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6
2025
지난 11월 발표된 한미 팩트시트는 단순한 외교문서가 아니다. 한국이 미국과 본격적인 과학기술산업(STI, Science–Technology–Industry) 동맹을 맺고 신냉전의 최전선에 서게 되었음을 알리는 구조적 문서다. 이번 팩트시트에는 한미 군사동맹의 현대화뿐 아니라 한국정부와 기업의 3500억달러 대미 투자(1500억달러는 조선 부문), 반도체 공급망 공동 대응, 전기차·배터리 가치사슬 협력, 조선·해양기술 및 제조 협력,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정찰기술 협력, 우주·사이버 협력, 핵추진잠수함 보유 승인, 민간 핵농축·재처리 용인 등이 포함되었다. 오늘의 신냉전은 군사·이념 대결이 아니라 AI·반도체·배터리·우주·양자 등 전략기술·산업·공급망·인재를 둘러싼 기술패권 경쟁이다. 첨단기술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되면서 동맹의 중심도 군사에서 STI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을 전략기술 동맹의 핵심 국가로 편입시키는 배경도 이러한 구조적 변화 때문이다. 오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가 당초 계획보다 하루 연장하며 지난주 말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치열한 논쟁 끝에 도출한 선언문에는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화석연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담지 못했다.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을 마련하고자 노력했지만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완강한 반대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현대 산업화의 근간이 되었던 화석연료와 단절을 선언하지 못하고 과거의 연장선에 머물겠다는 모습이었다. 물론 합의문에는 해수면 상승, 가뭄 등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적응 재원을 2035년까지 현 수준의 약 3배로 늘리도록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한 행동의 ‘이행 가속화’를 목표로 하는 자발적 이니셔티브를 운영하기로 한 것도 소중한 성과다. 그런데 이러한 수준의 합의문이 과연 인류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기후재앙이 현실인데 화
11.25
동북아의 지도가 조용히 뒤틀리고 있다. 이제 판을 움직이는 것은 ‘거리’와 ‘속도’, 그리고 ‘정밀성’이다. 장거리 정밀타격 무기(Long-range precision steike)는 자국 영토 밖 수백~수천km 거리의 표적을 짧은 시간에 높은 정확도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공격할 수 있는 재래식 또는 핵 탑재 타격체계다. 즉, ‘멀리·정확히·빨리’ 타격하는 무기이며, 단순히 ‘타격수단’이 아니라 전략적 영향력을 투사하는 시스템이다. 단순한 ‘작전수단’이 아니라 국제정치의 구조를 재편하는 냉정한 기술적 요인으로 떠올랐다. 그런 의미에서 정밀타격 무기는 이제 ‘전술’이 아니라 ‘지정학’이다. 그것은 전략적 메시지이자 위기관리의 언어이며 전쟁의 문턱을 높이기도 낮추기도 하는 정치적 메커니즘이다. 오늘 동북아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된다. 정밀타격 경쟁이 가속될수록, 북·중·러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Area D
199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정보통신기술(ICT) 생산성 논쟁은 오늘날 인공지능(AI) 시대에도 동일한 경고를 던진다. 당시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을 도입했지만 정작 매출 증가나 생산성 향상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 최신 장비를 갖추고도 업무 방식은 기존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만큼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범용인공지능(AGI)과 대규모언어모델(LLM)은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투자는 경쟁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기업들은 인력 역량 결여, 데이터 축적 미흡, 운영체계 미비 등 다양한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호소한다. 무엇보다 생산성을 창출하지 못하는 AI 투자는 결국 국가적 자원 낭비와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AI가 제조업의 생산성 혁신에 기여하려면 문제는 AI 자체가 아니라 생산성과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는 AI 도입 방식에 있다. 그 해법과 기회
