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6
2026
트럼프의 관세압박에 전세계가 제대로 된 저항 한번 못해보고 항복했는데 모두가 예측했던 대로, 아니 기대했던 대로 미국 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기반 상호관세에 위법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상황은 우리가 기대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대법원이 대통령의 지렛대를 제거한 것이 아니라 다른 지렛대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트럼프는 곧장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0%의 글로벌 관세명령에 서명했다가 바로 15%까지 올리겠다는 의지를 표명 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둘러싼 미국 법원의 판결과 이에 대한 트럼프의 정치적 반발은 한국에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하나는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기는커녕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한국이 과연 충분한 외교적 대응 역량을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미국 사법부는 트럼프행정부가 남용해온 관세권한에 분명한 경계선을 그었다.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국가
02.25
정도원은 웃으면서 법정을 나왔다. 김미숙은 이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정도원은 지난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가 발생한 양주 채석장의 삼표그룹 회장이다. 김미숙은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로 새벽에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스물넷 김용균의 어머니다. 김미숙은 일터에서 스러져간 산재 희생자의 유가족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산업재해로 희생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린다. 반면 한국 최고의 로펌 김앤장을 변호인단으로 꾸린 대기업 회장은 무죄판결에 ‘환호’한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과 그 유가족들의 처절한 투쟁 끝에 만들어진 법이다. 2020년 12월 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농성’이 시작되었다. 나흘 뒤 김미숙과 고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 이용관 등이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당시 유가족들은 “내 자식은 이미 갔지만 다른 아이들은 살려야 한다”며 영하
02.23
지난 2월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12.3 비상계엄’을 주도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인정하며 1심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 역사적 심판 앞에 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반응은 국민적 상식과는 궤를 달리했다. 선고 이튿날인 20일, 검은 넥타이를 매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장 대표는 사과나 반성 대신 “안타깝고 참담하다”는 소회로 운을 뗐다. 그는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다”라는 당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재판부의 판결을 “논리적 허점이 가득한 확신 없는 판결”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더 나아가 장 대표는 당내에서 터져 나오는 ‘절윤(絶尹, 윤석열과 절연)’ 요구를 “분열의 씨앗”으로 규정했다. 오히려 “대통령과의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을 단호히 절연해야 한다”며 역공을 취했다. 이는 사실상 ‘윤어게인(Yoon Again)’ 세력을 등에 업고 당의 사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었다. 임계점
02.20
설 연휴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움직였다. 귀성·귀경 또는 해외여행을 합친 이동인구는 2800만명(국토교통부 추산). 전철을 타도, 시내 어디를 가도 여유로웠다. 대한민국 인구는 2025년 말 현재 5168만 명이다. 서울은 930만명(18%), 경기도는 1370만명(26.5%), 인천은 300만명(5.8%)이다. 빅3 인구는 2600만명, 전체의 50.3%다. 명절 직후의 일상은 다시 ‘복잡’이다. 직장인은 발 디딜 틈 없는 ‘지옥철’에서 다시 일상을 시작했다. 국민 세금으로 고급 승용차 타고 다니는 국회의원들은 단 한번이라도 ‘러시아워 지하철’을 경험해 보시라. 말로만 떠드는 국가균형성장이, 지역 살리기가, 수도권 집중완화가 얼마나 허상인가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재명정부는 5극 3특 자치분권을 기반으로 한 국가균형 성장전략을 주창한다. 5극 3특은 사실 용어 자체가 입에 붙지 않는다. 젊은 세대는 극(極)과 특(特)의 한자를 모른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를
02.19
지금은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다.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필요한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가 급격히 늘어난 반면 인간이 할 일들을 대체한다는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들게 된 것은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거대언어모델이 출시된 최근 3~4년간의 일이지만 인공지능의 모태가 된 인공지능망 개념은 1982년 홉필드 박사에 의해 처음 창안되었다. 당시 기초물리학의 모형이었던 이 개념은 40여년에 걸친 여러번의 상용화 시도와 실패 끝에 비로소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혁신으로 발전한다. 이러한 공로로 홉필드 박사는 토론토 대학의 힌튼 교수와 함께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전화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인공지능처럼 큰 변혁을 가져온 혁신적인 기술은 대부분 겉보기보다 훨씬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 축적된 기술 덕분에 새로운 지식이 제품으로 발전하는 데 필요한 기간은 점점 줄어들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속
