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2
2026
“영양제 먹어도 될까요?” “먹는 알부민은 괜찮을까요?” “글루코사민이나 콘드로이친은 어떨까요?” “단백질 보충제를 먹으면 콩팥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까요?” 외래 진료실에서 만성콩팥병 환자들이 자주 던지는 질문들이다. TV 광고나 유튜브, SNS를 보다 보면 각종 영양제와 단백질 보충제가 넘쳐나고 건강을 조금이라도 더 잘 챙기고 싶은 마음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 하지만 ‘몸에 좋다’는 말이 늘 ‘콩팥에도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잘못된 선택이나 과도한 섭취가 특별한 증상 없이도 콩팥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영양제나 단백질 보충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식사만으로 영양이 충분할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성콩팥병 환자의 영양 관리는 단순히 ‘적게 먹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단백질과 에너지가 쉽게 소모돼 근육이 줄고 기운이 떨어지는 이른바 ‘영양 소모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고령이거나 이미 근력이 감소한 경우라면 그
01.26
현대인의 눈은 하루 종일 쉴 틈이 없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와 씨름하다가, 잠들기 직전까지 영상을 시청한다. 눈이 혹사당하는 와중에 아이러니하게도 눈 건강을 위한 영양제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눈 영양제가 TV프로그램에 소개가 되고 여러 매체를 통해 광고되면서 루테인이나 오메가3 등이 마치 눈을 위한 필수영양제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눈 상태나 연령을 고려하지 않은 채 광고가 주입한 “눈 영양제는 루테인”이라는 공식에 따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루테인을 복용중인 경우를 자주 본다. 시력의 발달 및 성장, 생리학적 노화 과정에 따라 꼭 필요한 영양소는 다를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눈 영양제는 눈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할까? 성장기 아이들의 눈 관리 핵심은 시력발달과 근시진행을 막는 것이다. 요즘 많은 부모님들이 어린이용으로 젤리나 분말, 구미 형태로 나온 루테인을 먹이지만 이는 아이들의 시력발
01.19
당신의 마음이 공허하고 무엇인가에 의존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면 알고리즘이 건네는 위로가 얼마간 효과적일 수 있다. 그래서 인공의존의 권고에 따라 행동했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인공지능은 심리정신 그리고 상담의 세계에도 크나큰 새로운 진동을 일으키고 있다. 인공지능은 언제나 열려 있는 24시간 상담소다. 외롭고 고립된 수많은 인류의 일원들이 인공지능을 통해 새로운 상담과 고백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힘들여 상담소나 정신과를 찾지 않아도 스크린 앞에서 호소하고 고백하면 답을 해주는 인공지능 챗봇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컴퓨터에 인공지능 챗봇을 다운 받아서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정을 쌓아가고 있다. 실제 사용자들이 정신과에 와서 인공지능 챗봇 사용이 놀라왔다고 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있다. 지속적인 기술적 발전으로 개발자들은 인공지능 챗봇이 말투, 말의 높낮이, 혹은 작성한 문장의 행간 등의 디지털 표현에 대한 포괄적 이해가 높아지면서 반응의 공감도를 높이
01.12
대한민국은 현재 다양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게 다가오는 어려움이 ‘초고령 사회 진입’일 것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노인인구의 급증은 단순히 인구 통계학적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의 복지와 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바로 2024년 3월에 제정된 ‘의료 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다. 돌봄통합지원법은 노쇠 장애 질병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살던 곳에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법안이다. 이 법률은 올해 3월부터 시행된다. 과거의 돌봄이 가족의 희생에 의존하거나 치료가 끝난 후에도 갈 곳이 없어 병원에 머무는 ‘사회적 입원’ 형태였다면, 이제는 지역사회가 주체가 되어 거주하던 곳에서 지속적
01.05