날이 제법 춥다. 장갑 낀 양손을 웃옷 주머니에 넣은 채 종종걸음을 옮기면서도 시선은 배풍등(排風藤)을 향한다. 가운데께로 푸른 빛 절반, 가장자리로는 짙은 갈색 절반쯤이라 가지에 달린 몇 개의 배풍등 잎은 막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서는 북반구 온대지방의 날씨를 닮았다. 풍(風)을 쫓는 효능이 있다는 이 식물을 영어로는 리라(lyre) 닮은 잎을 가진 ‘밤그늘(nightshade)’이라 부른다. 리라는 한쪽 끝이 백자 손잡이 흡사한 현악기를, 밤그늘은 밤에 독성을 띠는 열매의 특성을 빌어 지은 이름이다. 대체로 밤그늘은 감자나 토마토 가지 등 가짓과 식물을 가리키지만, 때마침 까만 열매를 단 까마중만을 지칭하기도 한다. 필자에게 올 한해는 배풍등을 처음 보고 그 이름을 찾고 더운 여름 지나 맺은 푸른 열매가 오롯이 붉은색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느라 다 지나갔다. 이른 봄 배풍등 잎을 처음 보았을 때는 뒤늦게 나팔꽃 잎 모양을 떠올렸지만, 그것만으로는 식물의 이름을 유추할 수 없어
11.24
한국경제가 진퇴양난의 생존위기에 직면해 있음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한국경제 미래와 관련된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반도체와 조선을 포함, 10대 주력산업 모두 5년 뒤에는 생산성과 경쟁력에서 중국에 뒤처질 것으로 내다봤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 모두에서 중국이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한국 기업 성공의 보장수표였던 추격전략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유일한 길은 시장진화의 선두자리를 꿰차는 ‘추월전략’ 뿐이다. 고객맞춤형 생산의 일반화가 그 해답이다. 이를 뒷받침할 필수 혁신 과제가 있다. 시장은 분명하게도 저마다 특색있는 요구를 제시하고 그마저 수시로 변화하는 고객맞춤형 생산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확인되었듯이 사람의 역할을 기계로 대체하는 기계 중심 자동화는 기계적 동작의 반복으로 변화무쌍한 시장 수요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대안은 기계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과감하게 기계에 맡기고 사람은 한층 창조적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인공지능(AI) 거품 논쟁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관련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투자계획이 예상보다 큰 규모로 발표되면서 오히려 시장의 경계심이 커졌다. 그럼에도 자금 흐름은 여전하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서 보듯 미국 아시아 중동은 GPU,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투자를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거품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투자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AI 거품 논쟁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시장의 경계심 커져 AI 거품론의 핵심은 명확하다. 지금의 투자 규모가 미래의 수익성을 정당화하기에는 과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AI 기업들이 벌고 있는 돈의 규모를 볼 때 앞으로 현재의 투자속도를 설명할 만큼 경제적 수익을 충분히 내 줄 수 있을지 불확실한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수익모델이 불분명한 기업들까지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에 나서는 상황은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크게 보이게 한다. 분명 기술혁
우리나라의 저출생 현상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심각한 수준으로 최근 몇년 간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24년 기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0.75명으로 집계돼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3년 연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6년 연속 1명 미만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2024년 출생아수는 약 23만8000여명으로, 2015년 43만8000여명에 비해 8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우리사회에서 저출생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태어난 아이에게도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미숙아와 저체중아 출생률이 특별히 높아져 우려를 낳고 있다. 임신 중에 태아가 정상적으로 발달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는 태아의 체중이다. 신생아의 정상체중인 3.5kg다. 2.5kg 이하면 저체중아로 분류된다. 저체중아는 출생
