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7
2026
지방시대는 선언만으로 오지 않는다. 문이 열려야 시작된다. 어떤 문을 열어야 할까. 사람들이 부담 없이 지방을 오갈 수 있는 ‘이동’의 문, 그리고 편히 머물 수 있는 ‘체류’의 문이다. 이 두 개의 문이 동시에 열릴 때 지방은 비로소 친밀한 ‘관계’의 장소가 되고, 일상을 나누는 ‘생활’ 공간이 될 것이다. 현재 지방으로 가는 길은 멀고 비싸며, 지방에서 머물 수 있는 공간은 태부족이다. 각자도생하듯 지방에 오라고 하는 것은 진정한 초대가 아니다. 오는 길에 꽃을 뿌리지는 못한다 해도 장애물을 치우고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 지방시대를 앞당길 두 개의 문부터 활짝 열자. 전국 대중교통 정기권으로 이동권 보장 첫번째 문은 전국의 대중교통을 정액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월정기권 ‘코리아 로컬 패스(K-Local Pass)’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지방 이동은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결단의 영역이다. 서울~전주 기준 고속철도는 왕복 6만~8만원, 고속·시외
01.05
‘시민의 정치지성’에 달려 있다. 대통령이 주도한 친위쿠테타-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내란 기도-마저 겪은 한국 민주공화정의 위기 혹은 취약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정치지성이 발현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적 부의 배분에 관한 민(民)의 주권자적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고 촉진해 사회성원 간의 힘의 균형과 조화를 낳는 좋은 정치도 가능하다. 여기에는 친위쿠테타를 일으킨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로운 정권을 출범시켰다는 것 자체로는 민주공화제의 위기도, 좋은 정치의 실현도 어렵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2.3사태 이후 2026년 새해를 맞이한 지금까지도 현실정치는 혼란스럽다. 오래 지속되고 있는 정치·사회적 양극화, 여전히 정돈되었다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미국과의 외교·통상갈등 등 나라 안팎의 어려운 문제를 두고 숙고하고 숙의하는 정치의 모습은 볼 수 없다. 또 문제 해결의 방도를 갖고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정치도 부재하다. 다루고 있는 사안과 문제를 다루는 행태가 경쟁세력과의
01.02
2024년 12월 3일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내란사태가 2025년에 마무리되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파면결정으로 내란사태 해결의 큰 돌파구는 마련되었지만 그 후에 이어진 내란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법원 재판은 더디기만 하다. 진정한 내란종식을 위해서는 첫째, 내란에 가담하거나 동조한 이들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을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 둘째, 법원의 판결을 통한 엄정한 책임자 처벌, 셋째, 내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와 관행 개혁의 세 단계를 잘 거쳐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2026년 새해를 맞은 우리는 아직 이 중에서 제1단계라고 할 수 있는 ‘철저한 진상규명’ 과정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갈 길이 멀다. 새해를 맞은 어제까지 아직 내란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이 내려진 것은 징역 2년이 선고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정보사 요원 정보 유출’ 판결이 유일하다. 그러나 1월부터는 3특검 사건의 선고가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12.31
2025
미국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 대가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렌 버핏 회장이 내일 현직에서 물러난다. 지난 11월 버핏(95세)은 투자자들에게 “물러난다”는 작별인사 편지를 보냈다. 후계 CEO는 그동안 경영수업을 받았던 그렉 아벨 부회장이다. 14년 전 중앙일보 기자였던 필자는 국내 언론 처음으로 버핏 회장과 인터뷰할 행운의 기회를 가졌다. 당시 81세지만 그의 얼굴에 주름을 찾아볼 수 없었고 목소리도 단단했다. 검은색 바탕에 회색이 섞인 양복을 입고 빨간색 넥타이를 맬 정도로 패션 감각도 있었다. 미리 질문지를 주지 않았는데도 답변에 거침이 없었고 ‘마음씨 좋은 이웃 아저씨’ 같았다. 필자 손을 따뜻하게 쓰다듬는 인간미도 보여주었고 자신의 지갑을 선물하는 퍼포먼스(?)를 보였지만 받을 수 없어서 돌려주자 회사 동료들은 난리였다. 여러모로 한국의 ‘회장님’들과 많이 달랐다. 이후 14년 간 그가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과 언론 보도를 관심 있게 보았다. 그가 보
12.29
