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2
2025
최근 용인 국가반도체산단의 전력집중과 초고압 송전망 문제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송전망이 지나가는 전남 전북 충남 충북 경기 강원 곳곳에 주민 대책위원회가 꾸려질 만큼 갈등지역의 범위도 전국적이다. 이번 사안은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전환을 강조하며 출범한 이재명정부가 시민사회의 저항에 맞닥뜨린 첫 도전으로, 그 해결이 국정운영 향방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정부의 역점사업인 재생에너지와 인공지능(AI) 산업에는 모두 새로운 전력망 구축이 필수불가결하고, 에너지고속도로는 이와 밀접한 정책 사업이다. 만일 에너지전환과 계통연결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재생에너지 기반의 미래성장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견인할 강력한 동력을 얻으려면 정부는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갈등의 본질을 정확히 짚은 현명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먼저 현재의 전력망 추진 상황을 들여다보자. 정부는 지난 1일 제1차 국가기간
10.15
발전소와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배출권거래제 제2차 계획기간(2018-2020) 논의가 한창 진행되던 2016년 무렵, 필자는 기업들의 기후변화 전략을 수립하고 온실가스 규제 대응을 자문하는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당시 우리의 고객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철강회사였는데, 앞으로 규제가 어느 수준으로 강화될지 예측하고 이에 대한 사업장의 감축 기술을 발굴해서 투자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주요 임무였다. 여러 사업장을 돌아다니며 엔지니어를 인터뷰하고 그동안 내부에서 보고되지 않았던 감축기술을 발굴해서 향후 5년 간의 투자 계획을 수립하는 일은 나름대로 보람있는 일이었다. 약 6개월의 기간이 걸렸고, CEO를 포함한 주요 임원들에게 컨설팅 결과물을 보고하는 일만 남았다. 현장을 돌아다니며 발굴한 성과를 보고하는 것이라 우리는 프로젝트 결과물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임원들의 첫 마디는 “정부가 규제 강화하면
10.01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UN) 기후정상회의가 열렸다.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인 미국이 불참한 가운데 중국 러시아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참여해 감축목표를 포함 국가별 기후대응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11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30) 개최국인 브라질은 2035년까지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9~67% 감축하고 산림파괴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U는 회원국간 잠정 동의안으로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66~72% 줄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역시 10년내 최고배출시점 대비 7~10% 감축을 약속했다. 이러한 국가별 기후대응계획의 근저에는 올해부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글로벌 기후정책 변화의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2024년까지는 EU 및 미국 주도의 기후정책이 유사한 방향성 하에서 국제사회로 확산되는 형태로 진행되어 왔었는데, 올해부터는 각 국가별 정책목표에 따라 분절된 방향성 아래서 각자도생의 경
09.24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이미 시대적 과제가 된지 오래다. 대한민국 정부는 탄소중립 실현과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3면이 바다라는 우리의 지리적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해상풍력은 육상풍력이나 태양광 대비 높은 이용률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 역할을 수행할 잠재력을 지닌다. 더구나 해상풍력 발전소의 평균 이용률은 약 22~50%로, 육상풍력(22%)이나 태양광(15%)보다 높다. 2030년까지 14GW 규모의 설비 보급 목표와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지난 3월 제정된 ‘해상풍력특별법’은 산업계 전반에 큰 기대를 불어넣고 있다. 더구나 재생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인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업계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기저에는 기존 다른 에너지 기술들이 그랬듯 기술이 발전하고 경험과 규모가 축적되면 발전 단가가 하락해 경제성을 확보할 것이
