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3
2025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올해 초 열린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생성 및 추론형 AI 다음에 등장할 AI 물결은 바로 ‘물리적 AI(Physical AI)’라고 선언했다. 이는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을 구동하는 기술로, 단지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세계에서 실제로 행동하는 기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최첨단 기술은 개념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 MIT의 로드니 브룩스(Rodney Brooks) 교수는 복잡한 기호와 규칙만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추상적 지능’에 반기를 들며 “지능은 몸을 통해 현실세계와 직접 부딪히며 발현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라는 과학철학 이론의 토대가 됐다. 이 이론이 실제 구현되기 위해서는 수십년에 걸쳐 발전해온 로봇공학과 컴퓨터 비전, 그리고 강화학습 기술이 필요했다. 결정적으로는 최근 급속하게 발전한 거대언어모델이 이들을 하나의
11.12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의 시위대가 도쿄나 오사카 거리에서 “조선인은 떠나라” “조선인을 죽여라”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거나 밉다기보다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12년 전에 썼던 칼럼의 시작 부분이다. 재특회를 한국 극우단체, 도쿄나 오사카를 서울, 조선인 대신 ‘짱깨’로 바꿔 여기 그대로 다시 써도 될 것 같다. 딱한 생각이 들었던 것은 그들이 특별히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서였다. 시위대만 벗어나면 좋은 아빠이고 남편이고 친구로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성실한 일원으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권이 혐중시위 등을 처벌하는 법안을 추진하자 야권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4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형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다. 특정 국가 국민 인종에 대해 공연히 모욕하면 1년 이하의 징역형,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면 5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반의사불법죄와 친고죄 조항
11.10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이슈는 현재로서는 내년 지방선거 승패에 영향을 끼칠 변수가 될 수 있다. 경제이슈가 선거의 승패 요인으로 등장하는 건 정도의 차이지 천고의 진리다. 문재인정부 때 27번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 것이 정권을 보수진영에 넘겨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란 분석이 많다. 지금의 부동산이슈의 기세를 보면 내년 지방선거를 좌우할 수 있는 규정력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이슈가 경제이슈의 성격을 넘어 이렇듯 뜨겁게 오랜 시간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기능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튜브 사과의 기괴한 모습을 남기면서 퇴장한 전 국토교통부 차관은 “돈 모았다가 나중에 사라”면서 정작 자신은 3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예금으로 보유하면서 갭 투자의 솜씨로 자신이 수억의 차익을 남기고 판 집에 전세로 눌러 앉는 고도의 테크닉을 보였다. 15억원 주택이 서민이 갖는 아파트 수준이라는 염장지르는 말을 한 여당의 국토위 간사 역시 민심과
11.07
도시를 바꾸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올바른 비전과 열정을 지닌 단체장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런 단체장을 뽑고 제대로 일하도록 감시하고 응원하는 시민의 몫이 더 크다. 40여 년간 도시를 연구하며 세계 곳곳에서 도시를 혁신한 존경스러운 단체장들을 보아왔다. 그런 리더를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세번씩 시장을 역임하면서 브라질 꾸리찌바를 세계 최고의 생태도시로 만든 자이메 레르네르는 건축가 출신이었다. 그는 돈보다 창의력으로 도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믿었고, 해결의 열쇠로 ‘공동책임의 방정식’을 제시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가정에서 분리수거한 쓰레기를 가져오면 무게를 달아 과일로 바꿔주는 ‘녹색거래’는 시민 참여를 이끌어낸 상징적 사례였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지하철 대신 꾸리찌바는 1974년 ‘땅 위의 지하철’이라 불린 간선급행버스(BRT)를 세계 최초로 운행했다. 전용차로 위를 막힘없이 달리는 굴절버스와 사전에 요금을 결제하고 대기하는 튜브
11.06
경주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서해 해상에 중국이 무단으로 설치한 구조물이 관심을 받고 있다. 높이 71m에 달하는 거대 철골 구조물은 중국이 흑심을 품은 결과물인 것으로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제기됐고 앞으로 양국이 풀어나가기로 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서해 구조물은 그 사안을 들여다 보면 단번의 회담으로 끝날 수 없는 문제다. 한국과 중국이 경계선을 합의하지 않은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설치된 이 구조물을 연어 양식 시설이라고 중국은 주장하고 있지만, 그 진위를 알 길이 없다. 연어 양식의 이득 정도로는 국가간의 분쟁을 야기할 사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들 구조물이 장차 석유 시추 설비로 발전할 것이라는 일부의 추측이 더 설득력이 있다. 중국은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에너지 확보를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이란과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천연
