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2
2026
촉법소년(觸法少年)이 현 정부에서 또 소환됐다.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의 상한을 13세에서 12세로 낮추겠다는 정책을 세웠다. 지난 정부에서도 법무부 업무보고 때 담겼던 내용인데, 당시 대통령은 비상계엄으로 탄핵이 되었고 큰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국무회의에서 다루어지고 있고, 대통령도 ‘압도적 다수 국민이 찬성한다’면서 실천의지를 드러냈다. 촉법소년이란 ‘형벌 법령에 저촉(抵觸)되는 행위를 한 10~13세 소년’을 말한다. 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처분이라는 점을 주목해 흔히 보호처분이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사회의 안전을 위한 처분이다. 보안처분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 본질에 부합한다. 보호처분이라고 부르니 촉법소년의 범죄로 피해를 본 사람은 물론 촉법소년 자신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오해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형사미성년자가 아닌 소년도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을 흔히 범죄소년이라고 부른다. 범죄를 지은 14세 이상 19세
03.11
미-이란 전쟁 여파로 전세계의 경제와 안보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원달러환율은 150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금융시장도 크게 흔들린다. 주가가 큰 폭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투자심리도 얼어붙으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 수입과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고유가·고환율·고물가가 겹치는 ‘3고 충격’에 금융시장 불안까지 더해지는 복합위기에 직면하는 양상이다. 중동 위기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드러낸다.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은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은 그 핵심 통로다.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유가상승은 물가상승과 성장둔화,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치면 기업 투자와 소비 심리가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 주가급락과 환율급등이 반복되는 상황은 실물경제로 충격이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결국 가장 먼저 타
03.09
‘아스팔트 극우’는 국어사전적으로는 ‘광장이나 거리에서 주로 집회와 시위를 통해 극우적 주장을 하는 일단의 그룹’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일반적 이념 스펙트럼에서 극우는 나치즘이나 파시즘 등의 배타적 민족주의와 일본의 군국주의 등의 세력을 일컫는 말로서 현대에서는 미국의 ‘마가(MAGA)’처럼 이민과 소수인종을 배제하면서 자국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이데올로기를 일컫는다. 아스팔트 극우는 이러한 의미와는 궤를 달리 한다. 한국정치 특유의 언어로서 12.3 불법계엄의 소산이다. 이데올로기와 언어는 하나의 기표로서 시대에 따라 의미를 달리 할 수 있기 때문에 원론적 의미의 ‘극우’와 다르다고 문제가 될 건 없다. 그러나 이러한 단어가 평균적인 시민의 인식과 큰 괴리를 보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일단의 극우 주장을 펼치는 그룹이 ‘윤 어게인’을 외치고 강성그룹을 중심으로 결집도가 강해지면서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무기로 세를 확산시키는 추세다. 보편과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는 비판에도
03.06
우리는 지난 몇년간 질문에 답하고 글을 요약해주는 인공지능(AI) 챗봇의 범람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챗GPT나 제미나이(Gemini) 같은 모델들은 본질적으로 ‘통 속에 든 뇌’와 같다. 그들은 뛰어난 지능으로 읽고 쓰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만지거나 실행할 수는 없다. 반면 최근 주목받는 오픈클로(OpenClaw)와 같은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는 이 ‘뇌’에 실제적인 손과 발을 달아주는 시도다. 에이전트에게 암호화폐 지갑, 트위터 계정, 웹 브라우징 권한, 그리고 API 호출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AI를 단순한 상담가에서 현실 세계에 직접 개입하는 행위자(Agent)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태어난 ‘랍스타 와일드(Lobstar Wilde)’라는 에이전트는 단 사흘 만에 45만달러를 공중분해시키며 에이전트 시대의 서막을 기괴하고도 강렬하게 알렸다. 랍스타 와일드의 탄생은 대담했다. 개발자는 그에게 5만달러의 자금과 트위터 계정,
03.05
유토피아, 오래 전에 등장해 너무나 잘 알려져 있고 한참 동안 쓰였으나 요새는 잘 쓰이지 않는다. 요새 학자들이든, 오랜 친구들이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세 가지 주제가 있다. 부동산, 주식 그리고 인공지능(AI)이다. 얼마전 풍광이 아름다운 산봉우리에 오른 사람들조차 이 주제들로 열띤 대화를 나누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부동산과 주식과 AI가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의 상상과 욕망을 지배 혹은 대표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도, 부정해서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시 유토피아라는 말은 사라진 게 아니라 부동산과 주식과 AI로 대체되어진 건 아닐까. 누구나 자산을 증식해 구태여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혹은 자기 하고 싶은 일(만)하며 마음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유토피아의 의미와 이미지도 갖고 있으니 꼭 틀린 생각도 아니겠다 싶었다. 한편으로는 유토피아라는 말이 만들어지고 널리 퍼졌던 이유가 사실 인클로저 운동으로 삶의 터전에서 쫓
03.04
