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2
2025
2025년 10월 22일 정부는 2021년 11월 코로나19 대응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시작한 유류세 인하 조치를 18번째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2025년 10월 29일에 유명한 의학저널인 랜싯(Lancet)은 최근 폭염으로 인한 전세계 사망자가 연간 약 55만명이라고 보고했다. Lancet의 이번 보고서에 대해 국외에서는 저명언론 기관과 세계보건기구 같은 공공기관에서 심도있는 분석기사를 내보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연간 55만명이 사망자는 1분당 1명 정도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대단한 사건인데도 말이다. 이런 정도의 사망자는 이제 언론에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거나 다른 중요한 일들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더더욱 일견 이해가 가기도 한다. 경기부양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유류세 인하다. 일견 서로 상관없어 보이지만 전례 없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는
12.01
지난 11월 25일 여당이 사법개혁안을 발표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여러 쟁점들이 이야기됐지만 제왕적 사법권력을 독점해 대법원장의 사조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법원행정처를 폐지해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시키고, 비법관 위원들도 참여시켜 사법행정에 민주적 통제를 강화한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는 안이 핵심내용 중의 하나다. 사법행정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 모두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현직 법관 외에도 인권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식이 풍부한 비법관이나 비법조인을 포함시켜 위원회 구성에 다양성을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즉 위원 지명이나 추천권을 변호사단체나 법학교수회 등에 분배해 사법행정의 폐쇄성을 타파하고 민주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벌써 대법원에서 위헌이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들린다. 헌법 제101조 제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이 조항을 사법권독립에 관한 조항이라고 보면서 법원에 속하는 '
성장세를 구가하던 미국의 인공지능(AI) 산업이 격변기에 접어들고 있다.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는 현재의 AI 열풍을 거품이라고 경고하는 ‘AI 버블론’이 11월에 포문을 열었다. 연이어 구글이 업계 1위 오픈AI보다 더 나은 AI 모델을 출시하면서 경쟁구도 재편론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철옹성 같던 선두주자 엔비디아와 오픈AI가 동시에 위협적인 도전에 직면했고 산업 전체도 저수익 과잉투자 의혹에 휩싸였다. AI 버블론의 대표주자는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다. 그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경고했고 위기 과정에서는 총 8억달러를 벌어들인 전설적인 투자자다. 최근에는 AI 시대의 최대 수혜기업인 엔비디아와 팔란티어를 대상으로 높은 주가가 거품이라고 주장하면서 명목가치 11억달러의 공매도 포지션을 구축했다. 그가 버블론을 주장하는 근거는 수요와 괴리된 과잉투자, 감가상각 기간 연장을 통한 수익률 과다 계상, 지속 불가능한
공포 영화에 나오는 뱀파이어를 물리치기 위해서 영화 속 주인공은 마늘을 사용한다. 왜 뱀파이어를 물리치는데 마늘이 사용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뱀파이어의 전설이 루마니아 세르비아 등의 동유럽에서 시작되었고, 이들 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나쁜 기운을 쫓아내는 목적으로 마늘을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뱀파이어와 다른 나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해 특별한 명절에 마늘을 문과 창문에 걸어놓거나 문에 바르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풍습의 유래에 대해서 유럽 역사에서 가장 잔혹했던 전염병인 페스트가 등장한다. 페스트는 1300년대에 유럽을 휩쓸어 당시 유럽 인구의 1/3이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때 페스트를 물리치기 위해서, 마늘을 사용해서 집 문과 창문에 걸어놓는 일이 크게 유행했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왜 마늘인가? 마늘은 실제로 항균작용이 강해서,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강력한 소독효과를 보여준다. 많은 종류의 감염성 박테리아는 마늘 즙을 물에 희석한 용액에 넣으면 곧 사멸
11.28
최근 들어 금융시장 안팎에서 ‘인공지능(AI) 회사들에 거품이 많으며 조만간 꺼질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온다. 기술적 관점에서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인공지능 회사’라기보다 ‘거대언어모델(LLM) 회사’라고 하는 게 훨씬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오픈AI’의 샘 올트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거품이 있는 것 같고 언젠가는 꺼질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한다. 이들 ‘LLM 회사’들의 최근 행보를 보면 거품이 꺼지는 것이 당연하고 일부에서는 오히려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1990년대 말 발생한 ‘인터넷 서비스 회사 거품 붕괴’ 이후 살아남은 회사들이 시장을 거의 장악했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 거품’ 시절에는 대부분의 거품이 중소규모 기업들에 끼어 있었고, 이들 회사들은 기술력이라는 측면에서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현재의 ‘LLM 거품’ 의심받는 회사들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이