11.05
외교 수퍼위크가 지나갔다. 전세계가 한국을 주시했고 온 국민이 숨죽이며 지켜봤다.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되었다는 소식에 아쉬움도 있었지만 한미 한일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공동성명이 채택되면서 선진국으로서 한국의 격상된 위상을 과시하는 부수효과도 거두었다. 한미 간에 우려했던 관세협상이 타결되었고 더불어 핵추진잠수함 도입에도 합의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정부 간 공식외교의 성과도 크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26만장 그래픽처리장치(GPU) 제공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쾌거였다. 우리나라는 이를 계기로 앞으로 ‘피지컬 AI’라고 하는 미래산업에 선도적 입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성공적인 행사를 준비한 우리 정부의 모든 관계자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차분히 지난 성과를 정리하고 후속조치를 준비해야 할 때다. 이번 협상에는 불변의 구조적 요소와 가변적 협상의 영역이 있었다. 초강대국이자 우리의 안
11.03
사법개혁 방안의 하나로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삼는 ‘재판소원’ 도입 법안이 최근에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대법원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의 반발은 과연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가? 재판소원을 논하기 전에 우선 ‘헌법소원’제도에 대해 살펴보자. 헌법소원제도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규정하듯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국민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헌법적 수단이다. 이 ‘공권력’에는 국회의 입법작용, 법원의 사법작용, 행정부의 행정작용이 모두 포함된다. 따라서 사법작용의 하나인 법원의 재판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오히려 연혁적으로 보면 헌법소원제도에서는 재판소원이 본질이다. 우리가 헌법소원제도를 설계할 때 모델로 삼은 독일에서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헌법소원제도 도입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히틀러 시절 법원의 많은 오판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많았다. 그러자 제2차대전 후에 이러
10.31
수개월을 끌어오던 한미 관세 및 안보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과도한 요구를 들고 나와 거센 압박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이재명 대통령과 우리 협상팀이 끈기 있게 잘 대응해 얻어낸 결과다. 우리 정부 자체평가는 그렇다 치더라도 외신들이 관세협상에서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냈고 주요 안보현안인 핵잠수함 건조와 원자력 협력에 한미협력의 물꼬를 텄다며 이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게 돋보인다. 최선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얻어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도 반등의 계기가 마련되고, 국정동력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이 같은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그동안에도 이 대통령이 외국 순방을 통해 얻었던 외교적 성과가 국내 정치에서의 실점으로 빛이 바래고 국정지지도 상승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던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대표체제가 주도하고
10.30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군의 날 연설에서 전작권의 ‘회복’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전작권 환수를 ‘당연한 일’이라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어 안규백 국방장관은 이달 중순 현 정부 임기 중에 전작권 환수가 이뤄져야 한다는 실행 의지를 강조했다. 또 다음달 초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인 안보협의회의(SCM)에서는 전작권 환수를 핵심 의제의 하나로 다룰 예정이다. 문제는 전작권 환수의 성공 여부다. 전작권 환수는 정권 차원의 결단이 선행돼야 하지만 그것이 전체는 아니다. 이 시점에서 노무현 참여정부의 경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참여 정부는 전작권 환수에 누구보다 강력한 의지를 가졌지만 실패로 끝났다. 그 원인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국내의 환수 반대다. 참여정부 시기의 반대세력은 집요했다. 미 행정부 비밀문건을 유출해 공개한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당시 야당 한나라당 고위 인사들은 알렉산더 버시바우
10.29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민주적 통제와 주민 친화적 정책을 지향하는 자치경찰제의 핵심 기구다. 시도지사 소속으로 전국 18곳에서 운영 중인 위원회는 자치경찰사무에 대해서 시도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하는 막중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위원 인선 방식이나 실제 운영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중 3곳의 위원회에서는 7명의 위원 중 4명이 경찰 출신으로 구성되어 ‘주민 주도형 민주적 경찰 통제’라는 제도적 취지와 멀다. 이들은 그동안 경험과 전문성을 지역 치안 정책에 적극 반영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제2기 위원회 임기의 절반이 지나는 지금, 주민 참여와 민주적 통제, 주민 대표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위원회에서 2명의 상임위원인 위원장과 사무국장 모두 경찰 출신인 경우는 전국 18개 위원회 가운데 8곳(44%)에 이른다. 이처럼 경찰 경력자가 과도한 인사구조는 자치경찰제 내실화의 여정에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위원회가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으로 신분이 나뉜 만큼
