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0
2025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많이 훼손되었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노력의 부족함도 포함된다. 특히 기업 활동의 생태계 조성·확충·고도화 등이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경쟁이 ‘기업 대 기업의 경쟁’에서 ‘공급사슬 대 공급사슬의 경쟁’으로, 더 나아가서는 기업을 둘러싼 ‘생태계 대 생태계의 경쟁’으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 세계지적재산권기구의 글로벌 혁신지수 등에서 비교적 상위에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생존 번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제상황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입각해 혁신의 길을 가야한다. 개혁이나 혁신 없이는 생존 번영할 수 없는 ‘혁자생존’의 시대이다. 개혁이나 혁신 없이 생존 번영할 수 없는 ‘혁자생존’ 시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환경에 적합한 규제완화와 제도개선이다. 앨빈 토플러는 기업경영환경은 마하의 속도로 변하고, 기업들은 시속 10
“태양광은 그저 비싼 장난감일 뿐이다.” 1954년 미국 벨 연구소(Bell Labs)가 실리콘 태양전지를 세상에 처음 공개하며 작은 장난감 관람차를 돌려 보였을 때 쏟아진 반응은 경탄보다는 냉소에 가까웠다. 당시 1와트(W)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현재 가치로 수천달러에 달했기에 석탄과 석유가 헐값에 에너지를 공급하던 그 시절 햇빛 발전은 ‘신기하지만 비싼 과학 실험’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70년이 지난 지금 판도는 완전히 뒤집혔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세계 신규 발전 설비의 약 86%가 재생에너지로 채워졌으며, 태양광과 풍력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주류로 등극했다. 이러한 재생에너지의 역사는 ‘학습곡선(Learning Curve)’을 뚜렷하게 증명한다. 초창기 6% 효율에 불과했던 태양전지는 누적 생산량이 두배가 될 때마다 가격이 약 20%씩 하락한다는 ‘스완슨의 법칙(Swanson’s Law)
12.09
‘지금 인류는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에 살고 있다'라는 여러 주장과 의견을 증명하는 수치가 있다. 한국인의 경우 올해 8월 말 기준 챗GPT 앱 국내 월간 활성이용자수가 2031만명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월의 407만명 대비 5배 증가한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인공지능 이용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조사기관인 옴디아(Omdia, 2025년 5월)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2025년 11월)는 향후 10년 간 전세계 AI 트래픽과 AI 인프라 투자 모두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디지털 인프라 급증에 폐기물 리스크도 커져 이 같은 폭발적인 인프라 투자 증가는 다른 한편으로 두가지 큰 문제를 초래한다. 바로 에너지와 폐기물이다. 에너지의 경우 정부는 전력소비가 많은 수도권과 재생에너지 발전이 활발한 서•남해안 지역을 잇는 초고압 송전망을 구축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 연한이 지나서 폐기를 해야 하는 통신망 설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한 공개석상에서 내년이면 남북관계가 단절된 지 햇수로 8년이 된다고 토로했다. 냉전시대를 제외하면 그간 남북관계사에서 이렇게 장기간 단절된 적은 없었다. 특히 지난 윤석열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으로 남북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몇년이 허비했다. 그동안 북한은 더 이상 기댈 것이 없는 남한을 버리고 화해도 대화도 통일도 버렸다. 한국에 진보정부가 출범해 북한에 대해 적대시하거나 체제를 전복시킬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반복해도 때는 늦은 감이다. 핵무기라는 체제 보위의 보검을 완성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러브콜을 받고 있는 입장에서 골치 아프게 옛 인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바늘구멍이라도 뚫고 싶다는 현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금 상황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대화없이 적대적으로 지내온 지 8년이 다 되어 가는 마당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막대한 국방비를 지출하는 일촉즉발의 대결구조에서 양측 모습
21세기 초, 필자가 한 디스플레이 부품 회사에 근무할 때다. 당시 회사는 시장이 커지던 액정표시장치(Liquid Crystal Display, LCD) TV의 후면에 들어가는 광원을 개발하고 있었다. TV는 보통 스크린에서 직접 빛이 만들어져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LCD는 후면에 백색광을 내는 조명장치, 즉 백라이트가 따로 들어간다. 액정 패널은 조명이 쏘아주는 빛의 투과도를 화소별로 조절하는 광스위치 역할을 할 뿐이다. 여기서 핵심적 역할은 ‘액정’이라 불리는 물질이다. 미국의 트럼프정부가 기초과학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상황에서, 한 프리랜서 작가가 혁신적 산업으로 이어진 기초과학의 다양한 성과를 소개하는 글을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었다. 그중 한 분야가 바로 액정이었다. 액정은 말 그대로 ‘액체’와 ‘결정(고체)’의 합성어다. 액체처럼 흐르는 유동성을 보이지만 결정과 비슷하게 빛의 편광을 조절하는 성질도 갖는 상이 바로 액정상이다. 오늘날 주류 디스플레이로 부상한
12.08
