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0
2026
이른바 ‘사법개혁 3법’ 즉 법왜곡죄 처벌규정을 신설한 형법, ‘재판소원’을 도입한 헌법재판소법,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 법률이 지난 12일 시행되면서 이에 대응하느라 사법부가 바빠졌다. 그동안 반대하는 입장을 바꿔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법원행정처장 직무를 대리하는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은 지난 16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사법 3법’과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추진할 방안과 대책을 공유했다. 우선 법왜곡죄 신설에 대응해 ‘형사재판 보호·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법을 왜곡해 적용하는 형사 법관 등을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어서 법관의 위축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재판소원 도입에 따른 제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 조직도 꾸린다. 재판소원 제도 안정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재판소원 후속조치 연구반’을 구성해 앞으로 문제될 수 있는 여러 쟁점들에 관해 체계적인 검토와 연구를
03.19
최근 유통·식품업계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장면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인하다. 라면과 식용유는 물론 빵 과자까지 줄줄이 가격을 내리고 있다. 정부 물가안정 기조에 맞춰 국내 식품기업들이 일제히 움직인 결과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라면 4사는 다음달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최대 두자리수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제과·제빵업계도 동참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빵 가격을 내렸고 해태제과 역시 일부 제품 가격을 조정했다. 식용유업계까지 가세하며 가격인하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표면적 이유는 원재료 가격하락이지만 실제 흐름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압박이 작용한 측면이 적지 않다. 밀가루와 설탕 가격인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이후 이뤄졌고 이후 식품기업 간담회 등을 통해 분위기가 형성됐다. 결과적으로 국내 식품기업들은 수익성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물가안정 정책에 발을 맞추는 선택한 셈이다. 문제는 같은 시기 외식업계, 특히 글로벌 프랜차이즈 행보다. 맥도날드 K
03.18
상대를 향한 여야의 칼날은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과다 대표되는 강경파와 이들을 강하게 묶어주고 지침을 공유하는 유튜브의 영향이 날로 확장된 결과다. 알고리즘은 반목의 강도를 더 강화시킨다. 여야 모두 자기편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가다 보니 어느새 간격은 보이지 않을 만큼 벌어졌다. 지도부도 중진도 갈라졌다. 해법이 오리무중이다. 남은 건 ‘국회의장’이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은 무소속이다. 중립적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강화시키는 제도와 관행을 갖고 있다. 국회의장은 사실상 다수당에서 뽑힌다. ‘다수당 편’이라는 오해를 제거하기 위해 탈당해 무소속으로 직무를 수행한다. 그렇지만 누구도 ‘무소속’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국가의 ‘큰 어른’으로 존경받는 의장은 많지 않다. 한때는 대통령에 의해 사실상 점지되던 의장이 정권 편향적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세균 전 의장은 의장으로 정치를 마무리하던 관례까지 깼다. 입법부 대표를 마친
03.17
기획예산처는 국가자원의 배분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재정사령탑이다. 조직특성상 수장의 정책기조는 실물경제에 즉각 영향을 미친다. 4선 의원 출신인 박홍근 후보자가 초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 최근 간담회에서 밝힌 재정운용 방향에 주목해봤다. 박 후보자를 설명하는 일화 중 가장 눈에 띈 대목은 학창시절 소아마비 친구를 위해 9년간 가방을 들어주며 등하교를 도운 일이다. 몇 달쯤이야 어떻게 가능하겠지만 9년을 한결같이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타인의 결핍을 자신의 일상으로 수용하는 끈기와 인간성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대학시절 본인의 장학금을 더 어려운 동료에게 양보했다거나, 25년째 15평형 아파트에 거주한 행보 역시 정치인 박홍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다. 최근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박 후보자는 이러한 개인적 가치관을 구체적인 재정정책으로 바꿔 제시했다. 그는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관행적으로 낭비되는 불요불급한 예산에 대
03.16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2019년 말 이후 세번째 추진됐으나 결국 희망고문으로 끝날 전망이다. 마지막 불씨가 남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정치권은 이미 6.3지방선거 체제에 돌입했다. 2020년에는 공론화 부족 등에 따른 잠정중단, 2024년에는 시도간 의견대립으로 무산됐다가 올 1월 이재명정부발로 다시 추진된 세번째 도전도 사실상 물거품이 된 셈이다. 이재명정부가 지난 1월 광역행정통합 지자체에 4년간 20조원을 지원하고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우선 배치한다는 안을 내놓자 대구시와 경북도는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행정통합안을 다시 탁상에 올렸다. 2019년부터 줄곧 통합추진 전면에 앞장섰던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이번에도 총대를 멨고 대구시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김정기 행정부시장도 맞장구를 치며 호응했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6.3지방선거를 두고 손해볼 게 없는 선택이었다. 통합이 되면 일등공신은 자기 몫이었다. 나아가 대구시까지 포함한 통합단체장이 될 수 있었다. 설사 안되더라도 정부
