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5
2025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보수내각이 출범한 지 한달도 안되어 일본 외교가 중대한 시련을 맞았다. 11월 7일 국회 답변에서 총리가 “대만유사는 일본의 존립위기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한 것이 발단이다. 일본은 일관된 안보정책의 연장선이라고 하지만 중국에는 핵심이익 중 핵심인 대만문제의 레드라인을 건드린 발언이었다. 중국은 즉각 발언 철회를 요구하며 대응수위를 높였다. 외교적 항의와 비난에 이어 일본여행 자제령, 일본영화 상영 중지, 각종 교류행사 취소,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으로 이어졌으며 희토류 수출 제한 등 경제보복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취소, 유엔 무대에서 여론전 등 다자 외교전선으로 갈등이 확산되고, 일본 주변에서 군사활동도 강화되고 있다. 사태 촉발의 핵심은 전략적 모호성의 파기다. 일본은 2015년 안전보장법제에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존립위기 사태’ 개념을 도입하며 어떤 사태가 이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구체상황에서 모든
11.28
‘영·독·불’은 전통적으로 유럽 대표 3국을 지칭하는 용어다. 우리 대통령의 유럽 순방도 영·독·불 위주로 검토하는 것이 당연시되곤 했다. 이 3국이 요즘 맥을 못 추고 있다. 영국은 유럽연합(EU) 탈퇴 후 5년 내내 내리막길이고 독일은 마이너스 성장의 수렁에 빠져 시름하고 있다. 프랑스는 심각한 재정적자와 사회불안 등 총체적 혼란 속에서 허우적대는 중이다. 세 나라 모두 반이민 정서가 격화해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분풀이를 이민자들에게 하고 있다. 지난 9월 프랑스에서는 ‘모든 것을 가로막자(Bloquons tout)’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100만여명이 참가한 ‘국가마비운동’ 시위가 벌어졌다. 나랏빚이 1초에 5000유로(약 825만원)씩 늘어날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에 처하자 정부가 재정적자 감소를 위해 내놓은 긴축예산안이 의회 불신임에 막혀 2년 사이 총리가 6번이나 바뀌는 정치적 혼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위대는 국가재정파탄이 정부의 무분별한 이민자 수용과 구식민지
11.21
82억 사피엔스가 살아가는 지구는 바다 70%, 육지 30%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따라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카리브공동체(CARICOM), 극지 등의 지역협의체가 있고 바다 없는 나라들의 모임인 내륙국가 그룹도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가들 간의 연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파라과이는 땅으로 둘러싸인 섬이다.” 세르반테스 상을 수상한 문호 아우구스토 로아 바스토스(Augusto Roa Bastos)의 은유적 표현은 내륙국가의 고독과 고립감을 드러낸다. 파라과이 국명은 ‘바다를 만드는 강의 어머니’라는 뜻을 지닌다. 바다에 대한 역사적 갈증과 간절함이 아니겠는가. 현재 전세계에는 44개국의 내륙국가가 있다. 그중 파라과이 몽골 등 32개국은 내륙개도국(LLDCs, Landlocked Developing Countries)이며 28개국은 바다가 없음에도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이다. 이 협약 제125조는 내륙국가들에게 해양 접근권과 경유국 통과권을 강조
11.14
캄보디아에서 우리 대학생의 납치 사망 사건이 보도된 지 한달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는 캄보디아 현지에 합동 수사팀을 파견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하고 일부 조직원을 국내로 송환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캄보디아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이 최대 2000명에 달하고 일부는 베트남 라오스 등 제3국으로 이동하며 초국가적 연계 범죄 양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 조직은 국경을 넘나들며 진화하고 있다. 지역 거점 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캄보디아 취업 사기 재발 방지의 핵심은 사전예방 현지대응 국제공조의 3축 통합관리체계 구축에 있다. 먼저, 사전 예방이다. 정보 제공 확대와 경고 강화가 필요하다. 주캄보디아 대사관과 외교부 홈페이지 SNS 유튜브를 통해 ‘해외 취업 사기 유형’ 및 ‘캄보디아내 위험 사례’를 정기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취업 알선 사이트나 SNS 광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허위 구인광고에 경고문을 게재해야 한다. SNS나 유튜브 등을
11.07