02.13
현대자동차가 자회사를 통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람도 하기 힘든 묘기까지 연출하면서 아틀라스는 사람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놀랍기 그지없다. 현대자동차가 단순히 로봇 쇼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까지 아틀라스를 개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자동차 생산 현장에 투입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노조에 비상이 걸렸다. 노조는 아틀라스가 조합원의 일자리를 앗아갈 것으로 내다보고 자신들과 협의 없이는 단 한 대도 투입할 수 없다며 사실상 아틀라스 투입을 강력히 반대했다. 아틀라스 현장 투입을 둘러싸고 상당한 논쟁이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논쟁은 좌우 이념을 기반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파 이념 집단에서 아틀라스 투입은 묻고 따질 필요가 없는 당연한 선택으로 본다. 좌파 이념 집단 안에서는
02.12
마을 어른들이 돌아가시면 3년상을 치렀다. 시묘살이까지는 아니지만 장례 후에도 집에 빈소를 그대로 두고 3년 동안 상주가 자리를 지켰다. 상주는 농사일이 바쁠 때도 빈소 가까운 곳에서만 일을 보았다. 문상객은 빈소가 있는 집 골목에서부터 ‘아이고 아이고’ 곡을 하면서 들어가고 상주는 이 소리를 듣고 급히 빈소로 달려갔다. 먼 옛날이 아니다. 1960년대 초등학생이던 시절에 본 장면이다. 그 후 이런 전통 상례는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다. 1970년대 들어서는 1년상으로 끝내는 집이 많았다. 1980년대 집안 상을 당했을 때는 백일 만에 탈상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 무렵부터 3일장을 지내고 당일 탈상하는 것이 이미 대세였다. 지금은 ‘무빈소 2일장’이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제사 풍습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 흔히 보았던 부모부터 고조부모까지 4대봉사를 모두 하는 집은 이제 찾아보기 쉽지 않다. 2대 봉사만 하거나 부모 제사만 지내도 그나마 괜찮은 경우다. 아예 기제사나 차
02.11
논란 속에 입법 준비 중인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에 담길 검찰개혁의 지향점은 검사가 형사정의 실현을 명분으로 국민들을 함부로 할 수 없도록 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검찰청을 폐지하여 검사의 수사권과 공소권을 조직적으로 철저히 분리하는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검찰개혁의 본질 내지 취지에 부합하는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검찰개혁 이후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우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기능과 권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판·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의 고위공직부정부패범죄에 대해서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다. 공수처는 수사권은 내려놓고 원칙적으로 공소청의 불기소결정에 대한 통제기구로 변신하고 예외적으로 고위공직부정부패범죄와 특검의 수사대상 범죄에 대한 기소권만 행사하는 기관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공수처의 기소 대상 범죄에 대한 불기소결정에 대해서는 공소청이 통제기능을 수행하도록 할
02.09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국민에 의해 선출됐으므로 전체 국민을 아우르고 통합을 모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론적인 얘기는 기실 공허하다. 대통령은 특정 정당의 추천을 받아 그 정당을 지지하거나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선택한 유권자들에 의해 권력의 정점에 오른다. 정권을 창출한 정당과 대통령은 고위 공직자나 공공기관의 인사권을 행사하고 정책을 수립하며 집행함으로써 집권세력이 된다. 이를 떠받드는 구조가 이른바 당·정·청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국민의 일반의지를 표상하는 존재로서 정치적 발언을 삼가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 같은 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면 안된다’는 원칙과도 닿아 있기도 하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법적 의무에 기인하는 명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명제는 허구다. 대통령은 공무원이지만 선출직 공직자로서 정당의 공천을 받아서 당선된 정치인이다. 일반 공무원이나 전문 관료들이 임명직 인사라는 사실과 근본적 차이
02.06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행정체계는 동서고금 지속되어 온 문제다. 행정의 틀이 짜였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인구 이동은 일상화되었고 출퇴근·의료·소비의 생활권은 행정 경계를 훌쩍 넘어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광역–기초’의 2중 구조를 가진 일본은 ‘도도부현–시정촌’ 체계 속에서 시행착오를 겪어 왔고, 프랑스는 ‘레지옹–데파르트망–코뮌’이라는 3중 구조를 유지한 채 조정과 협력의 해법을 발전시켜 왔다. 구조는 다르지만, 세계 각국은 ‘복잡한 행정체계’라는 공통의 문제를 풀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더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왔다. 그런데 우리는 이 문제를 늘 ‘통합’으로만 풀어왔다. 과거에는 ‘기초 통합’, 최근에는 대전·충청, 광주·전남 같은 ‘광역 통합’이다. 수도권 대응과 협상력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되돌릴 수 없는 위험 또한 크다. 복잡한 행정체계를 푸는 해법으로 여러 나라가 오래전부터 실험해 온 대안이 있는데, 바로 ‘연합’이다. 행정구역을 합치지 않고 기능·정책·재정·권
