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4
2025
우리 통상협상단이 미국 측에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개설을 요청했다고 한다.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 조성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방어막으로 제시된 카드다. 우리 외환보유액의 80%가 넘는 규모를 외환시장에서 조달하려 할 경우 원화가치 급락 등 시장 충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선뜻 응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 연준(Fed)이 상설로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제공하는 국가는 일본 영국 등 소수의 기축통화국에 한정되어 있다. 또한 현재는 달러 부족으로 인한 위기상황도 아닐 뿐더러 관세 협상 테이블에 연준이 앉아 있지도 않다. 그래서 협상용 카드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통화스와프 조건 제시는 아마도 우리 협상단의 최선의 선택지였을 것이다. 상식이 안 통하는 무지막지한 저들의 요구에 그렇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제안을 그 실현가능성 여부에 맞추어 평가해서는 안된다. 통화스와프로 할 수 있는 일,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이미 시대적 과제가 된지 오래다. 대한민국 정부는 탄소중립 실현과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3면이 바다라는 우리의 지리적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해상풍력은 육상풍력이나 태양광 대비 높은 이용률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 역할을 수행할 잠재력을 지닌다. 더구나 해상풍력 발전소의 평균 이용률은 약 22~50%로, 육상풍력(22%)이나 태양광(15%)보다 높다. 2030년까지 14GW 규모의 설비 보급 목표와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지난 3월 제정된 ‘해상풍력특별법’은 산업계 전반에 큰 기대를 불어넣고 있다. 더구나 재생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인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업계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기저에는 기존 다른 에너지 기술들이 그랬듯 기술이 발전하고 경험과 규모가 축적되면 발전 단가가 하락해 경제성을 확보할 것이
09.23
오늘날 국제질서는 중국의 부상으로 지난 80여년간 유지돼온 미국의 패권질서가 흔들리는 형국이다. 이달 3일 중국의 대규모 전승절 행사는 군사력 과시를 넘어 반미연대의 결속을 노골화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세력 전이 현상의 서막으로 평가된다. 본격적인 ‘냉전 2.0 시대’가 시작됐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시일 내 강대국 간 대규모 충돌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반도와 대만해협 등 지정학적으로 약한 고리에서는 불안정성이 날로 고조되고 있어 우리 외교안보정책의 취약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드러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전략 구상은 동맹에 대한 부담의 전가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은 대중견제에 집중하고, 동맹국은 자국 안보의 책임 강화와 대외적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러한 기조가 현실화될 경우 대북억제력 강화가 절실한 우리 정부에 이중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긴장과 군의 과제 이재명정부가 내세
역사는 기술패권전쟁도 부족해 탈헤게모니적 패권주의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작동되었던 미국의 헤게모니는 달러 중심 금융체제와 세계 최강 군사력의 물리적 힘과 함께 유엔(UN)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제도적 장치, 그리고 민주주의 인권 자유주의 합리주의라는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을 가지고 행해졌다. 하지만 요즘의 트럼프주의는 기존의 헤게모니즘과 다르다. 트럼프주의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라는 슬로건 하에 대외개입을 최소화하고 자국 산업 보호를 우선하면서 동맹국 기업들에게 미국 내 대규모 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 강요뿐만 아니라 동맹국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자금을 미국정부 설정 펀드에 현금을 투입하라는 국가주의·보호주의가 강하다. 둘째, 국제적 지지보다 반이민과 국내 유권자 결집(특히 백인 중·하층 보수층)을 국내정치의 수단으로 동원하는 동시에 이를 외교정책으로도 활용하는
