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8
2026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지율만 보면 성적은 나쁘지 않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취임 직후 64%로 출발해 1년 내내 54~67% 사이를 유지했다. 저점은 지난해 10월 3주 54%였다. 예능 출연 논란과 한미 관세협상 난항이 겹쳤던 시점이다. 이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외교성과를 쌓으며 올봄 67%라는 취임 후 최고치를 찍었다. 출발할 때보다 마무리할 때 지지율이 더 높았다고 회고하는 단체장 시절의 지지율 패턴이 대통령직에서도 재현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생길 수도 있겠다. 그런데 수치의 이면을 읽어야 한다. 이 대통령을 긍정평가하는 이유를 분석해 보면 1년 사이에 ‘스타일’보다는 ‘성과’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취임 초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성과를 요구하는 ‘경제·민생’(14%)이 1위였지만, ‘추진력·속도감’(13%)과 ‘소통’(8%)을 합하면 국정 스타일이 더 큰 긍정평가 이유였다.
05.15
요즘 우리 사회에는 불신이 만연한 것 같다. 특히 검찰이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심각한 상황이다. 많은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와 법왜곡죄(형법)가 도입된 것, 그리고 이 법에 의뢰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게 그 반증이다. 물론 사법부와 검찰을 못 믿겠다며 이 법을 도입한 정치권 또한 국민의 불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지만. 실제 지난 3월 12일 두 제도가 도입된 후 이제 두 달이 조금 넘었는데 많은 사건이 접수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재판소원(재판취소) 사건은 시행 두달 만인 지난 11일까지 651건이 접수되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비록 523건은 부적법 등을 이유로 지정재판부에서 각하됐지만 그만큼 법원의 판결에 승복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게다가 이들 중 3건은 사전심사를 통과해 본안 판단을 받게 됐다. 이 점도 국민들의 불신이 단순한 불만 때문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4심제라며 반대했던 사법부로서는
05.14
코스피 8000 시대가 눈 앞에 다가왔다. 증권가는 연일 낙관론을 쏟아낸다. 백화점 명품관은 자산가 소비로 북적이고 고급 시계와 주얼리는 없어서 못 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정작 거리의 체감경기는 정반대다. 식당과 카페, 주점 사장들은 “사람들이 돈을 안 쓴다”고 하소연한다. 서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주가 그래프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최근 유통업계 실적은 한국 소비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대비 14.7% 증가했다. 명품뿐 아니라 패션·잡화·가전까지 고르게 팔렸다. 실제 주요 백화점 점포의 월별 매출 증가율은 20~30%대에 달할 정도다. 증시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가 고가소비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반면 같은 시기 대형마트 매출은 15.2% 감소했고,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8.6% 줄었다. 편의점 성장률 역시 2%대에 머물렀다. 경기불황기에 강해야 할 필수 소비채널들이 오히려 흔들리고 있다. 소비
05.13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 조형물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6.25 전쟁 참전국에 대한 예우를 담아 우리나라를 포함한 23개 국가를 상징한다는 석재 조형물이 세종문화회관 앞쪽에 배치돼 있다. 화려한 준공식 한편에서는 ‘감사의 정원’ 조성 전부터 제기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받들어총’ 모형 석재 조형물을 비롯한 전쟁기념물이 ‘촛불’과 ‘응원봉’으로 시민들이 지켜낸 광화문광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6.3 지방선거가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열리는 준공식은 특정 정당 후보로 나선 현직 시장에 대한 지원사격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추진과정에서 정부와 빚은 갈등이나 찬반 논란과 무관하게 다른 점이 궁금해진다. 서울시는 지난 2009년과 2022년 두차례에 걸쳐 차량이 다니던 도로를 축소했고 지금의 ‘광장’을 조성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광장’은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게 거리에 만들어 놓은 넓은 빈터’다. 두차례에 걸친 대대적인 공사에
