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5
2025
미국에서는 지난 7월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액트(GENIUS Act)가 통과되며 암호화폐의 제도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일견 새로운 금융혁신의 시대가 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연 그럴까? 먼저 근본적인 질문부터 던져보자. 암호화폐는 진정 자산인가? 경제학에서 자산이란 미래에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채권은 이자를 낳고, 주식은 배당과 성장을 통해 수익을 가져온다. 그런데 비트코인을 보유한다고 해서 어떤 현금흐름이 생기는가? 어떤 법적 권리를 얻는가? 답은 ‘글쎄’이다. 암호화폐 제도화가 새로운 금융혁신일지는 미지수 화폐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가치의 안정성이 필수다.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거래에 쓰기보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축적할 뿐이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누가 돈을 만들고 통제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싸움의 연장선이다. 역사적으로 국가는 중앙은행을 통해 화폐발행권을 쥐고, 상업은행은 그 감독 아래 신용을 창출해 왔다. 암호화폐는 이 공
바이오산업, 바이오에탄올, 지속가능항공유(SAF), 동물 사료, 대체 단백질. 이 거대한 변화의 배후에는 하나의 작물이 있다. 옥수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곡물이자 현대 식품 시스템의 근간, 그리고 육식 문명의 토대를 만든 보이지 않는 동력이다. 이제 옥수수는 음식의 재료를 넘어 에너지와 첨단 바이오 소재를 떠받치는 산업자원으로 다시 정의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옥수수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산업경쟁에 돌입했다. 미국 브라질 중국이 생산 기록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특히 브라질의 변화가 눈부시다. 콩 수확 이후 휴경하던 땅에 옥수수를 재배하는 이모작 체계, 이른바 샤프리냐 혁명을 통해 세계 옥수수 시장의 핵심국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생산량의 40%를 바이오에탄올로 전환하면서도 막대한 잉여분을 수출하며 시장을 방어하고, 중국은 2021년부터 옥수수 생산이 쌀을 앞지르며 곡물 전략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켰다. 전쟁으로 흔들렸던 우크라이나까지 복귀하면 글로벌 공급량은 더 늘 것
11.04
반도체 산업 기술 동향에 관심이 있다면 요즘 많이 접할 수밖에 없는 용어가 HBM(high bandwidth memory)이다. 우리말로는 ‘고대역폭 메모리’인데, 속도가 매우 빠른 반도체 기억소자다. 컴퓨터가 하는 일이 인간의 두뇌가 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보면 컴퓨터에서도 기억장치인 메모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른바 폰노이만 구조의 컴퓨터는 메모리와 연산기로 구성되고, 연산기가 더하고 곱하는 데이터뿐만 아니라 연산기가 할 일을 알려주는 명령도 메모리에 저장된다. 연산기는 명령과 데이터를 메모리로부터 가져와서 연산을 수행한 후 다시 메모리에 저장한다. 따라서 연산기의 성능이 좋아지면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속도도 빨라져야 한다. 현재 컴퓨터에 사용되는 메모리 중에서 가장 느린 것은 하드디스크(HDD) 인데 속도가 초당 200MB 정도로, 고해상도 영화 한편을 옮기는데 10초 정도 걸린다. 물론 이는 최대값이고 실제 사용시의
지난주 미중 정상이 부산에서 얼굴을 맞댔다. 구속력을 가진 합의문이 채택된 것은 아니었지만 미국은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낮췄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일시 중단함과 동시에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번 정상 회담은 미중관계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서로간에 내재돼 있는 적대성을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갈등이 표출되는 양상은 바뀔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 모두 일시적일지라도 나름의 출구전략이 필요한 국면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공급망 재편은 미국 입장에서도 치뤄야 할 비용이 크다. 무엇보다도 제조업을 미국으로 이식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난 9월 조지아주의 배터리 공장 건설 과정에서 나타났던 한국 노동자 구금 사태는 미국이 가진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였다. 미중 모두 출구전략 필요했던 국면에서 정상회담 파운드리반도체 생산업체인 대만 TSMC를 비롯해 미국에서 공장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는 업
얼마 전 북한은 전자지갑 가입자 수가 수백만명에 이른다고 홍보했다. 북한의 전자지갑은 전자지불체계로 ‘삼흥전자지갑’ ‘전성전자지갑’ ‘만물상전자지갑’ ‘화원전자은행’ 등이 있다. 삼흥전자지갑은 택시 버스 지하철 등 교통비 결제, 곡물쿠폰 구매, 전화 및 전기요금 납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알려졌는데 다른 전자지불체계에서도 이런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자지갑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전자지갑이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보화의 진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전자지갑과 같은 정보화의 발전은 과학기술 발전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목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북한 당국은 정보화를 진전시키고자 하는 것일까. 과학기술의 발전은 현 시대 모든 나라의 중요한 국가적 과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김정은 시대 들어 과학기술의 발전이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는 데 과학기술 발전은 핵심적 동력이다.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경제성장, 국방공업의 강화를 도모하고
