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6
2026
한일 양국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와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지방소멸이라는 상황에 처해 있고 기업이나 공장 등의 유치를 통해 이를 극복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전국을 행정구역 통합을 중심으로 ‘5극3특’의 권역으로 나누어 균형발전을 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기존 지자체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외연을 넓힌 경제단체가 지역 활성화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도쿄에서 ‘한일이 함께 나아가는 넥스트 스탭’이라는 의제로 이틀에 걸쳐 제58회 한일경제인회의가 개최됐다. 회의에서는 “미래를 개척하는 경제연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미래, 공감과 지속가능한 사회”라는 테마에 맞춰 기업인 학자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양국간에는 서울과 도쿄를 번갈아가며 개최하는 한일경제인회의 외에 한・큐슈경제협력회의와 한・호쿠리쿠경제교류회의 등과 같이 양국의 지방 도시에서도 해마다 개최되고 있다. ‘5극3특’의 균형성장이 성공하려면 일
06.25
투표 용지가 부족해 투표를 할 수 없는 황당한 사건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다. 세계적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코스피가 1년 만에 3배 이상 폭등한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다. 디지털의 최첨단을 달리는 사회에서 아날로그의 기본도 실현하지 못한 이런 사건은 초현실적 괴리라 부를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고 첨단만을 향해 달려가다 보니 발생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세간에는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사건을 두고 부실과 부정이라는 담론이 부딪치고 있다. 법적이고 도덕적인 책임이라면 부실과 부정은 구분할 수 있고 상호배타적인 분석일 수 있지만 결과를 책임지는 정치의 시각에서 부실과 부정은 한 몸통이다. 부실이 심각하고 반복적이며 광범위해질수록 특정 세력의 의도나 책임과 관계없이 국민의 의식에서 민주주의는 부패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부실의 정도가 제한적이고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도 적기 때문에 그냥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선에서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린다. 매우 현실적
06.24
“모두 제정신이 아니야. 다들 미쳐가고만 있어/어느 누굴 믿어 어찌 믿어/더는 못 믿어/누가 누굴 욕하는 거야/(중략)/바꿔, 바꿔, 바꿔 내 모든 걸 다 바꿔, 바꿔, 바꿔” 가수 이정현의 노래 ‘바꿔’의 노랫말이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에 이렇게 잘 들어맞을 수가 있을까. 선거관리위원회는 소쿠리 투표의 홍역을 치르고 선거관리위원장이 결국 사퇴한 아픈 흑역사를 지녔다. 그로부터 4년 만에 선관위는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지 부족 사태를 저질러 다시 위원장이 사퇴하고 조직의 DNA자체를 바꿔야 할 참담한 처지에 놓였다. 위기 경고음이 여러 차례 울렸음에도 이를 꺼버리고 무사안일에 빠진 탓이다. 선관위의 비정상 행태는 점차 기가 죽어가던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을 기세등등하게 만들었다. 서울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앞에는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이에 동조하는 세력들의 시위 점거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의심할 여지가 없이 관리 부실 선거였다. 부정선거라고 의심할만한 사건은 단
06.22
선거관리위원회의 6.3 지방선거 관리 실패 이후 국민들의 참정권 회복을 위한 저항이 거세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일시적 분노로만 보는 것은 단견이다. 공직선거관리에 대한 국민 신뢰의 균열은 오래전부터 누적되어 왔기 때문이다. 2020년 총선 재검표 과정에서 발견된 비례선거 투표지 문양이 겹쳐 인쇄된 지역구 투표지(이른바 ‘배춧잎 투표지’), 붉은 화살표 문양이 있는 투표지 등 비정상 투표지들이 왜 투표과정은 물론 개표과정에서조차 걸러지지 않았는지 설명되지 않았다. 국민들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이상 법원이 선거무효소송을 기각했다고 해서 국민들의 공직선거관리에 대한 신뢰가 자동적으로 회복될 리 없었다. 그간 선관위가 대규모 선거관리에 약간의 인간적 실수는 불가피하다며 선거관리 무결성과 투명성 확보, 그리고 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의 가치를 가벼이 여긴 채 행정편의주의적 규칙과 실무 관행을 고집한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이다. 선관위는 국민들에게 믿
