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9
2026
우리는 일상에서 인공지능 비서에게 말을 거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엄밀히 말해 지금까지의 인공지능(AI)은 우리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들은’ 것이 아니었다. 기존의 시스템은 사용자의 음성을 받아 적는 음성인식(ASR) 단계를 거쳐 이를 텍스트로 변환한 뒤 그 글자들을 읽어 의미를 파악하는 이른바 ‘번역된 데이터’의 규칙을 따랐다. 이러한 방식은 전달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정보의 누출을 가져온다. 음성이 텍스트로 박제되는 순간 목소리에 담긴 미묘한 떨림, 고조된 감정, 혹은 문맥을 뒤집는 반어법의 뉘앙스는 소거되고 건조한 기호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입체적인 조각상을 평면적인 그림자로만 감상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최근 구글이 발표한 ‘제미나이(Gemini) 2.5 플래시’와 같은 네이티브 오디오 모델은 이러한 중간 통역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 소리를 직접 처리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그 기술적 도약의 중심에는 서로 다른 감각을 하나의 수학적 언어로 묶어주는
국가균형발전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국민주권정부는 작년에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대 초광역권을 성장거점으로 하고, 강원·전북·제주 3개 특별자치도는 자치권을 기반으로 특화성장을 추진하겠다는 ‘5극 3특’ 구상을 내놓았다. 중앙-지방 간 자원 불균형 하에서 권역별 인프라를 확충하고 자율적 성장을 지원하겠다니 반길 일이다. 초광역 개발전략은 경제활동이 국경을 넘어 디지털로 연결되는 시대흐름에 부응하고, 국토를 골고루 경쟁력있게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과거의 광역 단위 계획들이 중앙정부 주도로 흐르고 지자체 간 협력이 취약했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날로 심화되고 절반 가까운 지역이 소멸 위험에 처한 지금, 이전보다 훨씬 획기적인 균형성장정책이 모색되어야 침체된 지역을 살릴 수 있다. 광역행정통합, ‘5극 3특’ 실행 엔진 ‘5극 3특’의 성패는 계획과 실행이 얼마나 잘 맞물려 돌아가느냐에 달려있
새해 벽두 심야에 전광석화처럼 실행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강제 체포와 미국 압송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 11월에 발표된 미국의 신안보전략에 천명된 소위 ‘돈로 독트린’의 첫 실행 사례가 극적으로 전개되었다. 돈로 독트린은 19세기 초의 먼로 독트린이 21세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MAGA)와 묘하게 결합한 트럼프 자신의 조어다. 그러나 두 독트린은 유사하면서도 결이 다르다. 남북 미주대륙을 포괄하는 서반구(Western Hemisphere)를 중시하는 안보 사고라는 면에서 유사하지만, 그 조건과 배경에는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 먼로는 세계 10위권 밖의 신생국, 트럼프는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이다. 먼로 독트린은 유럽 중심의 세계질서에서 소외된 방어적 입장에서 나온 노선이었다. 반면 돈로 독트린은 지난 80년 간 유지된 자유 질서를 수호하는 세계경찰로서의 미국 역할에서 자진 후퇴를 의미하면서도 서반구 중심의 미국 패권을 지키기 위해 군사력을 포
01.08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관계는 사실상 갑을 관계로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당에서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후보로 추천되기 위해서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정치에서 ‘공천헌금’이라 불리는 기이한 형태의 관행은 아직도 근절되었다고 할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지방의원 출마 지망생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형국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출마 후보자)들간 형성된 이러한 관계는 특정 진영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현실정치에서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업무 영역이 제도적 차원에서는 분리되어 있지만 정치현장에서는 상호보완적 관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차원을 넘어 지방의원 지망자들의 공천 여부를 결정할 때, 공천관리위원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지역구의 현역의원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결국 ‘공천헌금’의 유혹에 노출되기 쉬운 게 현실이다. 지역구의
