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7
2025
도시를 바꾸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올바른 비전과 열정을 지닌 단체장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런 단체장을 뽑고 제대로 일하도록 감시하고 응원하는 시민의 몫이 더 크다. 40여 년간 도시를 연구하며 세계 곳곳에서 도시를 혁신한 존경스러운 단체장들을 보아왔다. 그런 리더를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세번씩 시장을 역임하면서 브라질 꾸리찌바를 세계 최고의 생태도시로 만든 자이메 레르네르는 건축가 출신이었다. 그는 돈보다 창의력으로 도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믿었고, 해결의 열쇠로 ‘공동책임의 방정식’을 제시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가정에서 분리수거한 쓰레기를 가져오면 무게를 달아 과일로 바꿔주는 ‘녹색거래’는 시민 참여를 이끌어낸 상징적 사례였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지하철 대신 꾸리찌바는 1974년 ‘땅 위의 지하철’이라 불린 간선급행버스(BRT)를 세계 최초로 운행했다. 전용차로 위를 막힘없이 달리는 굴절버스와 사전에 요금을 결제하고 대기하는 튜브
중동과 유럽지역에 중장비 무역을 하는 A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키코사태’ 등으로 막대한 금융손실을 입고 2012년 법원 회생절차를 밟았다. 모든 노력을 기울여 회생절차를 마치고 재기하려고 꾸준히 기존 바이어 접촉과 신뢰구축 결과 재기를 위한 계약을 성사시켰다. 희망에 부풀어 있던 그에게 현실은 또 다른 시련을 안겼다. 금융기관과 보증기관은 과거의 회생이력을 근거로 대출과 보증을 거부한 것이다. A씨는 기업회생 절차만 끝나면 모든 게 잘 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영혼을 끌어모아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건만 정부와 금융당국의 답변은 “안된다”였다. 회생절차보다 법인파산이 낫다는 현실 요즘 만나는 중소기업 대표들은 기업이 어려워지면 회생절차보다 법인파산 후 면책을 통해 새롭게 출발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회생인가를 받아도 A씨처럼 낙인효과로 제대로 기업활동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2023년 대법원 사법연감에 의하면 기업회생을 통해 재기하
2025년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미국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그런데 미국이 보여준 무관심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최근 미국은 그동안 추구해온 세계질서에 대한 입장을 바꾸고 있고 세계는 이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1980년대 말 새로운 자유무역질서를 구축하고자 하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북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의 진전과 유럽연합(EU) 통합의 가속화는 경제블록의 출현을 예고했다. 위기감을 느낀 아시아가 대응하는 협력체 구상을 모색하자 태평양 연안국인 미국은 논의되는 경제협력체에서 자국이 배제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1989년 미국을 포함하는 북미 동북아 오세아니아 동남아 12개국에 의해 태평양 양안을 아우르는 APEC이 발족되었다. 한국도 발족 멤버다. APEC이 출범한 지 36년이 지났다. 과거와 달리 미국정부는 덤덤하다. 여타 다자협력체 참여에도 소극적이다. 2017년 발족시킨 쿼드(QUAD)에
일본에서는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는 한편 이를 위한 각종 디지털서비스 구입이 늘어 디지털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무역적자는 경영 및 컨설팅 서비스, 컴퓨터서비스, 저작권 등 사용료 서비스, 정보서비스, 통신서비스 등의 5개로 분류된다. 일본의 디지털서비스 시장에서는 고수익 분야인 앱, 미들웨어, 운영체제(OS), 계산 자원 인프라, 디지털 광고 등에서 외국 기업이 높은 점유율을 점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디지털 무역적자 급속 팽창 우려 경제산업성은 디지털 경제리포트(2025.4.30.)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디지털 적자 규모가 2025년 6조5000억엔에서 2035년 18조엔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며, 최악의 경우 28조엔까지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조강국이지만 디지털 무역적자가 확대 경향을 보이는 한국이나 일본으로서는 중장기적인 대응책이 중요한 시점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다음과 같은 대책을 제시했다. 첫째, 애플리케이션 사업,
11.06
경주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서해 해상에 중국이 무단으로 설치한 구조물이 관심을 받고 있다. 높이 71m에 달하는 거대 철골 구조물은 중국이 흑심을 품은 결과물인 것으로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제기됐고 앞으로 양국이 풀어나가기로 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서해 구조물은 그 사안을 들여다 보면 단번의 회담으로 끝날 수 없는 문제다. 한국과 중국이 경계선을 합의하지 않은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설치된 이 구조물을 연어 양식 시설이라고 중국은 주장하고 있지만, 그 진위를 알 길이 없다. 연어 양식의 이득 정도로는 국가간의 분쟁을 야기할 사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들 구조물이 장차 석유 시추 설비로 발전할 것이라는 일부의 추측이 더 설득력이 있다. 중국은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에너지 확보를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이란과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천연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산 펜타닐 보복관세를 10%로 인하하는 행정명령에 5일 서명했다. 