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6
2026
트럼프의 관세압박에 전세계가 제대로 된 저항 한번 못해보고 항복했는데 모두가 예측했던 대로, 아니 기대했던 대로 미국 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기반 상호관세에 위법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상황은 우리가 기대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대법원이 대통령의 지렛대를 제거한 것이 아니라 다른 지렛대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트럼프는 곧장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0%의 글로벌 관세명령에 서명했다가 바로 15%까지 올리겠다는 의지를 표명 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둘러싼 미국 법원의 판결과 이에 대한 트럼프의 정치적 반발은 한국에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하나는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기는커녕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한국이 과연 충분한 외교적 대응 역량을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미국 사법부는 트럼프행정부가 남용해온 관세권한에 분명한 경계선을 그었다.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국가
주말 오전, 대전 성심당 본점 앞은 진풍경이 펼쳐진다. ‘튀김소보로’를 손에 넣으려는 전국 각지의 인파와 소셜미디어를 달군 ‘딸기시루 케이크’ 열풍으로 형성된 수백 미터의 대기 줄은 이제 대전을 상징하는 하나의 문화현상이 되었다. 한파나 무더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이유는 단순히 가성비 좋은 빵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지난 70년 동안 성심당이 보여준 사회적 나눔과 공동선의 실천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성심당의 2024년 매출액은 1937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늘었으며, 영업이익도 478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과는 경쟁사인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의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24.7%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이다. 전국 수천개의 가맹점을 관리하며 막대한 물류비와 로열티 배분, 광고비를 지출해야 하는 프랜차이즈 모델의 영업이익률이 통상 3~5% 수준임을 고려할 때 성심당의 비즈니스 모델은 경쟁기업과는 근본적으로 차별화
다음 달 초 시작될 2026년 중국 양회(兩會)는 단순한 연례행사가 아니다. 14차 5개년 규획을 매듭짓고 향후 5년 국가 설계도인 ‘15차 5개년 규획(2026~2030, 15·5 계획)’의 원년을 선언하는 전략적 분기점이다. 그러나 도약의 발판이 되어야 할 2025년의 경제성적표는 수사는 화려했지만 산업과 내수의 온도 차는 더 벌어졌다. 가장 극명한 대조는 산업현장의 온도차에서 나타난다. 2025년 한 해 동안 중국의 첨단제조업 분야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국가의 집중적 자원 투입에 힘입어 경기확장 국면인 50 이상을 견고하게 유지했다. 반면, 민생경제의 가늠자라고 할 수 있는 중소기업 및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임계점 아래에서 장기 정체하고 있다. 중국은 실질생산력(新質生産力)으로 반도체 AI 양자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성장의 요새’를 구축한 반면 고용측면의 파고는 여전히 깊다. 이러한 지표의 괴리는 중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모순, 즉 ‘구조적 유동성 정
02.25
정도원은 웃으면서 법정을 나왔다. 김미숙은 이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정도원은 지난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가 발생한 양주 채석장의 삼표그룹 회장이다. 김미숙은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로 새벽에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스물넷 김용균의 어머니다. 김미숙은 일터에서 스러져간 산재 희생자의 유가족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산업재해로 희생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린다. 반면 한국 최고의 로펌 김앤장을 변호인단으로 꾸린 대기업 회장은 무죄판결에 ‘환호’한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과 그 유가족들의 처절한 투쟁 끝에 만들어진 법이다. 2020년 12월 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농성’이 시작되었다. 나흘 뒤 김미숙과 고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 이용관 등이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당시 유가족들은 “내 자식은 이미 갔지만 다른 아이들은 살려야 한다”며 영하
