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0
2026
지난 7일 영국에서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집권 노동당이 텃밭에서도 표를 잃으며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인 영국개혁당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이후 노동당에서는 키어 스타머 총리의 사임 요구가 거세다. 선거 결과를 지켜본 필자는 스타머의 사임·퇴출은 시간문제라고 봤다. 잦은 정책 번복과 스캔들에다 총선 참패가 총리를 몰아내려는 결정적인 방아쇠로 작용했다. 2024년 7월 4일 조기 총선에서 노동당은 하원의석의 2/3에 육박하는 압승을 거둬 14년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하지만 1년 10개월 동안 스타머 총리는 정책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을 거듭했다. 연금생활자에 보조해준 겨울 난방비를 저소득층에게만 선별 지급으로 변경한 정책은 부족한 재정을 감안할 때 필요했다. 그러나 일부 반발이 있자 곧 철회됐다. 반면에 두 자녀까지만 자녀수당 지급은 선거공약에서 유지를 약속했음에도 번복됐다. 인기없는 정책이라도 정부 재정운용에 필요하면 설득하고 관철시켜야 하는데 우유부단하며 리더십을
05.18
BTS 등 한국 문화예술인의 세계적 활약이 두드러지며 K-컬쳐가 세계를 휩쓴다. 그 뿐 아니다. K라는 글자로 시작되는 한국적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거론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문화의 최고봉은 가치와 질서이고 2024년 12월 3일부터 겨울과 봄을 거치며 우리 국민이 이를 전세계에 보여줬다”고 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함이 전세계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K-민주주의를 직접 거론했다. 민주주의는 오랜 인류 역사에서 나온 이념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지금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를 바탕으로 정치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 한때 자리잡았던 ‘민주주의의 세계사적 승리’라는 슬로건은 사라졌다. 대신 최근 민주주의의 후퇴와 ‘극우’와 포퓰리즘 정치의 확산 등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시민들의 직접적 참여로 내란을 극복하고 민주주의
05.15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앞에서 스물두 살의 재단사가 몸에 불을 붙이며 외쳤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전태일의 분신은 인간을 기계로 취급하던 야만의 노동 시대에 던진 ‘인간선언’이었다. 그 외침이 울려 퍼진 자리에서 한국 노동운동은 시작됐다. 하지만 그 여정은 험하고 지난했다. 1970년대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부터가 처절한 싸움이었다. 동일방직과 YH무역처럼 똥물을 뒤집어 쓰는가 하면 죽어 나가는 일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노동운동가에게 노동은 존재 의미이자 삶의 가치였고 인간 해방의 언어이며 희망이었다. 1980년대 더욱 엄혹해진 체제 속에서도 노동은 진보하고 발전했다. 5.18광주민주항쟁 이후 체제변혁을 꿈꾸는 학생운동 출신이 대거 공장으로 들어갔다. 학출 노동자와 1970년대 선진노동자들의 활동에 힘입어 노동자들이 의식의 눈을 뜨고 변혁의 언어가 생산현장을 뒤덮었다. 그 축적된 에너지는 1987년 6월 항쟁에 이어 폭발한 7,8월 노동자대투쟁으로
05.14
“다스는 누구겁니까?”. 이 질문으로 호명된 사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차명 실제 소유자로, 회사자금을 횡령하고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2007년 17대 대선 한나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 측이 처음 제기해 대선 본선에서 쟁점이 되었고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에도 내내 논란이 됐다. 2007~2008년 검찰과 특검은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리했지만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후 검찰의 재수사를 거쳐 “다스는 이명박의 것”이라고 확정돼(대법원 판결) 이 전 대통령은 감옥에 갔다. “화천대유는 누구겁니까?”는 다분히 질문을 차용한 것 같다. 2021년 20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이 쟁점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은 당내 경선에 이어 대선 본선에서 큰 쟁점이 되었고 지금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논란 진행 과정은 ‘다스’와 다르다.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투자자 측
