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2
2024
사람들이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할 때 보이는 특징이 있다. 본질을 호도하거나 에두르는 표현으로 자신의 행동을 포장하려고 한다. 남을 괴롭히고선 ‘손 좀 봐줬다’고 하는 식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15년 가까이 대대적인 통화 공급 확대조치를 지속하면서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라고 부른 것도 그런 경우다. ‘무제한 돈 풀기’라고 했으면 알아듣기 쉬웠을 텐데 난해하게 표현한 것은 스스로도 켕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 연준 양적완화로 가계·기업 ‘공짜 돈 중독증’ 2001년 3월 일본 중앙은행이 장기간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이 정책을 처음 도입했지만 본격 확산시킨 주역은 미국 중앙은행(Fed)이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와 베어스턴즈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부문까지 일대 충격에 빠지자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조치로 꺼내들었다. Fed는 2010년 1분기
최첨단시대를 살면서도 ‘아프리카’는 여전히 먼 곳이다. 그 이미지도 막연한 희망이나 잠재력 같은 상투적인 클리셰(표현)에 국한되어 있다. 전세계를 누비는 외교관들조차 소위 ‘험지’인 아프리카 발령을 피하려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거대한 대륙 아프리카는 급격한 인구증가와 도시화를 겪으며 변화의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7월 뉴욕타임스는 유엔 미래인구전망을 토대로 2050년 아프리카 인구가 현재의 두배인 25억명으로 늘어나고 세계청소년인구의 1/3을 차지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가 보유한 자원에너지만이 아니라 인류 원동력으로서의 에너지가 넘치게 된다는 의미다. 아프리카 유엔회원국은 54개로 전체(193개)의 25%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유엔 내에서 아프리카는 미약한 분담금과 여러 정치·경제적 문제들로 인해 제대로 된 권리행사를 못하는 상황이고, 때문에 약자의 이니셔티브를 잡기 위한 내적 연대가 강하다. 부산 엑스포로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국제박람회기구(BIE)
2024년은 선거의 해다. 그중에서 동북아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만 선거가 1월 13일에 치러졌다. 결과는 예상대로 친미·반중 성향의 집권당 후보 라이칭더(賴淸德)가 당선됐다. 대만 대선의 의미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중국 평화통일의 길 갈수록 멀어져 첫째, 집권 민진당 3기의 지지기반이 많이 약화됐다. 2020년 선거는 민진당이 절대다수(57.13%)를 차지해 대만 민심을 대표했다고 할 수 있지만, 2024년 민진당의 득표율은 40.05%로 나머지 60%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는 지난 8년 동안 대만 국민 상당수가 민진당에 불만을 품게 됐으며 ‘민진당 교체’가 실제 주류 민심임을 보여준다. 둘째, 입법원 선거에서 국민당이 다시 최대 정당이 되었다. 물론 어느 정당도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당은 주로 지역 의석을 확보해 입법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았다. 이는 국민이 국민당에게 집권 민진당을 견제하고 감독해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권한을 부
02.01
미중 대리전으로 관심을 끌었던 대만 총통선거가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동시에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는 여소야대가 되었다.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에서 비롯된 제4차 대만해협 위기가 불러온 1년 반의 ‘대만 풍파’(風波)가 일단락되고 새로운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가 양안관계 긴장을 다시 불러와 미중 충돌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G. 엘리슨의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을 소환하지 않더라도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필연이라 여기는 현실주의 공세의 연장이다. 지난 5~6년 동안 대만해협에 풍파가 일 때마다 전쟁위기 경보를 울리던 그 목소리다. 그렇다면 과연 대만해협 갈등은 예정된 충돌로 가고 있을까? 대만 선거는 친미 성향의 민진당 집권 3연임보다 대만인의 선택과 정체성 변화가 더 주목된다. 대만독립을 추구하지 않는 국민당과 민중당 후보의 합산 득표율이 60
갑자기 주식시장이 요동을 칠 조짐이다. ‘저PBR주’가 새로운 테마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PBR(주가순자산비율, price book-value ratio)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PBR이 1보다 낮으면 기업이 보유한 자산의 가격보다 주가가 낮은 것으로 기업이 저평가된 것을 의미한다. 최근 정부는 PBR이 1보다 낮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스스로 기업가치를 높이도록 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책이 공개되지도 않았지만 기대감만으로 일부 저PBR 종목들은 벌써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저PBR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주가제고 정책은 일본에서 2년 전에 도입된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정부가 구체적인 정책을 준비 중이어서 알 수는 없지만 일본과 같은 방향을 택할지는 의문이다. 일본은 산업경쟁력 강화로 나아가는데 우리는 주가부양책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주가부양이냐 산업경쟁력 강화냐 갈림길 일본에서 저PBR 기업에 대한 정책이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69일 앞둔 지금 제3지대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민주화 이후 양대정당을 비판하며 제3세력이 되겠다는 이들이 ‘한꺼번에 대거’ 출현한 것은 처음이다. 제3지대 정당들은 주로 정치양극화 문제 해결사로 조명된다. 제3지대 정당들이 실제 해결사가 되려면 ‘한국적 특성’부터 살펴야 한다. 한국정치의 역사적 맥락, 정치균열구조의 작동 방식, 그리고 행태상의 특징 등을 포착해야 한다. 즉 제3당 부침(양당지배체제로의 회귀)의 역사 반복과 지역-이념-세대-계층 등의 균열과 갈등을 경과하면서 나타난 팬덤정치의 지배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 양당구도 강화되면서 정치양극화도 심화 민주화 이후 첫 선거였던 1988년 총선에서 다당체제가 나타났으나, 1990년 집권여당(민정당)과 제2야당(통일민주당)과 제3야당(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으로 붕괴되었다. 그후 호남 대 영남(+충청), 호남(+충청) 대 영남 지역주의에 기반한 여야 구도를 중심으로 양당지배체제가 점차
