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1
2026
논란 속에 입법 준비 중인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에 담길 검찰개혁의 지향점은 검사가 형사정의 실현을 명분으로 국민들을 함부로 할 수 없도록 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검찰청을 폐지하여 검사의 수사권과 공소권을 조직적으로 철저히 분리하는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검찰개혁의 본질 내지 취지에 부합하는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검찰개혁 이후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우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기능과 권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판·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의 고위공직부정부패범죄에 대해서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다. 공수처는 수사권은 내려놓고 원칙적으로 공소청의 불기소결정에 대한 통제기구로 변신하고 예외적으로 고위공직부정부패범죄와 특검의 수사대상 범죄에 대한 기소권만 행사하는 기관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공수처의 기소 대상 범죄에 대한 불기소결정에 대해서는 공소청이 통제기능을 수행하도록 할
02.09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국민에 의해 선출됐으므로 전체 국민을 아우르고 통합을 모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론적인 얘기는 기실 공허하다. 대통령은 특정 정당의 추천을 받아 그 정당을 지지하거나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선택한 유권자들에 의해 권력의 정점에 오른다. 정권을 창출한 정당과 대통령은 고위 공직자나 공공기관의 인사권을 행사하고 정책을 수립하며 집행함으로써 집권세력이 된다. 이를 떠받드는 구조가 이른바 당·정·청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국민의 일반의지를 표상하는 존재로서 정치적 발언을 삼가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 같은 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면 안된다’는 원칙과도 닿아 있기도 하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법적 의무에 기인하는 명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명제는 허구다. 대통령은 공무원이지만 선출직 공직자로서 정당의 공천을 받아서 당선된 정치인이다. 일반 공무원이나 전문 관료들이 임명직 인사라는 사실과 근본적 차이
02.06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행정체계는 동서고금 지속되어 온 문제다. 행정의 틀이 짜였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인구 이동은 일상화되었고 출퇴근·의료·소비의 생활권은 행정 경계를 훌쩍 넘어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광역–기초’의 2중 구조를 가진 일본은 ‘도도부현–시정촌’ 체계 속에서 시행착오를 겪어 왔고, 프랑스는 ‘레지옹–데파르트망–코뮌’이라는 3중 구조를 유지한 채 조정과 협력의 해법을 발전시켜 왔다. 구조는 다르지만, 세계 각국은 ‘복잡한 행정체계’라는 공통의 문제를 풀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더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왔다. 그런데 우리는 이 문제를 늘 ‘통합’으로만 풀어왔다. 과거에는 ‘기초 통합’, 최근에는 대전·충청, 광주·전남 같은 ‘광역 통합’이다. 수도권 대응과 협상력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되돌릴 수 없는 위험 또한 크다. 복잡한 행정체계를 푸는 해법으로 여러 나라가 오래전부터 실험해 온 대안이 있는데, 바로 ‘연합’이다. 행정구역을 합치지 않고 기능·정책·재정·권
02.05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 비례대표 의석 3% 봉쇄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한 것을 두고 평가가 갈린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측은 다양한 정치적 의사가 국회에 반영될 수 있음을 내세운다. 즉, 현재의 양대정당이 대표하지 못하는-혹은 대표하지 않는-정치적 의사가 국회 의석을 차지한 군소정당들에 의해 대표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가령 정의당과 노동당과 사회민주당이 노동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을, 녹색당이 생태환경주의자들을 대표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과연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인지 물음을 던져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봉쇄조항이 폐지되었다고 자동적으로 양대 정당으로 가던 표가 정의당같은 군소정당에게 가겠냐는 것이다. 즉, 유권자들의 사표심리가 사라지겠냐는 것이다. 또 국회의석보유-그것도 몇 석 안되는 소수 의석- 자체가 약자들의 대표성 강화를 보장할 수 있냐는 것이다. 다양한 정치적 의사, 국회 반영에는 회의적 원내정
02.04
지질시대 구분에 따르면 현재는 신생대 4기 홀로세(충적세)에 해당한다. 약 1만1700년 전 마지막 빙기가 끝나며 시작된 간빙기로, 비교적 따뜻하고 안정된 기후 속에서 인류 문명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그러나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특히 1950년대 이후 화석연료 사용의 급증, 핵실험, 대규모 환경 파괴로 인해 인류 활동이 지구 시스템 자체를 바꿔놓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새로운 구분이 학계를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다. 이와 맞물려 최근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 ‘벼랑세(The Precipice)’다. 이는 지질학적 구분이라기보다는, 인류가 스스로를 멸망시킬 수 있는 위험 앞에 서 있는 시대적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핵무기, 기후변화, 통제되지 않은 인공지능 등 자멸적 위험에 노출된 인류가 마치 벼랑 끝을 걷고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의 토비 오드는 저서 '사피엔
