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5
2025
지난 6월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이 1400원에서 1550원으로 인상됐다. 불과 2년 전에도 150원이 올랐는데 또다시 인상된 것이다. 고물가시대에 교통비마저 상승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체감 고통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세계 곳곳에서는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는 대신 아예 무료화하거나 파격적으로 인하하는 실험들이 이어지고 있다. “대중교통이 공짜라고?” 우리에겐 낯선 질문일지 모르지만 당연히 받아들이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은 2013년 대중교통을 무료로 전환했다. 매년 1200만유로의 운임수입 손실이 발생했지만, 대중교통 천국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증가해 등록인구가 2012년 41만6000명에서 2018년 43만7000명으로 5년간 2만명이 넘게 늘었다. 전입인구 증가는 매년 2000만유로에 달하는 세수증가로 이어졌다. 무료교통이 단순히 적자를 감수하는 복지정책이 아니라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고 재정건전성까지 높이는 전환점이 된 것이다.
09.04
최적 수송(Optimal Transport)은 서로 다른 데이터 분포를 비교하고 정렬하기 위한 강력한 수학적 개념으로 그 기원은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781년 프랑스 수학자 가스파 몽주(Gaspard Monge)가 흙더미를 옮겨 구덩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채우는 방법을 찾기 위해 처음 공식화한 이 개념은 2차세계대전 중 소련의 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레오니드 칸토로비치(Leonid Kantorovich)에 의해 오늘날의 형태로 재정립되었다. 최적 수송은 1930년대에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udinger)가 제시한 슈뢰딩거의 다리(Schrudinger bridge)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향수 분자들의 분포를 10분 간격으로 알고 있다고 할 때, 이 사이의 시간 동안 분자들이 움직였을 법한 가장 자연스러운 궤적(다리)을 찾는 문제다. 최적 수송은 계산상의 어려움 때문에 응용적 측면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013년 마르코
09.03
‘강국주의(혹은 강국론)’가 국가비전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대통령 선거 10대 공약 중 첫번째로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인공지능(AI) 3강 도약, 글로벌 소프트파워 빅 5 문화강국의 실현, 글로벌 4대 벤처강국 실현, 그리고 K-방산을 국가대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민간 및 기업주도 성장’을 앞세운 첫번째 공약의 선상에서 두번째 공약으로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AI·에너지(원자력) 3대 강국 도약’을 내세웠다. 또 열번째 공약으로 ‘북핵을 이기는 힘, 튼튼한 국가안보’를 표방하면서 ‘강한 대한민국’의 기치를 내걸고 ‘글로벌 K-방산 육성을 통한 선진강군 구현’을 제시했다. 지나온 역사를 훑어 보면 단순히 선거 때라 나온 허언이 아니다. 경향성을 띤 현재와 미래의 운동이다. 한국은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되고 전쟁을 거친 직후였던 70여년 전쯤에는 세계 최빈국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닌 나라였다.
09.01
지난 5월 공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10점 만점에 3.8점이라고 한다. 3.2점을 받은 검찰이 최하위이고 바로 그 다음이 사법부다. 최근 여당이 ‘국민중심 사법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의를 통해 5개의 사법개혁 어젠다를 제시했고 구체적인 법안을 논의 중이다. 필자는 이 중에서 ‘대법관 수 증원’이 가장 시급한 사법개혁 방안이라 믿는다. 얼마 전 대선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전격적인 전원합의체 파기판결 이후 대법관 증원논의에 불이 붙어 이 문제가 마치 정쟁의 대상인 것처럼 비춰지는 측면이 있지만 오해다. 대법관 증원 논의는 이미 이명박정부 때부터 학계나 변호사단체 및 사법 관련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어 온 사법개혁 방안이기 때문이다. 연간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 수는 평균 4만건을 넘는다. 이 4만건이 넘는 사건들 중 극소수인 10여건의 사건들만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 전원합의체 재판에서 다루어지고 대부분의 사건은 4명의 대법
08.29
‘2025년 비즈니스에서 인공지능의 현황’이라는 26 페이지짜리 메사추세츠공대(MIT) 발간 보고서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내용의 핵심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프로젝트를 진행한 95%의 기업이 재무적 관점에서 실패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로 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 어떤 일이든 초기에는 여러 가지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점차 발전해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관용적인 마음가짐에도 불구하고 95%의 실패율은 이례적으로 높은 것이라 판단하기에 무리가 없다. 재미있게도 LLM이 AI의 대명사로 군림하게 되면서부터는 그 이전까지는 모든 AI 기능 테스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던 ‘정확도‘라는 관점이 조금씩 무력화되고 있다. 그 이유는 LLM이 사람처럼 말하는 기능이 워낙 탁월하기 때문에 그 말에 틀린 말이 섞여 있더라도 왠지 조만간 해결 가능한 사소한 문제로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08.28
