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8
2025
코스피가 ‘불장’이다. 9월 17일 종가 기준으로 3449포인트를 돌파했다. 11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전, 코스피 역대 최고점은 2021년 7월 6일에 달성했던 3305포인트였다. 코스피 역대 최고점을 돌파했다는 것만으로도 이재명정부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할 만하다. 대선이 있기 하루 전인 6월 2일 코스피 종가는 2698포인트였다. 9월 17일 코스피 종가를 대선 직전과 비교하면 751포인트가 올랐다. 증가율은 무려 27.8%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코스피는 왜 오르고 있는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책 기대감’을 꼽을 수 있다. 주식양도세와 관련된 대주주 대상자 확대를 철회한게 가장 주효했다. 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려 했는데 이번에 철회했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입법 움직임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밖에는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장주의 실적 개선도 좋은
대만에서도 보편 지급을 실시한다.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1만 대만 달러(43만원 가량)를 현금이나 계좌이체 방식으로 나눠주는 일종의 재난지원금 보편적 현금지원 정책이다. 국회를 장악한 국민당과 민중당의 강한 요구와 다수 여론의 지지가 맞물려 라이칭더 정부는 결국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대가로 군·공무원·교육공무원(軍公敎, 군공교)의 임금인상은 보류되었다. 단순한 예산조정처럼 보이지만 이번 선택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 간 정치적 주도권과 지지 기반의 균열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군공교 임금인상은 공직자 처우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공립 교원의 임금이 오르면 사립학교 교원 급여도 연동되는 구조 덕분에 교육계 전반으로 파급된다. 이는 국가 안보·행정·교육 전반의 핵심인력 집단의 사기와 안정에 직결된다. 전통적으로 국민당 기반이던 군공교 집단은 차이잉원정부 8년간 세 차례 임금인상과 강경한 대중노선 속에서 민진당 지지가 확대되었다. 실제로 2024년 총통 선거
09.17
“우리 시대에 최악의 전쟁범죄자가 푸틴이다.” 지난 주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한 말이다. 이는 1990년 평화통일 이후에 독일 정치인이 푸틴 대통령에게 비판한 말 중 가장 공격적이다. 독일 연해인 북동해(Nord Ostsee)에 러시아 스파이 잠수정의 파괴 활동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방공망 테스트, 폴란드 공해에 러시아 드론이 공격했다. 독일군이 나토군으로 전후 유럽의 다른 국가 폴란드에 처음 주둔하고 있다. 도청과 해킹, 사보타지 등 러시아와 독일·유럽연합(EU)과의 하이브리드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11일에는 러시아의 카미카제 드론 떼가 폴란드를 공격해 민가가 피해를 입어 독일·나토국가들이 발칵 뒤집어졌다. 독일연방군과 스테판 코르넬리우스 정부대변인은 “나토 동부국경의 영공 감시를 확대한다”면서 “폴란드 영공에 더 많은 전투기를 보낸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폴란드 영공에 유로파이터 비행기 파견을 2대에서 4대로 증원했다. 일각에서 ‘참새 떼에 대포로
지구의 역사는 생존과 멸종의 반복으로 점철되어 있다. 고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지난 46억년 동안 최소 다섯 차례의 지구 생물 ‘대멸종’이 있었다고 한다. 4억4000만년 전 오르도비스기 말 해수면 급강하로 인한 빙하기, 데본기 후기의 수백만 년에 걸친 기후 변동과 해양 무산소 현상, 지구 최대의 대멸종인 2억5000년 전 페름기 말 화산활동과 메탄가스 분출로 인한 기온 폭등, 트라이아스기 말 화산활동과 온난화, 그리고 6600만년 전 백악기 말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사라진 사건까지, 모두 지구 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질 때 벌어진 사건이었다. 지질학자들은 지금을 인류세라 부르기도 한다. 인류의 활동이 지구 지질과 생태계 전반을 바꿔놓을 만큼 강력한 시대라는 뜻이다. 화석연료로 쏟아낸 2조5000억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 농도를 산업혁명 이전 약 280ppm에서 현재 420ppm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불과 200년 만에 지구 대기조성의 균형을 바꿔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한국이 최근 몇 년간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화두로 많은 투자를 진행해 왔다. 이런 사업들은 대부분 정부 유관 기관들이 글로벌 진출 기회를 모색한 후 공고를 통해 기업들을 모집, 심사 후 특별한 이벤트를 통해서 해외 출장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대표적인 이벤트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이며 이 과정에서 최근에는 기업들이 수상하는 혁신상이 사실은 CES 주최측에 많은 기여금을 내면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져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런 글로벌 진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부분 이런 사업이 일회성, 이벤트성이라는데 있다. 스타트업 지속적 지원 성과로 이어져 글로벌 진출은 사실 일상적, 지속적이어야 한다. 필자가 미국 스타트업 (엔비디아가 20여년 전에는 스타트업이었다) 에서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는 과정에서도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활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수년의 시간이 지나서 비지니스 결과를 만들어냈다. 정부 정책이나 사업도 이벤트성을 극복하고 일상적이고 지속
09.16
