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4
2025
오래전 가족과 강원도의 한 산골에 갔을 때였다. 어스름한 저녁 무렵 산책 중 우연히 반딧불이 무리와 마주쳤다. 따뜻한 황록색으로 물든 빛의 반점들이 허공을 떠도는 모습은 난생처음 본 은하수처럼 경이롭게 느껴졌다. 한편으로 이런 은은한 빛을 내 옆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동아시아의 민간 설화에 종종 반딧불이를 모아 등불처럼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 같다. 반딧불이의 희미한 빛은 루시페린이라는 유기화합물에서 비롯된다. 루시페린은 루시페라제 효소의 도움으로 산화하며 빛을 낸다. 분자의 빛 방출이 대개 그렇듯이 산화된 루시페린의 여기 상태에 놓인 전자가 안정한 바닥 상태로 돌아오며 두 상태의 에너지 차이가 빛으로 방출된다. 반딧불이 외에도 야광버섯을 포함해 빛을 내는 생물은 많지만(특히 심해 생물 중 빛을 내는 종류가 많다) 발광원리는 비슷하다. 생물발광의 효율, 즉 생체가 소비하는 화학 에너지를 빛으로 바꾸는 비율은 매우 높아서 많은 과학자들의
10.13
민주화 이후 보수·진보진영 교체가 10년 단위로 이루어졌으나 문재인정부 때의 윤석열 정권으로의 교체와 윤 정부 때의 이재명정부로의 교체로 10년 주기설은 깨졌다. 박근혜 탄핵으로 문재인 진보정권이 들어섰지만 적폐청산의 장기화는 정치보복의 프레임으로 굳어졌다. 국민의힘은 지난 정권 때 불발에 그친 사건에 대한 정당한 수사마저 정치보복 프레임을 동원해 여당과 정권을 공격했다. 국민의힘은 내란·김건희·채해병의 3대 특검법 개정과 검찰개혁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계엄과 탄핵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려고 한다. 김건희 특검으로 밝혀지고 있는 16개 혐의들은 정권이 바뀌지 않았으면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통일교 유착,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 게이트, 알선 수재와 뇌물 등 혐의는 지난 정권에서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묻힌 사건들이다. 제1야당은 극우집단과 완전하게 절연하지 못하면서도 여러 이슈들을 부각시키며 태세 전환에 나선 모양새다. 최근 내란과 탄핵 등으로 유지해 왔던 여권의 야당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나라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자료를 보면 전세계 매장량 1억3000만톤 중에 34%가 중국 몫이다. 세계 희토류 연간 생산량 30만톤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인 21만 톤 규모다. 광석에서 희토류를 추출해 화합물로 변환하는 제련 공정과 합금 제조 가공 단계의 중국 점유율은 90% 이상이다. 희토류 수출이나 소비량 측면에서도 중국 영향력은 크다. 중국세관 통계를 보면 8월 희토류 수출량은 5791톤 규모다. 1년 전보다 22.6%나 증가한 수치다. 올해 8월까지 누적 수출량도 4만4355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5% 늘어난 상태다. 희토류 수출이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5%에 이른다. 중국, 희토류 무기화 유혹 떨치기 힘든 구조 중국으로서는 희토류 무기화 유혹을 떨치기 힘든 구조다. 지난 9일의 희토류 채굴과 제련은 물론 자석 소재 제조나 재활용 관련 기술에 대한 금수 조치도 같
57세 직장인 동수씨는 십여년 전부터 고혈압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다. 약 덕분에 혈압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었지만 최근엔 조절이 잘 안돼 그는 요즘 다소 건강에 예민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코가 막히고 목이 아픈 증상이 생겨 동네 약국을 찾았다. “감기약 하나 주세요.” 별다른 설명 없이 약을 받아 복용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뒷목이 불편하고, 얼굴이 달아오르며 혈압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감기 증상은 조금 나아졌지만 고혈압 환자인 그에게 감기약 속 특정 성분이 혈압을 자극한 것이다. 5년 전 정년퇴임한 명호씨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최근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받은 그는 소변 줄기가 약하고 밤에도 두어 번 깨서 화장실에 가는 일이 잦았다. 그러던 중 콧물이 나고 목이 칼칼해 약국을 찾았다. 그는 역시 아무 생각없이 “감기약 하나 주세요”하고 약을 받아 복용했다. 하지만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아 화장실에서 한참을 씨름해야 했고, 이튿날엔 거의 소변이 안 나와 응급실
