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8
2025
기후위기의 속도는 우리의 예측을 뛰어넘고 있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은 이미 1.2℃ 이상 상승했으며 현재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경 1.5℃ 임계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과학계의 공통된 경고다. 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여파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해수면은 금세기 말까지 최대 1m 상승할 수 있으며, 이는 방글라데시 인도 베트남 등 저지대 인구 약 8억명이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 또한 극한 기상현상은 2030년까지 연간 560건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어 농업 식수 기반시설 전력망, 심지어 보험 및 금융시장 전반의 붕괴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기후위기 앞에서도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실적은 선언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상태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2023 배출 격차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에 따르면 현재 각국이 제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모두 이행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지구 평균기온은 금세기 말까지 2
05.21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일이 2주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보궐성격을 띠는 조기선거인 탓인지 후보들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공약이 선명하지 않다. 기존의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보다 내세우는 공약이 훨씬 빈약하다. 모두 새 시대를 만들겠다고 장담하지만 중장기적 시각의 투자나 미래세대를 위한 공약은 별로 없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내용 위주다. 대부분 후보가 중도 또는 보수를 표방하면서 현세대의 안정적인 생활을 최우선으로 삼는 공약으로 유권자를 유혹한다. 정치와 경제문제가 핵심의제가 되면서 사회나 환경이슈는 뒤로 밀려났다. 당면한 중요의제이자 지난해 4월의 총선에서 눈길을 끌던 기후이슈는 이번 선거에서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선거 분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게 될지 염려스럽다. 선거는 미래를 위한 중요한 선택이다. 나의 삶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일을 살아갈 우리 자녀와 국가의 미래
05.14
도시가스와 발전연료로 사용되는 천연가스는 파이프(PNG, Pipeline Natural Gas) 또는 액화된 상태(LNG: Liquified Natural Gas)로 운반되어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유럽은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에서 파이프(PNG)로 공급을 받는 동시에 중동 미국 등으로부터 LNG를 배로 실어 온다. 반면 우리나라 일본 대만의 경우에는 천연가스 생산국가와 육지로 연결된 파이프라인이 없어 오직 LNG로만 공급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PNG를 공급받기 위해 러시아와 1992년 이래 여러 차례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에너지도입 다변화, 러시아와의 경협 확대, 한반도 평화기여 등의 목적이 있었지만 경제성 부족, 동북아 정세 등 다양한 사유로 인해 사업은 번번이 중단되었다. 1992년 야쿠츠크 사업은 경제성 부족으로, 1999년 한국-중국-러시아 공동의 이르쿠츠크 PNG사업은 러시아 입장 변화로 각각 중단되었다. 2008년 한국과 러시아 양국 정상은 또 다시 러시아 P
05.07
트럼프 미 대통령이 찬물을 끼얹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적 노력은 여전히 잰걸음일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가 정치적 흐름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트럼프의 개입과 상관없이 이 과학적 현상은 그대로 진행이 될 것이다. 인류가 기후위기를 전쟁과 같은 비상상황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여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기후악당 국가 중 하나였던 한국 입장에서 이 여유는 기회이기도 하다. 국제무역 시장에서 저비용 고품질 이외에 저탄소라는 새로운 경쟁 부문이 추가되면서 한국정부와 기업들은 당황해 했었는데 조금 시간을 번 셈이다. 탄소감축량에 가치를 부여하는 새로운 시장환경에서 승리하기 위한 절대적 요소는 ‘혁신’이다. 또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탄소감축 효율을 개량적으로 인증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인증작업은 공신력 있는 공공기관이 맡아서 하게 된다. 객관성과 신뢰성이 절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축량을 정의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시
04.30
과거 산업화 시대 우리나라 국가 에너지정책은 산업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이 최우선이었다. 기후변화 대응이 본격적으로 국가 에너지정책과 연계된 것은 이명박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이었다. 당시 녹색산업을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 했던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었지만 4대강 사업을 둘러싼 환경단체들과의 갈등으로 정책 추진의 동력은 급속히 소멸되었다. 같은 시기 중국 부주석이었던 시진핑은 청정에너지를 국가 주력산업으로 성장시키는 꿈을 키웠고 그 결과 중국은 오늘날 세계 청정에너지산업 선도국이 되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정책은 다시 국가 주력 정책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임기 내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갈등이 사회적 갈등으로 증폭되는 바람에 정책다운 정책을 구현하지 못했다. 윤석열정부는 여기에서도 국가 리더십 부재의 시대였다. 바깥으로 눈을 돌려보면 우크라이나전쟁 이후의 세계 에너지 지정학의 변화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04.23
