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6
2025
국내 1호로 설립된 대전세종충남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최근 진료를 중단하는 일이 있었다. 노조와 병원의 임금협상이 결렬돼 벌어진 파업 때문이다. 다행히 일주일 만에 끝나 최악의 치료중단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를 지켜본 환자와 가족들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장애어린이와 그 가족들은 무엇보다 ‘공공’의 이름을 단 병원조차 언제든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더 나아가 근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문재인정부 때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해 설립한 병원이다. 이름 앞에 ‘공공’이 붙은 이유는 국가가 설립하고 지자체가 운영하는 병원이기 때문이다. 이 병원이 생기기 전까지는 중증장애어린이들이 치료받을 병원이 없어 전국을 떠돌아야 했다. ‘재활난민’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센터 설립이 추진됐고, 1호 병원이 대전에 설립됐다. 하지만 이 병원은 설립 2년이 지
08.05
트럼프 대통령의 막가파식 관세전쟁이 절정이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현재까진 성공적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선택한 각개격파 전술과 무한보복 공언이 효과를 보고 있다. 전체 수출의 19%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주한미군’이란 멍에까지 지고 있다. 한때 결사항전을 선언했던 유럽연합(EU)도 결국 미국과 굴욕적 협상을 타결했다. 브라질은 ‘50% 관세’란 날벼락을 맞았다. 그렇다면 트럼프 관세전쟁은 끝내 미국에 승리를 안겨줄 것인가. 그럴 가능성도 없고 그렇게 되어선 인류 미래에 희망도 없다. 1·2차세계대전 이후 80년간 인류의 국제관계는 한발 한발 힘겹게 전진해왔다. ‘제국주의와 식민지, 힘의 관계’에서 ‘호혜평등과 평화협력의 관계’로 바뀌어왔다. 트럼프 관세전쟁은 이런 인류의 힘겨운 진보를 단번에 무력화시키는 행위다. 이런 트럼프의 인류사적 역행은 당장 미국내 후유증을 키울 수밖에 없다. 조만간 미국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로리 로건 미국
08.04
“따라 배울 나라가 아직 남아 있기나 하나?” 6년간 영국과 미국에서 살다 최근 귀국한 인사가 전한 말이다. 영국에서는 정부를 칭찬하는 현지인을 본 적이 없단다. 미국에선 트럼프정부가 주요 교역국을 갈취하듯 두들기는 모습을 보며 ‘동맹에게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미국인 이웃을 만나지 못했단다. 미국돈 달러를 ‘달라’로 해석한다니 상호협력·국제규범 등도 자국 우선의 조건이 충족된 후에 등장하는 개념이 됐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길을 만드는 실력이 있느냐에 국익이 좌우되는 시대다. 따라 배울 나라가 없다면 만들어 가야 하는 처지다. 내 식구 밥과 일이 중요하다. 우리 정부는 내 가정과 일터를 지켜줄 수 있는가. 여야는 상상하고 꿈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두달이 됐다. 기본만 해도 탄핵당한 전 정부보다는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다. 기초·광역단체장을 거쳐 국회의원·제1야당 당 대표 이후 대선 재수를 통해
08.01
“군은 국민의 군대여야 합니다.” 7월 25일 국방장관으로 취임한 안규백 장관의 첫 일성이다. 그는 국방부가 더 이상 계엄의 도구가 아닌 헌법과 국민을 지키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밝혔다. 장병복지 향상, 첨단전력 확보, 한미동맹 강화, 방위산업 육성 등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런데 이런 정책 비전보다 더 크게 회자된 것은 그의 복무 이력이었다. 그는 64년 만에 임명된 문민장관이지만 단기사병(방위병) 출신이라는 이유로 조롱과 의심을 견뎌야 했다. 7월 15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안 후보자의 복무방식과 병역기록을 문제 삼았다. 후보자가 병무행정상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방위 출신 장관이 국가안보를 맡아도 되느냐”는 식의 질문을 이어갔다. 특히 여성 최초 소장(2성 장군) 출신인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은 “장관 후보자가 방위병 출신”이라며 “국가안보에 위기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국민들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단기사병’이라는 복무 형태가
07.31
이재명정부는 19개 중앙정부 부처 중 해양수산부만 부산으로 옮기는 결단을 내렸고 빠른 속도로 집행하고 있다.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열리고 있는 북극항로 시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고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호응하는 분위기다. 북극항로 전도사 역할을 자임한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 말처럼 ‘1000년만에 다가온 마지막 기회’를 살리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간 해수부가 실패할 가능성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잦은 출장’같이 예상되는 비효율을 줄여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해수부 부산 이전을 공약하면서 비효율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문제는 예산협의 방식을 바꾸면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록된 해수부 직원들의 세종시 관내출장은 1만6000여건이었다. 예산과 정책을 협의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정부부처들을 방문한 것이다. 모두 세종정부청사 안에 모여 있으니 등록을 하지 않고도
07.30