06.19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해요?” 회의 시작과 동시에 리더가 이렇게 말한다. 순간, 회의장은 얼어붙는다. “그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조직체계는 ‘톱 다운(top down)’이 노멀이 된다.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문화가 일상화한다. 생동감이 사라진다. 미국의 대형 차고문 업체 ‘에이원 거라지 도어(A1 Garage Door)’의 최고경영자 ‘토미 멜로’는 그래서 “리더는 맨 마지막에 말해야 한다(Leaders speak last)”고 강조한다. 리더가 방향을 정해 놓고 먼저 말하면 그 누구도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 정부든 자치제든 군대든 기업체든 학교든 동창회든 다를 바 없다. 권력이나 금력이 센 장(長)이 먼저 방향을 말하면, 구성원이 의견을 내기 힘들다. 배가 산으로 간들 “노(no)”를 외치는 용자(勇者)가 있겠나. 그게 권력의 독이다. 또 다른 리더의 참모습이 있다. 영화 ‘위 워 솔저스(We Were Soldiers, 200
06.18
역대 진보정부는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투기세력’으로 규정하고 다주택자는 가급적 없애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에는 명암(明暗)이 있기 마련이듯, 다주택자 역시 임대시장과 분양시장 양쪽에서 생산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첫째, 다주택자는 전월세 공급자다. 둘째, 다주택자는 신규 주택 공급의 수요자 역할을 한다. 하나씩 살펴보자. 전월세 공급자, 신규주택 수요자 역할 먼저, 다주택자는 전월세 공급자 역할을 한다. 간단한 사고실험을 해보자. 서울에서 다주택자가 모두 사라진다고 가정하면 전월세 시장은 어떻게 될까? 전월세 매물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전월세 수요는 존재하는데 전월세 공급이 급격히 줄면 전월세 가격의 상승으로 귀결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압박의 시작은 문재인정부의 2020년 7.10 대책이다. 7.10 대책에서는 취득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양도소득세 모두에 대해 중과했다. 2주택은 최고세율 8%, 3주
06.17
자치경찰제가 시행된 지 5년이 되는 지금, 과연 그 취지를 다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하기 어렵다. 치안현장에서도 여전히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한다. 자치경찰 사무를 수행하는 경찰도 국가경찰 신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조직과 운영 역시 국가경찰 체계에 대부분 의존한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유일한 자치경찰조직인 셈이다. 왜 자치경찰제는 기대만큼 작동하지 못하는 것일까. 흔히 권한이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권한을 지방으로 얼마나 넘겼느냐에 있지 않다. 세계 각국의 경험은 자치경찰제의 성패는 권한이양 정도보다 민주적 통제와 전문적 자율성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과 영국은 주민선거를 통해 경찰 책임자를 선출하는 방식을 채택해 왔다. 가장 민주적인 모델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운영과정에서는 정치화라는 고질적 문제에 시달렸다. 선거를 의식한 단기 성과주의가 경찰 운영에
06.15
과거 가계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에 올인하며 급격한 집값상승과 가계부채 심화라는 사회적 부작용을 겪었던 대한민국이 바야흐로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자본시장 육성 의지와 정책 지원, 반도체를 필두로 한 제조업 기반 산업 경쟁력이 맞물리면서 주식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부동산이 아닌 자본시장에서 미래를 찾기 시작했고 가계자산의 중심축은 빠르게 주식과 펀드로 이동하는 추세다. 이러한 ‘머니무브(Money Move)’ 흐름은 국민들의 노후보장 수단인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직접 계좌를 운용하며 자산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국가가 퇴직소득에 대해 여타 소득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해 주는 근본적인 취지는 명확하다. 장기근속자의 노후자금을 두텁게 보호함으로써 은퇴 후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제도적으로도 안전자산 중심의 투자만 허용하는 등 원금 확보
06.12