05.13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은 단순한 지역분쟁을 넘어 세계 경제 질서 전체를 흔드는 사건이 되었다. 호르무즈 해협 불안,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교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세계화 체제가 얼마나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다시 보여주었다. 여기에 미중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대만 위협까지 겹치면서 세계화의 미래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국제질서를 지탱하던 동맹 시스템마저 흔들리면서 “세계화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주장까지 등장한다. 국제화의 상위 개념으로서의 세계화는 1980년대 중반 미국을 중심으로 본격화되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 무역장벽 축소, 시장 확대 필요성, 생산비용 절감, 월가 자금의 투자처 확대 욕구 등이 맞물리며 세계화는 급속히 확산됐다. 그 과정에서 자원의 효율적 배분, 규모의 경제 실현, 국가와 기업 간 경쟁 촉진, 개도국 경제성장 같은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양극화
05.11
6.3 지방선거가 압도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인 것은 전적으로 국민의힘이 내란 프레임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도 원인이겠으나, 본질적으로 탄핵과 계엄의 늪에서 헤어날 생각이 없는 국민의힘이 기본동력을 제공했다. 지방선거 초반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5대 1로 압승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여론조사도 다수였다. 그런데 접전 지역과 보수세가 강한 지역의 여론 동향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유는 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법’ 발의다. 민주당의 특검법 발의는 대구·부산시장 선거와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서 미묘한 변화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는 이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윤 어게인’ 인사들에 대한 공천은 기존의 일방적 프레임을 조금이나마 만회하고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무위로 돌리고 있다. ‘윤 어게인’ 대 ‘조작기 특검’ 프레임은 추격하는 국민의힘으로서는 오히려 호재다. 윤
05.08
정치평론가들은 다수 국민의 요구를 외면 한 채 강성 치지층만 보는 정치인의 협소한 행태를 비판해 왔다. 문제는 지겹도록 반복되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크게 바뀌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과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정치 진화의 방향을 탐색하자면 지나온 여정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대중정권 출범부터 시작할 수 있다. 김대중정권의 출범은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실현함으로써 민주정치 기반을 확고히 다진 역사적 의미가 있었다. 이어진 노무현의 등장은 한국정치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이전 시기 한국 정치는 보스 중심의 가신 정치가 지배하고 있었다. 계파의 이름은 동교동계 상도동계 하는 식으로 보스가 머무는 지역명에서 차용되었다. 노무현과 그의 지지자들은 보스 중심의 가신 정치를 청산했다. 적어도 중앙정치 무대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수평적 질서가 지배하기 시작했다. 친노세력에서 ‘친’은 수평적 관계의 친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지역정치 무대는 달랐다
05.07
남성이 고속버스 안에서 음란동영상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던 중 그의 팔이 잠이 들어 있던 옆자리 여성의 신체에 닿았다. 남성의 행위는 형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에 해당할까. 여성은 강제추행죄와 같은 무거운 범죄의 처벌을 기대하며 신고했으나 경찰은 여성이 제출한 영상과 진술을 토대로 공연음란죄를 인정하고 이를 입증할 증거와 함께 검사에게 송치했다. 이처럼 사람의 행위가 형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에 해당한다는 사실과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하는 일을 범죄수사라고 한다. 검사는 남성을 공연음란죄가 아니라 강제추행죄로 공소장을 작성하여 기소했으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항소하면서 강제추행죄의 성립 여부를 먼저 판단하고, 이것이 부정될 경우 공연음란죄로 성립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취지의 공소장변경을 신청해 2심의 허가를 받는다. 2심은 공연음란죄를 인정하고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검사가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서 부본(副本)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