그동안 가격이 계속 오르기만 했는데 최근 몇 개 품목이 이례적으로 인하됐다. 대통령이 해외보다 비싸다고 지적했거나 담합이 적발된 품목이었다. 대통령의 대책 마련 지시에 관계 부처가 신속히 대응했고, 생리대를 비롯해 설탕 밀가루를 생산하는 기업이 스스로 가격을 인하했다. 이렇게 가격인하의 성공 사례가 만들어졌는데 지난 12일 대통령이 높은 교복 가격을 지목해 또 다른 성공 사례가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일반 국민은 주요 생필품의 가격이 하나라도 인하되면 반가울 것이다. 그리고 일부 품목에서 담합으로 가격이 인상되었다면 이를 시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관련 기업이 사전에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적절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모든 행정 역량을 집중하는 대책마련에 나섰다. 정부가 일부 품목에서 신속히 대응해 성공하자 이를 전반적인 물가 대책으로 본격 추진하는 모양새다. 대통령과 정부의 일방적인 물가인하 개입 결국엔
인류 역사에서 2022년 11월은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시대의 질서를 바꾼 상징적 순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오픈AI의 ‘챗GPT’가 공개되면서 우리는 정보화 시대를 넘어 ‘AI 전력 시대’로 진입했다. 이제 전력은 공장과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산을 통해 가치를 만드는 ‘디지털 산업’이 전력을 가장 빠르게 빨아들이는 새로운 수요 중심으로 떠올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2년 약 460TWh로 추정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6년에는 1000TWh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는 일본의 연간 전력 소비 규모에 맞먹는다. 불과 몇 년 사이 전세계 전력 지형을 흔드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한 것이다. 데이터센터의 비중은 아직 세계 전력 소비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증가 속도는 무섭다. IEA는 데이터센터가 2024년 기준으로 세계 전력 소비의 약 1.5% 수준에 이르렀다고 추정한다. 문제는 이 수요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며 전력망의 여유를 급격히 소진시킨다는
02.24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8.15 경축사와 2026년 신년기자회견 등을 통해 여러차례 ‘9.19 군사합의’의 조기 복원을 제시했다. 이전 정부가 국방부 대북정책 부서를 해체하고, 평화라는 단어를 금기시하면서 남북긴장을 증폭시켰다면 현 정부는 평화적인 대화의 장을 열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일부 강경한 안보담론을 보면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오른다. 지적장애가 있으면서 필자보다 덩치가 큰 또래의 아이를 보면 놀라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오늘날 안보논쟁에서도 과거 기억처럼 과거에 얽매거나 현재 조건을 외면하는 태도는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9.19 군사합의의 핵심은 군사분계선 일대 적대행위 중지, 감시초소(GP) 철수, 완충구역 설정,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신뢰 구축이다. 이를 ‘무장해제’로 규정하는 주장이 있었다. 무장해제란 한쪽은 무장을 유지한 채 다른 한쪽만 무장을 해제하는 구한말의 군대해산 같은 상황이다. 군사합의는 그런 일방적 조치가 아니다. 서로 총구를
올해 중국경제의 당면과제는 민간투자 활성화다. 최근 발표한 중국 재정부의 6대 경제 활성화 대책 중 4개가 민간투자 대책일 정도다. 핵심은 1조위안 규모의 재대출 프로그램과 5000억위안 규모의 중소기업 특별보증이다. 인민은행도 통화정책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내주 열릴 양회에서도 투자주도형 경기회복을 강조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중국국가통계국 발표를 보면 지난해 고정자산 투자는 48조5186억위안이다. 1년 전보다 3.8%나 감소한 수치다. 국가통계국에서 관련 통계를 낸 2014년 이후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부동산개발 투자가 17.2%나 줄었다. 부동산 투자는 2022년 이후 4년 연속 두 자리수 감소세다. 인프라(SOC) 투자도 2.2%로 줄었다. 내주 열릴 양회 투자주도형 경기회복 강조할 듯 외국인 직접투자액도 765억달러로 1년 새 13.8%나 급감했다. 3440억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2021년에 비하면 78%