10.10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적활동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서 일부 작업을 주도하는 것도 가능해지면서 인력 부족에 대한 고민이 많은 일본기업도 디지털 혁신에 한층 주력하는 모습이다. 고령의 숙련기술자의 제조 노하우가 인구감소 및 고령화와 함께 산업 현장에서 빠르게 소실될 우려도 있어서, 숙련근로자의 지식을 AI를 통해 보존하려는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일본기업이 근로자의 노하우나 지식을 자산으로서 중시하고 AI와의 협업체제도 모색하는 배경에는 장기불황기에 근로자를 육성하는 투자를 줄임으로써 일본 산업이 쇠퇴하고 경쟁력도 약해졌다는 반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30년 장기불황 과정에서는 생산성 증가율이 급격히 떨어진 후 정체되어 최근에야 회복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앞으로 노동 투입의 감소 압력을 고려할 경우 생산성을 계속 높여야 성장잠재력을 유지해 실제 경제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말 이후 일본기업은 현금 축적 중시의 경영으로 설비투자나 인적자본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이 0.7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명 미만이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의 악순환은 국가의 지속가능성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해법은 하나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실천하는 것이다. 먼저 답을 찾은 곳은 일본의 지방 소도시들이다. 시마네현 오난정(邑南町)은 인구 1만 명의 농촌 소도시이지만 2011년 ‘일본 제일 육아도시’를 선언했다. 행정 전반의 초점을 아이 키우기 지원에 맞췄고, 2018년에는 임신부터 출산과 보육까지 통합 지원하는 핀란드식 모델 ‘네우보라(Neuvola)’를 본떠 ‘육아세대 종합지원센터’를 만들어 임신·출산·육아를 원스톱으로 지원했다. 부모들은 육아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언제든 편리하게 이용하며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게 되었다. 2023년 여름에 현장을 방문했다. 10년간 오난정에서는 매년 평균 70명의 아이가 태어났고, 98병상 규모의 작은 의료시
지난 8월 구인배율이 0.44를 기록하며 외환위기 이후 27년 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는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닌 한국 경제의 지정학적 위치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가 핵심이다. 위로는 미국의 리쇼어링 압박이, 아래로는 중국의 기술추격이 동시에 진행되고 AI 이용이 본격화되면서 한국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변화는 제조업 핵심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국내 10대 기업 합산 영업이익률이 2021년 12.5%에서 3년 만에 14.3%p 하락이라는 전례없는 실적을 기록했다. 배경에는 중국의 전략적 자급화가 있다. 중국은 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주요 석유화학제품의 자급률을 100% 달성했다. 한국의 대중 수출액도 2013년 이래 10년 사이 28% 감소했다. 문제는 석유화학이 한국 제조업 생산의 12%를 차지하며 연관 산업까지 포함하면 전체 제조업 고용의 30%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실제로 8월 제조업 구인이 전년 대비 1만6000명 감
한미 관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철강 자동차 배터리 등 핵심산업 전반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세율조정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하며 그 핵심은 거래의 기술이다. 이 변화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오늘날 국제질서는 이념 중심에서 경제적 실익과 기술패권으로 이동했다. 공급망 위기와 자국 우선주의 속에서 신뢰는 쉽게 흔들리고 이해관계가 바뀌면 관계는 즉시 재조정된다. 상호의존성은 남았지만 그 연대는 느슨하고 불안정하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이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현실적 기회를 제공한다. 관세협상을 ‘압박의 장’이 아닌 ‘거래의 장’으로 바꿀 수 있는 시점이다. 새로운 구조 속에서 미국은 더 이상 동맹국과 전략적 파트너들을 일방적으로 지휘하지 못한다. 각국은 자국 중심의 선택을 교차시키며 이해득실에 따라 거래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인도의 행보가
10.02
상하이 증시가 8월 22일 3800선을 돌파한 후 연일 강세장이다. 지난달 30일에는 3883포인트로 월간 최고 수준에서 마감했다. 미국의 대중 관세 강화 발표로 잠시 조정을 겪었으나 시장은 전반적으로 낙관적 기대 속에 3800선 수준을 유지했다. 랠리의 배경에 정부 정책이 있다. 연이어 금리를 내리고 지급준비율 완화, 자사주 매입 제한 해제, 레버리지 규제 완화 등 자본시장 활성화에 나서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됐다. 인공지능 등 신산업 진흥책은 첨단 제조업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최근 일부 소프트랜딩 지표도 증시 랠리에 힘을 실었다. 금융시장의 활기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회복을 암시하는 듯하지만 실상 증시와 실물경제의 괴리는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우선 증시 호조에도 소비와 투자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최근 예금 증가율 둔화로 일부 완화되는 듯했으나 가계자금은 여전히 만기가 긴 정기예금에 집중되고 있다. 실제 상반기 개인투자