02.02
헌법연구자의 관점에서 이 달 19일에 있을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 1심 판결의 결과를 미리 예측해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윤 전 대통령은 내란우두머리 혐의 유죄판결을 받고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한다.첫째, 지귀연 재판장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는 이제 공수처에 대통령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음을 이유로, 사실상의 무죄판결에 준하는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기는 힘들게 됐다. 재판 시작단계에서 지귀연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면서 그 근거 중 하나로 공수처가 대통령 내란죄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는지가 불확실함을 들었다. 그러나 지난 1월 16일에 같은 서울중앙지법 백대현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등 혐의 재판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하면서 공수처의 대통령 내란죄 수사권을 분명하게 인정했다. 공수처가 윤석열 피고인의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범행 수사를 하면서 특검법에 규정된 ‘관련범죄’로서 피고인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01.30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2026 국가방위전략(NDS)’을 발표했다. 국방의 최우선 순위를 미국 본토 방어와 서반구로 설정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국 억제를 강조하고, 유럽 비중은 축소됐다. 한반도에 대해서는 “한국이 북한 억제의 일차적 책임을 지고, 미국은 결정적이지만 제한적인 지원만 제공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성격을 ‘의존적 동맹’에서 ‘한국 주도-미국 지원’ 체제로 재편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도 역할을 축소하는 중이다. 현재 나토 비용의 3분의 2를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 ‘미국 돈’으로 ‘유럽 안보’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소련의 유럽 침공이 우려되던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유럽 경제가 회복된 1960년대 이후에는 유럽 비중이 더 커졌어야 한다. 미국이 나토에서 역할을 축소한다고 유럽 안보가 위태롭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러시아는 군사대국이지만 경제대
01.29
이제는 잊힌 일이지만 몇달 전 이재명정부가 출범할 때만 해도 한국은 국내적으로 내란사태를 극복해야 하는 숙제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사면초가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안보의 핵심인 동맹국 미국이 한국을 고율의 관세로 압박했다. 이제는 동맹이 아니라 경쟁국으로 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과는 사드 배치로 악화된 관계가 코로나19로 고착화되고 윤석열정부의 자해적 외교로 파국을 맞이했다. 일본과는 뿌리 깊은 과거사 문제가 실용외교를 표방하는 이재명정부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존재였다. 적대적 2국가론을 주장하는 북한은 아예 한국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전형인 셈이다. 다행히 이재명 대통령의 빠른 판단력과 순발력, 그리고 국가안보실과 외교라인의 냉철한 대응에 힘입어 이러한 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역설적으로 이재명정부의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는 가장 큰 힘이 바로 외교다. 이러한 성공의 바탕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한국인의 저력이
01.28
법원의 1심 판단이 시작되면서 ‘12.3 비상계엄’은 이제 ‘12.3 내란’으로 확실하게 정리되어 가고 있다. 이 내란에 군 다수가 참여했고 그 가운데 일부는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 군인에 해당된 일이었지만 내란 가담은 군 조직에 깊은 상처를 주었다. 1년여 전, 군의 국회 진공작전은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한 생중계로 온 국민이 지켜보는 데에도 진행됐다.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시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하며,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심의를 방해하는 군 작전은 분명히 불법이었다. 여기에 동원된 군은 명령에 따른 행동이라지만 불법 행위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 이것만으로도 군은 명예에 큰 상처를 입었다. 앞으로 이들 참가 군인들에 대한 호칭도 달라져야 한다. 서울중앙지법은 12.3 내란에 대해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 ‘위력이 있는 폭동’이라고 판결
01.26
여기저기서 나라의 미래를 둘러싸고 비관적 전망이 횡행한다. 특히 미래의 시선으로 현재를 보는데 익숙한 MZ세대의 미래전망이 자못 심각하다. 최근에 발표된 한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응답자의 75% 정도가 10년 후 국내 산업이 침체되고 실업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54% 정도는 10년 후 한국이 아시아의 주변국으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했다. MZ세대의 비관적 전망이 기성세대에게 위기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경고 메시지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다! 지금 한국은 이대로 가다가는 죽을 수도 있는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5년 뒤에는 10개 주력산업 모두가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한국경제인협회의 전망 보고는 이를 뒷받침해준다. 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확실한 단어는 ‘불확실성’뿐이라며 기업의 70% 정도가 올해 경영 기조로서 현상유지 혹은 감량경영을 선택하기로 했다.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MZ세대가 보는 미래 한국은 절망적 희망의 노래는 절망의 끝자락에서 울려 퍼지기
