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3
2026
우리나라 국민이 연간 사용하는 경상의료비가 2024년 213조1000억원(GDP 대비 8.4%, 잠정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의료비는 공적의무로 부담하는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과 민간보험 환자자부담 등 민간영역에서 지출하는 보건의료서비스, 재화 사용을 위해 국민전체가 연간 지출하는 총액을 말한다. 2023년 203조4000억원이었던 경상의료비는 1년 만에 10조원 늘어났다. 10년 전인 2015년 112조5000억에 비하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렇게 1인당 경상의료비는 연 412만1000원으로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그것이 실제 국민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의문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강수명은 2022년 69.9세로 2018년 70.4세에 비해 오히려 0.5세 줄었다. 건강수명과 기대수명과의 격차는 2018년 12.3세에서 2022년 12.8세로 0.5세 더 벌어졌다. 소득수준별 건강수명 격차도 2022년 8.4세로
04.02
출범 6개월 만에 의결정족수를 갖췄다. 전신인 방송통신위원회까지 포함하면 3년여 만이다. 하지만 아직 완성형은 아니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 한구석이 비어있다. 대한민국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얘기다. 방송미디어의 자유와 공공성·공익성, 표현의 자유와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는 역할과 책임을 생각하면 방미통위 정상화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사이 방송미디어 환경은 너무도 많이 변했다. 미국 빅테크 자본과 기술을 등에 업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튜브 넷플릭스 등)가 미디어 생태계를 장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규제공백 속에서 주요 방송사들은 내부 갈등이 극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정책 관심에서 멀어진 유료방송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은 숨넘어갈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의 대한민국 방송미디어 시장 상황이다. 왜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을까. 그것은 정치권 상황이 너무 극명하게 위원회에 투영됐기 때문이다. 주요한 사안 하나하나마다 둘로 나뉘어 갈등했다. 그 갈등이 파국에 이르면서 3년
04.01
“저게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의심하면 징역이라는 건가?” “부정선거가 아니라고 의심하면 징역이라는 얘기도 같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들이 두런두런 나누는 얘기를 듣다가 고개를 드니 ‘부정선거 의심하면 징역 10년’이라 쓰인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행인들은 “아직도 저러는 사람들이 있다”고 코웃음을 치면서도 “자꾸 저러면 또 믿는 사람들이 있다”고 우려한다. 6.3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다시 거리에서 ‘부정선거’ 현수막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한동안 ‘혐중·부정선거’ 현수막 단속을 강화한다더니 ‘혐중’이 빠진 내용은 괜찮은가보다. 거리뿐 아니다. 누리소통망에서도 ‘이미 기표가 끝난 투표용지’ 사진이 다시 떠돌고 ‘카더라’로 채워진 영상에 ‘좋아요’가 줄을 잇는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물론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는 각종 선거 업무를 최일선에서 담당하는 건 기초지자체 공무원이다. 선거인 명부 작성부터 공보물 발송과 투·개표 등 전반에 걸쳐 이들 손길이 닿는다.
03.31
전국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이른바 보수·진보진영에서 ‘후보 단일화’가 한창이다. 민선 교육감은 민선 시·도지사와 함께 지방자치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왔다. 특히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 등 고등교육을 제외한 영유아 및 초중고 교육을 담당하는 핵심기관의 장으로 그 위상이 높아져 왔다. 전체적인 교육 틀은 중앙정부에서 짜지만 이를 실제로 집행하는 곳은 교육감과 산하 교육기관들이다. 애초 민선 교육감은 따로 선출된 교육위원회 소속 교육위원들만의 소수 간선제로 뽑았다. 이후 학교운영위원들로 선거인단을 늘였지만 간선제가 지닌 한계로 2006년 법개정을 거쳐 주민직선제로 전환됐다. 2007년 부산교육감 선거가 첫 주민 직접선거다. 교육감 선거는 정치 등 ‘외풍’을 차단한다는 취지에서 정당 공천이 배제돼 자연스레 교육단체들의 영향력이 커졌다. 교총이나 전교조 출신들이 다수 출마한 배경이다. 그런데 시도지사 선거에 가려 누가 누군지 모르는 ‘묻지마’ 선거가 이어지다 보
03.30
최근 만난 국민의힘 출신 A는 ‘20년 야당론’을 대뜸 꺼냈다. 박근혜·윤석열정권 핵심부에서 일했던 A는 “보수정치는 상당기간 집권할 능력도 없겠지만, 집권할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20년 정도 야당을 각오하면서 반성하고 쇄신하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 권력중독 증상을 참지 못하고 섣불리 재집권을 시도하면 진짜 ‘만년 야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촛불항쟁 후 내걸었던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떠올리게 하는 충격적인 주장이었다. A가 펼친 ‘20년 야당론’의 골자는 이렇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으로 최초의 대통령 탄핵을 겪은 보수정치는 반성과 쇄신 대신 아스팔트로 뛰쳐나가 분노를 표출하는 데 급급했다. 보수정치가 배출한 대통령이 왜 국정농단 주범으로 전락했는지, 보수정치는 왜 그의 일탈을 견제하지 못했는지 되돌아보지 않고 아스팔트에서 메아리 없는 함성만 내질렀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가 ‘외인부대’ 윤석열을 영입해 단숨에 정권탈환에 성공