모든 신용위기는 궁극적으로 채무를 이행할 돈이 부족할 때 발생한다. 특정 플레이어의 채무불이행이 신용이라는 관계망을 타고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때 위기의 파장이 커진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충분한 유동성을 경제에 주입해야 한다. 유동성 공급의 책무를 맡은 기관은 중앙은행이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경제의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로 불린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유동성 위기는 한국은행의 개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다른 국가와 교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동성의 부족, 즉 기축통화인 달러를 매개로 한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을 때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났던 1997년 외환위기, 미국 금융기관 파산에 한국 시중은행들의 단기 달러유동성 관리 부실이 더해지면서 나타났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역병의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가 얼어붙었던 2020년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한국경제는 극단적 위기상황으로 내몰렸다. 한국 땅에서 달러를 만들어 낼
최근 워싱턴의 여러 외교안보 싱크탱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대책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과거 미국의 외교관들이나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주로 동맹이나 한·미·일 협력에 대한 한국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물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트럼프정부의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구금이나 3500억달러 현금투자 요구에도 한국 내의 반발이 생각보다 약한 것이 의아한 모양이었다. 현재 한국이 당면한 가장 큰 외교안보의 리스크는 북한 문제도 아니고 역내 안보불안도 아닌 동맹이다. 사실 동맹의 문제는 새삼스러운 이슈는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작금의 상황이 위험수위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사회에서 동맹 자체가 국가적 논란의 대상이 되는 아이러니는 동맹이 종종 수단 아닌 목적으로 인식되며 때로는 종교적 신념으로까지 강요되는 것에 기인한다. 동맹은 ‘국가 간 협정을 통해 서로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협력하기로 약속한 관계
10.01
조희대 대법원장 등의 출석없이 29일 청문회가 진행됐다. 조 대법원장은 이미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해 불출석을 통고했었다. 청문회가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한 합의과정 해명을 요구하고 있어서 출석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진행 중인 재판’이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재판을 말한다. 헌법 103조 등을 불출석의 근거로 의견서에 나열했다. 과연 ‘사법권 독립’을 보장한 헌법 103조가 정당한 청문회 불출석 사유가 될 수 있을까? 논의를 ‘사법권 독립’의 정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해보자.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사법권 독립이란 법관이 어떠한 내·외부적 간섭을 받음없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는 ‘판결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넓은 의미로는 ‘법관의 신분보장’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 즉 정확히 말하면 ‘사법권 독립’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UN) 기후정상회의가 열렸다.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인 미국이 불참한 가운데 중국 러시아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참여해 감축목표를 포함 국가별 기후대응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11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30) 개최국인 브라질은 2035년까지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9~67% 감축하고 산림파괴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U는 회원국간 잠정 동의안으로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66~72% 줄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역시 10년내 최고배출시점 대비 7~10% 감축을 약속했다. 이러한 국가별 기후대응계획의 근저에는 올해부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글로벌 기후정책 변화의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2024년까지는 EU 및 미국 주도의 기후정책이 유사한 방향성 하에서 국제사회로 확산되는 형태로 진행되어 왔었는데, 올해부터는 각 국가별 정책목표에 따라 분절된 방향성 아래서 각자도생의 경