새해에는 “꼭 살 빼야지”라는 다짐이 단골로 등장한다. 약국에도 비슷한 질문이 쏟아진다.“약사님, 올해엔 진짜 살 좀 빼고 싶어요. 매년 새해엔 제일 큰 결심이 비만 탈출이지만 지난해도 실패했어요”라는 푸념과 함께 최신 유행하는 비만약에 대해 문의한다. 새해 결심은 늘 뜨겁지만 비만은 단순한 의지 싸움이 아니다. 비만은 장기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목표도 ‘한달에 10kg’ 같은 극단이 아니라 ‘6개월 동안 5%를 꾸준히’처럼 현실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대한비만학회의 최신 권고에 따르면 체중 감량 1차 목표는 체중의 5~10%를 6개월 내에 감량하는 것이다. 이를 유지하면 비만 관련 합병증 위험을 줄인다고 밝힌다. 특히 치료 전 체중의 3~5%만 줄여도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개선한다. 그렇다면 새해 결심을 위해선 이렇게 시작하는 건 어떨까. 첫째, 식단에서 우리 몸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보다 조금 적게 섭취하는 ‘칼로리 적자’를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무조건 굶기’가 아
12.29
2025
한국 어린이들의 운동시간이 부족한 것은 유명하다. 질병관리청에서 2025년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에서 청소년 기준 하루 60분 주 5일 이상 신체활동 혹은 주 3일 이상 근력강화운동을 하는 비율이 17.3%다. 이는 조사대상 146개국 중 최하위이고 미국과 비교시 32.9%나 낮은 수치다. 공식적인 신체활동 시간인 학교체육활동 시간도 부족하고, 학교외 고강도 운동, 저강도 운동 시간 모두 턱없이 낮다. 한국에서 청소년들의 운동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보다 학업부담 때문이다. 어린시절부터 학원과 숙제의 틈바구니에서 운동할 시간을 낼 수 없다. 여기다 학교에서도 체육시간은 부수적으로 다뤄지고 공부할 시간을 확보할 궁리만 하다보니 전세계 최하위 운동시간을 기록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런 낮은 수준의 운동시간이 우리 아이들의 체력저하나 신체발달 저하로만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어린이와 청소년기 운동부족은 청장년기 운동으로 메꿀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첫째로 유소년
12.22
“필수의료가 몰락하고 있다.” “2026년 필수의료 전공의들 지원 저조.” “정부, 필수의료 지원에 최선을 다하기로.” 언론의 기사 제목처럼 최근 보건의료 분야의 화두는 ‘필수의료’라는 말일 것이다. 2024년 초부터 의과대학 정원 문제로 불어 닥친 의료대란 시국에서는 여러 종합병원의 응급실부터 중요 수술을 하는 전문과들이 무너지면서 더욱 많이 쓰였다. 필자는 방송이나 신문에서 이 말이 쓰일 때마다 내용을 만든 기자에게 “도대체 내용을 알고 기사화한 건지” 따지고 싶을 정도이다. 필수의료라는 말은 족보도 없고, 정체성도 없는 용어여서 큰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하기로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이 말이 사용됐던 것 같다. 계속되는 일부 전문과들의 몰락이 사회문제화 되니까 특별히 지칭해서 부르기 시작한 것이 조금씩 통용하게 된 것이다. 무엇이 필수의료라는 말인지 짐작해보면 흔히 외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처럼 수련은 힘들고 환자를 치료하는 데에는 엄청
12.15
코로나나 독감 같은 호흡기 감염을 앓고 난 뒤 쉽게 사라지지 않는 마른기침은 많은 사람들이 겪는 불편이다. 특히 노인은 낮에는 괜찮다가도 저녁에 눕는 순간 기침이 심해져 잠을 설치는데, 이 시기의 기침은 단순한 감기의 끝자락이 아니라 감염 이후의 회복과정에서 생기는 특유의 신경 변화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감염으로 자극받은 기도의 미주신경이 과민해지면 작은 자극에도 기침 반사가 과도하게 일어나고, 염증이 거의 사라진 뒤에도 기침이 오래 남을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현상을 ‘기침 과민성’으로 설명하는 연구가 많다. 감염으로 기침 수용체가 예민해지면 건조한 공기, 체위 변화, 찬바람, 분비물의 미세한 이동만으로도 쉽게 기침이 유발된다. 코로나 이후 보고되는 롱코비드의 마른기침과 흉부 불편감도 같은 기전으로 이해된다. 점액 자체가 원인이 아니라 신경계의 불안정이 중심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진해제·거담제가 잘 듣지 않는다. 독감 후유증에서 보이는 피로도 이런 기침을 악화시킨다. 감
12.08