05.06
더불어민주당의 ‘권력시대’ 혹은 ‘전성시대’가 거론되고 있다. 이유는 네 가지다. 첫째, 양대정당 중 하나인 국민의힘의 몰락이다. 둘째,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대통령의 60%에 달하는 비교적 높은 지지율이다. 셋째, 2020년 총선과 2024년 총선을 통해 국회 의석 중 3/5을 차지한 ‘압도적’ 다수당이다. 넷째,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각각의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 토대가 단단한 것 같지 않다. 극우화에 더해 지도부의 무능과 리더십의 붕괴를 겪고 있는 국민의힘의 쇠락 경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앞으로도 계속 높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가 가속화한 국제정세의 불안정성은 언제든지 한국의 정치·경제적 현실을 위협할 수 있다. 주식시장이 ‘전쟁 면역력’을 갖춰 예상보다 큰 타격을 받고 있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국면의 지속과 장기화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리스크를 가져와
05.04
이달 7일에 5개의 행정수도건설특별법 제정법안에 대한 국회 공청회가 예정돼 있다. 이 법안의 주된 내용은 국회 대통령 등 주요 헌법기관과 그 소속기관, 외교부나 법무부 등 아직 서울이나 서울 인근에 남아있는 중앙행정기관을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하는 것이다. 그동안 일부 중앙행정기관만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해 많은 행정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며 업무를 봐야 해서 업무비효율, 행정비용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런데 이 행정수도건설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2004년 10월 21일에 내려진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벌써부터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 당시 헌재 결정문은 수도를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소재지’로 정의내리는 데서 출발한다.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점은 조선시대 이래 600여년간 계속성 항상성 명료성을 가지며 이어져 왔고 이런 오랜 관행이 ‘국민적 합의’를 얻었기 때문에 관습헌법이 되었다고 보았다.
04.30
중동전쟁이 답보 상태로 돌입하면서 잔혹한 파괴의 소용돌이는 어느 정도 잠잠해졌지만 군사적 충돌과 경제적 위기를 넘어 이번 전쟁은 인류가 쌓아온 문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이 파괴하고 있는 대상은 한 나라나 특정 세력이 아니다. 전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갈등이나 충돌을 피하도록 오랜 기간 차근차근 만들어온 문명 자체를 부수고 있다. 문명의 가장 커다란 결실은 제도다. 어떤 제도든 완벽하지는 않지만 제도가 없는 상태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관계가 가능하다. 전쟁과 관련 인류는 다양한 규칙과 제도를 만들었다. 선전포고는 가장 대표적인 제도적 장치 가운데 하나다. 2020년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의 이란 침공은 똑같이 선전포고는커녕 갑작스레 전면적 침략을 ‘특수작전’이라는 이름으로 거행한 사례다. 이는 전쟁을 선포할 경우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국내 정치 제도를 우회하기 위한 꼼수다. 국가 사이에 조약이나 합의를 통해 관계를 조절하는 양식도 인류 문명의
04.29
한국의 안보에 동맹은 대체불가능한 요소다.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동맹은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존속과 국민의 안위를 위해서 한미동맹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대의를 위해서 때로는 우리 주권의 일부를 유보하기도 한다. 미군이 보유한 전시작전통제권이나 한미원자력협정 같은 것이 그것이다. 최근의 국내외 정세는 과연 이러한 논리적 구조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한국의 안보에 강력한 최후의 보루였던 미국이 한국의 안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 근래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 동맹국의 참전을 요구한 일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모든 동맹국이 공통적으로 이러한 요구를 외면했다. 미국이 공격을 받은 전쟁이 아니고 뚜렷한 명분도 없이 선제적으로 일으킨 전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게 두고 보라며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쿠팡사태 무마 압력, 가치동맹 붕괴의 신호 쿠팡사태나 정동
