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9
2026
작년 말에 방문했던 인도네시아는 석유·산림·니켈 등 자원이 풍부하고 세계 4위의 인구를 보유했음에도 제조업이 육성되지 못하여 국민소득이 정체되어 있었다. 일본, 한국, 중국 순으로 낮은 생산비를 찾아 이동하던 제조업 이전 방식인 ‘기러기형 발전모델’이 중국 다음 순서인 인도네시아·태국·라오스 등 동남아에는 작동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베트남 정도가 중국의 후광 속에 겨우 제조업 이전 사다리에 올라탄 정도에 그쳤다. 일찍이 제조업 이전의 사다리에 올라탄 중국은 2001년 WTO 가입을 기폭제로 제조역량이 폭발하여 세계 제조업 전체 부가가치의 점유율이 2004년 8.7%에서 2023년에는 32%로 확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동남아 등 차순위 개도국으로 제조업 이전은 갈수록 요원해지고 있다. 제조업이 중국 내에 머무는 원인은 우선 광둥, 상하이 등 연해지역의 인건비가 오르면 동남아가 아닌 중국 내 허난성, 쓰촨성 등 중국 내륙으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내륙은 언어장벽
01.22
영국의 산업혁명은 방적기와 증기기관, 그리고 철도라는 범용기술을 통해 19세기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기술혁신은 단순한 산업발전을 넘어 해군력과 무역망, 금융을 결합한 대영제국의 글로벌 패권을 떠받치는 기술적 토대를 형성했다. 영국은 기술을 전략자산으로 인식한 최초의 국가였는데 기술은 단순히 시장의 산물이 아니라 국가권력의 핵심요소가 되기 시작했다. 20세기에 진입하며 독일제국은 대학과 연구소, 산업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과학기술 모델을 구축했고 염료와 비료, 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화학산업과 전기·기계공학 분야에서 세계 선두로 부상했다. 이는 기술패권 경쟁이 국가 차원의 제도 설계와 인적자원 투자로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독일은 이러한 기술적 성공을 토대로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통해 글로벌 패권을 추구했다. 21세기 기술패권 경쟁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통신과 플랫폼, 양자, 우주 등 범용기술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경쟁양상은 과거와 본질적
01.15
한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관계가 안정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제협력에 거는 기대도 커졌다. 그러나 낙관적으로만 보기에는 국제환경이 불안정하고 중국 상황은 가변적이다. 세계 통상환경은 과거의 연장선이 아니다. 가격경쟁력과 효율성 중심의 시대는 저물었다. 공급망 안정성·기술의존도·안보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다. 관세갈등은 표면적 현상이다. 이면에선 기술규제와 경제제재, 표준과 규범이 결합한 새로운 규칙이 생겨나고 있다. 한중 경제협력의 판세도 달라졌다. 교역과 투자 규모로 평가하는 시기는 지났다. 이제 한중협력은 양적확장의 대상이 아니라 기술·공급망·표준을 아우르는 구조적 자산 영역이다. 어떤 분야는 심화·확장하고 어떤 분야는 축소·관리할지 정밀한 전략과 세부 방식이 중요해졌다. 중국은 고속성장과 외연확장을 탈피해 중속·질적성장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15차 5개년 규획은 성장률 수치보다 구조적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뒀다. 핵심 부품·소재·장비의 자급률을 높이
01.08
2025년 11월 난징(南京)에서 열린 세계 스마트제조 박람회는 중국 산업전략의 다음 단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전시 내용은 기술이나 제품을 자랑하는 무대가 아니라 제조 운영방식 그 자체였다. 인공지능(AI)·로봇·산업용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스마트 생산라인은 먼 미래가 아니라 이미 작동 중인 표준모델로 제시됐다. 이는 ‘중국제조 2025’가 지난 10년간 축적한 제조역량을 운영모델·인증·플랫폼으로 제도화해 다음 단계인 ‘중국표준 2035’로 연결하겠다는 방향을 보여준다. 제조경쟁은 이제 생산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식과 규칙이 글로벌 기준이 될 것인가를 둘러싼 구조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제조능력을 양적 생산에서 질적 경쟁력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2015년 5월 국무원의 ‘중국제조 2025’ 공식발표 문건에 포함됐던 10대 핵심기술 중에서 전기차·배터리, 드론, 고속철, 신소재, 태양광 패널, 5G 통신, 전력설비 등 7개 분야에서 세계 1위 중
12.18
2025
