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0
2026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은 현재 파키스탄의 중재 아래 한차례 종전협상을 가졌다. 협상 테이블에는 이란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 폐기,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 전후 복구 문제,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같은 쟁점들이 올라왔다. 이 전쟁은 지역적·국제적 차원에서 심대한 구조적 파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비확산 문제나 이란 체제 변화뿐만 아니라 중동질서의 재편, 역외 행위자로서 미국과 중국의 위상 재조정, 나아가 미국의 신뢰성 약화 및 대서양 동맹의 결속력 저하 등 기존 국제질서 전반에 걸친 변동이 예견된다. 이 전쟁의 궁극적 승리자가 중국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첫째, 전후 중동질서 재편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한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정밀 타격과 전략자산 투사를 통해 이란의 핵 및 미사일 관련 인프라를 상당 부분 무력화했으며,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 등의 무장 네트워크도 약화시켰다. 이란의 군사적 역량
04.23
지난 2월 말부터 시작된 중동전쟁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중동의 원유 수입에 의존하던 국가들이 오일쇼크를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일본 한국 등을 거론하며 중동원유가 절실한 나라가 호르무즈 해협 통행 해결에 나서라고 하기도 했다. 동북아 3국 중 중국은 전체 에너지 구조 중에서 중동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낮다. 원유 7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지만 석탄 원전 재생에너지 등 다른 에너지원을 포함한 에너지 자급률이 85%(중국측 발표)에 달해 한국의 22.1%나 일본의 15.2%에 비해 상당히 높다. 중국의 높은 에너지 자립도는 석탄 등 풍부한 부존자원과 함께 일관된 정책이 더해진 결과다. 2006년 수입 에너지가 전체 에너지의 20%에 달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중국은 2016년 에너지 자급률 80%를 목표로 삼았다. 2021년에는 시진핑 주석이 “에너지 밥그릇을 자기 손에 단단히 쥐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04.16
중동전쟁에서 촉발된 에너지시장 불안정이 동아시아 경제에 새 국면을 가져오고 있다. 시장이 반영하는 것은 수급 압박이 아니라 ‘공급 단절 가능성’이다. 특히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상징적이다.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30%가 이 해역을 통과하며 그 파장은 중동에 머물지 않고 동아시아를 비롯한 세계경제 전반으로 번진다. 중요한 것은 가격 수준이 아니라 그동안 당연시돼온 ‘지정학적 안정에 기반한 공급 구조’가 흔들린다는 점이다. 기업 현장에서도 조달 안정성과 운송 경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는 효율성을 전제로 한 조달 방식에서 리스크를 반영한 조달 방식으로의 전환, 곧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에서 ‘저스트 인 케이스(Just in Case)’로의 전환이다. 이 변화가 주는 시사점은 중국에 특히 크다. 중국의 전체 에너지 자립도는 약 80~85% 수준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고 수입 의존도도 70%를 넘는다. 외부 충격에
04.09
이란전이 시작된 이후 유가상승과 수요감소는 중국 경제에 상당한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가 25% 상승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약 0.5%p 하락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침체 위험을 선제적으로 불식하기 위해 중국정부는 약 4개월 분(12억~13억 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 및 상업용 재고를 활용해 유가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돼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까지 위축되게 되면 지난달 양회(兩會)에서 제시된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GDP 성장률 목표치인 4.5~5.0%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일본에 비해 유가상승의 충격을 덜 받고 있다. 2010년대부터 중국은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구성에서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과 수력을 비롯한 친환경 연료 비중을 늘려왔다. 친환경 에너지산업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2025년 비화석 연료의 비중(20%)이
