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9
2025
노블레스 오블리제. ‘부와 권력은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수반한다’는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다. 사회지도층 혹은 상류층이 사회적 위치에 맞는 모범을 보이는 행위를 표현할 때 쓴다. ‘높은 사람이 세상을 걱정한다’는 심계천하(心系天下)와도 일맥 상통한다. 이 표현은 가끔 정반대 행동을 하는 이들을 비판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요즘 국내 유통공룡(재벌) 오너들이 그렇다. 부와 권력만큼 책임과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솔선수범은 눈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넉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유통그룹 오너들은 한목소리로 ‘위기’를 외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강도 높은 쇄신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무건전성을 높여야 한다”며 핏대를 세웠다. 롯데그룹이 사상 최악의 재무 건전성 위기에 빠졌던 시기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고물가와 불경기 등으로 시장상황이 나쁘다”며 “책임회피·온정주의 같은 조직 발전을 저해하는 병폐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05.08
지난 7일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기획재정부 내부 소통망에 이임사를 올렸다. 부총리 재직 1년4개월과 대통령 권한대행 88일의 소회를 썼다. 특히 대통령 권한대행 기간을 언급하며 기재부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했다. 정치권을 향한 메시지도 내놨다. 그는 “단기적인 인기영합적 의사결정을 배제하고 국가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우선하면서 공생의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이 국민이 행정부 공직자에게 부여한 사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직무에 충실한 공직자를 외부에서 흔들어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놨다. 100% 공감이 가는 말이다. 사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권교체가 반복되면서 공직자들은 ‘정치적 줄서기’를 강요받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직에 있던 공무원들은 ‘적폐’로 몰렸고 공직사회는 움츠러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이런 ‘강요’가 더 세지고 있다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최 전 부총리가 이런 주장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그가 12.3 내란사태
05.07
사법부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두드러져 보인다. 전직 대통령의 운명도 새 대통령 후보의 출마 자격도 헌법재판소 대법원 등 사법기관이 좌우하는 판이니 가히 사법부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이제는 '정치의 사법화’ ‘사법부의 정치화’ 같은 얘기도 일상적 용어가 됐다. 법과 법률기관에 눈길이 모이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참에 법치의 중요함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확산된다면 민주주의 회복에 적잖은 보탬이 될 것이다. 허나 법의 힘이 어느 때보다 커진 이른바 ‘만사법통’ 국면에서 꼭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바로 법이 규정한 기준은 상한이 아닌 하한선이라는 사실이다. 근로기준법 제3조는 “이 법에서 정한 노동조건은 최저기준이므로 노동관계 당사자는 이 기준을 이유로 노동조건을 낮출 수 없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나쁜’ 사업주들은 해당법이 5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한다는 이유 등으로 최저기준을 무시한다. 심지어 최근 노동시장엔 가짜 3.3% 노동자가 늘고 있다. 노동자이지만 계약서상
05.02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지난달 30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사저를 압수수색했다.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인 윤 모씨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가방 등을 전달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에 앞서 서울고검은 지난달 25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에 대해 재기수사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이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범들과 공모했거나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한 사건을 다시 수사하기로 한 것이다.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도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창원의창 지역구에 공천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뿐 아니라 함께 치러진 6.1 지방선거와 지난해 총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까지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된 이후
04.30
영어로 법률을 ‘Act’라고 한다. 요사이 국제 정치에서 최대 논란인 트럼프의 상응관세법을 Reciprocal Tariff Act라고 표기한다. Act는 동사로 쓰이면 ‘특정한 목적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을 취하다’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다’라는 뜻이다. 6.3 대통령 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대한민국은 말과 말이 난무하는 ‘약속의 천국’이다. 일찌감치 대선 후보를 결정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최종 경선을 앞둔 국민의힘에서도 약속이 넘쳐난다. 기자생활을 하며 선거 때마다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뽑아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답해봐야 손해 볼 일이 많아 대부분 손사래를 친다. 그래도 그렇게 묻는 사람은 건강한 이들이다. ‘묻지마 지지’ ‘묻지마 투표’에 익숙한 이들은 아예 질문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답을 정해 놓고 묻는 이들이 간혹 있기는 하다. 아마 “당신은 어느 편이냐”고 묻고 싶은 것일 게다. 덫에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 정말 궁
