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3
2025
방학 전 작성하는 방학기간 학습계획표는 항상 야심찬 목표로 가득하다. 계획서를 작성할 때는 실천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해 일간 주간 학습스케줄은 휴식없이 빡빡하게 채운다. 목표 달성 후를 상상하며 뿌듯해하기까지 한다. 학습계획표를 작성한 학생들 중 소수 만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고 성취를 한다. 그것은 그들이 목표에 대한 집념과 성실성이 높은 것도 있겠으나 실천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반드시 실행을 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실천가능한 목표인지를 잘 알고 있는 학생들만이 그런 현실적 목표를 세운다. 또 다른 소수 학생들은 부모의 강요나 스스로의 욕심으로 인해 실제로는 결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세운다. 예를 들면 영어사전의 단어를 방학 한달 만에 모두 암기하겠다는 것들이다. 이루기도 불가능하지만 그 방법의 효과성도 입증되지 않은 것들을 목표로 삼는다. 현재까지 제출된 226개 시군구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서를 보면 바로 그 방학 전 작성한 학습계획표를 생각나게 한다. 전국
08.27
1973년 1차 오일쇼크 때 미국에서의 일이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공급도 불안정해졌다. 그 시절 자동차들은 ‘머슬카’라 불릴 만큼 덩치가 크고 기름도 많이 먹었다. 1975년 제럴드 포드 행정부가 대응책으로 꺼내든 것은 연비규제였다. 자동차 배출기준과 평균연비를 설정해 강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비 기준이 점점 높아지자 자동차 제작사들은 과감한 기술혁신에 나섰다. 알루미늄 복합소재를 사용해 차체를 경량화하고 엔진 배기량도 대폭 줄였다. 하이브리드 차와 전기차 개발에도 속도가 붙었다. 몇몇 제작사는 전기차 몇 대만 판매해도 평균 연비가 확 좋아져 벌금을 피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때 ‘전기차는 규제 회피용 비밀병기’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연비규제 기준이 내연기관으로는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강화되면서 거의 모든 제조사가 전기차 라인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연비규제가 결과적으로 전기차 시대의 문을 여는 가속 버튼이 된 셈이다. 규제는 단순히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08.20
21세기 세계 식량 공급망은 거대한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인류의 식량 시스템은 오랫동안 바다를 무대로 공고히 작동해왔다. 브라질의 콩과 미국의 옥수수는 초대형 선박에 실려 대양을 건너 유럽과 아시아로 향했고, 곡물무역의 90% 이상이 해상운송에 의존했다. 파나마운하와 수에즈운하는 세계 식량 안보를 떠받치는 핵심 관문이었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지정학적 불안이 겹치면서, 이 ‘해양시대’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기후변화는 북극의 빙하를 녹이고 있다. 인류에게는 재앙이지만 동시에 지금까지 막혀있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러시아 북부를 따라 이어지는 북극항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거리를 30~40% 줄여준다. 러시아는 흑해의 불안정성을 상쇄할 대안으로 북극항로를 통한 곡물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아직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2035년까지 물동량을 2억톤으로 늘리겠다는 국가적 목표를 세우고 쇄빙선단과 항만 인프라 확충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08.13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일상이 되었다. 올 여름도 예외가 아니다. 전국이 기록적인 불볕더위에 시달리는 가운데 전력수요는 연일 100GW를 넘나들고 있고, 전력 당국은 비상대응체계를 가동 중이다. 이 와중에 태양광이 전력공급의 숨은 주역으로 떠올랐다. 7월 하순 기준으로 태양광은 하루 최대 전력수요의 약 20%를 담당하며 여유있는 공급 예비력 유지에 기여했다. 태양광은 이미 발전 설비용량 기준으로 연간 약 16%, 발전량 기준으로는 8~9%를 차지한다. 문제는 올 여름이 아닌 내년 봄이다. 일반적으로 봄철에는 전력수요가 30~40% 줄어드는 반면 태양광 발전량은 여전히 풍부한 일사량으로 인해 여름철과 유사하게 유지된다. 전체 전력수요가 줄어든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태양광 때문에 원자력을 포함한 다른 경직성 전원의 비중은 조정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전력계통 운영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전체 전력망의 안정성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산업체 전력수요가 감소
08.06
이재명정부 들어 주민 주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입법 논의가 활발하다. 그 가운데 크게 주목받는 부문 중 하나가 상생형 에너지전환의 해법으로 꼽히는 ‘영농형 태양광’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훼손 없이도 작물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촌경제 활성화와 기후위기 대응, 지역공동체 성장의 일석삼조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소멸위기를 겪는 농촌지역에서는 지속가능한 소득창출의 수단으로 환영받고 있다. 현장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다. 이미 많은 마을이 영농형 태양광으로 적잖은 수익을 얻고 있다. 실례로 경남 함양 기동마을의 경우 100kW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해 연간 임대수익이 400만원, 그리고 전력 판매 수익이 3000만원(2022년 기준)에 이른다. 이 수입은 다시 마을회관 운영, 도로 공사, 장학금 지급 등에 재투자돼 지역경제에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좀 더 거시적으로 국가적 관점에서 볼 때도 영농형 태양광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기