다음주 수요일이면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만 1주년이다. 그날 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첫 1보를 접하고 턱도 없는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가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황당해 했던 기억이 새롭다. 명백한 헌법 위반이고 국민 상식으로도 도저히 납득되지 않은 내란 기도였음에 비춰 진즉 엄정한 법적 심판이 내려졌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해서만 결심공판이 끝나 내란우두머리 방조 및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형이 구형된 상태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핵심 피의자들의 재판은 법 기술을 동원한 피고인측의 지연작전에 휘말려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윤 전 대통령이 재판 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어떻게 저렇게 자격 미달의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게 됐을까 하는 참담함을 국민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증인들의 일관된 증언과 물증이 제시되어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의 변명과 부인
다행스러운 일이다. BNK금융지주를 비롯해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절차가 무리없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모두 현 회장의 연임이 유력시된다. KT도 김영섭 사장이 무단 소액결제 사태 등의 책임을 지고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혀 새 사장 선임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과거 정권은 금융회사뿐 아니라 민영화된 공기업인 포스코와 KT를 정권의 전리품 정도로 착각해왔다. 정부 지분이 1도 없으면서 이들 기업의 CEO 선임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정권에 가까운 사람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곤 했다. 윤석열정부에서 사장 후보를 두 번이나 자진사퇴하도록 압력을 넣은 KT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과거 정권들 금융회사와 민영화된 공기업 인사 전리품 취급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정권 차원의 인사개입 논란이 아직 불거지지 않고 있다. 서슬 퍼런 정권 초기의 분위기임에도 거물급 깜짝 후보의 낙하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과
‘영·독·불’은 전통적으로 유럽 대표 3국을 지칭하는 용어다. 우리 대통령의 유럽 순방도 영·독·불 위주로 검토하는 것이 당연시되곤 했다. 이 3국이 요즘 맥을 못 추고 있다. 영국은 유럽연합(EU) 탈퇴 후 5년 내내 내리막길이고 독일은 마이너스 성장의 수렁에 빠져 시름하고 있다. 프랑스는 심각한 재정적자와 사회불안 등 총체적 혼란 속에서 허우적대는 중이다. 세 나라 모두 반이민 정서가 격화해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분풀이를 이민자들에게 하고 있다. 지난 9월 프랑스에서는 ‘모든 것을 가로막자(Bloquons tout)’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100만여명이 참가한 ‘국가마비운동’ 시위가 벌어졌다. 나랏빚이 1초에 5000유로(약 825만원)씩 늘어날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에 처하자 정부가 재정적자 감소를 위해 내놓은 긴축예산안이 의회 불신임에 막혀 2년 사이 총리가 6번이나 바뀌는 정치적 혼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위대는 국가재정파탄이 정부의 무분별한 이민자 수용과 구식민지
11.27
올해 139개 대학이 16년 만에 등록금을 인상했다. 대학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장기간 등록금을 동결해 재정난이 심화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반면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분의 투명한 사용과 구체적인 계획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이 등록금 사용에 민감한 이유는 자신들은 교육 서비스를 받기 위해 돈을 지불한 위탁자이고 대학은 학생들의 뜻에 따라 돈을 사용해야 하는 수탁자이기 때문이다. 대학은 등록금 인상분을 본연의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할 수탁책임이 있다. 따라서 대학은 등록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회계정보를 이해관계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모든 조직 투명하게 회계보고 해야 할 수탁책임 있어 우리나라에서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은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에 따라 각각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적용받고 있으며, 회계감사와 감독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다. 하지만 비영리법인은 상황이 다르다. 각 분야별로 근거 법률과 기준이 산재되어 있고 회계용어도 제각각이다. 공익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당 지도부를 누가 결정할 것이냐를 둘러싸고 내부 분란을 겪고 있다. 한쪽에서는 당심을 강조하며 당원 100~70%를, 다른 한쪽은 민심을 내세워 당밖의 국민참여 비율이 최소한 50% 이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교롭게도 그들 모두 정당민주주의를 명분으로 삼는다. 하지만 이런 식의 문제만 갖고 정당민주주의를 운운하는 게 타당할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정당민주주의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짚어봐야 한다. 정당민주주의는 정당이 정치과정 전반에 걸쳐 인민의 주권자적 위상과 역할, 즉 정치적 주체성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지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다. 