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4
2024
중국이 지난해 5.2%의 경제성장을 했다고 하지만 통계의 신뢰도 문제와 함께 중국경제가 정점을 찍고 하강국면에 진입했다는 비관적 전망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중국경제 정점론(Peak China)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침체, 인구고령화, 수출부진 등의 경제적 측면을 넘어 정치 안보를 포괄하는 거시적 이해가 필요하다. 2010년대 중반까지 중국이 글로벌 경제강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다. 하지만 코로나 종식 이후 중국경제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중국 피크론이 떠올랐다. 그 근저에는 중국이 직면한 두가지 함정이 있다. 첫째, 마이클 베클리가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에서 제기한 ‘레닌함정(Lenin`s Trap)’이다. 중국이 무역과 투자 등의 경제활동을 세계로 확대하는 정책이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 경영과 같은 한계에 봉착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주권침탈까지는 도모하지 않지만 제국주의 열강들이 식민지 고갈로 인한 열강 간 갈등과 식민지의 반발에 직면했듯이 중국도 서방
03.07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금년 1월 첫 해외활동으로 이집트 등 아프리카 4개국과 브라질 자메이카를 순방했다. 외교 수장의 새해 첫 방문을 아프리카로 선택하는 중국의 전통은 34년째 변함이 없었다. 금년에는 중남미까지 동시에 방문함으로써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겨냥했다는 평가다. 중국의 외교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지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현재 중국은 성급하게 중국몽(中國夢)을 공언했다가 미국의 반격에 막혀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미중 전략경쟁 가속화, 지정학적 긴장의 지속, 첨단기술 디커플링 장벽과 성장률 하락 등 총체적인 리스크에 직면했다. 일부에서는 ‘피크 차이나’론과 경제침체가 맞물려 미중 경쟁은 이미 끝났다고 치부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그런데 중국은 아랑곳 않고 미국의 뒷마당에서 탈압박 대항외교에 열중하고 있다. 제3세계 외교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특히 20차 당대회 이후 글로벌 사우스를 향한 움직임이 주목된다. 미국의 뒷마당을 누비며 여유를
02.29
대중은 비난본능에 휩쓸린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 때문인지 비난할 대상을 먼저 찾는다. 요즘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그 대상이다. 중국의 경제가 주춤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익숙한 색깔론까지 더해지면 시진핑이 사회주의를 강화하느라고 중국 경제가 어렵다는 손쉬운 비판이 등장한다. 과연 이런 비판은 정당한가? 부동산 플랫폼 사교육에서 이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부동산이다. 중국정부는 2016년 말부터 부동산 투기를 하지 말라는 명시적인 경고를 했고 부동산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로 인한 경기침체가 오늘날 중국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그럼 중국정부는 아무 문제없는 평화로운 부동산시장에 괜히 돌멩이를 던진 것인가? 그렇지 않다. 오늘날 중국의 부동산 분야는 보유세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매우 기형적이다. 1998년 분배주택 제도를 폐지하고 상업적 분양주택을 도입해 경제성장의 엔진을 점화시켰지만 그 폐해는 뻔했다. 다주택 보
02.22
2023년을 넘기며 북한의 대남정책이 급격히 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개최된 노동당 전원회의와 1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남북관계를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심지어 유사시 한국을 평정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할아버지인 김일성, 아버지인 김정일의 유산도 부정했다. 분단 후 처음으로 남북당국이 합의한 통일원칙이었던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의 조국통일 3대 원칙인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도 헌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이런 태도와 관련해 미국 학계 일각에서는 현재 한반도 상황을 한국전쟁 직전과 비교한다. 2024년 한반도 정세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 갈지 국제여론의 관심을 살 수밖에 없다. 우선 북한의 대외정책을 보다 큰 틀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북한은 두 회의를 거쳐 한미에 대한 강 대 강, 정면승부의 강경입장을 강조했다. 한미와 정면대결은 절대불변의 대응