07.30
일부를 제외하면 개학을 앞두고 벼락치기로 여름방학 숙제를 했던 기억을 누구나 한번쯤 가지고 있을 것 같다. 가장 고역은 일기쓰기였다. 방학 내내 놀기만 하다가 개학을 하루이틀 앞두고 엄마의 불호령이 떨어지면 그제야 꾸역꾸역 내용을 창조해 냈던 기억이 난다.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일기장 한편에 적게 되어 있는 날씨 칸이었다, 지금처럼 인터넷 검색을 할 수는 없으니 기억을 가물가물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꼼수는 꼼꼼한 선생님에게는 금방 들통났다. 신문과 일기장 날씨를 대조해 보고 거짓말을 귀신같이 찾아냈다. 정부가 오는 9월까지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만들어서 유엔에 제출한다고 한다. 지금이 7월 말이니 한두 달 정도 작업해서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벼락치기도 이런 벼락치기가 없다. 몇개월 동안 모든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식이면 곤란하다. 모든 벼락치기가 그렇듯이 내용도 부실하고, 앞뒤가 맞지 않을 것이 뻔
07.23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를 도입했다. CBAM이란 EU 역외에서 생산되는 대EU 수출품에 대해 EU 역내에서 EU 배출권거래제의 적용을 받고 생산되는 동일 상품이 부담하는 탄소가격과 동일한 비용을 ‘관세와 유사한 탄소국경세’로 부과하는 제도다.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기 수소 등 6가지 수입품에 대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7월1일 EU집행위원회는 CBAM 대상 제품 확대 및 우회 방지 대책을 위한 의견조회 절차도 개시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대서양 반대편인 미국에서도 지난 4월 ‘해외오염세법(Foreign Pollution Fee Act, FPFA)’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이 또한 미국산 제품보다 배출집약도가(제품톤당 CO₂배출량) 높은 수입품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에서 적용 대상 품목이 기존 6개(알루미늄 시멘트 철강
07.16
2025년 여름 세계는 말 그대로 ‘불타는 지구’를 체감하고 있다. 서울은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7월 초중순 기온을 기록했고 이천은 40.2℃까지 치솟았다. 유럽은 더욱 참혹하다. 최근 유럽 12개 도시에서 최소 2300명이 폭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탄소 1톤의 배출은 생명과 건강, 생산성, 에너지 비용, 재난 위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피해를 숫자로 다루는데 매우 인색하다. 탄소는 분명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지만 여전히 이를 ‘0원’으로 회계처리하고 있다. 배출자가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그 부담을 국민 전체와 미래세대가 떠안고 있는 셈이다. 이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제시된 개념이 ‘사회적 탄소 비용(Social Cost of Carbon, SCC)’과 ‘탄소의 그림자 가격(Shadow Carbon Price)’이다. SCC는 탄소 1톤 배출이 국민에게 미치는
07.09
코로나 이후에 뉴노멀 시대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뉴노멀(new normal)은 ‘새로운 일상’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이 당연하지 않고, 이상하게 여겨졌던 것이 평범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제 막 7월에 들어섰는데 최저기온이 25℃를 넘는 열대야는 익숙한 일상이 되었고 강릉은 30℃를 넘는 초열대야로 인해 야간에도 물가를 찾는 사람이 많다. 이상기후라고 표현하던 기상 현상은 이제 이상한 모습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생활이 되었다. 심각한 생물 다양성 훼손을 초래할 것으로 예견된 지구 평균기온 1.5℃ 상승이 이미 벌어졌고, 그러하기에 이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전개되는 각종 재난을 감수해야 한다. 소위 100년 만의 기상 이변이라는 단어가 수시로 들리기 시작했고,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재앙의 물살은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는 옵션(선택)이 아니라 필수(의무
07.02
친환경 에너지전환 산업계에서는 ‘지난 3년 어둠의 바다를 동력 없이 떠다닌 배에 있었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조타수도 없고 추진엔진도 없었던 시간이었다. 그래도 긍정적인 성과들도 있다. 그중 하나는 전국의 226개 시군구 지자체의 공무원들과 의원들이 자신들 지역의 탄소중립 녹색성장을 위한 실행계획안을 작성한 것이다. 2022년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전국 지자체는 올 5월 30일까지 환경부에 1차 기본계획서를 제출해야 했다. 물론 기초의회 논의 중이거나 탄소중립 지방위원회 심의, 계획 보완 등의 이유로 아직 공개를 못한 곳도 있다. 이 계획들은 오는 7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보고될 예정이다. 226개 지자체들은 이 작업 과정에서 그들은 각 부문별 활동자료에 따른 탄소배출 원 단위의 개념을 이해해야 했으며, 각 부문별로 탄소배출원의 실태를 파악해야 했을 것이다. 지금은 온실가스배출 관리에 대한 지방공무원과 지역 주민들의 대학습이
06.25