따라서 작금의 정당정치 현실에서 정당민주주의를 운운하기 위해서는 정당이 ‘인민의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제1원리를 어떻게 구현해 갈 수 있는 지에서 찾아져야 한다. 현대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인민이 원칙적으로 정치의 주체임을 전제한다. 현대 민주주의 정치체제는 인민주권 사상에 바탕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최근 대만 유사시 일본의 군사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이후 대만문제가 다시 국제정치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중국은 대만문제를 위해 전쟁을 불사할 것인가. 2019년 중국의 국방백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암시한다. 인민해방군의 역사적 사명을 재정의하며 군사력을 단순한 억지수단이 아닌 당이 설정한 전략목표를 관철하는 적극적 도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국방백서가 제시한 네가지 사명 중 핵심은 국가주권과 영토보전, 그리고 통일을 수호하는 것이다. 인민해방군 매체들은 한발 더 나아가 통일·영토·주권과 직결된 중대한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이를 ‘확실하게 통제’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는 외부에서 제기된 “중국이 필요할 경우 전쟁을 개시할 수 있다”는 우려와 맞물려 더욱 큰 파장을 낳았다. 역사적 사명의 재강조는 대만문제와 맞물리며 동북아 안보지형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2024년 라이칭더의 당선은 위기를
11.26
인공지능(AI) 시대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주식 하는 사람은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 관련 주식이 등락을 거듭할 때마다 쾌재를 부르거나 한숨을 쉰다. 인공지능은 이미 의사보다도 더 정확히 병을 진단한다. 작사·작곡도 인간보다 더 뛰어나게 한다고 한다. 머지않아 인간보다 더 빨리 달리고 더 나은 마라톤 기록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할 것 같다. 전쟁의 승패도 인공지능 드론과 로봇이 좌우할 것이다. 법정에서 판결문이나 변론문도 인공지능 시스템이 도움 정도가 아니라 직접 작성하는 사실상 인공지능 판검사·변호사 시대가 온다. 대통령도 정치인들도 정당들도 틈날 때마다 인공지능을 들먹인다. 정상외교에서도 인공지능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우리 언론은 하루가 멀다는 듯 인공지능 관련 뉴스 기사 사설 칼럼 등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 광풍에 휩쓸려 이것이 가져올 해악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앞장서 말하기를 꺼린다. 인류 역사를
지난 11월 발표된 한미 팩트시트는 단순한 외교문서가 아니다. 한국이 미국과 본격적인 과학기술산업(STI, Science–Technology–Industry) 동맹을 맺고 신냉전의 최전선에 서게 되었음을 알리는 구조적 문서다. 이번 팩트시트에는 한미 군사동맹의 현대화뿐 아니라 한국정부와 기업의 3500억달러 대미 투자(1500억달러는 조선 부문), 반도체 공급망 공동 대응, 전기차·배터리 가치사슬 협력, 조선·해양기술 및 제조 협력,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정찰기술 협력, 우주·사이버 협력, 핵추진잠수함 보유 승인, 민간 핵농축·재처리 용인 등이 포함되었다. 오늘의 신냉전은 군사·이념 대결이 아니라 AI·반도체·배터리·우주·양자 등 전략기술·산업·공급망·인재를 둘러싼 기술패권 경쟁이다. 첨단기술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되면서 동맹의 중심도 군사에서 STI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을 전략기술 동맹의 핵심 국가로 편입시키는 배경도 이러한 구조적 변화 때문이다. 오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가 당초 계획보다 하루 연장하며 지난주 말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치열한 논쟁 끝에 도출한 선언문에는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화석연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담지 못했다.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을 마련하고자 노력했지만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완강한 반대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현대 산업화의 근간이 되었던 화석연료와 단절을 선언하지 못하고 과거의 연장선에 머물겠다는 모습이었다. 물론 합의문에는 해수면 상승, 가뭄 등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적응 재원을 2035년까지 현 수준의 약 3배로 늘리도록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한 행동의 ‘이행 가속화’를 목표로 하는 자발적 이니셔티브를 운영하기로 한 것도 소중한 성과다. 그런데 이러한 수준의 합의문이 과연 인류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기후재앙이 현실인데 화
11.25
동북아의 지도가 조용히 뒤틀리고 있다. 이제 판을 움직이는 것은 ‘거리’와 ‘속도’, 그리고 ‘정밀성’이다. 장거리 정밀타격 무기(Long-range precision steike)는 자국 영토 밖 수백~수천km 거리의 표적을 짧은 시간에 높은 정확도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공격할 수 있는 재래식 또는 핵 탑재 타격체계다. 즉, ‘멀리·정확히·빨리’ 타격하는 무기이며, 단순히 ‘타격수단’이 아니라 전략적 영향력을 투사하는 시스템이다. 단순한 ‘작전수단’이 아니라 국제정치의 구조를 재편하는 냉정한 기술적 요인으로 떠올랐다. 그런 의미에서 정밀타격 무기는 이제 ‘전술’이 아니라 ‘지정학’이다. 그것은 전략적 메시지이자 위기관리의 언어이며 전쟁의 문턱을 높이기도 낮추기도 하는 정치적 메커니즘이다. 오늘 동북아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된다. 정밀타격 경쟁이 가속될수록, 북·중·러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Area D
