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9
2025
‘2025년 비즈니스에서 인공지능의 현황’이라는 26 페이지짜리 메사추세츠공대(MIT) 발간 보고서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내용의 핵심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프로젝트를 진행한 95%의 기업이 재무적 관점에서 실패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로 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 어떤 일이든 초기에는 여러 가지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점차 발전해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관용적인 마음가짐에도 불구하고 95%의 실패율은 이례적으로 높은 것이라 판단하기에 무리가 없다. 재미있게도 LLM이 AI의 대명사로 군림하게 되면서부터는 그 이전까지는 모든 AI 기능 테스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던 ‘정확도‘라는 관점이 조금씩 무력화되고 있다. 그 이유는 LLM이 사람처럼 말하는 기능이 워낙 탁월하기 때문에 그 말에 틀린 말이 섞여 있더라도 왠지 조만간 해결 가능한 사소한 문제로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08.28
K-외교라 할 만하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위기는 회담 시작 직전이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숙청이나 혁명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는 명백히 가짜뉴스였다. 특정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되었든 단순한 무지에서 비롯되었든,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이런 행위는 반드시 비판받아야 한다. 국익보다 정쟁을 앞세운 태도는 결국 대한민국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이런 돌발적 상황은 오히려 우리 대표단의 준비성과 대응력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의 협상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까지 숙독하며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강훈식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진이 총출동해 사실상 총력전을 펼쳤다. 회담 전까지 수차례 모의 협상을 거치며 트럼프 특유의 돌발 화법과 압박 전술에 대비했다고 한다. 의전 절차를 넘어 상대의 언어와 심리를 파악해 맞춤형 대응한 것이다. 트럼프 공세 무력화한 전략적 대응
08.27
우리나라 재무정보 공시는 지난 수십년간 ‘문서 기반’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꾸준히 전환되어 왔다. 특히 2023년부터 재무제표 주석에 대해 국제표준전산언어(XBRL. 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 공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한국 자본시장의 정보 인프라는 기존의 ‘읽는 공시’에서 ‘데이터 공시’로 질적 도약을 맞이했다. XBRL은 기업 재무정보를 쉽게 생성 접근 분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재무보고용 국제표준전산언어다. 이는 단순한 형식적 변화가 아니라 AI 크롤링과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전, 그리고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이 요구하는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접근 수요가 결합한 결과다. 과거에는 투자자가 공시 문서를 직접 열람하며 분석해야 했지만 이제는 기계가 구조화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가공해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 ‘재무공시 선진화 추진 TF’를 출범시켜서 연착륙 방안을 모색해왔다.
08.26
8월 1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청년의 날이다. 매해 세계 청년의 날을 맞아 UN은 청년과 관련한 주요 의제를 선정하여 기념식, 국제회의, 캠페인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지역 청년 행동과 그 너머”(Local Youth Actions for the SDGs and Beyond)라는 주제 하에 여러 활동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국제사회적 차원에서 청년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연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북한은 어떨까. 북한에도 청년을 위한 날이 있다. 바로 ‘청년절'이다. 북한의 청년절은 김일성이 결성했다는 조선공산주의청년동맹 창립일인 8월 28일을 1991년부터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청년절의 지정과 기념은 당시 구사회주의권 붕괴 등 대외적 환경 변화에 따라 조선공산주의청년동맹이 갖는 상징성을 통해 대내적 결속을 도모하고자 한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위기 상황을 주도적으로 극복해가야 할 세대인 청년에 대한 강조