02.15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은 2018년 총통선거에서 불리하던 국면을 중국의 홍콩민주화 탄압 역풍으로 극복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1월 선거에서는 중국이 2019년 시진핑 주석의 군사적 수단 불배제 등 압박을 강화하면서 ‘중국이 주도하는 통일은 자유의 박탈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일어나 다시 승리했다. 선거 직전 친중 성향인 국민당의 마잉주 전 총통이 시진핑을 신뢰한다고 발언한 것, 그리고 중국이 정찰용 풍선을 대만상공에 띄운 것 또한 반중 분위기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과거 한국 선거에서 북풍이 역풍을 초래했던 영향과 유사하다. 민진당이 총통선거에서 승리했으나 대만유권자는 양안관계의 긴장보다 유지를 원했다. 민진당은 민주냐 독재냐, 국민당은 전쟁이냐 평화냐 선거프레임을 내세웠지만 내심 양안관계의 악화는 원치 않았다. 입법원 선거에서는 민진당이 과반 달성에 실패한 것도 ‘총통선거는 안보 이슈, 의회선거는 민생 이슈’라는 대만선거의 특징을 담아냈다. 향후 대만의 양안정책에
02.08
기업이나 경제를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중국통계의 정확성 여부는 항상 관심을 끈다. 직간접으로 사업이나 연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중국정부가 발표하는 자료가 현실과 동떨어졌다거나 지나치게 물이 들어가 있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필자에게 중국통계를 믿을 수 있냐고 묻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사실 발표되는 중국통계들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혼란스럽기는 필자도 매 한가지다. 더욱이 위안화의 달러 대비 환율이 올라가는 평가절하 상황이 되면 위안화 표시 통계와 달러 표시 통계의 차이가 꽤 크기 때문에 통계자료를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1월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3년 중국경제 회복 상승세, 고품질 발전 견실한 추진’이라는 상당히 긍정적인 제목으로 지난해 경제성적표를 발표했다. 많은 국내외 경제전문가들 사이에 설왕설래하던 부정적인 예측치들과는 달리 5.2%의 꽤 높은 경제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발표됐다. 3분기까지 분기별로 4.5%, 6.3%, 4.9%의 성장세를 보
02.01
미중 대리전으로 관심을 끌었던 대만 총통선거가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동시에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는 여소야대가 되었다.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에서 비롯된 제4차 대만해협 위기가 불러온 1년 반의 ‘대만 풍파’(風波)가 일단락되고 새로운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가 양안관계 긴장을 다시 불러와 미중 충돌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G. 엘리슨의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을 소환하지 않더라도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필연이라 여기는 현실주의 공세의 연장이다. 지난 5~6년 동안 대만해협에 풍파가 일 때마다 전쟁위기 경보를 울리던 그 목소리다. 그렇다면 과연 대만해협 갈등은 예정된 충돌로 가고 있을까? 대만 선거는 친미 성향의 민진당 집권 3연임보다 대만인의 선택과 정체성 변화가 더 주목된다. 대만독립을 추구하지 않는 국민당과 민중당 후보의 합산 득표율이 60
01.25
리청르 중국사회과학원 선임연구원 중국-아세안 간 무역규모는 2023년 6조4100억위안으로 아세안은 4년 연속 중국 최대 무역 파트너로 자리잡았다. 중국의 2대 무역 파트너인 유럽연합(EU)과의 2023년 무역액은 5조5100억위안, 중미 무역액은 4조6700억위안으로 2022년에 비해 각각 1.9%, 6.6% 감소했지만 아세안과 무역은 지속적인 성장세다. 아세안 국가 중에서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순이다. 특히 중국
01.18
최필수 세종대 부교수 국제학부 올해 집권 12년차를 맞는 시진핑 주석의 속은 그리 편안하지 않을 것이다. 국내 경제를 봐도 대만 선거 결과를 봐도 시진핑이 잘했다는 말을 듣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난의 표적이 되는 것이 최고 지도자의 숙명이기도 하다. 그런데 시진핑을 향한 비난은 과연 어디까지 일리가 있을까? 강한 권력을 쟁취한 시진핑 지도부의 공과(功過)를 평가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세가지 범주를 고려해야
01.11
이창열 한국통일외교협회 부회장, 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 박사 한중 양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도 관광재개 외의 진전은 보이지 않았다. 한중관계를 지탱하던 정치경제 전반에 거대한 변화가 생긴 탓이다. 한중관계 기저의 변화를 읽지 못하면 더 큰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한중협력 공간이 위축되는 근원은 탈냉전시대가 막을 내린 데 있다. 1980년대 말 사회주의권 붕괴로 탈냉전이 태동한 후 동북아의 지정학적 갈등이 완화되고