또 비가 왔다. 그것도 ‘기록적’ ‘극한’이라는 수식어가 또 붙은 비다. 충남지역은 이제 극한호우가 ‘새로운 일상’이 됐다. 이제 몇년째인지 세지 않는다. 원래 충남은 자연재해가 없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충청도 사람들 기질을 설명할 때 흔하게 나오는 단어가 ‘여유’ ‘온순’ 등이다. 그리고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이렇다 할 자연재해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를 잇는다. 이 같은 분석은 이제 옛말이 됐다. 올해 충남 서·북부권 극한폭우에는 ‘200년 만에 내린 비’라는 별칭이 따라붙었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100년 만에 내린 비’라고 했다. 다만 다른 점은 지난해 피해 중심지역이 충남 남부권 금강벨트라는 점 정도다. 금강의 다른 이름인 ‘백마강’이 위치한 충남 부여군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수해특별재난지역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부여군은 올해 이 같은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피해가 없다는 게 아니다. 그나마 서·북부권에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어서다. 갑
07.29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용산 구내매점에서 출입기자들과 조우했을 때의 일이다. ‘깜짝 미팅’ 소식을 들은 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일부는 이 대통령에게 다가가 명함을 내밀었다고 한다. 경호관이 접근을 막아서자 이 대통령은 오히려 경호관을 제지하고 직접 명함을 받으며 인사를 나눴다는 게 현장기자의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낮은 경호’를 표방하고 있다. 모터케이드(경호·의전을 위한 자동차 행렬)를 줄이고 출퇴근길 교통신호도 지킨다. ‘타운홀미팅’ 행사에서는 참석자들과 눈높이를 맞춰 가까이 앉는다.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같은 경호 기조가 이어질 예정이다. 반응은 호의적이다. ‘입틀막’ ‘체포영장 집행 저지’ 경호를 선보인 직전 정권 덕에 대비효과가 더 큰 것 같다. 하지만 마냥 좋아라할 일 만은 아니다. 대통령 경호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유세 중 흉탄이 귀를 스쳤
07.25
불과 몇년 전 일이다. 2019년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이뤄진 디지털 성착취 사건으로 전국이 충격에 빠졌다. 미래세대인 아동·청소년이 갈수록 심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위장수사(경찰이 신분을 비공개하거나 위장해 수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또다시 높아졌지만 법조계 반응은 냉랭했다. 전문가가 아닌 시민단체의 과도한 주장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여론이 들끓었고 위장수사가 도입됐다. 물론 위장수사가 100% 완벽한 제도일 수는 없다. 모든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끊임없이 현장에서 감시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하지만 한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당시 위장수사가 도입될 수 있던 건 미래세대가 디지털 성착취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총동원해야 한다는 시대정신 때문이었다. 이에 따른 제도적 문제점 등을 보완하는 건 전문가들의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2025년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뒤 우리는 6년 전과 비
07.24
“중국인들이 미국에 보유한 특허와 상표를 조사하고 대책을 강구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1월 20일 서명한 무역정책 행정명령에 포함된 내용이다. 지식재산(IP)이 무역정책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세계에 공포한 셈이다. 3월 16일 트럼프는 특허청장으로 골드만삭스 IP 수석고문 출신인 존 스과이어스를 임명했다. 스과이어스 청장은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첨단산업분야 전문성을 갖춘 특허변호사다. 그는 미국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강한 특허를 만들어 미국산업을 부흥시키고 국가안보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IP를 자국산업의 강력한 보호망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미국의 특허정책 기조는 이미 한국기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특허괴물로 불리는 NPE(특허수익화전문회사) 라디언메모리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 개입했다. 미국 법무부 반독점부서와 특허청을 대표하는 정부측 변호사 10명은 이 소송에 “‘예비금지조치(preliminary injunction)
07.23
대법원이 지난 16일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소송에서 주민소송단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이 제기된 지 12년 만이다. 대법원은 부풀려진 수요 예측에 근거해 추진된 용인경전철 사업으로 낭비된 세금 중 214억6000만원을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자치단체장의 무책임한 혈세낭비성 사업에 사법부가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용인경전철 사업과 유사한 형태로 경전철 민자사업이 추진된 타 지자체로 주민소송이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산김해경전철 의정부경전철 인천월미바다열차(옛 월미은하레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용인경전철을 비롯한 경전철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용인경전철 사업은 한국교통연구원의 수요예측 결과를 토대로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라 기획예산처가 민자유치대상사업으로 지정·고시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정부 민간투자지원센터에서 사업 타당성을 인증받았고 2004년 기획재정부장관이 위
07.22