08.25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는 20대 대선과정에서 ‘대통령직에 이해가 없는 사람’ 윤석열을 국민의힘 후보로 띄우고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김건희 부부와는 ‘박사님’ ‘선생님’으로 불리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관계가 틀어져 그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폭로했다가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구속 기소된 후 보석으로 풀려나 폭로와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오고 있다. 그런 명씨가 얼마 전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얘기 가운데 윤 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서 느꼈다는 소회에 관심이 갔다. “대통령 취임식 때 쌍무지개가 떴길래, 내가 ‘대통령이 둘이라서 그런가 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대선 캠프를 꾸리는 과정에서 김건희씨가 명씨에게 ‘남편과 내가 인사권 공천권을 5 대 5로 가지기로 했다’고 해서 “여사님, 그래도 후보가 중심이 돼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돌려서 조언했다고 한다. 그랬더
08.22
역대 정부 중 지금처럼 교육정책이 덜 조명된 적은 드물다. 정권교체기마다 늘 교육은 설왕설래가 잦았다. 그런데 이재명정부 들어 교육은 대체로 잠잠하다. 말도 많았고 앞으로 탈도 있을 걸로 보이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를 ‘교육자료’로 격하한 것이 유일하다. 좋은 일일 수 있다. 전임 정부의 정책을 뒤집곤 했던 역대 정부의 흑역사를 반복하지 않는 듯 해서다. 그럼에도 의아하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123개 국정과제 중 교육 분야는 5개로 축약적이다. ●지역교육 혁신을 통한 지역인재 양성 ●인공지능(AI) 디지털 시대 미래인재 양성 ●시민교육 강화로 전인적 역량 함양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공교육 강화 ●학교 자치와 교육 거버넌스 혁신이 그것이다. 제목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세부 계획이 담긴 책자를 공개하지 않아 더 궁금증을 자아낸다. 향후 5년간 국정을 이끌 세부도면은 정말 중요하고 국민도 알아야 할 내용이다. 현 정부의 ‘교육 마도로스’는 아직 함선
08.21
이재명정부는 성장회복을 제일의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다양한 정책을 야심차게 쏟아내고 있다. 이런 정부 정책을 두고 다양한 비판적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서 필요한 재원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느냐도 그중 하나다. 관련해서 주의해야 할 지점이 있다. 성장회복에서 정부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앞에서는 미국이 관세전쟁으로 가로막고 있고 뒤에서는 중국이 사정없이 밀어제치는 진퇴양난의 생존위기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없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점칠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과거 산업화 시기와 같은 정부 주도의 성장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시장혁신 없이는 정부가 아무리 제 역할을 다해도 성장회복은 이루어질 수 없다. 미국 네브래스카 주립대에 세계 경영학계의 권위자인 이상문 교수가 있다. 이 교수는 밀실 혁신의 시대는 가고 ‘개방 혁신 공동창조의 시대’가 왔다고 설파해 왔다. 과연 이 교수의 주장을 가장 앞장서 구현하고 있는 곳은 어딜까? 의외라고 여길
08.20
최근 잇따른 교제폭력에 관한 뉴스는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교제폭력 사건은 2018년 1만203건에서 2023년 1만3939건으로 40% 가까이 폭증했다. 언론도 친밀한 관계 내 여성 살해 피해자가 2024년 한 해에만 최소 181명에 달하며, 미수에 그쳐 생존한 여성이 374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살해 위협까지 경험한 피해자를 고려하면 피해자 수는 최소 650명에 달한다고 한다. 범죄시계로 환산하면 평균 13.5시간마다 한명이 죽거나 고통에 신음하는 셈이다. 이는 최소치일 뿐 숨어있는 사건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신체적 폭력 등 유형적 피해에만 주목하고 있다. 이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전략적인 지배·학대의 패턴을 인식하고, 조기에 국가적 시스템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반면 영국 호주 캐나다는 교제폭력을 ‘강압적 통제(coercive control)’로 규정
08.18
8월 15일 대통령 임명식을 실시하기 전에 발표된 대부분의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명식은 이재명정부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지만 국정평가 지표는 상승세 추세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12~14일 실시한 조사(전국1007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3.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는지'에 대해 물은 결과 긍정평가는 59%, 부정평가는 30%였다. 11%는 의견을 유보했다. 직전 조사인 7월 15~17일 조사와 비교해보면 긍정평가는 5%p 내려왔고 부정평가는 7%p가 올라가서 30%가 되었다. 부정평가 상승률은 오차 범위를 넘어선다. 임명식 직전 실시되었던 한국갤럽 조사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직무 수행 부정평가자는 ‘특별사면’(22%), ‘과도한
08.14
