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
2025
최근 워싱턴의 여러 외교안보 싱크탱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대책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과거 미국의 외교관들이나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주로 동맹이나 한·미·일 협력에 대한 한국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물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트럼프정부의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구금이나 3500억달러 현금투자 요구에도 한국 내의 반발이 생각보다 약한 것이 의아한 모양이었다. 현재 한국이 당면한 가장 큰 외교안보의 리스크는 북한 문제도 아니고 역내 안보불안도 아닌 동맹이다. 사실 동맹의 문제는 새삼스러운 이슈는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작금의 상황이 위험수위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사회에서 동맹 자체가 국가적 논란의 대상이 되는 아이러니는 동맹이 종종 수단 아닌 목적으로 인식되며 때로는 종교적 신념으로까지 강요되는 것에 기인한다. 동맹은 ‘국가 간 협정을 통해 서로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협력하기로 약속한 관계
10.01
조희대 대법원장 등의 출석없이 29일 청문회가 진행됐다. 조 대법원장은 이미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해 불출석을 통고했었다. 청문회가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한 합의과정 해명을 요구하고 있어서 출석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진행 중인 재판’이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재판을 말한다. 헌법 103조 등을 불출석의 근거로 의견서에 나열했다. 과연 ‘사법권 독립’을 보장한 헌법 103조가 정당한 청문회 불출석 사유가 될 수 있을까? 논의를 ‘사법권 독립’의 정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해보자.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사법권 독립이란 법관이 어떠한 내·외부적 간섭을 받음없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는 ‘판결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넓은 의미로는 ‘법관의 신분보장’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 즉 정확히 말하면 ‘사법권 독립’이
09.29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관세정책은 단순한 보호무역 수단을 넘어서 미국의 경제·외교·안보·에너지 목표를 타국에 압박하기 위한 미국식 패권주의의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우리나라 일본 유럽에 대한 관세율 설정을 미국산 LNG 수출과 연계시키는 것이 미국산 에너지의 영향력을 높임으로써 미국의 패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에너지 지배(Energy Dominance)’ 전략에 따른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관세부과의 주요 명분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다. 그러나 미국이 말하는 ‘안보’ 영역은 전통적인 군사 분야에 국한되지 않으며 불법 이민, 불법 펜타닐 유통은 물론 에너지 정책까지도 포함한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25% 추가 관세를 부과받았고, 캐나다와 멕시코 또한 국경관리 문제를 이유로 고율 관세 부과 위협을 받았다. 이러한 흐름은 국제 정치경제질서가 힘이나 거래에 기반한 질서로 대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레튼우즈 체제 탄생 이후
09.26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외국 군대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굴종적 사고”라고 했다. “대한민국 군대가 유·무인 복합체계로 무장한 전문화된 스마트 정예 강군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자주국방과 작전통제권 환수의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다. 보수쪽 일각에서는 작전통제권 환수 = 주한미군 철수 = 한미동맹 파기의 등식이 성립하는 것처럼 주장한다. 지나치게 과도한 도식화다. 진보세력의 압도적 다수는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긍정한다. 그러나 지금은 한미동맹을 유지하되, 다른 한 축으로 자주국방 강화가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먼저, 작전통제권을 미국이 갖게 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작전통제권을 넘겨준 최초의 계기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 7월 14일이었다. 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대통령이 유엔군(미국) 사령관에게 넘겨줬다. 그러나 전쟁 이후에는 ‘미국의 판단’으로 돌려주지 않았다. 한국전쟁 직후 한미동맹은 ‘삼위
09.25
사람 사는 세상에서 혐오를 좋아하는 사람, 열광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있다’이다. ‘혐오’를 요즘 유행하는 챗GPT에서 물어보았다. “한국어로 ‘강하게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뜻한다. 이 단어는 종종 사회적 맥락에서 특정 대상(사람 집단 행동 등)에 대한 편견 차별, 또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라고 답했다. 한국 사회에서 다시 혐오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보수 성향의 사람들 가운데 극단적 사고를 하는 이들이 ‘만사혐중(萬事嫌中)’에 가까운 언행, 즉 모든 일에 중국(인)이 관련 있는 것처럼 끼워팔기를 하는 것이다. 자칭 ‘민초결사대’ 등은 지난 6월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서 혐중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들이 내건 ‘때려잡자 공산당’과 ‘천멸중공(하늘이 공산당을 멸하리라)’ 포스터를 보면 1960~1970년대 반공을 국시 내걸었던 박정희 시대가 절로 떠오른다. 2000년대 일본에서는 한국과 한국인을