K-외교라 할 만하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위기는 회담 시작 직전이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숙청이나 혁명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는 명백히 가짜뉴스였다. 특정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되었든 단순한 무지에서 비롯되었든,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이런 행위는 반드시 비판받아야 한다. 국익보다 정쟁을 앞세운 태도는 결국 대한민국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이런 돌발적 상황은 오히려 우리 대표단의 준비성과 대응력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의 협상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까지 숙독하며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강훈식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진이 총출동해 사실상 총력전을 펼쳤다. 회담 전까지 수차례 모의 협상을 거치며 트럼프 특유의 돌발 화법과 압박 전술에 대비했다고 한다. 의전 절차를 넘어 상대의 언어와 심리를 파악해 맞춤형 대응한 것이다. 트럼프 공세 무력화한 전략적 대응
08.27
우리나라 재무정보 공시는 지난 수십년간 ‘문서 기반’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꾸준히 전환되어 왔다. 특히 2023년부터 재무제표 주석에 대해 국제표준전산언어(XBRL. 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 공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한국 자본시장의 정보 인프라는 기존의 ‘읽는 공시’에서 ‘데이터 공시’로 질적 도약을 맞이했다. XBRL은 기업 재무정보를 쉽게 생성 접근 분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재무보고용 국제표준전산언어다. 이는 단순한 형식적 변화가 아니라 AI 크롤링과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전, 그리고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이 요구하는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접근 수요가 결합한 결과다. 과거에는 투자자가 공시 문서를 직접 열람하며 분석해야 했지만 이제는 기계가 구조화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가공해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 ‘재무공시 선진화 추진 TF’를 출범시켜서 연착륙 방안을 모색해왔다.
08.26
8월 1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청년의 날이다. 매해 세계 청년의 날을 맞아 UN은 청년과 관련한 주요 의제를 선정하여 기념식, 국제회의, 캠페인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지역 청년 행동과 그 너머”(Local Youth Actions for the SDGs and Beyond)라는 주제 하에 여러 활동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국제사회적 차원에서 청년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연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북한은 어떨까. 북한에도 청년을 위한 날이 있다. 바로 ‘청년절'이다. 북한의 청년절은 김일성이 결성했다는 조선공산주의청년동맹 창립일인 8월 28일을 1991년부터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청년절의 지정과 기념은 당시 구사회주의권 붕괴 등 대외적 환경 변화에 따라 조선공산주의청년동맹이 갖는 상징성을 통해 대내적 결속을 도모하고자 한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위기 상황을 주도적으로 극복해가야 할 세대인 청년에 대한 강조
08.25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는 20대 대선과정에서 ‘대통령직에 이해가 없는 사람’ 윤석열을 국민의힘 후보로 띄우고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김건희 부부와는 ‘박사님’ ‘선생님’으로 불리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관계가 틀어져 그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폭로했다가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구속 기소된 후 보석으로 풀려나 폭로와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오고 있다. 그런 명씨가 얼마 전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얘기 가운데 윤 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서 느꼈다는 소회에 관심이 갔다. “대통령 취임식 때 쌍무지개가 떴길래, 내가 ‘대통령이 둘이라서 그런가 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대선 캠프를 꾸리는 과정에서 김건희씨가 명씨에게 ‘남편과 내가 인사권 공천권을 5 대 5로 가지기로 했다’고 해서 “여사님, 그래도 후보가 중심이 돼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돌려서 조언했다고 한다. 그랬더
08.22
역대 정부 중 지금처럼 교육정책이 덜 조명된 적은 드물다. 정권교체기마다 늘 교육은 설왕설래가 잦았다. 그런데 이재명정부 들어 교육은 대체로 잠잠하다. 말도 많았고 앞으로 탈도 있을 걸로 보이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를 ‘교육자료’로 격하한 것이 유일하다. 좋은 일일 수 있다. 전임 정부의 정책을 뒤집곤 했던 역대 정부의 흑역사를 반복하지 않는 듯 해서다. 그럼에도 의아하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123개 국정과제 중 교육 분야는 5개로 축약적이다. ●지역교육 혁신을 통한 지역인재 양성 ●인공지능(AI) 디지털 시대 미래인재 양성 ●시민교육 강화로 전인적 역량 함양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공교육 강화 ●학교 자치와 교육 거버넌스 혁신이 그것이다. 제목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세부 계획이 담긴 책자를 공개하지 않아 더 궁금증을 자아낸다. 향후 5년간 국정을 이끌 세부도면은 정말 중요하고 국민도 알아야 할 내용이다. 현 정부의 ‘교육 마도로스’는 아직 함선