개혁의 동력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정부의 권력도 무한하지 않다. 5년 임기의 대통령제에서 2년 안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개혁은 불가능하다. 정말 중요한 일은 집권 1년 차에 사실상 판가름이 난다. 6개월 이내에 핵심적 방향을 정해야만 한다.특히 국가와 정권의 안위가 동시에 걸려있는 국방개혁은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기 때문에 집권 초에 추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 황금 같은 6개월이 이미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이런 속도면 정권 1주년은 눈 깜짝할 새에 온다. 더구나 정권 1주년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지방선거가 있는 시점이다. 정말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권이 가장 무서울 때는 당선인 시절이다. 이때는 공직사회가 ‘알아서 기는’ 자세를 취한다. 안타깝게도 이재명정부는 당선인 프리미엄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 인수위를 통해서 정권운영을 구상하고 국정과제를 점검하며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등의 치밀한 준비 작업을 할 기회가 없었다. 내란의 와중에
12.26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지난해 미 대선에서 당선한 트럼프는 2025년 새해 관세폭탄을 터뜨리면서 국제사회를 경제전쟁으로 몰아넣었다.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 타협 관계 국면으로 전환하면서 숨을 돌리는가 싶더니 이젠 일본이 중국에 대한 도발과 핵무장 등 극우적 행태로 동북아에 때아닌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는 연말에 대륙 곳곳에서 일어난 테러와 분쟁으로 폭력과 공포가 확산하면서 2026년 역시 우울하게 맞이하고 있다. 2025년 12월은 온갖 테러와 폭력으로 얼룩졌다. 호주 시드니 동부 본다니 해변 유대교 축제장에 총기를 난사하는 테러로 12명이 사망했다. 그 전날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브라운대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났고, LA에서는 폭탄테러를 계획한 반미주의자 4명이 검거됐다.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겨냥해 테러를 계획한 이슬람 용의자가 체포됐다. 지난해독일에서는 같은 행사장에 차량이 돌진하는 테러로 3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폴란드에서도 사제폭탄으로 크
12.24
이재명 대통령의 첫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 업무보고가 23일 해양수산부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첫 생중계로 진행된 업무보고 과정은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과 지엽적 논란 등의 지적도 있었지만 긍정적 측면도 많았다. 무엇보다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감을 부각시킨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의례적인 보고와 지시로 일관하던 과거 대통령 업무보고와는 달리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요 기관장의 업무파악 정도와 역랑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공무원 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생중계 업무보고를 통해 국정운영과 정책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성과라 할 수 있겠다. 장단점을 잘 분석해 발전시켜 나간다면 국민들에게 정치와 국정 운영의 효능감을 한층 더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국민적 관심을 끈 화제와 논란도 적지 않았다. 교육부 산하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에서 제기된 ‘환빠’ ‘환단고기’ 논란이 대표적이다. 전문적 학문의 영역에 비전문
12.22
지난 16일 EU(유럽연합)는 탄소중립 실현의 상징과도 같았던 ‘2035년 내연 기관차 판매 전면 금지’ 법안을 철회했다. EU 스스로 기후 정의 실천의 대표주자 자리를 내려놓은 셈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무엇보다 필수전제인 전기차로의 전환에서 차질이 빚어졌다. 유럽 자동차산업의 맹주인 독일마저 전기차 투자가 빛을 못 내면서 자칫 중국에 안방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유럽 자동차산업이 붕괴에 직면할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중국 전기차의 공세는 매섭기 그지없다. 중국은 핵심 요소인 배터리 이차전지 생산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CATL 하나의 매출이 한국 배터리 3사 모두를 합친 것보다 많다. 비야디(BYD)는 1분에 전기차 1대, 3초에 배터리 1개를 찍어낼 만큼 왕성한 생산력을 자랑한다. 중국 전기차의 공세는 한국 시장마저 잠식하고 있다. 시내를 주행하는 전기 버스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산이다. 유리창 모서리를 살펴보면 BYD 마크를 흔히 발견