2025년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이 발표되면서 대만과 미국의 무역협상은 단순한 경제협상의 범주를 넘어섰다. NSS는 대만의 첨단기술과 공급망을 미국 국가안보를 지탱하는 핵심자산으로 규정했다. 이로써 양국의 통상관계는 안보와 지정학적 경쟁의 틀 안에 편입됐다. 미-대만 무역협상이 아직 최종 타결에 이르지 않았지만 이번 협상이 NSS의 논리가 직접 작동하는 안보 및 공급망 협상이라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다. 관세인하나 시장접근을 넘어 대만의 산업구조와 기술주권을 재편하는 문제로 협상 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2025년 NSS의 특징은 전통적인 군사안보 개념에서 벗어나 반도체와 첨단기술, 그리고 공급망을 국가안보의 핵심요소로 명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이 안보를 군사력만으로 유지할 수 없으며 기술과 산업 기반이 핵심이라는 인식전환을 보여준다. 그 결과 대만은 단순한 교역상대를 넘어 미국의 기술패권과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탱하는 핵심기지로 재규정되고 있다. 이런 인식 전환은
12.11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유사(有事) 발언 이후 양국 외교 당국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업 관광 유학 등 인적 교류 분야에서도 그 여파가 서서히 퍼져 나가고 있다. 11월 14일 중국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요청했다. 법적 금지는 아니지만 중국의 해외여행 수요는 정부의 신호에 매우 민감하다. 실제로 여행사들 사이에서는 일본행 상품을 축소하거나 판매를 보류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에는 약 10만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재학 중이며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흐름이 장기화되면 방일 관광뿐 아니라 일본 유학 수요까지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지방대학과 일본어 학교의 경우 생존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캠퍼스 내 일상적 교류가 줄어들면 장차 사업이나 연구 협력으로 이어지는 인적 네트워크의 기반도 약해질 수 있다. 11월 19일에는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절차가 중단됐다. 재무성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1년 일본 수
12.04
미중 전략경쟁이 경제력과 군사력 중심의 갈등과 대치를 넘어 가치와 이념의 영역에 혼돈을 초래하고 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가 양쪽 모두에서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경제적 성과를 근거로 권위주의적 발전모델을 글로벌 거버넌스의 대안으로 제시하며 서구의 자유주의 발전모델을 견제하려 한다. 미국의 트럼프정부는 과도한 자유가 건강한 국가발전을 저해한다는 우려에서 학문 언론 무역 이민 등 다양한 영역의 자유를 제한하려 한다. 미중이 패권경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효율을 위한 통제’를 자유보다 우선하려는 현상은 ‘경쟁적 반자유주의(Competitive Anti-Liberalism)’로 불릴 만하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집단지도체제를 통한 합의형 국가운영의 제도화와 함께 2000년대 초에는 향진 단위 직접선거 실험 등 자유 요소를 확대하는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자유의 확산이 국가 분열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2010년대 이후 인민민주주의의 민주집중제를 강조하며
11.27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최근 대만 유사시 일본의 군사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이후 대만문제가 다시 국제정치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중국은 대만문제를 위해 전쟁을 불사할 것인가. 2019년 중국의 국방백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암시한다. 인민해방군의 역사적 사명을 재정의하며 군사력을 단순한 억지수단이 아닌 당이 설정한 전략목표를 관철하는 적극적 도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국방백서가 제시한 네가지 사명 중 핵심은 국가주권과 영토보전, 그리고 통일을 수호하는 것이다. 인민해방군 매체들은 한발 더 나아가 통일·영토·주권과 직결된 중대한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이를 ‘확실하게 통제’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는 외부에서 제기된 “중국이 필요할 경우 전쟁을 개시할 수 있다”는 우려와 맞물려 더욱 큰 파장을 낳았다. 역사적 사명의 재강조는 대만문제와 맞물리며 동북아 안보지형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2024년 라이칭더의 당선은 위기를
