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3
2026
독재자의 ‘착취’는 국민으로부터 권력과 부를 수탈하기 때문에 국가를 망친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에스모글루 교수와 로빈슨 교수는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특정 국가가 가난한 이유는 지리적·문화적 요인이 아니라 착취적 권력자가 빈곤을 조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도자의 실수나 무지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이라는 것이다. 노예 식민지배 억압을 겪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독립 이후 독재 내전 부패 기아 질병의 고통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15억명 인구의 아프리카 54개국 중 절반에 해당하는 27개국이 독재국가이며, 30년 이상 독재자가 군림하는 나라가 5개국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7개국에서 30년 이상 1인 독재가 행해지는 상황에서 그 대다수가 아프리카인 셈이다. 지난해 10월 8선을 한 카메룬 대통령 비야는 92세 최고령으로 44년째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새 임기 7년을 다 채우면 99세로 무려 50년 독재를 하게
현대자동차가 자회사를 통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람도 하기 힘든 묘기까지 연출하면서 아틀라스는 사람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놀랍기 그지없다. 현대자동차가 단순히 로봇 쇼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까지 아틀라스를 개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자동차 생산 현장에 투입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노조에 비상이 걸렸다. 노조는 아틀라스가 조합원의 일자리를 앗아갈 것으로 내다보고 자신들과 협의 없이는 단 한 대도 투입할 수 없다며 사실상 아틀라스 투입을 강력히 반대했다. 아틀라스 현장 투입을 둘러싸고 상당한 논쟁이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논쟁은 좌우 이념을 기반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파 이념 집단에서 아틀라스 투입은 묻고 따질 필요가 없는 당연한 선택으로 본다. 좌파 이념 집단 안에서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2026년 현재, 글로벌 자본시장의 거대한 물줄기가 다시금 홍콩으로 회귀하고 있다. 한때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중 패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시아의 금융 허브’ 지위가 흔들린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작년부터 시작된 중국 첨단 기술 기업들의 홍콩행 ‘엑소더스’는 홍콩이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슈퍼 커넥터(Super Connector)’임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상장의 질적 변화다. 단순한 제조나 소비재 기업이 아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차세대 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들이 홍콩 증시를 그들의 ‘자본 성소’로 선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자금 조달의 목적을 넘어, 미국의 기술 봉쇄에 맞선 중국의 ‘기술-자본 자립 선언’이자, 월가와 중동 자본이 중국의 미래 가치에 다시 베팅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서막이다. 나스닥 대신 홍콩을 택한 테크 유니콘들 과거 중국 테크 기업들에게 나스닥(NASDA
2025년 12월 대만 국회(입법원)가 라이칭더 총통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 총통 탄핵이 더 이상 ‘만약’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 정치의 한복판으로 들어온 것이다. 대만에서 현직 총통을 상대로 탄핵 절차가 본격화된 것은 이례적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권이 탄핵 카드를 꺼내 들면서 총통부와 국회 간 전면 충돌이 시작됐다. 이번 탄핵안은 일회성 공세가 아니다. 2026년 1월 공청회와 심사회로 쟁점을 띄운 뒤 5월 추가 심사와 본회의 표결까지, 단계별 시간표가 촘촘히 짜여 있다. 탄핵이 되든 안 되든 총통을 국회 심판대에 계속 세워두겠다는 계산이 깔린 일정이다. 공청회 개최, 전원위원회 심사, 총통 출석 요구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탄핵은 정치 전면에 떠올랐다. 여야 충돌도 단순한 당파 싸움을 넘어 ‘헌법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국민당과 민중당이 내건 탄핵 명분은 단순하다. 국회가 통과시킨 ‘재정수지분배법(財政收支劃分法)’을 총통이 일부러 공포하지
02.12
이재명 대통령은 2월 6일 경남 타운홀미팅에서 임금격차 문제 해법에 대해 노동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매우 정당하고 당연한 내용인데, 그 근거로 노동운동의 권리를 헌법에서 주었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정당하게 헌법이 부여한 권리를 행사해 힘을 모아야 전체적으로 노동자들의 지위도 올라가고 사용자와의 힘의 균형도 맞게 돼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노동운동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우리는 정부가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경우가 많지만, 노동분야에 있어서는 최저한의 기준을 정하는데 그치고 있다.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이 대표적이다. 그 이상의 수준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3권을 행사하여 사용자와 대등한 입장에서 교섭하여 타결할 필요성이 있다. 노동 관련법은 최소한의 기본을 정하는 데 그쳐 이웃나라 일본의 소위 잃어버린 30년의 근본 요인 중 하나도 노동운동의 약화, 노사대등성 원칙의 희박화다. 노동조합 조직