02.05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 비례대표 의석 3% 봉쇄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한 것을 두고 평가가 갈린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측은 다양한 정치적 의사가 국회에 반영될 수 있음을 내세운다. 즉, 현재의 양대정당이 대표하지 못하는-혹은 대표하지 않는-정치적 의사가 국회 의석을 차지한 군소정당들에 의해 대표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가령 정의당과 노동당과 사회민주당이 노동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을, 녹색당이 생태환경주의자들을 대표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과연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인지 물음을 던져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봉쇄조항이 폐지되었다고 자동적으로 양대 정당으로 가던 표가 정의당같은 군소정당에게 가겠냐는 것이다. 즉, 유권자들의 사표심리가 사라지겠냐는 것이다. 또 국회의석보유-그것도 몇 석 안되는 소수 의석- 자체가 약자들의 대표성 강화를 보장할 수 있냐는 것이다. 다양한 정치적 의사, 국회 반영에는 회의적 원내정
02.04
지질시대 구분에 따르면 현재는 신생대 4기 홀로세(충적세)에 해당한다. 약 1만1700년 전 마지막 빙기가 끝나며 시작된 간빙기로, 비교적 따뜻하고 안정된 기후 속에서 인류 문명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그러나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특히 1950년대 이후 화석연료 사용의 급증, 핵실험, 대규모 환경 파괴로 인해 인류 활동이 지구 시스템 자체를 바꿔놓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새로운 구분이 학계를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다. 이와 맞물려 최근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 ‘벼랑세(The Precipice)’다. 이는 지질학적 구분이라기보다는, 인류가 스스로를 멸망시킬 수 있는 위험 앞에 서 있는 시대적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핵무기, 기후변화, 통제되지 않은 인공지능 등 자멸적 위험에 노출된 인류가 마치 벼랑 끝을 걷고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의 토비 오드는 저서 '사피엔
02.02
헌법연구자의 관점에서 이 달 19일에 있을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 1심 판결의 결과를 미리 예측해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윤 전 대통령은 내란우두머리 혐의 유죄판결을 받고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한다.첫째, 지귀연 재판장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는 이제 공수처에 대통령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음을 이유로, 사실상의 무죄판결에 준하는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기는 힘들게 됐다. 재판 시작단계에서 지귀연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면서 그 근거 중 하나로 공수처가 대통령 내란죄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는지가 불확실함을 들었다. 그러나 지난 1월 16일에 같은 서울중앙지법 백대현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등 혐의 재판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하면서 공수처의 대통령 내란죄 수사권을 분명하게 인정했다. 공수처가 윤석열 피고인의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범행 수사를 하면서 특검법에 규정된 ‘관련범죄’로서 피고인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01.30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2026 국가방위전략(NDS)’을 발표했다. 국방의 최우선 순위를 미국 본토 방어와 서반구로 설정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국 억제를 강조하고, 유럽 비중은 축소됐다. 한반도에 대해서는 “한국이 북한 억제의 일차적 책임을 지고, 미국은 결정적이지만 제한적인 지원만 제공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성격을 ‘의존적 동맹’에서 ‘한국 주도-미국 지원’ 체제로 재편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도 역할을 축소하는 중이다. 현재 나토 비용의 3분의 2를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 ‘미국 돈’으로 ‘유럽 안보’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소련의 유럽 침공이 우려되던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유럽 경제가 회복된 1960년대 이후에는 유럽 비중이 더 커졌어야 한다. 미국이 나토에서 역할을 축소한다고 유럽 안보가 위태롭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러시아는 군사대국이지만 경제대
01.29
이제는 잊힌 일이지만 몇달 전 이재명정부가 출범할 때만 해도 한국은 국내적으로 내란사태를 극복해야 하는 숙제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사면초가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안보의 핵심인 동맹국 미국이 한국을 고율의 관세로 압박했다. 이제는 동맹이 아니라 경쟁국으로 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과는 사드 배치로 악화된 관계가 코로나19로 고착화되고 윤석열정부의 자해적 외교로 파국을 맞이했다. 일본과는 뿌리 깊은 과거사 문제가 실용외교를 표방하는 이재명정부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존재였다. 적대적 2국가론을 주장하는 북한은 아예 한국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전형인 셈이다. 다행히 이재명 대통령의 빠른 판단력과 순발력, 그리고 국가안보실과 외교라인의 냉철한 대응에 힘입어 이러한 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역설적으로 이재명정부의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는 가장 큰 힘이 바로 외교다. 이러한 성공의 바탕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한국인의 저력이