신자유주의는 1980년대 초 미국 레이건행정부와 영국 대처정부의 출범을 기점으로 부상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세계 경제를 지배했던 이념적 사조였다. 규제완화와 민영화, 재정긴축, 개방확대,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특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는 ‘전능한 시장’이라는 토대 위에 지어진 집이었다. 신자유주의는 불평등 심화와 금융 불안정이라는 치명적 부작용을 낳았지만 요즘의 세상을 보면 신자유주의 시대가 어떤 면에서는 그리울 지경이다. 그래도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힘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공급망과 에너지, 기술패권까지 포함한 지정학의 확장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다. 마두로를 미국 법정에 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콜롬비아에 대한 군사작전도 좋은 아이디어이고, 쿠바는 붕괴할 것이다”라는 발언을 내놓았다. 현실론에 입각한 평가와는 별개로 국제법과 주권에 기반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지속되고 있다. 이 전쟁이
2025년 11월 난징(南京)에서 열린 세계 스마트제조 박람회는 중국 산업전략의 다음 단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전시 내용은 기술이나 제품을 자랑하는 무대가 아니라 제조 운영방식 그 자체였다. 인공지능(AI)·로봇·산업용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스마트 생산라인은 먼 미래가 아니라 이미 작동 중인 표준모델로 제시됐다. 이는 ‘중국제조 2025’가 지난 10년간 축적한 제조역량을 운영모델·인증·플랫폼으로 제도화해 다음 단계인 ‘중국표준 2035’로 연결하겠다는 방향을 보여준다. 제조경쟁은 이제 생산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식과 규칙이 글로벌 기준이 될 것인가를 둘러싼 구조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제조능력을 양적 생산에서 질적 경쟁력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2015년 5월 국무원의 ‘중국제조 2025’ 공식발표 문건에 포함됐던 10대 핵심기술 중에서 전기차·배터리, 드론, 고속철, 신소재, 태양광 패널, 5G 통신, 전력설비 등 7개 분야에서 세계 1위 중
01.07
지방시대는 선언만으로 오지 않는다. 문이 열려야 시작된다. 어떤 문을 열어야 할까. 사람들이 부담 없이 지방을 오갈 수 있는 ‘이동’의 문, 그리고 편히 머물 수 있는 ‘체류’의 문이다. 이 두 개의 문이 동시에 열릴 때 지방은 비로소 친밀한 ‘관계’의 장소가 되고, 일상을 나누는 ‘생활’ 공간이 될 것이다. 현재 지방으로 가는 길은 멀고 비싸며, 지방에서 머물 수 있는 공간은 태부족이다. 각자도생하듯 지방에 오라고 하는 것은 진정한 초대가 아니다. 오는 길에 꽃을 뿌리지는 못한다 해도 장애물을 치우고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 지방시대를 앞당길 두 개의 문부터 활짝 열자. 전국 대중교통 정기권으로 이동권 보장 첫번째 문은 전국의 대중교통을 정액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월정기권 ‘코리아 로컬 패스(K-Local Pass)’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지방 이동은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결단의 영역이다. 서울~전주 기준 고속철도는 왕복 6만~8만원, 고속·시외
외국인 취업자가 급증하면서 일본 사회에서 반 외국인 정서가 강해지고 참정당 등의 강경 우파에 대한 지지가 확대되면서 일본정부도 외국인 유치 정책의 조정에 나서고 있다. 다카이치 내각이 추진하는 외국인 정책을 보면 영주권 등 외국인의 일본 거주 자격심사의 엄격화, 외국인 및 외국 자본의 부동산 취득 규제 강화, 일본 국적 취득(귀화) 여건 강화 등이 있다. 의료보험 연금 등의 사회보장비를 부담하지 않는 외국인은 거주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강해지고 있다. 사회적 부담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일본의 외국인 취업자 일본정부는 외국인 취업자를 유치해 왔던 기능실습생 제도를 ‘육성취업’ 제도로 대체할 예정이다. 보다 숙련도가 높은 외국인 인재를 위한 특정기능제도를 연계하는 시스템으로 개편하고 전체 외국인 취업자 수의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2015년만 해도 90만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취업자수는 2024년 기준 230만명으로 153.5%나 늘어나고 있는데 이것이 사회적 부담