10.27
오래전 TV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새끼 곰 두 마리가 나들이를 나섰다가 몸집이 큰 낯선 곰을 만났다. 새끼 곰은 전속력을 다해 높은 나무 위로 달아났다. 곰은 다른 새끼 곰을 만나면 생존을 위협하는 잠재적 경쟁자로 간주하고 죽여버리기 때문이다. 정반대의 장면이 아프리카 초원지대에서 펼쳐졌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초식동물이 풀을 뜯던 중 무리 중 한 마리가 새끼를 출산했다. 이를 노리고 포식동물이 다가오자 동종의 초식동물들이 일제히 방벽을 형성해 새끼를 보호했다. 초식동물은 개체수가 많아질수록 방어력이 강해진다는 본능적 판단에 따른 행동이었다. 근대 이후 서구 열강의 과학자들은 약육강식의 위계질서가 자연계를 지배한다고 여겨왔다. 자신들을 정점으로 형성된 인간 사회 질서를 자연계에 그대로 대입시킨 결과였다. 약육강식이 자연계를 지배한다면 개체수가 위계질서의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많아지고 하층부로 내려갈수록 적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자연계를 지
10.24
대학은 용광로다. 젊은이들은 뜨겁다. 대학처럼 20대 청춘을 모아 놓은 집단은 군대를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대학은 그래서 싱그럽고 가슴 설레는 곳이다. 캠퍼스 곳곳에 외국인 유학생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강의 시간에 만나는 외국인 학생들은 정겹다. 수줍은 표정으로 선뜻 대화에 끼기를 힘들어한다. 한국어는 어눌하고 표현은 서툴다. 일부 학생은 글씨를 또박또박 잘 쓴다. 한글체가 대체로 예쁘다. 정작 상당수 우리 학생은 난필이다. 수기(手記) 답안지를 채점할 때는 진땀을 흘린다. 수업 시간에 외국인 학생의 손 글씨를 우리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일종의 경각심 또는 자각의 계기로 삼자는 의미에서였다. 우리 학생들은 놀란다. 인정하는 거다. 외국인 학생은 “한국에 오기 전에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말은 서툴러도 글씨를 잘 써 공부를 따라가고 싶었어요”라고 했다. 노력과 정성이 돋보인다. 교육부가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내건 ‘스터디 코리아 300K
10.23
최근 대법원장의 국회 증언을 두고 표출된 선출권력과 사법부의 상호관계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대통령을 당선시키고 의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선출권력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한편, 대선에서 패하고 의회 소수당인 국민의힘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앞세운다. 논의는 더 나아가 입법부와 행정부가 주도하는 사법부 개혁으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민주주의 정의는 단순한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는 함축적인 표어다. 이 정신을 반영하듯 우리 헌법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못을 박았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나 국회가 관료적으로 임명된 사법부보다 더 강한 정통성과 권력을 누리는 일은 당연해 보인다. 특히 대법원의 경우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 절차를 진행한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선출권력인 행정부 수장이나 입법부의 우월적 위상이 돋보일 수 있다.
10.22
‘가슴마다 성스러운 이념을 품고/ 이 세상의 사는 진리 찾는 이 길을/씩씩하게 나아가는 젊은 오뉘들/ 이 겨레와 이 나라의 크나큰 보람/ 뛰어나는 인재들이 다 모여들어/ 더욱더욱 융성하는 서울대학교’ 서울대 교가다. 최근 의사 선호현상에 따라 최고 우수학생이 전국의 의대에 진학한다. 하지만 해방 이후 최근 10년 전까지만 해도 전국의 최고 우수학생은 서울대에 진학했다. 전국의 학생들은 초등학교부터 서울대에 입학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지금도 서울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이 많이 모이는 우리나라 제1의 대학이다. 지방 국립대는 저출산 현상 등에 따라 존립을 위협받고 있고 서울 집중현상으로 지방이 소멸하는 한 이유로 ‘전국 제1의 대학 서울대‘가 꼽히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서울대 10개 만들기'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결국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등 한국의 거점도시에 존재하는 역사가 오랜 9개 지방 국립대학을 서
10.20
‘조희대 흔들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어김이 없었다. 열일 제쳐두고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개입 의혹을 밝혀내고 조 대법원장을 몰아내는 일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민심은 민주당의 주장에 수긍하고 조 대법원장이 사퇴하거나 탄핵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까.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여론 악화보다 민주당이 더 흔들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10월 14~16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2.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더불어민주당 39%, 국민의힘 25%,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각각 3%, 진보당 1%, 이외 정당/단체 1%, 지지하는 정당 없는 무당층 28%다. 지난 대통령 선거 직후 46%까지 상승했던 민주당 지지율은 30%대로 곤두박질쳤다.