21일부터 24일까지 ‘2025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벌써 17회를 맞이한 한국어교육자대회는 해외 세종학당에서 우리말을 가르치는 교육자 등 한국어 교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연수회입니다. 올해엔 전세계 49개국 세종학당 107개소의 교원 162명을 비롯해 300여명의 교원이 참석합니다. 김혜경 여사도 영상 축하를 보내 “세종학당 한국어 교원의 노고와 헌신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씨앗이 전세계에 퍼져 앞으로 찬란한 우리 문화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격려했습니다.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가 성황리에 열리는 것을 보면서 새삼 우리 사회에서 우리말을 얼마나 바르게 사용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할 때 외국인들도 바른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특히 쉬운 우리말 사용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학력이나 나이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습니다. 이는
07.21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50여 일이 되어간다. 그동안 이 대통령의 행보는 ‘정상화’로 요약할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황당무계한 계엄 시도와 권력이 틀어막고 있던 채 해병 사망사건, 김 여사 의혹 등의 진실을 찾기 위한 3대 특검법은 ‘과거’ 정상화의 출발이었다. 취임 첫날부터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며 국정을 살핀 모습은 계엄 이후 6개월 간의 국정 공백을 신속히 메우기 위한 ‘현재’ 정상화의 행보였다고 본다. 이같은 대통령의 행보는 국민들의 마음에 새겨지며 차곡차곡 쌓여간다. 이른바 민심 마일리지다. 이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은 대선 득표율 49.42%를 넘어서 60%대를 기록중이다. 조금씩 플러스 마일리지를 적립한 결과다. 이번 초대 내각 인선을 둘러싼 결정은 이 대통령에게 어떤 마일리지로 쌓일까. ‘갑질 의혹’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논문 표절 의혹’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고심하던 이 대통령은 ‘이진숙 후보자 지명
07.18
“떳떳하면 사정기관 통해서 권력자도 조사받고 측근도 조사 받고 하는 것이지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졌으니까 거부하는 겁니다.” 20대 대선이 본격화되던 2021년 12월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이같이 말했다. 지은 죄가 없으면 ‘대장동 특검’을 수용해 당당하게 수사를 받으라는 요구였다. 그랬던 그가 대통령이 된 후에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활용해 자신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특검법안을 회피하더니 새정부 출범 후 본격 가동된 특검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조은석 내란특검팀과 출석시간 출입방식 등을 놓고 신경전을 펼친 끝에 2차례 조사를 받은 게 전부다. 10일 재구속 이후론 출석요구를 아예 거부해 특검이 강제구인까지 나섰지만 윤 전 대통령이 완강히 버티는 바람에 2번이나 불발됐다. 이에 특검이 교정당국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여 3차 강제구인을 시도하자 윤 전 대통령측은 구속적부심을 신청했다.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는
07.17
정부가 6월 27일 내놓은 대출규제방안은 근래 들어 상당히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 대책의 효과가 오래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역대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서 단숨에 소멸한 적이 많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2005년 8.31대책이 꼽힌다. 8.31대책은 종합부동산세 대상을 공시가격 9억원 이상에서 6억원 이상으로 낮췄고 개인이 아닌 세대별로 합산 과세하도록 했다. 또 2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중과, 재건축 개발부담금 부과 등 부동산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이 대책은 당시 서울 강남권과 다주택자를 겨냥했다. 몇달간 강남에서 거래가 단절됐고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숨통이 트인 듯 했다. 이때 ‘똘똘한 한 채’라는 현상이 등장했다. 이것저것 다 팔아서 좋은 곳에 한 채만 가지면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시장이 알아내는 데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 결과 8.31대책 발표 후 2년간 서울지역 집값은 평균 35.6
07.16
최근 부산은 해양수산부 이전 이슈로 들썩인다. 20년을 끌어온 가덕도신공항도 이만큼 들뜨진 않았다. 윤석열정부 들어 줄기차게 하락세이던 부동산 시장부터 회복 조짐을 보인다. 임시청사가 들어설 동구 등 원도심 일대가 모처럼 활기를 찾은 데다 해운대와 수영까지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압도적인 의석의 여당이 뒤를 받쳐주니 해수부 이전이 빈말이 될 까닭도 없을 것 같다. 질질 끌까 걱정이었지만 순식간에 임시청사를 마련했고 리모델링을 거치면 연말 내 이전은 기정사실이 될 전망이다. 알다시피 부산은 1990년 이후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걸어왔다. 1995년 388만명으로 최정점을 찍은 인구는 줄기차게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30년이 지나면 300만명 선마저 무너질 전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방자치제 발전의 역사는 수도권 집중과 함께 했고, 제2의 도시 부산은 나락의 곡선을 그리며 ‘노인과 바다’라는 놀림의 대상이 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들은 줄기차게 제기됐지만 제대로 된