정부는 지난 2021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약속을 국제사회에 제출했다. 국가결정기여, 즉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라고 부르는 이 약속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파리협정(Paris Agreement)에 가입한 모든 국가가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다. 우리나라의 목표 수준이 지구 온도 1.5℃ 상승을 막기 위해 불충분하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그래도 기존 목표보다는 강화된 수준이라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시민사회의 바람은 엇나가기 시작했다. 그 출발은 지난 2023년 발표된 ‘탄소중립 기본계획’이었다. 당시 정부는 “감축목표가 너무 높다”는 기업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를 기존 14.5%에서 11.4%로 대폭 줄여주었다. 국제사회에 공언한 목표를 번복할 수는 없는 법,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꼼수’를 마련했다. 바로 산업 부문의 부담을
04.16
지난해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로 기록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이 4월 1일 발간한 ‘2024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973년 전국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작년이 가장 뜨거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여름철 평균기온은 25.6℃로 평년 대비 1.9℃ 높았고 열대야일수도 20.2일로 평년의 3.1배에 달해 확실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이로 인한 인삼 등 농작물 피해는 물론이고 가축과 양식생물의 폐사도 2배 넘게 증가했다. 작년 바다도 뜨거워 우리나라 주변 해역 해수면 온도가 17.8℃로 최근 10년(2015~2024년) 중 1위를 기록했다. 11월 하순에는 높은 해수면 온도와 낮은 대기 온도 간 차이로 이례적인 폭설이 내려 6명이 사망했으며 100만 마리 이상의 가축 피해가 발생했다. 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역대 최고인 1.55℃ 상승한 지구의 비극을 우리나라는 사계(四季)를 통해 더 입체적으로 체감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여건은
04.09
인류는 4차례의 산업혁명을 거치며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왔다. 18세기 중반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과 방직기계로 기계화 시대를 열었고, 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내연기관으로 대량생산 체계를 정립했다. 20세기 후반의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자동화와 글로벌화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오늘날 이전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산업혁명은 인류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고, 그에 따라 인구와 경제규모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산업혁명 이전 약 7억명에 불과했던 세계 인구는 현재 80억명을 넘어, 270여년 만에 11배 이상 증가했다. 경제규모 역시 세계 GDP 기준으로 산업혁명 이전 연간 수천억달러 수준에서 2023년 약 105조달러로 수백 배 성장했다. 그러나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화는 지난 200년간 세계 에너지 소비를 30배 이상 증가시켰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산업화 이전 대비 100배 이상 늘어났
04.02
올 4월 5일 토요일은 식목일이자 한식(寒食)이다. 식목일은 나무를 심고 숲을 잘 가꾸도록 권장하기 위해 지정된 날이며, 한식은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 날이다. 그런데 산림 관계자들은 4월 5일이 되면 나무가 울창한 숲이 산불로 인해 소실될 것을 염려하며 하루를 맞이한다. 나무를 심는 날이며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 날에 오히려 산불이 많이 나기 때문이다. 특히 주말에 한식이 도래하면 성묘를 위해 산을 찾는 사람이 많고 산불 발생빈도가 더 높기에 훨씬 긴장된 시간을 보낸다. 지난주 경남 산청과 김해, 울산, 경북 의성 등지에서 발화한 산불은 역대 최대 면적의 산림을 태우고 수많은 주택 소실과 인명피해까지 낳았다. 가장 심각했던 의성 산불은 성묘객이 묘지를 정리하던 중 튄 불씨가 원인이라고 한다. 또한 다른 지역의 산불도 쓰레기 소각이나 농막의 용접작업 과정에서 실수로 튄 불씨가 화마의 시발점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매우 건조하고 바람도 강한 날씨로 인해 작
03.26
14세기 중반 유럽 인구의 절반이 흑사병으로 사망하면서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그로 인해 더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고 이는 기존의 목재에서 석탄으로의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인구증가와 도시화로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면서 석탄이 주요 에너지 자원으로 자리잡았다.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전환의 서막이었다. 20세기 초반 1차세계대전은 석유로의 전환에 불을 지폈다. 풍부한 석탄 자원과 철도망으로 무장한 파죽지세 독일군을 서부전선에서 멈춰 세운 것은 연료가 석유였던 영국제 탱크의 기동력이었다. 이어 항공모함과 전투기로 치러진 2차세계대전은 석유로의 전환 끝판왕이었다. 이후 인류의 삶은 화석연료 에너지를 통해 진화해왔으며 이는 더 유용하고 편리한 생활로의 진보를 의미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 화석연료로의 전환이 효율성과 편리함을 위한 ‘자발적