헌법상 신체의 자유의 한 중요한 내용인 ‘죄형법정주의’는 ‘죄’와 ‘형’이 미리 성문의 ‘법’으로 ‘정’해져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무엇이 처벌될 행위인가를 국민이 예측가능한 형식으로 미리 법에 정하도록 해서 개인생활의 법적 안전성을 보호하고 국가형벌권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따라서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떤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요구한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의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고,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에 의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본래의 목적이 실현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명확과 불명확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불명확
02.27
러시아의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벌써 4주년을 맞았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큰소리치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1년이 넘었으나 종전은커녕 휴전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2022년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를 며칠 사이에 무너뜨리겠다던 블라디미르 푸틴의 ‘특수작전’은 이제 지난 세기 소련이 나치독일을 상대로 치렀던 ‘세계대전’(1941~1945년)보다 길어졌다. 아무도 전쟁이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지 알 수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엄청난 규모의 사상자를 낸 데다 경제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상식적으로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던 미국이 지원을 중단하고 적극적으로 전쟁의 종결을 압박하는 정책은 전쟁이 어떤 방식으로든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무력을 통한 영토 확장이라는 러시아의 노골적 국제질서 파괴 행위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원칙과
02.26
트럼프의 관세압박에 전세계가 제대로 된 저항 한번 못해보고 항복했는데 모두가 예측했던 대로, 아니 기대했던 대로 미국 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기반 상호관세에 위법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상황은 우리가 기대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대법원이 대통령의 지렛대를 제거한 것이 아니라 다른 지렛대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트럼프는 곧장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0%의 글로벌 관세명령에 서명했다가 바로 15%까지 올리겠다는 의지를 표명 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둘러싼 미국 법원의 판결과 이에 대한 트럼프의 정치적 반발은 한국에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하나는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기는커녕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한국이 과연 충분한 외교적 대응 역량을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미국 사법부는 트럼프행정부가 남용해온 관세권한에 분명한 경계선을 그었다.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국가
02.25
정도원은 웃으면서 법정을 나왔다. 김미숙은 이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정도원은 지난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가 발생한 양주 채석장의 삼표그룹 회장이다. 김미숙은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로 새벽에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스물넷 김용균의 어머니다. 김미숙은 일터에서 스러져간 산재 희생자의 유가족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산업재해로 희생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린다. 반면 한국 최고의 로펌 김앤장을 변호인단으로 꾸린 대기업 회장은 무죄판결에 ‘환호’한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과 그 유가족들의 처절한 투쟁 끝에 만들어진 법이다. 2020년 12월 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농성’이 시작되었다. 나흘 뒤 김미숙과 고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 이용관 등이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당시 유가족들은 “내 자식은 이미 갔지만 다른 아이들은 살려야 한다”며 영하
02.23
지난 2월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12.3 비상계엄’을 주도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인정하며 1심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 역사적 심판 앞에 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반응은 국민적 상식과는 궤를 달리했다. 선고 이튿날인 20일, 검은 넥타이를 매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장 대표는 사과나 반성 대신 “안타깝고 참담하다”는 소회로 운을 뗐다. 그는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다”라는 당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재판부의 판결을 “논리적 허점이 가득한 확신 없는 판결”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더 나아가 장 대표는 당내에서 터져 나오는 ‘절윤(絶尹, 윤석열과 절연)’ 요구를 “분열의 씨앗”으로 규정했다. 오히려 “대통령과의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을 단호히 절연해야 한다”며 역공을 취했다. 이는 사실상 ‘윤어게인(Yoon Again)’ 세력을 등에 업고 당의 사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었다. 임계점