199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정보통신기술(ICT) 생산성 논쟁은 오늘날 인공지능(AI) 시대에도 동일한 경고를 던진다. 당시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을 도입했지만 정작 매출 증가나 생산성 향상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 최신 장비를 갖추고도 업무 방식은 기존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만큼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범용인공지능(AGI)과 대규모언어모델(LLM)은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투자는 경쟁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기업들은 인력 역량 결여, 데이터 축적 미흡, 운영체계 미비 등 다양한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호소한다. 무엇보다 생산성을 창출하지 못하는 AI 투자는 결국 국가적 자원 낭비와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AI가 제조업의 생산성 혁신에 기여하려면 문제는 AI 자체가 아니라 생산성과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는 AI 도입 방식에 있다. 그 해법과 기회
날이 제법 춥다. 장갑 낀 양손을 웃옷 주머니에 넣은 채 종종걸음을 옮기면서도 시선은 배풍등(排風藤)을 향한다. 가운데께로 푸른 빛 절반, 가장자리로는 짙은 갈색 절반쯤이라 가지에 달린 몇 개의 배풍등 잎은 막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서는 북반구 온대지방의 날씨를 닮았다. 풍(風)을 쫓는 효능이 있다는 이 식물을 영어로는 리라(lyre) 닮은 잎을 가진 ‘밤그늘(nightshade)’이라 부른다. 리라는 한쪽 끝이 백자 손잡이 흡사한 현악기를, 밤그늘은 밤에 독성을 띠는 열매의 특성을 빌어 지은 이름이다. 대체로 밤그늘은 감자나 토마토 가지 등 가짓과 식물을 가리키지만, 때마침 까만 열매를 단 까마중만을 지칭하기도 한다. 필자에게 올 한해는 배풍등을 처음 보고 그 이름을 찾고 더운 여름 지나 맺은 푸른 열매가 오롯이 붉은색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느라 다 지나갔다. 이른 봄 배풍등 잎을 처음 보았을 때는 뒤늦게 나팔꽃 잎 모양을 떠올렸지만, 그것만으로는 식물의 이름을 유추할 수 없어
11.24
한국경제가 진퇴양난의 생존위기에 직면해 있음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한국경제 미래와 관련된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반도체와 조선을 포함, 10대 주력산업 모두 5년 뒤에는 생산성과 경쟁력에서 중국에 뒤처질 것으로 내다봤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 모두에서 중국이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한국 기업 성공의 보장수표였던 추격전략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유일한 길은 시장진화의 선두자리를 꿰차는 ‘추월전략’ 뿐이다. 고객맞춤형 생산의 일반화가 그 해답이다. 이를 뒷받침할 필수 혁신 과제가 있다. 시장은 분명하게도 저마다 특색있는 요구를 제시하고 그마저 수시로 변화하는 고객맞춤형 생산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확인되었듯이 사람의 역할을 기계로 대체하는 기계 중심 자동화는 기계적 동작의 반복으로 변화무쌍한 시장 수요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대안은 기계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과감하게 기계에 맡기고 사람은 한층 창조적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인공지능(AI) 거품 논쟁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관련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투자계획이 예상보다 큰 규모로 발표되면서 오히려 시장의 경계심이 커졌다. 그럼에도 자금 흐름은 여전하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서 보듯 미국 아시아 중동은 GPU,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투자를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거품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투자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AI 거품 논쟁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시장의 경계심 커져 AI 거품론의 핵심은 명확하다. 지금의 투자 규모가 미래의 수익성을 정당화하기에는 과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AI 기업들이 벌고 있는 돈의 규모를 볼 때 앞으로 현재의 투자속도를 설명할 만큼 경제적 수익을 충분히 내 줄 수 있을지 불확실한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수익모델이 불분명한 기업들까지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에 나서는 상황은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크게 보이게 한다. 분명 기술혁
우리나라의 저출생 현상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심각한 수준으로 최근 몇년 간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24년 기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0.75명으로 집계돼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3년 연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6년 연속 1명 미만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2024년 출생아수는 약 23만8000여명으로, 2015년 43만8000여명에 비해 8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우리사회에서 저출생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태어난 아이에게도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미숙아와 저체중아 출생률이 특별히 높아져 우려를 낳고 있다. 임신 중에 태아가 정상적으로 발달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는 태아의 체중이다. 신생아의 정상체중인 3.5kg다. 2.5kg 이하면 저체중아로 분류된다. 저체중아는 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