03.27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이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한국 형사사법 시스템은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없애고, 공소 및 영장청구 기능만 남긴 이번 개편은 검찰 권한을 구조적으로 분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검찰권력을 나누고 기관 간 견제구조를 만들자는 요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 출발점은 2003년 고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과의 공개 대화였다. 이 사건은 검찰조직의 권위적 구조와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사회적으로 드러낸 상징적 계기로 평가된다. 민주당정권은 그 이후 여러차례 검찰개혁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수사·기소분리라는 제도적 틀은 이제 마련됐다. 하지만 권한을 나누는 것만으로 개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현장에서는 벌써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검사 지휘가 사라지고, 중수청의 수사개시 통보 규정도 빠지면서 수사 공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법률
03.26
최근 국제 에너지시장은 극심한 구조적 불안국면에 돌입했다. 중동전쟁은 단순한 지정학적 충돌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안보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고조는 공급 차질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었다. 과거 오일쇼크와 달리 현재 위기는 가격급등 자체보다 공급망의 불확실성과 구조적 취약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사실 지금의 국제유가는 물가상승률 등 실질가치를 고려할 때 과거 최고치보다 높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의 충격’이다. 에너지시장이 금융충격 물류재편 실물부족 수요파괴로 이어지는 단계적 위기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질유 경쟁 심화와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의 구조적 타이트닝은 향후 에너지 패권경쟁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셰일혁명을 기반으로 원유와 LNG 수출을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왔으며 이는 사실상 ‘신 에너지 독트린’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의 베네수엘
03.25
오는 7월 출범을 앞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을 넘어 새로운 지방정부 모델을 시험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광역지방정부 통합이 제도적으로 실현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이제 관심은 통합 자체가 아니라 ‘어떤 내용을 담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지금까지의 행정통합 논의가 주로 권한이양과 재정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통합 이후는 ‘운영 방식의 혁신’이 핵심과제가 되어야 한다. 특히 통합특별시는 기존 광역지방정부보다 더 큰 권한과 자원을 갖게 되는 만큼 이를 견제하고 균형을 유지할 제도적 장치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집중과 비효율로 이어질 수 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이나 재정특례 확보에만 매몰될 경우 통합은 또 하나의 ‘이익배분 정치’로 귀결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전남과 정치권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두 가지 흐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시민참여를 통한 정책설계 시도다. 전남도가 추진하는 ‘20조 시민공동체
03.24
전세계 중앙은행은 지금 진퇴양난에 빠졌다. 글로벌경제는 이미 두개의 전선에서 협공을 받던 차에 또 하나 추가됐다. 세개의 전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공급망 단절) △미중 전략경쟁(관세 충격) △중동전쟁(유가 급등)이다. 이들 전쟁은 모두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각국 중앙은행의 리더격인 미국 연준(Fed)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관세 충격에서 상당한 규모와 지속기간을 갖는 에너지 충격까지 직면했다”며 “인플레 기대심리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다른 중앙은행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등도 전쟁의 여파를 주시하면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기존 3.85%에서 4.10%로 인상했다. 인플레 우려에 대한 선제적 조치라는 평가다. 이런 혼돈의 와중에 한국은행 수장 교체를 앞두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적임자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국장을 선택
03.23
이재명정부 출범 후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새로운 흐름을 ‘뉴이재명’이라고 부른다. 민주당 전통 지지층과 구분하기 위한 이름이다. 오랜 친밀감이나 동질감보다 정책적 효능감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여론조사상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동의하고 호감을 나타내는 이들이 그 중심이다. 뉴이재명 현상의 배경에는 이 대통령에 대한 60%대의 긍정평가가 자리한다.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에서 이 같은 현상은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이 되고 막강한 정치적 힘을 갖는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민주당 권리당원 수가 급증하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민주당 권리당원의 수는 경기·전남·광주·서울·전북 순이다. 전북의 경우 유권자 151만여명 가운데 민주당 권리당원만 20만명이 넘는다. 뉴이재명 이전에 친노·친문이 있었다. 정치팬덤으로 시작해 수차례 선거를 거치면서 당의 주류로 성장했다. 어떻게든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려는 시도가 반복됐고, 민주당은 선거 경선