관세협상을 둘러싼 한미 갈등이 전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한국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7월 말 협상 내용은 미국이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춰주는 대신 우리나라는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3500억달러를 선불로 지급해달라고 요구하고 투자처는 미국이 정하며 수익배분도 일정 한도 충족 후에는 미국이 90%를 가져가겠다고 한다.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목표 액수를 채워 제공하려고 했던 우리나라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돌발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기상천외한 발상 앞에 나라 전체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미란 보고서’에서 시작된 미국의 제조업 부활 전략 위기는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시작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단기금융 자유화의 위험에 대한 인식 부족과 수출 경쟁력에 대한 과신으로 환율조정에 실기하면서 파국을 맞았다. 현재 미국의 기상천외한 발상은 세상이 변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올해 4월
09.30
북한은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적대적 두 개 국가’ 노선을 전면에 내세웠다. 남한을 더 이상 동족이나 통일 대상이 아닌 ‘적대적 국가’로 규정한 것이다. 대남·통일기구를 해체하고 대적사업국(제10국)을 신설했다.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 사안이 아닌 대외 외교 사안으로 바꾼 것이다. ‘우리 민족끼리’ 대신 ‘적대국가’라는 개념이 공식 문서에 담았다. 2024년 10월 개정 법률에도 남한을 ‘적대국’으로 규정한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영구 분단화를 선언한 셈이다. 북한의 구상은 자국 이익을 반영한다. 첫째, 체제 결속이다. 남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면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주민통제가 쉬워진다. 둘째, 군사 우위 전략이다. 핵무력 등 군사력 강화를 정당화할 수 있다. 셋째, 외교 명분이다. 남한을 미국 일본과 같은 진영으로 묶어 대미 협상에서 ‘직접 당사자’ 지위를 강화한다. 그러나 문제점도 분명하다. 남북대화 통로가 닫히면서
“연기금들은 국내 주식투자 비중이 왜 그렇게 낮으냐.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 얘기다. 코스피지수 5000을 목표로 내건 이 대통령의 조바심이 묻어나는 발언이다. 코스피 지수가 새 정부 들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 연기금이 조금 더 받쳐주면 좋지 않겠느냐는 진한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이런 관심은 자본시장 발전을 바라는 순수한 뜻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믿는다. 한편으로는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동학개미 표심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통상 1500만명으로 추산되는 동학개미는 이 대통령뿐 아니라 정치인 누구에게나 가장 큰 압력집단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과도한 압박 바람직하지 않아 그러나 정치권이든 동학개미든 국민연금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장 이 대통령의 언급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추가 투자를 압박해 주가를 떠받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아무리 디테일에
큰아버지는 멀쩡한 두 아들을 놔두고 나이어린 조카에게 팽이를 만들어주어 구설에 올랐었다. 나무 귀한 평야지대에서 한쪽 다듬잇방망이를 절반 좀 안되게 잘라 깎아 팽이를 만들어놓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풀 쑤어 먹인 옷가지를 두드려 펼 때마다 큰어머니는 “시상에나, 갸가 을매나 이뻤으면” 하고 넋두리처럼 말을 내놓았다. 기억에 의지해서지만 그 팽이의 주인공인 내 깜냥에도 할 말이 없지는 않다. 타작을 끝낸 건넌방에서 새끼 꼬는 어른들 쌈지담배는 내가 일일이 침 발라 가며 다 말았다. 그것도 담배 연기 맡아가며. 그뿐이랴. 막걸리 심부름도 했고 큰아버지 아버지 무릎을 번갈아 오가며 북도 쳤고 갖은 재롱을 다 피워댔던 것이다. 이제 와 돌이켜 생각해보면 도구도 마땅치 않았던 시절 단단한 다듬잇방망이를 자르고 손질하는 게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톱질은 물론이고 못 박기도 쉽지 않은 다듬잇방망이는 흔히 물푸레나무로 만들었다. 단단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무였다는 뜻이다.