부산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관세와 수출통제 등 무역제한 조치를 1년 유예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후속조치 격이다.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추가관세도 1년 연장한 10%의 보복관세와 낮춰진 펜타닐 관세를 합쳐 총 20%로 낮아졌다. 물론 중국 상품에 대한 미국의 실질 실효관세 수준은 45~47%다. 중국도 이날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추가관세를 내년 말까지 유예한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추이를 보면 중국이 주도권을 잡은 모양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의식해 강한 대중 압박을 피한 결과다. 세계 2대 경제대국간 경쟁이 주가와 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계 GDP의 25%인 미국 무역전쟁에서 중국에 고전 중국의 대미수출은 올해 9월 말까지 전년 동기 대비 16.8% 감소했다. 하지만 중국의 글로벌 수출은 오히려 6.1% 증가했다. 반면 미국의 전체 수입을 보면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대만은 다시 세계 정치의 중심에 섰다.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이자 ‘실리콘 방패’를 지닌 이 섬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도 위험하고 어느 쪽에도 휘둘리지 않아야 살아남는다. 실리콘 방패란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이 국가안보와 외교적 억지력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미국정부는 기술 봉쇄와 공급망 재편으로 대만을 자국 체제 안에 편입하려 하고 중국정부는 군사·경제압박으로 대만의 전략공간을 좁히고 있다. 최근 미국정부가 대만에 제시한 “생산의 절반을 미국으로 이전하라”는 요구는 단순한 협력제안을 넘어 대만의 자율성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겉으론 공급망 안정과 동맹강화를 내세웠지만 그 속에는 미국정부의 산업안보와 기술패권 강화 의도가 뚜렷하다. 미국정부는 안보동맹을 경제동맹으로 확장하며 자국 내 제조 기반을 회복하려 한다. 그러나 동맹의 이익이 곧 대만의 이익은 아니다. 만약 미국정부의 요구를 따른다면 대만은 기술주권을 잃고 안보적 레버리지도 약화될 수
11.05
외교 수퍼위크가 지나갔다. 전세계가 한국을 주시했고 온 국민이 숨죽이며 지켜봤다.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되었다는 소식에 아쉬움도 있었지만 한미 한일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공동성명이 채택되면서 선진국으로서 한국의 격상된 위상을 과시하는 부수효과도 거두었다. 한미 간에 우려했던 관세협상이 타결되었고 더불어 핵추진잠수함 도입에도 합의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정부 간 공식외교의 성과도 크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26만장 그래픽처리장치(GPU) 제공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쾌거였다. 우리나라는 이를 계기로 앞으로 ‘피지컬 AI’라고 하는 미래산업에 선도적 입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성공적인 행사를 준비한 우리 정부의 모든 관계자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차분히 지난 성과를 정리하고 후속조치를 준비해야 할 때다. 이번 협상에는 불변의 구조적 요소와 가변적 협상의 영역이 있었다. 초강대국이자 우리의 안
미국에서는 지난 7월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액트(GENIUS Act)가 통과되며 암호화폐의 제도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일견 새로운 금융혁신의 시대가 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연 그럴까? 먼저 근본적인 질문부터 던져보자. 암호화폐는 진정 자산인가? 경제학에서 자산이란 미래에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채권은 이자를 낳고, 주식은 배당과 성장을 통해 수익을 가져온다. 그런데 비트코인을 보유한다고 해서 어떤 현금흐름이 생기는가? 어떤 법적 권리를 얻는가? 답은 ‘글쎄’이다. 암호화폐 제도화가 새로운 금융혁신일지는 미지수 화폐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가치의 안정성이 필수다.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거래에 쓰기보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축적할 뿐이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누가 돈을 만들고 통제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싸움의 연장선이다. 역사적으로 국가는 중앙은행을 통해 화폐발행권을 쥐고, 상업은행은 그 감독 아래 신용을 창출해 왔다. 암호화폐는 이 공
바이오산업, 바이오에탄올, 지속가능항공유(SAF), 동물 사료, 대체 단백질. 이 거대한 변화의 배후에는 하나의 작물이 있다. 옥수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곡물이자 현대 식품 시스템의 근간, 그리고 육식 문명의 토대를 만든 보이지 않는 동력이다. 이제 옥수수는 음식의 재료를 넘어 에너지와 첨단 바이오 소재를 떠받치는 산업자원으로 다시 정의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옥수수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산업경쟁에 돌입했다. 미국 브라질 중국이 생산 기록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특히 브라질의 변화가 눈부시다. 콩 수확 이후 휴경하던 땅에 옥수수를 재배하는 이모작 체계, 이른바 샤프리냐 혁명을 통해 세계 옥수수 시장의 핵심국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생산량의 40%를 바이오에탄올로 전환하면서도 막대한 잉여분을 수출하며 시장을 방어하고, 중국은 2021년부터 옥수수 생산이 쌀을 앞지르며 곡물 전략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켰다. 전쟁으로 흔들렸던 우크라이나까지 복귀하면 글로벌 공급량은 더 늘 것
11.04