05.12
‘소비자물가 2.6%, 경제성장률 2.8%’. 한국금융연구원이 11일 발표한 올해 수정 경제전망이다. 올해 거시경제 전망과 관련 국내 유력 기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금융연구원은 수정 경제전망과 관련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관련한 설비투자 확대가 반등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내놓은 물가 상승률(2.2%)과 성장률(2.0%) 전망치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불과 석달 만에 경제상황이 크게 바뀐 것이다. 중동전쟁의 여파가 물가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2.6%)은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에 아직 반영되지 않은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흐름을 보면 향후 상승 압력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중동전쟁 이후 국내외 기관과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스테그플레이션 우려가 줄어든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반도체가 가져온 행운이라는 전문가도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경쟁으로 반도
05.11
지난 1987년 개헌은 거리와 광장의 민주화 요구가 임계점을 넘어서며 정치권의 변화를 이끌어낸 결과였다. ‘직선제 쟁취’라는 선명한 목표 아래 응축된 시민사회의 에너지는 9차 개헌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당시의 개헌이 ‘국민의 명령’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개헌 내용이 국민들이 열망했던 주권의 실질적 회복과 직접적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39년이 지난 2026년 5월, 헌법전문 개정과 계엄요건 강화를 골자로 한 개헌 시도는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야당의 반대 때문인 게 분명하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이번 개헌안이 국민의 목소리에 공명하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2월 국회가 발표한 여론조사는 개헌을 향한 민심을 명확히 보여준다. 전체 응답자의 68.3%가 개헌에 찬성했고 그 이유로 ‘사회적 변화 및 새로운 문제에 대한 대응 필요성(70.4%)’을 꼽았다. 국민 대다수가 87년 체제의 노후화를 실감하며 이를 대체할 새로운 시대적 그릇을 원하고 있
05.08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법적 ‘담배’로 편입됐지만 핵심 문제는 그대로 남았다. 규제는 시작됐지만 청소년 노출은 줄지 않았고, 시장은 이미 규제를 피해 움직였다. 전자담배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성인 소비를 넘어 청소년 건강권 문제다. 냄새가 적고 기기 형태를 띠는 특성은 접근 장벽을 낮춰 흡연 입문 통로로 자리 잡았다. 고교 2학년 여학생 기준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율(1.54%)이 일반 담배(1.33%)를 앞질렀다. 흡연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시작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성분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액체를 기기에 주입해 가열·흡입하는 방식이어서 어떤 물질이든 넣어 사용할 수 있다. 검증되지 않은 화학물질이 청소년에게 그대로 노출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정책은 다른 지점을 겨냥했다. 국회와 정부는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볼 것인지, 세금을 부과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논쟁은 과세와 산업 영향에 머물렀고, 청소년 접근 차단과 이용환경 관리 문제는
05.07
해외고가품(명품)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제멋대로다. 가격만 올리는 건 그나마 ‘양반’ 이다. 인건비나 재료값 상승 같은 명분과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독 한국에서 더 많이 더 자주 올리는 건 무슨 경우인지…. 안하무인이 따로 없다. ‘봉’ 취급당하는 것 같아 마음에 상처까지 긁힌다. 상처받을 일은 또 있다. 일부 명품은 해외계열사로부터 싸게 사서 한국소비자에게 비싸게 팔아 왔다는 게 들통났다. 한국시장에선 값은 값대로 올려 받고 이문은 남길대로 남겨 먹었단 얘기다. 군소리 없이 명품를 구매했던 K-애호가(?) 뒤통수를 갈긴 꼴이다. 세계 3대 명품 브랜드 ‘에루샤’ 중 한곳인 루이비통이 그랬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루이비통은 국내 판매가격을 3년간 40% 올리면서 해외 계열사에서 수입해 오는 가격은 최소 7% 낮췄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품 전량을 홍콩과 싱가포르 소재 특수관계 법인에서 수입하고 있다. 수입가격은 국내 소매 판매가격에 일정할인율을 곱해 산출한