‘모든 학문 분야는 소중하다.’ 오늘 글은 이 당연한 문장으로 시작하려 한다. 다양성은 생물학적 생태계뿐만 아니라 대학 기업, 그리고 사회 전반의 회복탄력성을 지탱하는 핵심동력이다. 모든 연구자가 자신의 분야에 투자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절박함에는 저마다의 타당한 논리가 있다. 클라크 커(Clark Kerr)가 그의 저서 ‘대학의 쓰임새’에서 역설했듯 현대의 연구는 대규모 자본 투입을 전제로 하며 미국식 연구 중심 대학이나 유럽의 거대 연구소들이 그 모델을 선도해왔다. 하지만 자본의 총량이 곧 혁신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규모의 경제라는 신화에 균열을 낸 사례들은 이미 도처에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도의 화성 탐사선 ‘망갈리안(Mangalyaan)’이다. 2014년 인도는 미국 NASA 예산의 1/9 수준인 단돈 1000억원으로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반도체 설계의 강자 ARM역시 좋은 예다. 인텔이라는 거인이 제조 시설(Fab)에 수십조 원을 쏟아부으며
02.23
지난 2월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12.3 비상계엄’을 주도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인정하며 1심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 역사적 심판 앞에 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반응은 국민적 상식과는 궤를 달리했다. 선고 이튿날인 20일, 검은 넥타이를 매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장 대표는 사과나 반성 대신 “안타깝고 참담하다”는 소회로 운을 뗐다. 그는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다”라는 당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재판부의 판결을 “논리적 허점이 가득한 확신 없는 판결”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더 나아가 장 대표는 당내에서 터져 나오는 ‘절윤(絶尹, 윤석열과 절연)’ 요구를 “분열의 씨앗”으로 규정했다. 오히려 “대통령과의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을 단호히 절연해야 한다”며 역공을 취했다. 이는 사실상 ‘윤어게인(Yoon Again)’ 세력을 등에 업고 당의 사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었다. 임계점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9%로 소폭이나마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수출 회복세가 뚜렷하고 그에 따른 설비투자 확대와 경상수지 흑자 폭 개선 등 주요 거시지표들은 분명 지표상의 봄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숫자 뒤에 가려진 민생의 체감온도는 사뭇 다르다. 민간소비와 서비스업, 자영업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렇게 성장이 국민 개개인의 삶으로 흐르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세대 걸쳐 고착화되고 있는 경직적 지출의 함정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세대에 걸쳐 고착화되고 있는 경직적 지출의 함정이다. 먼저 청년층과 30대는 고용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출발선부터 제약받고 있다. 취업 지연과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의 확산, 여기에 AI의 확산까지 소득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작년 6월 대한상공회의소의 세대별 소비성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30대 이하의 주거
“교수님, 그날 이후로는 혼자 밖에 나가는 게 무서워졌어요.” 70대 후반의 한 여성 환자는 겨울철 집 앞 계단에서 미끄러진 뒤 고관절 골절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한달 넘는 입원과 재활치료를 거치며 보행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고, 이전에는 당연했던 혼자 장보기와 외출은 더 이상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다리가 아니라 자신감이 먼저 부러진 것 같다”는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노인의 낙상은 흔히 ‘운이 나쁜 사고’로 치부된다. 그러나 임상과 연구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은 낙상은 우연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이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 감소와 근력 저하, 그리고 균형 유지 능력이 떨어지고, 외부상황에 대처하는 인지능력의 감퇴도 일어난다. 여기에 골다공증이 더해지면 낙상과 취약골절은 시간문제가 된다. 특히 고관절과 척추 골절은 단순한 외상이 아니라 노인의 삶 전체를 바꾸는 분기점이 된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
