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4
2026
“다스는 누구겁니까?”. 이 질문으로 호명된 사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차명 실제 소유자로, 회사자금을 횡령하고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2007년 17대 대선 한나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 측이 처음 제기해 대선 본선에서 쟁점이 되었고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에도 내내 논란이 됐다. 2007~2008년 검찰과 특검은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리했지만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후 검찰의 재수사를 거쳐 “다스는 이명박의 것”이라고 확정돼(대법원 판결) 이 전 대통령은 감옥에 갔다. “화천대유는 누구겁니까?”는 다분히 질문을 차용한 것 같다. 2021년 20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이 쟁점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은 당내 경선에 이어 대선 본선에서 큰 쟁점이 되었고 지금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논란 진행 과정은 ‘다스’와 다르다.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투자자 측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 신고서 수리를 2차례 거부했다. 이에 따라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는 일단 벽에 부딪힌 상태다. 한화솔루션은 결국 지난 12일 정정공시를 통해 모든 유상증자 관련 일정을 ‘미정’으로 변경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3월 26일 2조4000억 원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틀 전(3월 24일) 열린 주총에서는 증자 계획과 자금 사용처를 일절 함구했다. 다만 정관의 ‘발행 예정 주식의 총수 변경’ 안건만 슬그머니 통과시켰을 뿐이다. 금융감독원 거부로 벽에 부딪힌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한화솔루션이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하기로 한 주식은 7200만주로 기존 주식의 42%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주주들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증자액의 사용처도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미래를 위한 설비투자는 9000억원에 불과한 반면 1조5000억원은 기존 빚을 갚는 데 쓴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주주들의 배신감이 폭발했다.
다음 차례는 대만일까? 글로벌 지정학 충돌 때마다 등장하는 이 질문은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홍콩 민주화 진압 당시에도 대만은 ‘다음 차례’로 거론됐다. 최근 이란 전선이 장기화되면서 시선은 다시 대만해협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 전장은 대만’이라는 해석은 국제정세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이 같은 인식에는 두가지 해석이 혼재한다. 하나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정리한 뒤 압박의 중심을 대만으로 옮긴다는 ‘전선 이동론’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이 이란에 묶여 있는 틈을 이용해 중국이 대만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략적 기회의 창’ 논리다. 그러나 전자는 현실성이 낮고, 후자도 전면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국의 기본 접근은 단기 결전이 아니라 장기적 압박과 영향력 확대에 있다. ‘상시 위기’에서 ‘관리된 경쟁’으로 중동과 대만은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에너지의 병목(choke point)이라면, 대만
05.13
최근 국내 유수의 국책연구소에서 AI 전환을 책임지는 팀을 이끌고 있는 관계자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 만남은 국책연구소의 AI 담당자로부터 생생한 현장의 상황과 고민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화학 물리 바이오 분야 등 한국의 유수 인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수십 년간 연구하고 축적한 데이터를 거대언어모델(LLM)과 접목해 난제를 풀어가는 새로운 단초를 찾아나가는 과정은 진지했다. 국내 연구소 인프라통합 어려움이 던지는 질문 하지만 현장의 현실적인 고충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관계자는 개별 실험실별로 파편화되어 존재하는 컴퓨팅 자원을 하나로 모아 대규모 풀(Pool)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연구소 차원의 거대한 난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번번이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토로를 곁들였다. 필자가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두 가지 답변을 내놓았다. 첫째는 한국 연구생태계의 고질적인 과제중심제도(Project Based System, ) 기반의 자산구조
미국-이란 간 전쟁이 3개월째로 접어들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호르무즈 해협 겹봉쇄로 해상 수송로는 마비상태다. 이 전쟁은 단순히 에너지수급 차질의 문제가 아닌 복합위기로 과거의 중동사태와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인프라의 물리적 파괴로 인한 에너지수급 위기는 물론이고, 이로 이한 장기적인 에너지가격 상승이 산업내 제조원가나 물류비용을 급증시키는 산업경쟁력 위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석유화학·헬륨·비료 등의 교역 차질로 필수품의 공급망까지 교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고한 대응력을 보여주고 있어 그 방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에너지자급율 제고다. 중국은 비록 원유 수입 비중은 높지만 전체 에너지원의 에너지자급률은 80%가 넘어 외부충격에 상대적으로 덜 취약하다. 