반도체 산업 기술 동향에 관심이 있다면 요즘 많이 접할 수밖에 없는 용어가 HBM(high bandwidth memory)이다. 우리말로는 ‘고대역폭 메모리’인데, 속도가 매우 빠른 반도체 기억소자다. 컴퓨터가 하는 일이 인간의 두뇌가 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보면 컴퓨터에서도 기억장치인 메모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른바 폰노이만 구조의 컴퓨터는 메모리와 연산기로 구성되고, 연산기가 더하고 곱하는 데이터뿐만 아니라 연산기가 할 일을 알려주는 명령도 메모리에 저장된다. 연산기는 명령과 데이터를 메모리로부터 가져와서 연산을 수행한 후 다시 메모리에 저장한다. 따라서 연산기의 성능이 좋아지면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속도도 빨라져야 한다. 현재 컴퓨터에 사용되는 메모리 중에서 가장 느린 것은 하드디스크(HDD) 인데 속도가 초당 200MB 정도로, 고해상도 영화 한편을 옮기는데 10초 정도 걸린다. 물론 이는 최대값이고 실제 사용시의
지난주 미중 정상이 부산에서 얼굴을 맞댔다. 구속력을 가진 합의문이 채택된 것은 아니었지만 미국은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낮췄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일시 중단함과 동시에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번 정상 회담은 미중관계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서로간에 내재돼 있는 적대성을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갈등이 표출되는 양상은 바뀔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 모두 일시적일지라도 나름의 출구전략이 필요한 국면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공급망 재편은 미국 입장에서도 치뤄야 할 비용이 크다. 무엇보다도 제조업을 미국으로 이식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난 9월 조지아주의 배터리 공장 건설 과정에서 나타났던 한국 노동자 구금 사태는 미국이 가진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였다. 미중 모두 출구전략 필요했던 국면에서 정상회담 파운드리반도체 생산업체인 대만 TSMC를 비롯해 미국에서 공장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는 업
얼마 전 북한은 전자지갑 가입자 수가 수백만명에 이른다고 홍보했다. 북한의 전자지갑은 전자지불체계로 ‘삼흥전자지갑’ ‘전성전자지갑’ ‘만물상전자지갑’ ‘화원전자은행’ 등이 있다. 삼흥전자지갑은 택시 버스 지하철 등 교통비 결제, 곡물쿠폰 구매, 전화 및 전기요금 납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알려졌는데 다른 전자지불체계에서도 이런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자지갑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전자지갑이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보화의 진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전자지갑과 같은 정보화의 발전은 과학기술 발전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목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북한 당국은 정보화를 진전시키고자 하는 것일까. 과학기술의 발전은 현 시대 모든 나라의 중요한 국가적 과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김정은 시대 들어 과학기술의 발전이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는 데 과학기술 발전은 핵심적 동력이다.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경제성장, 국방공업의 강화를 도모하고
11.03
사법개혁 방안의 하나로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삼는 ‘재판소원’ 도입 법안이 최근에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대법원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의 반발은 과연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가? 재판소원을 논하기 전에 우선 ‘헌법소원’제도에 대해 살펴보자. 헌법소원제도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규정하듯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국민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헌법적 수단이다. 이 ‘공권력’에는 국회의 입법작용, 법원의 사법작용, 행정부의 행정작용이 모두 포함된다. 따라서 사법작용의 하나인 법원의 재판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오히려 연혁적으로 보면 헌법소원제도에서는 재판소원이 본질이다. 우리가 헌법소원제도를 설계할 때 모델로 삼은 독일에서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헌법소원제도 도입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히틀러 시절 법원의 많은 오판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많았다. 그러자 제2차대전 후에 이러
중국의 희토류 통제와 트럼프 대통령의 100% 추가관세 부과로 살벌한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미중 정상회담은 예상외로 순조롭게 종료됐다. 산적한 양국 간의 민감한 이슈는 아예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발등의 불’인 희토류 수출규제 유예와 대두 수입 재개라는 양보를 받아냈고 중국은 관세 일부 인하와 해운과 조선업에 대한 규제조치 유예 등의 소소한 현안을 해결했다. 그동안 미국이 공격하고 중국은 방어하며 대립하는 양상이었는데 이번에는 왜 달랐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지지 기반인 대두 농가의 불만을 방치할 수 없어 일회용 유화책을 썼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미국의 전략이 변했다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의 두 거인 첨단산업 진검승부 돌입 미국은 지난 7년간 중국의 추격 저지에 초점을 맞췄지만 앞으로는 자국 첨단 제조업 육성에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9월 19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대통령, 공장 부활에 큰 역할 고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요즘은 집 안에서도 몇 걸음 걷기가 힘들어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넘어질까 봐 겁나요.” 