정부가 대통령실에 ‘인공지능(AI) 수석’을 신설하고 이공계 연구자에 대한 지원 확대 방침을 밝히자 과학계는 연구개발(R&D) 활성화에 대한 기대에 들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위기들이 과학기술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농업 분야는 더욱 그렇다. 지금 한국 농업이 처한 위기의 본질은 기술부족이 아니다. 기후위기에 따른 생산 불안정, 농작물 피해보상 수준, 식량 공급망의 지정학적 리스크, 식량안보와 태양광 발전 사이의 갈등, 높은 농산물 가격과 낮은 농가소득 사이의 괴리 중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술개발을 만능 해법처럼 기대한다. 정부는 매년 다양한 농업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2025년 농림식품 분야 연구개발 예산은 이미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전국 연구기관과 대학에서 수많은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농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작 쓸 만한 기술은 없다”고 한탄한다. 전체 농가의 절반 이상이 1500평 이하의
06.18
1879년, 토머스 에디슨(1847~1931)의 백열전구 발명은 ‘전기의 시대’로 불리는 제2차 산업혁명의 서막을 열었다. 발명가이자 사업가였던 에디슨은 불과 3년 만에 뉴욕 맨해튼 펄스트리트 발전소를 세우고 인근 가정과 사무실에 설치된 수백개의 조명용 전구에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이를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감격했지만 진작 전기요금은 점등된 전구의 개수에 따라 부과되는 원시적인 수준이었다. 당시 전기 사업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한 사업가는 따로 있었으니 사무엘 인설(1859~1938)이었다. 인설은 계량기를 이용한 사용량 기반의 요금체계를 도입했다. 그리고 생산된 전기는 실시간으로 소비되어야만 하는 전기 에너지의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설비들의 낮은 가동률 문제를 시간대별 요금제로 해결했다. 또한 다수의 소규모 발전소들을 인수하고, 송·변전망까지 통합해서 대형 전력 유틸리티 회사를 세웠다. 인설은 경쟁보다는 독점이 전력산업의 효율성을 높인다고 믿었고, 강력한
06.11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의 조속한 전환”을 선언, 대한민국 최초의 ‘기후·에너지전환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그간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 윤석열정부의 기후 에너지정책이 한국경제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해 온 터라 이제야말로 시대정신을 제대로 반영한 정책이 만들어낼 ‘진짜 성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번 기후선언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보다 한국도 이제 기후대응 에너지전환 미래성장을 하나의 통합된 발전 경로로 연결 짓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데 있다.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 양식이 한계에 다다르며 세계 경제는 위기에 직면했고, 각국은 새로운 산업 문명을 선도하기 위한 주도권 경쟁에 뛰어든 지 오래다. 우리에게 익숙한 리프킨의 3차 산업혁명, 슈밥의 4차 산업혁명, 로빈스의 6차 산업혁명, 그리고 유럽연합의 인더스트리 5.0까지, 이 모든 개념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사회 변화와 그것이 ICT와 AI 등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만들어낼 새로운 시대상을 설명한다. 이렇게
06.04
최근 발표된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의 온실가스 규제와 미국 무역대표부(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USTR)의 해상 주도권 재건 조치는 한국 조선업의 중대한 전환점을 예고한다. 먼저 IMO는 선박연료온실가스집약도(GHG Fuel Intensity, GFI) 기준을 새롭게 도입해 2028년부터 점점 강화되는 GFI 기준에 못 맞추면 톤당 최대 380달러까지 개선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해운업이 하나의 국가라고 가정하면 전세계 8번째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국가일 정도로 감축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USTR도 중국의 해상 지배력 견제를 목적으로 오는 10월부터 미국으로 입항하는 중국 국적 선박과 중국산 선박에 운송화물톤당 수십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점진적으로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공개했다. 공교롭게 지난 4월 동시에 발표된 위 조치들이 각각 목적과 내용은 다
05.28
기후위기의 속도는 우리의 예측을 뛰어넘고 있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은 이미 1.2℃ 이상 상승했으며 현재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경 1.5℃ 임계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과학계의 공통된 경고다. 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여파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해수면은 금세기 말까지 최대 1m 상승할 수 있으며, 이는 방글라데시 인도 베트남 등 저지대 인구 약 8억명이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 또한 극한 기상현상은 2030년까지 연간 560건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어 농업 식수 기반시설 전력망, 심지어 보험 및 금융시장 전반의 붕괴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기후위기 앞에서도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실적은 선언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상태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2023 배출 격차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에 따르면 현재 각국이 제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모두 이행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지구 평균기온은 금세기 말까지 2