01.28
법원의 1심 판단이 시작되면서 ‘12.3 비상계엄’은 이제 ‘12.3 내란’으로 확실하게 정리되어 가고 있다. 이 내란에 군 다수가 참여했고 그 가운데 일부는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 군인에 해당된 일이었지만 내란 가담은 군 조직에 깊은 상처를 주었다. 1년여 전, 군의 국회 진공작전은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한 생중계로 온 국민이 지켜보는 데에도 진행됐다.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시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하며,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심의를 방해하는 군 작전은 분명히 불법이었다. 여기에 동원된 군은 명령에 따른 행동이라지만 불법 행위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 이것만으로도 군은 명예에 큰 상처를 입었다. 앞으로 이들 참가 군인들에 대한 호칭도 달라져야 한다. 서울중앙지법은 12.3 내란에 대해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 ‘위력이 있는 폭동’이라고 판결
01.26
여기저기서 나라의 미래를 둘러싸고 비관적 전망이 횡행한다. 특히 미래의 시선으로 현재를 보는데 익숙한 MZ세대의 미래전망이 자못 심각하다. 최근에 발표된 한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응답자의 75% 정도가 10년 후 국내 산업이 침체되고 실업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54% 정도는 10년 후 한국이 아시아의 주변국으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했다. MZ세대의 비관적 전망이 기성세대에게 위기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경고 메시지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다! 지금 한국은 이대로 가다가는 죽을 수도 있는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5년 뒤에는 10개 주력산업 모두가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한국경제인협회의 전망 보고는 이를 뒷받침해준다. 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확실한 단어는 ‘불확실성’뿐이라며 기업의 70% 정도가 올해 경영 기조로서 현상유지 혹은 감량경영을 선택하기로 했다.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MZ세대가 보는 미래 한국은 절망적 희망의 노래는 절망의 끝자락에서 울려 퍼지기
01.23
마거리트 히긴스(1922~1969)는 미국의 여성 종군기자였다. 한국전쟁 발발 이틀 만에 한반도로 들어와 6개월간 전쟁터를 누비며 전황을 보도했다. 한국 해병대를 상징하는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전설은 히긴스가 “그들은 귀신도 잡을 수 있겠다(They might capture even the devil)”라고 쓴 기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앙투아네트 메이의 ‘전쟁의 목격자(Witness to War)’ 중에서). 그는 1951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말은 캠퍼스에선 ‘대학 잡는 등록금 규제’라는 말로 조소(嘲笑) 되곤 한다. 정부가 등록금을 꽁꽁 묶어 대학이 질식할 것 같다는 고충을 희화화한 얘기다. 물론 과도한 비유일 수 있다. 어떤 정부가 대학 잡겠다고 일부러 ‘돈 씨’를 말리겠나. 그럼에도 등록금은 다분히 정치공학적인 게 사실이다. 역대 정부와 여야는 학생 표에만 침을 흘렸다. 등록금 동결은 대학이 자초한 면이 있다. 등록금을 연간 10% 이상 올
01.22
지난해 12월 4일 트럼프행정부가 새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을 내놓은 이후 새해 1월 16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를 외교현장에서 어떻게 실행할지를 담은 ‘전략이행계획(Agency Strategic Plan, ASP)’을 발표했다. 총 100쪽 분량이다. 원래 전략은 그리스어 ‘스트라테고스(Strategos)’에서 유래한 ‘군대(Stratos)’와 ‘이끌다(Agein)’ 합성어로 장군의 기술을 의미하며 전쟁 승리의 방법론이다. 현대에서는 ‘이길 수 있는 판을 짜는 지혜’로 해석한다. 트럼프정부의 거버넌스 프로세스를 보면 먼저 1년 동안 집권하면서 현실과 경험을 기반으로 4년 기간의 ‘NSS’를 수립한다. 이를 기반으로 각 부처가 ‘ASP’를 세우고, 해마다 ‘성과실행계획(APP)’을 수립 평가하고 이를 예산에 반영한다. 합리적 성과주의다. 초기 집권 1년은 주로 ‘행정명령’에 기반해 통치한다. 기업가 출신답게 트럼프는 전
01.21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에 대한 집착은 광기의 발로인가? 새해 벽두 미국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와 이란 국민들의 저항권 행사에 이어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는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이 타국의 영토를 ‘부동산 거래’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무력행사 가능성을 시사하며 타국 국민들의 자결권을 무시하는 것도, 동맹국에 대해서까지 미국의 뜻을 거스른다는 이유로 고율관세 부과로 위협하는 것도 제2차세계대전 이후 정립된 국제법 체제에 부합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행동임은 분명하다. 이제 규칙 기반 질서를 떠받쳐온 미국의 전략적 인내는 막을 내렸다. 국제질서는 힘과 거래에 기반한 브레튼우즈 체제 이전의 질서로 급속하게 회귀하고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미국의 패권주의를 저지할 방법은 없다. 그 어떤 국가들도 미국의 패권주의에 실효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개별적 또는 집단적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돈로주의(Donroe Doctrine)’로 불리는 미국의 신팽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