“우린 휴대폰 속에 사는 일상 로봇. 집으로 가는 길엔 돌기둥처럼 혼자서 우뚝 서 있지.” 데이먼 알반(Damon Albarn)의 노래 ‘에브리데이 로봇(Everyday Robots)’은 기술에 의존한 인간의 소외를 노래한다. 카페에 마주 앉은 연인도, 쉬는 시간의 아이들도, 붐비는 지하철의 사람들도 저마다 손 안의 화면에 갇혀 수천년 전부터 그 자리에 멈춰 선 스톤헨지처럼 고립되어 있다. 노래 속에 반복되는 autonomous(1. 자율적인 2. 인간의 제어없이 스스로 작동하는)라는 단어는 우리가 자유롭게 사는 듯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음을 조용히 읖조린다. “이 사람들 저 사람들,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머무는 이곳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라는 가사 또한, 끝없이 스크롤을 내리면서도 방향을 잃은 우리의 모습을 비춘다. 그런데 이 소외는 사회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집중력의 붕괴와도 맞닿아 있다. 오늘 우리가 도둑맞은 집중력은 사실 2인칭을 잃은 결과다. 디지
이재명정부는 특허청을 지식재산처로 승격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히 위상을 높이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지식재산(IP) 정책 전반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것일 게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현재 특허청의 조직과 마인드는 지식재산처라는 위상에 부합할 수 있는가? 1949년 설립된 특허청은 지난 70여년간 특허 중심의 인력·정책·문화로 운영돼 왔다. 이는 제조업 중심 성장기에 성과를 냈지만 오늘날에는 한계를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허에 치중한 관성은 디자인과 상표를 주변으로 밀어냈고,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처럼 특허·디자인·상표를 종합적으로 운영하는 IP 전략을 펼치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 특허 중심 관성과 글로벌 동향과의 괴리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통합적 전략을 일반화했다. 애플은 기술 특허와 디자인을 결합해 제품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나이키는 상표와 브랜드 자산을 수익화하며, 구글과 바이오기업들은 IP 포트폴리오를 투자와 시장진입
지난 9월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시진핑, 푸틴, 김정은이 나란히 서서 열병식을 참관한 모습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은 전 지구를 사정권에 두는 핵·미사일과 극초음속 무기, 첨단 전자전 장비들을 대거 공개하며 군사 강국의 위상을 과시했다. 동북아는 오늘날 세계 군비지출의 약 65%를 차지하는 군산복합체의 심장부다. 6자회담 당사국 중 5개국은 21세기 들어 국방비를 50% 이상 늘렸고, 모두가 인공지능, 사이버전, 우주전력 등 신형 무기체계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은 단순한 군사력 증강 경쟁을 넘어 군사-정치 기술시스템의 충돌과 경쟁이 집약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군사-정치 기술시스템이란 국가안보와 세력경쟁의 맥락에서 구축되는 거대한 사회기술 체계다. 기술과 제도, 인간이 하나의 통합적 네트워크를 이뤄 특정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는 체계라는 점에서 군사경쟁은 단순히 무기 숫자 비교가 아니라 복합적 시스템의 상호작용으로 이해되어야 한
09.15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이 갓 지나갔다. 임기를 시작한 지 100일이 지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얼마나 나왔을까.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9월 9~11일 실시한 조사(전국1002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 신뢰수준±3.1%p, 응답률 11.8%,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이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58%가 긍정평가했고 34%는 부정평가했다. 8%는 의견을 유보했다. 직전 조사보다 하락하기는 했지만 거의 60%에 육박하는 대통령 지지율은 양호한 편이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더라도 그렇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00일 무렵 직무수행 긍정률은 제13대 노태우 57%(1988년 6월), 제14대 김영삼 83%(1993년 6월), 제15대 김대중 62%(1998년 6월), 제16대 노무현 40%
최근 일본 정치권이 가장 뜨겁게 다루는 의제는 단연 ‘취업빙하기 세대’ 지원 문제다. 지난 4월 25일 이시바 총리가 직접 관계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6월 3일에는 ‘새로운 취업빙하기 세대 지원 프로그램의 기본 틀’을 발표했다. 총리직 사임을 앞두고도 이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일본정부가 얼마나 중대한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취업빙하기 세대’는 버블경제 붕괴 이후 고용이 얼어붙었던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사회로 진입한 세대를 가리킨다. 흔히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라 불리며 일본 경제사에서 가장 불운한 세대로 꼽힌다. 이들은 제2차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한 대규모 인구집단이었지만, 기업은 버블 붕괴의 충격으로 신규 채용을 급격히 줄였다. 일본사회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로스트 제네레이션’ 경쟁은 치열했으나 기회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정규직 문이 좁아지자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내몰렸다. 파견·계약직 등 비정규직은 임금수준이 낮
80세 김아무개씨 아들이 의원에 찾아왔다. 아버지는 평소 고혈압이 있어 정기방문해 진료를 봤던 분이다. 최근 앓으면서 식사도 못한다고 했다. 영양제라도 맞히고 싶다고 아들이 말했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나라는 방문진료(왕진)제도가 없어 가서 진찰할 수도 영양제를 맞힐 수도 없다”고 말했다. 난감해하는 얼굴을 보고 안타까워 진료 끝나고 저녁에 한번 들르겠다고 안심을 시켰다. 실제 여러번 겪은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럴 때 왕진가방을 들고 방문해서 진료를 할 수 있을까? 결론은 ‘절대 안된다’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방문진료시범사업에서 승인을 받은 극히 일부 의사들만 할 수 있다. 의료기관 외 장소에서 승인을 받지 못한 의사가 진료는 하더라도 비용을 청구할 수도 없어 무료봉사를 해야 한다. 필자는 간단히 진료가방을 챙겨 방문을 했다. 평소 장애인건강주치의로서 여러차례 필요한 곳에 방문을 했기 때문에 준비가 돼 있었다. 어르신을 보고 말을 걸어도 대답도 없고 옅은 숨만 쉬고 있었다