09.17
지구의 역사는 생존과 멸종의 반복으로 점철되어 있다. 고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지난 46억년 동안 최소 다섯 차례의 지구 생물 ‘대멸종’이 있었다고 한다. 4억4000만년 전 오르도비스기 말 해수면 급강하로 인한 빙하기, 데본기 후기의 수백만 년에 걸친 기후 변동과 해양 무산소 현상, 지구 최대의 대멸종인 2억5000년 전 페름기 말 화산활동과 메탄가스 분출로 인한 기온 폭등, 트라이아스기 말 화산활동과 온난화, 그리고 6600만년 전 백악기 말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사라진 사건까지, 모두 지구 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질 때 벌어진 사건이었다. 지질학자들은 지금을 인류세라 부르기도 한다. 인류의 활동이 지구 지질과 생태계 전반을 바꿔놓을 만큼 강력한 시대라는 뜻이다. 화석연료로 쏟아낸 2조5000억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 농도를 산업혁명 이전 약 280ppm에서 현재 420ppm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불과 200년 만에 지구 대기조성의 균형을 바꿔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09.10
9월에 들어서자 아침 저녁으로 시원해진 공기가 느껴지며 드디어 여름이 지나갔다는 안도의 숨이 쉬어진다. 올해 서울의 열대야 일수는 46일로 관측 이래 최다 기록을 세워 견디기 힘든 밤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부지방은 여전히 폭염주의보 소식이 뉴스에서 들리고, 200년에 한번 있을 법한 비가 쏟아졌다고 한다. 부실공사나 대응을 잘못해서 벌어진 인재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수준의 기상재난이 속출하고 있다. 즉, 기후위기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극한기상이 새로운 일상으로 우리 삶에 스며들었다. 그런데 올해 서울에서 열대야 일수가 매우 적은 지역도 있었다. 은평구와 관악구는 열대야 일수가 각각 7일과 8일로 열흘도 되지 않았다. 도심지역인 용산구나 영등포구의 1/6 수준이었는데 그 차이는 녹지 면적 비율과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은평구와 관악구는 숲이 차지하는 면적이 50%를 넘지만 용산구와 영등포구는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국에서 가장 더운 지역이라서 대구와
09.03
방학 전 작성하는 방학기간 학습계획표는 항상 야심찬 목표로 가득하다. 계획서를 작성할 때는 실천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해 일간 주간 학습스케줄은 휴식없이 빡빡하게 채운다. 목표 달성 후를 상상하며 뿌듯해하기까지 한다. 학습계획표를 작성한 학생들 중 소수 만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고 성취를 한다. 그것은 그들이 목표에 대한 집념과 성실성이 높은 것도 있겠으나 실천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반드시 실행을 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실천가능한 목표인지를 잘 알고 있는 학생들만이 그런 현실적 목표를 세운다. 또 다른 소수 학생들은 부모의 강요나 스스로의 욕심으로 인해 실제로는 결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세운다. 예를 들면 영어사전의 단어를 방학 한달 만에 모두 암기하겠다는 것들이다. 이루기도 불가능하지만 그 방법의 효과성도 입증되지 않은 것들을 목표로 삼는다. 현재까지 제출된 226개 시군구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서를 보면 바로 그 방학 전 작성한 학습계획표를 생각나게 한다. 전국
08.27
1973년 1차 오일쇼크 때 미국에서의 일이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공급도 불안정해졌다. 그 시절 자동차들은 ‘머슬카’라 불릴 만큼 덩치가 크고 기름도 많이 먹었다. 1975년 제럴드 포드 행정부가 대응책으로 꺼내든 것은 연비규제였다. 자동차 배출기준과 평균연비를 설정해 강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비 기준이 점점 높아지자 자동차 제작사들은 과감한 기술혁신에 나섰다. 알루미늄 복합소재를 사용해 차체를 경량화하고 엔진 배기량도 대폭 줄였다. 하이브리드 차와 전기차 개발에도 속도가 붙었다. 몇몇 제작사는 전기차 몇 대만 판매해도 평균 연비가 확 좋아져 벌금을 피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때 ‘전기차는 규제 회피용 비밀병기’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연비규제 기준이 내연기관으로는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강화되면서 거의 모든 제조사가 전기차 라인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연비규제가 결과적으로 전기차 시대의 문을 여는 가속 버튼이 된 셈이다. 규제는 단순히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08.20
