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6
2026
민주주의는 선거라는 정치과정을 통해 유지되고 작동된다. 선거는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져야 하며 일정한 주기에 어김없이 실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선거의 핵심요소는 우리 선거에서 잘 관철되고 있다. 이른바 ‘절차적 민주주의’의 제도적 정착에 기인한다. 그런데 선거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는 예측불확실성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예측을 가늠하기 어려울 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정당은 최선을 다하고 개혁과 변화를 추동할 유인이 강해진다. 반면 승산이 확실할 때 교만해질 수 있고 정책 개발과 혁신보다 당내 경선이 당선으로 여겨지면서 불필요한 잡음과 내홍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6.3 지방선거의 결과를 단정할 수 없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을 전망하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16개 광역단체장 중 경북을 제외하고 민주당이 싹쓸이 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그만큼 선거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진다는 방증이다. 이를 자초한 측은 국민의힘이다. 지난달 9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
04.03
최근 앤트로픽(Anthropic)은 개발자의 터미널 환경에 직접 상주하며 자율적으로 코드를 작성하고 수정하는 야심 찬 AI 에이전트 ‘클로드 코드(Claude Code)’를 선보여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이 혁신적인 도구가 베일을 벗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AI 업계를 강타한 뜻밖의 사건이 발생했다. 3월 말 클로드 코드의 소스 코드가 npm 레지스트리의 .map 파일을 통해 인터넷에 통째로 노출된 것이다. 그것은 거대언어모델의 가중치나 새로운 아키텍처 논문 유출이 아니었다. 한번의 사소한 패키징 실수에서 비롯된 어처구니없는 코드 유출이었다. 57MB, 50만 줄에 달하는 이 코드는 경쟁사들에게 앤트로픽의 내부 시스템을 헌납한 셈이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유출된 것은 AI의 ‘뇌(Brain)’가 아니었다. 그것은 모델이 현실의 코드를 읽고, 터미널을 제어하며 오류를 수정하게 만드는 정교한 시스템, 즉 ‘하네스 엔지니어링(Harness Engineering)’의 설계도였다
04.02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대구에서조차 “얄밉게 일을 잘한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한다. 아마도 그래서 다가오는 지방선거 때 더불어민주당이 대구경북에서도 승리를 거둘 수 있지 않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거 아닌가 싶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대구 시장 출마도 힘을 보태고 있고 말이다. 아직 출범 1년이 안된 시점에서 성급할지는 모르지만 이 대통령은 ‘탈악마화’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윤석열정권의 ‘이재명 죽이기-범죄자 프레임’에서 벗어나 ‘일 잘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와 평가를 얻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12.3내란사태가 발발했을 때만해도 이 대통령은 사법리스크에 시달려야했다. 검찰과 법원에 끌려다니고 불려다닌 것은 그렇다치고, 무엇보다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호감도’가 가장 높은 정치인으로 꼽혔는데 그 이유가 바로 사법리스크였기 때문이다. 물론 비호감도만 높았던 건 아니고 가장 유력한 차기대선주자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니까 탈악마화의 밑천을 충분히 보유하고
04.01
헌법은 개헌안을 국회가 의결한 뒤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국민투표를 집행하기 위한 국민투표법이 2014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으로 기능불능에 빠졌었다. 주민등록이 없는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약 12년의 세월이 흐른 뒤 최근에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국민투표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개헌을 위한 중요한 절차적 걸림돌이 해소된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0일에 6월 3일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제안하면서 “전면적 개헌이 어렵다면 국민적 합의가 충분한 사항부터 단계적으로 개헌에 나서야 한다”는 단계적 개헌론을 제시했다.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국회 사후승인권 신설을 통한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권 통제, 지방분권과 지역균형 발전 등 세 가지를 내용으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17일 국무회의에서 단계적 개헌론을 수용하면서 화답했고 법무부가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19일과 30일에는 국민의
03.30