말의 기질은 예민하면서도 관대하다. 초원에서 진화한 말은 포식자에 민감한 신경계를 지녔고, 작은 소리와 움직임에도 즉각 반응한다. 동시에 신뢰가 형성되면 상대의 감정과 몸짓에 깊이 공명한다. 생태적으로 말은 땅과 바람의 동물이다. 발굽은 땅을 박차며 에너지를 만들고, 긴 다리와 폐는 바람과 속도를 자신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그래서 말은 자연 속에서 언제나 ‘흐름’을 상징해 왔다. 정지보다 이동, 고정보다 변화하는 생명을 상징한다. 올해는 기후, 에너지, 환경 분야에서 흥미로운 대비가 선명해지는 해가 될 것이다. 우선 미국 등의 정책후퇴 기조가 지속될지가 관심사다. 일부 국가에서는 유권자들이 탄소 규제비용 부담을 무겁게 체감하면서 기후정책 추진 정당에 대한 지지가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 분야에서 나타나는 ‘기후 피로감’은 실제 전환의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작 경제와 기술 시스템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시도는 시대
01.06
최근 북한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 후계자설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9월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김정은을 동행하는 모습이나 삼지연관광지구 이깔호텔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이 전해지면서다. 게다가 신년을 맞아 그동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참여하지 않던 리설주와 함께 김주애가 참배를 했고, 신년 경축 공연장 등에도 등장했다. 이렇듯 김정은의 주요 일정에 지속적으로 등장함에 따라 김주애가 차기 후계자라는 추측들이 나온다. 과연 김주애가 후계자일까. 김주애는 2022년 11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공개석상에 처음 얼굴을 내보인 후 주요 자리에 등장하면서 김주애의 후계자설이 떠올랐다. 그동안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자녀는 후계자 외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바가 거의 없다. 그런데 김주애가 김정은의 자녀로서 유일하게 여러 공식적인 자리에 나타나면서 후계자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 것이다. 특히 미사일 발사 현장, 현지지도 동행, 주요 행사 참여
2026년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심경은 자부심과 우려가 교차하는 복잡한 지점에 서 있다. 2025년을 복기해보면 한국 문화의 저력은 세계무대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며 K-콘텐츠의 영토를 확장시켰다.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입증된 한국인의 창의성과 역동성은 분명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문화적 성취 뒤편에서 감지되는 경제 시그널은 묵직한 성찰을 요구한다. 문화는 비상하는데 실물경제의 보폭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DP는 대만에 22년 만에 역전된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성장률은 1%대의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역동적인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 경제 활력이 이토록 빠르게 식어가는 현상은 역설적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경제의 혈맥인 자본의 흐름이 동맥경화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문화적 성취, 그리고 자산 쏠림의 그늘 우리 문화가 세계적
2025년 11월 27일 오전 1시 13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네번째 비행에 성공했다. 누리호는 차세대 중형위성 3호와 12기의 부탑재 큐브위성을 예정된 궤도에 투입했다. 발사부터 비행, 분리, 궤도 안착에 이르는 주요 비행 이벤트들은 모두 계획대로 수행됐고, 발사체와 탑재체의 상태 역시 정상으로 확인되었다. 결과만 보면 이번 발사는 또 하나의 성공의 기록이다. 그러나 누리호 4차 발사는 ‘성공했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되기에는 아까운 사건이다. 이미 2차 발사에서 완전한 성공을 경험했고, 3차 발사를 통해 그 성공이 우연이 아님도 확인했다. 그럼에도 이번 발사가 특별하게 읽히는 이유는 이 성공의 성격이 이전과 분명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누리호 4차 발사는 단순히 발사 횟수를 하나 더 늘린 사건이 아니라 한국 우주개발이 새로운 단계로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누리호 1차 발사는 ‘성공적인 실패’로 불린다. 궤도 진입에는
01.05