우리 인간은 영웅이 필요하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을 영웅화하고, 신화나 영화 속 영웅으로 대리만족을 하기도 한다. 슈퍼맨 원더우먼과 마블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우리의 이런 마음을 대변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영웅은 있지만 위기를 사전에 막는 영웅은 찾기 힘들다. 재난과 시련은 늘 일어나는 막을 수 없는 상수이기 때문일까? 기후위기를 다룬 영화에서도 기후재난을 막지 못한 상황에서 시작한다. 흔히 난세에 영웅 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위기를 사전에 감지하고 경고하는 사람을 우리는 ‘예언자’라고 한다. 위기해결사인 영웅과 달리 우리는 예언자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예언자는 흔히 허풍쟁이거나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트로이의 공주였던 카산드라는 누구도 그녀의 예언을 믿지 못하도록 저주를 받았다. 카산드라의 예언을 믿지 않은 트로이는 멸망했고, 카산드라 역시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지금 우리는 데이터 기반으로 과학적 추론에 근거한 예측능
09.22
이재명정부는 성장회복을 위한 최우선 전략으로 인공지능(AI) 기술 활용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AI 국가대표 선정 오디션을 펼치는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AI 시대로의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이론의 여지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틀리지 않다고 해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데 있다.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은 엄연히 성격을 달리한다. 무언가가 빠져 있는 느낌이다. 정부는 AI 3강을 목표로 삼고 있다. 목표에 접근하자면 한 국가의 AI 역량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AI 역량은 AI 기술, AI 거버넌스, AI 철학 세 가지로 구성된다. 일각에서는 AI 기술만 확보하면 문제가 술술 풀려나갈 것처럼 보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AI 거버넌스와 AI 철학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AI 기술은 자칫 무용지물이 되거나 악마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AI 기술, 거버넌스, 철학 3가지가 필수 먼저 AI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하루 약 500만대의 차량이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7월 말 기준으로 전국 200여개 휴게소에 매일 120만명의 이용객이 드나든다고 한다. 국민의 70%가 한달에 한번 꼴로 휴게소를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휴게소가 이제는 국민 대다수의 필수 이동 인프라가 된 셈이다. 그간 이용수요가 늘어난 데다 각종 국제행사를 계기로 휴게소 및 편의시설은 이전보다 크게 개선되었다. 이동 편의를 위해 버스 환승 기능까지 갖춘 곳도 생겼다. 에너지절감 차원에서 주차장에 태양광 지붕을 설치하기도 한다. 특산품 판매소와 함께 지역관광자원을 소개하는 팜플렛도 흔히 볼 수 있다. 상업 중심, 거리간격 위주의 위치 선정, 획일적 건물 배치 최근 들어 특화된 디자인을 통해 문화적으로 변신하는 휴게소가 등장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휴게소가 일정 거리간격으로 위치를 정하고 표준화된 설계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능적으로 건축물을 배치하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
우리 신체 가운데 현대사회에서 가장 혹사당하는 기관이 어디냐고 물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눈’이라고 대답할 듯하다. 깨어있는 시간 중 우리 눈이 편안히 쉬고 있을 때가 하루 중 몇시간이나 될까. 어린 아이부터 학생들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중장년층에서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우리 눈은 거의 항상 일을 하고 있다. 눈이 불편하고 시력이 떨어지면 그제서야 안과를 찾는 경우가 많지만 자각증상이 생겼을 때는 이미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눈 건강에 대해서 염려하면서도 정작 안과검진을 받는 데에는 소홀한 경향이 있다. 눈 건강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나이에 맞는 눈 검진을 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눈 검진은 영유아 시기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영유아검진 항목에 문진 및 시력검사가 포함되어 있으나 이는 이 시기에 주요한 안질환인 사시 약시 굴절이상 선천이상 등을 발견해내는 데는 한계가 있어 만 3~4세경 첫 안과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