05.21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일이 2주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보궐성격을 띠는 조기선거인 탓인지 후보들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공약이 선명하지 않다. 기존의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보다 내세우는 공약이 훨씬 빈약하다. 모두 새 시대를 만들겠다고 장담하지만 중장기적 시각의 투자나 미래세대를 위한 공약은 별로 없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내용 위주다. 대부분 후보가 중도 또는 보수를 표방하면서 현세대의 안정적인 생활을 최우선으로 삼는 공약으로 유권자를 유혹한다. 정치와 경제문제가 핵심의제가 되면서 사회나 환경이슈는 뒤로 밀려났다. 당면한 중요의제이자 지난해 4월의 총선에서 눈길을 끌던 기후이슈는 이번 선거에서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선거 분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게 될지 염려스럽다. 선거는 미래를 위한 중요한 선택이다. 나의 삶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일을 살아갈 우리 자녀와 국가의 미래
05.14
도시가스와 발전연료로 사용되는 천연가스는 파이프(PNG, Pipeline Natural Gas) 또는 액화된 상태(LNG: Liquified Natural Gas)로 운반되어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유럽은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에서 파이프(PNG)로 공급을 받는 동시에 중동 미국 등으로부터 LNG를 배로 실어 온다. 반면 우리나라 일본 대만의 경우에는 천연가스 생산국가와 육지로 연결된 파이프라인이 없어 오직 LNG로만 공급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PNG를 공급받기 위해 러시아와 1992년 이래 여러 차례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에너지도입 다변화, 러시아와의 경협 확대, 한반도 평화기여 등의 목적이 있었지만 경제성 부족, 동북아 정세 등 다양한 사유로 인해 사업은 번번이 중단되었다. 1992년 야쿠츠크 사업은 경제성 부족으로, 1999년 한국-중국-러시아 공동의 이르쿠츠크 PNG사업은 러시아 입장 변화로 각각 중단되었다. 2008년 한국과 러시아 양국 정상은 또 다시 러시아 P
05.07
트럼프 미 대통령이 찬물을 끼얹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적 노력은 여전히 잰걸음일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가 정치적 흐름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트럼프의 개입과 상관없이 이 과학적 현상은 그대로 진행이 될 것이다. 인류가 기후위기를 전쟁과 같은 비상상황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여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기후악당 국가 중 하나였던 한국 입장에서 이 여유는 기회이기도 하다. 국제무역 시장에서 저비용 고품질 이외에 저탄소라는 새로운 경쟁 부문이 추가되면서 한국정부와 기업들은 당황해 했었는데 조금 시간을 번 셈이다. 탄소감축량에 가치를 부여하는 새로운 시장환경에서 승리하기 위한 절대적 요소는 ‘혁신’이다. 또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탄소감축 효율을 개량적으로 인증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인증작업은 공신력 있는 공공기관이 맡아서 하게 된다. 객관성과 신뢰성이 절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축량을 정의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시
04.30
과거 산업화 시대 우리나라 국가 에너지정책은 산업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이 최우선이었다. 기후변화 대응이 본격적으로 국가 에너지정책과 연계된 것은 이명박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이었다. 당시 녹색산업을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 했던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었지만 4대강 사업을 둘러싼 환경단체들과의 갈등으로 정책 추진의 동력은 급속히 소멸되었다. 같은 시기 중국 부주석이었던 시진핑은 청정에너지를 국가 주력산업으로 성장시키는 꿈을 키웠고 그 결과 중국은 오늘날 세계 청정에너지산업 선도국이 되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정책은 다시 국가 주력 정책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임기 내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갈등이 사회적 갈등으로 증폭되는 바람에 정책다운 정책을 구현하지 못했다. 윤석열정부는 여기에서도 국가 리더십 부재의 시대였다. 바깥으로 눈을 돌려보면 우크라이나전쟁 이후의 세계 에너지 지정학의 변화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04.23
정부는 지난 2021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약속을 국제사회에 제출했다. 국가결정기여, 즉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라고 부르는 이 약속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파리협정(Paris Agreement)에 가입한 모든 국가가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다. 우리나라의 목표 수준이 지구 온도 1.5℃ 상승을 막기 위해 불충분하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그래도 기존 목표보다는 강화된 수준이라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시민사회의 바람은 엇나가기 시작했다. 그 출발은 지난 2023년 발표된 ‘탄소중립 기본계획’이었다. 당시 정부는 “감축목표가 너무 높다”는 기업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를 기존 14.5%에서 11.4%로 대폭 줄여주었다. 국제사회에 공언한 목표를 번복할 수는 없는 법,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꼼수’를 마련했다. 바로 산업 부문의 부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