04.28
오늘, 4월 28일은 국제노동기구(ILO) 등이 지정한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한국은 그동안 노동계에서 추모행사를 해오던 것에서 벗어나 2024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개정해 이날을 법정기념일인 ‘산업재해근로자의 날’로 지정했다. 정부는 이날을 포함한 1주간을 추모기간으로 정했다. 지난 22일 저녁에는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기념음악회-기억을 넘어 희망으로: 우리가 부르는 안전한 내일, 고 박송희·고 안영재를 기억하며’가 열렸다. 박승희는 2018년 김천문화예술회관에서 발생한 추락사고로 희생된 조연출가였고 안영재는 2023년 세종문화회관 공연 전 연습 중 추락사고 이후 긴 투병 끝에 지난해 세상을 떠난 젊은 성악가다. 공교롭게도 공연 직전인 이날 낮 수원고법 형사1부(재판장 신현일)는 지난 2020년 4월 29일 38명의 노동자가 숨진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 이후 지금까지 가장 많은 23명의 희생자를 낸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 화
04.27
한일 양국은 분산형 에너지 생태계의 조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대규모 집중형 시스템으로 인한 취약성을 극복하고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지역의 입지와 특성을 살린 다양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지방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2024년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되었고 이 법에 따라 최근 ‘분산 에너지 특화지역(특구)’ 몇 곳이 지정되었다. 특화지역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수요 유치형으로, 전력수급 자립률이 높은 지역이 신규의 전력 수요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력계통 영향평가의 우대와 변전소 등의 설비가 우선적으로 지원된다. 둘째, 공급자원 유치형으로 수도권 등 전력수요가 밀집되어 있거나 계통 인프라가 포화상태의 지역이 신규의 발전설비를 유치하는 것이다. 해당 지역에는 발전설비의 시장 진입시 입찰제도에 가점을 부여하거나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이 우선적으로 지원된다. 셋째, 신산업 활성화형으로 에너지 체계의 운영
04.24
아주대 총장을 지낸 박형주 석좌교수는 수학자다. 국내 역대 대학총장 중 수학자는 극히 드물다. 고교 1학년 2학기 때 자퇴했다. ‘아인슈타인 전기’를 읽고 물리학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이듬해 수석으로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바로 그해 대입으로 서울대 물리대에 입학했다. 또래보다 1년 일찍 대학생이 됐다. 그는 물리학자가 아닌 수학자가 됐다. “물리학과 3학년 때 수학 과목을 들으러 갔다가 스무살에 요절한 19세기 수학자 에바리스트 갈루아에 전율을 느꼈어요. 갈루아는 2차 방정식은 왜 근의 공식이 존재하는지, 5차 방정식은 왜 그런 근의 공식이 존재할 수 없는지를 증명했죠. 아인슈타인은 저를 물리학, 갈루아는 수학에 빠지게 한 결정적 인물이죠.” 누구에게나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박 전 총장처럼 수학자로의 변신은 평범한 일은 아니다. 그는 수학자로서 여러 실험을 했는데 의미심장한 얘기를 했다. “프랑스 명문고생과 한국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수학
04.23
요즘 ‘맞불집회’라는 이름 아래 서로의 표현을 압도하거나 봉쇄하려는 시도가 반복되면서 헌법이 보장한 자유는 형식만 남고 실질은 흔들리고 있다. 집회·시위현장이 ‘주장의 경쟁’이 아니라 ‘소음의 전쟁’으로 변한 지도 오래다. 집회는 열렸지만 상대 집회의 확성기 음향에 완전히 묻혀 발언이 들리지 않거나, 상대 집회가 주요 출입구를 막아서 참가자나 메시지가 위축되거나 사실상 고립되기도 한다. 특히 장소 선점이나 반복 신고로 애초에 말이 설 자리를 잃는 경우도 허다하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부딪히는 맞불집회는 이미 대립과 충돌의 서사를 내포하고 있어 표현의 내용보다는 사회적 갈등의 한 장면으로 소비되고 만다. 갈등만 부각된 채 정작 중요한 ‘실질적 표현의 자유’와 ‘목소리’는 외면되는 것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1963년 시행 이래 개정을 거듭했고, 1989년 개정에서는 질서유지인 제도 도입, 금지통고에 대한 이의신청제도 마련, 옥외
04.22