04.02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행동이 한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유독 중국의 태도는 의외로 조용하다. 격한 비난도, 실질적 개입도 하지 않는다. 국제법을 언급하며 자제를 촉구하는 원론적 메시지만 반복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한계 또는 책임 회피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 ‘침묵’을 단순한 무기력으로 읽는다면 이는 중국 외교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 지금의 침묵은 무능이 아니라 치밀한 계산에 가깝다. 중국의 침묵은 세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 외교적 중립, 전략적 모호성, 그리고 사실상의 방관이다. 원칙을 말하되 편은 들지 않는다. 입장을 밝히되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또한 자국 이익을 직접 침해하지 않는 한 개입을 자제하며 관망한다. 이 세 가지는 별개로 작동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배합이 달라진다. 침묵을 통해 중국은 오히려 행동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과거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때 중국은 미국을 비판했지만 개입하지 않았다. 러시
03.26
양안관계를 둘러싼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질문은 단순하다. “미국은 과연 유사시 대만을 방어할 것인가.” 이 질문은 수십 년간 미·중·대만 삼각관계의 균형을 지탱해 온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거대한 함의 아래 유보되어 왔다. 미국은 대만을 돕겠다는 확신도, 돕지 않겠다는 단정도 하지 않음으로써 중국의 침공과 대만의 독립 선언을 동시에 억제해 왔다. 그러나 최근 대만 사회에서 분출되는 여론의 흐름은 이 안보적 가설이 더 이상 추상적인 담론 영역에 머물 수 없음을 경고한다. 동맹에 대한 신뢰는 이제 구체적인 현실의 시험대 위에 올랐다. 2026년 2월 미려도전자보(美麗島電子報)가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는 대만 사회의 안보 인식을 가감 없이 투영하고 있다. 조사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응답자의 50%가 양안 전쟁 발생 시 미국의 실질적인 군사 개입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대만 국민의 절반이 미국의 안보공약을 ‘상수’가 아닌 ‘변수’로 인식하기
03.19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이 전쟁은 미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중동에서 수행해 온 군사개입 가운데 가장 중대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파급력은 중동지역을 넘어 국제정치 질서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쟁이 장기화되어 이른바 ‘베트남화’의 경로를 밟을 경우 이는 세계경제에 심대한 충격을 가함과 동시에 미국 패권의 상대적 쇠퇴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중국의 전략적 입지 확대라는 결과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전쟁 발발 직후 중국은 미국의 군사행동을 국제법 및 유엔헌장에 대한 위반으로 규정하고 주권국가 지도자에 대한 표적공격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외교적 공세를 전개했다. 동시에 중국은 이번 전쟁이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계산하면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의 협상 지형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역사적으로 중국과 이란은 전략적 필요에
03.12
한국이 부동산 거품 제거 정책을 추진하면서 강력한 부동산 억제 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한국은 금융과 세제를 통한 수요관리와 신규주택 공급을 통한 부동산 가격관리 정책으로 부동산 재원의 생산적 분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 개발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축소하는 2021년 ‘3개 레드라인’ 시행 이후 부동산 의존형 성장모델과의 ‘고통스러운 결별’을 겪고 있다. 한중은 부동산 시장 개혁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추진 과정은 서로에게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한국은 무엇보다 중국이 부동산 안정화 조치 이후 겪고 있는 내수침체가 재현되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역대 정부가 부동산 규제 이후 내수침체가 오면 부동산 가격 부양에 다시 나서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중국이 겪고 있는 내수침체는 부동산 자산가치는 급락(2021년 이후 주요 도시는 20% 내외, 중소도시는 30% 이상)했지만 부채는 그대로 남은 ‘대차대조표 불황’에 기인한 바가 크다.