마을 어른들이 돌아가시면 3년상을 치렀다. 시묘살이까지는 아니지만 장례 후에도 집에 빈소를 그대로 두고 3년 동안 상주가 자리를 지켰다. 상주는 농사일이 바쁠 때도 빈소 가까운 곳에서만 일을 보았다. 문상객은 빈소가 있는 집 골목에서부터 ‘아이고 아이고’ 곡을 하면서 들어가고 상주는 이 소리를 듣고 급히 빈소로 달려갔다. 먼 옛날이 아니다. 1960년대 초등학생이던 시절에 본 장면이다. 그 후 이런 전통 상례는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다. 1970년대 들어서는 1년상으로 끝내는 집이 많았다. 1980년대 집안 상을 당했을 때는 백일 만에 탈상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 무렵부터 3일장을 지내고 당일 탈상하는 것이 이미 대세였다. 지금은 ‘무빈소 2일장’이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제사 풍습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 흔히 보았던 부모부터 고조부모까지 4대봉사를 모두 하는 집은 이제 찾아보기 쉽지 않다. 2대 봉사만 하거나 부모 제사만 지내도 그나마 괜찮은 경우다. 아예 기제사나 차
02.11
지난 팬데믹 당시, 미국의 바이오 기업 모더나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속도로 백신을 개발해 공급하여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본래 mRNA 기반 백신은 체내에서 불안정하고 쉽게 분해되어 치료제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모더나는 이를 빠르게 극복했다. 지질나노기술을 접목해 세포 내 생존율을 높이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의 신속한 설계로 후보물질을 도출해 낸 것이다. 이는 융합 연구가 거둔 혁신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과학기술계와 산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피지컬 AI와 뉴로모픽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 산업의 지형을 바꿀 이들 분야는 기계와 IT, IT와 바이오가 서로 보완하며 융합하고 있다. 더욱이 AI와 로봇 등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기술이 부상함에 따라, 이제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인문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모더나, 융합 연구가 거둔 혁신적인 성과의 대표적 사례 세계 기술 패권의 흐름이 ‘연결과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공론화가 국회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에서 진행하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위한 공론화가 그것이다. 2년 전, 헌법재판소가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이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올해 2월까지 국회가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공론화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우리가 어떻게 충실하게 이행할 것인지 논의하는 숙의민주주의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기대만큼 우려가 크다. 국회가 제시하는 일정이 턱없이 짧기 때문이다. 국회 기후특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공론화는 2월 초부터 3월 말까지 약 두 달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는 무엇인지 설명하고 핵심 질문을 설정하는 동시에, 300명의 시민대표단도 선발해서 학습과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 작년에 진행되었던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경우, 정부안 준비부터 최종 결정까지 약 2년의 기간이 소요되었
논란 속에 입법 준비 중인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에 담길 검찰개혁의 지향점은 검사가 형사정의 실현을 명분으로 국민들을 함부로 할 수 없도록 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검찰청을 폐지하여 검사의 수사권과 공소권을 조직적으로 철저히 분리하는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검찰개혁의 본질 내지 취지에 부합하는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검찰개혁 이후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우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기능과 권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판·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의 고위공직부정부패범죄에 대해서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다. 공수처는 수사권은 내려놓고 원칙적으로 공소청의 불기소결정에 대한 통제기구로 변신하고 예외적으로 고위공직부정부패범죄와 특검의 수사대상 범죄에 대한 기소권만 행사하는 기관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공수처의 기소 대상 범죄에 대한 불기소결정에 대해서는 공소청이 통제기능을 수행하도록 할
02.10
최근 발전공기업 통합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발전공기업 체계 개편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최근 발주했으며, 그 결과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일정 부분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통합 논의를 단순히 공기업 효율화나 숫자를 줄이는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발전공기업 통합 문제는 본질적으로 지난 20여 년간 중단된 채 유지되어 온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연장선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단된 구조개편으로 누적된 전력시장 왜곡 현재의 발전공기업 구조는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의 결과이다. 당시 정부는 발전·송전·배전·판매를 모두 수행하던 한국전력의 독점 체제를 해체하고 발전부문에 경쟁을 도입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고자 했다. 발전설비 기준으로 한전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5개 발전자회사로 분리하고, 전기위원회와 전력거래소를 설립한 것도 이러한 경쟁체제 전환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구조개편은 완결되지 못했다. 발전사 민영화와 판매