01.23
마거리트 히긴스(1922~1969)는 미국의 여성 종군기자였다. 한국전쟁 발발 이틀 만에 한반도로 들어와 6개월간 전쟁터를 누비며 전황을 보도했다. 한국 해병대를 상징하는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전설은 히긴스가 “그들은 귀신도 잡을 수 있겠다(They might capture even the devil)”라고 쓴 기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앙투아네트 메이의 ‘전쟁의 목격자(Witness to War)’ 중에서). 그는 1951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말은 캠퍼스에선 ‘대학 잡는 등록금 규제’라는 말로 조소(嘲笑) 되곤 한다. 정부가 등록금을 꽁꽁 묶어 대학이 질식할 것 같다는 고충을 희화화한 얘기다. 물론 과도한 비유일 수 있다. 어떤 정부가 대학 잡겠다고 일부러 ‘돈 씨’를 말리겠나. 그럼에도 등록금은 다분히 정치공학적인 게 사실이다. 역대 정부와 여야는 학생 표에만 침을 흘렸다. 등록금 동결은 대학이 자초한 면이 있다. 등록금을 연간 10% 이상 올
01.22
지난해 12월 4일 트럼프행정부가 새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을 내놓은 이후 새해 1월 16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를 외교현장에서 어떻게 실행할지를 담은 ‘전략이행계획(Agency Strategic Plan, ASP)’을 발표했다. 총 100쪽 분량이다. 원래 전략은 그리스어 ‘스트라테고스(Strategos)’에서 유래한 ‘군대(Stratos)’와 ‘이끌다(Agein)’ 합성어로 장군의 기술을 의미하며 전쟁 승리의 방법론이다. 현대에서는 ‘이길 수 있는 판을 짜는 지혜’로 해석한다. 트럼프정부의 거버넌스 프로세스를 보면 먼저 1년 동안 집권하면서 현실과 경험을 기반으로 4년 기간의 ‘NSS’를 수립한다. 이를 기반으로 각 부처가 ‘ASP’를 세우고, 해마다 ‘성과실행계획(APP)’을 수립 평가하고 이를 예산에 반영한다. 합리적 성과주의다. 초기 집권 1년은 주로 ‘행정명령’에 기반해 통치한다. 기업가 출신답게 트럼프는 전
01.21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에 대한 집착은 광기의 발로인가? 새해 벽두 미국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와 이란 국민들의 저항권 행사에 이어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는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이 타국의 영토를 ‘부동산 거래’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무력행사 가능성을 시사하며 타국 국민들의 자결권을 무시하는 것도, 동맹국에 대해서까지 미국의 뜻을 거스른다는 이유로 고율관세 부과로 위협하는 것도 제2차세계대전 이후 정립된 국제법 체제에 부합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행동임은 분명하다. 이제 규칙 기반 질서를 떠받쳐온 미국의 전략적 인내는 막을 내렸다. 국제질서는 힘과 거래에 기반한 브레튼우즈 체제 이전의 질서로 급속하게 회귀하고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미국의 패권주의를 저지할 방법은 없다. 그 어떤 국가들도 미국의 패권주의에 실효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개별적 또는 집단적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돈로주의(Donroe Doctrine)’로 불리는 미국의 신팽창
01.19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태가 악화일로다. 중앙당 윤리심판원에서 김 의원에 대한 제명처분이 의결되었지만 김 의원은 즉각 재심을 청구했다. 당 내에서 김 의원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스스로 결정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긴박한 상황이라고 인식한다면 정청래 대표가 비상징계권을 발동할 수 있지만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을 둘러싼 경찰수사가 진행된 마당에 이렇게 되면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심지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김 의원의 ‘황금폰’에 매우 민감한 내용들이 담겨 있어 청와대나 민주당 의원들이 김 전 원내대표를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음로론’까지 횡행할 정도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는 소리다. 이런 이유로 경찰들의 ‘금고’찾기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 의원의 금고를 찾았지만 별다른 내용이 없었고 추적 중에 있는 차남의 금고에 귀중품과 중요문서가 있다는 진술
01.16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추락에는 ‘날개’가 없는가 보다. 집권당 원내대표직 사퇴, 당 윤리심판원의 제명 처분, 의원직 사퇴 압박까지. 게다가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무려 13건에 이르는 방대한 혐의로 경찰 수사마저 받고 있다. 그제 그의 자택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이 단행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추락이 시작된 지점이다. 놀랍게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9월 차남의 숭실대 편입 관련 의혹이 뉴스타파에 보도되면서 표면화한 각종 의혹의 시작과 증폭 과정에서 국회 보좌진이 스모킹건 역할을 했다. 뉴스타파의 최초보도는 김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전직 보좌진의 제보가 바탕이 됐다. 의혹이 증폭된 것 또한 전현직 보좌진들이 김 의원의 비위 실태를 언론과 수사기관에 본격적으로 알린 결과였다. 국민을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보좌진의 내부 제보나 고발 증언 폭로 등이 아니었으면 드러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각종 의혹이 김 의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01.15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1월 12일 두 법안이 입법예고 됐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심히 우려스럽다. 