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7
2025
아마도 가장 유명한 우리말 오역은 미국 소설가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지막 문장일 것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니까”의 원문은 “어쨌든 내일은 또 다른 날이니까(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다. 역자의 의도가 다분히 들어갔음에도 이러한 초월 번역이 널리 사랑받는 이유는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희망을 품는 행위가 그만큼 자연스럽기 때문일 테다. 새해를 맞이하며 해돋이를 빠뜨리지 않는다. 2025년의 첫 태양을 고향인 강릉 바다에서 바라봤다. 지난 3년간 일출의 무대는 미국 서부였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로 떠오르는 태양은 분명 장관이었지만 그럴수록 필자는 동해의 일출을 그리워했다. 나고 자란 곳의 정서가 여전히 마음에 남아있는 까닭이다.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며 틈날 때마다 세계적 기업이 탄생한 지역을 방문했다. 정서적으로 통하는 공간은 언제나 고향을 닮아 있었다. 특히 오리건(Oregon) 주가 그랬다. 오리건은 필 나이트가
01.16
유럽연합의 정치경제가 단단히 고장난 모습이다. 유럽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환자’로 돌변했다. 2022년과 23년에 이어 3년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예정이다. 프랑스 경제도 2024년 미약하게나마 성장이 예상됨으로 사정은 독일보다는 낫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상당 부분 국내총생산 6%에 달하는 재정적자 덕분이며 중기적인 문제는 110%를 넘어선 공공부채 수준이다. ‘짠돌이 독일’은 경제가 어려워도 계속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침체의 늪으로 빠지는 모습이라면, ‘베짱이 프랑스’는 빚으로 경제를 돌리며 미래의 부담을 잔뜩 늘려가는 상황이다. 독일·프랑스, 안정적 정부 형성 쉽지 않아 유럽경제의 쌍두마차 독일과 프랑스는 공교롭게도 둘 다 국내 정치의 혼란을 겪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21년 총선에서 비롯된 빨간 사회민주당, 푸른 녹색당, 그리고 노란 자유민주당의 ‘신호등 연정’이 지난해 말 무너졌다. 세 정당의 정책적 방
01.14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서 산불이 확산하면서 10일 현재 LA 카운티 내 5건의 산불이 지속되고 있다. 필자의 사무실은 산불지역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데도 연기냄새가 상당하고 음산한 연기가 하늘을 덮고 있다. 다행히 할리우드 인근에서 발생했던 선셋 산불은 완전히 진화됐고, LA 북부 샌퍼넌도 밸리에서 발생한 허스트 산불과 LA 북단 매직마운튼 인근에서 발생한 리디아 산불은 진정세를 보인다. 하지만 서부 해변의 퍼시픽 팰리세이즈 산불은 12일 현재(현지시간) 진압률 11%, 한인들의 주요 거주지 인근인 LA 동부 알타데나에서 발생한 이튼 산불은 진압률 27% 정도다. 캘리포니아주를 휩쓸고 있는 팰리세이즈와 이튼의 산불은 LA 카운티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산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웰스파고는 이번 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총 600억달러를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JP모건은 이번 화재 관련 보험 손실액만 2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화재가 계
01.13
일본 군마현 이세사키시에 ‘페양구’라고 불리우는 야키소바를 대표 제품으로 생산 판매하는 지방 중소기업 마루카 식품 회사가 있다. 회사 규모는 크지 않지만 페양구는 일본 사람, 특히 동경을 중심으로 하는 간토지역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2014년 12월 한 구매자가 “페양구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라는 메시지와 기름에 튀긴 면 안에 바퀴벌레로 보이는 벌레가 들어있는 사진을 트위터에 게시하면서 이물질 혼입 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으로 회사는 안전시스템을 도입해 출하되는 모든 제품을 포장 전과 후에 하이스피드 카메라로 촬영해 번호를 매기고, 유통되는 모든 제품을 추적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면 제조 라인에는 금속 탐지기, 중량 체크기, X선 검사기를 설치해 이물질 혼입을 검사하며 운반 라인에도 센서 카메라를 설치해 여러 단계의 검사 대책을 마련했다. 이 모든 과정을 주도한 기업이 바로 키엔스다. 키엔스는 1972년 ‘타키자키 타케미츠 (滝崎武光)’ 명예회장
01.10
파나마는 운하의 나라다. 총 82㎞의 파나마운하가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한다. 딱 10년 전 파나마운하의 태평양쪽 입구인 파나마시티 교외의 미라플로레스 갑문을 찾았다. 육중한 화물선들이 대형 풀장처럼 생긴 갑실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대서양쪽에서 들어와 태평양쪽으로 나가는 배였다. 운하의 양옆으로 나란히 나 있는 철로 위에서는 예인 기관차들이 화물선을 끌었다. 안내인의 말에 따르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인 파나맥스급(4만~5만톤) 선박의 통행료가 무려 21만5000달러 정도라고 했다. 연간 약 1만4000척의 선박이 통과한다. 연간 24억~25억달러(3조5000억~3조6800억원)에 달하는 통행료 수입을 올린다. 파나마정부 수입의 24%를 차지하는 규모다. 올해로 개통 111년째인 파나마 운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트럼프 “파나마에 군 투입 검토 가능”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트럼프는