국민의힘의 ‘극우화’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윤석열이 벌인 12.3계엄사태가 있은 지 1년이 지난 상황에서 정치의 정상화와 한국 민주주의의 재도약을 위해 던지지 않을 수 없는 물음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년 사이 한층 더 극우화되었다. 장동혁 대표는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며 부정선거론의 대표적 주창자와 국민의힘을 동일시했다. 또 대국민 사과를 거부하면서 윤석열 비상계엄의 부당성과 탄핵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재명정권을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목숨을 걸고 맞서 싸우자고 장외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 중에 국민의힘 지지층 중 68.8%가 계엄이 적절했다고 보며 74.9%가 사과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내일신문 2025년 12월 2일). 윤석열은 감옥에서 공개서한을 통해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종북좌파, 헌정체제 전복 세력 척결을 위해 비상계엄을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재명정권을 국민을 짓밟는 독재정권이라며 국민이 똘똥뭉쳐 레드카드를 꺼
이재명 대통령은 처음 생방송한 국무회의에서 산재 문제와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앞으로 산재예방이 실효성을 거두길 기대하면서 일본의 건설업 중소기업의 산재예방을 소개한다. 일본 전체적으로 보면 산재사망은 1990년 2550건에서 2023년 755건으로 약 70% 감소했다. 산재사망 중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42.2%에서 2023년 34.0%로 줄었다. 전체 산재사망 감소에는 건설업 감소가 큰 기여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일본의 산재사망 사고 감소에는 건설업 기여도 커 산재예방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2025년 10월 10일 도쿄에 있는 중소건설업 사장을 인터뷰했다. 종업원수가 약 80명이고, 연간 매출액이 약 30억엔인 이 회사는 에어컨 환기 방제 설비 등의 기획 설계 시공 관리를 하고 있다. 당사 종업원이 직접 공사는 하지 않고, 동사와 위탁 계약을 하고 있는 회사의 종업원이 공사를 담당한다. 이 회사의 업무는 80%를 특정 종합건설회사의 하청으로,
심부전(heart failure)은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온몸에 혈액을 충분히 보내지 못해 각 장기에 산소와 영양이 부족해지는 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밤에 눕기 힘들 정도로 호흡이 불편하고, 발이나 발목 붓기와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가 있다. 심부전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한 입원뿐 아니라 재입원과 급격한 악화나 사망으로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심각한 경제·심리적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심부전을 만든 가장 큰 원인으로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신장질환 비만이다. 이들은 관리만 잘해도 심부전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심부전 예방의 핵심은 건강한 생활습관에 있다. 첫째, 소금(나트륨) 섭취를 반드시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 단백질(생선·살코기), 통곡물이 기본인 식단으로 바꾼다. 둘째,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걷기, 자전거 타기, 수중운동 등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셋째, 흡연과 과음은 심장 건강에 치명적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12.05
재정문제는 통화가치에도 큰 영향을 주며, 국가신용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 최근 재정적자 문제가 부각되면서 엔화가 가파르게 약세를 보인 일본이지만 사실 다카이치내각은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표방하고 있으며 재정적자를 무제한 허용하는 입장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책임 있는 적극재정’이라는 개념은 2025년 10월 24일에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실시한 시정연설에서 공식적으로 제시됐다. 그 후 11월 21일에 약 21조3000억엔 규모의 종합경제대책이 각의에서 결정되어, 11월 28일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일반회계 세출 총액 18조3034억엔의 추경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성장률이 저조할 경우 재정 악화 우려 ‘책임 있는 적극재정’ 정책은 경기부양을 위한 단순한 지출 확대가 아니라 성장과 재정건전성의 균형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이다. 고물가·저성장 상황에서 생활안정과 성장잠재력의 확충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를 위해 물가·임금의 변화
작년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1년 한국사회와 정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계엄이 해제됐지만 씻을 수 없는 상흔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극우의 결집은 더욱 강고해지고 있고, 급기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12.3 비상계엄은 의회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한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해괴한 논법의 메시지를 내놨다. 계엄 사과 거부를 넘어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망언을 뱉어냈다. 국민의힘 25명의 계엄 사과문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계엄 후 작년 12월 7일 국민의힘은 탄핵 의결 정족수를 무산시킴으로써 내란에 동조하기 시작했고, 일주일 후 그나마 국민의힘 12명의 탄핵 표결 참여로 윤석열은 탄핵됐다. 그리고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극우지지자들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내란 우두머리를 감싸고 비호했다. 검찰총장 출신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윤석열은 관저에서 똬리틀고