01.31
김정훈 경기대학교 교수 경제학 세계의 주요국들이 수소를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수소가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 청정에너지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 철강 화학 등 산업 분야의 탈탄소 전환을 유도해 탄소중립에 맞는 방향으로 관련 산업생태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수소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2050년 전세계 수소 수요는 전체 에너지 수요의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헌법 제27조는 재판청구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한다. 그리고 특히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해 재판청구권의 하나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규정한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최근 대법원이 연이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지만 소송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게 지나 피해자들 대부분이 운명을 달
2024년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에 위치한 노토반도 지역에 진도 7의 대지진이 발생한 지 한달이 되어간다. 1월 27일 기준으로 지진 관련 사망자는 236명이고 피난 생활자는 1만4500명에 달한다. 처참한 지진이
01.30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하며 마트에서 파는 제품을 사 표시된 방법대로 사용했을 뿐인데 숨을 못 쉴 정도로 폐가 딱딱해져 평생 산소통을 달고 살아야 사람들이 생겼다. 죽는 사람들도 나왔다. 1994년부터 시
"인류의 역사가 전쟁의 역사"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현재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진행중이다. 그런 가운데 국내외 안보전문가들은 올해 한반도가 전쟁 위험이 가장 크다고 경고한다. 전·평시를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박람회(CES)가 개최되었다. "올 투게더, 올 온(All Together, All On)"이라는 주제로 150개국 40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한 박람회의 키워드는 단연
01.29
김태정 서울대병원 교수 신경과/중환자의학과 뇌졸중은 갑자기 뇌혈관 문제로 발생하는 필수중증응급 질환이다. 뇌졸중에는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전체 80%)과 뇌혈관이 터져 발생하는 뇌출혈(20%)이 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전체 환자 중 80% 정도는 증상의 경중과 무관하게 후유장애를 남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뇌졸중이 한번 발생하면 평생 인생을 바꿀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할 수도 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뇌졸중
대한민국이 유례없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1000만명 시대가 눈앞에 있고, 2025년에는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80세 이상
금년 들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논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대통령에서부터 금융관료들까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주식양도차익 과세 기준 강화와 금융투자소득
01.26
김영익 ESG경제연구소 소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한국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단기순환 측면에서 경기확장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 측면에서 보면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제주체 내에서 차별화는 더 심화하고 자산가격의 기대수익률도 낮아질 것이다. 현재 경기확장 진입 초기일 듯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1972년 3월에서 2020년 5월까지 11번의 순환을 겪었다. 평균 순
한동만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전 필리핀 대사 1월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 반중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제16대 총통으로 당선됐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 필리핀과 싱가포르가 친미·독립 성향 후보의 대만 총통 선거 승리를 축하하면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충돌하고 있는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1월 15일 엑스(X, 옛 트
박세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이사 슬프기도 하고 해괴하기도 하다. 나라가 온통 유령들의 전쟁터로 전락해가는 느낌이다. 수십년 전 사라져 버린 유령들을 불러내 피터지는 전쟁을 벌이도록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중심의 보수정객들은 스스로 친일독재 유령으로 둔갑했고 반대 진영을 공산혁명 유령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분노에 찬 일각의 투사들이 확신과 열정을 품고 윤석열 퇴진 운동에 나섰다. 나름 학습 효과에 따른 선택일 수
올해는 연초부터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등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있다. 더군다나 부동산경기 하강, 미국 대선 등 대내외 불확실성의 증대로 금융시장에는 불안요인이 산재해 있다. 이럴수
01.25
리청르 중국사회과학원 선임연구원 중국-아세안 간 무역규모는 2023년 6조4100억위안으로 아세안은 4년 연속 중국 최대 무역 파트너로 자리잡았다. 중국의 2대 무역 파트너인 유럽연합(EU)과의 2023년 무역액은 5조5100억위안, 중미 무역액은 4조6700억위안으로 2022년에 비해 각각 1.9%, 6.6% 감소했지만 아세안과 무역은 지속적인 성장세다. 아세안 국가 중에서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순이다. 특히 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