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7
2024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지 3년 반을 경과한 미얀마의 내부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가고 있다, 지난 60년간 미얀마를 실질적으로 통치해 오던 미얀마 군부의 지배력은 흔들리지 않는 아성처럼 보였다. 그렇게 공고했던 미얀마 군부의 지배력이 작년 말 북부지역 3개 반군의 연합공격을 시작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군부가 해당 지휘관 처벌을 시작한 뒤 일부 지휘관들이 이탈하면서 군의 동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미얀마는 사실상 통치주체가 없는 실패국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중남부 내륙지방만 통치하고 있고 말발굽처럼 생긴 국경지대와 북부지역은 반군들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반군들이 중남부로 진출하면서 옛 수도이자 제2 도시인 만달레이마저도 군부 지배가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주요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망과 유통망이 단절되면서 가뜩이나 허약한 경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바야흐로 국가가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지는 파편화 현상이 발생했다. 서방의 제재로 현
09.20
축구팬이 아니어도 프랑스의 축구선수 지단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축구를 예술로 승화시켜 프랑스 축구를 ‘아트사커’로 칭송받게 만든 인물이다. 이번 파리올림픽 개막식에 말쑥한 정장차림으로 성화 봉송에 나선 지단에 대한 호응은 여전히 뜨거웠다. 지단이 1998 프랑스월드컵과 2000 유로컵 우승을 이끌며 국민적 영웅이 된지 25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프랑스를 열광시키는 선수가 음바페다. 프랑스 축구의 상징 지단과 음바페, 이들의 공통점은 아프리카 이민자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2022 카타르월드컵 당시 프랑스팀 선수 15명이 아프리카 이민자 출신이었다. 메시와 음바페의 대결로 떠들썩했던 결승전 직후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SNS에 프랑스팀 사진을 올리며 ‘아프리카팀의 멋진 경기’라고 비꼬았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팀 대다수도 이민자출신이었다. 미국 시사비평가 칼레드 베이둔 교수는 ‘아프리카인과 무슬림들이 프랑스에 월드컵을 바쳤으니 이들에게 정의를 찾아주어야
09.13
중동 정세의 핵심 변수인 이란의 대외정책은 헷갈리기 쉽다. 1979년 이슬람혁명을 통해 파흘라비 절대 군주정체제를 무너뜨리고 수립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외정책의 바탕에 혁명 이데올로기에 입각한 보수주의와 지정학적 현실을 고려한 실용주의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7월 개혁파인 페제시키안 대통령 당선 이후 국제사회의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를 위한 개방 행보를 취함과 동시에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대량공급함으로써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추가 제재에 직면해있다. 또한 7월 31일 페제시키안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이란을 방문한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폭사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피의 보복’을 공언했으나 직접 공격을 자제하면서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혁명 직후 인접한 군주정국가로 혁명 이데올로기 확산을 추구했던 보수주의 정책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에 대한 적대정책으로 전환되었고 실용주
09.06
최근 경제안보 문제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커지는 것에 상응해 주요국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나갈 법률이나 정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미국 중국 영국 일본 등은 반도체 인공지능 분야에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도 이에 뒤질세라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 나가고 있다. 1월 싱가포르는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투자에 대해 이를 정부가 능동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중요투자검토법(Significant Investment Review Act)’을 의회에서 속전속결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국가안보에 영향력이 매우 큰 중요업체에 대한 투자 관계를 면밀히 점검해 이 업체에 대한 지분 매입과 매각 시 통상산업부장관에게 사전신고 또는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이 업체의 핵심 관리자를 임명하는 경우에도 장관의 허가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규제대상이 되는 지정업체(designated entity)는 개별 업체이며 어떤 산업 부문 전체를 지정하는
08.30
지구가 온난화를 넘어 끓기 시작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경고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열대야가 한달 넘게 계속돼 기록을 경신했고 찜통더위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한반도의 기상은 온대를 벗어나 점점 더 아열대 기후 특성을 보이고 있고 기온상승에 따른 작물과 어류의 서식지 북상도 계속된다. 극한적인 폭염과 호우의 강도와 빈도가 동시에 증가하는 이상현상이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기상측정이 시작된 이후의 각종 기록들이 연이어 경신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더 이상 기상이변으로 치부하면 안된다.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거라는 기대를 담은 이변이라는 표현은 이제 접어야 한다. 반복되는 이변이 점점 더 나빠질 것이라면 극한적인 기상의 일상화를 새로운 정상(new normal)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 걸까? 극한기상의 뿌리에는 본격화되는 기후변화가 작동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초 산업화 이전과 비교한 기온이 처음으로 일평균 1.