09.24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구속영장 발부는 통일교도가 아닌 일반 국민들에게도 충격이 크다. 종교의 정치권력 유착과 타락이 어디까지 갈까. 한 총재는 영장 실질심사에서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를 모른다”는 취지의 항변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83세의 고령으로 최근 심장 시술까지 받은 종교의 수장을 인신구속까지 한 것은 ‘정교유착’ 혐의가 그만큼 무겁기 때문일 것이다. 통일교가 국내외에서 돈 되는 각종 사업을 벌여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식품업과 부동산, 골프장 등 스포츠레저산업, 숙박 서비스업, 언론사, 학교, 문화 등 사업영역이 매우 다양하다. 이런 사업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정치권력의 지원이 필요했고, 윤석열정부 들어서는 궁합이 맞아 그 정도가 심해진 게 아닌가 싶다. 거액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명품백을 건넸다는 혐의 등은 작은 부분일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 당내 경선과정에서 통일교도들을 10만명 넘게 입당시킨 거래를 했다는 혐의가 사실이라
09.22
이재명정부는 성장회복을 위한 최우선 전략으로 인공지능(AI) 기술 활용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AI 국가대표 선정 오디션을 펼치는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AI 시대로의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이론의 여지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틀리지 않다고 해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데 있다.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은 엄연히 성격을 달리한다. 무언가가 빠져 있는 느낌이다. 정부는 AI 3강을 목표로 삼고 있다. 목표에 접근하자면 한 국가의 AI 역량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AI 역량은 AI 기술, AI 거버넌스, AI 철학 세 가지로 구성된다. 일각에서는 AI 기술만 확보하면 문제가 술술 풀려나갈 것처럼 보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AI 거버넌스와 AI 철학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AI 기술은 자칫 무용지물이 되거나 악마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AI 기술, 거버넌스, 철학 3가지가 필수 먼저 AI
09.19
이재명 대통령은 초대 내각 구성을 최교진 교육부 장관으로 마무리했다. 최 장관은 사실 이진숙 전 후보자보다 흠결이 많다는 평을 들었다. 교육계에는 “이 전 후보가 낫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어쨌든 대통령은 최종 선택을 했고 최 장관은 대한민국 제62대 교육부 장관이 됐다. 최 장관은 취임식(12일)에 앞서 대전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며 이렇게 썼다. “교육의 힘으로 대한민국의 힘찬 미래를 열어가겠습니다.” 좋은 다짐이다. ‘교육의 힘’을 강하게 하는 일은 교육부 장관의 책무다. ‘교육의 힘’은 저절로 충전되지 않는다. 대통령 장관 공무원 국가교육위원회, 그리고 전국 17명의 교육감, 교육청 공무원, 40만 교원, 대학 총장과 교수가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마음, 학부모 마음을 얻는 공감의 교육을 펼칠 수 있다. 최 장관은 능력의 시험대에 올랐다. 실력으로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교권 보호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강조했다. 물론 중요한 일
09.18
8월 말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해 재일동포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여러 재일동포를 체포해 간첩으로 조작한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행사 사진에는 많은 시청자들이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 텔레비전 다큐 ‘간첩과 섬소녀’의 주인공이 대통령 내외 옆에 앉아있는 보습도 보였다. 그 분은 이름도 거창한 거문도간첩단사건의 일원이었지만 실제로는 회유와 강압으로 만들어진 간첩이었다. 대통령의 사과는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였다. 세상은 진짜 달라졌다. 그러나 재일동포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언급되어 있지 않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상 규명, 법원의 형사 재심, 피해에 대한 민사배상 등의 구제조치는 모두 피해자 개인이 동분서주하며 이루어낸 성과였다. 검찰을 비롯한 국가기관은 여전히 사실을 은폐하거나 부인
09.17
“우리 시대에 최악의 전쟁범죄자가 푸틴이다.” 지난 주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한 말이다. 이는 1990년 평화통일 이후에 독일 정치인이 푸틴 대통령에게 비판한 말 중 가장 공격적이다. 독일 연해인 북동해(Nord Ostsee)에 러시아 스파이 잠수정의 파괴 활동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방공망 테스트, 폴란드 공해에 러시아 드론이 공격했다. 독일군이 나토군으로 전후 유럽의 다른 국가 폴란드에 처음 주둔하고 있다. 도청과 해킹, 사보타지 등 러시아와 독일·유럽연합(EU)과의 하이브리드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11일에는 러시아의 카미카제 드론 떼가 폴란드를 공격해 민가가 피해를 입어 독일·나토국가들이 발칵 뒤집어졌다. 독일연방군과 스테판 코르넬리우스 정부대변인은 “나토 동부국경의 영공 감시를 확대한다”면서 “폴란드 영공에 더 많은 전투기를 보낸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폴란드 영공에 유로파이터 비행기 파견을 2대에서 4대로 증원했다. 일각에서 ‘참새 떼에 대포로
09.15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이 갓 지나갔다. 임기를 시작한 지 100일이 지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얼마나 나왔을까.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9월 9~11일 실시한 조사(전국1002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 신뢰수준±3.1%p, 응답률 11.8%,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이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58%가 긍정평가했고 34%는 부정평가했다. 8%는 의견을 유보했다. 직전 조사보다 하락하기는 했지만 거의 60%에 육박하는 대통령 지지율은 양호한 편이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더라도 그렇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00일 무렵 직무수행 긍정률은 제13대 노태우 57%(1988년 6월), 제14대 김영삼 83%(1993년 6월), 제15대 김대중 62%(1998년 6월), 제16대 노무현 40%
09.12