03.20
이른바 ‘사법개혁 3법’ 즉 법왜곡죄 처벌규정을 신설한 형법, ‘재판소원’을 도입한 헌법재판소법,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 법률이 지난 12일 시행되면서 이에 대응하느라 사법부가 바빠졌다. 그동안 반대하는 입장을 바꿔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법원행정처장 직무를 대리하는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은 지난 16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사법 3법’과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추진할 방안과 대책을 공유했다. 우선 법왜곡죄 신설에 대응해 ‘형사재판 보호·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법을 왜곡해 적용하는 형사 법관 등을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어서 법관의 위축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재판소원 도입에 따른 제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 조직도 꾸린다. 재판소원 제도 안정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재판소원 후속조치 연구반’을 구성해 앞으로 문제될 수 있는 여러 쟁점들에 관해 체계적인 검토와 연구를
03.19
최근 유통·식품업계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장면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인하다. 라면과 식용유는 물론 빵 과자까지 줄줄이 가격을 내리고 있다. 정부 물가안정 기조에 맞춰 국내 식품기업들이 일제히 움직인 결과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라면 4사는 다음달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최대 두자리수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제과·제빵업계도 동참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빵 가격을 내렸고 해태제과 역시 일부 제품 가격을 조정했다. 식용유업계까지 가세하며 가격인하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표면적 이유는 원재료 가격하락이지만 실제 흐름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압박이 작용한 측면이 적지 않다. 밀가루와 설탕 가격인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이후 이뤄졌고 이후 식품기업 간담회 등을 통해 분위기가 형성됐다. 결과적으로 국내 식품기업들은 수익성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물가안정 정책에 발을 맞추는 선택한 셈이다. 문제는 같은 시기 외식업계, 특히 글로벌 프랜차이즈 행보다. 맥도날드 K
03.18
상대를 향한 여야의 칼날은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과다 대표되는 강경파와 이들을 강하게 묶어주고 지침을 공유하는 유튜브의 영향이 날로 확장된 결과다. 알고리즘은 반목의 강도를 더 강화시킨다. 여야 모두 자기편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가다 보니 어느새 간격은 보이지 않을 만큼 벌어졌다. 지도부도 중진도 갈라졌다. 해법이 오리무중이다. 남은 건 ‘국회의장’이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은 무소속이다. 중립적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강화시키는 제도와 관행을 갖고 있다. 국회의장은 사실상 다수당에서 뽑힌다. ‘다수당 편’이라는 오해를 제거하기 위해 탈당해 무소속으로 직무를 수행한다. 그렇지만 누구도 ‘무소속’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국가의 ‘큰 어른’으로 존경받는 의장은 많지 않다. 한때는 대통령에 의해 사실상 점지되던 의장이 정권 편향적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세균 전 의장은 의장으로 정치를 마무리하던 관례까지 깼다. 입법부 대표를 마친
03.17
기획예산처는 국가자원의 배분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재정사령탑이다. 조직특성상 수장의 정책기조는 실물경제에 즉각 영향을 미친다. 4선 의원 출신인 박홍근 후보자가 초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 최근 간담회에서 밝힌 재정운용 방향에 주목해봤다. 박 후보자를 설명하는 일화 중 가장 눈에 띈 대목은 학창시절 소아마비 친구를 위해 9년간 가방을 들어주며 등하교를 도운 일이다. 몇 달쯤이야 어떻게 가능하겠지만 9년을 한결같이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타인의 결핍을 자신의 일상으로 수용하는 끈기와 인간성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대학시절 본인의 장학금을 더 어려운 동료에게 양보했다거나, 25년째 15평형 아파트에 거주한 행보 역시 정치인 박홍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다. 최근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박 후보자는 이러한 개인적 가치관을 구체적인 재정정책으로 바꿔 제시했다. 그는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관행적으로 낭비되는 불요불급한 예산에 대
03.16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2019년 말 이후 세번째 추진됐으나 결국 희망고문으로 끝날 전망이다. 마지막 불씨가 남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정치권은 이미 6.3지방선거 체제에 돌입했다. 2020년에는 공론화 부족 등에 따른 잠정중단, 2024년에는 시도간 의견대립으로 무산됐다가 올 1월 이재명정부발로 다시 추진된 세번째 도전도 사실상 물거품이 된 셈이다. 이재명정부가 지난 1월 광역행정통합 지자체에 4년간 20조원을 지원하고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우선 배치한다는 안을 내놓자 대구시와 경북도는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행정통합안을 다시 탁상에 올렸다. 2019년부터 줄곧 통합추진 전면에 앞장섰던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이번에도 총대를 멨고 대구시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김정기 행정부시장도 맞장구를 치며 호응했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6.3지방선거를 두고 손해볼 게 없는 선택이었다. 통합이 되면 일등공신은 자기 몫이었다. 나아가 대구시까지 포함한 통합단체장이 될 수 있었다. 설사 안되더라도 정부