형사절차는 어떤 행위가 유죄인지 무죄인지, 곧 범죄혐의의 유·무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는 흔히 수사 기소 재판 교정 4단계로 진행된다. 그런데 각 단계의 권한을 누가, 어떻게, 어느 정도로 행사할 것인지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다만 수사와 재판을 연결하는 기능은 검사의 기본이다. 공소제기는 많은 나라의 검사의 공통적인 업무다. 한국의 검찰청 검사는 기소권 외에 수사권도 가지면서 형사절차의 중심에서 형사절차를 좌우해왔다. 형사사건 처리 과정에서 검찰은 다양한 권한을 행사해왔다. 이런 권한이 검찰의 힘의 원천이다. 그 힘은 위력적이어서 상대방을 제압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등장할 정도로 검찰청 검사의 수사권 오·남용이 심각해수사권 분산과 통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기능적 분리가 이루어졌으나 검찰청 검사의 권한남용의 폐해가 사라지지 않자, 현 정부에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조직적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적법절
08.13
“설교를 들으면서 여러분도 공명이 일어나야 한다. 공명이 일어나야 가스라이팅이 되는 것이다. 기자들, 언론들 이 XXX야 교회는 가스라이팅하기 위해 오는 것이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말했다. 지난 10일 주일 연합예배에서다. 5일 전 경찰은 지난 1월에 있었던 서울서부지방법원난동사태 배후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서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전 목사가 일부 추종자에게 법원 난입을 사주하면서 ‘신앙심을 이용한 가스라이팅과 지시’를 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서울사랑교회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종교적 가스라이팅 주장은 논리도 사실도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수만명 중 두사람만 사건을 일으켰고, 조직이 움직이지 않았으며, 유튜브를 통해 공개적 메시지를 낸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 목사는 여기에 ‘교회는 원래 가스라이팅하는 곳’이라고 한술 더 보탠 것이다. 가스라이팅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 말이다. 심리학이나 범죄학 법률 등의 정식 용어
08.08
‘협치’가 단어의 ‘진부’함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이유는 ‘정책’과 ‘행정’만으로는 공동체를 이끌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효율성과 성과만을 강조하는 행정이 최고의 가치라면 정치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협치없이 일방 정치세력에 의한 독주는 필연코 공동체의 분열을 가속화하고 합의의 부재로 인한 무형의 손실을 공동체가 떠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견 소모적으로 보이는 민주공화정이 소중한 이유다. 불법계엄으로 몰락을 자초한 전 정부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추종했던 무리들은 아직도 그와 단절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 당권주자들은 윤석열 마케팅으로 강성당원의 표를 얻으려 한다. 이런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지도부가 들어섰다. 구도상 정국대치가 최고조로 가팔라질 것은 뻔한 이치다. 지난 정권 때 윤석열 대 이재명의 대치구도가 극한으로 치달았고, 이를 무력과 불법으로 타개하고자 했던 윤석열정권은 몰락과 추락을 자초한 희대의 활극을 벌였다. 당시 적대는 독재정권 시절 민주 대 반민주의
08.07
21세기에 친위쿠데타라는 황당한 사건을 겪은 뒤 출범한 정부인만큼 국민의 기대와 희망은 크다. 이재명정부는 두달 전 출범하면서 통합과 실용적 시장주의를 새 정권의 모토로 내세웠다. 국민통합은 모든 정권이나 정부의 궁극적 목표라는 점에서 무리가 없었지만 실용적 시장주의에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적으로 마켓을 정치의 깃발로 삼은 민주주의 선진국 사례는 보지 못했다. 기본으로 시장경제는 자유주의 우파의 전통적인 가치관이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 가격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경제가 말끔하게 균형을 이루면서 안정과 효율을 동시에 추구하는 완벽한 시장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런 시장은 경제에나 적합하지 정치 사회 문화 등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다. 유럽 좌파가 효율적인 ‘시장경제’는 뒤늦게 받아들였으나 그렇다고 ‘시장사회’가 돼서는 곤란하다고 명백하게 밝힌 이유다. 시장만 앞세운 게 아니라 급기야 시장에 ‘주의’까지 붙였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영어의 ‘~ism’에
08.06
국방부장관에게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매우 중요한 조직이다. 합참은 장관과 군 부대를 연결하기 때문에 문민 국방장관에게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그러나 우리의 합참은 그동안 문민 국방장관의 등장을 어렵게 했을 정도로 일부에서는 난맥상을 보여왔다. 먼저 합참의장의 위상이다. 합참의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원이 아니다. 현행 법령 규정 때문이다. 합참의장은 중요한 국가안보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개최되는 국가안보회의에서 자동적으로 참석할 수 없다. 헌법에서는 NSC가 군사정책 등 수립에 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역할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이 최고 안보정책 논의에서 배제된 것은 일반인의 상식과 동떨어져 있으며, ‘무인소외’라는 주장의 빌미도 될 수 있다. 여기에는 역설적이게도 과거 국방장관들이 군 출신이었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국방 상황이 벌어지면 장관은 국가안보회의에 보고를 하러 가고, 합참의장은 남아서 군 내부를 챙기는 것이 관행이었다.