외래 진료실에서 만난 82세 여성 환자의 말이다. 예전에는 손주들과 시장에 가고, 친구들과 노래방에도 다녔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외출이 두려워 하루 대부분을 거실 소파에 앉아 보낸다. 무릎 통증과 체력 저하로 활동이 줄면서 근육은 빠르게 약해졌다. 어느새 일상의 많은 부분을 혼자 해내기 어려워졌다. 그녀를 병들게 한 것은 질병 그 자체가 아니라 움직이지 않은 시간이었다. 우리 사회는 2024년 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이고, 기대수명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우리 국민의 기대수명은 83.5세로 선진국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한다. 그러나 오래 사는 것 그 자체를 반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건강한 상태로 얼마나 오래 사는지를 나타내는 건강수명은 70세
10.31
수개월을 끌어오던 한미 관세 및 안보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과도한 요구를 들고 나와 거센 압박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이재명 대통령과 우리 협상팀이 끈기 있게 잘 대응해 얻어낸 결과다. 우리 정부 자체평가는 그렇다 치더라도 외신들이 관세협상에서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냈고 주요 안보현안인 핵잠수함 건조와 원자력 협력에 한미협력의 물꼬를 텄다며 이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게 돋보인다. 최선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얻어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도 반등의 계기가 마련되고, 국정동력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이 같은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그동안에도 이 대통령이 외국 순방을 통해 얻었던 외교적 성과가 국내 정치에서의 실점으로 빛이 바래고 국정지지도 상승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던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대표체제가 주도하고
‘수익률은 쥐꼬리, 수수료는 눈덩이….’ 언론 등에서 퇴직연금 수익률을 언급할 때마다 하는 얘기다. 일리있는 비판이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2.86%에 불과한 반면 국민연금 수익률은 8.13%에 이르기 때문이다. 반면 퇴직연금사업자인 금융기관이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 대가로 가져가는 수수료 수입은 매년 1조원이 넘는다. 저조한 수익률은 퇴직연금 도입 초창기부터 계속 지적돼 온 문제다. 여기에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고,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아가는 비율이 높다는 문제도 있다.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퇴직연금 제도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조한 수익률' 초창기부터 계속 지적돼 온 문제 사각지대의 존재는 퇴직연금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10.4%에 불과한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91.7%에 달한다. 규모가
아테네의 장군이자 역사가인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 전쟁은 불가피했다고 분석했다. 전쟁의 직접적 원인은 두 동맹 간 대립이었지만 진정한 원인은 신흥 강대국인 아테네의 부상에 대한 기존 강대국인 스파르타의 두려움이었다. 미국과 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 시진핑 주석은 이 함정이 필연적이지 않다면서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을 모두 포용할 수 있을 만큼 넓다고 말했다. 중국은 신형대국관계를 제의하며 중국의 부상을 미국이 수용해줄 것을 희망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바이든 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많은 이견에도 불구하고 같은 견해를 갖던 점이 있었다. 세계가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변곡점에서는 어디로도 갈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중국이 전략적 동반자이자 경제적 경쟁자이며 체제 라이벌이라고 복합적으로 정의한다. EU는 러시아가 허리케인이라면 중국은 기후변화로서 장기적인 도전을 제기한다고 인식한다. 중국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2025년의 글로벌 경제는 한마디로 ‘인공지능(AI) 전환의 대장정’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이 엔비디아와 오픈AI를 앞세워 생성형 AI의 표준을 선점하는 동안 중국은 ‘기술자립’을 선언하며 AI 반도체, 대모델, 산업 응용에서 거대한 진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 이른바 ‘BAT+H’는 자체 GPU 설계와 대규모 파라미터 모델 개발을 통해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대응하며 독자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국 주식시장에서 기술주는 반복적인 변동성의 진폭 속에서 저평가 상태에 놓이기 쉬웠다. 그러나 지금의 AI 산업은 단순한 기술 섹터를 넘어 제조·의료·금융·교육·물류에 이르는 ‘산업 전체의 디지털 개조’를 선도하고 있으며, 이는 구조적 성장의 핵심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현장형 AI에 강점 세계 AI 투자에서 미국은 여전히 표준과 IP의 중심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거대한 내수’ ‘정책 일관성’ ‘현장 적용 속도’라는 세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