21세기 세계 식량 공급망은 거대한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인류의 식량 시스템은 오랫동안 바다를 무대로 공고히 작동해왔다. 브라질의 콩과 미국의 옥수수는 초대형 선박에 실려 대양을 건너 유럽과 아시아로 향했고, 곡물무역의 90% 이상이 해상운송에 의존했다. 파나마운하와 수에즈운하는 세계 식량 안보를 떠받치는 핵심 관문이었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지정학적 불안이 겹치면서, 이 ‘해양시대’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기후변화는 북극의 빙하를 녹이고 있다. 인류에게는 재앙이지만 동시에 지금까지 막혀있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러시아 북부를 따라 이어지는 북극항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거리를 30~40% 줄여준다. 러시아는 흑해의 불안정성을 상쇄할 대안으로 북극항로를 통한 곡물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아직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2035년까지 물동량을 2억톤으로 늘리겠다는 국가적 목표를 세우고 쇄빙선단과 항만 인프라 확충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08.13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일상이 되었다. 올 여름도 예외가 아니다. 전국이 기록적인 불볕더위에 시달리는 가운데 전력수요는 연일 100GW를 넘나들고 있고, 전력 당국은 비상대응체계를 가동 중이다. 이 와중에 태양광이 전력공급의 숨은 주역으로 떠올랐다. 7월 하순 기준으로 태양광은 하루 최대 전력수요의 약 20%를 담당하며 여유있는 공급 예비력 유지에 기여했다. 태양광은 이미 발전 설비용량 기준으로 연간 약 16%, 발전량 기준으로는 8~9%를 차지한다. 문제는 올 여름이 아닌 내년 봄이다. 일반적으로 봄철에는 전력수요가 30~40% 줄어드는 반면 태양광 발전량은 여전히 풍부한 일사량으로 인해 여름철과 유사하게 유지된다. 전체 전력수요가 줄어든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태양광 때문에 원자력을 포함한 다른 경직성 전원의 비중은 조정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전력계통 운영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전체 전력망의 안정성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산업체 전력수요가 감소
08.06
이재명정부 들어 주민 주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입법 논의가 활발하다. 그 가운데 크게 주목받는 부문 중 하나가 상생형 에너지전환의 해법으로 꼽히는 ‘영농형 태양광’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훼손 없이도 작물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촌경제 활성화와 기후위기 대응, 지역공동체 성장의 일석삼조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소멸위기를 겪는 농촌지역에서는 지속가능한 소득창출의 수단으로 환영받고 있다. 현장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다. 이미 많은 마을이 영농형 태양광으로 적잖은 수익을 얻고 있다. 실례로 경남 함양 기동마을의 경우 100kW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해 연간 임대수익이 400만원, 그리고 전력 판매 수익이 3000만원(2022년 기준)에 이른다. 이 수입은 다시 마을회관 운영, 도로 공사, 장학금 지급 등에 재투자돼 지역경제에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좀 더 거시적으로 국가적 관점에서 볼 때도 영농형 태양광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기
07.30
일부를 제외하면 개학을 앞두고 벼락치기로 여름방학 숙제를 했던 기억을 누구나 한번쯤 가지고 있을 것 같다. 가장 고역은 일기쓰기였다. 방학 내내 놀기만 하다가 개학을 하루이틀 앞두고 엄마의 불호령이 떨어지면 그제야 꾸역꾸역 내용을 창조해 냈던 기억이 난다.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일기장 한편에 적게 되어 있는 날씨 칸이었다, 지금처럼 인터넷 검색을 할 수는 없으니 기억을 가물가물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꼼수는 꼼꼼한 선생님에게는 금방 들통났다. 신문과 일기장 날씨를 대조해 보고 거짓말을 귀신같이 찾아냈다. 정부가 오는 9월까지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만들어서 유엔에 제출한다고 한다. 지금이 7월 말이니 한두 달 정도 작업해서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벼락치기도 이런 벼락치기가 없다. 몇개월 동안 모든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식이면 곤란하다. 모든 벼락치기가 그렇듯이 내용도 부실하고, 앞뒤가 맞지 않을 것이 뻔