02.20
12.3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내란 주요종사자 김용현도 징역 30년에 처해졌다. 위헌·불법계엄이 발발한 지 444일 만이다. 1심 재판부는 윤석열 등의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이에 대한 중형을 내렸다. 이 판결에 대해 누군가는 만족할 테고, 누군가는 불만이거나 분노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3심제에서 겨우 1심이 끝났을 뿐이다. ‘12.3 내란 이후’에 대한 세계적 관심, 왜? 사실, ‘12.3 내란’ 이후 한국정치와 사회, 법원 판결에 대한 관심은 국내만큼이나 해외에서도 뜨겁다. “(사형이 선고된다면) 행정부 최고위직의 책임을 묻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 주요국들과 달리, 한국은 견제와 균형, 처벌의 메카니즘이 타협 없이 정확하게 작동하는 국가로 인식될 것이다.”(2026년 2월 18일, ‘사형인가, 무죄인가? 윤 전 대통령 내란 혐의 판결 3가지 시나리오’, The Diplomat) 위 인용문은 2월 19일 내
설 연휴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움직였다. 귀성·귀경 또는 해외여행을 합친 이동인구는 2800만명(국토교통부 추산). 전철을 타도, 시내 어디를 가도 여유로웠다. 대한민국 인구는 2025년 말 현재 5168만 명이다. 서울은 930만명(18%), 경기도는 1370만명(26.5%), 인천은 300만명(5.8%)이다. 빅3 인구는 2600만명, 전체의 50.3%다. 명절 직후의 일상은 다시 ‘복잡’이다. 직장인은 발 디딜 틈 없는 ‘지옥철’에서 다시 일상을 시작했다. 국민 세금으로 고급 승용차 타고 다니는 국회의원들은 단 한번이라도 ‘러시아워 지하철’을 경험해 보시라. 말로만 떠드는 국가균형성장이, 지역 살리기가, 수도권 집중완화가 얼마나 허상인가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재명정부는 5극 3특 자치분권을 기반으로 한 국가균형 성장전략을 주창한다. 5극 3특은 사실 용어 자체가 입에 붙지 않는다. 젊은 세대는 극(極)과 특(特)의 한자를 모른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를
가상화폐 시장의 겨울이 오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 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기관들이 주로 이용하던 선물과 현물 사이의 프리미엄이 줄어들면서, 헤지펀드들이 대규모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정황도 의심된다. 그 밖의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가상화폐 시장의 ‘공포지수’는 ‘극단적 공포’로 치닫고 있으며, 비트코인 가격은 채굴에 들어가는 전기료와 장비비를 뜻하는 이른바 ‘채굴 한계 비용’ 수준까지 하락한 적도 있었다. 물론 가상화폐 시장에 있어서 이번 겨울이 처음은 아니다. 겨울이 왔다고 해서 이 시장이 끝났다고 말하는 것은 물론 언어도단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이 있다. 가상화폐의 효시였던 비트코인의 출현 이후 이 시장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를 떠받쳤던 핵심적인 서사(narrative) 몇가지가 변질되거나 심지어 붕괴해 버린 상태라는 점이다. 가상화폐 시장의 존재 이유 떠받쳤던 핵심적인 서사 무너져 그 서사의 근본적인 신
냉전 이후 35년간 유지됐던 핵군축 체제가 무너졌다. 미국과 러시아의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각 1550기로 제한하던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이 2월 5일 종료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이유로 2023년부터 조약 이행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은 후속 합의에 2030년까지 핵탄두1000기 이상의 확대가 예상되는 중국의 참여를 요구했으나 중국은 거부했다. 러시아는 2024년까지 벨라루스에 전술핵 수십 기를 배치했고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도 전술핵 배치 준비 동향을 보인다. 첨예한 핵위협 속에 유럽은 자체 핵우산 논의에 착수했다. 한국도 이 흐름을 주시해야 한다. 미국은 그간 러시아 핵억제를 위해 나토에 핵공유를 제공해 왔다. 1957년 소련 스푸트니크 인공위성 발사를 계기로 핵공유 논의가 본격화했다. 미국은 양자협정으로 중·단거리 핵미사일을 동맹국에 배치했다. 핵무기 운용은 미국이 전담했다. ‘기지형’ 핵공유였다. 이는 적성국과의 군비경쟁과 핵 능력 고도화