11.20
세계 통상질서가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방향을 틀고 있다. 겉으로는 관세와 무역마찰이 반복되고 있지만 교역을 움직이는 규칙과 판단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세계화 시대가 가격과 효율성 중심의 최적 조합을 찾는 과정이었다면 이제 통상은 공급망 안정성, 기술 의존도,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가 중심축이다. 10월 체결된 미국–말레이시아 협정은 이러한 전환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이 특정국을 안보위험으로 규정해 조치를 취하면 말레이시아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도록 설계돼 있다. 시장 접근을 넓히는 과거 협상방식이 아니라 양국 대외경제정책을 하나의 전략 틀로 묶는 구조다. 여기에 기술통제 투자심사 원산지규정이 연결되면서 통상은 사실상 전략정책의 핵심도구가 되고 있다. 경제적 효율성보다 전략적 목표를 우선시하는 제도적 장치다. 같은 시기 체결된 미국–호주 협정은 희토류·갈륨 등 전략광물을 공동 관리하고 비중국계 공급망을 확충하는 공동투자와 비축체계를 제도화했다. 내용은 달라도 말레
11.13
세계질서가 거대한 전환기에 들어섰다. 미중 전략경쟁이 구조화되고,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표준, 디지털 규범을 둘러싼 국제정치경제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중국은 2025년 9월 톈진(天津)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플러스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GGI)’를 제안했다. 이는 글로벌 개발(GDI), 글로벌 안보(GSI), 글로벌 문명(GCI)에 이은 네 번째 글로벌 패키지로, 중국이 처음으로 국제 규범의 ‘설계자’를 자처하며 제도적 리더십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GGI는 표면적으로 ‘공정하고 포용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를 내세우지만, 그 핵심은 기존 서방 주도의 질서에 대한 대안 제시다. 시진핑 주석은 SCO 연설에서 “모든 국가는 국제질서의 동등한 참여자이자 의사 결정자”라고 강조하며, 미국 중심의 불평등한 체제와 제재 남용, 세계무역기구(WTO) 기능 마비,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이행 지연 등 서구의 실패를 비판했다
11.06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대만은 다시 세계 정치의 중심에 섰다.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이자 ‘실리콘 방패’를 지닌 이 섬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도 위험하고 어느 쪽에도 휘둘리지 않아야 살아남는다. 실리콘 방패란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이 국가안보와 외교적 억지력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미국정부는 기술 봉쇄와 공급망 재편으로 대만을 자국 체제 안에 편입하려 하고 중국정부는 군사·경제압박으로 대만의 전략공간을 좁히고 있다. 최근 미국정부가 대만에 제시한 “생산의 절반을 미국으로 이전하라”는 요구는 단순한 협력제안을 넘어 대만의 자율성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겉으론 공급망 안정과 동맹강화를 내세웠지만 그 속에는 미국정부의 산업안보와 기술패권 강화 의도가 뚜렷하다. 미국정부는 안보동맹을 경제동맹으로 확장하며 자국 내 제조 기반을 회복하려 한다. 그러나 동맹의 이익이 곧 대만의 이익은 아니다. 만약 미국정부의 요구를 따른다면 대만은 기술주권을 잃고 안보적 레버리지도 약화될 수
10.30
중일관계를 말할 때 우리는 흔히 투자규모나 무역통계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 숫자들 뒤에는 사람의 이동이 있었다. 1972년 국교정상화 이후 양국을 오간 이들의 발자취야말로 진짜 이야기다. 1980년대 일본에서는 ‘실크로드 붐’이 불었다. 일본방송협회(NHK)의 특집 방송을 본 많은 일본인이 둔황(敦煌)과 시안(西安)으로 향했다. 이들에게 그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었다. 잊고 지냈던 대륙과의 재회였고 중국 문명에 대한 오래된 호기심의 분출이었다. 반대 방향의 흐름도 시작됐다. 1980년대 후반 개혁개방의 바람을 타고 수많은 중국 청년이 일본으로 건너왔다. 유학생으로 연수생으로 그들은 일본의 경제 발전을 배우러 왔다. 당시 일본 사회는 이들을 ‘미래의 가교’로 여기며 비교적 따뜻하게 맞아들였다. 21세기로 접어들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5년 전후 ‘폭풍 구매’라는 말이 회자됐다. 중국 부유층의 소비가 일본 경제를 떠받쳤지만 진짜 문화 교류는 뒷전이었다. 일본에서 중국으
10.23