03.13
한국 사회의 독서 기반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38.5%로 나타났다. 성인 10명 중 6명은 최근 1년 동안 책을 읽지 않았다. 종합 독서율은 종이책과 함께 전자책 오디오북 독서율을 합한 수치다. 2023년 43.0%보다 4.5%p 감소했다. 종합 독서율이 40%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93년 조사 이래 처음이다. 종이책 독서율로만 한정하면 28.8%에 불과하다. 독서 환경의 변화도 뚜렷하게 감지된다. 종이책 독서율은 감소하는 반면 디지털 독서가 확대되고 있다. 오디오북 독서율의 경우 다른 매체를 통한 독서율이 2023년보다 감소한 것과 달리 유일하게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스마트폰과 영상 중심 콘텐츠 소비가 자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책 대신 짧은 영상이나 온라인 콘텐츠로 정보를 얻는다. 여기에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까지 등장했다.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글을 생성하
03.12
느닷없이 기습을 당하면 기분 나쁘다. 인지상정이다. 기업도 다를 게 없다. 갑작스런 공세엔 신경이 더 많이 쓰인다. 뭔 꿍꿍이셈인지 괜스레 찜찜하다. 지난달 초 한국 스포츠용품시장에 불쑥 얼굴을 내민 ‘온’ 행보가 그랬다. 이름도 생소한 온은 스스로를 ‘스위스 프리미엄 스포츠웨어 브랜드’라고 소개했다. 2010년 스위스에서 태어났고 알프스가 고향(본사)이다. 업력은 짧지만 웬만한 스포츠의류와 신발을 다 만든다. 200단계에 달하는 전통적인 신발 제조공정을 로봇이 특수 소재를 분사해 상부(갑피)를 한번에 제작하는 압축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라이트스프레이란 기술에 특화했단 의미다. 소개글만 보면 기술력과 효율성만큼은 자신감에 차있다. 온은 그러면서 부산에 공장을 지었다는 사실을 굳이 밝혔다. 듣고 보니 경쟁 치열한 한국스포츠용품시장에 후발주자 하나가 새로 합류한 것 이상의 행보였던 셈이다. 인력을 거의 쓰지 않는 로봇공장이라지만 생산시설까지 들여온 외국기업은 드물다. 나이키 아디
03.11
올해 들어 온통 대전과 충남을 들끓게 했던 행정통합 추진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듯하다. 3월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충남대전 행정통합 특별법’ 통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행정통합 추진을 선언한 2024년 11월 이후 1년 4개월을 되짚어보면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본 기분이다. 물론 길게 보면 새로운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대장정의 한 장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우리는 장기적으로 모두 죽는다’는 케인즈의 말처럼 하나마나한 이야기다. 대전과 충남이 이번 행정통합 논란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사실 아리송하다. ‘참 쉽지 않구나’하는 현실의 벽 정도라고 할까. 지방정부나 정치권은 행정통합 추진 이유를 “우리의 경쟁력을 확보해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럴 듯한 이유이지만 정작 많은 대전·충남 주민들은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행정통합이 어떠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아무도 제대로
03.10
최근 경기도에서 1700만원 상당의 컴퓨터그래픽처리장치(GPU) 도난 사건이 벌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도품목이 귀금속이 아닌 컴퓨터 부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정작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그 범죄의 배후에 도사린 인공지능(AI)의 존재다. 놀랍게도 이 절도범의 주된 목적은 단순한 금전 탈취가 아니었다. 자신이 당한 ‘리딩방’ 사기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어떻게 해야 경찰수사에 속도가 붙을지를 생성형 AI인 챗GPT에게 물었고 챗GPT는 “절도범행으로 얻은 돈을 사기계좌에 입금하면 경찰의 리딩방 피해 수사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조언했다. 절도범은 그 조언에 따라 범죄를 실행한 것이다. 생성형AI의 기발한 답변에 여기저기 감탄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 사건은 기술의 진보가 가져온 편리함이 범죄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다. 일반적인 금융 및 제조기업은 더 나은 상품을 만들려고 매진하지만 보험업계는 상품개발
03.09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해 공습을 가하면서 시작된 군사충돌이 벌써 일주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 여파가 어디로 튈지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운다. 각국 정부 또한 중동 지역 자국민 보호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세계가 어느 때보다도 촘촘히 연결된 지금 전쟁은 멀리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유가상승, 해상 물류 차질,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전쟁의 파장은 곧바로 각국 경제와 국민의 일상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동 상황이 격화되면서 에너지 수급과 교역, 재외국민 안전문제까지 복합적인 영향권 안에 들게 됐다. 이럴 때 대통령의 책무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을 안심시키고, 국가를 전쟁의 영향권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놓는 일이다. 전쟁에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국제사회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경제와 안보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대통령의 핵심 역할이 될 것이다. 최근 외신이 주목한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은 이러한 맥락