미국의 대이란전쟁으로 전세계가 순식간에 대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국제질서를 수호해야 할 초강대국이 국제규범을 무시하고 목표도 불분명한 전쟁을 일으켰다는 사실이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제정치에서 강대국의 책임을 설명하는 이론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아래 세 시각 중 어느 것으로 보더라도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쉽게 정당화되지 않는다. 첫번째는 현실주의 관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패권안정이론이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패권국은 단순히 자기 이익만 챙기는 존재가 아니라 국제무역 질서 유지, 규칙 제공 같은 국제 공공재를 공급해야 한다. 이것은 도덕적 책임이라기보다 질서유지가 결국 자기 이익에도 맞기 때문에 수행된다고 본다. 도덕적 관점을 배제하더라도 과연 이번 전쟁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유가폭등으로 유권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고 동맹국들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불신으로 미국의 리더십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03.27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이란 공격에서 압도적 군사력을 과시했지만 이란의 만만치 않은 맞불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맞불 공격의 주된 세력은 다름 아닌 이란의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이다. 개전 초기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과는 찬란했다. 이란 정권의 제1인자와 혁명수비대의 총사령관을 초반 공격에서 폭사시켰다. 이 정도의 성과를 거둔 것은 인공위성에 의한 정찰, 통신 감청, 그리고 인간 정보망에 의한 감시가 촘촘히 작동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란의 레이더망과 지휘통신망도 역시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한마디로 이란군은 두뇌와 눈, 신경망을 순식간에 상실한 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남은 단계는 미군과 이스라엘군의 일방적이고 거리낌 없는 폭격과 파괴였으며 실제로 그렇게 진행됐다. 그러나 괴멸의 위기에서 혁명수비대가 보여준 저항은 단기간에 무조건 항복을 꿈꾸던 미국을 당황 속으로 몰아넣었다. 혁명수비대는 비대칭 방식의 전쟁으로
03.26
유엔(UN)이 2012년에 3월 21일을 세계산림의 날로 정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이색적이면서도 의미가 있는 장소에서 개최되었다. 봄이 와 풀려야 할 남북관계가 오히려 꽁꽁 얼어붙은 시기에 임진강 가까이에 있는'DMZ숲'에서 열렸다. 세계 산림의 날인만큼 독일 몽골 키르기스스탄 등 13개 외국 대사들이 참석했다. 올해 UN이 내건 행사 슬로건은 ‘산림과 경제'였다. 목재를 포함해 버섯, 오미자 등 임산물이 소비자들 눈길을 끌어 국가경제에 차지하는 비율이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신국부론인 셈이다. 기후위기와 전쟁으로 인해 숲나무의 경제적•사회문화적•정신적 가치가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목재 활용 비율이 높아가고 있다. 목재 자급률이 독일은 80%에 이르지만 우리는 약 19.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독일의 목재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25%이지만 국토 63%가 산인 우리의 경우 4%대에 불과하다. 독일 등 산림선진국에서
03.25
2011년 12월 26일 누군가가 새벽에 도쿄 야스쿠니신사 입구 나무기둥에 기름을 뿌려 불을 지르고 그날 한국으로 입국했다. 다음해 1월 6일, 그는 서울 일본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져 방화미수 등의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었는데 이른바 ‘류창 사건’이다. 류창의 진술을 확보한 한국 수사기관의 통보를 받고 비로소 사건을 파악한 일본은 같은해 5월 한일 양국간에 체결된 범죄인인도 조약에 의거해 신병인도를 청구했다. 이와 같이 범인의 국적(중국), 범죄의 발생지(일본, 한국), 범인의 체류지(한국) 등이 다를 경우에 각국의 형사관할권이 경합하게 되므로 사건의 진상규명 및 효과적인 처벌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국가간 협력이 불가피하다. 국제형사협력은 그 요건과 절차 등을 정한 국내법이나 조약 또는 당사국의 호혜적인 국제예양(international comity)에 따라 이루어진다. 협력의 범위에 따라 국제형사사법공조법, 범죄인인도법, 국제수형자이송법 등과 같은 국내법이 있고 국가간 조약도 체결되
03.23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 정치의 심장부인 서울시장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지표와 각 정당의 후보 선출 과정을 살펴보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 1야당인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행보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쪽은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정교한 마케팅 전략으로 경쟁력을 올려가는 모양새인 반면, 다른 한쪽은 ‘현역 프리미엄’마저 스스로 걷어찬 채 처절한 내부전쟁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민심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여론조사 결과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3월 17~1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4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3.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서울 지역에서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45%를 기록한 반면, 국민의힘은 17%에 머물렀다. 두 정당 간의 격차는 무려 28%p에 달하며, 이
03.20
법 논란이 거세다. 사법 3법(법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시행되자마자 시끌시끌하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범죄자, 게다가 성범죄자까지 4심을 받겠다고 법석이니 법이 깜짝 놀란다.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의 노란봉투법은 ‘교섭 파국’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원청 교섭 요구가 거세다. 사회 약자를 보호하고 기본권을 지켜주겠다는 선의에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법과 현실이 따로이니 곳곳에 염증이 생긴다. 속전속결 ‘입법 독주’의 부작용이다. 새로 법을 만들거나 고치려면 예견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공론(公論)이 필요하다. 세상에 완벽한 법은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국민에게 의견을 묻고, 공청회를 열고, 여야가 치열하게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보완할 것은 보완 해가며 입법하는 게 정도다. 입법 과정은 학생에게는 좋은 교육 모델이다. 공론장(Public Sphere)의 중요성을 생