심부전(heart failure)은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온몸에 혈액을 충분히 보내지 못해 각 장기에 산소와 영양이 부족해지는 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밤에 눕기 힘들 정도로 호흡이 불편하고, 발이나 발목 붓기와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가 있다. 심부전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한 입원뿐 아니라 재입원과 급격한 악화나 사망으로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심각한 경제·심리적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심부전을 만든 가장 큰 원인으로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신장질환 비만이다. 이들은 관리만 잘해도 심부전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심부전 예방의 핵심은 건강한 생활습관에 있다. 첫째, 소금(나트륨) 섭취를 반드시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 단백질(생선·살코기), 통곡물이 기본인 식단으로 바꾼다. 둘째,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걷기, 자전거 타기, 수중운동 등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셋째, 흡연과 과음은 심장 건강에 치명적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12.01
공포 영화에 나오는 뱀파이어를 물리치기 위해서 영화 속 주인공은 마늘을 사용한다. 왜 뱀파이어를 물리치는데 마늘이 사용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뱀파이어의 전설이 루마니아 세르비아 등의 동유럽에서 시작되었고, 이들 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나쁜 기운을 쫓아내는 목적으로 마늘을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뱀파이어와 다른 나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해 특별한 명절에 마늘을 문과 창문에 걸어놓거나 문에 바르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풍습의 유래에 대해서 유럽 역사에서 가장 잔혹했던 전염병인 페스트가 등장한다. 페스트는 1300년대에 유럽을 휩쓸어 당시 유럽 인구의 1/3이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때 페스트를 물리치기 위해서, 마늘을 사용해서 집 문과 창문에 걸어놓는 일이 크게 유행했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왜 마늘인가? 마늘은 실제로 항균작용이 강해서,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강력한 소독효과를 보여준다. 많은 종류의 감염성 박테리아는 마늘 즙을 물에 희석한 용액에 넣으면 곧 사멸
11.24
우리나라의 저출생 현상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심각한 수준으로 최근 몇년 간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24년 기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0.75명으로 집계돼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3년 연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6년 연속 1명 미만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2024년 출생아수는 약 23만8000여명으로, 2015년 43만8000여명에 비해 8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우리사회에서 저출생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태어난 아이에게도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미숙아와 저체중아 출생률이 특별히 높아져 우려를 낳고 있다. 임신 중에 태아가 정상적으로 발달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는 태아의 체중이다. 신생아의 정상체중인 3.5kg다. 2.5kg 이하면 저체중아로 분류된다. 저체중아는 출생
11.17
만성콩팥병은 노폐물을 제거하는 콩팥기능이 감소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없는 단계의 질환을 의미한다. 만성콩팥병은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때문에 예방과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성콩팥병의 주요 원인은 당뇨병과 고혈압이다. 당뇨병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약 5배, 고혈압이 있으면 약 3배 높아진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병이 진행하면 빈혈 고혈압 부종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콩팥 기능이 저하되면 심장 등 다른 주요 장기의 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쳐 심부전이나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실제로 만성콩팥병 환자의 가장 흔한 사망원인은 심혈관질환이므로 심장 건강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콩팥 기능의 저하는 뇌졸중 수면장애 말초신경병증 경도인지장애 치매 등 신경계 질환의 위험도 높인다. ‘콩팥이 나빠지면 뇌도 늙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콩팥은 단순히 노폐물을 걸러내는 기관이 아니라, 전신의 혈관과 신경 기능을 조율하는