10년 전만 해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웠다. 195개국의 합의로 파리협정을 채택한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환경기후부라든가 환경에너지기후변화부 장관 등의 이름으로 고위급 세션 연설을 하는 나라들을 보고 우리 환경부의 위상을 되돌아본 적 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는 분리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국제무대에서 확인하면서도 그런 주장을 펼 힘도 의지도 미약했던 시절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상 개발도상국이었다. 1992년 협약 체결 당시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서 자유로운 개도국으로 분류됐고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 체제에서도 감축 의무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2015년 파리협정 채택 이후였다. 모든 당사국이 자발적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하고 이행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더이상 개도국 지위를 누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재명정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정부조직을 개편해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총괄토록
09.11
원자력발전은 단순한 에너지 공급 수단이 아니다. 한 나라의 기술력과 외교력이 교차하는 종합 산업이다. 최근 체코 원전 수출 과정에서 불거진 웨스팅하우스(WEC)와의 로열티 논란은 그래서 더 뜨겁다. 무려 50년 간, 이미 기술적 실효성이 희미해진 부분에 대해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실적주의에 치우친 지난 정부의 협상 결과라는 지적은 피할 길이 없다. 19세기 말 에디슨과 테슬라 사이에서 벌어진 유명한 ‘전류전쟁’이 있었다. 에디슨은 직류(DC)를 고집하며 전류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소위 지저분한 ‘개싸움’을 벌였다. 반면 테슬라는 교류(AC)의 우위를 확신하며 WEC를 통해 기술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자금난에 몰린 WEC가 테슬라에게 특허권 무상 양도를 요구했고 테슬라는 묵묵히 응했다. 그 결과 WEC는 테슬라의 교류 기술을 발판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정작 그 성과의 원천이었던 테슬라는 역사 속에서 잊혔다. 이 일화는 술이 가득 차면 스스로 새
09.10
현 정부 출범 초 논의하던 검찰개혁 방안에 대해 검찰은 공개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검찰개혁을 시도했던 그 이전 정부에서 집단적 공개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히며 정치권력에 맞섰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 동안 검찰이 저지른 잘못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스스로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역시 검찰은 검찰답다.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과 공소청 신설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공식 확정될 무렵 법무부와 친검찰 법조인과 언론에서 이견이 나오더니 드디어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검찰개혁법안은 위헌이라면서 수사·기소분리원칙을 무력화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청은 헌법기관이 아니다. 헌법에 검찰청이라는 조직은 등장하지 않고 단지 검찰총장의 임명을 국무회의 심의대상이라고 하고 있을 뿐이다. 검찰총장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위헌은 아니다. 검찰청을 구성하는 검사도 헌법기관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도 같은 입장이다. 검찰총장과
09.08
지난해 불법계엄 이후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은 일견 상당한 수준의 세력화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는지 모르나, 지극히 일시적이고 제한된 시대착오적 인식의 준동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계엄의 당사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속기소되고 법의 심판대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국힘)의 강성 당원을 중심으로 하는 ‘극우의 힘’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장동혁 당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 등은 ‘극우 아스팔트’의 주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탄핵반대는 물론 대놓고 계엄을 옹호한다. 극우적 사고와 주장에 대한 당위론적 비판은 의미가 없을 정도로 극우세력은 한국사회의 현실세력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이들 극우세력은 자신들에 대해 ‘극우(extreme right 또는 far right)’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유럽에서 빈번히 나타나고 있는 소수민족 배제와 이민 반대, 배타적 국수주의 등 만이 극우가 아니다. 또한
09.05
지난 6월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이 1400원에서 1550원으로 인상됐다. 불과 2년 전에도 150원이 올랐는데 또다시 인상된 것이다. 고물가시대에 교통비마저 상승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체감 고통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세계 곳곳에서는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는 대신 아예 무료화하거나 파격적으로 인하하는 실험들이 이어지고 있다. “대중교통이 공짜라고?” 우리에겐 낯선 질문일지 모르지만 당연히 받아들이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은 2013년 대중교통을 무료로 전환했다. 매년 1200만유로의 운임수입 손실이 발생했지만, 대중교통 천국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증가해 등록인구가 2012년 41만6000명에서 2018년 43만7000명으로 5년간 2만명이 넘게 늘었다. 전입인구 증가는 매년 2000만유로에 달하는 세수증가로 이어졌다. 무료교통이 단순히 적자를 감수하는 복지정책이 아니라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고 재정건전성까지 높이는 전환점이 된 것이다.