01.09
2024년 동남아 국가들과 이들의 협력체 아세안은 정치 경제 대외관계 등의 과목에서 상당히 괜찮은 성적표를 받았다. 물론 그 이전 30~40년 동안 동남아가 기록했던 빼어난 성적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적어도 계속되는 전쟁 정치갈등 경제위기에서 발버둥치는 다른 지역들에 비해 훨씬 좋은 성적을 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24년 동남아 주요국들은 정치분야에서는 안정적인 변화를, 경제에서는 성장세 회복을, 지역협력과 대외관계에서는 현상 유지를 일궈냈다. 반면 2025년은 국내외적 사정이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2024년에 비교적 순조로운 권력승계가 이뤄졌던 다섯 나라의 지도자들은 올해 취임 2년차를 맞아 자신들의 국정수행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고, 내전이나 민주화 등 체제 수준의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들은 그 갈등이 한층 심화되는 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분야에서는 트럼프 2기 하에 예상되는 수입관세의 대폭 인상, 미중간 대립과 경쟁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의 증
01.06
1980년대 캐나다로 이민을 와서 요식업으로 성공한 토론토의 한인 사업가는 최근 연말 행사에서 “캐나다가 미국에 편입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많은 캐나다인들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한 데 대한 농반진반의 이야기였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SNS)에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연방총리를 “주지사”라고 낮춰 부르며 몇차례 조롱 섞인 글을 올렸다. 트럼프의 이런 도발(?)은 국경안보 문제를 빌미로 한 관세부과 위협에서 시작됐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부실한 국경 단속 때문에 불법 이민자와 마약이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온다는 불평이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캐나다에서 오는 수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실제로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캐나다경제는 연간 GDP의 2.6%가 줄어드는 타격을 입고, 국민 1인당 2000달러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1월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새 임기를 시작하
12.31
2024
1957년 10월 4일 오후 10시 28분(모스크바 시간) 카자흐스탄 사막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로켓 하나가 밤하늘을 찢으며 날아올랐다.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1호를 쏘아 올리는 순간이었다. 같은 시각 미국 워싱턴DC 소련대사관에서는 세계 각국 과학자들이 참석한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국제지구관측년(IGY)’ 기념으로 열린 ‘로켓과 인공위성‘ 세미나 뒤풀이를 하는 자리였다. 러시아 과학자와 미국 과학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소련은 조만간 인공위성을 발사할 것입니다.” “조만간이 대체 얼마입니까?” “1주일 아니면 한 달.” 장내는 한바탕 웃음바다로 변했다. 당시 서방에서는 소련의 기술력으로는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일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미국 과학자들이 워싱턴의 파티에서 소련 과학자를 비웃는 동안 스푸트니크1호는 그들의 머리 위를 돌고 있었다.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소련보다 과학기술이 앞선다는 미국인들의 믿음이 와르르
12.27
매머드(mammoth)는 포유류 장비목에 속하는 동물이다. 현생 코끼리의 조상이다. 코끼리와 비슷한 몸집에 C자로 휜 긴 엄니(상아)와 추위에 적응한 긴 털이 특징이다. 플라이스토세(빙하기)인 약 480만년 전부터 약 4000년 전까지 지구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약 400만년 전에 살았던 가장 오래된 매머드 화석은 아프리카에서 발견됐다. 매머드는 아프리카에서 다른 대륙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매머드는 현생 ‘아시아코끼리(Elephas maximus)’와 비슷한 덩치를 갖고 있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큰 매머드 화석은 ‘쑹화강(송화강)’ 인근에서 발견됐다. 이 ‘스텝매머드’는 발끝에서 어깨까지의 높이가 5m나 됐다. 평균치로 볼 때 아시아코끼리는 2.7m, 아프리카코끼리는 3.3m 정도다. 매머드의 거대한 엄니는 4m에 이른다. 엄니는 위턱에서 아래로 나와 위로 둥글게 말려 있었다. 빽빽하게 난 검은 털과 8㎝ 두께의 피하지방이 영하 40도의 추위에서 몸을 지켜주었다.