제4차 국가생명연구자원 관리·활용 기본계획이 공개됐다. AI바이오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서 생명연구자원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다양한 국내 연구진이 생산하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 대상 연구 데이터를 한 데 모아 정리하고, 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기반 분석 플랫폼을 구축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소규모 데이터에서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대규모 데이터에서는 확인할 수 있는 생명이라는 복잡한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질 것이다. 예컨대 사람의 데이터로부터 질환의 원인과 대책을 쉽게 도출하고, 동식물의 데이터로부터 신약 후보 물질을 더 쉽게 발굴하는 것을 가능케 할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바이오스테이션(K-BDS)은 이러한 데이터 등록과 분석 플랫폼 구축을 위한 핵심 인프라다. 이는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서 운영 중인 바이오 데이터센터에 준하는 수준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에도 국내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고속으로 등록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 우선주의’는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이러한 일방주의는 동맹국들에게도 예외없는 압박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돈로주의’는 베네수엘라 침공에 이어 그린란드 병합 압박 등 신고립주의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공표한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NDS)에서는 미국이 서반구의 패권장악과 중국 억제에만 집중할 것이며 한반도에서는 한국이 스스로 북한 억제 등 안보에 주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앞으로 전작권 전환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우리가 직면해야 할 안보적 상황이 되었고 한국은 동맹 재조정과 함께 독자적 외교 공간을 확보해 나가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 중국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시진핑 주석은 3연임이 끝나는 2027년 이후를 겨냥한 장기집권의 기반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최측근 군부 숙청은 군부 내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우고는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4연임을 위한 군부 내 반대세력 제거에 목적을
02.09
한국의 수출을 견인하고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산업이 2026년 새해 초부터 놀라운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시장은 연말이 성수기이고 연초는 비수기에 접어든다. 그러나 올해 1월 반도체 수출은 이러한 흐름과 달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7%나 증가한 205억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호실적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AI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기존의 범용 반도체보다 단가가 월등히 높다. 따라서 HBM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우리 수출에 큰 영향을 미쳤다. AI 호황에 1월 반도체 수출 역대 최고치 경신 반면 HBM의 생산 비중이 늘어나면서 범용 메모리반도체 생산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그 결과 범용 제품은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이 발생해 단가가 급등하게 됐다. 특히 2023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기 침체와 중국 반도체 기업의 저가 공세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이미 범용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줄여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국민에 의해 선출됐으므로 전체 국민을 아우르고 통합을 모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론적인 얘기는 기실 공허하다. 대통령은 특정 정당의 추천을 받아 그 정당을 지지하거나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선택한 유권자들에 의해 권력의 정점에 오른다. 정권을 창출한 정당과 대통령은 고위 공직자나 공공기관의 인사권을 행사하고 정책을 수립하며 집행함으로써 집권세력이 된다. 이를 떠받드는 구조가 이른바 당·정·청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국민의 일반의지를 표상하는 존재로서 정치적 발언을 삼가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 같은 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면 안된다’는 원칙과도 닿아 있기도 하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법적 의무에 기인하는 명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명제는 허구다. 대통령은 공무원이지만 선출직 공직자로서 정당의 공천을 받아서 당선된 정치인이다. 일반 공무원이나 전문 관료들이 임명직 인사라는 사실과 근본적 차이
설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누군가는 예매한 기차표를 확인하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뵙는 설렘에 잠기고, 누군가는 명절 전 업무를 마무리하느라 평소보다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시장 골목은 제수용품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집집마다 명절 음식 준비가 한창이다. 저마다의 모습은 다르지만 명절을 앞둔 바람은 비슷하다. 연휴 동안 큰 탈 없이 지내는 것, 그것이 설을 맞이하는 가장 소박한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설 연휴에는 생각지 못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평소보다 과하게 섭취한 기름진 음식으로 인한 소화 불량, 장시간 운전이나 명절 노동 뒤의 근육통, 갑작스러운 발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은 드물지 않다. 연휴에는 문을 여는 병의원과 약국이 많지 않아 집 안에 구비된 상비약이 첫 대응 수단이 된다. 문제는 많은 가정에서 상비약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래전 개봉한 시럽, 언제부터 있었는지 기억조차 힘든 조제약, 용도가 불분명한 연고가 뒤섞여