11.21
#1.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깊은 협곡에서 독도법을 익히던 스위스 병사들이 폭설로 길을 잃었다. 병사들은 며칠을 헤맸다. 식량은 바닥났고 죽음이 몰려왔다. 그때 한 병사가 배낭에서 지도를 발견했다. 그 지도를 본 병사들은 마을 방향으로 무작정 걷고 걸었다. 지도를 희망 삼은 병사들은 목숨을 건졌다. 구조대는 깜짝 놀랐다. 병사들이 생명줄로 삼은 지도는 알프스산맥 아닌 스페인의 피레네산맥 지도였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의 대니얼 카너먼 교수가 밝힌 실화(實話)다. 대니얼 교수는 “신중한 선택도 중요하지만 고민만 하다 때를 놓치는 ‘결정장애’는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나라의 국정 운영도 마찬가지다. 좌고우면(左顧右眄)만 하면 나라를 망친다. #2. 나르키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출중한 외모를 가진 미소년이다. 어느날 샘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나르키소스는 샘물에 비친 모습이
최근 달러-원 환율이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1500원 돌파를 점치는가 하면, 최근의 고환율 흐름을 과거 위기 시기와 빗대어 해석하며 불안해 한다. 지난 주 달러-원이 1470원 위로 빠르게 상승하다 20원 이상 급락한 것은 이러한 시장의 불안심리를 잘 보여 준다. 그러나 이번 환율상승을 위기의 전조증상으로 단정하는 것은 과도하다. 환율상승이 언제나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급등은 오히려 위기의 결과였다. 문제는 외화 유동성 부족에 있었다. 단기 외화부채가 누적된 상태에서 해외 금융불안이 발생하면서 외화조달이 막히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속히 이탈했다. 그 결과 환율이 급등한 것이다. 현재 외환시장에는 그런 달러화 부족 현상이 없으며 단기외채 규모도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환율상승의 구조적 배경은 해외투자 확대와 달러 강세 환율이 높은 수준을 보이는 이유는 구조적 변화에 있다. 한
82억 사피엔스가 살아가는 지구는 바다 70%, 육지 30%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따라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카리브공동체(CARICOM), 극지 등의 지역협의체가 있고 바다 없는 나라들의 모임인 내륙국가 그룹도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가들 간의 연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파라과이는 땅으로 둘러싸인 섬이다.” 세르반테스 상을 수상한 문호 아우구스토 로아 바스토스(Augusto Roa Bastos)의 은유적 표현은 내륙국가의 고독과 고립감을 드러낸다. 파라과이 국명은 ‘바다를 만드는 강의 어머니’라는 뜻을 지닌다. 바다에 대한 역사적 갈증과 간절함이 아니겠는가. 현재 전세계에는 44개국의 내륙국가가 있다. 그중 파라과이 몽골 등 32개국은 내륙개도국(LLDCs, Landlocked Developing Countries)이며 28개국은 바다가 없음에도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이다. 이 협약 제125조는 내륙국가들에게 해양 접근권과 경유국 통과권을 강조
중국은 거대한 경제적 변혁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과거 세계의 공장 역할을 자처하며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 바로 ‘로봇산업’이 있다. 15차 5개년 계획에서 중국정부는 이 분야를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막대한 자본과 정책적 지원을 쏟아부으며 글로벌 로봇 생태계의 주도권을 거머쥐려 하고 있다. 수요 정책 기술의 삼위일체 중국 로봇산업의 미래 5년을 관통하는 핵심동력은 ‘수요’ ‘정책’, 그리고 ‘기술 자립’의 완벽한 결합에 있다. 이 삼박자가 맞물려 돌아가며 과거 추격자였던 중국을 선도자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첫째, 방대한 시장 수요는 중국 로봇산업의 가장 강력한 엔진이다. 중국은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인건비 상승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는 제조업 현장의 자동화를 넘어, 노인 돌봄, 의료 재활, 가정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로봇 도입을 필연적인