11.10
가을은 걷기와 책 읽기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공기는 차분하고 낙엽이 바람에 실려 발끝을 스친다. 걷는 동안 마음의 속도도 느려지고 생각은 제자리를 찾아간다. 책을 읽는 일도 그렇다. 활자를 따라가며 마음을 정돈하는 일, 그것이 걷기와 닮았다. 그래서일까.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운동화 끈을 조이며 다짐한다. “이젠 매일 만보는 걸어야지.” 하지만 정말로 그게 건강의 비결일까. ‘하루 1만보’라는 기준은 오래된 통념이다. 원래는 1960년대 일본의 만보기 광고 문구에서 비롯된 숫자였다. 과학의 근거라기보다 상징적인 제안이었다. 그런데 그 숫자가 반세기를 지나며 전세계의 건강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최신 연구들이 그 신화를 다시 검증하고 있다. 걷기의 핵심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몸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깨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팀은 올해 초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대규모 연구에서 그 근거를 제시했다. 70대 여성
11.03
“요즘은 집 안에서도 몇 걸음 걷기가 힘들어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넘어질까 봐 겁나요.” 외래 진료실에서 만난 82세 여성 환자의 말이다. 예전에는 손주들과 시장에 가고, 친구들과 노래방에도 다녔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외출이 두려워 하루 대부분을 거실 소파에 앉아 보낸다. 무릎 통증과 체력 저하로 활동이 줄면서 근육은 빠르게 약해졌다. 어느새 일상의 많은 부분을 혼자 해내기 어려워졌다. 그녀를 병들게 한 것은 질병 그 자체가 아니라 움직이지 않은 시간이었다. 우리 사회는 2024년 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이고, 기대수명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우리 국민의 기대수명은 83.5세로 선진국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한다. 그러나 오래 사는 것 그 자체를 반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건강한 상태로 얼마나 오래 사는지를 나타내는 건강수명은 70세
10.27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는 작고하신 박완서님의 소설 제목이다. 부끄러움이 사라진 세속에 대한 작가의 시대정신이 소설로 표현된 것이다. 국회 국정감사를 생중계로 보면서, 국회의원들과 증인 참고인들의 진술과 공방을 접하면서 지금 제일 필요로 하는 교육은 부끄러움에 대한 교육이지 않나 생각했다. 증거로 밝혀지지 않는다면 죄가 아니라는 법 기술자들의 낯 두꺼운 태도와 모호한 표정으로 시간 때우기를 하면서 부끄러움을 피해가는 적당한 방어적 태도의 증인들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부정한 짓을 하더라도 증거가 없다면 범죄가 아니라는 잔혹한 법 기술, 명백한 진실이어도 언론과 법의 방패막 속에서 진실이 왜곡되는 것이 가능해진 탈진실의 시대에 일부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버리고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드라마에서 전형적으로 그려진, 비겁하거나 파렴치한 인물보다 때로는 더 적나라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자신이 속한 카르텔과 이익에 눈이 멀어 양심과 이성을 속
10.20
치아와 구강은 음식을 섭취하고 말을 하고 표정과 관련된 심미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태어나 6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 첫번째 치아가 나오고 6세부터 15세까지 유치가 영구치로 바뀐다. 성인의 치열로 완성이 되고 이후 다양한 구강 질병을 경험하며 전 생애에 걸쳐 치의학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비장애인도 치과병의원을 방문할 일이 생기면 꺼려지고 겁이 나는데, 장애인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법령에 따라 장애를 15개 유형으로 구분하고 각각 장애에 따른 맞춤형 의료복지를 지원한다. 장애인은 어느 정도 구강관리(양치질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다. 특히 뇌병변장애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그리고 정신장애의 경우 스스로 또는 보호자에 의한 양치질이나 치과 진료 협조 차원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위에 언급한 4개 장애를 ‘치과적 중증장애’로 분류하고 2024년 3월부터 제도적 개선을 통해 중증장애인을 위한 치과 의료 접근성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와 별도로 2010