04.29
최근 금융위원회가 ‘ESG 공시(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시기와 대상, 형식을 기존 논의보다 더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초 금융위는 2021년 초 발표한 ESG 공시 단계적 의무화 계획을 통해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공시를 시행하고 2030년부터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에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행시점이 임박한 2023년 10월 갑자기 의무화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한 후 지금까지 구체적 시행시점 등 로드맵을 확정하지 않았다. 2023년 출범한 ESG 금융추진단은 첫해 세 차례, 작년엔 단 한 차례 회의를 진행하는 등 그동안 뭉그적거렸다. 그랬던 금융위가 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논의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23일 진행된 ESG 금융추진단 제5차 회의 내용에 따르면 금융위는 사실상 ‘2029년 시행’을 못 박고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의심된다. 김소영 금융
04.28
사람들은 변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물학적 본능일 수도 있고, 변화를 예측해 불리한 부분은 대비하고 유리한 부분은 선점하겠다는 생각에서 그럴 수도 있다. 6.3 대선이 한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 ‘변화’는 차기 대통령과 관련한 일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변 없이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경선에서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국민의힘은 아직 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4명의 후보가 경선을 치르는 중이다. 여기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개혁신당에서는 이준석 후보가, 진보당에서는 김재연 후보가 대선을 향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각 후보 진영은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판도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한 대행이 참전할지, 하게 되면 범보수 단일화는 가능할지, 그것이 대선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등. 후보에 대한 새로운 검증 사안이나 폭탄발언이 될지 모르는 말 한마디 한마
04.25
비대면 환경에서의 사기가 우리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해 문자사기(스미싱) 신고·차단건수는 219만건을 넘기며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어났다. 기관사칭형은 125만건으로 3배 이상 늘었고, 카카오 인스타그램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으로 속인 계정탈취형은 45만건으로 198배나 급증했다. QR코드를 활용한 ‘큐싱(QR+피싱)’까지 더해지며 일상생활의 모든 접점이 범죄표적이 되고 있다. 사기범죄는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3년 한해 동안 정부기관을 사칭한 현금 탈취가 1000억원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일본도 같은 해 피싱을 포함한 사기피해가 3892억원이나 됐다. 중국은 지난해 5월 기준으로 통신망 사기 54만3000건을 적발한 바 있다.(KISA 국내·외 피싱 대응 현황과 시사점) 보안기업 볼스터(Bolster)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피싱 사이트는 2020년 694만개에서 2023년 1343만
04.24
미국정부는 이달 초 대한민국에 상호관세 25%를 매긴다고 발표했다. 불과 며칠 뒤 이 조치를 90일간 유예했다. 상호관세라는 이름부터 마음에 안들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정한 세율 계산법은 더욱 황당했다. 해당국과의 무역적자액을 해당국에서 수입한 금액으로 나눈 비율을 다시 절반으로 나눠서 세율을 정하다니. 아쉬움을 넘어 부아가 치미는 것은 우리 정부와 국회가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란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이지만 일방적인 미국의 조치나 주장임에도 변변한 입장표명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상호관세 발표에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를 공개했다. USTR은 우리 정부나 국회가 적용하거나 추진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망 사용료 부과 법안’ ‘클라우드 보안인증 프로그램(CSAP)’ 등을 “반경쟁적” “진입장벽”이라고 지적했다. USTR 보고서는 관세폭탄 정국에 올라타 자국 기업들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04.2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공약이 6.3 대선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아직 구체적 청사진이 나오기 전인데도 인천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등 지자체 간 해수부 유치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런데 환영하고 나서야 할 부산시의 반응은 의외로 미지근하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했지만 그다지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박 시장은 이 후보 공약에 대해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다”거나 “부산에 대한 무관심과 무신경을 넘어 본질 회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고 평가절하 했다. 이런 반응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부산은 오래 전부터 해양수도를 외쳐왔다. 해수부 이전은 이를 완성하기 위한 최대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박근혜정부에서도 해수부 부활과 본부 부산 이전을 약속했다. 그동안 지자체들은 숙원사업을 대선 공약에 담는데 사활을 걸어 왔다. 그런데 이번 해수부 이전 문제는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의 제안 아닌가.