‘시민의 정치지성’에 달려 있다. 대통령이 주도한 친위쿠테타-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내란 기도-마저 겪은 한국 민주공화정의 위기 혹은 취약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정치지성이 발현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적 부의 배분에 관한 민(民)의 주권자적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고 촉진해 사회성원 간의 힘의 균형과 조화를 낳는 좋은 정치도 가능하다. 여기에는 친위쿠테타를 일으킨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로운 정권을 출범시켰다는 것 자체로는 민주공화제의 위기도, 좋은 정치의 실현도 어렵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2.3사태 이후 2026년 새해를 맞이한 지금까지도 현실정치는 혼란스럽다. 오래 지속되고 있는 정치·사회적 양극화, 여전히 정돈되었다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미국과의 외교·통상갈등 등 나라 안팎의 어려운 문제를 두고 숙고하고 숙의하는 정치의 모습은 볼 수 없다. 또 문제 해결의 방도를 갖고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정치도 부재하다. 다루고 있는 사안과 문제를 다루는 행태가 경쟁세력과의
우리 기업의 대규모 대미투자에 대해 우려가 있다. 이 투자가 한국에서 이루어진다면 한국의 생산이나 고용은 증가할 텐데 대미투자로 그 효과가 미국에 이전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미투자가 불가피한 우리로서는 한국과 미국이 얻는 이익을 잘 살펴보고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의 대미투자에서 등장하는 투자의 주체와 객체는 네 개의 행위자라고 할 수 있다. 투자의 주체는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과 이들의 본사가 있는 투자국인 한국이다. 객체는 투자수용국인 미국과 한국 기업의 현지 합작 파트너이다. 이들 행위자가 얻는 주요 효과는 다음과 같다. 투자기업은 미국 시장 확대, 국내에선 산업 생태계 유지 한국 기업은 미국에 투자하면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미국 고객사에 가까이 있으면 영업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신제품 개발 초기부터 고객사와 수시로 협의할 수 있어 주문에서 납품까지의 리드타임도 단축된다. 특히 우리 투자 분야는 조선 반도체 배터
새해에는 “꼭 살 빼야지”라는 다짐이 단골로 등장한다. 약국에도 비슷한 질문이 쏟아진다.“약사님, 올해엔 진짜 살 좀 빼고 싶어요. 매년 새해엔 제일 큰 결심이 비만 탈출이지만 지난해도 실패했어요”라는 푸념과 함께 최신 유행하는 비만약에 대해 문의한다. 새해 결심은 늘 뜨겁지만 비만은 단순한 의지 싸움이 아니다. 비만은 장기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목표도 ‘한달에 10kg’ 같은 극단이 아니라 ‘6개월 동안 5%를 꾸준히’처럼 현실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대한비만학회의 최신 권고에 따르면 체중 감량 1차 목표는 체중의 5~10%를 6개월 내에 감량하는 것이다. 이를 유지하면 비만 관련 합병증 위험을 줄인다고 밝힌다. 특히 치료 전 체중의 3~5%만 줄여도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개선한다. 그렇다면 새해 결심을 위해선 이렇게 시작하는 건 어떨까. 첫째, 식단에서 우리 몸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보다 조금 적게 섭취하는 ‘칼로리 적자’를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무조건 굶기’가 아
01.02
‘무질서(Anarchy)’. 아산정책연구원이 2026년 국제질서를 전망하면서 내놓은 키워드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장관이 이사장으로 있는 아산정책연구원은 해마다 국제질서를 전망하면서 한해를 관통할 핵심 키워드를 제시하는데 작년에는 ‘리뉴얼(Renewal)’을 내놓았고, 그 전해인 2024년에는 ‘연대(Coalition)’를 내놓은 바 있다. 강대국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주요 지역 곳곳에서 전쟁이 진행되거나 혹은 발발 위기가 만연한 상황에서, 2026년의 국제질서를 ‘무질서’로 평가함은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무질서한 국제질서의 한가운데에 트럼피즘이 자리잡고 있고, 이름은 다르지만 각 국가마다 일종의 유사(類似) 트럼피즘인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네덜란드의 ‘자유당’, 아르헨티나의 ‘말레이 리더십’ 등이 유행하고 있다. 무질서하지만 미국 중심의 다극화 ‘무질서의 국제질서’가 정확한 진단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국제사회에 신뢰할만한 보편