1년 전 발생한 위헌 불법적인 비상계엄, 즉 내란사태 극복을 위한 절대다수 국민의 노력과 고생으로 민주주의 회복과 사회경제 양상이 호전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12.3 비상계엄 옹호세력의 준동과 내란수괴집단의 처벌지연 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주거불안정 현상 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재명정부 출발 6개월 간 3차례의 주거안정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아파트 실거래가격 지수 격차가 17년 만에 가장 커졌다(한국은행). 서울 아파트가격이 5년 2개월 만에 가장 높게 상승(KB부동산)되고 있다. 이로써 서민주거난과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국민의 불안정성이 대폭 커지고 있다. 서민주거난과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국민의 불안정성 커져 현 상황은 역대정부와 정치권의 주거안정 정책실패 때문이다. 특히 시장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하락방어 대응책 집중 등으로 고수익 부동산투자와 투기구조를 만들었다. 이로써 국민 주거불안정과 지역별·계층별 빈부격차와 양극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보수내각이 출범한 지 한달도 안되어 일본 외교가 중대한 시련을 맞았다. 11월 7일 국회 답변에서 총리가 “대만유사는 일본의 존립위기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한 것이 발단이다. 일본은 일관된 안보정책의 연장선이라고 하지만 중국에는 핵심이익 중 핵심인 대만문제의 레드라인을 건드린 발언이었다. 중국은 즉각 발언 철회를 요구하며 대응수위를 높였다. 외교적 항의와 비난에 이어 일본여행 자제령, 일본영화 상영 중지, 각종 교류행사 취소,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으로 이어졌으며 희토류 수출 제한 등 경제보복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취소, 유엔 무대에서 여론전 등 다자 외교전선으로 갈등이 확산되고, 일본 주변에서 군사활동도 강화되고 있다. 사태 촉발의 핵심은 전략적 모호성의 파기다. 일본은 2015년 안전보장법제에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존립위기 사태’ 개념을 도입하며 어떤 사태가 이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구체상황에서 모든
12.04
‘개발’은 ‘계획’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신개발·재개발·재건축·뉴타운 등 도시에서 벌어지는 모든 ‘도시개발’은 ‘도시계획’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시는 망가지고 본연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지켜낼 수 없게 된다. 정체성을 잃으면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키우는 일도 어렵게 된다. 종묘 앞 세운상가 일대 초고층 개발 논란의 본질은 ‘계획’을 무시하고 뛰어넘으려는 ‘개발’에 있다. 도시계획을 세워 도시를 지키고 돌보는 일이야말로 시장에게 부여된 기본 책무인데 지금 서울시장은 계획 아닌 개발 편에 서 있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 부끄럽게도 역사도시 서울의 심장인 도심부(한양도성안) 도시계획은 1990년대 말까지 부재했다. 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서울 도시기본계획’은 1960년대에 수립되었지만 오랜 역사성을 보유하고 있는 ‘도심부계획(Downtown Plan)’은 2000년에 이르러 처음 세워졌다. 조 순 초대 민선 서울시장이 주재하던 도시계획위원회에 도심
중국 지방정부의 올해 채권 발행액은 2일 기준 10조1000억위안이다. 중국 재정부 자료를 보면 지방정부 부채 잔액은 약 53조7000억위안 정도다. 지방정부 채권 발행을 허용한 2015년 3조8000억위안이던 부채가 11년 만에 14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지방정부 채권은 부동산 개발과 부채 상환을 위한 용도다. 중국 부동산 거래량과 가격 하락세는 하반기 이후 더 가파르다. 9월 말 금리 인하를 통한 부동산 부양책도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중앙은행 통계를 보면 7월 말 기준 은행의 대출액이 상환액보다 적었다. 투자와 소비를 모두 줄인 결과다. 일본에서 1990년 후반에서 2000년대까지 나타났던 현상과 판박이다. 중국경제 부동산 경기침체로 디플레이션 압력 거세 중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주 한때 1.818%까지 떨어졌다. 투자자들의 장기 GDP 명목 성장률 지표인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일본(1.823%)과 역전된 순간이다. 양국의 국채수익률 역전은 2000년
미중 전략경쟁이 경제력과 군사력 중심의 갈등과 대치를 넘어 가치와 이념의 영역에 혼돈을 초래하고 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가 양쪽 모두에서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경제적 성과를 근거로 권위주의적 발전모델을 글로벌 거버넌스의 대안으로 제시하며 서구의 자유주의 발전모델을 견제하려 한다. 미국의 트럼프정부는 과도한 자유가 건강한 국가발전을 저해한다는 우려에서 학문 언론 무역 이민 등 다양한 영역의 자유를 제한하려 한다. 미중이 패권경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효율을 위한 통제’를 자유보다 우선하려는 현상은 ‘경쟁적 반자유주의(Competitive Anti-Liberalism)’로 불릴 만하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집단지도체제를 통한 합의형 국가운영의 제도화와 함께 2000년대 초에는 향진 단위 직접선거 실험 등 자유 요소를 확대하는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자유의 확산이 국가 분열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2010년대 이후 인민민주주의의 민주집중제를 강조하며
12.03