03.06
국제 원당·원맥가격 하락에 따른 사회적 압박에도 꿈쩍않던 설탕과 밀가루 가격이 갑자기 내려갔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논리가 작동한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수사와 제재가 본격화되자 기업들이 가격표를 고쳐 붙였다. 원가가 아니라 사법 리스크에 반응한 것이다. 검찰이 밝힌 담합 규모는 9조9409억원이다. 주요 제분사들이 가격인상폭을 사전에 조율하고 이를 업계에 전달한 정황도 드러났다. 밀가루 가격은 최고 42.4%, 설탕은 66.7%까지 올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는 빵과 과자, 외식물가로 이어지는 생활물가의 출발점이 왜곡됐음을 보여준다. 문제의 핵심은 반복이다. 제분업체는 두 번째, 설탕업체는 세 번째 적발됐다. 한 차례 제재로 멈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다. 적발에 따른 손해보다 담합으로 얻는 이익이 크다는 계산이 작동해왔다는 뜻이다.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허 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자
03.05
“부산으로 간 해양수산부가 해양강국 사령탑이 아니라 ‘해양부산부’가 되면 북극항로 개척과 해양수도권 건설은 실패한다.” 세종시에 모여 있는 정부 부처 중 단 하나, 해수부를 떼어내서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한 이후 나온 이야기다. 북극항로 개척도 해양수도권 건설도 모두 대한민국의 성장전략이고, 지정학적 한계와 자원빈국의 저주를 극복할 ‘마지막 기회’로 추진하는데 자칫 정치권의 부산 선거전략에 이용되는 식으로 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세종시는 노무현정부에서 추진한 국가전략의 산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9월 제16대 대통령선거 새천년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한계에 부딪힌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해 청와대와 중앙부처부터 옮겨가겠다. 수도권 집중과 비대화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공약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그 이후 이명박정부에서 기업도시로 방향을 틀었지만 박근혜정부 시절 행
03.04
더불어민주당이 2일 경기지사 후보 경선 대진표를 확정하면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경선확정 지역 중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현역 단체장이 포함된 경기지사 후보 경선이 가장 치열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경기지사 경선엔 김동연 지사와 권칠승·추미애·한준호 국회의원, 양기대 전 국회의원까지 5명이 출전한다. 5인 예비경선을 거쳐 본경선에 나설 3명의 후보자를 가린다. 만약 예비경선을 통과한 여성, 청년 후보가 없을 경우 1명을 추가해 4인 경선을 실시한다. 따라서 유일한 여성 후보인 추 의원의 본선 진출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사실상 남은 두자리를 놓고 4명이 경쟁하는 구도인데 가장 큰 변수는 경선룰이다. 예비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100%로 진행되고 본경선은 ‘권리당원 50%, 일반 여론조사 50%’가 적용된다. 결국 ‘당심’을 잡아야 예선을 통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지사는 2일 출판기념회에서 객석을 향해 ‘큰절’을 하면서 “오만했고 부족했다”고 고백
03.03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1, 2차 상법 개정 이후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입법은 주주권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정상화의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하면서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와 진정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의 진입이 기대된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로드맵 초안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2028년부터 연결 자산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의무화하는 방안은 국제 기준과 속도에 비해 크게 후퇴한 안이다. 이에 해당되는 기업은 58개사, 전체 코스피 상장사의 약 6.9%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2025년 자산 2조원 이상 적용’ 계획과 통상적으로 대기업을 분류하는 기준을 자산 2조원으로 삼아온 관례에 비추어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글로벌 공급망의 직접적 경쟁국인 일본의 경
02.27
부동산 가격 논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가격조정 국면마다 기득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전세난·월세난 우려와 공급부족을 근거로 한 정책실패론이 반복된다. 그러나 지금 사회가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가격하락이 아니라 과도한 주거비가 만든 구조적 불평등이다. 핵심은 가격이 아니라 출발선이다. 주거비 상승으로 청년과 무주택자는 시장 진입이 어려워졌다. 자산 보유층은 가격방어를 요구하고 무주택자는 대출에 의존해 뒤늦게 진입한다. 이처럼 출발선이 다른 시장에서 가격논쟁만 반복하는 것은 본질을 비켜난다.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은 26.8에 달한다. 26.8년을 한푼도 안쓰고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20·30대 가구주의 자산 점유율은 약 10%대 초반인 반면 부채 점유율은 20% 안팎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은 청년에게 빚, 기성세대에는 자산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 분석에서도 집값이 5% 오르면 50세 미만 후생은 0.23% 줄고 50세 이상 자산은 0.26% 늘어난다