12.26
세계에서 가장 큰 두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과 인도를 이끄는 도널드 트럼프와 나렌드라 모디는 서로에 대한 특별한 신뢰와 깊은 유대를 자랑하며 국제무대의 눈길을 끌고 있다. 두 지도자는 강력한 개인적 유대와 거래 중심의 리더십으로 양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에서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이나 의례를 넘어 실리와 갈등이 교차하는 복합적이고도 흥미로운 역학을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의 환대 주고받은 교류의 순간들 2019년 9월 텍사스 휴스턴에서 열린 ‘하우디 모디(Howdy Modi)’ 행사는 두 지도자의 특별한 관계를 전세계에 알린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약 5만명의 인도계 미국인이 몰려든 자리에서 트럼프는 모디를 “위대한 지도자”라고 부르며 경제개혁의 성과와 리더십을 극찬했다. 모디는 이에 화답해 트럼프를 “내 친구 트럼프(my friend Trump)”라 부르며 두 나라의 유대를 “자연스러운 협력”으로 묘사했다. 이들은 무대 위에
12.24
다행히도 한국이 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시기가 한차례 지나갔다. 미국에도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터져나오지만, 무엇보다 그 관심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트럼프 차기 대통령임이 틀림없다. 그의 새로운 행정부가 어떻게 꾸려질지, 정책들이 어떻게 추진될지 등 트럼프가 언급되지 않는 뉴스를 찾기 힘들 정도다. 이와 함께 연말에도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집단이 있다. 바로 미국 내 해외 유학생들이다. 지난달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되면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해외 유학생들은 걱정과 불안에 휩싸였다. 그리고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고국에 잠시 방문하려고 했던 유학생들은 귀국을 미뤄야 했다. 매사추세츠 주립대학-애머스트의 국제 사무처는 유학생들에게 고국을 잠시 다녀오더라도 1월 20일 이전 즉,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이전에 미국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새 행정부가 취임 첫날부터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과 ‘트럼프 1기 행정부의 2017년 여행 금지 조치’에 근거한
12.20
그날 새벽 필자는 온몸의 감각을 총동원해야만 했다. 2년 3개월 전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호텔방에서의 일이다. 전날 밤 세인트 제임스 게이트 근처에서 흑맥주를 마신 사내가 눈뜨자마자 불현듯 시계를 찾는다. 스마트폰의 전원버튼을 누르지만 기기는 반응하지 않는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노트북을 켜 간신히 시간을 확인하고 간밤을 톺는다. 기억의 조각을 맞춘다고 죽은 액정이 깨어나지는 않는다. 이제 스마트폰은 없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들른 이유는 잉글랜드 노스햄프턴으로 가기 위해서다. 대학교 친구 영국인 ‘매튜’의 결혼식에 가는 도중에 순례길 친구 아일랜드인 ‘브라이언’을 만났다. 브라이언과 마신 흑맥주는 분명 달콤했지만 그 대가는 꽤 씁쓸했다. 런던행 비행기 탑승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호텔 방에서 노트북부터 충전하며 더블린에서 런던으로 가는 전자항공권을 PDF 파일로 다운받았다. 더블린 시내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표도 구매해 QR코드를 저장했다. 호텔에서
12.19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다음달 20일 취임 예정인 가운데 세계 각국이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하다. 특히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내세워왔던 영국은 그의 오른팔이 된 일론 머스크와 관계가 껄끄러워 곤혹스럽다. 영국의 노동당정부는 머스크와 관계를 개선하려 하면서 트럼프와는 당선 이전부터 접촉을 해왔기에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한다. 트럼프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와의 악연 트럼프 지지에 발벗고 나섰던 세계 최고 갑부 머스크는 X(트위트)에서 2억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최강 인플루언서다. 그런 그가 영국과 관련해 허위 트윗을 계속 날렸다. 8월 22일 X에서 그는 “영국정부가 어린이 성폭행범도 조기 석방한다”고 썼다. 7월 4일 정권교체에 성공한 노동당정부는 교도소 수용률이 99%가 넘자 5500명의 수감자를 조기에 풀어줬다. 단 성폭력범과 살인자 테러범 등 흉악범은 제외됐다. 단순한 사실 확인만으로도 알 수 있는데 머스크는 한달 뒤에도 동일한 거짓을 또 올렸다. 9