6월 10일 오후 6시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동시에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39년 전 6.10민주항쟁이 타올랐던 바로 그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번 시국선언의 이유가 낯설다. 군부독재도 아니고 계엄령도 아니다. 투표용지가 모자라서다. “그게 시국선언까지 할 일인가.” 솔직히 처음엔 이런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들여다볼수록 사안이 심각해지고 그 의미가 무거워졌다. 전국 대학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성명과 대자보를 집계하는 사이트 ‘한 표의 기록(hanpyo.kr)’에는 11일 현재 200개가 넘는 대학에서 400건에 가까운 성토와 주장이 올라와 있다. 한결같이 참정권 침해 사태를 규탄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18개 대학 총학생회 시국선언과 맥을 같이하는 단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취업난과 각자도생의 그늘 속에서 총학생회 구성조차 무산될 정도로 학내 공동체와 사회적 목소리가 약화해 있었던 게 대학가의 쓸쓸한 현실이었다. 그런데 참정권 문제를 놓고
06.11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 역사상 유례없는 행정적 파국과 신뢰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이른바 ‘투표용지 부족사태’는 단순한 행정적 착오나 현장 실무자의 실수를 넘어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신성한 ‘참정권’을 정면으로 침해한 초유의 사태로 비화했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썸트렌드(SomeTrend)의 6월 3~9일 연관어 분석에 따르면 ‘투표용지 부족’과 ‘2030 유권자’라는 두 개의 거대한 축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균열과 갈등구조를 보여주는 핵심 키워드들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이를 “일부 지역의 일시적인 수요 예측 실패”로 치부하며 안일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사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근본적인 배경은 선관위의 누적된 행정적 무능과 사후 대처 과정에서 보여준 책임회피적 태도에 있다. 국가의 기틀이 무너진 것에 분노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집회 참석자들을 보면 교복을 입은 청소년부터
06.10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빚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난타당하고 있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과 대통령도 질타의 강도가 덜하지 않다. 시민단체와 대학가의 비판도 매섭고 참정권을 침해받았다면서 항의하는 시위는 서울 송파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모범적인 민주국가 대한민국의 모든 걸 한순간에 깡그리 망가뜨렸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미 검경합동수사본부를 꾸릴 것을 지시해 놓은 상태이고 이날 오후에는 4부 요인과 만나 선관위 개혁방안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제도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중앙선관위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사태 발생의 경위와 근본원인을 규명하기에 앞서 격렬한 분노와 비난이 봇물을 이루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안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데 부정선거 음모론의 불길을 지피려는 불장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선거관리위원회
06.08
한동훈과 오세훈이 ‘가까스로’ 승리를 거두었다. 무소속 한동훈은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은 서울 시장 선거에서 각각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그 덕분에 보수정치 재편의 키맨과 차기 대선주자의 위상을 차지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들이 그런 위상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으나 다른 무엇보다도 ‘개혁보수의 이미지’를 보유한 덕분이다. 허상이든 아니든 개혁보수 이미지는 ‘윤 어게인’을 외치는 국민의힘(장동혁 대표체제)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을 찍을 의사가 없거나 미약한 유권자들이 그들에게 표를 줄 유인과 명분이다. 12.3 불법계엄사태 이후 개혁보수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이전보다 한층 더 커졌기에 특히 그렇다. 과거에는 개혁보수가 보수 내부의 한 분파 정도로 이해할 여지가 있었다면 12.3사태 이후에는 그것이 한국 민주주의의 방어와도 직결되는 문제가 되었다. 그 핵심에는 보수 주류 및 사회 일부의 극우화 경향