09.19
이재명 대통령은 초대 내각 구성을 최교진 교육부 장관으로 마무리했다. 최 장관은 사실 이진숙 전 후보자보다 흠결이 많다는 평을 들었다. 교육계에는 “이 전 후보가 낫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어쨌든 대통령은 최종 선택을 했고 최 장관은 대한민국 제62대 교육부 장관이 됐다. 최 장관은 취임식(12일)에 앞서 대전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며 이렇게 썼다. “교육의 힘으로 대한민국의 힘찬 미래를 열어가겠습니다.” 좋은 다짐이다. ‘교육의 힘’을 강하게 하는 일은 교육부 장관의 책무다. ‘교육의 힘’은 저절로 충전되지 않는다. 대통령 장관 공무원 국가교육위원회, 그리고 전국 17명의 교육감, 교육청 공무원, 40만 교원, 대학 총장과 교수가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마음, 학부모 마음을 얻는 공감의 교육을 펼칠 수 있다. 최 장관은 능력의 시험대에 올랐다. 실력으로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교권 보호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강조했다. 물론 중요한 일
요즘 글로벌 정세를 대변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미중갈등, 기술 패권, 양극화,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 관세전쟁, 자국 중심주의 등 수많은 표현이 떠오른다. 이 모든 키워드를 관통하는 대표적 현상은 결국 ‘자국 경제 이익 중심’이다. 각국은 관세장벽을 높이며 무역전쟁을 벌이고, 자국 이익을 앞세워 전쟁을 불사한다. 물론 과거에도 국제관계는 자국 이익을 위한 힘의 논리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을 배려하거나 절제된 방식으로 힘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오늘날 글로벌 차원의 명분이나 인류보편의 가치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결과적으로 세계는 강자의 논리에 기반한 무한경쟁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우리의 미래, 연구개발 이끌 ‘인재’에 달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기반은 냉전과 글로벌 진영논리에 기반한 추격형 모델이었다. 철강 조선 석유화학 가전 자동차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은 선진국의 기
일본은 2010년대 이후 미일동맹을 배경으로 인도태평양 안보체제 구축에 앞장서며 대중국 견제를 대외정책의 핵심 과제로 추구했다. 2016년 아베정권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구상을 처음 내놓고 2017년 트럼프 1기 정권이 인도·태평양전략을 공식 채택한 이래 미일은 법의 지배, 민주주의와 자유무역 등 보편가치를 기치로 중국의 무력적인 현상변경 시도를 억제하는 안보협력 강화에 주력했다. 그런데 트럼프 2기 정권이 미일동맹의 기저 가치를 흔들면서 일본의 대미 의존 외교에 모순이 드러나고 있다. 두차례 세계대전을 치른 미국은 법의 지배에 기반한 국제질서 형성을 주도했고 일본도 미국과 공유하는 인태 전략 하에서 국제법을 특히 중시하는 외교를 전개해왔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미국은 국제규범보다는 힘에 의한 평화와 거래를 노골적으로 추진하면서 일본은 곤혹스럽게 됐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관련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네타냐후 수상 등을 전범 혐의
09.18
8월 말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해 재일동포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여러 재일동포를 체포해 간첩으로 조작한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행사 사진에는 많은 시청자들이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 텔레비전 다큐 ‘간첩과 섬소녀’의 주인공이 대통령 내외 옆에 앉아있는 보습도 보였다. 그 분은 이름도 거창한 거문도간첩단사건의 일원이었지만 실제로는 회유와 강압으로 만들어진 간첩이었다. 대통령의 사과는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였다. 세상은 진짜 달라졌다. 그러나 재일동포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언급되어 있지 않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상 규명, 법원의 형사 재심, 피해에 대한 민사배상 등의 구제조치는 모두 피해자 개인이 동분서주하며 이루어낸 성과였다. 검찰을 비롯한 국가기관은 여전히 사실을 은폐하거나 부인