05.06
선거구획정 후유증이 심각하다. 지방의회에서 법정기한 내에 기초의원 선거구를 확정하지 못한 곳도 있다. 여야가 득실을 따지며 시간을 끌다가 벌어진 일이다. 전국에서 유권자가 가장 많은 경기도가 바로 그곳이다.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30일 임시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선거구획정안과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담긴 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초의원 정수가 감소한 지역의 반발 탓에 관련 조례안 처리가 무산됐다. 함께 처리하려던 추경안도 발목이 잡혔다. 경기도는 “민생(추경안)을 정치적 이해관계의 볼모로 삼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거구획정안 법정처리 기한은 4월 30일이었다. 경기도의회가 기한 내 조례안을 처리하지 못함에 따라 중앙선관위가 획정안을 검토해 조례가 아닌 선관위 규칙으로 뒤늦게 선거구를 확정했다. 대의기관인 의회가 제 역할을 방기한 셈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광역·기초의회 선거구 및 정수 조정 권한을 가진 국회에 있다. 법정시한(선거일 전 6개월)이 훨씬
05.04
2004년 3월 24일. 그해 4.15 총선을 불과 22일 앞두고 제1야당 한나라당 지휘봉을 잡은 박근혜 대표는 국회 앞 ‘호화당사’를 버리고 여의도 허허벌판에 천막당사를 지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역풍으로 존폐위기에 몰려 있었다. 막대한 불법 대선자금 수수로 ‘차떼기당’이란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총선에서 50석도 어렵다고 봤다. 박 대표는 천막당사를 통해 쇄신의 진정성을 알리려 했다. 승부수는 통했다.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었다. 박 대표는 1년 뒤에는 당이 보유한 천안연수원을 국가에 헌납했다. 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 당시 수수한 불법자금을 웃도는 금액이었다. 천막당사와 연수원 헌납으로 빈털터리가 된 한나라당은 마침내 국민으로부터 용서 받았다. 2007년 대선에서 10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2026년 6.3 지방선거를 30일 앞둔 국민의힘의 상황은 2004년 3월의 한나라당보다 나을 게 없다. 국민의힘이 배출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불법계엄으로 탄핵됐
04.30
오늘 오후 HMM은 서울 여의도에서 ‘본사 부산 이전에 대한 노사합의 협약식’을 갖는다. 협약식에는 해양수산부 장관도 참석한다고 해수부는 공지했다. 노조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이전 반대 단체행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HMM은 다음달 8일 예정된 대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본사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옮기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할 예정이다. HMM이 이전을 둘러싼 갈등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제로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HMM은 부산에서 잘 성장할 수 있을까. HMM 고위 관계자는 “임시 주총을 열고 정관을 변경하면 부산으로 옮길 수밖에 없겠지만 이런 결정이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나름의 근거도 있다.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방분권’을 국정 핵심과제로 추진한 노무현정부는 2004년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을 제정, 통합거래소의 본점을 부산에 두는 것을 명문화하고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모델로 삼았다. 언론들도 “수도권 일극체제를 깨고 동남권 경제를
04.29
6.3 지방선거가 본격화되면서 곳곳에서 불법 선거운동이 나타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적발된 위법행위는 23일 기준 814건이다. 이 가운데 143건이 고발 조치됐다. 선거 초반임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과거 지방선거에서도 선거가 임박할수록 위반행위가 급증하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는 점에서 상황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온라인 기반 선거운동이 확대되면서 위법행위의 형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현장에서 직접 이뤄지는 금품 제공이나 조직 동원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모바일 메신저와 영상 플랫폼 등을 통한 정보 확산이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페이크 영상까지 등장했다. 문제의 핵심은 이런 것들이 단순한 위법행위가 아니라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딥페이크 영상은 사실 여부를 즉각 판단하기 어렵고 유포 속도도 빠르다. 정보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허위정