08.23
지난 2월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 결과 10월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현 대통령이 10년 임기(연임)를 마치고 대중적 인기 속에 물러난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는 러닝메이트로 조코위 대통령의 아들을 내세워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프라보워 당선자는 32년 장기 집권한 수하르트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군부장성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2014년, 2019년 대선에서 패하자 조코위 대통령이 대선 경쟁자였던 그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프라보워 당선자의 전략적 외교 행보 프라보워 당선자는 조코위의 정책 승계를 공언했으나 벌써 외교부문, 수도(首都) 이전 문제에서 의견 차이를 보인다. 이 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경제외교에 중점을 두고 조용한 외교를 펼쳤으나 프라보워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지난 3개월 동안 10개국을 방문했고 첫 방문지로 중국을 택했다. 이어 일본을 방문하면서 한국을 건너뛰었다. 두번째 여행지로 중동, 유럽, 러시아를
08.16
저는 2014년 총선에서 인도 국민당(BJP)이 승리하는 것을 현장에서 대사로서 지켜 본 이래 인도의 친구로서 총리의 리더십 하에서 인도가 빠르게 발전하는 것을 응원하면서 지켜봐 왔습니다. 우선 지난 총선에서 국민민주연합(NDA)이 승리해 세번째로 총리에 취임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서방의 언론들은 총리가 집권 10년을 지나 3기에 접어들어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과 같은 장기집권의 반열에 접어들었다고 비판의 뉘앙스가 담긴 논평을 했지만 인도의 민주주의 시스템 내에서 치열한 선거전을 통해 3연임에 성공한 총리를 민주적 절차가 의심되는 방식으로 장기집권 하고 있는 그들과 비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총리의 집권이 ‘장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그로부터 파생할 가능성이 있는 여러 폐단을 염려하는 것 또한 지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총리께서 인도의 발전을 위한 확고한 비전과 투철한 애국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여러 필요한 정
08.09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수감자 맞교환이 이루어졌다. 미국 독일과 러시아가 1일 냉전 이래 최대 수감자 교환을 단행했다. 미국 및 유럽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자국민 보호 등의 정치적 목표 아래 1년이 넘는 복잡한 물밑협상을 거쳐 24명 수감자를 교환한 것이다. 미국 러시아 독일 정상은 수감자들이 자국 공항에 도착할 때 직접 맞이할 정도로 정치적 중요성을 부여했다. 미국은 자국 외 나토동맹의 4개국 독일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폴란드에서 수감 중인 러시아 형사범 8명을 모스크바로 돌려보냈다. 러시아는 자국과 벨라루스 내 수감자 16명을 석방했다. 서방으로 석방된 16명은 미국인 3명, 독일인 5명과 함께 러시아 반체제 인사 8명이 포함된 점이 특이하다. 협상은 2021년 6월 제네바 정상회담 당시 수감자 해결 채널가동 합의로 시작됐지만 우여곡절을 겪었다. 러시아는 2022년부터 첩보요원 이자 푸틴의 경호부서 소속원이었던 크라시코프를 교환대상으로 제안했
08.02
동아시아의 비약적 경제발전 과정을 설명했던 이론이 ‘안행형 모델(Flying geese model)’이다. 서구의 자본과 기술을 먼저 받아 비약한 일본을 필두로 한국 대만 싱가포르, 그 뒤를 이어 중국이 경제발전의 도약과 성장을 이룩했다. 후발 국가들의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일부 산업분야에서 선도자 일본과 경쟁하는 관계가 됐다. 이와 함께 저출산·고령화 진전과 그에 따른 산업 노동력 부족 현상도 일본이 앞서고 한국과 대만 등이 뒤를 따라 그 심각성은 막상막하가 됐다. 2022년도 기준으로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26, 한국은 0.78, 대만은 0.87로 오히려 후발 주자인 한국과 대만이 더 심각하다. 이들 나라는 풍부한 인력과 교육열이 뒷받침돼 경이적 경제성장을 이루어왔는데 이제 인력부족이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되었고, 고급 인재는 물론 미숙련 외국인노동자 수용을 확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외국인 노동자수는 일본 205만명, 한국 92만명, 대만 74만명이다 .