02.20
설 연휴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움직였다. 귀성·귀경 또는 해외여행을 합친 이동인구는 2800만명(국토교통부 추산). 전철을 타도, 시내 어디를 가도 여유로웠다. 대한민국 인구는 2025년 말 현재 5168만 명이다. 서울은 930만명(18%), 경기도는 1370만명(26.5%), 인천은 300만명(5.8%)이다. 빅3 인구는 2600만명, 전체의 50.3%다. 명절 직후의 일상은 다시 ‘복잡’이다. 직장인은 발 디딜 틈 없는 ‘지옥철’에서 다시 일상을 시작했다. 국민 세금으로 고급 승용차 타고 다니는 국회의원들은 단 한번이라도 ‘러시아워 지하철’을 경험해 보시라. 말로만 떠드는 국가균형성장이, 지역 살리기가, 수도권 집중완화가 얼마나 허상인가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재명정부는 5극 3특 자치분권을 기반으로 한 국가균형 성장전략을 주창한다. 5극 3특은 사실 용어 자체가 입에 붙지 않는다. 젊은 세대는 극(極)과 특(特)의 한자를 모른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를
02.19
지금은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다.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필요한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가 급격히 늘어난 반면 인간이 할 일들을 대체한다는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들게 된 것은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거대언어모델이 출시된 최근 3~4년간의 일이지만 인공지능의 모태가 된 인공지능망 개념은 1982년 홉필드 박사에 의해 처음 창안되었다. 당시 기초물리학의 모형이었던 이 개념은 40여년에 걸친 여러번의 상용화 시도와 실패 끝에 비로소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혁신으로 발전한다. 이러한 공로로 홉필드 박사는 토론토 대학의 힌튼 교수와 함께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전화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인공지능처럼 큰 변혁을 가져온 혁신적인 기술은 대부분 겉보기보다 훨씬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 축적된 기술 덕분에 새로운 지식이 제품으로 발전하는 데 필요한 기간은 점점 줄어들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속
02.13
현대자동차가 자회사를 통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람도 하기 힘든 묘기까지 연출하면서 아틀라스는 사람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놀랍기 그지없다. 현대자동차가 단순히 로봇 쇼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까지 아틀라스를 개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자동차 생산 현장에 투입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노조에 비상이 걸렸다. 노조는 아틀라스가 조합원의 일자리를 앗아갈 것으로 내다보고 자신들과 협의 없이는 단 한 대도 투입할 수 없다며 사실상 아틀라스 투입을 강력히 반대했다. 아틀라스 현장 투입을 둘러싸고 상당한 논쟁이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논쟁은 좌우 이념을 기반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파 이념 집단에서 아틀라스 투입은 묻고 따질 필요가 없는 당연한 선택으로 본다. 좌파 이념 집단 안에서는
02.12
마을 어른들이 돌아가시면 3년상을 치렀다. 시묘살이까지는 아니지만 장례 후에도 집에 빈소를 그대로 두고 3년 동안 상주가 자리를 지켰다. 상주는 농사일이 바쁠 때도 빈소 가까운 곳에서만 일을 보았다. 문상객은 빈소가 있는 집 골목에서부터 ‘아이고 아이고’ 곡을 하면서 들어가고 상주는 이 소리를 듣고 급히 빈소로 달려갔다. 먼 옛날이 아니다. 1960년대 초등학생이던 시절에 본 장면이다. 그 후 이런 전통 상례는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다. 1970년대 들어서는 1년상으로 끝내는 집이 많았다. 1980년대 집안 상을 당했을 때는 백일 만에 탈상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 무렵부터 3일장을 지내고 당일 탈상하는 것이 이미 대세였다. 지금은 ‘무빈소 2일장’이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제사 풍습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 흔히 보았던 부모부터 고조부모까지 4대봉사를 모두 하는 집은 이제 찾아보기 쉽지 않다. 2대 봉사만 하거나 부모 제사만 지내도 그나마 괜찮은 경우다. 아예 기제사나 차
02.11
논란 속에 입법 준비 중인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에 담길 검찰개혁의 지향점은 검사가 형사정의 실현을 명분으로 국민들을 함부로 할 수 없도록 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검찰청을 폐지하여 검사의 수사권과 공소권을 조직적으로 철저히 분리하는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검찰개혁의 본질 내지 취지에 부합하는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검찰개혁 이후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우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기능과 권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판·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의 고위공직부정부패범죄에 대해서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다. 공수처는 수사권은 내려놓고 원칙적으로 공소청의 불기소결정에 대한 통제기구로 변신하고 예외적으로 고위공직부정부패범죄와 특검의 수사대상 범죄에 대한 기소권만 행사하는 기관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공수처의 기소 대상 범죄에 대한 불기소결정에 대해서는 공소청이 통제기능을 수행하도록 할