02.26
“미국 하원의 의견청취로까지 이어진 상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쿠팡의 모기업인 미국 쿠팡Inc가 25일 내놓은 입장문이다. 해롤드 로저스 한국법인 임시대표가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약 7시간 동안 비공개 증언을 마친 뒤다. 단어집에서 ‘유감’을 찾아봤다. ‘못마땅하고 섭섭한 느낌이 있다’는 의미다. 외교적 표현으로는 ‘어떤 국가나 단체의 대표자가 다른 국가·단체 대표자의 그릇된 말과 행동에 대해 항의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어 주기를 요청할 때 쓰는 말’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쿠팡은 한국정부의 대응이 못마땅해 항의하고 있는 셈이다. 3370만명의 한국국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미안함은 찾아볼 수 없다. 쿠팡은 ‘한미 간 가교역할’과 ‘한미 안보동맹 강화’도 거론했다. 랍 포터 쿠팡Inc 글로벌 대외협력최고책임자(CGAO)는 처음으로 “건설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정부를 뒷배로 은근히 협
02.25
세계 금융지도를 보면 한가지 흐름이 보인다. 주요 국가들이 금융을 몇몇 핵심 도시를 축으로 키워왔다는 사실이다. 영국은 런던을 국제금융의 중심으로, 에든버러를 자산운용과 연금 분야의 중심지로 키워왔다. 미국 역시 뉴욕이 금융의 중심이지만 기술·벤처 자금은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중국은 홍콩과 상하이의 기능을 분화했고, 일본도 도쿄를 중심에 두되 오사카는 파생상품 시장 등에서 보완적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 사례는 분산이 아니라 전략적 분업의 결과다. 중심은 명확했고, 기능은 겹치지 않았으며, 정책 일관성이 유지됐다. 성과 또한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국은 2009년 서울과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하며 두 축 체제를 선택했다. 서울은 종합금융, 부산은 해양·파생상품·공공금융 특화라는 구도다. 부산에는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가 자리했고,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주요 공공 금융기관도 이전했다. 최근에는 디지털 금융과 블록체인 산업을 더하며 특
02.24
코스피 지수가 5000을 넘어 6000에 육박하고 있다. 주가상승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주식시장 과열로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굳건하다면 악재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주가상승의 바람은 거품처럼 꺼질 수 있어서다. 자본시장 신뢰의 가장 밑바탕은 회계정보의 신뢰다. 기업들이 보여주는 재무제표 등 재무건전성에 대한 신뢰 없이 자본시장은 성장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기업의 외부감사인 선임 계약을 둘러싼 회계법인들의 출혈경쟁은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주기적 지정제’라는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까지 도입했지만,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으며 상황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회계투명성 향상을 위한 ‘극약처방’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올 들어 금융당국의 감사인 지정에서 풀린 기업들의 감사보수가 전년 대비 최대 50% 이하로 떨어지는 사
02.23
“선거에서 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후 가진 20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6.3 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승리를 향한 절박함이 묻어나는 발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현재 그의 행보는 승리가 아닌 ‘선거 패배’를 향해 달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장 대표가 자신만의 ‘타임스케줄’을 언급했을 때, 많은 이들이 그가 강성 지지층의 울타리를 넘어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합리적 보수로 나가는 흐름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죄 유죄 선고에 대해 “안타깝고 참담하다”고 밝힌 그는 ‘윤 어게인’ 세력과의 단절을 요구하는 내부의 목소리를 향해 오히려 그들이 ‘절연 대상’이라며 날을 세웠다. 지금 장 대표가 보여주는 극우 보수 세력과의 결합,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에 편승하는 태도는 당의 체질을 바꾸기는커녕 국민의힘을 스스로 고립시키는 ‘갈라파고스
02.20
2012년 여름,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새누리당 소속 어느 국회의원의 비위의혹을 수사 중이었다. 집권세력 주류 정치인을 검찰 아닌 경찰이 겨냥했다는 사실은 화제였다. 그러나 피의자는 약 5개월간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 한 차례 ‘기습 출두’를 끝으로 수사망을 벗어났다. 당시 수사팀은 혐의 입증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사건을 조용히 마무리해야 했다. 검찰이 주요 사건을 독점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의 경찰은 상전벽해를 느끼게 한다. 검찰청 폐지,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둔 가운데 ‘권력형 사건’들로 문전성시다. 그런데 경찰은 유독 권력과 맞닿은 지점에서 국민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곤 했다. 최근에는 각종 비위의혹을 받는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해 출석요구가 오래 걸렸다는 점이, 강선우 의원 공천헌금 의혹 수사 초기에는 증거 및 관련자 신병 확보 조치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봐주기’ 논란을 낳았다. 반대로 지난해 김건희 특검 조사를 받던 양평군청 사무관의 사망 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