07.26
필리핀이 새로운 투자유망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필리핀은 그동안 관료주의, 낙후된 인프라, 정책 불확실성으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뒤처져 있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이를 타개하기 위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의 인도·태평양 진출 견제의 일환으로 동남아시아의 전통적 우방 필리핀에 반도체와 니켈 정제 산업, 기반 시설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해외순방을 통해 투자를 유치해왔다. 앞으로 5~10년간 1000억달러(140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혁신의 걸림돌로 꼽히는 열악한 인프라 확충을 위해 5000억페소(약 11조9000억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창설했다. 사상 처음 개최된 미·일·필 3국정상회에서 수비크만과 클라크, 마닐라, 바탕가스를 잇는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PGI) 루손 경제회랑’을 출범시켰다. 필리핀은 2023년 5.6%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아시아에서 선도적인 경제성과를 이어가고
07.19
지난달 리창 중국 총리는 고위급으로 7년 만에 호주를 방문했다. 리창 총리는 멋진 선물을 두건이나 지참했다. 첫째는 호주인의 중국입국 비자면제이고 둘째는 판다 한쌍 기증이다. 중국은 이로써 중국과 호주간의 관계가 완전히 정상으로 복원됐으며 앞으로 관계개선의 흐름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으로 고위급 경제안보대화도 열고 자유무역협정도 추진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양국관계를 ‘봄꽃만발(spring blossom)’한 상태로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런 희망적 관측과는 달리 뜻밖의 선물까지 받은 호주는 오히려 차분한 반응이다. 호주 통상장관은 “이런 관계개선을 위해 우리는 중국에 머리를 조아리지(kowtow) 않았다. 우리는 우리의 국익과 국가안보를 계속해서 주장해 나갈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중국이 그간 호주의 포도주 소고기 등에 부과했던 고관세를 철폐하면서 사상 최대 대중국 수출액인 2200억호주달러의 막대한 무역흑자를 누렸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장
07.12
한 국가의 발전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 중의 하나가 여성이다. 여성의 교육여건, 사회적 지위, 정치참여, 혼인제도, 모자보건, 양성평등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된다. 오늘날 아프리카 여성의 삶에 대한 포괄적 분석이나 평가에는 근본적 제약이 따른다. 가장 큰 이유는 외견상 여성의 사회적 지위나 활동과는 별개로 실제 사회공동체 내부에는 제도권과 동떨어진 뿌리박힌 관습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동체 지도자인 남성에게는 전통적 미풍양속이겠지만 그에 종속된 여성의 입장에서는 악습일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2024년 1월 기준 전세계 정치인의 26.9%가 여성이며 아프리카는 미주 35.1%, 유럽 31.6%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27.3%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국가별 편차는 매우 크다. 의회의 경우 르완다가 60%, 남아공이 50% 여성의원을 배출하고 있는데 비해 모리타니아 마다가스카르 니제르는 5%도 되지 않는다. 상당수 국가들이 여성의원 할당제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러
07.05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중동지역의 새로운 두가지 이슈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나는 이란의 대통령 보궐선거이고 또 하나는 이스라엘-헤즈볼라 전면전 가능성이다. 이 두가지 이슈는 향후 중동정세에 미칠 영향이 클 뿐만 아니라 상호 긴밀히 연계돼 있다. 지난 5월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후임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가 6월 28일 치러졌다. 보수파 후보 3명 가운데 한명이 당선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중도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가 42.5% 득표로 1위를 차지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득표자가 없음에 따라 페제시키안 후보와 38.6% 득표로 2위를 차지한 강경보수 성향의 사이드 잘릴리 후보를 대상으로 7월 5일 결선투표가 이뤄진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 “이슬람 혁명 노선에서 벗어난 친서방 성향의 후보와 연대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인