이처럼 높은 에너지자급률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이미 10년전 세워진 정책목표로 그동안 석탄 원자력 재생에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은 단순한 지역분쟁을 넘어 세계 경제 질서 전체를 흔드는 사건이 되었다. 호르무즈 해협 불안,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교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세계화 체제가 얼마나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다시 보여주었다. 여기에 미중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대만 위협까지 겹치면서 세계화의 미래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국제질서를 지탱하던 동맹 시스템마저 흔들리면서 “세계화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주장까지 등장한다. 국제화의 상위 개념으로서의 세계화는 1980년대 중반 미국을 중심으로 본격화되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 무역장벽 축소, 시장 확대 필요성, 생산비용 절감, 월가 자금의 투자처 확대 욕구 등이 맞물리며 세계화는 급속히 확산됐다. 그 과정에서 자원의 효율적 배분, 규모의 경제 실현, 국가와 기업 간 경쟁 촉진, 개도국 경제성장 같은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양극화
05.12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약육강식의 국제질서와 아전인수식 해석이 난무하는 국제사회가 되었다. 최소한 전쟁이 사라진 것으로 생각되었던 유럽에서는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다. 아직은 미국이 대체할 국가가 없는 강대국이기는 하나 상대국은 고양이 앞의 쥐가 아니다. 많은 안보전문가는 중국이 타이완을 침략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그 시기를 예측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 틈에 중국이 타이완을 침략하면 누가 막고, 누가 비난할 것인가? 그나마 중국 외교부장 왕이는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 기존 질서를 수호하겠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전쟁’ 대신 ‘특수군사작전’이라 불렀고, 미국은 의회 선포 없이 군사력을 사용하며 이를 ‘작전’으로 규정했다. 무력침공은 국제법과 도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는 행위이건만 이를 전쟁이라 부르지 않는 태도에는 강대국의 독선이 배어 있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은 무인기와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을 이용해 항전의지를 보인
우리나라 재건축과 재개발사업에서 조합원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추가 분담금은 최소화하면서 더 넓고 쾌적한 새집을 장만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선택지는 사실상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용적률을 최대한 확보해 일반분양 주택수를 늘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분양 가격을 높여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집값과열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에서 분양가 인상은 선택지가 되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정비사업의 성패는 용적률이 관건이 된다. 그런데 이 용적률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정비사업은 집값이 오를 때까지 추진력을 잃고 멈춰 선다. 재건축 사업의 평균 추진 기간이 12년을 훌쩍 넘기는 배경에는 이러한 ‘기다림의 경제학’이 깔려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도심 내 주택 공급이 극도로 위축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의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시대적 변화와 ‘컴팩트 시티’의 당위성 정부와
요즘 뉴스를 보면서 새삼 실감하는 것이 있다. 제조를 놓지 않은 나라의 힘이다. 반도체 공장 하나가 외교의 무게를 바꾸고, 조선소의 생산 능력이 협상 테이블의 자리를 결정한다. 자동차와 화학도 다르지 않다. 설계도는 있어도 만들지 못하는 나라와, 설계부터 생산까지 스스로 해내는 나라 사이의 간극은 단순한 기술격차가 아니다. 그것은 위기 속에서의 회복력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대체되지 않는 자리다. 과학기술과 제조가 함께 움직이는 나라, 그런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 힘이 처음부터 당연한 것이었을까. 돌아보면 그렇지 않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제조강국 위상은 누군가 먼저 봤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직 시장이 열리지도 않은 때에, 아직 성공을 확신할 수도 없는 때에, 먼저 뛰어든 사람들이 있었다. 조선소를 짓겠다고 나섰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저었다. 배를 만들어 본 적도 없는 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것이 무모하게 보였을 것이다. 반도체를 하겠다고 했을 때
05.11
6.3 지방선거가 압도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인 것은 전적으로 국민의힘이 내란 프레임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도 원인이겠으나, 본질적으로 탄핵과 계엄의 늪에서 헤어날 생각이 없는 국민의힘이 기본동력을 제공했다. 지방선거 초반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5대 1로 압승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여론조사도 다수였다. 그런데 접전 지역과 보수세가 강한 지역의 여론 동향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유는 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법’ 발의다. 민주당의 특검법 발의는 대구·부산시장 선거와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서 미묘한 변화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는 이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윤 어게인’ 인사들에 대한 공천은 기존의 일방적 프레임을 조금이나마 만회하고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무위로 돌리고 있다. ‘윤 어게인’ 대 ‘조작기 특검’ 프레임은 추격하는 국민의힘으로서는 오히려 호재다. 윤