09.12
2025년 4월 11일, 탄핵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를 떠날 때 지지자가 건넨 빨간 모자를 썼고, 그 모자를 쓴 채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모습이 사진과 영상으로 널리 퍼졌다. 모자에는 ‘메이크 코리아 그레이트 어게인(Make Korea Great Again)’이라고 쓰여 있었다. ‘한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인데, 이 문구는 ‘메이크 아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Make America Great Again, MAGA)’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에 America 대신 Korea를 넣은 것이다. MAGA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표 슬로건이고, MAGA라고 쓰인 빨간 모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공유하는 상징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나 정치세력은 스스로 ‘MAGA’로 지칭하며 다른 사람들도 그들을 MAGA라고 부른다. 오늘은 자신들의 생각을 세계화하려는 MAGA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MAGA, 한국에
글로벌 에너지 이슈가 단순한 경제적 자원 거래를 넘어 지정학적 패권도구로 변모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항일승리 8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군 퍼레이드 행사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외 20여 개도국 지도자들과 함께 천안문 망루에 올라 미국에 대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직전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 주도 다극질서 구축 의지를 보여주었다. 더 나아가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인 중국은 러시아와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을 설치, 30년간 연 500억㎥ 규모의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해 전통적 에너지안보 패러다임과 미국 주도 질서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예고했다. 중국은 LNG 대미 의존 회피와 달러 기반 결제시스템 우회를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다. 한편 푸틴은 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모디 인도 총리를 포섭해 러시아산 원유의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며 서방 제재망의 실효성을 약화시켰다.
세계는 지금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초불확실성 시대다. 인공지능(AI)이 세상을 총체적으로 바꿀 전망이지만 그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다. 기후 위기가 지구와 인류를 위협하고 있지만 예후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미중 전략경쟁과 관세전쟁, 시장위축과 경제불안 등 지정학적 상황도 예측 불허의 안개 속이다. 우리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가 초불확실성의 대전환 시대를 맞아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운 초긴장 상황이다. 우리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가 초불확실성의 대전환 시대 맞아 기업들이 과거 IMF 외환위기 때보다도 어렵다고 호소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해법은 정확한 상황인식이 무엇보다 먼저다. 우리는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 위기를 잘 극복해온 나라이니 이번에도 잘 극복할거라는 섣부른 확신은 금물이다. 재도약이냐 추락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국가 및 기업 경쟁력이다. 구조적으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 경제는 수출이 근간이고 수출의 거의
10년 전만 해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웠다. 195개국의 합의로 파리협정을 채택한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환경기후부라든가 환경에너지기후변화부 장관 등의 이름으로 고위급 세션 연설을 하는 나라들을 보고 우리 환경부의 위상을 되돌아본 적 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는 분리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국제무대에서 확인하면서도 그런 주장을 펼 힘도 의지도 미약했던 시절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상 개발도상국이었다. 1992년 협약 체결 당시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서 자유로운 개도국으로 분류됐고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 체제에서도 감축 의무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2015년 파리협정 채택 이후였다. 모든 당사국이 자발적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하고 이행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더이상 개도국 지위를 누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재명정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정부조직을 개편해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총괄토록
09.11