11.03
사법개혁 방안의 하나로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삼는 ‘재판소원’ 도입 법안이 최근에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대법원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의 반발은 과연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가? 재판소원을 논하기 전에 우선 ‘헌법소원’제도에 대해 살펴보자. 헌법소원제도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규정하듯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국민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헌법적 수단이다. 이 ‘공권력’에는 국회의 입법작용, 법원의 사법작용, 행정부의 행정작용이 모두 포함된다. 따라서 사법작용의 하나인 법원의 재판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오히려 연혁적으로 보면 헌법소원제도에서는 재판소원이 본질이다. 우리가 헌법소원제도를 설계할 때 모델로 삼은 독일에서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헌법소원제도 도입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히틀러 시절 법원의 많은 오판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많았다. 그러자 제2차대전 후에 이러
중국의 희토류 통제와 트럼프 대통령의 100% 추가관세 부과로 살벌한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미중 정상회담은 예상외로 순조롭게 종료됐다. 산적한 양국 간의 민감한 이슈는 아예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발등의 불’인 희토류 수출규제 유예와 대두 수입 재개라는 양보를 받아냈고 중국은 관세 일부 인하와 해운과 조선업에 대한 규제조치 유예 등의 소소한 현안을 해결했다. 그동안 미국이 공격하고 중국은 방어하며 대립하는 양상이었는데 이번에는 왜 달랐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지지 기반인 대두 농가의 불만을 방치할 수 없어 일회용 유화책을 썼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미국의 전략이 변했다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의 두 거인 첨단산업 진검승부 돌입 미국은 지난 7년간 중국의 추격 저지에 초점을 맞췄지만 앞으로는 자국 첨단 제조업 육성에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9월 19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대통령, 공장 부활에 큰 역할 고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요즘은 집 안에서도 몇 걸음 걷기가 힘들어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넘어질까 봐 겁나요.” 외래 진료실에서 만난 82세 여성 환자의 말이다. 예전에는 손주들과 시장에 가고, 친구들과 노래방에도 다녔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외출이 두려워 하루 대부분을 거실 소파에 앉아 보낸다. 무릎 통증과 체력 저하로 활동이 줄면서 근육은 빠르게 약해졌다. 어느새 일상의 많은 부분을 혼자 해내기 어려워졌다. 그녀를 병들게 한 것은 질병 그 자체가 아니라 움직이지 않은 시간이었다. 우리 사회는 2024년 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이고, 기대수명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우리 국민의 기대수명은 83.5세로 선진국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한다. 그러나 오래 사는 것 그 자체를 반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건강한 상태로 얼마나 오래 사는지를 나타내는 건강수명은 70세
10.31
수개월을 끌어오던 한미 관세 및 안보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과도한 요구를 들고 나와 거센 압박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이재명 대통령과 우리 협상팀이 끈기 있게 잘 대응해 얻어낸 결과다. 우리 정부 자체평가는 그렇다 치더라도 외신들이 관세협상에서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냈고 주요 안보현안인 핵잠수함 건조와 원자력 협력에 한미협력의 물꼬를 텄다며 이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게 돋보인다. 최선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얻어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도 반등의 계기가 마련되고, 국정동력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이 같은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그동안에도 이 대통령이 외국 순방을 통해 얻었던 외교적 성과가 국내 정치에서의 실점으로 빛이 바래고 국정지지도 상승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던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대표체제가 주도하고
‘수익률은 쥐꼬리, 수수료는 눈덩이….’ 언론 등에서 퇴직연금 수익률을 언급할 때마다 하는 얘기다. 일리있는 비판이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2.86%에 불과한 반면 국민연금 수익률은 8.13%에 이르기 때문이다. 반면 퇴직연금사업자인 금융기관이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 대가로 가져가는 수수료 수입은 매년 1조원이 넘는다. 저조한 수익률은 퇴직연금 도입 초창기부터 계속 지적돼 온 문제다. 여기에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고,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아가는 비율이 높다는 문제도 있다.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퇴직연금 제도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조한 수익률' 초창기부터 계속 지적돼 온 문제 사각지대의 존재는 퇴직연금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10.4%에 불과한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91.7%에 달한다. 규모가