코스피가 ‘불장’이다. 9월 17일 종가 기준으로 3449포인트를 돌파했다. 11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전, 코스피 역대 최고점은 2021년 7월 6일에 달성했던 3305포인트였다. 코스피 역대 최고점을 돌파했다는 것만으로도 이재명정부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할 만하다. 대선이 있기 하루 전인 6월 2일 코스피 종가는 2698포인트였다. 9월 17일 코스피 종가를 대선 직전과 비교하면 751포인트가 올랐다. 증가율은 무려 27.8%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코스피는 왜 오르고 있는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책 기대감’을 꼽을 수 있다. 주식양도세와 관련된 대주주 대상자 확대를 철회한게 가장 주효했다. 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려 했는데 이번에 철회했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입법 움직임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밖에는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장주의 실적 개선도 좋은
대만에서도 보편 지급을 실시한다.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1만 대만 달러(43만원 가량)를 현금이나 계좌이체 방식으로 나눠주는 일종의 재난지원금 보편적 현금지원 정책이다. 국회를 장악한 국민당과 민중당의 강한 요구와 다수 여론의 지지가 맞물려 라이칭더 정부는 결국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대가로 군·공무원·교육공무원(軍公敎, 군공교)의 임금인상은 보류되었다. 단순한 예산조정처럼 보이지만 이번 선택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 간 정치적 주도권과 지지 기반의 균열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군공교 임금인상은 공직자 처우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공립 교원의 임금이 오르면 사립학교 교원 급여도 연동되는 구조 덕분에 교육계 전반으로 파급된다. 이는 국가 안보·행정·교육 전반의 핵심인력 집단의 사기와 안정에 직결된다. 전통적으로 국민당 기반이던 군공교 집단은 차이잉원정부 8년간 세 차례 임금인상과 강경한 대중노선 속에서 민진당 지지가 확대되었다. 실제로 2024년 총통 선거
09.17
“우리 시대에 최악의 전쟁범죄자가 푸틴이다.” 지난 주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한 말이다. 이는 1990년 평화통일 이후에 독일 정치인이 푸틴 대통령에게 비판한 말 중 가장 공격적이다. 독일 연해인 북동해(Nord Ostsee)에 러시아 스파이 잠수정의 파괴 활동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방공망 테스트, 폴란드 공해에 러시아 드론이 공격했다. 독일군이 나토군으로 전후 유럽의 다른 국가 폴란드에 처음 주둔하고 있다. 도청과 해킹, 사보타지 등 러시아와 독일·유럽연합(EU)과의 하이브리드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11일에는 러시아의 카미카제 드론 떼가 폴란드를 공격해 민가가 피해를 입어 독일·나토국가들이 발칵 뒤집어졌다. 독일연방군과 스테판 코르넬리우스 정부대변인은 “나토 동부국경의 영공 감시를 확대한다”면서 “폴란드 영공에 더 많은 전투기를 보낸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폴란드 영공에 유로파이터 비행기 파견을 2대에서 4대로 증원했다. 일각에서 ‘참새 떼에 대포로
지구의 역사는 생존과 멸종의 반복으로 점철되어 있다. 고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지난 46억년 동안 최소 다섯 차례의 지구 생물 ‘대멸종’이 있었다고 한다. 4억4000만년 전 오르도비스기 말 해수면 급강하로 인한 빙하기, 데본기 후기의 수백만 년에 걸친 기후 변동과 해양 무산소 현상, 지구 최대의 대멸종인 2억5000년 전 페름기 말 화산활동과 메탄가스 분출로 인한 기온 폭등, 트라이아스기 말 화산활동과 온난화, 그리고 6600만년 전 백악기 말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사라진 사건까지, 모두 지구 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질 때 벌어진 사건이었다. 지질학자들은 지금을 인류세라 부르기도 한다. 인류의 활동이 지구 지질과 생태계 전반을 바꿔놓을 만큼 강력한 시대라는 뜻이다. 화석연료로 쏟아낸 2조5000억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 농도를 산업혁명 이전 약 280ppm에서 현재 420ppm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불과 200년 만에 지구 대기조성의 균형을 바꿔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한국이 최근 몇 년간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화두로 많은 투자를 진행해 왔다. 