06.28
‘블루존(Blue Zones)’이라는 용어가 있다. 2000년 벨기에 루뱅대학의 인구학자 미쉘 쁠랭이 동료학자들과 이례적으로 장수하는 마을을 조사해 지도상에 푸른색 펜으로 표식을 해나간 것에서 비롯된 용어다. 그들은 이태리 사르데냐 섬의 누오로 지역(Nuoro Province)에 100세 이상 남자 노인의 인구가 집중돼 있고 이들이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점에 착안해 이곳을 블루존이라고 지칭했다. 이후 미국의 작가이자 탐험가인 댄 뷰트너가 쁠랭 교수 등과 협업해 내셔널지오그래픽지에 ‘장수의 비결’을 발표한 후 100세 이상 장수마을에 대한 탐사와 홍보를 진행해 나가면서 블루존은 전세계적으로 유행어가 됐다. 2008년 뷰트너는 ‘블루존: 가장 오래 사는 사람들로부터의 교훈’이라는 책자를 출간해 일본의 오키나와, 이태리의 사르데냐, 그리스의 이카리아 섬, 코스타리카의 니코야 반도,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마린다 제칠일 안식일 예수재림교 공동체 등 5곳을 블루존으로 선정했다. 이들
06.21
국제정치에서 탈냉전 이후 잊혀 가던 글로벌 사우스가 되살아나고 있다. 구소련의 붕괴로 글로벌 이스트(제2세계)가 해체되고 글로벌 웨스트로 대변되는 제1세계의 주도세가 굳어지면서 두 세계의 사이에 있던 제3세계, 즉 글로벌 사우스의 존재감도 약화됐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탈냉전의 화해무드가 급속히 냉각되고 양 진영 간 대립양상이 다시 나타나면서 국제정치는 과거의 3분 세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런 양상을 신냉전으로 규정한다. 미국 주도의 자유 민주주의 진영과 중국 주도의 권위주의 진영 간의 경쟁 양상이 냉전 시기 동서 각축의 부활이라는 측면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다음 3가지 측면에서 상이하기 때문에 신냉전으로 규정하면 안된다는 주장도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동서 대리전 희생양에서 구애의 각축장으로 첫째, 탈냉전 이후 급속히 진행된 세계화에 따라 높아진 경제적 상호의존도다. 냉전시기 동서 양진영의 경제와 교역은 거의 분리돼 움직였지만 현재는 매우 높
06.14
반도체 경쟁이라고 하면 흔히 미중경쟁(chip war)을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은 동아시아 지역의 경쟁도 유의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분야가 다양하고 천문학적인 자본이 필요하며, 생성형AI와 같이 기술발전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 또한 성공에 이르기까지 도전과 위험이 많아서 한 나라만의 힘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그 때문인지 동아시아 지역은 반도체 열기 속에서 상호경쟁하면서 지역협력 분위기도 높다. 일본의 재기, 중국의 굴기에 주목 필자는 지난해부터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 일본을 방문하며 지역적 특징을 살펴보았다.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본 중국 아세안의 반도체 열기가 주목된다. 한국과 대만이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기술에 도달해 선두주자다. 일본은 40나노 수준이고 중국은 미국의 기술 봉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7나노 기술을 선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일본은 1980년대 반도체 강국이었으나 지금은 선진기술에 10년 뒤처졌음
06.07
6월 4일 발표된 인도의 총선 개표 결과 현 집권 여당연합(NDA)이 승리해 모디 총리의 제3기 정권이 출범하게 됐다. 당초 선거 직전 여론조사는 물론 6월 1일의 마지막 투표일에 발표된 출구조사에서도 NDA가 총 543석 중 350석 이상을 차지하는 압승이 예상됐는데 실제로는 293석을 얻는데 그쳤다. 특히 모디 총리가 속한 인도인민당(BJP)은 2014년, 2019년 선거 때와는 달리 단독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모디 총리는 4일 저녁 자신이 속한 인도인민당 당사를 방문해 승리를 선언했지만 선거기간 중 제시했던 400석 목표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결과에 승리의 축제 분위기는 없었다. 예상대로의 압승은 아니지만 NDA가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모디 총리는 인도 초대 총리인 네루에 이어 사상 두번째로 3연임하는 총리가 될 것이 확실하다. 인도의 유권자들이 모디정권을 또 다시 선택한 배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네루 이어 두번째 3연임 총리 첫째는 인도