08.04
보수정치가 잘돼야 나라가 안정적일 수 있다. 여기서 ‘잘된다’의 의미는 단지 높은 지지율 획득과 선거승리만이 아니다. 나라 전체 차원에서 공통으로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와 규범을 보유하고 이를 현실에 맞게 구현해가는 전략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혁신과 진보의 급진성이 동반하는 오류가능성과 불안정성을 다수의 보통사람들이 수용 가능한 방향과 범위 안에서 수정·보완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대표하는 작금의 한국 보수정치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논평할 가치가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보수정치와 국민의힘이 망가진 핵심적 이유를 꼽아볼 필요가 있다. 보수정치의 복원과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수정치와 국민의힘이 지금처럼 망가진 이유는 단지 윤석열정권의 실패 때문만이 아니다. 또 극우의존성이 심화되었다는 것 때문만도 아니다. 그런 진단은 대단히 현상적이고 표피적이다. 일제 식민지배-해방-분단-전쟁-산업화-민주화-사회양극화와
08.01
지난 28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사용자의 범위와 노동쟁의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오래 전부터 경영계 등을 중심으로 노란봉투법이 기업의 경영권을 과잉하게 침해하는 과잉입법이라거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등 위헌 주장들이 계속해서 들린다. 과연 그런가? 헌법 제32조는 모든 국민의 ‘일할 권리’ 즉 근로의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한다. 또한 헌법 제33조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 즉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 두 조항은 1948년의 초대 제헌헌법 때부터 우리 헌법에 있었다. 그동안 다소간의 자구수정만 있었을 뿐 핵심내용은 변함이 없다. 노동자의 자주적인 노동기본권 보장없이 오직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과 계약의 자유에만 기초한 ‘사적 자치’는
07.31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의 정치와 경제는 국내외 가릴 것 없이 대격변에 휩싸였다. 2022년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현실화됐고,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 사태로 이어졌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마치 예정된 수순처럼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미국 국내 정치 상황은 극단적 분열로 혼란스럽다. 중국 내부에서도 심상치 않은 권력 갈등에 대한 소문이 들린다. 그야말로 글로벌 질서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과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은 글로벌리즘이 종언에 가까워졌음을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이 초거대 사회실험이 한층 가속화되면서 거대한 실패와 붕괴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글로벌리즘을 붕괴시켰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글로벌리즘 자체에 중대한 내재적 모순이 누적되고 있었다. 지난 글로벌화 시대에 극단적으로 전개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패권국 미국의 건실했던 노동계층을 소외시켰다. 파레토
07.30
최근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는 상황을 두고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의 외교 역량을 문제 삼으며 조속한 타결을 촉구하고 있다. ‘왜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는가’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 아니냐’는 식의 비판은 자극적이고 선동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국제협상의 본질과 이재명정부가 추구하는 실용적이고 국익 중심의 외교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제정치는 한편의 속도경쟁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상대의 논리와 전략을 면밀히 분석하고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관철시키기 위한 정교한 협상의 장이다. 특히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과의 협상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국가의 구조적 이익과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한 정치적 거래다. 이재명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외교전략은 이념보다 국익, 형식보다 실질, 속도보다 방향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일관되게 ‘실용외교’를 강조해 왔으며 외
07.28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이란 개념이 있다. 개발도상국이 일정 수준의 경제발전을 이루어 중진국 단계에 도달한 후 선진국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장기간 침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용어는 2006년 세계은행이 '아시아 경제발전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1960년부터 114개 중진국 중에서 고소득 국가가 된 것은 13개 국가뿐이라고 지적했다. 인구 3000만 이상인 나라 중에는 한국을 비롯해 6개 국가에 불과하다. 그만큼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중진국 함정에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다. 세계은행이 강조한 중진국 함정 중에 한국에도 해당되는 항목들이 많다. 무엇보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들 수 있다. 프랑스는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153년이 걸렸다고 한다. 영국은 99년, 미국은 90년이 걸렸는데 한국은 26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양극화도 확대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
07.25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들의 종류는 일반적으로 ‘군집화(Clustering)’ ‘기억생성(Memory Generation)’ ‘분류(Classification)’ ‘회귀분석(Regression)’ ‘의사결정(Decision Making)’ ‘자연어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등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군집화 분류 회귀분석 의사결정의 기능들을 성공적으로 통합해 점차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회사가 있다. 바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군에 제공하는 미국의 방산 기업 ‘팔란티어(Palantir)’다. 이 회사의 설립자는 이른바 ‘페이팔 마피아’의 리더로 알려진 ‘피터 틸(Peter Thiel)’이다. 테슬라와 스타링크,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가 페이팔에서 틸과 일했고, 현재 미부통령인 ‘밴스’도 틸 아래서 벤쳐투자 일을 배웠으며, 틸 자신이 실리콘 밸리에서는 매우 드문 트럼프 지지자이다. 지난 몇년 간 팔란티어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