03.05
2026년 봄, 일본은 대학 졸업시즌을 맞아 대기업들의 신입 초임 인상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기업은 초임을 30만엔 안팎까지 올렸고, 인력 부족을 배경으로 청년인재 확보 경쟁이 본격화됐다. 신규 대졸자 구인배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청년층의 ‘구직자 우위’ 현상이 인구 구조 변화에 기반한 구조적 흐름임을 보여준다. 반면 중국에서는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2025년 봄, 국유 대기업 중국핵공업집단(CNNC)은 공식계정을 통해 ‘핵심 채용 포스트 1730개에 119만6273건의 이력서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후 게시물은 삭제됐고 회사는 ‘1730개 포스트에서 약 8000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설명을 보완했다. 압도적인 지원 경쟁률은 한 기업의 사례를 넘어 중국 청년 노동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공급 압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같은 동아시아, 같은 졸업시즌이지만 한쪽에서는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력서가 산처럼 쌓인다. 인구구조와 성장모델의 차이가
02.26
다음 달 초 시작될 2026년 중국 양회(兩會)는 단순한 연례행사가 아니다. 14차 5개년 규획을 매듭짓고 향후 5년 국가 설계도인 ‘15차 5개년 규획(2026~2030, 15·5 계획)’의 원년을 선언하는 전략적 분기점이다. 그러나 도약의 발판이 되어야 할 2025년의 경제성적표는 수사는 화려했지만 산업과 내수의 온도 차는 더 벌어졌다. 가장 극명한 대조는 산업현장의 온도차에서 나타난다. 2025년 한 해 동안 중국의 첨단제조업 분야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국가의 집중적 자원 투입에 힘입어 경기확장 국면인 50 이상을 견고하게 유지했다. 반면, 민생경제의 가늠자라고 할 수 있는 중소기업 및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임계점 아래에서 장기 정체하고 있다. 중국은 실질생산력(新質生産力)으로 반도체 AI 양자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성장의 요새’를 구축한 반면 고용측면의 파고는 여전히 깊다. 이러한 지표의 괴리는 중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모순, 즉 ‘구조적 유동성 정
02.19
중국 국방부는 지난 1월 24일 짧게 한 문장으로 중대 결정을 발표했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장유샤(張又俠)와 연합참모부 참모장 류전리(劉振立)를 ‘심각한 기율 및 법 위반’ 혐의로 입건 조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튿날 군 기관지 ‘해방군보’가 혐의의 성격을 보다 구체화했지만 이를 곧바로 군 내부 항명이나 권력투쟁의 신호로 읽는 것은 피상적 해석에 가깝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군부 동요가 아니라 통치구조의 재정렬이다. 군을 어떻게 통제하고, 위기 시 결단구조를 어떻게 갖출 것인가라는 지휘권 재설계가 핵심이다. 그래서 관심의 초점은 인물의 부침이 아니라 이 변화가 대만해협의 위기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맞춰진다. 중국 정치에서 최고위급 인사에 대한 타격은 흔히 체제불안 징후로 해석된다. 그러나 당-군 관계의 내부 문법은 다르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지만 총구는 철저히 당이 지휘한다. 군부 정점에 대한 숙청은 체제불안의 신호라기보다 오히려 통제력 과시로 보는 해석이 설득
02.13
2025년 12월 대만 국회(입법원)가 라이칭더 총통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 총통 탄핵이 더 이상 ‘만약’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 정치의 한복판으로 들어온 것이다. 대만에서 현직 총통을 상대로 탄핵 절차가 본격화된 것은 이례적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권이 탄핵 카드를 꺼내 들면서 총통부와 국회 간 전면 충돌이 시작됐다. 이번 탄핵안은 일회성 공세가 아니다. 2026년 1월 공청회와 심사회로 쟁점을 띄운 뒤 5월 추가 심사와 본회의 표결까지, 단계별 시간표가 촘촘히 짜여 있다. 탄핵이 되든 안 되든 총통을 국회 심판대에 계속 세워두겠다는 계산이 깔린 일정이다. 공청회 개최, 전원위원회 심사, 총통 출석 요구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탄핵은 정치 전면에 떠올랐다. 여야 충돌도 단순한 당파 싸움을 넘어 ‘헌법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국민당과 민중당이 내건 탄핵 명분은 단순하다. 국회가 통과시킨 ‘재정수지분배법(財政收支劃分法)’을 총통이 일부러 공포하지
02.05