08.21
이재명정부는 성장회복을 제일의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다양한 정책을 야심차게 쏟아내고 있다. 이런 정부 정책을 두고 다양한 비판적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서 필요한 재원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느냐도 그중 하나다. 관련해서 주의해야 할 지점이 있다. 성장회복에서 정부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앞에서는 미국이 관세전쟁으로 가로막고 있고 뒤에서는 중국이 사정없이 밀어제치는 진퇴양난의 생존위기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없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점칠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과거 산업화 시기와 같은 정부 주도의 성장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시장혁신 없이는 정부가 아무리 제 역할을 다해도 성장회복은 이루어질 수 없다. 미국 네브래스카 주립대에 세계 경영학계의 권위자인 이상문 교수가 있다. 이 교수는 밀실 혁신의 시대는 가고 ‘개방 혁신 공동창조의 시대’가 왔다고 설파해 왔다. 과연 이 교수의 주장을 가장 앞장서 구현하고 있는 곳은 어딜까? 의외라고 여길
08.20
최근 잇따른 교제폭력에 관한 뉴스는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교제폭력 사건은 2018년 1만203건에서 2023년 1만3939건으로 40% 가까이 폭증했다. 언론도 친밀한 관계 내 여성 살해 피해자가 2024년 한 해에만 최소 181명에 달하며, 미수에 그쳐 생존한 여성이 374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살해 위협까지 경험한 피해자를 고려하면 피해자 수는 최소 650명에 달한다고 한다. 범죄시계로 환산하면 평균 13.5시간마다 한명이 죽거나 고통에 신음하는 셈이다. 이는 최소치일 뿐 숨어있는 사건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신체적 폭력 등 유형적 피해에만 주목하고 있다. 이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전략적인 지배·학대의 패턴을 인식하고, 조기에 국가적 시스템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반면 영국 호주 캐나다는 교제폭력을 ‘강압적 통제(coercive control)’로 규정
08.18
8월 15일 대통령 임명식을 실시하기 전에 발표된 대부분의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명식은 이재명정부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지만 국정평가 지표는 상승세 추세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12~14일 실시한 조사(전국1007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3.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는지'에 대해 물은 결과 긍정평가는 59%, 부정평가는 30%였다. 11%는 의견을 유보했다. 직전 조사인 7월 15~17일 조사와 비교해보면 긍정평가는 5%p 내려왔고 부정평가는 7%p가 올라가서 30%가 되었다. 부정평가 상승률은 오차 범위를 넘어선다. 임명식 직전 실시되었던 한국갤럽 조사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직무 수행 부정평가자는 ‘특별사면’(22%), ‘과도한
08.14
형사절차는 어떤 행위가 유죄인지 무죄인지, 곧 범죄혐의의 유·무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는 흔히 수사 기소 재판 교정 4단계로 진행된다. 그런데 각 단계의 권한을 누가, 어떻게, 어느 정도로 행사할 것인지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다만 수사와 재판을 연결하는 기능은 검사의 기본이다. 공소제기는 많은 나라의 검사의 공통적인 업무다. 한국의 검찰청 검사는 기소권 외에 수사권도 가지면서 형사절차의 중심에서 형사절차를 좌우해왔다. 형사사건 처리 과정에서 검찰은 다양한 권한을 행사해왔다. 이런 권한이 검찰의 힘의 원천이다. 그 힘은 위력적이어서 상대방을 제압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등장할 정도로 검찰청 검사의 수사권 오·남용이 심각해수사권 분산과 통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기능적 분리가 이루어졌으나 검찰청 검사의 권한남용의 폐해가 사라지지 않자, 현 정부에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조직적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적법절
08.13
“설교를 들으면서 여러분도 공명이 일어나야 한다. 공명이 일어나야 가스라이팅이 되는 것이다. 기자들, 언론들 이 XXX야 교회는 가스라이팅하기 위해 오는 것이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말했다. 지난 10일 주일 연합예배에서다. 5일 전 경찰은 지난 1월에 있었던 서울서부지방법원난동사태 배후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서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전 목사가 일부 추종자에게 법원 난입을 사주하면서 ‘신앙심을 이용한 가스라이팅과 지시’를 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서울사랑교회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종교적 가스라이팅 주장은 논리도 사실도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수만명 중 두사람만 사건을 일으켰고, 조직이 움직이지 않았으며, 유튜브를 통해 공개적 메시지를 낸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 목사는 여기에 ‘교회는 원래 가스라이팅하는 곳’이라고 한술 더 보탠 것이다. 가스라이팅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 말이다. 심리학이나 범죄학 법률 등의 정식 용어