03.19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합동 공습을 개시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했고, 이란 해군은 개전 나흘 만에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이란 방공망은 무너져 미국이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중동 산유국에 대한 공격을 통해 ‘유가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특징은 트럼프 대통령이 얻고자 하는게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이번 전쟁의 ‘전략 목표’는 무엇인가? 몇 가지 주장들을 살펴보자. 첫째, 개전 명분은 ‘임박한 위협’이었다. 그러나 루비오 국무장관은 의회 브리핑에서 정반대 말을 했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계획임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미군에 대한 이란의 보복공격을 촉발하게 된다. 미국이 먼저 타격하지 않으면 더 큰 희생을 치를 것이기 때문에 행동했다.” 즉 ‘임박한 위협’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공격계획에 ‘미국이 방어적으로 끌려 들어갔다'는 고백이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것은 정권 교체
03.16
40년이라면 한세대가 지나고도 강산이 한 번쯤 변할 시간이다. 그런데 역사적 자리매김이나 기록화에 앞서 법적 판단조차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역사의 잊힌 공간으로 사라지는 일이 여전히 많은 것을 본다. 지난 9일 서울고법은 1986년 벌어진 이른바 ‘건대사건’에 대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꼭 40년 만이다. 민주화운동이나 국가폭력 영역에서 그동안 많은 재심이 있었고 지금도 계속되지만 이 재심은 그 결정이 내려진 시기나 의미가 특별히 눈길을 끈다. 잠시 4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1986년은 전두환정권이 가장 기세등등했던 때다. 1987년 6월항쟁 한해 전으로서 민주화 요구에 초강경 대응책을 구사했다. 국회에서 “통일이 국시”라고 말했다고 국회의원을 구속한 ‘유성환 국시론 파동’이 있었고, 언론에 보도지침을 내려 그대로 보도하도록 강요했다. 각종 고문과 부천서 성고문 사건도 자행됐다. 북한이 서울을 수몰시킨다며 평화의댐 성금 모금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던 시절이다. 건
03.13
새삼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인공지능(AI )시대 전망을 둘러싸고 각종 메시지가 혼란스럽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혹자는 천국의 복음을, 혹자는 지옥의 묵시록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가 하면 극단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과연 AI 시대 생존을 보장하는 ‘철의 원칙’은 존재하는가? 언제나 그렇듯이 한 시대를 관통하는 해법을 찾자면 넓은 시야를 갖고 문제를 근원적이고 본질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내친김에 지난 수십년 간에 걸친 지적탐색을 되돌아보기로 했다. 변변치 않은 주제에 시건방 떠는 일일 수 있으나 복잡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푸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 때는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소련 붕괴가 미친 사상적 충격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곳곳에서 자본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선언하는 환호소리가 터져나왔고 사회주의를 신봉하던 인물들은 멘붕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로부터 1년 뒤 현대 경영학의 개척자이자 이 분야 최고
03.12
촉법소년(觸法少年)이 현 정부에서 또 소환됐다.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의 상한을 13세에서 12세로 낮추겠다는 정책을 세웠다. 지난 정부에서도 법무부 업무보고 때 담겼던 내용인데, 당시 대통령은 비상계엄으로 탄핵이 되었고 큰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국무회의에서 다루어지고 있고, 대통령도 ‘압도적 다수 국민이 찬성한다’면서 실천의지를 드러냈다. 촉법소년이란 ‘형벌 법령에 저촉(抵觸)되는 행위를 한 10~13세 소년’을 말한다. 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처분이라는 점을 주목해 흔히 보호처분이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사회의 안전을 위한 처분이다. 보안처분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 본질에 부합한다. 보호처분이라고 부르니 촉법소년의 범죄로 피해를 본 사람은 물론 촉법소년 자신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오해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형사미성년자가 아닌 소년도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을 흔히 범죄소년이라고 부른다. 범죄를 지은 14세 이상 19세
03.11
미-이란 전쟁 여파로 전세계의 경제와 안보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원달러환율은 150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금융시장도 크게 흔들린다. 주가가 큰 폭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투자심리도 얼어붙으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 수입과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고유가·고환율·고물가가 겹치는 ‘3고 충격’에 금융시장 불안까지 더해지는 복합위기에 직면하는 양상이다. 중동 위기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드러낸다.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은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은 그 핵심 통로다.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유가상승은 물가상승과 성장둔화,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치면 기업 투자와 소비 심리가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 주가급락과 환율급등이 반복되는 상황은 실물경제로 충격이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결국 가장 먼저 타