기존 검찰청의 권한과 인력 및 기능과 구조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단순히 조직을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분리하는 차원에 그쳤다. 추후 검찰에 우호적인 상황을 맞이하면 통합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공소청 수장 명칭을 없어져야 할 명칭인 검찰총장으로 정한 것에서 그런 의도가 짙어졌다. 두 법안을 내놓은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꾸려질 때 핵심인력 절반이 현직 검사와 수사관으로 구성되고, 이를 도울 자문위원회에 친검찰 성향의 인사들이 많은 것을 보고 반개혁적 법안이 나오겠다는 예상을 했는데 현실이 되었다. 개혁의 대상에게 개혁의 작업을 맡긴 결과다. 공소청법안에서 공소청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명확하게 차단하지 않고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검토할 여지를 둔 것은 꼼수다. 이렇게 남겨진 논란거리는 올해 10월 2일 시행되어야 할 두 법안의 시행을 늦추는 요인으로
01.14
다카이치 수상은 2025년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했을 때 일본이 처한 에너지 환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속내를 드러낸 적이 있다. “화석연료에 의존해 국부를 유출한다든지, 자원이 풍부한 국가에 머리를 숙이는 외교를 이제 끝장내고 싶다.” 이어서 15% 가량의 에너지 자급률을 100%로 만들겠다며 해외로 나간 기업의 국내복귀 촉진, 국내 제조업의 보호 등을 위해 전기를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당시 다카이치 후보는 목표 달성을 위해 크게 세 가지 정책을 제시했다. 첫째, 동일본대지진으로 가동이 중단된 기존 원자력을 최대한 활용한다. 둘째, 소형모듈 원자로(SMR)나 핵융합 등과 같은 차세대 원자로를 건설한다. 셋째,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 매장 가능성이 있는 희토류 등 국내 자원을 개발한다. 말하자면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정세에 좌우되지 않는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에너지 정책에 관한 기본방향은 국가안전보장전략(National Sec
01.12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둘러싼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정부의 조직개편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핵심 부처 장관에 국민의힘 소속 3선 의원 출신이자 현역 지구당 당협위원장을 발탁한 것이 워낙 파격적이었다. 여기에 이 후보자의 국회의원시절 보좌진 갑질 논란과 부동산 투기, 175억원대 재산형성 의혹이 더해지면서 파장이 더욱 증폭되는 형국이다. 제기된 의혹 대부분이 만만치 않은 폭발력을 갖는 사안들이어서 이 후보자가 과연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과 국민정서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장담하기 쉽지 않다. 지명 발표 직후 서면 최고위원회의를 열어가며 당적을 제명 처리한 국힘의 혹독한 공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입장에 별다른 변화가 없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당내 일각의 강한 거부감에도 큰 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결정을 지원한다는 분위기다. 당사자인 이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들에 대해 해명하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재정전문가 간담회까
01.09
우리는 일상에서 인공지능 비서에게 말을 거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엄밀히 말해 지금까지의 인공지능(AI)은 우리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들은’ 것이 아니었다. 기존의 시스템은 사용자의 음성을 받아 적는 음성인식(ASR) 단계를 거쳐 이를 텍스트로 변환한 뒤 그 글자들을 읽어 의미를 파악하는 이른바 ‘번역된 데이터’의 규칙을 따랐다. 이러한 방식은 전달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정보의 누출을 가져온다. 음성이 텍스트로 박제되는 순간 목소리에 담긴 미묘한 떨림, 고조된 감정, 혹은 문맥을 뒤집는 반어법의 뉘앙스는 소거되고 건조한 기호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입체적인 조각상을 평면적인 그림자로만 감상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최근 구글이 발표한 ‘제미나이(Gemini) 2.5 플래시’와 같은 네이티브 오디오 모델은 이러한 중간 통역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 소리를 직접 처리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그 기술적 도약의 중심에는 서로 다른 감각을 하나의 수학적 언어로 묶어주는
01.08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관계는 사실상 갑을 관계로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당에서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후보로 추천되기 위해서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정치에서 ‘공천헌금’이라 불리는 기이한 형태의 관행은 아직도 근절되었다고 할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지방의원 출마 지망생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형국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출마 후보자)들간 형성된 이러한 관계는 특정 진영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현실정치에서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업무 영역이 제도적 차원에서는 분리되어 있지만 정치현장에서는 상호보완적 관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차원을 넘어 지방의원 지망자들의 공천 여부를 결정할 때, 공천관리위원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지역구의 현역의원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결국 ‘공천헌금’의 유혹에 노출되기 쉬운 게 현실이다. 지역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