2000년 중국역사에서 정치적으로 안정된 시기에는 성장이 둔화하고, 반대로 혼란과 변혁의 시기에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던 역설적 사례들은 오늘날 중국이 직면한 구조적 경제침체를 풀어갈 역사적 통찰을 제공한다. 혼란이 오히려 성장을 촉진한 대표적 사례는 송나라다. 역사상 가장 취약했던 왕조 중 하나인 송은 북방의 요(遼) 금(金) 원(元)의 압박 속에 영토의 절반까지 내주며 정권을 유지했지만 군사적 약세와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도 유례없는 경제번영을 구가했다. 당시 송나라는 GDP가 세계 전체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융성했으며 1인당 GDP 또한 영국 등 서구를 능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경제부흥은 역설적으로 봉건 중앙 체제의 통제가 약화되면서 표출된 상업의 발달과 기술의 혁신, 경제의 개방 덕분이었다. 무거운 금속화폐 대신 세계 최초의 지폐인 ‘교자(交子)’가 민간에서 탄생했고, 제철업과 도자기 산업, 활판인쇄술이 꽃피웠으며, 활발한 해상무역은 항구도시들을 국제적 상업
10.16
2025년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을 ‘자유의 날(Liberation Day)’로 명명하며 대대적인 관세 패키지를 꺼냈다. 모든 수입품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대미 무역적자국에는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의 고율 부과를 예고했다. 그는 이를 경제독립(economic independence)의 선언으로 포장했다. 곧바로 대중국 추가 관세 34%가 발표되자 중국 국무원은 4월 4일 미국산 수입품에 동률의 34% 관세를 매기고 일곱개 희토류 품목과 11개 미국 기업을 겨냥한 수출규제를 병행했다. 4월 8일 미국이 중국산 제품 관세를 84%로 끌어올리면 4월 10일 중국은 이를 겨냥해 희토류 규제 대상을 12개 더 얹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상호 보복은 가속페달을 밟았고 미국이 관세를 145%로 상향하자 중국도 125%로 응수했다. 다행히도 양국은 5월 제네바, 6월 런던, 7월 스톡홀름 협상을 거치며 11월 10일까지 상향 관세의 효력을
10.02
상하이 증시가 8월 22일 3800선을 돌파한 후 연일 강세장이다. 지난달 30일에는 3883포인트로 월간 최고 수준에서 마감했다. 미국의 대중 관세 강화 발표로 잠시 조정을 겪었으나 시장은 전반적으로 낙관적 기대 속에 3800선 수준을 유지했다. 랠리의 배경에 정부 정책이 있다. 연이어 금리를 내리고 지급준비율 완화, 자사주 매입 제한 해제, 레버리지 규제 완화 등 자본시장 활성화에 나서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됐다. 인공지능 등 신산업 진흥책은 첨단 제조업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최근 일부 소프트랜딩 지표도 증시 랠리에 힘을 실었다. 금융시장의 활기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회복을 암시하는 듯하지만 실상 증시와 실물경제의 괴리는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우선 증시 호조에도 소비와 투자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최근 예금 증가율 둔화로 일부 완화되는 듯했으나 가계자금은 여전히 만기가 긴 정기예금에 집중되고 있다. 실제 상반기 개인투자
09.25
2025년 9월 3일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는 역사 재구성과 국제정치게임의 교차점에서 대안적 국제질서 구상을 웅변하는 무대였다. 이에 앞서 시진핑 주석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제질서 구축을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GGI)’ 비전을 제안했다. 본질은 군사와 역사, 글로벌 사우스를 묶어 반(反)서방 결속을 강화하는 국제 여론전이다. 행사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참석해 북·중·러의 공동 전선을 떠올리게 했다. 그런데 중-러, 북-러, 북-중 양자회담이 각각 열렸지만 정작 관심의 초점인 3자 정상회담(trilateral summit)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외교 일정상의 문제가 아니라 세 나라 협력의 성격과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북·중·러 협력의 중심 국가인 중국은 ‘삼각연대’ 고착화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 미·유럽연합(EU)과의 관계 악화 및 경제 제재 위험을
09.18