인간 문명에는 언제나 신이 함께 존재했다. 문명 이전의 시대에 인간은 자연의 온갖 사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고, 신은 인간이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힘이자 신비로운 존재 그 자체였다. 인간의 지성이 발달하고 농업문명이 형성되면서 고대 종교가 탄생하자, 신은 차츰 자연으로부터 분리되어 인간의 형상을 띠게 되었다. 신은 곧 법이자 질서였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개인은 중개자 없이는 신에게 닿을 수 없었다. 이들 중개자는 사제 또는 왕이었다. 개인은 이들 중개자에게 권력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예속되었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인간 문명이 한층 더 발달하자 현대의 문제들은 더 이상 고대 종교의 신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결국 인간의 이성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신은 죽었다고 선포되었고, 이제 인류는 스스로를 구원해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민주주의 민족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등 거대 이념들은 저마다 인간과 세계를 구원할 절대적 진리 체계로 숭배되었다
04.20
선거 지형에서 부산은 단순한 광역자치단체를 넘어 보수 진영의 난공불락 요새와 같았다. 하지만 최근 부산의 민심은 전례 없는 격랑 속에 휘말려 있다. 특히 다가오는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나타나는 각종 수치와 지표들은 보수 진영에 ‘심리적 탄핵’이라는 엄중한 경고장을 던지고 있다. 1년 전과 현재의 정당 지지율(부산·울산·경남 기준)을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지표로 비교해 보면 보수 진영이 처한 위기의 깊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해 4월 1~3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 신뢰수준±3.1%p, 응답률13.7%)에서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4%, 국민의힘은 46%로 나왔다.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12%p 앞섰다. PK은 보수 성향이 더 강하게 결집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불과 1년 사이 국민의힘 PK 지지율은 46%에서 29%로 17%p 폭락했다. 반면 민
04.17
지금 헌법 개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라는 두 관문이 남아 있지만 39년 만에 국가의 기본틀에 손질이 가해지는 일이 우리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국민적 관심사가 되지 못하고 정치권 논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개 정당 의원 187명이 공동 발의해 국무회의를 거쳐 공고된 이번 개헌안은 한 마디로 본격 개헌을 위한 물꼬를 터는 데 집중한 안으로 보인다. 6.3지방선거 투표 일정에 맞춰 합의 가능한 범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을 발의자들이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래서 5.18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국회의 계엄 통제권 강화, 국가의 지역균형발전 의무 명시 등 정파 간 이견이 없는 내용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그동안 개헌 논의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번번이 좌절됐던 역사를 보면 이해할 만하다. 6.3지선이 ‘개헌 선거’가 될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국힘도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하
04.16
반도체 집적도가 2년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은 수십 년간 기술 발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AI 시대의 진보는 이 법칙조차 유물로 만들고 있다. 이제 기술은 선형적 성장을 넘어 수직적 폭발을 목전에 두고 있다. 레이 커즈와일이 예견한 ‘특이점(Singularity)-AI 지능의 총합이 인류 지능의 총합을 넘어서는 시점-’이 당장 내일이라도 닥칠 것 같은 속도다. 필자는 최근 이 속도를 몸소 체험했다. 2027년 도입될 IFRS 1118(재무제표 표시와 공시)호 컨설팅용 앱을 단 수 일만에 직접 개발해낸 것이다. 과거라면 숙련된 회계사 수 명과 전문 개발자가 팀(TFT)을 꾸려 몇 달간 매달려야 했을 일이다. 도메인 지식을 가진 전문가가 AI라는 지렛대를 가졌을 때, 수십 배의 생산성 레버리지를 일으키며 즉시 활용 가능한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음을 증명한 실례다. 19세기 초 ‘러다이트 운동’은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역사는 기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