06.05
올해 10월 2일 시행되는 법률인 공소청법 제11조 제1항은 공소청의 장을 검찰총장으로 부르도록 하고 있다.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라는 말은 현재진행 중인 검찰개혁 노력이 무위로 끝날 수도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검찰청은 법무부의 외청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청의 장을 검찰청장이 아니라 검찰총장으로 부르고 장관급 대우를 하고 있다. 검찰청 안에는 49명의 검사가 차관급 대우를 받고 있고, 검사는 임용과 함께 3급으로 대우한다. 검찰총장이라는 말에는 검찰청 소속 검사를 총괄하면서 조직을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게 하는 우두머리라는 뜻이 담겨있다.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말이 2004년에 검찰청법에서 사라졌지만 여전히 실질적으로 유효한 이유다. 검찰청은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직속 검사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 검찰총장은 일본의 검사총장에서 온 말이다. 일본은 검찰청의 장을 검사총장이라고 부른다. 검찰총장의 임명은 헌법이 제정될 때부터 국무회의 심의 대상이었다. 검찰총장의
06.04
6.3 지방선거는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선거 결과에 대한 어떠한 독해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궤멸적 참패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투표용지 사태라는 역대급 복병의 출현으로 정치는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계제로의 상황이 되고 있다. 이미 ‘부정선거‘, ’ ‘선거무효’ 등의 구호가 강성보수층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참패를 당한 국민의힘의 장동혁 대표는 투표용지 부족 상황을 거대 이슈로 설정하고 부정선거론으로 확장시키려 할 게 뻔하다. 물론 이 사태는 분명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공직선거법 제151조에 의하면 투표용지는 선거일 전일까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에 송부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 지역에서는 선거 당일 투표용지가 송부되었기에 선거법 위반이다. 또한 선거법 제155조에 의하면 ‘투표소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게 되어있고, 마감할 때에 투표소에서 대기하고 있는 유권자에게 투표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06.01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이 우리 사회에 혐오표현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5.18 관련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에 사이트 폐쇄 검토와 경찰의 허위사실 유포 단속이 이어지자 다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급부상했다. 과연 5.18민주화운동을 희화화하고 관련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행위들까지도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일까?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은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기본권이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부득이한 경우에는 법률에 의해 최소한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특히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헌법 제21조 제4항에서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정당화하는 특정한 법익들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 법익들 중 하나가 바로 표현대상이 된 사람의 '명예'다. 즉 표현의 자유도 개인
05.29