05.31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일정으로 5월 중순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푸틴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년간 40여회, 평균 매년 두 차례씩 만나 각별한 친밀감을 과시했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과 공동선언을 통해 포괄적 전략동반자관계를 재확인하며 국제무대에서 안정을 촉진해나간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러중은 정상회담에서 작년처럼 다양하게 협력관계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새롭게 강화될 분야도 제시했다. 첫째, 양측은 미국과 동맹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다극화 세계와 경제 세계화를 발전시키겠다는 공동비전을 제시했다. 둘째, 양측 핵심 이익관련 러시아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영토 주권을 재확인하고 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 관련 러시아의 안보 이해를 존중한다고 했다. 셋째, 군사 분야 협력이다. 러중은 그간 합동 해상훈련과 전략폭격기 공동순찰을 해왔다. 이제는 미사일방어와 조기경보시스템 훈련, 군사기술 공동개발까지 약속했고 중국의 대만작전을
05.24
‘가깝고도 먼 나라 북한과 일본’이 좋은 이웃이 될 수 있을까? 최근 북한과 일본 사이에서 협상과 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일 간 물밑협상이 진전되고 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40여년 동안 평행선을 달려온 북일교섭이 이번에는 종착역을 향해 본격 가동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본 기시다 수상은 2022년 취임 이래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남이 중요하다며 방북 의사를 밝혀왔다. 2월에는 북한이 납치문제가 해결됐다는 전제하에 기시다 수상의 방북도 있을 수 있다고 반응, 북일 비밀접촉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납치문제 관련 양측 간 논박이 거듭돼 북일접촉은 다시 잠수했지만 기시다 수상은 4월 방미 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내는 등 북일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견지했다. 일본이 북일 관계개선을 본격 추진한 계기는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의 7.7선언이다. 한국이 남북 대결외교를 지양하고 일본과
05.17
필리핀은 2014년에 1억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인구대국’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일본 등에 이어 13번째로 ‘1억 클럽’에 가입했다. 2023년 1월 기준 필리핀 인구는 1억1645만명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인구가 많다. 1000만명 이상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 게다가 필리핀은 고학력 노동력이 풍부하며 대부분 영어구사 능력이 뛰어나다. 유엔 인구국(UNDP)에 따르면 필리핀의 중위연령은 24.2세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젊은 국가다. 필리핀의 노동시장은 국제경영개발원 세계 경쟁력 보고서에서 조사대상 61개국 중 4위에 오르는 등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나라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는 낮은 출생률로 인해 인구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2022년 기준 5182만명에 달하던 인구가 2050년에는 약 4578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미래성장동력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학력 노동력이 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