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5
2026
지난 2월 3일 뉴욕증시에서 주요 소프트웨어 업체의 주가가 14~20% 정도 하락하면서 대략 400조원이 날아갔다. 그 전달에 인공지능(AI)업체 앤트로픽(Anthropic)이 시장에 내놓은 ‘클로드 코워크’가 준 충격으로 해석되었다. 월스트리트는 이를 두고 ‘사스포칼립스’라고 불렀다. 사스포칼립스는 AI가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산업의 종말(apocalypse)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 신조어다. 앤트로픽이 내놓은 클로드 코워크가 기존의 소프트웨어보다 성능이 좋아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자체가 필요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구글드라이브나 G메일 등을 스스로 알아서 직접 읽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식이다. 개별 소프트웨어를 일일이 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또 한편 2월 23일에는 월스트리트의 시장분석업체 시트리니리서치가 공개한 보고서 ‘2028 글로벌 인텔리전스 위기’가 다우지수를 800포인트 이상 급락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의
세계 원유수송의 동맥이자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돼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선제 공습으로 수세에 몰리면서도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까지 동원해 가면서 보복에 나서는 한편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맞대응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폭 50km 안팎의 좁은 해로로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넘는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요충지다. 특히 유조선이 페르시아만에 진입할 때 이란 영해를 통과해야 해 이란의 군사적 봉쇄에 취약하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장기화 등 사태 악화 땐 세계 경제 '시계 제로'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장중 80달러 선을 돌파하는 등 국제유가가 폭등세를 보였다.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사태가 악화할 경우 국제 유가가 120~130달러 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물가급등을 비롯해 기업 수익성 악화와 성장둔화,
03.04
한국에서 올 4월 9일은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이다. 즉, 올해 4월 9일까지는 자연의 자생적 회복력의 범위 내에서 자원을 사용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회복불가능한 정도의 자원 사용과 환경파괴가 이뤄질 것이다. 글로벌 풋프린트네트웍의 발표에 의하면 지구 전체로 보면 2025년의 경우 7월 24일이었다. 우리나라의 2026년 4월 9일은 조사 대상 86개 국가 중 19번 째에 해당되며 이는 우리가 전세계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허용된 자원을 고갈시킴을 의미한다. 미국은 3월 14일, 일본은 5월 14일, 중국은 5월 27일로 나타났다. 우리의 경제활동과 소비패턴이 유지된다면 그것은 미래세대들이 누릴 수 있는 자연의 감당능력을 훼손하면서 그들에게 빌려온 자연자산을 무상으로 도용하는 셈이 될 것이다. 위 자료는 인류가 총체적으로 소비하는 생태계서비스가 지구의 재생능력을 초과한 지 오래되었으며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언젠가 자연파괴로 인한 인류의 재
03.03
지방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출마 후보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유권자들 관심이 아직은 미지근하지만 춘삼월 봄바람 불면서 서서히 달아오를 것이다. 지방선거에선 뽑고 뽑히는 자리가 지역마다 7개(광역 기초 교육감 등)씩이기 때문에 출사표를 던지고 선거판에 뛰어드는 사람만 전국적으로 족히 1만여명에 이른다. 요즘 SNS에는 예비 후보자들의 출판기념회와 출마선언 소식이 줄을 잇는다. 후보자는 저마다 자신이 적임자라고 목청 높이고, 그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런 저런 논리와 이유를 들어가며 “그렇다” “아니다” 벌써부터 입씨름을 벌인다. 투표일이 다가오면 공방전은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치열한 토론 속에서 유권자들은 현명한 선택을 하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선거는 현실에서 이와 거리가 있다. 민주시민이라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에 앞서 지혜롭고 소신 있는 판단을 내려야겠지만 이 과정을 훼방 놓는 요인들이 생각보다 많다. 개인의 정치 무관심과 집단의 선동