09.04
최적 수송(Optimal Transport)은 서로 다른 데이터 분포를 비교하고 정렬하기 위한 강력한 수학적 개념으로 그 기원은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781년 프랑스 수학자 가스파 몽주(Gaspard Monge)가 흙더미를 옮겨 구덩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채우는 방법을 찾기 위해 처음 공식화한 이 개념은 2차세계대전 중 소련의 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레오니드 칸토로비치(Leonid Kantorovich)에 의해 오늘날의 형태로 재정립되었다. 최적 수송은 1930년대에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udinger)가 제시한 슈뢰딩거의 다리(Schrudinger bridge)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향수 분자들의 분포를 10분 간격으로 알고 있다고 할 때, 이 사이의 시간 동안 분자들이 움직였을 법한 가장 자연스러운 궤적(다리)을 찾는 문제다. 최적 수송은 계산상의 어려움 때문에 응용적 측면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013년 마르코
09.03
‘강국주의(혹은 강국론)’가 국가비전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대통령 선거 10대 공약 중 첫번째로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인공지능(AI) 3강 도약, 글로벌 소프트파워 빅 5 문화강국의 실현, 글로벌 4대 벤처강국 실현, 그리고 K-방산을 국가대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민간 및 기업주도 성장’을 앞세운 첫번째 공약의 선상에서 두번째 공약으로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AI·에너지(원자력) 3대 강국 도약’을 내세웠다. 또 열번째 공약으로 ‘북핵을 이기는 힘, 튼튼한 국가안보’를 표방하면서 ‘강한 대한민국’의 기치를 내걸고 ‘글로벌 K-방산 육성을 통한 선진강군 구현’을 제시했다. 지나온 역사를 훑어 보면 단순히 선거 때라 나온 허언이 아니다. 경향성을 띤 현재와 미래의 운동이다. 한국은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되고 전쟁을 거친 직후였던 70여년 전쯤에는 세계 최빈국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닌 나라였다.
09.01
지난 5월 공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10점 만점에 3.8점이라고 한다. 3.2점을 받은 검찰이 최하위이고 바로 그 다음이 사법부다. 최근 여당이 ‘국민중심 사법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의를 통해 5개의 사법개혁 어젠다를 제시했고 구체적인 법안을 논의 중이다. 필자는 이 중에서 ‘대법관 수 증원’이 가장 시급한 사법개혁 방안이라 믿는다. 얼마 전 대선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전격적인 전원합의체 파기판결 이후 대법관 증원논의에 불이 붙어 이 문제가 마치 정쟁의 대상인 것처럼 비춰지는 측면이 있지만 오해다. 대법관 증원 논의는 이미 이명박정부 때부터 학계나 변호사단체 및 사법 관련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어 온 사법개혁 방안이기 때문이다. 연간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 수는 평균 4만건을 넘는다. 이 4만건이 넘는 사건들 중 극소수인 10여건의 사건들만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 전원합의체 재판에서 다루어지고 대부분의 사건은 4명의 대법
08.29
‘2025년 비즈니스에서 인공지능의 현황’이라는 26 페이지짜리 메사추세츠공대(MIT) 발간 보고서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내용의 핵심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프로젝트를 진행한 95%의 기업이 재무적 관점에서 실패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로 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 어떤 일이든 초기에는 여러 가지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점차 발전해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관용적인 마음가짐에도 불구하고 95%의 실패율은 이례적으로 높은 것이라 판단하기에 무리가 없다. 재미있게도 LLM이 AI의 대명사로 군림하게 되면서부터는 그 이전까지는 모든 AI 기능 테스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던 ‘정확도‘라는 관점이 조금씩 무력화되고 있다. 그 이유는 LLM이 사람처럼 말하는 기능이 워낙 탁월하기 때문에 그 말에 틀린 말이 섞여 있더라도 왠지 조만간 해결 가능한 사소한 문제로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