12.18
트럼프 2기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우려와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리적으로 근접한 중남미 지역에서는 먼로주의의 부활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먼로주의는 1823년 미국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아메리카에 대한 유럽 열강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선언한 외교원칙으로 미국을 아메리카의 패권국으로 만들었다. 지난 2세기 동안 미국은 먼로주의의 기조 하에 자국의 경제·정치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중남미 전역에 개입했다. 2013년 존 케리 국무장관은 미주기구 연설에서 먼로주의의 종식을 발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남미에 대한 일방주의적 통제를 강화하면서 먼로주의 종식은 상징적인 수사에 그쳤다. 더욱이 최근 이민과 마약 문제가 미국의 대통령선거 판도를 결정하고, 중국의 중남미 진출이 미국의 이익과 안보에 위협적인 문제로 부상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2기정부의 중남미 개입은 증가할 것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중남미를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되며, 관리해
12.17
현지시각 12월 4일 오전 6시 45분쯤 뉴욕시 한복판에서 총격 살인이 벌어졌다. 피격을 당한 사람은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톰슨이다. 그는 연례 투자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미니애폴리스에서 뉴욕을 방문했다가 변을 당했다. 행사장인 힐튼호텔을 향해 걸어가는 톰슨을 범인이 뒤에서 총을 쏘아 쓰러뜨리는 장면은 CCTV에 고스란히 포착되어 전파를 탔다. 뉴욕경찰은 범인이 톰슨을 노리고 치밀하게 계획해 실행한 범죄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톰슨의 죽음에 애도는커녕 조롱만 이 살인사건에 대한 많은 미국인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다른 살인사건 피해자에게 통상적으로 보여준 모습과 전혀 다르다. 50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어린 두 아이들을 남기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톰슨에 대한 애도는커녕 그의 죽음을 조롱하는 분위기가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상에서 만연하다. 예를 들면 톰슨의 부고를 알리는 회사의 페이스북 포스트에 ‘웃음’ 이모티콘이 8만400
12.16
올해 일본 경제계에서 큰 현안인 세븐일레븐과 일본제철 등 기업 인수합병(M&A) 논란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M&A 대상(세븐일레븐)과 M&A 주체(일본제철)라는 점은 다르지만, 유통과 철강산업을 대표하는 두 기업의 운명과 관련된 문제여서 정치권과 일반 국민들의 관심도 높다. 일본은 내년부터 65세 이상 고령자가 인구의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경영 후계자가 없어 사라지는 중소기업도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다. 한편에서는 첨단산업 중심의 스타트업 활성화로 경제에 활력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최근 ‘2025년 경제 3대 트렌드’로 △인수합병 △대도산시대 △스타트업 활성화를 예측했다. 내년 M&A 5000건 넘어설 전망 일본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은 올해 11월 말 기준 일본 국내에만 2만1600여개를 비롯해 글로벌 체인을 통해 매출 5조3500억엔(약 50조원)을 자랑하는 일본 최대 유통업체다. 일본 국민의 실생활에 깊이 뿌리
12.13