14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향후 수년간의 국제정세를 가름할 세계 초강대국들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이란전쟁 와중에 개최되는 것이어서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회담에서 논의된 주요 의제는 크게 네 가지였다. 첫째는 관세와 무역문제, 둘째는 첨단기술과 반도체 통제, 셋째는 희토류와 공급망, 넷째는 대만·남중국해를 포함한 안보문제였다. 특히 미국은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첨단장비 수출통제를 유지하면서도 공급망 충격을 완화하려 했고, 중국은 희토류와 배터리 소재를 협상카드로 활용하며 대응했다. 추가 관세와 일부 수출통제 문제에서는 ‘관리가능한 수준의 긴장’을 유지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전략적 휴전’에 가깝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굴기를 구조적으로 견제하려 하고 중국은 미국 중심질서에 대한 의존을 줄이며 다극체제를 확대하려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 이해관계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시진핑 주석이 경고한 '투키디데스 함
05.28
서울 삼각지에 위치한 과거 국방부 장관이 사용하던 건물의 입구에는 ‘자주국방’이라는 글자가 수십년째 붙어 있다. 이 글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를 받아서 동판으로 제작됐고, 국방부 민원실을 통해 출근하는 국방부 직원과 군인들 모두를 내려다보는 자리에 설치돼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자주’라는 단어에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에게는 ‘박정희가 설마…’라는 생각이 스쳐갈 수도 있을 것이다. 박정희 집권 기간 미국과 관계는 불협화음이 빈번했다. 불편한 한미관계에서 군 관련 사안이 자주 등장했다. 당시 북한과의 군사력 비교에서 남한은 열세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미군 병력의 철수라는 카드는 박정희정권에게 매우 큰 압박이었다. 박 정권은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지만 오히려 미국의 ‘역린’을 건드리는 악순환을 낳기도 했다. 박정희의 자주국방 강조는 대통령 역할을 제대로 하려는 사정에서 연유한다. 국방력 강화에 대한 국내여론의 호응도 있지만 대외 정책에서 국방력
05.27
한국 증시는 유례없는 초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이른바 ‘만스피(코스피 1만포인트)’ 고지를 향해 질주중이다. 한달 만에 소비자심리지수가 다시 낙관적으로 돌아선 원인 역시 반도체 호조와 증시폭등 덕분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주식시장이 선거판을 흔드는 핵심상수가 된 지금, 자본시장의 양대 축이면서도 정치적 이념 성향이 판이한 ‘2030 MZ세대’와 ‘4050 영포티(Middle)세대’의 자산생태계와 주가변동에 따른 표심 방정식을 정밀 분석할 필요가 있다. 각종 투자 관련 데이터를 망라해 분석해 보면 세대별 총자산 중 주식 펀드 등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단연 30대 이하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실물자산 진입 장벽에 가로막힌 MZ세대가 주식시장을 계층이동과 자산증식의 사실상 유일한 통로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반면 40대와 50대는 여전히 총자산의 절대다수를 부동산 등 실물자산 형태로 묶어두고 있다. 코스피 불장이 지방선거에 미칠
05.22
“앵커(anchor)가 되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쓴 자기소개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희망진로다. 저널리즘 전공 대학생은 뉴스 프로그램 진행자인 앵커를 매력적인 직업으로 꼽는다. 매 학기 받는 학생의 자기소개서에 앵커가 한번도 빠진 적이 없다. 영어로 앵커는 ‘배의 닻’이다. 라틴어 ‘앙코라(anchora)’와 그리스어 ‘앙퀴라(ankyra)’에서 따왔다. ‘붙잡아 두다’라거나 ‘중심을 잡다’라는 의미가 있다. 닻처럼 중심을 잡고 전체 보도 흐름을 이끄는 사람을 앵커라고 하는 까닭이다. 앵커가 갑자기 대학가에 등장한 건 의외다. 교육부는 재정지원 사업명을 영어로 짓는 습관이 있다. 프라임(Prime), 링크(Link), 에이스(ACE), 누리(NURI), 코어(CORE), 월드 클래스 유니버시티(WCU), 휴스(Huss), 휴먼코리아(CK), 브레인 코리아(BK), 스터디 코리아 300K, 글로컬(Glocal), 라이즈(RISE) 등 헤아릴 수 없다. 교육부가 입에 붙지 않는 ‘
05.21
다시 급락하긴 했지만 코스피 역사상 처음으로 8000포인트를 달성했다. 무엇이 주가를 끌어올렸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사’를 통해 패턴을 도출하는 것이다. 미국 자본주의 150여년의 역사에서 ‘대형 강세장’은 다섯 번 있었다. 첫째, 1929년 대공황 이전이었던 광란의 20년대(1921~1929)였다. 다우지수는 8년간 약 6배가 올랐다. 연평균 상승률은 20%였다. 이 시기는 자동차 전기 라디오가 주도했다. GM 주가는 9.63달러에서 111달러로 뛰었다. 자동차 판매량은 21.5만대에서 190만대로 765% 증가했고, 순이익은 1750%로 폭증했다. 미국 라디오 회사(Radio Corporation of America)는 무려 3만%의 수익률을 안겼다. 자동차 대량생산, 도시화, 전기화가 ‘끝없는 번영’의 신화를 만들었다. 둘째, 전후 강세장(1949~1957)이다. 이 기간에 S&P500은 약 500% 상승했다. 2차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은 ‘세계의 공장’이 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