2026년 1월 6일 중국 상무부는 일본을 대상으로 수출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새로운 조치를 발표했다. 명분상으로는 이중용도(Dual-use, 민·군 공용) 품목에 대한 관리 체계 재검토였지만 전년도 11월 이후 악화된 중일 관계의 흐름을 고려하면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희토류는 반도체와 전기차, 방위 산업 등 현대 핵심 산업을 지탱하는 필수 자원이다. 안정적 공급은 통상을 넘어 외교·안보와 직결된다. ‘경제안보’라는 개념이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중요 광물만큼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라 정치와 경제의 경계가 쉽게 드러나는 영역도 드물것이다. 일본은 이를 2010년에 직접 경험했다. 그해 가을 중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희토류 수출이 사실상 정체됐다. 공식적인 금수 조치는 아니었으나 통관 지연이 잇따르며 일본 기업들은 공급 불안에 직면했다. 공급망은 일시적으로 혼란에 빠졌고 희토류 가격도 급등했다. 자원 공급이 정치적 환경에 언제든 영향받을
01.29
작년 말에 방문했던 인도네시아는 석유·산림·니켈 등 자원이 풍부하고 세계 4위의 인구를 보유했음에도 제조업이 육성되지 못하여 국민소득이 정체되어 있었다. 일본, 한국, 중국 순으로 낮은 생산비를 찾아 이동하던 제조업 이전 방식인 ‘기러기형 발전모델’이 중국 다음 순서인 인도네시아·태국·라오스 등 동남아에는 작동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베트남 정도가 중국의 후광 속에 겨우 제조업 이전 사다리에 올라탄 정도에 그쳤다. 일찍이 제조업 이전의 사다리에 올라탄 중국은 2001년 WTO 가입을 기폭제로 제조역량이 폭발하여 세계 제조업 전체 부가가치의 점유율이 2004년 8.7%에서 2023년에는 32%로 확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동남아 등 차순위 개도국으로 제조업 이전은 갈수록 요원해지고 있다. 제조업이 중국 내에 머무는 원인은 우선 광둥, 상하이 등 연해지역의 인건비가 오르면 동남아가 아닌 중국 내 허난성, 쓰촨성 등 중국 내륙으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내륙은 언어장벽
01.22
영국의 산업혁명은 방적기와 증기기관, 그리고 철도라는 범용기술을 통해 19세기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기술혁신은 단순한 산업발전을 넘어 해군력과 무역망, 금융을 결합한 대영제국의 글로벌 패권을 떠받치는 기술적 토대를 형성했다. 영국은 기술을 전략자산으로 인식한 최초의 국가였는데 기술은 단순히 시장의 산물이 아니라 국가권력의 핵심요소가 되기 시작했다. 20세기에 진입하며 독일제국은 대학과 연구소, 산업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과학기술 모델을 구축했고 염료와 비료, 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화학산업과 전기·기계공학 분야에서 세계 선두로 부상했다. 이는 기술패권 경쟁이 국가 차원의 제도 설계와 인적자원 투자로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독일은 이러한 기술적 성공을 토대로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통해 글로벌 패권을 추구했다. 21세기 기술패권 경쟁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통신과 플랫폼, 양자, 우주 등 범용기술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경쟁양상은 과거와 본질적
01.15
한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관계가 안정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제협력에 거는 기대도 커졌다. 그러나 낙관적으로만 보기에는 국제환경이 불안정하고 중국 상황은 가변적이다. 세계 통상환경은 과거의 연장선이 아니다. 가격경쟁력과 효율성 중심의 시대는 저물었다. 공급망 안정성·기술의존도·안보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다. 관세갈등은 표면적 현상이다. 이면에선 기술규제와 경제제재, 표준과 규범이 결합한 새로운 규칙이 생겨나고 있다. 한중 경제협력의 판세도 달라졌다. 교역과 투자 규모로 평가하는 시기는 지났다. 이제 한중협력은 양적확장의 대상이 아니라 기술·공급망·표준을 아우르는 구조적 자산 영역이다. 어떤 분야는 심화·확장하고 어떤 분야는 축소·관리할지 정밀한 전략과 세부 방식이 중요해졌다. 중국은 고속성장과 외연확장을 탈피해 중속·질적성장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15차 5개년 규획은 성장률 수치보다 구조적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뒀다. 핵심 부품·소재·장비의 자급률을 높이
01.08