11.20
전광용의 단편소설 ‘꺼삐딴 리’의 주인공 이인국의 독백 “흥 그 사마귀 같은 일본놈들 틈에서 살았고 닥싸귀 같은 로스케 속에서도 살아났는데 양키라고 다를까”는 학생시절 이후 필자의 뇌리 한켠을 깊이 차지해왔다. 1900년대 중반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 해방, 그에 이은 남북분단과 미소점령, 6.25라는 민족상잔(民族相殘)과 같은 동북아의 지정학적 대격변 한가운데를 살았던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이보다 더 함축적으로 보여준 구절이 있을까? 그런데 혹시 ‘일본놈’ ‘로스케’ ‘양키’라는 일견 상스러운 표현들이 많이 불쾌한가? 하지만 필자에게는 이런 표현들 속에서 다른 국가와 민족에 대한 비하나 모욕보다는 우리 민족의 자주성을 침해한 국가나 민족에 대한 깊은 원망과 분노가 느껴질 뿐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필자의 외할머니 또한 태평양전쟁 시기 일제의 가혹한 수탈을 회상할 때면 필자에게 분한 감정을 표출하면서 일본인들에 대해 “왜(倭)놈”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으셨다. 하지만
2025년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이뤄진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방한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새로운 리더의 전형을 보여줬다. 그는 깐부치킨 매장에서 한국의 재벌 총수들과 같이 하던 치맥파티, 지포스 게이머데이, APEC CEO 서밋에서 이뤄진 기조연설, 이재명 대통령과의 환담으로 30여시간의 짧은 일정을 알차게 소화했다. 그 바쁜 와중에서 도착한 당일 밤 한시간여 넘게 한국 엔비디아 직원들과 별도의 치맥파티까지 했다는 후문이 들리는 것을 보니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한 것 같다. 젠슨 황과 가까이 일해 본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는 이번 방한의 일정이 그의 한국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잘 드러내 준 것이어서 흥미로웠다. 사업을 시작한 후 첫 인연을 아주 중시하는 젠슨 황 젠슨은 사업을 시작한 후 첫 인연을 아주 중시해왔다. 공동창업을 한 크리스는 아직도 엔비디아에서 같이 일하고 있으며, 자신에게 처음 투자한 벤처 캐피탈리스트는 그
세계 통상질서가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방향을 틀고 있다. 겉으로는 관세와 무역마찰이 반복되고 있지만 교역을 움직이는 규칙과 판단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세계화 시대가 가격과 효율성 중심의 최적 조합을 찾는 과정이었다면 이제 통상은 공급망 안정성, 기술 의존도,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가 중심축이다. 10월 체결된 미국–말레이시아 협정은 이러한 전환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이 특정국을 안보위험으로 규정해 조치를 취하면 말레이시아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도록 설계돼 있다. 시장 접근을 넓히는 과거 협상방식이 아니라 양국 대외경제정책을 하나의 전략 틀로 묶는 구조다. 여기에 기술통제 투자심사 원산지규정이 연결되면서 통상은 사실상 전략정책의 핵심도구가 되고 있다. 경제적 효율성보다 전략적 목표를 우선시하는 제도적 장치다. 같은 시기 체결된 미국–호주 협정은 희토류·갈륨 등 전략광물을 공동 관리하고 비중국계 공급망을 확충하는 공동투자와 비축체계를 제도화했다. 내용은 달라도 말레
11.19
10월 말~11월 초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그러나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큰 성과는 미국이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믿고 보던 사고방식이 무너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금 3500억달러를 선불로 내라고 윽박지르는 트럼프를 상대로 밀당을 해서 2000억달러, 10년 할부로 깎은 이재명정부는 골치 아픈 각종 국내 정치 현안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지지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게 돈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모습은 냉전이 끝난 1990년대 이후 세계질서를 규정해 온 세계화라는 말이 용도 폐기되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본래 세계화라는 말은 시장개방을 비롯해 각종 국가 간의 장벽을 낮추고 사람 재화 문화 지식의 이동이 자유로운 질서를 만든다는 뜻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한 탈냉전 시대를 맞아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인 미국이 세계질서를 관리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2023년 과학기술계를 뒤흔든 ‘카르텔 논쟁’의 불씨는 “성공률 98% R&D 과제에 나눠주기식 예산”이라는 지적에서 시작됐다. 