대만에서도 보편 지급을 실시한다.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1만 대만 달러(43만원 가량)를 현금이나 계좌이체 방식으로 나눠주는 일종의 재난지원금 보편적 현금지원 정책이다. 국회를 장악한 국민당과 민중당의 강한 요구와 다수 여론의 지지가 맞물려 라이칭더 정부는 결국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대가로 군·공무원·교육공무원(軍公敎, 군공교)의 임금인상은 보류되었다. 단순한 예산조정처럼 보이지만 이번 선택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 간 정치적 주도권과 지지 기반의 균열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군공교 임금인상은 공직자 처우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공립 교원의 임금이 오르면 사립학교 교원 급여도 연동되는 구조 덕분에 교육계 전반으로 파급된다. 이는 국가 안보·행정·교육 전반의 핵심인력 집단의 사기와 안정에 직결된다. 전통적으로 국민당 기반이던 군공교 집단은 차이잉원정부 8년간 세 차례 임금인상과 강경한 대중노선 속에서 민진당 지지가 확대되었다. 실제로 2024년 총통 선거
09.11
중국과 일본을 잇는 물류는 고대 견당사(遣唐使) 시대부터 이미 존재해왔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대규모 조직적인 물류체계로 발전한 계기는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였다.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방향을 전환하자 일본에서 기계 부품과 원자재가 연해부 항만으로 운송되기 시작했고, 상하이 다롄 등 항만이 물류거점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큰 전환점이었다. 컨테이너선과 항공 화물편이 급증하면서 일본 기업들은 중국 내에 창고와 배송 거점을 마련했다. 항만과 항만, 공항과 공항을 연결해 원스톱으로 운송하는 ‘국제 복합 일관 운송’이 보편화되었다. 더 나아가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이동함에 따라 일본에서 완제품을 수출하는 흐름이 증가했다. 이러한 경향은 전자상거래 분야로 확산되어 국경 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택배와 소량 화물운송 수요 확대를 이끌었다. 이처럼 중일 물류는 단순한 물품이동을 넘어 경제구조 자체를 지탱하는 핵심 역
09.04
중국이 막대한 자본과 우수 인력을 투입해 키운 전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 구비와 자체 공급망 구축으로 괄목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한해 1조달러 무역흑자를 이끌어내는 주요 원천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가 중국을 대체하는 제조역량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아 중국의 제조대국 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전략산업의 도약에도 불구하고 중국 현지를 둘러보면 경제상황이 녹녹치 않은 모순된 현실을 보게 된다. 기업과 공무원의 임금이 삭감되거나 부동산 가격과 월세가 인하되고, 생산자 물가도 3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전략산업의 도약과 실물경기의 침체라는 괴리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전략산업의 성과가 경제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스필오버 효과(spillover effect)’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대비되는 미국의 기술선도산업은 스필오버 효과가 넓고 깊다. 민간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빅테크와 바이오 우주항공 등 첨단산업이 혁신기술을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파생 산업군과 새로운
08.28
국제정치는 무정부 상태 속에서 국가들이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는 장이다. 따라서 국제정치사는 전쟁과 평화의 역사로 점철되어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특히 강대국들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권력의 극대화를 추구하며 강력한 공격적 군사력을 갖는 상대의 의도를 확신할 수 없는 불확실성은 상호 불신과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따라서 어느 한 강대국의 힘이 급속히 증대되면 역사적으로 두가지 경로가 반복되었다. 하나는 전쟁을 통해 세력권을 확대하며 주변국을 복속시키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주변국들이 연합해 억지 혹은 전쟁으로 그 팽창을 제어하는 경우이다. 유럽의 역사는 이를 잘 보여준다. 나폴레옹의 프랑스 제국, 빌헬름의 제2제국과 나치의 독일 제국, 그리고 제국주의 일본의 팽창은 모두 역외 균형자인 영국과 미국의 개입과 동맹국들의 연합을 통해서만 저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대가는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살상과 문명의 파괴였다. 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 미 시카고대 교수의 ‘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