2025년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미국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그런데 미국이 보여준 무관심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최근 미국은 그동안 추구해온 세계질서에 대한 입장을 바꾸고 있고 세계는 이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1980년대 말 새로운 자유무역질서를 구축하고자 하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북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의 진전과 유럽연합(EU) 통합의 가속화는 경제블록의 출현을 예고했다. 위기감을 느낀 아시아가 대응하는 협력체 구상을 모색하자 태평양 연안국인 미국은 논의되는 경제협력체에서 자국이 배제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1989년 미국을 포함하는 북미 동북아 오세아니아 동남아 12개국에 의해 태평양 양안을 아우르는 APEC이 발족되었다. 한국도 발족 멤버다. APEC이 출범한 지 36년이 지났다. 과거와 달리 미국정부는 덤덤하다. 여타 다자협력체 참여에도 소극적이다. 2017년 발족시킨 쿼드(QUAD)에
10.31
아테네의 장군이자 역사가인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 전쟁은 불가피했다고 분석했다. 전쟁의 직접적 원인은 두 동맹 간 대립이었지만 진정한 원인은 신흥 강대국인 아테네의 부상에 대한 기존 강대국인 스파르타의 두려움이었다. 미국과 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 시진핑 주석은 이 함정이 필연적이지 않다면서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을 모두 포용할 수 있을 만큼 넓다고 말했다. 중국은 신형대국관계를 제의하며 중국의 부상을 미국이 수용해줄 것을 희망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바이든 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많은 이견에도 불구하고 같은 견해를 갖던 점이 있었다. 세계가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변곡점에서는 어디로도 갈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중국이 전략적 동반자이자 경제적 경쟁자이며 체제 라이벌이라고 복합적으로 정의한다. EU는 러시아가 허리케인이라면 중국은 기후변화로서 장기적인 도전을 제기한다고 인식한다. 중국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10.24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평화계획(20개항)에 따른 1단계 합의안이 10월 9일 이집트 시나이반도(샤름 엘 셰이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4개 중재국 간에 서명됐다. 그 내용은 즉각 휴전과 인질석방, 인도적 지원 확대, 휴전이행 국제감시단 구성 등이었다. 이어 10월 13일 20여개국 지도자들이 참석한 중동평화회의에서 4개 중재국(미국 이집트 카타르 튀르키예) 정상들이 ‘가자평화선언’에 서명했다. 이는 가자 재건과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다자간 협력 약속이었다. 바로 그날 하마스는 생존 인질 20명과 시신 4구를 송환했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 포로 1700여명과 장기수 250명을 석방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 공격을 즉시 중단하고 일정 구간 후퇴 및 인도적 지원 물자 반입 확대를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새로운 중동의 역사적인 새날이 왔고, 이날이 오기까지 3000년이 걸렸으며, 평화가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중재국들의 노고는 일단 칭찬받을 만하다. 그런데
10.17
80년 전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딛고 만들어진 자유 국제질서는 당시 최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 주도로 가능했다. 현실주의 관점은 세계정치의 패권국으로 등장한 미국의 압도적인 힘으로 이 질서가 가능했다고 본다. 자유주의 관점은 패권국의 선택이 중요함을 인정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2차례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으면서 힘이 아닌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이점을 깨닫게 된 인류의 집단 지성이라고 본다. 어느 관점이 더 옳은지에 대한 토론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 정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답에 관계없이 규범과 다자주의 제도에 기반한 자유 국제질서는 지난 80년간 3차 세계 대전을 막고 평화의 기초 위에서 인류의 번영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 기여의 정도에 대한 평가는 자유주의와 현실주의 관점에 따라 갈릴 것이다. 세계평화와 번영에 기여해 온 국제질서가 21세기에 강대국 간 경쟁이 부활하면서 최근에는 그 뿌리까지 흔들리고 있다. 이 질서를 선택했던