09.29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관세정책은 단순한 보호무역 수단을 넘어서 미국의 경제·외교·안보·에너지 목표를 타국에 압박하기 위한 미국식 패권주의의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우리나라 일본 유럽에 대한 관세율 설정을 미국산 LNG 수출과 연계시키는 것이 미국산 에너지의 영향력을 높임으로써 미국의 패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에너지 지배(Energy Dominance)’ 전략에 따른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관세부과의 주요 명분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다. 그러나 미국이 말하는 ‘안보’ 영역은 전통적인 군사 분야에 국한되지 않으며 불법 이민, 불법 펜타닐 유통은 물론 에너지 정책까지도 포함한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25% 추가 관세를 부과받았고, 캐나다와 멕시코 또한 국경관리 문제를 이유로 고율 관세 부과 위협을 받았다. 이러한 흐름은 국제 정치경제질서가 힘이나 거래에 기반한 질서로 대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레튼우즈 체제 탄생 이후
금융감독원은 3일 공인회계사 시험 최종합격자 1200명을 발표했지만 합격자들은 기쁨보다는 수습할 회계법인을 구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컸다. 올해 수습 공인회계사 채용 규모가 4대 회계법인 800명, 중소형 회계법인 100명으로 모두 합쳐도 900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작년 합격자 중 수습기관을 구하지 못한 250명이 올해로 이월돼 1450명의 공인회계사 합격자들이 900개의 수습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결국 500명 이상 공인회계사 합격자들이 수습기관을 구하지 못해 ‘회계사 낭인’이 될 상황이다. 최근 회계법인들의 실적이 좋지 않고, 인공지능이 단순 업무를 점차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향후 공인회계사 수습기관 미지정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이유다. 외부감사인 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양성과정 필수 회계감사는 공인회계사의 기본업무이다. 공인회계사를 ‘자본시장의 파수꾼’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회계감사
현대는 광고사회로 불린다. 우리는 건강광고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일반약품 등 잠시 주변을 살펴보면 건강광고가 너무나 많다. 대중교통에서 병원광고도 흔하게 볼 수 있고 아침방송 케이블티브이를 통해 간접광고도 상시 유통되고 있다. 낮시간 뉴스채널과 케이블방송은 건강기능식품광고가 다수를 차지한다. 너무 광고가 많다보니 전 국민이 건강문제와 질환의 박사가 될 지경이다. 그래도 신문이나 방송, 대중교통의 승인된 광고들은 심의를 받아야하고 병원광고는 협회의 심사도 받는다. 대표적으로 과거 성행했던 연예인을 동원한 병의원 광고는 그 부작용 때문에 불허상태다. 건강기능식품 광고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최근 주류매체로 등극한 유튜브 등 플랫폼은 이런 규제 사각지대다. 유튜브 등에서는 기존의 광고규제를 피해갈 여러가지 술수가 동원된다. 플랫폼 광고는 경험담이나 사용기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워낙 사실 확인이 안된 다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