경기침체 속에서 매년 30조원에 달하는 연구개발 예산이 ‘성공률 높은 쉬운 과제’에 나눠주는 구조로 비추어지자 과학기술계는 비효율의 상징처럼 낙인찍혔다. 그러나 ‘98% 과제 성공률’은 사실과 다르다. 정부 R&D 평가는 단순한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이 아니다.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 R&D 과제평가 표준지침' 개정 이후 정부 R&D 평가는 ‘우수-보통-미흡-극히 불량’의 4단계로 운영된다. 여기서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연구를 성실히 수행하면 ‘성실수행’으로 인정된다. 출처와 근거가 불분명한 ‘98%’ 숫자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바로 이 성실히 수행된 과제의 비율로 해석될 수 있다. 즉 결과의 완성도가 아니라 과정의 충실도를 말한다. 이 수치가 ‘연구자들이 쉬운 과제만 한다’는 프레임으로 왜곡되면서 연구의 본질을 가리는 착시가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기로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이같이 제시했다. 2021년 10월 문재인정부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를 제시한 데 이어 그 이후 5년 간의 목표에 13~21%p를 추가한 것이다. 지난 5년 간 탄소감축 실행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불확실하다. 이제 시작하는 계획이니 제도 마련과 실행계획이 초반부터 수행되지 않았을 터고, 감축량 또한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5년을 보내고 난 지금, 앞으로의 5년이 그리 많은 시간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5년 후인 2030년 국가 NDC 목표인 40%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정부의 목표 상향 발표는 국민들에게 이 정부의 탄소
11.18
윤석열정부는 정부주도의 북한붕괴론을 확산시켰다. 제재 자연재해 코로나대유행의 삼중고로 북한경제가 붕괴되고 체제위기가 심화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2025년 평양을 방문한 중국전문가들은 북한에 신축건물이 크게 늘어나고, 특히 내연기관 자동차와 중장비가 증가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한다. 올해 1만3000달러짜리 중고자동차 수천대가 평양에서 팔렸다. 평양의 도시풍경은 다양한 디자인과 형형색색의 색 혁명이 일어나고 밤 풍경도 화려해졌다. 북한 산업이 기지개를 펴고 있는데, 이에 필요한 장비와 에너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우리는 수수께끼라고 말한다. 올 가을 필자는 북중 국경을 방문했는데 평양과 유사한 현상이 국경 도시만이 아니라 농촌과 산간오지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필자가 본 풍경, 평양을 방문한 전문가들의 주장과 현지 주민 인터뷰에 더해 위성을 통해 북한 주요 도시를 관찰한 결과, 주요 도시에서 신축건물, 중고 자동차와 중장비가 증가하고 남포항의 유류설비가 대
다카이치정권 발족 후 한달이 지난 지금 일본경제는 몇 가지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첫째, 엔화 약세로 기운 환율이 수입물가와 생활비를 압박하고 있다. 둘째, ‘위기관리 투자’에 대한 기대 속에서 주가는 사상 최고권을 맴돈다. 셋째, 미국과 합의한 대미 투자 패키지가 일본의 대외투자 흐름을 미국 쪽으로 더욱 기울게 만들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통화 양적완화, 재정확대, 저금리·엔저 기조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여기에 지정학과 산업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이른바 국가안보형 ‘하드파워 버전’을 결합한 경제정책을 제시한다. 대만문제를 둘러싸고 중일관계도 급속히 악화하는 상황이다. 아베노믹스에 국가안보형 ‘하드파워 버전’ 결합한 경제정책 거시환경을 보자. 9~10월 물가상승률(종합 CPI)은 2% 후반인데 일본은행은 정책금리를 0.5%로 묶어두고 있다. 환율은 150엔대 엔저에 고착되어 수출기업에는 유리하나 수입원가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주가는 인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