이런 사업들은 대부분 정부 유관 기관들이 글로벌 진출 기회를 모색한 후 공고를 통해 기업들을 모집, 심사 후 특별한 이벤트를 통해서 해외 출장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대표적인 이벤트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이며 이 과정에서 최근에는 기업들이 수상하는 혁신상이 사실은 CES 주최측에 많은 기여금을 내면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져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런 글로벌 진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부분 이런 사업이 일회성, 이벤트성이라는데 있다. 스타트업 지속적 지원 성과로 이어져 글로벌 진출은 사실 일상적, 지속적이어야 한다. 필자가 미국 스타트업 (엔비디아가 20여년 전에는 스타트업이었다) 에서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는 과정에서도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활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수년의 시간이 지나서 비지니스 결과를 만들어냈다. 정부 정책이나 사업도 이벤트성을 극복하고 일상적이고 지속
09.16
“우린 휴대폰 속에 사는 일상 로봇. 집으로 가는 길엔 돌기둥처럼 혼자서 우뚝 서 있지.” 데이먼 알반(Damon Albarn)의 노래 ‘에브리데이 로봇(Everyday Robots)’은 기술에 의존한 인간의 소외를 노래한다. 카페에 마주 앉은 연인도, 쉬는 시간의 아이들도, 붐비는 지하철의 사람들도 저마다 손 안의 화면에 갇혀 수천년 전부터 그 자리에 멈춰 선 스톤헨지처럼 고립되어 있다. 노래 속에 반복되는 autonomous(1. 자율적인 2. 인간의 제어없이 스스로 작동하는)라는 단어는 우리가 자유롭게 사는 듯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음을 조용히 읖조린다. “이 사람들 저 사람들,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머무는 이곳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라는 가사 또한, 끝없이 스크롤을 내리면서도 방향을 잃은 우리의 모습을 비춘다. 그런데 이 소외는 사회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집중력의 붕괴와도 맞닿아 있다. 오늘 우리가 도둑맞은 집중력은 사실 2인칭을 잃은 결과다. 디지
이재명정부는 특허청을 지식재산처로 승격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히 위상을 높이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지식재산(IP) 정책 전반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것일 게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현재 특허청의 조직과 마인드는 지식재산처라는 위상에 부합할 수 있는가? 1949년 설립된 특허청은 지난 70여년간 특허 중심의 인력·정책·문화로 운영돼 왔다. 이는 제조업 중심 성장기에 성과를 냈지만 오늘날에는 한계를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허에 치중한 관성은 디자인과 상표를 주변으로 밀어냈고,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처럼 특허·디자인·상표를 종합적으로 운영하는 IP 전략을 펼치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 특허 중심 관성과 글로벌 동향과의 괴리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통합적 전략을 일반화했다. 애플은 기술 특허와 디자인을 결합해 제품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나이키는 상표와 브랜드 자산을 수익화하며, 구글과 바이오기업들은 IP 포트폴리오를 투자와 시장진입
지난 9월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시진핑, 푸틴, 김정은이 나란히 서서 열병식을 참관한 모습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은 전 지구를 사정권에 두는 핵·미사일과 극초음속 무기, 첨단 전자전 장비들을 대거 공개하며 군사 강국의 위상을 과시했다. 동북아는 오늘날 세계 군비지출의 약 65%를 차지하는 군산복합체의 심장부다. 6자회담 당사국 중 5개국은 21세기 들어 국방비를 50% 이상 늘렸고, 모두가 인공지능, 사이버전, 우주전력 등 신형 무기체계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은 단순한 군사력 증강 경쟁을 넘어 군사-정치 기술시스템의 충돌과 경쟁이 집약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군사-정치 기술시스템이란 국가안보와 세력경쟁의 맥락에서 구축되는 거대한 사회기술 체계다. 기술과 제도, 인간이 하나의 통합적 네트워크를 이뤄 특정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는 체계라는 점에서 군사경쟁은 단순히 무기 숫자 비교가 아니라 복합적 시스템의 상호작용으로 이해되어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