10.10
한미 관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철강 자동차 배터리 등 핵심산업 전반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세율조정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하며 그 핵심은 거래의 기술이다. 이 변화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오늘날 국제질서는 이념 중심에서 경제적 실익과 기술패권으로 이동했다. 공급망 위기와 자국 우선주의 속에서 신뢰는 쉽게 흔들리고 이해관계가 바뀌면 관계는 즉시 재조정된다. 상호의존성은 남았지만 그 연대는 느슨하고 불안정하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이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현실적 기회를 제공한다. 관세협상을 ‘압박의 장’이 아닌 ‘거래의 장’으로 바꿀 수 있는 시점이다. 새로운 구조 속에서 미국은 더 이상 동맹국과 전략적 파트너들을 일방적으로 지휘하지 못한다. 각국은 자국 중심의 선택을 교차시키며 이해득실에 따라 거래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인도의 행보가
09.26
이제 얼마 후면 우리 민족의 최대 전통 명절인 한가위다. 그러면 힌두교의 나라 인도에서는 어떤 명절이 있을까? 인도를 알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힌두교(Hinduism)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힌두교는 세계 4대 종교 중 하나로 꼽히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여느 종교의 모습과는 다르다. 기독교의 예수, 불교의 석가모니, 이슬람의 무함마드와 같이 특정한 창시자나 메시아가 존재하지 않으며 일관된 교리를 규정하는 단일 경전도 없다. 대신 힌두교는 수천년에 걸쳐 인도 아대륙에서 전래되고 변화하며 살아남은 신앙 철학 풍습 관습이 대집성된 것이다. 그래서 학자들조차 힌두교를 ‘종교라기보다 하나의 문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힌두교의 특징은 다양성과 포용성이다. 힌두교에는 수없이 많은 신이 존재한다. 창조와 파괴의 신 시바(Shiva),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비슈누(Vishnu), 창조자이자 만물의 근원인 브라흐마(Brahma), 지혜와 재산의 신 가네샤(Ganesha)를 비롯해 지
09.19
일본은 2010년대 이후 미일동맹을 배경으로 인도태평양 안보체제 구축에 앞장서며 대중국 견제를 대외정책의 핵심 과제로 추구했다. 2016년 아베정권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구상을 처음 내놓고 2017년 트럼프 1기 정권이 인도·태평양전략을 공식 채택한 이래 미일은 법의 지배, 민주주의와 자유무역 등 보편가치를 기치로 중국의 무력적인 현상변경 시도를 억제하는 안보협력 강화에 주력했다. 그런데 트럼프 2기 정권이 미일동맹의 기저 가치를 흔들면서 일본의 대미 의존 외교에 모순이 드러나고 있다. 두차례 세계대전을 치른 미국은 법의 지배에 기반한 국제질서 형성을 주도했고 일본도 미국과 공유하는 인태 전략 하에서 국제법을 특히 중시하는 외교를 전개해왔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미국은 국제규범보다는 힘에 의한 평화와 거래를 노골적으로 추진하면서 일본은 곤혹스럽게 됐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관련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네타냐후 수상 등을 전범 혐의
09.12
글로벌 에너지 이슈가 단순한 경제적 자원 거래를 넘어 지정학적 패권도구로 변모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항일승리 8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군 퍼레이드 행사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외 20여 개도국 지도자들과 함께 천안문 망루에 올라 미국에 대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직전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 주도 다극질서 구축 의지를 보여주었다. 더 나아가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인 중국은 러시아와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을 설치, 30년간 연 500억㎥ 규모의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해 전통적 에너지안보 패러다임과 미국 주도 질서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예고했다. 중국은 LNG 대미 의존 회피와 달러 기반 결제시스템 우회를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다. 한편 푸틴은 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모디 인도 총리를 포섭해 러시아산 원유의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며 서방 제재망의 실효성을 약화시켰다.