02.06
2월 8일에 실시될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는 생활물가의 지속적 상승 때문에 ‘감당가능한 비용(Affordability)’ 문제가 하나의 초점이 되고 있다. 각 정당이 서민 생활 지원을 위해 소비세의 폐지 및 완화 조치를 앞다투어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소비세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재정 불안, 엔저의 가속화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긴 하지만 일본 서민들의 고물가에 대한 불만에 대응하려는 일본 정치권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감당가능한 비용’ 문제는 트럼프 관세의 여파가 겹쳐 생활물가 상승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미국에서 먼저 주목됐다. 사회주의자인 조란 맘다니가 부자 증세와 함께 주거비 안정, 공공서비스 무상화 등 고물가 대책을 내세워서 뉴욕시장에 당선됐다. 일본 중의원 선거의 핵심 이슈로 등장한 고물가 문제 일본의 경우 오랫동안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고전해 왔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베노믹스 이후 엔저와 물가 상승 유도 정책을 정부와 중앙
싱가포르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한가운데서 ‘시간’을 국가 전략의 중심 변수로 다루는 나라다. 첨단 인재에게는 탄력적인 근로시간과 높은 보상, 빠른 승진과 재도전 기회를 열어두는 한편, 법·제도 차원에서는 과도한 장시간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유지하는 이중 구조를 택하고 있다. 싱가포르 근무 시절 같은 프로젝트를 두고 한국 기업은 국내 근로시간 규제를 그대로 안고 뛰는 반면, 중국·일본 기업은 현지 관행과 유연한 인력 운용으로 대응해 나가는 장면을 자주 보았다. 한국 기업만 ‘타이트한 규제’라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경주에 나서는 형국이었다. 한때 중국 IT기업의 ‘996 근무제’는 과잉 경쟁과 인권 침해의 상징으로 비판받았다.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이 방식은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 첨단 기업의 고속 성장을 떠받친 그림자였다. 이와 함께 주 7일 하루 24시간 근무 및 대기를 뜻하는 ‘007 근무’라는 단어까지 등장하며 중국식 발전 모델의 비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행정체계는 동서고금 지속되어 온 문제다. 행정의 틀이 짜였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인구 이동은 일상화되었고 출퇴근·의료·소비의 생활권은 행정 경계를 훌쩍 넘어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광역–기초’의 2중 구조를 가진 일본은 ‘도도부현–시정촌’ 체계 속에서 시행착오를 겪어 왔고, 프랑스는 ‘레지옹–데파르트망–코뮌’이라는 3중 구조를 유지한 채 조정과 협력의 해법을 발전시켜 왔다. 구조는 다르지만, 세계 각국은 ‘복잡한 행정체계’라는 공통의 문제를 풀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더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왔다. 그런데 우리는 이 문제를 늘 ‘통합’으로만 풀어왔다. 과거에는 ‘기초 통합’, 최근에는 대전·충청, 광주·전남 같은 ‘광역 통합’이다. 수도권 대응과 협상력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되돌릴 수 없는 위험 또한 크다. 복잡한 행정체계를 푸는 해법으로 여러 나라가 오래전부터 실험해 온 대안이 있는데, 바로 ‘연합’이다. 행정구역을 합치지 않고 기능·정책·재정·권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의 취임 1주년을 유럽의 한복판에서 맞이했다. 지난 1월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분명히 했고, 본인의 리더십으로 인해 취임 1년 만에 미국의 경제가 더할 나위 없는 활황을 맞이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특히 그린란드를 미대륙과 유럽을 잇는 핵심 연결고리로 평가하면서 미국 본토로 유입되는 어떠한 외부의 영향력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을 힘주어 밝혔다. 마가(MAGA)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1년 만에 1823년의 ‘먼로주의’를 소환했고, 여기에 도날드 트럼프라는 매우 이례적인 방식의 함의와 외피를 장식했다. 지금부터 200여년 전 미국의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James Monroe)는 당시 기준으로 구 대륙인 유럽을 향해 일종의 관계 단절과 같은 입장을 표방하면서, 결과적으로 신 대륙인 아메리카에서 미국의 우세적 지위를 인정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먼로주의의 진의에 대해서
02.05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 비례대표 의석 3% 봉쇄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한 것을 두고 평가가 갈린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측은 다양한 정치적 의사가 국회에 반영될 수 있음을 내세운다. 즉, 현재의 양대정당이 대표하지 못하는-혹은 대표하지 않는-정치적 의사가 국회 의석을 차지한 군소정당들에 의해 대표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가령 정의당과 노동당과 사회민주당이 노동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을, 녹색당이 생태환경주의자들을 대표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과연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인지 물음을 던져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봉쇄조항이 폐지되었다고 자동적으로 양대 정당으로 가던 표가 정의당같은 군소정당에게 가겠냐는 것이다. 즉, 유권자들의 사표심리가 사라지겠냐는 것이다. 또 국회의석보유-그것도 몇 석 안되는 소수 의석- 자체가 약자들의 대표성 강화를 보장할 수 있냐는 것이다. 다양한 정치적 의사, 국회 반영에는 회의적 원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