01.04
곽복선 경성대학교 교수, 전 코트라 중국사업단장 올해는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숭상해왔으며 본인들을 그 후손이라고 여기는 용(龍)의 해다. 1992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확고한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재천명한 이후, 중국은 말 그대로 '날아오르는 용'의 모습이었다. 시진핑이 집권과 함께 제창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이 실현되어 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활력을 잃은 모습을 보여
12.28
2023
12월 18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한미일 3국 북핵 대표가 즉각 지역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며 국제사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한미일 안보협력을 포
12.21
2008년 한중일 정상회담이 개최돼 3국협력이 본격 추진되기 시작한지도 15년이 지났다. 그동안 3국은 경제 환경 보건 인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포괄적 협력관계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팬데믹 시대, 특히 중미
12.14
이창열 한국통일외교협회 부회장, 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 박사 지금 중국의 가장 큰 고민은 돈 걱정이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중국의 부채를 우려해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무엇보다 지방재정 악화가 발등의 불이다. 중앙정부가 10월에 1조위안을 지방정부 재해복구자금으로 지원한데 이어 장기저리의 부동산정책자금의 추가지원도 검토한다고 한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재정문제
12.07
최필수 세종대 부교수 국제학부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돌파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우리의 진정한 관심사는 "제재를 중국이 돌파할 것인가"가 아니라 "밸류체인이 끊어졌을 때 태평양 동쪽과 서쪽에서 각각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여야 한다. 그것이 현실의 전모이기 때문이다. 먼저 태평양 서쪽에서는 반도체에서 어떤 돌파를 이뤄냈다는 소식들이
11.30
곽복선 경성대학교 교수, 전 코트라 중국사업단장 11월 중순 중국정부가 발표한 금년 10월까지 국민경제통계를 보면서 불현듯 '탕핑'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탕핑이란 취업을 포기하고 말 그대로 집에 누워있는 청년들을 일컫는 유행어다. 중국정부가 매달 "경제가 지속적으로 호전되고 있다"고 발표하지만 그렇게 깊은 믿음이 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유튜브와 국내외 언론들이 끊임없이 중국경제 위기론
11.23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한일 한중 중일 세개의 양자관계로 구성된 한중일 삼국관계가 동시에 좋았던 적은 거의 없었다. 최근 삼국 모두 민족주의 성향, 삼국 간 이익 충돌, 국제정세 변화로 삼국관계의 불안정성, 불가측성을 내재하고 있다. 삼국 사이에는 냉전적 진영화, 경제안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등으로 상호간 비호감도가 극심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11월 26일 부산에서 삼국 외교장관회담이 열린다고 한다.
11.16
리청르 중국사회과학원 선임연구원 지난해 10월에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 이래 가장 많이 화제가 되고 있는 화두 중의 하나가 중국식 현대화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식 현대화의 특징에 대해 규모가 거대한 인구의 현대화, 공동 부유의 현대화,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이 상호 조화되는 현대화, 인류와 자연이 공생하는 현대화, 평화적 발전의 길을 추구하는 현대화 등 다섯 가지로 정의했다. 중국식 현대화를 실현하기 위해
11.09
이창열 한국통일외교협회 부회장, 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 박사 최근 미국의 유명 공과대학을 둘러보면서 자유롭지만 치열한 연구 분위기와 단기과제보다 새로운 방향의 연구를 장려하는 모습에서 미국의 저력을 느꼈다. 우수한 중국학생들이 연구인력풀에서 배제되는 연구환경이 아쉽다는 미국 교수의 순수한 속내도 흥미로웠다. 중국학생들이 우수하다는 평가와 함께 중국이 과학기술연구에서 미국을 능가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들도 이어지고 있다. 5월
11.02
최근 중국은 부동산위기를 겪고 있다. 5%씩이나 성장하는데 왜 위기인가? 정부 목표치도 5%였지 않나? 하지만 코로나 봉쇄가 풀렸다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으므로 위기는 위기다. 그런데 이번 부동산침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