09.05
동남아시아는 최근 몇년 간 빠른 디지털 전환과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전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전략적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주요국들이 정부 주도의 디지털 전략과 민간투자를 통해 인공지능(AI)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을 선택했다. 동남아시아가 글로벌 AI 허브로 급부상하는 배경에는 몇가지 핵심요인이 있다. 첫째, 약 6억7000만명의 인구를 기반으로 한 방대한 데이터 생성 환경이다. 모바일과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청년층이 많아 디지털 혁신 수용성이 높고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주목받는다. 둘째, 저렴한 운영비용이다. 토지와 물, 전기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IT 기업들에게 매력적이다. 하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첫째, AI 분야 고급 인재가 여전히 부족하다. 데이터 보호와 윤리
08.29
아프리카는 모두 몇개 나라일까. 아주 단순한 질문이지만 대답은 간단치 않다. 그 이유는 아프리카 식민지배 역사와 냉혹한 국제관계 현실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엔 승인 아프리카 국가는 54개국이다. 이중 마지막 가입국 남수단은 20년의 내전 끝에 2011년 독립을 인정받아 193번째 유엔회원국이 되었다. 한편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지역공동체인 아프리카연맹(AU) 회원국은 사하라아랍민주공화국(SADR, 이하 서사하라)을 더해 모두 55개국이다. 서사하라 문제는 아프리카 식민지배 종식 후에도 아직까지 독립투쟁 중이다. 그 배경은 모로코와 이슬람의 오랜 역사 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세기경부터 이슬람교 세력 팽창으로 지브롤터 해협 너머 유럽의 이베리아반도를 점령했던 베르베르족이 모로코의 조상이다. 긴 세월 모로코가 아프리카 북서부 지역을 지배하는 동안 서사하라 사흐라위(Sahrawi)족도 암묵적 평화를 유지하며 모로코 남부지역에서 살아왔다. 19세기 제국주의 소용돌
08.22
역사는 길목 장악 싸움이었다. 교통허브 차지가 목적이다. 실크로드 운하 등 지정학과 공급망도 같은 맥락이었다. ‘길을 지배하라’는 오래된 명제는 설득력이 있다. 그러니 세력 간 충돌과 갈등은 당연하다. 육·해·공·우주 등도 있으니 어쩌면 다차원적이다. 교통은 욕망의 충돌 분야다. 인프라 프로젝트가 있는 곳에 갈등이 있기 때문이다. 땅따먹기, 기득권 수호가 부딪치므로 조정의 예술이 필요한 분야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마찬가지다. 기술격차에 따라 구파-신파 간 입장이 다르다. 내연차와 전기차 간 힘겨루기가 그런 예다. 그럼에도 국제개발협력(ODA)은 상대적으로 아름답다. 주변 4강 등에 기울어진 한국 외교의 민낯을 보완하는 다변화-전방위 외교 전략이기도 하다. 국가발전에 목마른 개발도상국이 대상이기 때문이다. 최근 파라과이에서 한국산 친환경 전기버스 5대 인도식이 열렸다. ‘태스크(TASK) 그린 모빌리티 사업’(전기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산업협력 프로젝트)으로 현지 산업통상부
08.08
이상한 전쟁의 시작이었다. 미국이 3개월 전부터 예고해온 그대로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어떤 방식과 경로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지 예상했는데 그대로 실현됐다. ‘러시아 침공설은 전례 없는 허위정보 캠페인’이라는 러시아의 공식발표를 유럽연합(EU)은 물론 우크라이나도 믿고 있었는데 그러한 신뢰는 붕괴됐다. 전쟁은 여러 면에서 최초를 기록했다. 냉전 이래 최대의 지정학적 지진으로서 2차대전 이후 러시아가 처음으로 동원령을 발동해 일으킨 대규모 침략전쟁이었다.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는 전쟁 전과 전쟁 후 관계로 분리됐다. 세계는 더 분열되고 새로운 진영으로 나뉘면서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증대됐다. 전쟁은 미국 예고대로 시작됐지만 미국의 예측과 다르게 전개됐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키이우가 72시간 내에 함락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세를 버텨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처럼 국외로 탈출할 것이라
08.01