12.19
“국립대가 아니라 도립대입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깜짝 놀랐다. 대학 브랜드파워를 어떻게든 충전하려고 대학명에 ‘국립’을 붙여 ‘국립○○대학교’로 개명했는데 도립대라니…. 중소 국립대의 현실을 이처럼 희화적으로 응축한 말도 없을 듯하다. 거점국립대를 제외한 국립대와 사립대는 사면초가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명분으로 새해 고등교육 재정이 거점국립대에 집중되는 상황이어서다. 당장 2026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할 수 있다. 중소 국립대의 자조는 뭘까. 옥상옥 문제다. 윤석열정부에서 시작해 이재명정부로 이어진 글로컬(Glocal)과 라이즈(RISE)사업은 대학이 교육부에 더해 자치단체에도 머리를 조아리게 만드는 구조다. 두 사업은 산학연 강화와 자치단체와의 연계가 중요하다.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가 사업의 공동 실행기관으로 묶인다. 그간 교육부가 대학에 고등교육 예산을 배분하던 것을 자치단체에 일부 넘기고, 자치단체는 정부 예산을 대리 집
12.18
2025년은 2차세계대전 이후 수립된 80년의 장기 국제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동아시아와 유럽의 전쟁에 적극 개입해 승리를 이끌며 초강대국으로 등장한 미국은 유럽에는 나토, 그리고 동아시아에는 다수의 양자동맹이라는 두 날개를 달고 세계를 지배해왔다. 그런데 올해 두 번째 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두 날개를 본격적으로 몸통에서 떼어놓기 시작했다. 지난 80년 동안 미국이라는 몸통은 동아시아와 유럽이라는 날개를 활용해 지구촌 넓은 지역에 지정학적 안정과 경제발전을 추동해 왔다. 이런 국제질서는 미국을 중심에 두면서 형식적 평등과 실질적 위계를 잘 아울러 그 효율성을 증명했다. 비판적 국제정치학의 헤게모니의 개념은 힘을 통한 원초적 지배를 넘어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내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이런 관계를 잘 표현한다. 자유주의 국제정치학에서는 군사력이나 경제력과 같은 하드파워를 넘어 문화와 교육, 과학기술 등의 소프트파워를 통
12.17
대한민국 경찰은 역사적으로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탱해 온 충성스러운 조직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국가적 혼란은 경찰이 더 이상 단순한 질서유지 기관이 아니라 헌법수호의 최전선에 투입된 용기 있는 시민이어야 함을 새삼 확인시켰다. 위기의 순간마다 국민이 기댈 곳은 헌법의 가치로 판단하는 경찰, 인권을 가장 우선하는 경찰이다. 이제 경찰 스스로가 이 정체성을 분명히 선언할 때가 왔다. 경찰은 단순한 법 집행자가 아니라 헌법의 수호자로서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사명을 띠고 있다고. 세계 각국의 경험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미국은 흑인 인권운동의 불씨를 다시 지핀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경찰개혁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있다. 강력한 단속보다 인권 중심의 대응이 국민안전을 더 강하게 보장한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독일 헌법도 기본권은 입법 행정 사법의 국가기관을 구속한다고 명시함으로 경찰권 발동의 모든 과정이 헌법적 정당성 평가를 받게 하고 있다. 이들
12.15
통일교가 민주당 유력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금품수수와 시계를 선물로 받았다는 의혹의 전재수 전 장관(민주당 국회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전격 사퇴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로 떠올랐던 전 전 장관이 해양수산부 장관직에서 내려오면서 부산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다. 특히 부산 지역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일해저터널’이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김건희 특검 관련 진술에서 전재수 전 장관이 초선 국회의원이었던 시절에 접촉을 했고 통일교의 목적 사업으로 매우 중요한 한일해저터널 건설과 관계가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는 이미 1981년부터 한일해저터널에 대한 관심을 부각시켰다. 한일해저터널이 건설된다면 한국 쪽 건설 지점은 부산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부산민심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 여기에 전재수 의원의 장관 취임과 더불어 해양수산부가 올해 내 부산으로 이전
12.12