03.13
한국 사회의 독서 기반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38.5%로 나타났다. 성인 10명 중 6명은 최근 1년 동안 책을 읽지 않았다. 종합 독서율은 종이책과 함께 전자책 오디오북 독서율을 합한 수치다. 2023년 43.0%보다 4.5%p 감소했다. 종합 독서율이 40%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93년 조사 이래 처음이다. 종이책 독서율로만 한정하면 28.8%에 불과하다. 독서 환경의 변화도 뚜렷하게 감지된다. 종이책 독서율은 감소하는 반면 디지털 독서가 확대되고 있다. 오디오북 독서율의 경우 다른 매체를 통한 독서율이 2023년보다 감소한 것과 달리 유일하게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스마트폰과 영상 중심 콘텐츠 소비가 자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책 대신 짧은 영상이나 온라인 콘텐츠로 정보를 얻는다. 여기에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까지 등장했다.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글을 생성하
03.12
느닷없이 기습을 당하면 기분 나쁘다. 인지상정이다. 기업도 다를 게 없다. 갑작스런 공세엔 신경이 더 많이 쓰인다. 뭔 꿍꿍이셈인지 괜스레 찜찜하다. 지난달 초 한국 스포츠용품시장에 불쑥 얼굴을 내민 ‘온’ 행보가 그랬다. 이름도 생소한 온은 스스로를 ‘스위스 프리미엄 스포츠웨어 브랜드’라고 소개했다. 2010년 스위스에서 태어났고 알프스가 고향(본사)이다. 업력은 짧지만 웬만한 스포츠의류와 신발을 다 만든다. 200단계에 달하는 전통적인 신발 제조공정을 로봇이 특수 소재를 분사해 상부(갑피)를 한번에 제작하는 압축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라이트스프레이란 기술에 특화했단 의미다. 소개글만 보면 기술력과 효율성만큼은 자신감에 차있다. 온은 그러면서 부산에 공장을 지었다는 사실을 굳이 밝혔다. 듣고 보니 경쟁 치열한 한국스포츠용품시장에 후발주자 하나가 새로 합류한 것 이상의 행보였던 셈이다. 인력을 거의 쓰지 않는 로봇공장이라지만 생산시설까지 들여온 외국기업은 드물다. 나이키 아디
03.11
올해 들어 온통 대전과 충남을 들끓게 했던 행정통합 추진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듯하다. 3월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충남대전 행정통합 특별법’ 통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행정통합 추진을 선언한 2024년 11월 이후 1년 4개월을 되짚어보면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본 기분이다. 물론 길게 보면 새로운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대장정의 한 장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우리는 장기적으로 모두 죽는다’는 케인즈의 말처럼 하나마나한 이야기다. 대전과 충남이 이번 행정통합 논란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사실 아리송하다. ‘참 쉽지 않구나’하는 현실의 벽 정도라고 할까. 지방정부나 정치권은 행정통합 추진 이유를 “우리의 경쟁력을 확보해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럴 듯한 이유이지만 정작 많은 대전·충남 주민들은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행정통합이 어떠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아무도 제대로
03.10
최근 경기도에서 1700만원 상당의 컴퓨터그래픽처리장치(GPU) 도난 사건이 벌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도품목이 귀금속이 아닌 컴퓨터 부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정작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그 범죄의 배후에 도사린 인공지능(AI)의 존재다. 놀랍게도 이 절도범의 주된 목적은 단순한 금전 탈취가 아니었다. 자신이 당한 ‘리딩방’ 사기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어떻게 해야 경찰수사에 속도가 붙을지를 생성형 AI인 챗GPT에게 물었고 챗GPT는 “절도범행으로 얻은 돈을 사기계좌에 입금하면 경찰의 리딩방 피해 수사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조언했다. 절도범은 그 조언에 따라 범죄를 실행한 것이다. 생성형AI의 기발한 답변에 여기저기 감탄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 사건은 기술의 진보가 가져온 편리함이 범죄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다. 일반적인 금융 및 제조기업은 더 나은 상품을 만들려고 매진하지만 보험업계는 상품개발
03.09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해 공습을 가하면서 시작된 군사충돌이 벌써 일주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 여파가 어디로 튈지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운다. 각국 정부 또한 중동 지역 자국민 보호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세계가 어느 때보다도 촘촘히 연결된 지금 전쟁은 멀리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유가상승, 해상 물류 차질,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전쟁의 파장은 곧바로 각국 경제와 국민의 일상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동 상황이 격화되면서 에너지 수급과 교역, 재외국민 안전문제까지 복합적인 영향권 안에 들게 됐다. 이럴 때 대통령의 책무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을 안심시키고, 국가를 전쟁의 영향권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놓는 일이다. 전쟁에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국제사회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경제와 안보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대통령의 핵심 역할이 될 것이다. 최근 외신이 주목한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은 이러한 맥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