03.19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자원무기화 확산 등으로 인한 글로벌 물가상승이 정부와 기업은 물론 우리 가정의 일상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 결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등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급해지면서 에너지안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에너지 자원의 약 95%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국제정세 변화로 인한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한 상태다. 따라서 정부와 사회는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안보 전략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에너지안보는 적정한 가격으로 충분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본질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문제다. 에너지안보 개념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돼왔다. 지금은 지정학적 위기에다 에너지전환 과도기에 발생하는 불안정성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주로 공급 측면에서 에너지원을 다변화하고 자원을 비축하며 해외 자원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을 펼쳐왔다. 사실 에너
03.12
미국정부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에 한국정부와 기업의 참여를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관심을 표명하기는 했으나 이는 미국의 관세부과 예외조치 등을 위한 협상카드 정도로 생각하는 차원인 듯하다. 언론들도 이 프로젝트에 대해 기업에게는 ‘득보다는 실’이 우려된다는 등 부정적 논조다. 주요 근거로 경제적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경제적 불확실성 면에서 액화천연가스 가격의 변동성이 심해 시황을 예측하기 어려운데 액화천연가스 터미널과 운반선 가격은 매년 오르고 있지만 천연가스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불확실성 면에서는 이 프로젝트는 대규모의 건설 비용과 장시간의 공사기간이 따르는데 트럼프 집권 4년 후 미국 에너지 정책이 바이든 시대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천연가스와 트럼프정권이 한 시대의 주인공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둘 다 잠깐 왔다 가는 카메오 정도로 보고 있어 장기투자 상의 리스크를 감당할 만큼 가치가 있다고 확신
03.05
지난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에너지 3법’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여기서 3법이란 국가전력망확충법, 해상풍력촉진 특별법, 고준위방폐장 특별법을 말하는데 이미 지난 21대 국회에서 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최종 합의에는 실패했던 법안들이다. 그만큼 이 법안들은 기존의 이해관계와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그에 상응해 입법의 필요성 또한 컸다. 산업화 시대의 틀에 갇힌 한국의 에너지문제 해결을 위해 법적 제도적 변화가 필요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상풍력촉진법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의 활성화를 고무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법 제정이 일견 반갑다. 풍력발전 사업은 그간 지나치게 복잡하고 긴 시간의 인허가 과정으로 인해 극심한 정체 상태에 빠져 있고 연관 산업의 밸류체인조차 위기를 맞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러한 일부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3법에 대해 일고 있는 비판적 지적은 앞으로의 법적 보완을 위해 새겨들을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대통령 탄핵정
02.26
#1. 재작년 1월, 영국의 유력 언론인 가디언(Guardian)이 자발적 탄소시장의 온실가스 감축효과의 허구에 대해 폭로했다. 열대우림을 보전할 경우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으로 보아 배출권을 지급하는 REDD+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중인데 막상 분석을 해보니 전체 배출권의 94%가 실제 감축효과가 없는 ‘유령 배출권’이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출고되자마자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그동안 디즈니 구찌 쉘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REDD+ 배출권을 구매한 다음, “우리가 배출한 온실가스를 상쇄했다”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왔기 때문이다. 논란과 비판이 거세지자 배출권의 품질을 인증하고 판매를 중개해왔던 사업자인 베라(Verra)의 CEO는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신뢰도도 추락해버렸다. #2. 쿡스토브(Cookstove) 사업은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저효율 조리도구를 고효율 제품으로 교체해 주는 프로젝트로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조리과정에서 나오는 매연을 줄
02.19
기후변화 대응 수단인 탄소중립의 성공은 본질적으로 청정기술의 확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취임 첫날 파리협정 탈퇴와 청정기술 지원 중지를 명령한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과 편중되어 있는 청정기술의 중국 의존도가 다른 국가들의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경제안보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가운데, 국가별로 탈탄소 이행과 국가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청정산업정책이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저탄소 전환과 연관된 ‘경제·사회 발전 가속화와 전면적 녹색 전환에 관한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 친환경 산업규모를 2850조원으로 전망하며 비 화석에너지 소비비중을 전체 25%로 올리는 등 녹색전환을 기본으로 형성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은 이미 태양광 및 풍력발전 보급 목표를 6년 앞당겨 작년에 달성했고, 2035년까지 전기차 판매 목표도 10년 앞당겨 올해 달성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책 성과의 핵심은 중국의 청정기술 활용 전략인데, 대부분의 청정기술