아테네의 장군이자 역사가인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 전쟁은 불가피했다고 분석했다. 전쟁의 직접적 원인은 두 동맹 간 대립이었지만 진정한 원인은 신흥 강대국인 아테네의 부상에 대한 기존 강대국인 스파르타의 두려움이었다. 미국과 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 시진핑 주석은 이 함정이 필연적이지 않다면서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을 모두 포용할 수 있을 만큼 넓다고 말했다. 중국은 신형대국관계를 제의하며 중국의 부상을 미국이 수용해줄 것을 희망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바이든 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많은 이견에도 불구하고 같은 견해를 갖던 점이 있었다. 세계가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변곡점에서는 어디로도 갈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중국이 전략적 동반자이자 경제적 경쟁자이며 체제 라이벌이라고 복합적으로 정의한다. EU는 러시아가 허리케인이라면 중국은 기후변화로서 장기적인 도전을 제기한다고 인식한다. 중국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2025년의 글로벌 경제는 한마디로 ‘인공지능(AI) 전환의 대장정’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이 엔비디아와 오픈AI를 앞세워 생성형 AI의 표준을 선점하는 동안 중국은 ‘기술자립’을 선언하며 AI 반도체, 대모델, 산업 응용에서 거대한 진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 이른바 ‘BAT+H’는 자체 GPU 설계와 대규모 파라미터 모델 개발을 통해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대응하며 독자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국 주식시장에서 기술주는 반복적인 변동성의 진폭 속에서 저평가 상태에 놓이기 쉬웠다. 그러나 지금의 AI 산업은 단순한 기술 섹터를 넘어 제조·의료·금융·교육·물류에 이르는 ‘산업 전체의 디지털 개조’를 선도하고 있으며, 이는 구조적 성장의 핵심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현장형 AI에 강점 세계 AI 투자에서 미국은 여전히 표준과 IP의 중심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거대한 내수’ ‘정책 일관성’ ‘현장 적용 속도’라는 세 가지
10.30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군의 날 연설에서 전작권의 ‘회복’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전작권 환수를 ‘당연한 일’이라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어 안규백 국방장관은 이달 중순 현 정부 임기 중에 전작권 환수가 이뤄져야 한다는 실행 의지를 강조했다. 또 다음달 초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인 안보협의회의(SCM)에서는 전작권 환수를 핵심 의제의 하나로 다룰 예정이다. 문제는 전작권 환수의 성공 여부다. 전작권 환수는 정권 차원의 결단이 선행돼야 하지만 그것이 전체는 아니다. 이 시점에서 노무현 참여정부의 경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참여 정부는 전작권 환수에 누구보다 강력한 의지를 가졌지만 실패로 끝났다. 그 원인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국내의 환수 반대다. 참여정부 시기의 반대세력은 집요했다. 미 행정부 비밀문건을 유출해 공개한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당시 야당 한나라당 고위 인사들은 알렉산더 버시바우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코스피(KOSPI) 주가지수는 4000을 넘어섰고, 이재명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코리아 프리미엄 실현을 통한 KOSPI 5000 시대가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과거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 지목되던 낮은 배당과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상법 개정으로 개선되었고, 글로벌 펀드 투자 확대를 위해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구조 전환과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글로벌 표준에 맞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와 관련된 지속가능정보 공시체계 구축이 수반되어야 한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조사에 따르면 5300개 기관이 UN책임투자원칙에 서명했고, 이들 기관이 운용하는 자산규모는 121조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중 80% 이상이 투자 대상을 평가할 때 지속가능성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해외
중일관계를 말할 때 우리는 흔히 투자규모나 무역통계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 숫자들 뒤에는 사람의 이동이 있었다. 1972년 국교정상화 이후 양국을 오간 이들의 발자취야말로 진짜 이야기다. 1980년대 일본에서는 ‘실크로드 붐’이 불었다. 일본방송협회(NHK)의 특집 방송을 본 많은 일본인이 둔황(敦煌)과 시안(西安)으로 향했다. 이들에게 그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었다. 잊고 지냈던 대륙과의 재회였고 중국 문명에 대한 오래된 호기심의 분출이었다. 반대 방향의 흐름도 시작됐다. 1980년대 후반 개혁개방의 바람을 타고 수많은 중국 청년이 일본으로 건너왔다. 유학생으로 연수생으로 그들은 일본의 경제 발전을 배우러 왔다. 당시 일본 사회는 이들을 ‘미래의 가교’로 여기며 비교적 따뜻하게 맞아들였다. 21세기로 접어들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5년 전후 ‘폭풍 구매’라는 말이 회자됐다. 중국 부유층의 소비가 일본 경제를 떠받쳤지만 진짜 문화 교류는 뒷전이었다. 일본에서 중국으