이재명정부는 출범하자마자 트럼프발 관세전쟁과 주한미군 관련 현안에 대응하느라 분주하다. 여기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우리의 대미외교가 전체 안보외교와 경제외교를 압도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안보와 달리 경제외교의 대상은 전세계다. 해외 173개 외교 공관의 약 90%도 경제업무에 우선순위를 둔다. 우리 국민은 이재명정부의 최우선 과제를 경제 활성화로 본다. 이를 위해서는 대내외적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와 기업은 미국 중국 동남아와 더불어 5억1000만 인구의 중동에서 어떻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것인지 고심 중이다.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은 걸프협력이사회(GCC) 국가들이 트럼프로부터 10%의 상호관세율만 받은 것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러나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는 경제적 기회에 대한 회의론도 불러온다. 2차대전 후 중동에서는 길어도 10년 안에 큰 전쟁이 있었다. 현재도 가자지구와 예멘 후티지역, 레바논 시리아 이란 이스라엘의 주민들은 공습경보에 24
07.25
올해는 한국과 싱가포르가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물론 우리와 싱가포르와의 관계는 이보다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해외 거주 우리 독립투사들 중 일부가 싱가포르에서 활동했고 2차대전 직후에는 일본군 포로수용소에 징집되어 복무하던 우리 젊은이 중 일부가 싱가포르 현지의 연합군 전범재판을 통해 사형을 당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1965년 싱가포르가 독립하자 우리는 1970년 통상대표부를 설치하고 이를 총영사관으로 승격시킨 후 1975년 8월 8일 정식수교를 하게 되었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과 싱가포르는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사회와 시장경제라는 공동의 가치를 바탕으로 긴밀히 협력하는 한편 ‘아시아의 네 호랑이’ 국가의 일원으로 서로 열띤 경쟁을 이어왔다. 수교 당시 7200만달러에 불과했던 양국 간 교역은 2023년에 300억달러로 늘어났다. 현재 싱가포르는 한국의 9대 교역국이고 싱가포르에게는 한국이 7대 교역국이다. 인적교류도
07.18
올해는 2차대전의 참화를 겪고 유엔이 창립된 지 80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그 축하의 속내는 명암이 교차해 복잡하다. 지난 80년간 3차대전의 발발을 막고 평화유지 개발지원 인권증진 등의 국제 공공재를 제공해온 긍정적인 기여는 평가받아야 한다. 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의 하마스 헤즈볼라 이란과의 전쟁 앞에서 안전보장이사회가 마비되고 날로 악화하는 기후생태계 위기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국제사회의 실망과 비판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 이후 가속화하는 일방주의 경향으로 유엔이 상징하는 다자주의와 글로벌 거버넌스 전체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실존적 위협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데 반해 이에 대응해야 하는 다자주의의 약화가 겹치면서 글로벌 거버넌스의 위기상황이 야기되고 있다. 인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의 퍼펙트스톰이 핵 겨울의 망령, 기후·생태위기, 통제되지 않는 신기술 등 세
07.11
인공지능(AI), 반도체, 우주산업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싼 패권경쟁이 국가 간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미국과 중국은 기술 우위를 유지하거나 확보하기 위해 공급망 재편, 인재 확보, 동맹국과의 기술 블록화 등 다층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유럽과 일본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이제 외교는 기술과 산업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대가 되었고 각국의 생존전략은 기술력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한국도 이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 보고서에는 산업 대도약 전략의 일환으로 ‘AI 3대 강국 도약’과 ‘미래전략산업 육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프라 투자와 데이터 공유를 포함한 글로벌 협력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AI 인재 확보를 위한 해외 유치 인센티브도 담고 있다. 국정 전략은 더 이상 ‘국내 역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 인식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기술패권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