02.19
지금은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다.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필요한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가 급격히 늘어난 반면 인간이 할 일들을 대체한다는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들게 된 것은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거대언어모델이 출시된 최근 3~4년간의 일이지만 인공지능의 모태가 된 인공지능망 개념은 1982년 홉필드 박사에 의해 처음 창안되었다. 당시 기초물리학의 모형이었던 이 개념은 40여년에 걸친 여러번의 상용화 시도와 실패 끝에 비로소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혁신으로 발전한다. 이러한 공로로 홉필드 박사는 토론토 대학의 힌튼 교수와 함께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전화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인공지능처럼 큰 변혁을 가져온 혁신적인 기술은 대부분 겉보기보다 훨씬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 축적된 기술 덕분에 새로운 지식이 제품으로 발전하는 데 필요한 기간은 점점 줄어들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속
글로벌 기술 행사는 캘린더를 통해 이제 하나의 질서를 형성했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는 그 출발점이다. 2026년 CES에는 150여개국 4500여개 기업이 참여하며 글로벌 기술 담론의 중심 무대임을 재확인했다. 인공지능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것인지 기술 담론의 기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CES는 완성된 제품보다 기술의 변화 가능성과 그 구조를 보여주는 무대다.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Mobile World Congress)는 이러한 비전을 현실로 옮기는 인프라의 장이다. 통신망 네트워크가상화 클라우드와 AI의 결합은 기술을 산업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기반을 구체화한다. CES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는 자리라면, MWC는 ‘어떤 기반 위에서 구현할 것인가’를 제시한다.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Internationale
중국 국방부는 지난 1월 24일 짧게 한 문장으로 중대 결정을 발표했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장유샤(張又俠)와 연합참모부 참모장 류전리(劉振立)를 ‘심각한 기율 및 법 위반’ 혐의로 입건 조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튿날 군 기관지 ‘해방군보’가 혐의의 성격을 보다 구체화했지만 이를 곧바로 군 내부 항명이나 권력투쟁의 신호로 읽는 것은 피상적 해석에 가깝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군부 동요가 아니라 통치구조의 재정렬이다. 군을 어떻게 통제하고, 위기 시 결단구조를 어떻게 갖출 것인가라는 지휘권 재설계가 핵심이다. 그래서 관심의 초점은 인물의 부침이 아니라 이 변화가 대만해협의 위기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맞춰진다. 중국 정치에서 최고위급 인사에 대한 타격은 흔히 체제불안 징후로 해석된다. 그러나 당-군 관계의 내부 문법은 다르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지만 총구는 철저히 당이 지휘한다. 군부 정점에 대한 숙청은 체제불안의 신호라기보다 오히려 통제력 과시로 보는 해석이 설득
02.13
인공지능(AI)은 2026년 현재 우리 생활에 깊이 들어왔다. 특히 AI는 과거 데이터를 정리해 주는 역할을 넘어서 미래의 방향성도 정해 주기도 한다. 요즘은 주식투자 같은 행위도 제미나이와 같은 AI에게 묻고 방향을 정하기도 할 정도이다. 이재명정부는 소버린 AI의 기치 아래 GPU 26만장 확보, 예산으로 향후 10조원이 넘는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소버린은 독립적 혹은 주권적이라는 뜻이다. 즉 AI 독립을 하자라는 것인데 이것을 실천적인 목표로 전환해야 비로소 관련 산업, 정책, 국민들의 행동 방향이 일치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매일 이용하고 있는 AI 서비스를 구성하는 요소를 이해해야 한다. 엔비디아 젠슨 황, 인공지능 생태계 5단 케이크로 비유 최근 엔비디아 CEO인 젠슨 황은 다보스 포럼에서 AI를 5단 케이크에 비유했다. 에너지, 칩과 컴퓨팅 인프라,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AI 알고리즘, AI 애플리케이션 다섯 단계로 표현했다. 이 중에서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