08.08
‘협치’가 단어의 ‘진부’함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이유는 ‘정책’과 ‘행정’만으로는 공동체를 이끌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효율성과 성과만을 강조하는 행정이 최고의 가치라면 정치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협치없이 일방 정치세력에 의한 독주는 필연코 공동체의 분열을 가속화하고 합의의 부재로 인한 무형의 손실을 공동체가 떠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견 소모적으로 보이는 민주공화정이 소중한 이유다. 불법계엄으로 몰락을 자초한 전 정부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추종했던 무리들은 아직도 그와 단절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 당권주자들은 윤석열 마케팅으로 강성당원의 표를 얻으려 한다. 이런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지도부가 들어섰다. 구도상 정국대치가 최고조로 가팔라질 것은 뻔한 이치다. 지난 정권 때 윤석열 대 이재명의 대치구도가 극한으로 치달았고, 이를 무력과 불법으로 타개하고자 했던 윤석열정권은 몰락과 추락을 자초한 희대의 활극을 벌였다. 당시 적대는 독재정권 시절 민주 대 반민주의
08.07
21세기에 친위쿠데타라는 황당한 사건을 겪은 뒤 출범한 정부인만큼 국민의 기대와 희망은 크다. 이재명정부는 두달 전 출범하면서 통합과 실용적 시장주의를 새 정권의 모토로 내세웠다. 국민통합은 모든 정권이나 정부의 궁극적 목표라는 점에서 무리가 없었지만 실용적 시장주의에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적으로 마켓을 정치의 깃발로 삼은 민주주의 선진국 사례는 보지 못했다. 기본으로 시장경제는 자유주의 우파의 전통적인 가치관이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 가격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경제가 말끔하게 균형을 이루면서 안정과 효율을 동시에 추구하는 완벽한 시장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런 시장은 경제에나 적합하지 정치 사회 문화 등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다. 유럽 좌파가 효율적인 ‘시장경제’는 뒤늦게 받아들였으나 그렇다고 ‘시장사회’가 돼서는 곤란하다고 명백하게 밝힌 이유다. 시장만 앞세운 게 아니라 급기야 시장에 ‘주의’까지 붙였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영어의 ‘~ism’에
08.06
국방부장관에게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매우 중요한 조직이다. 합참은 장관과 군 부대를 연결하기 때문에 문민 국방장관에게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그러나 우리의 합참은 그동안 문민 국방장관의 등장을 어렵게 했을 정도로 일부에서는 난맥상을 보여왔다. 먼저 합참의장의 위상이다. 합참의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원이 아니다. 현행 법령 규정 때문이다. 합참의장은 중요한 국가안보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개최되는 국가안보회의에서 자동적으로 참석할 수 없다. 헌법에서는 NSC가 군사정책 등 수립에 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역할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이 최고 안보정책 논의에서 배제된 것은 일반인의 상식과 동떨어져 있으며, ‘무인소외’라는 주장의 빌미도 될 수 있다. 여기에는 역설적이게도 과거 국방장관들이 군 출신이었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국방 상황이 벌어지면 장관은 국가안보회의에 보고를 하러 가고, 합참의장은 남아서 군 내부를 챙기는 것이 관행이었다.
08.04
보수정치가 잘돼야 나라가 안정적일 수 있다. 여기서 ‘잘된다’의 의미는 단지 높은 지지율 획득과 선거승리만이 아니다. 나라 전체 차원에서 공통으로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와 규범을 보유하고 이를 현실에 맞게 구현해가는 전략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혁신과 진보의 급진성이 동반하는 오류가능성과 불안정성을 다수의 보통사람들이 수용 가능한 방향과 범위 안에서 수정·보완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대표하는 작금의 한국 보수정치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논평할 가치가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보수정치와 국민의힘이 망가진 핵심적 이유를 꼽아볼 필요가 있다. 보수정치의 복원과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수정치와 국민의힘이 지금처럼 망가진 이유는 단지 윤석열정권의 실패 때문만이 아니다. 또 극우의존성이 심화되었다는 것 때문만도 아니다. 그런 진단은 대단히 현상적이고 표피적이다. 일제 식민지배-해방-분단-전쟁-산업화-민주화-사회양극화와
08.01
지난 28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사용자의 범위와 노동쟁의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오래 전부터 경영계 등을 중심으로 노란봉투법이 기업의 경영권을 과잉하게 침해하는 과잉입법이라거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등 위헌 주장들이 계속해서 들린다. 과연 그런가? 헌법 제32조는 모든 국민의 ‘일할 권리’ 즉 근로의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한다. 또한 헌법 제33조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 즉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 두 조항은 1948년의 초대 제헌헌법 때부터 우리 헌법에 있었다. 그동안 다소간의 자구수정만 있었을 뿐 핵심내용은 변함이 없다. 노동자의 자주적인 노동기본권 보장없이 오직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과 계약의 자유에만 기초한 ‘사적 자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