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1
2025
보험사는 인구구조 변화에 유독 예민하다. 어느 업종이나 경제인구 출생률 사망률을 따지지만 보험사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보험사는 출생률과 사망률 등 지표를 수시로 업데이트 한다. 업종 특성 때문이다. 엄마 뱃속에 있는 아이들은 태아보험 상품이나 특약 가입 대상이다. 태어나면 바로 어린이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수요 예측을 위해 출생률 파악은 필수다. 또 사고나 질병으로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유족(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돈을 내줘야 하니 사망률을 따질 수밖에 없다. 출생률과 사망률에 변동이 생기면 보험금 지급 심사와 납입보험료를 운용하는 자산운용 등 보험사의 전 부서가 회사 운영에 대해 향후 예측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보험사들은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부대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요양산업이다.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규모에 상관없이 요양사업에 뛰어든다. 삼성생명과 KB라이프 신한라이프 하나생명 등이 곳곳에 데이케어센터·요양원
10.20
“그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있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 2016년 9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미셸 오바마가 연설 중 인용해 꽤 화제가 됐던 말이다. 당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거칠고 직설적인 행태를 겨냥한 것이다. ‘품위있게 가자’는 주장에 대해 그녀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응답은 분노나 복수심이 아니라 해결책을 반영해야 한다. 분노는 그 순간에 기분이 좋을 수는 있지만 공을 앞으로 보내지는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가 1주를 넘겼다. 통상 국감은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야당의 시간’이다. 그런데 탄핵 대선으로 새정부가 출범한 지 4달 남짓 상황이라 전직 여당인 국민의힘이 심판대에 올라야 하는 정반대 상황이다. 국감 첫주 여야는 상대에 대한 무분별한 행동으로 국정감사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리위 제소와 경찰 맞고발이 이어진다. 한 평
10.17
부동산업계에서는 그동안 부동산 정책을 ‘두더지 잡기 게임’에 비유하곤 했다. 두더지가 튀어나온 후에야 망치로 내려치는 게임에 정부의 ‘뒷북대응’을 빗댄 말이다. 정부가 규제 적기를 놓치고 소극적으로 대응해 투기확산과 시장불안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정부가 15일 세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전역과 한강 이남 경기도 12곳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삼중 규제지역’으로 묶고 금융규제까지 강화하는 초강력 대책이다. 이는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발표한 두차례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일부에서 또 집값이 뛸 조짐을 보인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번 대책에는 규제지역 뿐만 아니라 토허구역까지 광범위하게 지정해 이른바 풍선효과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정책효과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린다. 보유세와 양도세 개편 등 세제조정이 빠진 대책이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부도 대책을 발표하며 종합부동산세·재
10.16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에 속지 마라. 왜놈 일어나고 되놈 되나온다. 조선아 조심해라.” 구한 말과 해방정국 민중들 사이에서 유행했다는 민요 가사다. 미국(서방)과 소련(공산권) 모두를 경계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혼란할 시대일수록 스스로 힘과 지혜로 민족의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는 적극적 해석도 가능하겠다. 한물 간 이 구전민요가 다시 되뇌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행정부 출범과 요상한 관세협상이 불을 당겼다. 동맹·혈맹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적어도 우리 편이라고 생각했던 미국의 실체가 발가벗겨지고 있어서다. 웃기게도 미국의 관세압박은 동맹국일수록 더 거세다. 유럽연합(EU)과 협상을 끝낸 미국은 한국과 일본 대만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무역적자 책임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당하는 우리로선 억울할 따름이다. 법도 통하지 않던 옛 시골 동네깡패의 ‘보호비 갈취’가 딱 떠오른다. 과연 한국은 미국의 재정적자에 책임이 있는 것일까. 3500억달러(약 500조원)
10.15
내년 6월 3일 열리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미 추석 연휴 현수막에서 시작됐다. 아직 8개월이나 남았지만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이들의 인사 현수막이 거리를 뒤덮었다. 내년 지방선거는 여야 모두에게 중요한 승부처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조기대선 승리 후 지방권력까지 장악해 정국 주도권을 지속하려 할 것이고, 국민의힘은 비상계엄과 윤석열 탄핵으로 정권을 빼앗긴 후 기울어진 여론흐름을 되돌리려 총력전을 펼 게 분명하다. 그러나 대구경북(TK)은 이와 무관하다. 여야 모두로부터 관심 밖이다. 여당에겐 난공불락의 적진이고 야당엔 텃밭일 뿐이다. 과거 8번의 지방선거에서 TK의 민심향배는 한결 같았다. 보수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결과가 뻔한 선거였다. 내년 지방선거도 이변은 없을 듯하다. 국민의힘 경선 결과 발표일이 곧 TK의 지방선거일이다. ‘공천자=당선자’ 등식은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사실 추석 연휴 현수막을 내건 인물들도 대부분 국민의힘 쪽이다. 민주당
10.14