04.28
“자본에는 국경이 없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글로벌 활동을 설명하는 말이다. 하지만 기업 활동이 국익을 해치고, 외세의 권력을 빌려 모국의 주권을 흔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최근 쿠팡이 보여주는 행태는 기업의 생존전략을 넘어, 과거 제국주의 침략에 기생해 동족을 수탈했던 ‘친일매판자본’의 서늘한 그림자를 떠올리게 한다. 쿠팡은 명실상부한 한국 유통업계의 지배자다. 지난해 쿠팡 총매출 중 한국 시장 비중은 무려 98.2%에 달한다. 대만 등 해외매출은 2% 미만이다. 사실상 한국 소비자들이 십시일반 퍼준 돈이 쿠팡이란 공룡플랫폼을 키워낸 자양분이다. 그러나 쿠팡이 그 토양을 대하는 방식은 참혹하다. 수많은 중소 납품업체를 입점시켜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이 과정에서 확보한 판매 데이터와 노하우를 자사 브랜드(PB) 상품 개발에 활용했다. 사실상의 ‘기술 탈취’로 자사 상품을 앞세우는 동안, 정작 기술을 제공한 원조 업체들은 검색 순위에서 밀려나거나 퇴출당했다. 실제 공정거
04.27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당 대표는 전국을 돌면서 후보와 유권자를 만나는데 야당 대표는 당 안에서 내부와 싸우는 양상이다. 여당의 우위 전망은 국민의힘 내홍에 힘입은 바 크다. 지금 상태로 지방선거가 끝난다면 민주당은 압도적 국회 의석, 수도권 여론 우위 등을 발판으로 상당 기간 정국 주도권을 쥐고 갈 전망이다. 일각에선 제1 야당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민주당에게 여당과 야당의 역할을 동시에 부여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한다. 보수정권이 교체 없이 연장되던 시기를 마치 정권교체로 인식했던 상황이 이번에는 진보진영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6.3 지방선거에서 여권 내 차기 주자들이 전면으로 부상하고 지방정부와 국회에서 성과를 내며 국민 지지를 얻는다면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을 통해 장기집권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 불가능한 꿈만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의 실책이 만들어준 반사이익과 정당 본연의 실력은 엄연
04.25
산업통상부는 24일 ‘가짜 일 줄이기 프로젝트’가 시행 5개월 만에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직원만족도 조사결과 대기성 야근 감소, 홍보 효율화, 불필요한 출장 감소 등 구체적인 개선 지표도 제시했다. 비대해진 공공조직의 비효율을 걷어내고 핵심 업무에 집중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바람직하다. 하지만 성과홍보 이면에 가려진 정책의 실효성과 추진방식에 대한 점검은 지금쯤 필요한 대목이다. 가장 큰 모순은 가짜 일을 줄이겠다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또 다른 가짜 일을 양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가짜 일 발굴을 위해 별도의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실적 제출을 독려하는 과정 자체가 실무자들에게는 새로운 업무부담으로 전이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무의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기준 또한 모호하다. 한 부서의 핵심 업무가 다른 부서 시각에선 불필요한 일로 치부될 수 있는 구조적 단절 속에서 정책 실효성을 담보할 객관적 준거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가짜 일을 가려내겠다며 수년간의
04.24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이후 당국은 비교적 이른 시점에 “유해수습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현장은 정리됐고, 절차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듯했다. 참사 발생 6일 만에 “99% 수습완료”라고 했다. 하지만 이 ‘완료 선언’은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완전히 허구로 밝혀졌다. 유가족협의회에 따르면 20일 하루 동안 경찰 등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와 담장 일대에서 재수색을 벌여 유해 추정 물품 119점과 휴대전화기 등 유류품 160점을 추가로 발견했다. 일주일간 이어진 재수색 결과는 더 분명하다. 유해 추정 물품 349점, 유류품 288점이 더 확인됐다. ‘완료’라고 했던 작업이 실제로는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잔해 재조사 과정에서도 희생자 44명의 유해 74점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 역시 ‘수습완료 선언’ 이후의 일이다. 이 대목에서 ‘왜 처음에는 끝났다고 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대형재난 대응에서 ‘수습완료’는 단순한 행정용어가 아니다. 유가족에게는