10.13
57세 직장인 동수씨는 십여년 전부터 고혈압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다. 약 덕분에 혈압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었지만 최근엔 조절이 잘 안돼 그는 요즘 다소 건강에 예민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코가 막히고 목이 아픈 증상이 생겨 동네 약국을 찾았다. “감기약 하나 주세요.” 별다른 설명 없이 약을 받아 복용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뒷목이 불편하고, 얼굴이 달아오르며 혈압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감기 증상은 조금 나아졌지만 고혈압 환자인 그에게 감기약 속 특정 성분이 혈압을 자극한 것이다. 5년 전 정년퇴임한 명호씨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최근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받은 그는 소변 줄기가 약하고 밤에도 두어 번 깨서 화장실에 가는 일이 잦았다. 그러던 중 콧물이 나고 목이 칼칼해 약국을 찾았다. 그는 역시 아무 생각없이 “감기약 하나 주세요”하고 약을 받아 복용했다. 하지만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아 화장실에서 한참을 씨름해야 했고, 이튿날엔 거의 소변이 안 나와 응급실
09.29
현대는 광고사회로 불린다. 우리는 건강광고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일반약품 등 잠시 주변을 살펴보면 건강광고가 너무나 많다. 대중교통에서 병원광고도 흔하게 볼 수 있고 아침방송 케이블티브이를 통해 간접광고도 상시 유통되고 있다. 낮시간 뉴스채널과 케이블방송은 건강기능식품광고가 다수를 차지한다. 너무 광고가 많다보니 전 국민이 건강문제와 질환의 박사가 될 지경이다. 그래도 신문이나 방송, 대중교통의 승인된 광고들은 심의를 받아야하고 병원광고는 협회의 심사도 받는다. 대표적으로 과거 성행했던 연예인을 동원한 병의원 광고는 그 부작용 때문에 불허상태다. 건강기능식품 광고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최근 주류매체로 등극한 유튜브 등 플랫폼은 이런 규제 사각지대다. 유튜브 등에서는 기존의 광고규제를 피해갈 여러가지 술수가 동원된다. 플랫폼 광고는 경험담이나 사용기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워낙 사실 확인이 안된 다양
09.22
우리 신체 가운데 현대사회에서 가장 혹사당하는 기관이 어디냐고 물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눈’이라고 대답할 듯하다. 깨어있는 시간 중 우리 눈이 편안히 쉬고 있을 때가 하루 중 몇시간이나 될까. 어린 아이부터 학생들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중장년층에서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우리 눈은 거의 항상 일을 하고 있다. 눈이 불편하고 시력이 떨어지면 그제서야 안과를 찾는 경우가 많지만 자각증상이 생겼을 때는 이미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눈 건강에 대해서 염려하면서도 정작 안과검진을 받는 데에는 소홀한 경향이 있다. 눈 건강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나이에 맞는 눈 검진을 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눈 검진은 영유아 시기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영유아검진 항목에 문진 및 시력검사가 포함되어 있으나 이는 이 시기에 주요한 안질환인 사시 약시 굴절이상 선천이상 등을 발견해내는 데는 한계가 있어 만 3~4세경 첫 안과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
09.15
80세 김아무개씨 아들이 의원에 찾아왔다. 아버지는 평소 고혈압이 있어 정기방문해 진료를 봤던 분이다. 최근 앓으면서 식사도 못한다고 했다. 영양제라도 맞히고 싶다고 아들이 말했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나라는 방문진료(왕진)제도가 없어 가서 진찰할 수도 영양제를 맞힐 수도 없다”고 말했다. 난감해하는 얼굴을 보고 안타까워 진료 끝나고 저녁에 한번 들르겠다고 안심을 시켰다. 실제 여러번 겪은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럴 때 왕진가방을 들고 방문해서 진료를 할 수 있을까? 결론은 ‘절대 안된다’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방문진료시범사업에서 승인을 받은 극히 일부 의사들만 할 수 있다. 의료기관 외 장소에서 승인을 받지 못한 의사가 진료는 하더라도 비용을 청구할 수도 없어 무료봉사를 해야 한다. 필자는 간단히 진료가방을 챙겨 방문을 했다. 평소 장애인건강주치의로서 여러차례 필요한 곳에 방문을 했기 때문에 준비가 돼 있었다. 어르신을 보고 말을 걸어도 대답도 없고 옅은 숨만 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