02.09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국민에 의해 선출됐으므로 전체 국민을 아우르고 통합을 모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론적인 얘기는 기실 공허하다. 대통령은 특정 정당의 추천을 받아 그 정당을 지지하거나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선택한 유권자들에 의해 권력의 정점에 오른다. 정권을 창출한 정당과 대통령은 고위 공직자나 공공기관의 인사권을 행사하고 정책을 수립하며 집행함으로써 집권세력이 된다. 이를 떠받드는 구조가 이른바 당·정·청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국민의 일반의지를 표상하는 존재로서 정치적 발언을 삼가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 같은 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면 안된다’는 원칙과도 닿아 있기도 하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법적 의무에 기인하는 명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명제는 허구다. 대통령은 공무원이지만 선출직 공직자로서 정당의 공천을 받아서 당선된 정치인이다. 일반 공무원이나 전문 관료들이 임명직 인사라는 사실과 근본적 차이
02.06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행정체계는 동서고금 지속되어 온 문제다. 행정의 틀이 짜였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인구 이동은 일상화되었고 출퇴근·의료·소비의 생활권은 행정 경계를 훌쩍 넘어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광역–기초’의 2중 구조를 가진 일본은 ‘도도부현–시정촌’ 체계 속에서 시행착오를 겪어 왔고, 프랑스는 ‘레지옹–데파르트망–코뮌’이라는 3중 구조를 유지한 채 조정과 협력의 해법을 발전시켜 왔다. 구조는 다르지만, 세계 각국은 ‘복잡한 행정체계’라는 공통의 문제를 풀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더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왔다. 그런데 우리는 이 문제를 늘 ‘통합’으로만 풀어왔다. 과거에는 ‘기초 통합’, 최근에는 대전·충청, 광주·전남 같은 ‘광역 통합’이다. 수도권 대응과 협상력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되돌릴 수 없는 위험 또한 크다. 복잡한 행정체계를 푸는 해법으로 여러 나라가 오래전부터 실험해 온 대안이 있는데, 바로 ‘연합’이다. 행정구역을 합치지 않고 기능·정책·재정·권
02.05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 비례대표 의석 3% 봉쇄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한 것을 두고 평가가 갈린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측은 다양한 정치적 의사가 국회에 반영될 수 있음을 내세운다. 즉, 현재의 양대정당이 대표하지 못하는-혹은 대표하지 않는-정치적 의사가 국회 의석을 차지한 군소정당들에 의해 대표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가령 정의당과 노동당과 사회민주당이 노동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을, 녹색당이 생태환경주의자들을 대표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과연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인지 물음을 던져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봉쇄조항이 폐지되었다고 자동적으로 양대 정당으로 가던 표가 정의당같은 군소정당에게 가겠냐는 것이다. 즉, 유권자들의 사표심리가 사라지겠냐는 것이다. 또 국회의석보유-그것도 몇 석 안되는 소수 의석- 자체가 약자들의 대표성 강화를 보장할 수 있냐는 것이다. 다양한 정치적 의사, 국회 반영에는 회의적 원내정
02.04
지질시대 구분에 따르면 현재는 신생대 4기 홀로세(충적세)에 해당한다. 약 1만1700년 전 마지막 빙기가 끝나며 시작된 간빙기로, 비교적 따뜻하고 안정된 기후 속에서 인류 문명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그러나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특히 1950년대 이후 화석연료 사용의 급증, 핵실험, 대규모 환경 파괴로 인해 인류 활동이 지구 시스템 자체를 바꿔놓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새로운 구분이 학계를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다. 이와 맞물려 최근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 ‘벼랑세(The Precipice)’다. 이는 지질학적 구분이라기보다는, 인류가 스스로를 멸망시킬 수 있는 위험 앞에 서 있는 시대적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핵무기, 기후변화, 통제되지 않은 인공지능 등 자멸적 위험에 노출된 인류가 마치 벼랑 끝을 걷고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의 토비 오드는 저서 '사피엔
02.02
헌법연구자의 관점에서 이 달 19일에 있을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 1심 판결의 결과를 미리 예측해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윤 전 대통령은 내란우두머리 혐의 유죄판결을 받고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한다.첫째, 지귀연 재판장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는 이제 공수처에 대통령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음을 이유로, 사실상의 무죄판결에 준하는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기는 힘들게 됐다. 재판 시작단계에서 지귀연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면서 그 근거 중 하나로 공수처가 대통령 내란죄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는지가 불확실함을 들었다. 그러나 지난 1월 16일에 같은 서울중앙지법 백대현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등 혐의 재판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하면서 공수처의 대통령 내란죄 수사권을 분명하게 인정했다. 공수처가 윤석열 피고인의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범행 수사를 하면서 특검법에 규정된 ‘관련범죄’로서 피고인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