02.12
에너지믹스란 인구증가와 전력사용량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석유 석탄 원자력과 같은 기존 에너지의 효율적 활용과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는 것으로,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고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전략이다. 국제에너지기구의 국가별 전력 생산 에너지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의 주요 에너지 소비국들은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통해 많은 양의 전기를 얻고 있다. 그중 인도와 중국은 석탄발전 비중이 60~70%에 달하며 우리나라는 석탄 33%, 천연가스 29%, 원자력 28% 등의 분포를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 비중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으며, 발전량으로 봐도 2024년 기준 세계 5위이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의 탄소중립 노력이 본격화되면서 에너지믹스는 탄소중립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
02.05
지난 1월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은 기후변화가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2025년 1월 7일 로스앤젤레스 서부 해변에서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은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로 인해 빠르게 확산되었다. 또한 동부 내륙에서 발생한 ‘이튼 산불’을 포함해 1월에만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약 2만3100여헥타르가 소실되었다. 특히 주거지까지 확산된 산불로 최소 28명이 사망하고 건물 1만7000여채가 피해를 입었다. 이번 화재는 역대 1월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화재 중 최대 규모였다. 캘리포니아 남부는 겨울철인 1월에 연중 강수량이 집중되므로 산불이 나기 어렵다는 기존 기후상식이 깨진 사건이다. 그런데 먼 나라 미국의 산불은 우리나라 대형 산불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기상예보를 통해 들려오는 동해안의 겨울가뭄 소식은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2000년과 2022년에 각각 발생한 동해안의 대형산불은 이번 미국 산불과 비슷한 규모였고 수천명
01.22
대통령의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조선 말 황 현(1855~1910)이 망국을 통분해 스스로 절명하며 남긴 시 한 구절이 연말 내내 머리를 쳤다. ‘가을 등불 아래 책을 덮고 천 년의 역사를 돌아보니, 이 난세에 배운 값하며 살기가 참으로 어렵구나.’ 배운 값하려고 발버둥 쳐 온 세월이 허망하고 자괴감이 차올랐다. 마침 아들 내외와 함께 안동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차디찬 겨울바람을 맞으며 병산서원 만대루에 올라 강 너머 설산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 옛날 선비들이 왜 세상을 등지고 이 두메산골에서 책을 읽고 살았는지 가늠이 되었다. 시골 고즈넉한 숙소 담 넘어 동네 아침의 평화로움엔 왠지 모를 분노가 치밀었고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시골장터 노포식당의 정겨움엔 목이 멨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런 혼란이 일어날 수 없는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국가에서 도대체 상상이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도 머
01.15
참담한 국내 정치 상황이 새해 들어서도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가운데 태평양 건너 미국에선 역대 최악의 겨울 산불이 일어나 LA 근교를 초토화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겨울엔 우기이던 날씨가 150년 만의 긴 가뭄을 겪으며 벌어진 전형적인 기후재앙이다. 이번 미국의 기상재해는 우리에게 정국의 혼란함 속에 잠시 잊고 있던 지구촌 위기의 심각성과 시급한 전환의 필요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윤석열정권 하에서 위기에 처한 것은 민주주의만이 아니다. 후퇴한 우리의 기후보호와 에너지 정책,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하는 한국 사회의 미래 또한 그러하다. 현 정부 들어 에너지전환 정책이 마냥 뒷걸음치는 사이 세계는 투자 자본의 그린 이동과 에너지전환 기술의 급속한 발전, 그리고 글로벌 산업과 경제의 탈탄소 재편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뒤처진 기후·에너지정책을 제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로벌 기후 대응의 선도국으로 각국에 에너지전환 정책의 모델을 제시했던 독
01.08
홀로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쳤던 도널드 트럼프는 이제 세계 최고 부자이며 혁신기업가 일론 머스크, 상하원을 차지한 공화당 의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 잠깐 나타났다 사라질 괴짜 정치인으로 여겨졌던 트럼프는 이제 시대흐름의 핵이 되었다. 트럼프 2기를 맞아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은 어떻게 될 것인가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이러한 걱정과 우려들은 기후변화총회(COP) 행사의 내용과 규모의 변화를 보면 맥이 빠지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COP26에는 주요국 국가원수들이 참여했고 각국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선언하는 역사적으로 큰 성과를 만들어낸 행사였다. 3년 후인 2024년 아제르바이젠에서 열린 COP29는 참가 등록자수가 적지 않았음에도 각국 주요 인사들의 참가는 적었고 언론의 주목은 이전만 하지 못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역행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유럽으로 번질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