원자력발전은 단순한 에너지 공급 수단이 아니다. 한 나라의 기술력과 외교력이 교차하는 종합 산업이다. 최근 체코 원전 수출 과정에서 불거진 웨스팅하우스(WEC)와의 로열티 논란은 그래서 더 뜨겁다. 무려 50년 간, 이미 기술적 실효성이 희미해진 부분에 대해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실적주의에 치우친 지난 정부의 협상 결과라는 지적은 피할 길이 없다. 19세기 말 에디슨과 테슬라 사이에서 벌어진 유명한 ‘전류전쟁’이 있었다. 에디슨은 직류(DC)를 고집하며 전류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소위 지저분한 ‘개싸움’을 벌였다. 반면 테슬라는 교류(AC)의 우위를 확신하며 WEC를 통해 기술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자금난에 몰린 WEC가 테슬라에게 특허권 무상 양도를 요구했고 테슬라는 묵묵히 응했다. 그 결과 WEC는 테슬라의 교류 기술을 발판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정작 그 성과의 원천이었던 테슬라는 역사 속에서 잊혔다. 이 일화는 술이 가득 차면 스스로 새
에너지를 생산·공급·소비하는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가 생성된다. 발전 송전 배전장치의 운영 데이터, 가정 공장 사무실의 전력계량 데이터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에너지산업은 전기화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설비간 연계성이 높아 데이터 확보와 인공지능(AI) 도입에 유리하다. AI가 에너지산업의 당면문제를 해결하고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3년 구글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AI가 2030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를 5~10% 감축해줄 수 있다면서 기후변화대응에서 AI의 역할을 강조했다. 4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의 실제 활용사례를 소개했는데 엑슨모빌은 생산예측 오차를 25% 줄였고, DHL이 지원하는 독일 스타트업 그린플랜(Greenplan)은 수송연료비를 20% 절감하는 AI를 개발했다. 히타치에너지는 수요, 가격, 재생에너지 발전 예측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영국 내셔널그리드(National Grid ESO)는 AI를 통해 태양광 발
중국과 일본을 잇는 물류는 고대 견당사(遣唐使) 시대부터 이미 존재해왔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대규모 조직적인 물류체계로 발전한 계기는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였다.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방향을 전환하자 일본에서 기계 부품과 원자재가 연해부 항만으로 운송되기 시작했고, 상하이 다롄 등 항만이 물류거점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큰 전환점이었다. 컨테이너선과 항공 화물편이 급증하면서 일본 기업들은 중국 내에 창고와 배송 거점을 마련했다. 항만과 항만, 공항과 공항을 연결해 원스톱으로 운송하는 ‘국제 복합 일관 운송’이 보편화되었다. 더 나아가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이동함에 따라 일본에서 완제품을 수출하는 흐름이 증가했다. 이러한 경향은 전자상거래 분야로 확산되어 국경 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택배와 소량 화물운송 수요 확대를 이끌었다. 이처럼 중일 물류는 단순한 물품이동을 넘어 경제구조 자체를 지탱하는 핵심 역
09.10
현 정부 출범 초 논의하던 검찰개혁 방안에 대해 검찰은 공개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검찰개혁을 시도했던 그 이전 정부에서 집단적 공개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히며 정치권력에 맞섰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 동안 검찰이 저지른 잘못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스스로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역시 검찰은 검찰답다.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과 공소청 신설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공식 확정될 무렵 법무부와 친검찰 법조인과 언론에서 이견이 나오더니 드디어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검찰개혁법안은 위헌이라면서 수사·기소분리원칙을 무력화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청은 헌법기관이 아니다. 헌법에 검찰청이라는 조직은 등장하지 않고 단지 검찰총장의 임명을 국무회의 심의대상이라고 하고 있을 뿐이다. 검찰총장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위헌은 아니다. 검찰청을 구성하는 검사도 헌법기관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도 같은 입장이다. 검찰총장과
세계 반도체산업은 지난 70여 년간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발전해왔다. 1950년대 말 트랜지스터와 집적회로 개발에 성공한 미국은 이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왔다. 그 비결은 두가지였다. 첫째, 자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경쟁국을 철저히 견제해 성장을 억눌렀다. 둘째, 반도체 가치사슬에서 고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연구개발과 설계 분야에 집중 투자해 제조 공장을 보유하지 않고도 막대한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전략의 유효성이 약화되면서 미국 반도체 정책은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곧 세계 반도체시장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 불확실성과 불안정성 높아져 1980년대 중반 일본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을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조선 자동차에 이어 반도체까지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자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급격히 확대됐다. 이에 미국은 슈퍼 301조를 발동하고 미일 반도체협정을 체결해 일본의 반도체 수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