일본기업이 시니어 고용제도의 고도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히타치제작소는 4월 60세 정년 후 재고용한 시니어 사원에게 현역 직원과 같은 직무급 보수제도를 적용해 실질적으로 급여를 올리는 인사개혁을 단행했다. 히타치의 고용개혁은 일본기업의 전반적인 시니어 활용 고도화 전략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시니어 고용제도는 원칙적으로 희망자 전원을 65세까지 고용하는 의무가 있고 또 70세까지의 고용기회를 제공할 것도 노력 의무로 규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정년연장, 계속 고용제도의 도입, 정년제의 폐지 중에서 선택하여 고용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심각한 노동력 부족의 일본, 정년 관련 제도 바꾸기 시작 그동안 일본기업은 정년 연장보다 60세가 된 근로자를 형식상 퇴직 처리하고 다시 재고용하면서 임금을 대폭적으로 낮추는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관행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난 2018년의 경우 정년 연령 인상에 나선 기업은 19.4%에
만성질환과 기력저하가 있어도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가던 70대 박씨는 지난 겨울 아침 집 앞 빙판길에서 넘어져 고관절 골절상을 입었다. 다행히 응급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가족들은 “뼈만 붙으면 예전처럼 걸으실 수 있겠지”라며 안도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짧은 입원 후 쫓기듯 퇴원한 박씨는 제대로 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고, 통증과 낙상 두려움에 침대에 누워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급격히 진행된 근력저하와 ‘근감소증(sarcopenia)’은 일어설 힘마저 앗아갔다. 결국 한달 뒤 폐렴으로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 이 안타까운 이야기는 결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흔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 의료는 ‘치료’에는 강하다. 응급수술도, 중증질환 치료도 빠르고 정확하다. 그런데 치료가 끝난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 즉 ‘재활’에서는 자주 길을 잃는다. 병은 고쳤다는데, 몸의 기능을 회복하지 못해 결국 예전의 삶으로 돌아
05.08
최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열린 케빈 워시(Kevin Warsh)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지명자의 청문회는 겉으로 보기에는 비교적 차분했다. 금리인하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많지 않았고, 시장이 기대했던 극적인 정책변화 선언도 없었다. 그러나 차분히 진행된 청문회에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지금 미국 금융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단순히 기준금리가 언제 인하되느냐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앞으로 미국 금융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게 될 것인가, 그리고 지난 15년 동안 시장을 지탱해온 유동성 중심 질서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가에 있다. 흔들리는 연준, 내부 균열의 시작 워시 청문회 이후 열린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런 변화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3.50~3.75%에서 동결했다. 시장 예상과 같았다. 그러나 회의 내용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는 무려 4명의 위원이 반대의견을 냈다. 이는
정치평론가들은 다수 국민의 요구를 외면 한 채 강성 치지층만 보는 정치인의 협소한 행태를 비판해 왔다. 문제는 지겹도록 반복되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크게 바뀌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과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정치 진화의 방향을 탐색하자면 지나온 여정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대중정권 출범부터 시작할 수 있다. 김대중정권의 출범은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실현함으로써 민주정치 기반을 확고히 다진 역사적 의미가 있었다. 이어진 노무현의 등장은 한국정치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이전 시기 한국 정치는 보스 중심의 가신 정치가 지배하고 있었다. 계파의 이름은 동교동계 상도동계 하는 식으로 보스가 머무는 지역명에서 차용되었다. 노무현과 그의 지지자들은 보스 중심의 가신 정치를 청산했다. 적어도 중앙정치 무대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수평적 질서가 지배하기 시작했다. 친노세력에서 ‘친’은 수평적 관계의 친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지역정치 무대는 달랐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당연하듯 일어나고 있다. 케이팝 데몬헌터스, BTS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K-컬처)가 전세계 문화를 주도하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이 문화만 꽃피우는 것이 아니다. 한국경제도 그 위상을 따지자면 K-컬처 못지 않다. K-컬처 못지않은 한국경제의 위상 우선, 인구와 경제규모다. 한국은 2019년에 이미 30-50클럽(공식조직은 아니다)에 가입돼 있다. 30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 이상, 50은 인구가 5000만명 이상을 의미하는데 이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태리 한국 등 7개국에 불과하다. 우리가 경제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인구가 5000만명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클럽에 가입됐다는 것은 일정 수준의 인구 및 경제규모를 갖춘 경제 강국의 반열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수출입규모다. 202