검찰청을 폐지하고 법무부장관 소속 공소청과 행정안전부장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는 정부조직법이 개정돼 내년 10월 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수사권과 기소권의 조직적 분리만 확정되었고 신설될 중수청과 공소청의 구체적인 모습은 확정된 것이 없다. 국무총리실 소속 검찰개혁추진단이 마련하게 될 공소청과 중수청 설치법 제정안이 오히려 그 동안 추진되어온 검찰개혁의 취지를 무력화하거나 검찰개혁을 퇴행시키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 이유는 검찰개혁 논의가 나올 때마다 검찰은 국민을 핑계로 조직과 권한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자신의 권한이 약화되면 범죄자 처벌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말해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검찰에 우호적인 법조인과 언론 및 학자들은 그렇게 말한다. 그동안 검찰개혁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은 것은 검찰권력의 배후에서 정치 경제 언론 법조 권력이 이해관계에 따라 작동하면서 우리 사회의 흐름의 방향을 정하고 또 그 흐름을 지배하고 있기
12.11
최근 쿠팡 등 대형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우리 사회는 다시 한번 기업의 정보보호 수준과 공시제도의 실효성을 돌아보게 되었다. 단순한 해킹사고나 기술문제로 치부하기에는 피해 규모와 파급력이 너무 크다. 이제 개인정보 보호는 단순 운영 리스크가 아니라 기업의 신뢰, 지속가능성, 그리고 시장 가치와 직결되는 핵심 경영요소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정보보호 공시제도는 기업의 실질적 보안역량을 평가하거나 비교하기에는 부족하다. 현재 기업의 정보보호 공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의 공시다. 현재 이 공시의 경우는 기업의 자발적 공시로 이해관계자가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는 제한적이다. ESG 경영이 강조되는 시대에 정보보호는 사회(S)의 핵심 축임에도 국내 ESG 보고서에서 정보보호 항목은 선언적 문구나 관리체계 소개 수준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공시제도의 목적이 ‘위험을 드러내고
12.10
배우 조진웅이 은퇴를 선언했다. 30년 전 소년범 전력이 언론에 보도되면서다. 독립운동가와 열혈 형사 등을 연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가 고등학생 때의 과오로 연예계를 떠나야 하는 상황. 이 충격적인 사건은 단순히 한 배우의 불운이 아니다. 언론은 무엇을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가, 알 권리와 인권은 어디에서 균형을 이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때마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1970~1980년대 언론 탄압의 실상과 그에 맞선 저항의 역사를 조명하는 특별전을 열고 있다. 전시는 우리에게 언론자유를 위해 싸웠던 선배 언론인들의 용기를 상기시킨다. 그중에서도 1974년 10월 24일은 한국 언론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날이다. 그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 300여명은 유신독재의 언론 탄압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 “외부의 일체 간섭을 배격한다.” “정보기관원의 출입을 거부한다.” “기자에 대한 불법 연행을 거부한다.” 선언문의 문장들은 간
12.09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한 공개석상에서 내년이면 남북관계가 단절된 지 햇수로 8년이 된다고 토로했다. 냉전시대를 제외하면 그간 남북관계사에서 이렇게 장기간 단절된 적은 없었다. 특히 지난 윤석열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으로 남북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몇년이 허비했다. 그동안 북한은 더 이상 기댈 것이 없는 남한을 버리고 화해도 대화도 통일도 버렸다. 한국에 진보정부가 출범해 북한에 대해 적대시하거나 체제를 전복시킬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반복해도 때는 늦은 감이다. 핵무기라는 체제 보위의 보검을 완성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러브콜을 받고 있는 입장에서 골치 아프게 옛 인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바늘구멍이라도 뚫고 싶다는 현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금 상황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대화없이 적대적으로 지내온 지 8년이 다 되어 가는 마당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막대한 국방비를 지출하는 일촉즉발의 대결구조에서 양측 모습
12.08