02.26
“중국과 한국의 기술격차가 최근 2년 새 80% 더 벌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의 골자다. 2차 전지, 차세대통신, 첨단모빌리티와 로봇, 인공지능(AI), 반도체, 자율주행시스템 등 50개 국가전략기술을 대상으로 한 평가 결과다. 2022년 미국의 86.5%였던 중국의 기술수준이 2024년 91.3%로 높아지는 동안 한국은 81.7%에서 82.7%로 제자리걸음을 한 탓이다. AI와 로봇 분야의 기술 격차가 특히 심각하다. AI 분야에서 중국(미국의 93.0%)은 한국(80.6%)에 12.4%p 앞섰고, 로봇은 중국이 90%, 한국은 81%였다. 한국이 앞서 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마저 중국 91.5%, 한국 91.2%로 우위를 내줬다. 중국의 ‘기술굴기(技術屈起)’ 질주에 거침이 없다.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신흥바이오기술국가안보위원회(NSCEB)는 더 충격적인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지난해 중국은 59건의 혁신 신약을 발표, 29건에 그친 미국을 배 이
02.25
2026년 2월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대법정. 대한민국 헌정사상 유례없는 ‘12.3 내란’ 수괴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려졌다. 지귀연 판사는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겉으로 보기에 무기징역은 중형처럼 보이지만 국가의 근간을 뒤흔든 내란죄의 엄중함과 그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고려하면 이는 사실상 법이 허용하는 가장 낮은 수준의 형량이다. 재판부는 판결문 곳곳에 향후 상급심이나 역사적 재평가 과정에서 내란죄 여부를 다시 다툴 수 있는 ‘논쟁의 불씨’를 심어놓았다. 실질적으로는 내란의 실행을 부정하고 피고인에게 법적·정치적 탈출구를 열어준 셈이다. 이번 심판의 핵심 내용을 되짚어 보면 재판부는 “계엄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피고인의 방어논리를 사실상 그대로 추인했다. 재판부는 ‘실질적인 물리적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내란죄의 핵심 구성요건인 ‘폭동’의 범위를 극히 협소하게 해석했다. 이는 현대 민주주의에서 국가 권력이 시스템을
02.24
쿠팡 개인정보 유출 파장이 계속 확산일로다. 쿠팡이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한국 내에서 정보 유출이 발생했고 유출사태에 대한 쿠팡의 대응이 매우 미온적이었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려 들고 있는데 미국은 이에 대한 반기를 노골적으로 들고 나왔다. 자국 기업 보호 차원이다. 이런 국가 간 갈등 사태의 발단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양국 간 사건을 보는 현저한 해석 차이에 기인한다. 쿠팡은 법적으로 미국 기업이다. 미국이 자국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보는 이유는 유출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고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없어서다. 1차 피해에 대한 조치로서 고작해야 신용카드 재발급으로 모든 사태가 마무리되지만 한국에서는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 크나큰 차이다. 2차, 3차 또는 그 이상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두고두고 불씨가 거의 영구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정보유출에 대한 국가적 대응과 처벌 수위의 차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
02.23
무타구치 렌야는 ‘일본군 최악의 지휘관’ ‘희대의 무능한 장군’으로 불린다. 지도자의 반면교사로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그는 일본 육사와 육군대학을 졸업하고 요직을 두루 거친 엘리트 군인이었지만 야전사령관으로는 부적격이었다. 실전경험이 부족하고 무능했으나 허세만 넘쳤다. 무타구치 중장은 2차세계대전 때 ‘임팔 작전’ 일본군 최고지휘관을 맡았다. 인도 동북부 마니푸르주의 주도인 임팔은 연합군의 병참기지였다. 일본군은 1944년 3월 임팔 주둔 연합군을 공격하기 위해 버마(현재 미얀마)에서 지름길인 산악 밀림지대를 통과하기로 무리하게 결정했다. 400㎞가 넘는 열대 밀림지역을 10만명에 가까운 대병력이 무기와 함께 이동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중견 장교들은 특히 병참·보급문제를 들어 반대했다. 총사령관 무타구치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임팔 작전에는 9만2000명이 투입됐다. 병참 계획은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병사들에게 3주치 식량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군수품 운반을 위해