07.23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를 도입했다. CBAM이란 EU 역외에서 생산되는 대EU 수출품에 대해 EU 역내에서 EU 배출권거래제의 적용을 받고 생산되는 동일 상품이 부담하는 탄소가격과 동일한 비용을 ‘관세와 유사한 탄소국경세’로 부과하는 제도다.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기 수소 등 6가지 수입품에 대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7월1일 EU집행위원회는 CBAM 대상 제품 확대 및 우회 방지 대책을 위한 의견조회 절차도 개시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대서양 반대편인 미국에서도 지난 4월 ‘해외오염세법(Foreign Pollution Fee Act, FPFA)’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이 또한 미국산 제품보다 배출집약도가(제품톤당 CO₂배출량) 높은 수입품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에서 적용 대상 품목이 기존 6개(알루미늄 시멘트 철강
07.16
2025년 여름 세계는 말 그대로 ‘불타는 지구’를 체감하고 있다. 서울은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7월 초중순 기온을 기록했고 이천은 40.2℃까지 치솟았다. 유럽은 더욱 참혹하다. 최근 유럽 12개 도시에서 최소 2300명이 폭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탄소 1톤의 배출은 생명과 건강, 생산성, 에너지 비용, 재난 위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피해를 숫자로 다루는데 매우 인색하다. 탄소는 분명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지만 여전히 이를 ‘0원’으로 회계처리하고 있다. 배출자가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그 부담을 국민 전체와 미래세대가 떠안고 있는 셈이다. 이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제시된 개념이 ‘사회적 탄소 비용(Social Cost of Carbon, SCC)’과 ‘탄소의 그림자 가격(Shadow Carbon Price)’이다. SCC는 탄소 1톤 배출이 국민에게 미치는
07.09
코로나 이후에 뉴노멀 시대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뉴노멀(new normal)은 ‘새로운 일상’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이 당연하지 않고, 이상하게 여겨졌던 것이 평범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제 막 7월에 들어섰는데 최저기온이 25℃를 넘는 열대야는 익숙한 일상이 되었고 강릉은 30℃를 넘는 초열대야로 인해 야간에도 물가를 찾는 사람이 많다. 이상기후라고 표현하던 기상 현상은 이제 이상한 모습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생활이 되었다. 심각한 생물 다양성 훼손을 초래할 것으로 예견된 지구 평균기온 1.5℃ 상승이 이미 벌어졌고, 그러하기에 이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전개되는 각종 재난을 감수해야 한다. 소위 100년 만의 기상 이변이라는 단어가 수시로 들리기 시작했고,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재앙의 물살은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는 옵션(선택)이 아니라 필수(의무
07.02
친환경 에너지전환 산업계에서는 ‘지난 3년 어둠의 바다를 동력 없이 떠다닌 배에 있었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조타수도 없고 추진엔진도 없었던 시간이었다. 그래도 긍정적인 성과들도 있다. 그중 하나는 전국의 226개 시군구 지자체의 공무원들과 의원들이 자신들 지역의 탄소중립 녹색성장을 위한 실행계획안을 작성한 것이다. 2022년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전국 지자체는 올 5월 30일까지 환경부에 1차 기본계획서를 제출해야 했다. 물론 기초의회 논의 중이거나 탄소중립 지방위원회 심의, 계획 보완 등의 이유로 아직 공개를 못한 곳도 있다. 이 계획들은 오는 7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보고될 예정이다. 226개 지자체들은 이 작업 과정에서 그들은 각 부문별 활동자료에 따른 탄소배출 원 단위의 개념을 이해해야 했으며, 각 부문별로 탄소배출원의 실태를 파악해야 했을 것이다. 지금은 온실가스배출 관리에 대한 지방공무원과 지역 주민들의 대학습이
06.25