아일랜드는 스스로를 ‘슬픈 나라’라고 부른다. 1922년 독립할 때까지 750여년이나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지금도 북아일랜드는 영국에 속한다. 아일랜드는 유럽의 약소국이자 최빈국이었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척박한 땅에서 나는 감자를 주식으로 삼았다. 1800년대 중반 아일랜드 전역에 감자 역병이 번졌다. 여러 해 동안 감자 흉작이 이어지면서 대기근이 발생했다. 100만여명이 굶어 죽었고, 200만여명이 미국과 남미 등 신대륙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850여만명이던 인구가 600만여명으로 줄었다. 훗날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와 46대 대통령 조 바이든은 당시 대기근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아일랜드인들의 후손이다. 1인당 GDP 10만달러 넘어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일랜드는 빚에 허덕이던 나라였다. 2011년 금융위기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채권단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아일랜드는 1인당 국민소득이
12.12
우리나라에서 12.3 내란사태가 일어나기 열흘 전 우리와 가장 인접한 동남아국가 필리핀에서는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충격적인 보도가 터져 나왔다. 현직 부통령 사라 두테르테가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와 친척인 하원의장을 암살하기 위해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했다는 보도였다. 아무리 폭력과 총기가 난무하는 필리핀이라고 할지라도 현직 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암살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내란 상태의 나라가 아니고서야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두테르테는 자신의 비서실장이 의회를 모욕한 혐의로 하원의 한 위원회에 의해 체포·구금된 것에 격분한 나머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 엄청난 폭탄발언을 던진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에게) 만약 내가 죽는다면 BBM(마르코스 대통령), 영부인 리사 아라네타, 마르틴 로무알데스 하원의장(대통령 외사촌 동생)을 죽여버리라고 말했죠. 농담이 아니에요, 나는 그들을 죽일 때까지 멈추지 말라고 말했고 그는 그러겠다고 대답했어요.” 발
12.11
지난주 어이없는 내란사태로 한국 외교는 설자리를 잃었다. 그런데 2025년은 전세계적으로 외교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트럼프 외교로 머지않아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사활을 건 외교가 대통령 취임 전부터 물밑에서 진행될 것이다. 미중간에는 관세인상의 후속협상에 이어 전략협상이 쉽게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시작할 가능성도 커졌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마저 밀어붙이면 한국도 미국의 전방위적이고 다층적 협상 테이블에 초대받게 된다. 그래서 2025년은 국가들의 운명을 가르는 외교교섭이 곳곳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마침 필자는 지난달 베이징과 워싱턴을 방문해 몇몇 지인들과 다가올 국제정치의 지각변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기에 소개한다. 미국은 변화 중, 중국은 현상유지 치중 대선 직전 들렀던 중국에서는 당연히 그 결과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베이징대학의 한 교수는 바이든정부의 동맹강화 정책
12.09
“한미동맹이 근간부터 흔들렸다.” 육사출신 어느 현역 장성의 장탄식이었다. “우리가 신군부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지난 수십년간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또 다른 육사출신 예비역 장성도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목소리로 울분을 쏟아냈다. 윤석열정권의 반국민적 반역사적 친위쿠데타는 시민의 힘에 끝났지만 대한민국의 외교와 안보에 미치는 악영향은 그 범위가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전국민이 한편의 리얼리티 전쟁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그날의 장면은 강렬했다. 우리 국민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는 다른 글에서 많이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중언하지 않겠다. 통보없는 ‘참수부대’ 이동에 미국 격앙 그러나 한미동맹에 안보의 명운을 걸고 있는 대한민국의 관점에서도 이번 일은 결코 가볍지 않은 충격을 가져올 전망이다. 707부대는 우리나라 특수부대 중 적의 우두머리를 극비리에 제거하는 훈련을 받은 속칭 최정예 ‘참수부대’다. 이 부대가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