04.23
최근 지식재산처는 부정경쟁방지법 개선에 착수했다. 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하고 1차 회의도 마쳤다. 지재처는 “현행 제도의 맹점을 면밀하게 진단하고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지식재산(IP) 보호체계 청사진을 그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정경쟁방지법(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은 기업의 유무형 자산을 보호하는 핵심적인 법적 장치다. 1962년 제정된 이 법은 그동안 몇차례 개정됐지만 근래들어 디지털전환과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발생하는 신종 IP침해 대응에 한계를 보였다. 무형자산인 영업비밀과 아이디어 보호에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법이 치밀하지 못한 탓이다. 피해는 중소벤처기업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수제맥주 전문기업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의 분쟁조정 합의에서 법의 허점이 드러난다. 지난 16일 중소벤처기업부는 “두 기업 양측이 소송보다 조정을 통한 합의에 이르렀다”며 한성숙 장관까지 나서 성과를 홍보했다. 분쟁 시작부터 조정합의까지 들여다보면 중
04.22
늑대 ‘늑구’가 탈출한 지 열흘 만에 대전동물원 오월드로 돌아왔다. 2018년 퓨마 ‘뽀롱이’는 죽어서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다행히 살아서 귀환했다. 살아 돌아온 ‘늑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오죽하면 ‘국민늑대’라는 호칭까지 나왔을 정도다. 국민 모두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온 ‘늑구’에 감사해하고 있다. 8년 전 대전동물원 사육장을 탈출한 퓨마 ‘뽀롱이’는 5시간도 안돼 사살됐다. 사살 직후 국민들은 이중적인 감정에 시달려야 했다. 아무런 사고 없이 맹수가 잡혔다는 안도감과 과연 사살하는 게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8년이 지나고 이번에는 늑대 ‘늑구’가 탈출했다. 대전 도심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구조당국은 생포가 원칙이라고 밝혔고 국민 대부분이 사살하지 말고 생포하기를 바랐다. 아마도 ‘늑구’의 탈출 소식에 상당수 국민은 8년 전 그 기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이번 구조당국이 보인 모습은 칭찬할 만 하다. 집으로 돌아오려는 늑대의 강력한 ‘귀
04.21
최근 보험연구원이 고령자들의 금융지식과 행동을 조사한 결과가 충격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한국의 노인들이 가난하고 자살률이 높다는 등의 문제가 지적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여기에 이번 조사는 한국의 고령층이 자산이나 부채를 관리할 능력도 낮다는 점까지 확인해줬다. 보험연구원이 55~79세 30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49.2%가 부채를 갖고 있었고, 이 중 61%는 과도한 부채를 호소했다. 은퇴 후 가구 월소득은 은퇴 직전 1년간 평균 월소득의 56.0%에 그쳤다. 이들은 평생을 모은 자산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까. 금융지식이 낮다 보니 각종 금융사기에 노출됐고, 치매 등 고령 질병으로 인해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될 위험도 있다. 그런데도 재무관리 의사결정 시 조언을 구하는 비율은 43.1%에 불과했다. 이중 금융전문가나 공공기관의 도움을 구한다는 응답은 25%로 더 낮았다. 반면 금융지식이 낮을수록 자신의 지식을 과신하는 이들은 상당했다.
04.20
민주당 최다선 추미애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파시즘이 빠르게 자라나고 있다”며 “불안과 불만을 자양분으로 세력을 키우는 파시즘은 민주주의를 전복한다”고 썼다. 추 의원은 “세계 도처에 움트고 있는 파시즘은 AI 시대에 훨씬 위협적”이라며 “신파시즘은 극복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돼 왔던 국제질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사실상 무너졌다. ‘공존’은 사라지고 ‘나부터 살고 보자’는 ‘생존경쟁’만 남았다. 파시즘이 전면에 부상하는 모습이다. 지난 7일 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인 홍성국 전 의원은 ‘더 센 파시즘’이라는 신간을 낸 후 ‘경제는 민주당’ 모임에서 같은 내용으로 강연했다. 그는 100년 전 파시즘이 △경제성장은 멈추고 파이가 줄어드는 ‘수축 사회’ △남을 이겨야 내가 사는 ‘제로섬 사회’ △가짜뉴스와 극우 준동의 심화, 불평등·불공정·불확실·불안정 등 ‘4불 현상’의 일상화 △AI 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