열역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며 기술의 시대적 역할을 고민하는 필자에게 수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물질이다. 수소는 어떤 물질보다 단위 질량당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고, 무엇보다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태초부터 태양의 핵융합 반응을 통해 지구 생명체에 에너지를 공급해 오고 있는 수소를 화석연료 대안으로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20세기 초, 수소는 식량문제 해결 수단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버-보슈 공정으로 수소를 질소와 결합해 만들어진 암모니아를 원료로 하는 합성비료는 인류의 농업 대전환을 이끌었다. 그후 수소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자동차 매연 문제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도심 공해문제 해결을 위해 무공해 차량 의무판매 정책을 도입했고 2010년대 초반에 수소차가 이 정책의 핵심수단으로 떠오르자 도요타와 현대자동차는 투자를 본격화했다. 그러나 그후 시장의 판도는 급변했다. 테슬라가 주도하는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수소차는 설 자리를 잃었다. 때마침 우리
최근 신용점수가 높을수록 금리가 낮다는 금융의 기본원리가 뒤집혔다. 지난 9월 신한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에서 이러한 금리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정부의 금융포용 정책에 은행들이 호응하면서 초저신용자 대상 정책금융 상품의 가산금리를 대폭 낮춘 결과다. 여기에 더해 2024년 약 286만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신용사면이 단행됐고, 2025년에는 새도약기금을 통해 113만명의 16조4000억원 채무를 소각 또는 조정하고 있다. 금융 소외계층을 돕겠다는 좋은 의도다. 그러나 결과는 역설적이다. 금융포용을 강화할수록 신용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리고 결국 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은 더 나빠질 수 있다. ‘합리적 불성실의 함정’ 경제 전반으로 전이 역대 정부마다 출범 초에 신용사면을 반복해왔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자료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신용사면을 받은 이들 중 33~35%가 1년여 만에 다시 연체에 빠졌다. 3명 중 1명이다. 신용점수가 상환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동북아시아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살얼음같은 현안들이 많은 이 지역에 정치 지도자들의 리스크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돌출 발언은 당분간 깊고 긴 파장으로 번질 조짐이다. 총리 발언 이후 일본에 불리한 조치가 이어짐에 따라 발언이 실수가 아닌가 하는 막연한 짐작이 나왔다. 그러나 반대로 의도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최근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는 자리에서도 “발언 진의 왜곡” “발언 내용의 과도한 해석” 등 정치인들의 상투적 화법을 동원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야당 의원이 당시) 구체적인 사례를 물었기 때문에 나는 성실히 답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해협의 분쟁 발생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총리가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를 공식 거론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사전에 준비를 했으며, 신중을 기했으리라는 것을 일반인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일본은 직접 무력 공격을 받는 경우와 달리
12.02
내일이면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12.3 비상계엄은 실체적 요건은 물론, 절차·목적 등 어느 하나 충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군·경을 동원한 국회 봉쇄시도 자체가 중대하고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판시해 대통령 파면으로 결정지었다. 그러나 이후 사법절차는 지지부진하고, 피고인들은 재판을 희화화하는가 하면 동조세력은 장외투쟁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 또한 내란을 묵인·방조한 정치권과 고위관료들 역시 반성보다 책임회피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내란 가담자와 동조자는 물론방조한 이들까지도 읍참마속의 원칙으로 신상필벌해야 한다. 그래야만 유사사태를 막고, 무너진 헌정질서 위에 민주주의의 새살이 돋을 수 있다. ‘K-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역사를 바로 세우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미시적 동기와 거시적 행동의 후과 12·3 내란사태는 정치 엘리트들이 개인의
한국은 역사적으로 세 차례 외환위기를 경험했다. 1980년대 초 외채망국론이 대두됐던 시기, 1997~1998년 IMF 외환위기 국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그 사례들이다. 1980년대는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는 고정환율제였기 때문에 환율의 급변동은 없었지만, 나머지 두 번의 위기는 원·달러 환율의 급등과 함께 찾아왔다. IMF 외환위기 때 원·달러 환율은 2000원대까지 치솟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1600원대에 근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원달러 환율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60~147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한국과 미국 경제의 구조적인 경쟁력 차이가 반영된 결과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높고, 금리가 높고, 물가가 안정적인 국가의 통화가치가 강해지는 경우가 많다. 2023~2024년 미국의 GDP 성장률은 각각 2.9%와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