필자는 바둑을 둘 줄 모르지만 유명한 대국 결과 설명을 읽어보곤 한다. 가로 세로 19개 선으로 이루어진 바둑판은 외교무대와도 같다. 361개 점의 조합이 주는 선택은 무궁무진한 것 같지만 실제 택할 수 있는 방안은 상당히 제한되며 하나의 결정은 다른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외교와 비슷하다. 바둑판에서 벌어지는 일은 어디에서 발생하든 서로 영향을 미친다. 한번 돌을 놓으면 거둬들일 수 없다. 중동에서의 전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유럽 관계, 세계 경제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다. 일단 전쟁이 시작된 만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전쟁 전의 관계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많은 나라가 ‘미생’과 같은 느낌을 갖는다. 경쟁에서 뒤지면 안된다는 위기인식도 있지만 규칙 기반 국제질서가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 때문이기도 하다. 투키디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소개한 대로 “강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약자는 당해야 할 일을 당한다”는 힘의 논리가 강요될
05.07
남성이 고속버스 안에서 음란동영상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던 중 그의 팔이 잠이 들어 있던 옆자리 여성의 신체에 닿았다. 남성의 행위는 형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에 해당할까. 여성은 강제추행죄와 같은 무거운 범죄의 처벌을 기대하며 신고했으나 경찰은 여성이 제출한 영상과 진술을 토대로 공연음란죄를 인정하고 이를 입증할 증거와 함께 검사에게 송치했다. 이처럼 사람의 행위가 형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에 해당한다는 사실과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하는 일을 범죄수사라고 한다. 검사는 남성을 공연음란죄가 아니라 강제추행죄로 공소장을 작성하여 기소했으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항소하면서 강제추행죄의 성립 여부를 먼저 판단하고, 이것이 부정될 경우 공연음란죄로 성립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취지의 공소장변경을 신청해 2심의 허가를 받는다. 2심은 공연음란죄를 인정하고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검사가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서 부본(副本)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
1997년 외환위기는 우리 금융사에 기록된 뼈아픈 교훈이자 거대한 전환점이었다. 당시 수많은 기업의 줄도산은 부동산 등 눈에 보이는 담보에만 의존하던 대출관행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증명했다. 시장은 비로소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인 신뢰, 즉 신용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1998년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기점으로 도입된 현대적 의미의 크레딧 뷰로(CB) 제도는 지난 20여년간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지탱해 온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외환위기 뼈아픈 교훈으로 탄생한 CB제도 하지만 최근 기술신용평가(TCB)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등급 조작과 부실 평가 논란은 우리가 쌓아 올린 견고한 신용인프라가 양적성과 중심의 정책 기조라는 변수와 만났을 때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2014년 기업의 기술력을 담보로 혁신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기술금융은 지난 10여년간 눈부신 양적성장을 거듭했다. 2024년 말 기준 기술
세계 최고 수준의 전동화 및 지능형 기술을 과시한 2024년 4월 베이징모터쇼 이후 미국 자동차 업계는 중국 자동차 기업을 심각한 위협으로 보기 시작했다. 작년 판매량에서 비야디(BYD, 460만대)와 상하이자동차(451만대)가 미국 2위 기업인 포드(440만대)를 추월했으며,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이 되었다.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이 이제 더 이상 부정될 수 없게 된 것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입을 허용해서는 결코 안된다고 경고했다. 네가지를 그 이유로 들었다. 첫째, 중국 전기차 업체는 중국정부의 막대한 직접 지원과 보조금 덕분에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됐다. 즉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철폐하지 않는 한 미국 기업은 중국 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전기차에는 카메라·센서·통신장치가 많아 대규모 데이터 수집과 사이버 보안 위험이 생길 수 있
05.06
더불어민주당의 ‘권력시대’ 혹은 ‘전성시대’가 거론되고 있다. 이유는 네 가지다. 첫째, 양대정당 중 하나인 국민의힘의 몰락이다. 둘째,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대통령의 60%에 달하는 비교적 높은 지지율이다. 셋째, 2020년 총선과 2024년 총선을 통해 국회 의석 중 3/5을 차지한 ‘압도적’ 다수당이다. 넷째,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각각의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 토대가 단단한 것 같지 않다. 극우화에 더해 지도부의 무능과 리더십의 붕괴를 겪고 있는 국민의힘의 쇠락 경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앞으로도 계속 높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가 가속화한 국제정세의 불안정성은 언제든지 한국의 정치·경제적 현실을 위협할 수 있다. 주식시장이 ‘전쟁 면역력’을 갖춰 예상보다 큰 타격을 받고 있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국면의 지속과 장기화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리스크를 가져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