국민의힘의 ‘극우화’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윤석열이 벌인 12.3계엄사태가 있은 지 1년이 지난 상황에서 정치의 정상화와 한국 민주주의의 재도약을 위해 던지지 않을 수 없는 물음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년 사이 한층 더 극우화되었다. 장동혁 대표는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며 부정선거론의 대표적 주창자와 국민의힘을 동일시했다. 또 대국민 사과를 거부하면서 윤석열 비상계엄의 부당성과 탄핵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재명정권을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목숨을 걸고 맞서 싸우자고 장외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 중에 국민의힘 지지층 중 68.8%가 계엄이 적절했다고 보며 74.9%가 사과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내일신문 2025년 12월 2일). 윤석열은 감옥에서 공개서한을 통해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종북좌파, 헌정체제 전복 세력 척결을 위해 비상계엄을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재명정권을 국민을 짓밟는 독재정권이라며 국민이 똘똥뭉쳐 레드카드를 꺼
12.05
작년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1년 한국사회와 정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계엄이 해제됐지만 씻을 수 없는 상흔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극우의 결집은 더욱 강고해지고 있고, 급기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12.3 비상계엄은 의회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한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해괴한 논법의 메시지를 내놨다. 계엄 사과 거부를 넘어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망언을 뱉어냈다. 국민의힘 25명의 계엄 사과문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계엄 후 작년 12월 7일 국민의힘은 탄핵 의결 정족수를 무산시킴으로써 내란에 동조하기 시작했고, 일주일 후 그나마 국민의힘 12명의 탄핵 표결 참여로 윤석열은 탄핵됐다. 그리고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극우지지자들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내란 우두머리를 감싸고 비호했다. 검찰총장 출신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윤석열은 관저에서 똬리틀고
12.04
‘개발’은 ‘계획’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신개발·재개발·재건축·뉴타운 등 도시에서 벌어지는 모든 ‘도시개발’은 ‘도시계획’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시는 망가지고 본연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지켜낼 수 없게 된다. 정체성을 잃으면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키우는 일도 어렵게 된다. 종묘 앞 세운상가 일대 초고층 개발 논란의 본질은 ‘계획’을 무시하고 뛰어넘으려는 ‘개발’에 있다. 도시계획을 세워 도시를 지키고 돌보는 일이야말로 시장에게 부여된 기본 책무인데 지금 서울시장은 계획 아닌 개발 편에 서 있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 부끄럽게도 역사도시 서울의 심장인 도심부(한양도성안) 도시계획은 1990년대 말까지 부재했다. 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서울 도시기본계획’은 1960년대에 수립되었지만 오랜 역사성을 보유하고 있는 ‘도심부계획(Downtown Plan)’은 2000년에 이르러 처음 세워졌다. 조 순 초대 민선 서울시장이 주재하던 도시계획위원회에 도심
12.03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동북아시아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살얼음같은 현안들이 많은 이 지역에 정치 지도자들의 리스크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돌출 발언은 당분간 깊고 긴 파장으로 번질 조짐이다. 총리 발언 이후 일본에 불리한 조치가 이어짐에 따라 발언이 실수가 아닌가 하는 막연한 짐작이 나왔다. 그러나 반대로 의도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최근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는 자리에서도 “발언 진의 왜곡” “발언 내용의 과도한 해석” 등 정치인들의 상투적 화법을 동원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야당 의원이 당시) 구체적인 사례를 물었기 때문에 나는 성실히 답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해협의 분쟁 발생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총리가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를 공식 거론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사전에 준비를 했으며, 신중을 기했으리라는 것을 일반인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일본은 직접 무력 공격을 받는 경우와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