10.17
최근 사법부를 둘러싼 정치적 소란 와중에 한 법조인의 일생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지난해 10월 16일 세상을 떠난 ‘제1세대 인권변호사’ 이세중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의 1주기를 맞아 그에 대한 기록을 정리하는 일을 하면서다. 온화한 성품과 중도적인 성향으로 여겼던 그의 삶에 우리 사법사의 굴곡과 거기에 치열하게 맞선 역정이 비중 있게 담겨 있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32년 전에 있었던 이른바 ‘제3차 사법파동’ 때의 얘기다. 사법파동이라고 하면 사법부 내부 또는 사법부와 행정부가 크게 충돌한 사건을 말한다. 우리 사법사에는 1971년, 1988년, 1993년, 2003년 등 총 네차례 그런 일이 있었다.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권 침해 사건과 2018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를 각각 5,6차 사법파동으로 부르기도 한다. ‘정치’가 원인을 제공해 벌어진 일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여권의 사퇴 압박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뜨거운 화두인 ‘사법
10.16
조희대 대법원장의 국감 출석을 두고 정치권 안팎이 시끄럽다. 한쪽에서는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대표성을 내세워 국회가 대법원장의 재판 및 대선개입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고 한다. 다른 한쪽은 대법원장 국감 소환은 사법부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고 그 과정이 선출된 다수당 권력의 횡포라고 한다. 일단 대법원장이 국감에 불려나오고, 그걸 둘러싸고 정치사회 세력이 정쟁을 벌이는 상황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한숨을 내뱉게 한다. 그래서 친여든 친야든 공론장에 한마디라도 보탤 수 있는 이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우려섞인 시선과 언술을 내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장이 국감장에 불려나와 정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 그 자체가 한국 정치와 사법부의 후진성이나 딱한 처지를 보여주고, 더 나아가서는 민주공화제의 원리가 훼손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장도 사안에 따라서는 국회에 나와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다. 그런 시시비비의 과정을 견디고 이
10.15
법학에 입문한 후 한동안 이런 의문이 있었다. 진실은 하나이고 명백할 텐데 왜 법적 다툼이 있고, 정해진 진실을 두고 변호사는 왜 돈을 벌까. 진실을 밝히기도 어렵지만 밝혀진 진실이 형법이 금지하는 범죄에 해당하는지 판단도 간단하지 않다. 이는 사람의 행위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인데, 행위의 상황과 의도에 따라 그 행위가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고, 또 이를 처벌하는 형법규정에서 표현된 문언의 의미는 해석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형사절차는 진실을 밝히고 범죄혐의의 유·무를 판단하며 처벌 가능 여부 및 그 정도(양형)를 결정하는 절차다. 형사절차는 흔히 신고 수사 기소 재판 교정(집행)의 순서로 진행된다. 그런데 각 단계의 권한을 누가 어떻게 어느 정도로 행사하고 또 다음 단계에 영향을 미치도록 할지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한국의 검찰청 검사는 형사절차의 중심에서 다양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형사절차를 좌우해왔다. 검사의 형사절차상 권한이 상대를 압박하고 함부
10.13
민주화 이후 보수·진보진영 교체가 10년 단위로 이루어졌으나 문재인정부 때의 윤석열 정권으로의 교체와 윤 정부 때의 이재명정부로의 교체로 10년 주기설은 깨졌다. 박근혜 탄핵으로 문재인 진보정권이 들어섰지만 적폐청산의 장기화는 정치보복의 프레임으로 굳어졌다. 국민의힘은 지난 정권 때 불발에 그친 사건에 대한 정당한 수사마저 정치보복 프레임을 동원해 여당과 정권을 공격했다. 국민의힘은 내란·김건희·채해병의 3대 특검법 개정과 검찰개혁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계엄과 탄핵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려고 한다. 김건희 특검으로 밝혀지고 있는 16개 혐의들은 정권이 바뀌지 않았으면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통일교 유착,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 게이트, 알선 수재와 뇌물 등 혐의는 지난 정권에서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묻힌 사건들이다. 제1야당은 극우집단과 완전하게 절연하지 못하면서도 여러 이슈들을 부각시키며 태세 전환에 나선 모양새다. 최근 내란과 탄핵 등으로 유지해 왔던 여권의 야당
10.10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이 0.7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명 미만이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의 악순환은 국가의 지속가능성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해법은 하나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실천하는 것이다. 먼저 답을 찾은 곳은 일본의 지방 소도시들이다. 시마네현 오난정(邑南町)은 인구 1만 명의 농촌 소도시이지만 2011년 ‘일본 제일 육아도시’를 선언했다. 행정 전반의 초점을 아이 키우기 지원에 맞췄고, 2018년에는 임신부터 출산과 보육까지 통합 지원하는 핀란드식 모델 ‘네우보라(Neuvola)’를 본떠 ‘육아세대 종합지원센터’를 만들어 임신·출산·육아를 원스톱으로 지원했다. 부모들은 육아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언제든 편리하게 이용하며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게 되었다. 2023년 여름에 현장을 방문했다. 10년간 오난정에서는 매년 평균 70명의 아이가 태어났고, 98병상 규모의 작은 의료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