2024년 12월 3일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내란사태가 2025년에 마무리되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파면결정으로 내란사태 해결의 큰 돌파구는 마련되었지만 그 후에 이어진 내란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법원 재판은 더디기만 하다. 진정한 내란종식을 위해서는 첫째, 내란에 가담하거나 동조한 이들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을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 둘째, 법원의 판결을 통한 엄정한 책임자 처벌, 셋째, 내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와 관행 개혁의 세 단계를 잘 거쳐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2026년 새해를 맞은 우리는 아직 이 중에서 제1단계라고 할 수 있는 ‘철저한 진상규명’ 과정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갈 길이 멀다. 새해를 맞은 어제까지 아직 내란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이 내려진 것은 징역 2년이 선고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정보사 요원 정보 유출’ 판결이 유일하다. 그러나 1월부터는 3특검 사건의 선고가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미국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읽으면서 2026년에는 세계의 격변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떠오르면서 악화일로로 치닫던 미중관계가 금년에 해빙모드로 전환하고 G2 시대를 열 가능성이 떠올랐다. 미중 대립구조가 협력구조로 단숨에 180도 방향 전환할 수 있는 것은 파격적이고 거래적인 성격의 개인 트럼프가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이면에 담긴 뜻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협력이 미국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근거는 있는가. 첫째, 관세나 수출통제 등 대중 제재 조치의 효과가 그동안 크게 줄어 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2기 관세 부과 이후 중국의 대미수출은 2월부터 9월까지 69% 감소했지만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은 증가해 중국은 1월부터 11월까지 세계 무역 흑자가 사상 최고치인 1조 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등 수출 통제에 따른 효과는 계속 유효하지만
지난해는 트럼프의 관세전쟁과 미국 우선주의가 세계를 뒤흔든 한해였다. 동맹국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 정부는 미측 요구에 상호 국익에 부합하는 원칙적 타협점을 찾으며 위기를 넘겼다. 새해는 실행의 시간이다. 동맹과 안보 운영에 혁신적 사고 전환이 필요하고 구체적 성과로 보여줘야 할 때다. 주목할 것이 있다. 트럼프행정부가 지난해 국가안보전략에서 나토동맹 파트너인 유럽의 ‘문명적 소멸’ 위험까지 경고하며 근본적 문제들을 지적했다는 점이다. 미 행정부는 가치보다 이익 기반 거래전략과 유럽연합(EU)의 다자주의 문제를 제기했다. 유럽이 러시아와 전략적 안정을 재확립하고 안보의 일차적 책임을 지는 자립적 동맹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동맹에 대한 미국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유럽은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약화된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들의 지역안보에 직결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에서조차 배제되어 있다. 내부 정치적 분열로 일치된 대러 전략이
12.31
2025
올 한해 국내 자본시장은 새 기록을 많이 만들었다. 우선 3월부터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개장하면서 70년 만에 한국거래소 독점체제가 깨졌다. 이에 따라 거래시간이 연장돼 출퇴근길에도 국내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거래수수료 경쟁 및 인프라 혁신도 가능해졌다. 개인투자자의 주요 투자수단이 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총액이 6월 5일 200조원을 돌파한 것도 중요한 기록이다. 2002년 국내 도입 이후 2023년 1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2년도 안돼 달성한 기록이다. 연말에는 297조원으로 300조원에 육박했다. 올해 가장 중요한 증시 기록은 코스피 4000선 돌파 국내 증권업계 1, 2위를 다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종합투자계좌(IMA) 1호 사업자로 지정돼 자본시장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했다. 2017년 도입 8년 만에 첫 사업자가 나온 IMA는 기업금융과 중소·중견·벤처기업 관련 모험자본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