02.19
코스피 5500. 여의도 증권가에 환호성이 터진다. 숫자는 언제나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그래프가 위로 향하면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들뜬다. 경제가 회복되고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번진다. 공항철도에는 대형 캐리어를 끌고 가는 해외여행객들이 넘쳐나고 면세점 매출은 최고치를 경신한다. 카드 사용액은 늘고 명품 매장은 붐빈다. 겉으로 보면 우리는 이미 위기를 건넌 듯하다. 숫자는 희망을 약속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설득한다. 뉴스 화면을 장식하는 것 또한 대기업 총수들의 환한 표정과 거액의 성과급 소식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의 호황이 실적을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하지만 청년 일자리가 얼마나 늘어날지에 대한 전망은 뚜렷하지 않다. 생활물가는 오르고 변두리 상가는 한산하다. 자영업자의 폐업은 일상이 되었고, 집값을 잡겠다며 쏟아지는 정책은 또 다른 부담을 남긴다. 집 없는 청년들의 주거 불안은 여전하다. 정치권은 음모론과 권력투쟁에 빠져 있고 국회는 소모적
02.12
“노동은 자유를 만든다.” 좀 불편한 표어다. 나치의 유대인수용소 아우슈비츠 정문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자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죽음의 가스실로 내몰렸다. 이 표어에서 노동을 독일어 원문으로 하면 자못 뉘앙스가 달라진다. “아르바이트는 자유를 만든다.” 시간제 일자리에 내몰린 한국 청춘들에게 시니컬한 희망 고문일까. 이런 노동과 자유의 관계가 묘하게 얽히고 있다. AI시대 “노동 없는 자유”이다. AI와 로봇이 생산을 담당하고, 노동은 선택이 되는 시대 말이다. 노동의 가치를 역설하며 노동으로부터 소외를 우려했던 마르크스는 “자유시간이 진정한 부(富)”라고 했다. 그러면 노동 없는 자유는 역설적으로 노동자의 천국일까. 노동 없는 시대에 노동자는 무엇을 위해 단결해야 하나. 테슬라의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현대자동차의 아틀라스가 노동의 미래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벌써부터 현대자동차 노조는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물론 증기기관을 바라보던 18세기 노동자와 다르
02.11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 정주영 회장이 거북선이 새겨진 동전을 들고 “우리가 배를 지을 수 있다”라며 금융 지원을 요청했던 일화는 대한민국 조선 산업의 출발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조선 산업은 오늘날 중국의 거센 추격 속에서도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조선업은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다.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기간 산업이자, 해상 방위와 직결되는 안보 산업이다. 조선업은 제조업 넘어 국가안보 사업 최근 미국이 자국 조선 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한국과 협력을 추진하는 마스가(MASGA : 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그램 역시 그 배경에는 미국의 국가 안보라는 분명한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 한동안 불황의 늪에 빠져있던 K-조선은 다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세계 조선 산업의 주도권이 유럽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일본에서 다시 한국으로 넘어온 이후 지금까지는 그 자리를 지키고
02.10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가 권위주의다. 민주화 이후 4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군부정권의 유산인 권위주의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의 여당 지배다. 대통령이 총선후보 공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당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에 개입함으로써 여당을 지배한다. 대통령의 통제에 놓인 여당은 국회에서 행정부 견제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여당이 소수당일 때는 대통령 지키기에 급급하고, 다수당일 때에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보조 조력자에 그칠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당시에는 인기가 없었지만 이제야 높게 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는 권위주의 타파를 주장하면서 실제로 실천했기 때문이다. 이라크 파병과 한미FTA 체결에 대해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대통령을 비판했지만 노 대통령은 불가피성을 설득하려 노력했다. 여당이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이 정치 민주화의 첩경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독자적으로 보이는 행보를 두