정부가 대통령실에 ‘인공지능(AI) 수석’을 신설하고 이공계 연구자에 대한 지원 확대 방침을 밝히자 과학계는 연구개발(R&D) 활성화에 대한 기대에 들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위기들이 과학기술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농업 분야는 더욱 그렇다. 지금 한국 농업이 처한 위기의 본질은 기술부족이 아니다. 기후위기에 따른 생산 불안정, 농작물 피해보상 수준, 식량 공급망의 지정학적 리스크, 식량안보와 태양광 발전 사이의 갈등, 높은 농산물 가격과 낮은 농가소득 사이의 괴리 중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술개발을 만능 해법처럼 기대한다. 정부는 매년 다양한 농업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2025년 농림식품 분야 연구개발 예산은 이미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전국 연구기관과 대학에서 수많은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농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작 쓸 만한 기술은 없다”고 한탄한다. 전체 농가의 절반 이상이 1500평 이하의
06.18
1879년, 토머스 에디슨(1847~1931)의 백열전구 발명은 ‘전기의 시대’로 불리는 제2차 산업혁명의 서막을 열었다. 발명가이자 사업가였던 에디슨은 불과 3년 만에 뉴욕 맨해튼 펄스트리트 발전소를 세우고 인근 가정과 사무실에 설치된 수백개의 조명용 전구에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이를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감격했지만 진작 전기요금은 점등된 전구의 개수에 따라 부과되는 원시적인 수준이었다. 당시 전기 사업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한 사업가는 따로 있었으니 사무엘 인설(1859~1938)이었다. 인설은 계량기를 이용한 사용량 기반의 요금체계를 도입했다. 그리고 생산된 전기는 실시간으로 소비되어야만 하는 전기 에너지의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설비들의 낮은 가동률 문제를 시간대별 요금제로 해결했다. 또한 다수의 소규모 발전소들을 인수하고, 송·변전망까지 통합해서 대형 전력 유틸리티 회사를 세웠다. 인설은 경쟁보다는 독점이 전력산업의 효율성을 높인다고 믿었고, 강력한
06.11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의 조속한 전환”을 선언, 대한민국 최초의 ‘기후·에너지전환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그간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 윤석열정부의 기후 에너지정책이 한국경제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해 온 터라 이제야말로 시대정신을 제대로 반영한 정책이 만들어낼 ‘진짜 성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번 기후선언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보다 한국도 이제 기후대응 에너지전환 미래성장을 하나의 통합된 발전 경로로 연결 짓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데 있다.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 양식이 한계에 다다르며 세계 경제는 위기에 직면했고, 각국은 새로운 산업 문명을 선도하기 위한 주도권 경쟁에 뛰어든 지 오래다. 우리에게 익숙한 리프킨의 3차 산업혁명, 슈밥의 4차 산업혁명, 로빈스의 6차 산업혁명, 그리고 유럽연합의 인더스트리 5.0까지, 이 모든 개념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사회 변화와 그것이 ICT와 AI 등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만들어낼 새로운 시대상을 설명한다. 이렇게
06.04
최근 발표된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의 온실가스 규제와 미국 무역대표부(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USTR)의 해상 주도권 재건 조치는 한국 조선업의 중대한 전환점을 예고한다. 먼저 IMO는 선박연료온실가스집약도(GHG Fuel Intensity, GFI) 기준을 새롭게 도입해 2028년부터 점점 강화되는 GFI 기준에 못 맞추면 톤당 최대 380달러까지 개선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해운업이 하나의 국가라고 가정하면 전세계 8번째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국가일 정도로 감축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USTR도 중국의 해상 지배력 견제를 목적으로 오는 10월부터 미국으로 입항하는 중국 국적 선박과 중국산 선박에 운송화물톤당 수십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점진적으로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공개했다. 공교롭게 지난 4월 동시에 발표된 위 조치들이 각각 목적과 내용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