03.09
‘아스팔트 극우’는 국어사전적으로는 ‘광장이나 거리에서 주로 집회와 시위를 통해 극우적 주장을 하는 일단의 그룹’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일반적 이념 스펙트럼에서 극우는 나치즘이나 파시즘 등의 배타적 민족주의와 일본의 군국주의 등의 세력을 일컫는 말로서 현대에서는 미국의 ‘마가(MAGA)’처럼 이민과 소수인종을 배제하면서 자국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이데올로기를 일컫는다. 아스팔트 극우는 이러한 의미와는 궤를 달리 한다. 한국정치 특유의 언어로서 12.3 불법계엄의 소산이다. 이데올로기와 언어는 하나의 기표로서 시대에 따라 의미를 달리 할 수 있기 때문에 원론적 의미의 ‘극우’와 다르다고 문제가 될 건 없다. 그러나 이러한 단어가 평균적인 시민의 인식과 큰 괴리를 보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일단의 극우 주장을 펼치는 그룹이 ‘윤 어게인’을 외치고 강성그룹을 중심으로 결집도가 강해지면서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무기로 세를 확산시키는 추세다. 보편과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는 비판에도
03.06
우리는 지난 몇년간 질문에 답하고 글을 요약해주는 인공지능(AI) 챗봇의 범람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챗GPT나 제미나이(Gemini) 같은 모델들은 본질적으로 ‘통 속에 든 뇌’와 같다. 그들은 뛰어난 지능으로 읽고 쓰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만지거나 실행할 수는 없다. 반면 최근 주목받는 오픈클로(OpenClaw)와 같은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는 이 ‘뇌’에 실제적인 손과 발을 달아주는 시도다. 에이전트에게 암호화폐 지갑, 트위터 계정, 웹 브라우징 권한, 그리고 API 호출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AI를 단순한 상담가에서 현실 세계에 직접 개입하는 행위자(Agent)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태어난 ‘랍스타 와일드(Lobstar Wilde)’라는 에이전트는 단 사흘 만에 45만달러를 공중분해시키며 에이전트 시대의 서막을 기괴하고도 강렬하게 알렸다. 랍스타 와일드의 탄생은 대담했다. 개발자는 그에게 5만달러의 자금과 트위터 계정,
03.05
유토피아, 오래 전에 등장해 너무나 잘 알려져 있고 한참 동안 쓰였으나 요새는 잘 쓰이지 않는다. 요새 학자들이든, 오랜 친구들이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세 가지 주제가 있다. 부동산, 주식 그리고 인공지능(AI)이다. 얼마전 풍광이 아름다운 산봉우리에 오른 사람들조차 이 주제들로 열띤 대화를 나누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부동산과 주식과 AI가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의 상상과 욕망을 지배 혹은 대표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도, 부정해서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시 유토피아라는 말은 사라진 게 아니라 부동산과 주식과 AI로 대체되어진 건 아닐까. 누구나 자산을 증식해 구태여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혹은 자기 하고 싶은 일(만)하며 마음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유토피아의 의미와 이미지도 갖고 있으니 꼭 틀린 생각도 아니겠다 싶었다. 한편으로는 유토피아라는 말이 만들어지고 널리 퍼졌던 이유가 사실 인클로저 운동으로 삶의 터전에서 쫓
03.04
헌법상 신체의 자유의 한 중요한 내용인 ‘죄형법정주의’는 ‘죄’와 ‘형’이 미리 성문의 ‘법’으로 ‘정’해져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무엇이 처벌될 행위인가를 국민이 예측가능한 형식으로 미리 법에 정하도록 해서 개인생활의 법적 안전성을 보호하고 국가형벌권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따라서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떤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요구한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의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고,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에 의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본래의 목적이 실현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명확과 불명확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불명확
02.27
러시아의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벌써 4주년을 맞았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큰소리치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1년이 넘었으나 종전은커녕 휴전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2022년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를 며칠 사이에 무너뜨리겠다던 블라디미르 푸틴의 ‘특수작전’은 이제 지난 세기 소련이 나치독일을 상대로 치렀던 ‘세계대전’(1941~1945년)보다 길어졌다. 아무도 전쟁이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지 알 수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엄청난 규모의 사상자를 낸 데다 경제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상식적으로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던 미국이 지원을 중단하고 적극적으로 전쟁의 종결을 압박하는 정책은 전쟁이 어떤 방식으로든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무력을 통한 영토 확장이라는 러시아의 노골적 국제질서 파괴 행위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원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