이 기록되어 있으며 명나라 때 정화는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탐사하고 교역 가능성을 타진했다. 19세기 들어 열강의 식민정책이 강화되고 여러 식민지에서 노동력이 필요하게 됨에 따라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던 중국인들의 본격적인 동남아 이주가 시작됐다. 이때 동남아로 이주한 중국인들은 주로
11.03
중동지역에 또 다시 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50년 만이다. 10월 7일 유대교 명절 초막절 직후 토요일 새벽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14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29
10.27
중동의 화약고인 팔레스타인이 다시 화염에 휩싸였다. 이스라엘은 지상군의 가자 진입 작전까지 예고해 무고한 민간인 희생이 증폭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충돌이 이-팔에 국한된 것이 아니
10.20
이선진 전 인도네시아 대사 윤석열 대통령은 9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정상들에게 8월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 참가, 우크라이나 방문 등을 통해 한미동맹 우선과 안보중시 외교노선을 분명히했다. 자연 중국과는 소원해졌다. 그러나 미중을 보는 아세안의 시각은 한국과 다르다. 첫째, 아세안 사람들은
10.13
이준규 인도포럼 회장, 전 주인도·일본 대사 최근 인도가 우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다. 인구가 세계 1위가 되었고 경제도 일취월장하고 있는데,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4위를 함으로써 그 존재를 한껏 뽐냈다. 올해는 한-인도 양국수교 50주년을 맞았다. 양국관계는 수교 초기의 부진을 딛고 1990년대 초 한국 기업들이 인도에 본격적으로 진출함에 따라서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다. 양국은 2015년 5월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