07.15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주주가치를 높이고 증시 상승세를 이끌기 위해서는 원칙적 소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자산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것으로 배당과 더불어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발행주식 수를 집계할 때 의결권, 배당권이 없는 자사주를 차감한다. 시가총액을 산출할 때 자사주는 아예 없는 셈 치는 것이다. 이에 미국에서는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 또는 지배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악용 되어왔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지배주주에 우호적인 기업과 맞교환해 서로의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우호적인 백기사, 제3자에게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배주주의 우호 지분 역할을 해왔다. 또 인적 분할 시 자사주 활용으로 추가 비용 없이 최대 주주의 지분율을 뻥튀기하며 지배력을 강화해 ‘자사주의 마법’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범여권에서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
07.14
청년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 중 하나는 ‘공정함’이다. 기성세대에 비해 훨씬 더 치열한 경쟁 속에 자라온 청년들에게 공정은 ‘생존을 위한 전제조건’과 같은 말이다. ‘패자부활전’이 거의 없는 사회에서 그들은 아주 작은 불공정함도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느껴 예민하게 반응한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남북 단일팀을 구성한다고 했을 때 청년세대의 반대가 큰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문재인정부는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부 9년을 거치면서 적대적 대북정책 전개와 통일교육 부족으로 청년세대들이 남북 단일팀에 반대한다고 분석했지만 이는 잘못 짚은 것이었다. 청년세대는 정치·사상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들의 기회가 뺏기는 것에 불공정함을 느껴 단일팀 구성에 반대했다. 청년세대가 예민하게 바라보는 ‘불공정 이슈’가 권력 관계에서 나타나는 형태가 바로 ‘갑질’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첫 내각의
07.11
범죄 피의자나 사건 관계인이 수사기관에 출석해 조사받을 때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이 기준은 지난 2019년 10월 문재인정부가 공개소환과 포토라인을 금지하면서 정착됐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구속되기 전인 지난달 말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공개 출석 요구에 반발하면서 이 원칙은 다시 논란이 됐다. 윤 전 대통령측은 출석 일정에 대한 협의 없이 특검이 언론에 공개했다며 강하게 항의했고, 특검 사무실 지하 출입을 고수하려 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혐의가 국민 전체가 피해자인 국가적 법익에 관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국민의 알 권리를 근거로 공개 출석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양측이 충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서울고등검찰청 현관으로 출석해 공개 조사를 수용했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6차례 출석 요구를 거부했던 전례에 비춰보면 한발 물러선 셈이다. 이제 시선은 김건희 여사에게로 쏠린다. 민중기 특별검사팀 조사를 앞둔 김 여사는 “정당한 소환
07.10
8일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 전망치를 발표했다. 전체 영업이익이 4조6000억원에 그쳤다. 이 가운데 반도체 사업 부문은 1조원 미만으로 추산된다. 수천억원에 불과하다는 전망도 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9조원 이상 기록할 전망이다. 불과 2년전인 2023년 상반기 SK하이닉스는 3조원 내외 분기별 손실을 기록했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삼성전자는 90년대 중반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른 뒤 2위와 큰 차이를 둔 1위를 지켜왔다. 삼성전자 지위는 영원할 것 같았다. 하지만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날갯짓에 두 회사 지위는 순식간에 역전됐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삼성전자가 모바일시대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취해 AI시대를 대비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임은 분명하다. 한번의 실기에 수십년 쌓아온 철옹성이 무너진 것이다. 세계 반도체 산업 지형도는 시시각각 변한다. 최근 특징은 개별 기업간 경쟁에서 국가간 경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국가
07.09
주택공급이 이재명정부 초반 국정동력을 좌우할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6억원 이상 대출 제한이라는 초유의 규제 카드를 꺼냈지만 공급이 뒤를 받쳐 주지 않으면 집값이 다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공급에 자신의 미래가 걸린 사람이 또 한명 있다. 최초의 5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오세훈 시장이다. 오 시장은 최근 “(제가) 얼마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주택공급에 최선을 다했는지에 대한 시민의 평가가 (출마 여부의)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급확대를 둘러싼 안팎의 여건은 험난하기 짝이 없다. 서울은 집을 새로 지을 땅이 없어 재건축·재개발 외엔 대규모 주택공급이 불가능하다. 대한민국 재건축 시장은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독특한 민관합작 부동산 프로젝트다. 공공이 개인 소유 아파트의 용적률을 올려 새 집을 짓게 해주고 이 과정에서 주민은 재산증식을, 공공은 개발이익을 얻는 시스템이다. 박원순 서울시와 문재인정부 불행의 시작은 전세계적인 금융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