02.09
요즘 증시와 코인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잣대 중 ‘공포와 탐욕 지수((Fear & Greed Index)’라는 것이 있다. 0~100이란 구간을 놓고 0에 가까울수록 공포가 크고, 100 가까울수록 탐욕이 큰 상태임을 보여주는 잣대다. 세부적으로 0~20은 극한 공포, 20~40은 공포, 40~60은 중립, 60~80은 탐욕, 80~100은 극한 탐욕 상태로 분류한다. 가격, 변동성, 금융파생상품 등 5~7개의 요소를 복합적으로 계산해 추출한다. 증시에서는 CNN머니가 개발한 지수가, 가상화폐시장에선 코인마켓캡이 자체 개발한 지수 등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 종전 증시에도 '공포 지수'는 있었다. 하지만 '탐욕 지수'는 없었다. '투기'라는 말 대신에 '투자'라는 점잖은 용어를 선호하는 시장 투자자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포와 탐욕 지수'가 나온 이래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의 본질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가상화폐 시장의 경우
02.05
코스피 지수가 5000을 훌쩍 넘어서는 것을 보면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가능성과 그것을 가로 막는 위험요인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2025년 3월 5일자 칼럼(트럼프가 벌어준 시간) 에서 미중간 패권 갈등에 따른 산업 공급망 분리가 중국과의 경쟁에 밀려 무너지고 있던 한국의 제조업에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매우 짧을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반도체를 제외한 철강, 석유화학 등 거의 대부분의 전통 제조업이 무너지는 것이 시간문제였고 삼성전자마저도 세계 시장에서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지배적이었던 때였다. 트럼프정부는 중국의 첨단화해 가는 제조업에 일종의 방어막을 침으로써 그 대안 공급망을 한국의 조선업, 원전, 반도체, 2차전지 등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제조업 생태계가 무너진지 오래였고, 독일은 자동차에, 대만은 IT 산업에 편
02.04
대형 서점의 ‘과학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이기적 유전자’가 올라가 있는 걸 보면, 이런 역설이 있나 싶다.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 책이 한국에서 절찬리에 소비될 이유가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유효 기간은 한국에서 끝났다. 1977년에 나왔을 때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파괴력이 있었다. 그러나 21세기 초반을 지나 중반을 향해 가는 이 시점에서 이 책의 주장은 울림이 크지 않다. 이게 무슨 말인가, 생각해 보자. ‘이기적 유전자’의 핵심 문장은 “유전자가 우리 몸을 만들었으며, 우리 몸은 유전자를 위한 운반차량”이다. 도킨스에 따르면 이 몸에서 저 몸으로 세대를 건너 이동하면서 불멸하고자 하는 게 유전자의 꿈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내 몸의 주인은 유전자이며, ‘내'가 아니라는 거다. 이때 '나'는 나의 뇌를 말한다. 유전자와 뇌의 관계가 무엇이던가? ‘뇌’는 유전자가 만든 생물학적인 도구다. 유전자는 생식세포 안에
02.03
동네 어귀를 지날 때마다 눈살 찌푸리게 만들던 ‘중국개입 부정선거’ 현수막이 얼마 전 사라졌다. 반가운 마음에 어찌된 일인가 싶어 인터넷을 뒤져보니, 해당 현수막을 내건 정당의 대표가 수사 대상이 되어 거주지와 사무실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뉴스가 보인다.이 당은 그동안 ‘중국인 유학생은 100% 잠재적 간첩’ ‘중국인 무비자 입국, 관광 아닌 점령?’ 따위의 희한한 주장을 담은 현수막을 전국 각지에 내걸어 이름을 알린 당이다. 정당으로 등록은 했지만 혐오를 부추기는 허위조작정보성 현수막을 내거는 것 외에 딱히 알려진 게 없어 ‘현수막 정당’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사실인지 모르겠으나 현수막을 달기 위한 정당인 현수막 정당을 만들기도 한다더라”고 언급한 바로 그 당이다. 이렇게 보면 문제의 현수막이 철거된 이유가 현수막의 내용, 즉 특정 국가에 대한 혐오 표현 때문으로 여겨질 법하다. 혐오를 조장하는 현수막은 ‘금지광고물’로 간주한다는 행정안전부의