2025년 11월 난징(南京)에서 열린 세계 스마트제조 박람회는 중국 산업전략의 다음 단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전시 내용은 기술이나 제품을 자랑하는 무대가 아니라 제조 운영방식 그 자체였다. 인공지능(AI)·로봇·산업용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스마트 생산라인은 먼 미래가 아니라 이미 작동 중인 표준모델로 제시됐다. 이는 ‘중국제조 2025’가 지난 10년간 축적한 제조역량을 운영모델·인증·플랫폼으로 제도화해 다음 단계인 ‘중국표준 2035’로 연결하겠다는 방향을 보여준다. 제조경쟁은 이제 생산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식과 규칙이 글로벌 기준이 될 것인가를 둘러싼 구조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제조능력을 양적 생산에서 질적 경쟁력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2015년 5월 국무원의 ‘중국제조 2025’ 공식발표 문건에 포함됐던 10대 핵심기술 중에서 전기차·배터리, 드론, 고속철, 신소재, 태양광 패널, 5G 통신, 전력설비 등 7개 분야에서 세계 1위 중
12.18
2025
2025년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이 발표되면서 대만과 미국의 무역협상은 단순한 경제협상의 범주를 넘어섰다. NSS는 대만의 첨단기술과 공급망을 미국 국가안보를 지탱하는 핵심자산으로 규정했다. 이로써 양국의 통상관계는 안보와 지정학적 경쟁의 틀 안에 편입됐다. 미-대만 무역협상이 아직 최종 타결에 이르지 않았지만 이번 협상이 NSS의 논리가 직접 작동하는 안보 및 공급망 협상이라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다. 관세인하나 시장접근을 넘어 대만의 산업구조와 기술주권을 재편하는 문제로 협상 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2025년 NSS의 특징은 전통적인 군사안보 개념에서 벗어나 반도체와 첨단기술, 그리고 공급망을 국가안보의 핵심요소로 명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이 안보를 군사력만으로 유지할 수 없으며 기술과 산업 기반이 핵심이라는 인식전환을 보여준다. 그 결과 대만은 단순한 교역상대를 넘어 미국의 기술패권과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탱하는 핵심기지로 재규정되고 있다. 이런 인식 전환은
12.11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유사(有事) 발언 이후 양국 외교 당국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업 관광 유학 등 인적 교류 분야에서도 그 여파가 서서히 퍼져 나가고 있다. 11월 14일 중국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요청했다. 법적 금지는 아니지만 중국의 해외여행 수요는 정부의 신호에 매우 민감하다. 실제로 여행사들 사이에서는 일본행 상품을 축소하거나 판매를 보류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에는 약 10만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재학 중이며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흐름이 장기화되면 방일 관광뿐 아니라 일본 유학 수요까지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지방대학과 일본어 학교의 경우 생존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캠퍼스 내 일상적 교류가 줄어들면 장차 사업이나 연구 협력으로 이어지는 인적 네트워크의 기반도 약해질 수 있다. 11월 19일에는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절차가 중단됐다. 재무성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1년 일본 수
12.04
미중 전략경쟁이 경제력과 군사력 중심의 갈등과 대치를 넘어 가치와 이념의 영역에 혼돈을 초래하고 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가 양쪽 모두에서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경제적 성과를 근거로 권위주의적 발전모델을 글로벌 거버넌스의 대안으로 제시하며 서구의 자유주의 발전모델을 견제하려 한다. 미국의 트럼프정부는 과도한 자유가 건강한 국가발전을 저해한다는 우려에서 학문 언론 무역 이민 등 다양한 영역의 자유를 제한하려 한다. 미중이 패권경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효율을 위한 통제’를 자유보다 우선하려는 현상은 ‘경쟁적 반자유주의(Competitive Anti-Liberalism)’로 불릴 만하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집단지도체제를 통한 합의형 국가운영의 제도화와 함께 2000년대 초에는 향진 단위 직접선거 실험 등 자유 요소를 확대하는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자유의 확산이 국가 분열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2010년대 이후 인민민주주의의 민주집중제를 강조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