04.22
아무리 실험이라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다. 돈은 돌아야 하는 데 지갑속에서 잠자는 화폐는 의미가 없다. 게다가 그 기능과 효용 등을 실험하는 단계의 화폐라면 유의미한 검증이나 통계를 얻기 위해서라도 거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한국은행이 이달 1일부터 시작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거래 실험인 ‘한강 프로젝트’의 흥행이 저조한 상황이다. 한은이 21일 공개한 이 프로젝트의 진행 현황에 따르면 지금까지 개설된 전자지갑은 모두 5만1766개다. 당초 10만명을 대상으로 6월 말까지 진행하기로 한 실험인데 아직 목표 인원도 채우지 못한 셈이다. 지금까지 누적 거래건수는 2만9591건이다. 자신의 은행 예금계좌에서 전자지갑으로 토큰화해 입급한 건수(1만5000여건)와 지갑에서 다시 예금계좌로 전환한 건수(2100여건)를 빼면 실제로 온·오프라인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결제한 건수는 1만2053건에 그친다. 하루 평균 600건에 불과하다. 한은은 “사용처가 제한돼 있고
04.21
보수진영의 ‘기승전 용병’ 습성이 또 도지고 있다. 위기 때마다 밖에서 용병을 데려와 문제를 해결하려 한 과거 전례를 되풀이하려는 것이다. 그동안 보수진영은 검증 안된 정치신인을 국민 앞에 불쑥 내놓고는 표를 읍소했다. 후과는 컸다. 경험이 없는 신인들은 숱한 실정과 논란을 자초했고 실패를 반복했다. 1996년 김영삼정권은 자신이 내쫓은 판사 출신 이회창 전 총리를 총선 선대위원장으로 재발탁했다. 이 전 총리의 ‘대쪽 이미지’를 팔아 누적된 국정위기를 돌파하려 한 것이다. 당시 그를 지근에서 모셨던 한 인사는 이 전 총리에 대해 “미래에 대한 고민은 터럭만큼도 없는 그냥 판사”라고 평했다. 정치신인 이회창은 결국 두 차례 대선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고 보수는 ‘10년 야당’의 설움을 겪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용병으로 쓰려 했다. 세계적 유명세를 이용하겠다는 계산이었지만, ‘기름 바른 장어’로 통하던 평생 외교관 반 전 총장의 정치인 변신은
04.18
지난해 이때쯤 회사 선배로부터 “김장하 선생이라고 진주에서 한약방을 했던 훌륭한 분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만 해도 의정갈등 상황에 정신이 없던 터라 그 얘기는 그냥 흘려들었다. 그러다가 12.3 계엄사태가 한달 넘어가면서 내란성 불면의 시간을 보내던 올 연초 깊은 밤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순식간에 ‘내란성 불면’이 사라졌다. ‘어른 김장하’는 경남 진주에서 1963년부터 ‘남성당’ 한약방을 열고 수많은 사람들을 도우면서도 이름 내기를 달가워하지 않은 김장하 선생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가족을 돌봐야 했던 김 선생은 19세에 한약업사 자격을 얻고 그때부터 한약업에 종사했다. 시간이 흘러 한약방은 문전성시를 이뤄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김 선생은 그렇게 번 돈을 주위의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줬다. 그 이유에 대해 김 선생은 “내가 배우지 못했던 원인이 오직 가난이었다면 그 억울함을 다른 나의 후배들
04.17
대한민국이 성장해 온 지정학적 발판이 흔들리고 있다. 진앙은 미국과 중국이고, 지진 규모는 가늠하기도 어려운 정도다. 관세전쟁은 이미 시작됐고 해양에서도 두 세력판이 충돌할 기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미국의 해양지배력 회복’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해 4월 연방의회 민주·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이 함께 채택한 ‘국가해양전략을 위한 의회지침’에서 밝힌 진단과 처방을 대부분 담았다. 중국의 해양력에 뒤쳐졌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경쟁력을 강화하자고 내놓은 미 의회의 ‘신해양전략’은 초당적으로 채택됐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과 의회지침을 주도했던 공화당의 두 의원은 트럼프 2기 국무장관과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돼 새로운 세계 전략을 짜고 있다. 행정명령은 ‘해양력 약화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명확히 적시했다. 미국의 해양능력 약화는 지난 수십년 정부가 방치한 결과였다. 한때 강력했던 관련 산업 기반은 쇠퇴했고, 이는 '적대국들'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대륙
04.16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여 둠. 또는 그렇게 정한 내용.’ 국어사전에 나와있는 ‘약속’의 정의다. 약속을 잘 지키면 믿음과 신뢰에 기반 한 인간관계가 가능하다. 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가 약속을 잘 지켜야 국민은 의무를 다하게 된다. 불신이 팽배하면 그만큼 정책 집행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국가 자원이 낭비된다. 국가 운영에 있어 그 만큼 약속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해 “전남에서 설립 대학을 정해 오면”이라는 조건을 달아 전남 의대 신설을 약속했다. 그동안 목포대와 순천대는 의대 설립을 두고 30년 가까이 싸워왔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단골로 악용했다. 감정의 골이 커질 대로 커진 탓에 누구 하나 나서서 두 대학을 설득하지 못했다. 대통령과 총리도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전남도는 만만치 않은 조건이었지만 30년 숙원이 해결될 것이란 기대를 품고 해법찾기를
04.15