02.02
새해 첫 달 증시가 뜨거웠다. 코스피지수가 5000을 뚫었다. 코스닥지수도 1000을 넘어섰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국내 증시 시가총액(1월 28일 기준 3조2500억달러)이 독일(3조2200억달러)을 추월하며 세계 10위로 올라섰다. 한국 증시 시가총액이 제조업 강국인 독일을 능가한 데는 인공지능(AI) 투자 붐을 탄 반도체 슈퍼 사이클 영향이 컸다. 반도체 투톱의 실적은 놀랍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333조원에 43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에서만 매출 44조원에 1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이 97조원, 영업이익이 47조원을 각각 넘어섰다. 둘 다 역대 최대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은 58%로 대만 TSMC(54%)를 제쳤다. 두 기업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 덕분이다. 올해 양사 영업이익은 200조원을 넘어 300조원에 이를 수 있
01.30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전과 충남, 광주와 전남, 부산·울산·경남까지 논의 범위도 전국적이다. 인구 감소와 재정 고갈, 지방소멸이라는 위기 앞에서 ‘합치는 것’이 하나의 해법처럼 제시된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된 점도 이례적이다. 그러나 통합을 둘러싼 질문은 여전히 계속된다. 통합이 지방의 위기를 넘는 해법이 될 것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형식적 재편에 머무를 것인지 등이다. 한국의 행정통합 논의는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조선 후기 군·현 통폐합에서부터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개편, 1990년대 도농통합과 이후의 광역화 논의까지 통합과 분리는 반복돼 왔다. 결과는 비슷했다. 기대는 컸지만, 통합이 지방의 자율과 경쟁을 실질적으로 강화했다는 이야기는 찾기 어렵다. 통합은 왜 늘 위기 속에서 등장했는가 반복된 역사에는 일관된 맥락이 있다. 효율과 절감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중앙권력이 지방권력을 관리·통제하기 쉬운 구조를 만드
01.29
한국 주식시장의 주가지수가 코스피 5000, 코스닥 1000을 찍었다. 6000과 2000을 향하고 있다. 꿈의 지수다. 이 같은 지수가 제시될 때마다 ‘의심’이 앞선다. 5000에 도달한 지금도 반응은 별반 다르지 않다. 사회 전반에 깔린 인식, “주식은 믿을 수 없고, 결국 부동산만 남는다”는 집단적 학습의 결과다. 코스피 6000과 코스닥 2000, 이 수치는 낙관적 상상이 아니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과 제도 변화가 정상적으로 반영될 경우 시간문제다. 지금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지금까지는 왜 불가능해 보였고, 지금은 왜 가능해지고 있는가’이다. 한국 증시 저평가는 ‘지정학적 리스크’, ‘북한 변수’, ‘대외 의존 경제’ 같은 외생 변수로 설명해 왔다.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설득력을 잃었다. 한국 기업이 질적 양적으로 달라졌다. 글로벌 매출 비중과 제조업의 기술 경쟁력이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과 주식시장 저평가의
01.28
1989년은 미국인들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해였다. 헐리웃의 간판 영화회사 컬럼비아픽처스가 일본 전자회사 소니에 팔리더니, 뉴욕 맨해튼의 ‘심장’으로 불리던 록펠러센터마저 일본 부동산회사 미쓰비시지쇼의 손으로 넘어갔다. 미국의 번영을 상징해온 두 회사가 잇달아 일본 기업에 넘어가자 현지 언론은 “미국의 영혼이 팔려나갔다”는 탄식을 쏟아냈다. 미국 내에 ‘반(反)외국자본’ 정서가 확산됐다. 가뜩이나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회사들의 진군으로 디트로이트의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휘청거리고, 펜실베이니아의 철강회사들이 일본과 유럽 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문을 닫고 있던 때였다.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고, 외국기업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감은 더욱 커졌다. 바로 이 시기에 로버트 라이시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1990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게재한 논문 제목은 ‘누가 우리인가(Who is us)?’였다. 요지는 명료했다. ‘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