10.29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민주적 통제와 주민 친화적 정책을 지향하는 자치경찰제의 핵심 기구다. 시도지사 소속으로 전국 18곳에서 운영 중인 위원회는 자치경찰사무에 대해서 시도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하는 막중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위원 인선 방식이나 실제 운영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중 3곳의 위원회에서는 7명의 위원 중 4명이 경찰 출신으로 구성되어 ‘주민 주도형 민주적 경찰 통제’라는 제도적 취지와 멀다. 이들은 그동안 경험과 전문성을 지역 치안 정책에 적극 반영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제2기 위원회 임기의 절반이 지나는 지금, 주민 참여와 민주적 통제, 주민 대표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위원회에서 2명의 상임위원인 위원장과 사무국장 모두 경찰 출신인 경우는 전국 18개 위원회 가운데 8곳(44%)에 이른다. 이처럼 경찰 경력자가 과도한 인사구조는 자치경찰제 내실화의 여정에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위원회가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으로 신분이 나뉜 만큼
대통령 주재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가 지난 16일 개최돼 K-바이오, 재생에너지 분야를 비롯한 신산업에 대한 핵심규제 개선방안이 마련됐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제1차 전략회의가 9월 15일 개최돼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로봇 분야의 규제 걷어내기를 발표한 지 한달 만에 다시 열린 것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글로벌 불확실성 증가, 기술패권 경쟁의 심화와 같은 구조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해 규제 합리화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서두르며 앞장서는 모습이다.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선 규제 합리화가 중요 정부 규제는 대개 처음에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도입되지만 세월이 지나며 불합리하게 변질돼도 계속 존속되는 경향이 있다. 나아가 관련 산업의 발전을 제약하는 역기능을 초래하거나 새로운 산업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행정기관이 규제를 이용해 권한을 키우고 계속 규제를 유지하고 확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 규제가 강력할
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른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다음달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다. ‘진전의 원칙’에 따라 2030년 목표인 2018년 대비 40% 감축보다 더 강화된 수치를 제시해야 한다. 이미 제출한 목표조차 달성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부담은 상당하다. 실제 우리나라는 지난 6년간 온실가스를 12% 줄이는 데 그쳤다. 그것도 코로나19 팬데믹 도움을 받아서였다. 2030년까지 40% 감축을 이루려면 앞으로 5년간 이보다 두 배 이상인 28%를 더 줄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2035년 감축목표로 산업계의 48% 감축안부터 시민단체의 65% 감축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그간의 논의과정을 지켜보자니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산업계 주장과 인류 생존을 위해 획기적인 감축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절박함이 모두 안쓰럽다. 산업계는 과거세대, 시민단체는 미래세대의 볼모가 되어있는 모양새이다. 어쨌든 지금 분위기로는 2035년 감축목표는 60% 이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
10.28
경주에서 10월 31일~11월 1일 열리는 2025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펙)회의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두 번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세 부과와 한국의 미국에 대한 ‘투자’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소위 ‘한미동맹 현대화’의 구체적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지난 8월의 첫 정상회담에서는 이 두 가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바로 그 점이 최소한 ‘선방’이라는 여론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의 협상 실무자들은 아펙회의 전에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지난 두달 간 빈번히 만났다. 합리적 절충점은 핵심쟁점에 대한 원칙과 방향을 분명히 밝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뿐 아니라 집단지성과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다. 과연 정부가 충분히 그렇게 하고 있는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결코 국가의 핵심이익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버릴 수 없다. 안보와 경제는 국가의 생존을 떠
1961년생 나라현 출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1993년 32세에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일본에 흔한 정치가문 출신이 아니어서 정치 엘리트코스를 밟지 못했다. 1980년대에 고베대학교 경영학부를 졸업하고, 정치 저널리스트를 하다가 정치가의 길을 걷기 위해 ‘정책중심 정치’를 표방한 마쓰시타정경숙에서 훈련을 받았다. 같은 정경숙 출신 정치가로 현 입헌민주당 대표인 노다 요시히코가 있다. 노다가 중도·실용의 민주당 노선으로 간 반면 다카이치는 보수·국가전략형의 자민당 우파 노선으로 변화해 갔다. 다카이치는 정치인 초기(1993~2003)에 무파벌로 활동하면서 2000년대 초 IT기본법과 전자정부 구상에 참여한 바 있다. 이때의 경험이 ‘기술주권’을 중시하면서 훗날 경제안전보장정책을 주도하는 기반이 되었다. 이후 4선째에 낙선해 정치공백기가 있었지만 2005년 9월 중의원 당선 이후 아베 파벌에 합류하면서 현재까지 우파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다.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