“홈플러스 기업회생을 준비하면서 전단채 등을 발행했을 가능성이 높아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가 매우 의심됩니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사법처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수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의 말이다.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의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특수수사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예정이어서 사법처리 전망은 현실화 가능성이 커 보인다. 수천억원의 피해가 예상되는 투자자들,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소상공인, 직장을 잃을 지도 모르는 홈플러스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MBK파트너스의 대처는 수습이 아니라 사태를 더 악화시켜왔다. 구체성이 없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 이후 사태 수습에 터무니없이 적은 1000억원대 지원, 그마저도 600억원은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이다. 홈플러스는 사모펀드로부터 600억원의 대출을 받으면서 10%의 이자를 내야
04.14
87체제 이후 벌써 두번째 대통령 파면을 경험하면서 적절한 때에 적합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절실히 깨닫는다. 시대 흐름과 국민의 요구를 ‘언제, 누구를’ 통해 발현시키느냐의 문제다. 탄핵정국이 끝나고 조기대선 일정이 시작됐다. 당분간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는 ‘탄핵의 강’ 논란이 중심이 될 것 같은데, 출마자 면면을 보자면 ‘정말 선거로 이길 생각이 있는 정당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은 경선보다는 본선 이후 준비가 얼마나 충실한가가 더 중요해 보인다. 정권교체 기대감이 높은 상황에서 이재명 전 대표가 차기 경쟁에서 앞서는 상황이 꽤 오래 지속되는 영향이 크다. 탄핵정국을 매듭짓는다는 의미에서 다음정부는 국민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고 출발하는 정권이길 기대한다. 아직도 승복하지 못하는 ‘반탄’ 주장을 억제하고, 통상외교 위기 국면을 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갈 국정동력을 확보하는 과제다. 1987년 대선 이후 과반 득표 당선자가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
04.11
윤석열 전 대통령은 왜 2024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했을까. 솔직히 아직도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다. 세간의 구구한 억측과 달리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이었다. 비상계엄 당일 현장을 지켜봤던 국민들은 파면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재판관들은 변론을 끝내고도 38일이 돼서야 결론을 내놓았다. 현직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아는 만큼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고심한 끝에 내놓은 것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대통령 파면이 가져올 파장을 최소화할 ‘완결된’ 결정문을 내놓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30여년을 법률가로 살아온 8명의 재판관들이 모두 동일한 탄핵인용 의견을 낸 것은 그만큼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은 윤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성향의 재판관으로, 윤 전 대통령 지지자
04.10
“벤처생태계가 한계에 봉착했다. 위기다.” 최근에 만난 벤처기업인들의 우려다. 단순히 개별 벤처기업의 사업평가가 아니다. 한국경제를 재도약시킬 동력의 상실을 걱정하고 있다. 벤처기업은 한국경제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IMF 외환위기 직후 일어난 ‘제1 벤처붐’은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19년 시작된 ‘제2 벤처붐’도 코로나 대유행을 극복하는 힘이 됐다. 2021년에는 벤처버블 이후 코스닥지수 1000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실제 벤처생태계 규모는 크게 확대됐다. 벤처기업은 1998년 2042개에서 2023년 4만81개로 20배다. 투자조합은 같은 기간 12개에서 72배 늘어난 859개다. 벤처펀드 신규결성액도 825억원에서 12조7627억원으로 155배 확대됐다. 하지만 벤처생태계 성장은 2021년을 기점으로 꺾였다. 2024년 창업기업(118만2905개)은 2016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적었다. 창업의 질을 보여주는 기술기반 창업도 4년 연속 감
04.09
서울 영등포구가 개최하는 ‘2025년 여의도 봄꽃축제’가 시작된 8일 정오. 시각장애인 12명이 ‘특별한 나들이’에 나섰다. 만개한 봄꽃을 즐기는 시민들 대열에 합류한 참이다.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꽃을 즐기나”라는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주민들은 눈 대신 귀와 손 혀끝으로 축제를 만끽했다. 영등포구는 주민들이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을 통해 축제를 체험하도록 구성했다. 봄꽃을 만지고 거리공연을 듣고 샌드위치를 맛보는 식이다. ‘봄꽃 동행 팸투어’는 축제 마지막날까지 매일 정오에 진행된다. 58명이 동반자와 함께 방문하고 해설사 10명이 동행해 축제를 즐기도록 돕는다. 민선 8기 들어 장애인들을 위한 특별한 나들이를 선보이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노원구는 일찌감치 장애 아동·청소년과 가족 활동보조인까지 눈썰매장에 초청했다. 보호자 등이 희망한 행사였다. 눈썰매장 마감에 앞서 하루를 통째로 내줬다. 지난 겨울에는 중랑구와 도봉구도 장애 아동·청소년을 위한 눈썰매장을 하루 운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