애치슨 라인은 1950년 미국 국무장관 딘 애치슨이 발표한 미국의 극동 방위선이다. 미국의 알류샨 열도(알래스카와 캄차카반도 사이에 있는 섬들)에서부터 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잇는 가상의 선을 의미한다. 이 선은 미국이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으로 방어할 의지가 있는 지역의 범위를 명시한 것으로 한국은 제외됐다. 일각에서는 애치슨라인 때문에 한국전쟁이 발발했다고 보기도 한다. 그후 75년이 지난 2025년 미국은 새 국방방위전략(NDS)으로 신 에치슨라인 선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신 에치슨라인은 방위 뿐 아니라 경제동맹국을 가르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일본 유럽연합(EU)과 각각 새로운 무역 프레임워크를 체결했다. 주요 산업품목에 대해 15% 관세 상한선을 설정했다. 대신 일본은 5500억달러, EU는 60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합의문에 서명했다. 반면 한국과 미국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이 한국에게 3500억달러 규모의 ‘
10.13
지난달 23일부터 이틀간 첫 입법박람회가 열렸다. 주제는 ‘국민참여로 열린 길, 입법으로 여는 미래’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과 해법을 한자리에 모으는 소통의 장”이라고 소개했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회의원 의원연구단체 정당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 121개 기관·단체가 106개의 우수 입법·정책 홍보부스를 운영했고 시민들은 46개의 입법제안을 제출했다. 약 60명의 시민위원들이 주요 민생현안에 대한 입법과제를 도출하고 입법을 촉구한 ‘민생시민의회’가 시도됐고 ‘국가예산 안내센터’에서는 117건의 참여예산이 접수됐다. 행사가 끝난 후 국회사무처는 “수만명의 국민들이 국회에 방문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공식 홈페이지 누적 방문자수가 약 59만명에 달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 행사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국회는 초중고교에 ‘현장학습’으로 활용해달라는 공문까지 보냈지만 학생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10.10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빌려주는 곳일까. 최근 여러 공공도서관들을 방문해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취재과정에서 도서관은 점점 더 지역사회와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실험실로 변모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예컨대 경기도 군포 ‘그림책꿈마루’는 유휴 배수지를 리모델링해 탄생한 공간이다. 이곳은 그림책 2만여권을 소장한 라키비움(도서관·아카이브·박물관의 합성어)으로 그림책 전시와 원화 체험, 무장애(배리어프리) 그림책 포럼 등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거점으로 자리잡았다. 단순한 ‘어린이 책 공간’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꿈과 이야기를 다시 꺼내 보는 문화의 마루로 기능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숲환경도서관’은 기후위기 시대에 공공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제로 스트레스, 제로 플라스틱, 제로 에너지, 제로 웨이스트’라는 ‘포(4)제로 정책’을 선포하고 채식 실천, 태양광 발전, 불 끄는 날 등 시민과 함께하는 생활 속 실험을 이어간다. 도서관에서 ‘북극곰과 펭
10.02
최근 K-푸드는 전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글로벌 무대에서 약진하고 있다. 영화 ‘케데헌’ 등 K-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K-푸드 수출액은 전년 대비 7.1% 성장한 66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라면 아이스크림 소스류 등 가공식품이 수출 실적을 견인했다. 그러나 K-푸드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할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구조적 리스크라는 위태로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고질적인 갈등이 심화되면서 산업 전체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위기론에 불을 지핀 것은 바로 ‘차액가맹금’ 문제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필수 품목을 적정 도매가보다 비싸게 공급하며 취하는 유통 마진을 의미한다. 지난해 9월 한국피자헛 가맹점주들이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이후 업계 전반으로 소송전이 확산되고 있다. 투썸플레이스 굽네치킨 등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
10.01
주민등록 등·초본을 발급받으려고 주민센터를 찾았던 기억이 아득하다. 이제는 신분증조차 들고 다니지 않는다. 모바일 신분증으로 웬만한 곳에서 신분 확인이 가능하고, 정부가 지급한 소비쿠폰도 온라인으로 신청해 곧바로 휴대전화로 사용할 수 있다. 이 편리함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 덕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강국의 효능감’은 지난달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한 번으로 산산이 무너졌다. 화재로 행정망과 공공기관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647개 디지털 서비스가 멈췄다. 지금은 복구됐지만 한때 모바일신분증, 정부24, 우체국 예금·보험, 119 다매체 신고시스템 같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필수 기능까지 마비되는 상황을 겪었다. 단순한 불편이 아닌 일상이 흔들린 ‘재난사태’였다. 더 뼈아픈 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년 전인 2023년 11월에도 지자체 행정전산망 ‘새올’과 ‘정부24’가 멈춰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 전입신고, 출생·사망신고까지 전면 중단된 바
09.30
얼마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3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를 두고 “그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말한 순간 외교의 기본원칙은 완전히 무너졌다. 상호신뢰에 기반한 동맹이 아닌 일방적 요구에 가까운 ‘거래’다. 트럼프행정부는 관세인하라는 당근을 앞세워 한국정부에 거액의 현금투자를 강요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도 “일본식 투자 구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감세혜택도 없다”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미국은 투자처 선정과 수익 배분에 있어 절대적 우위를 점하려 한다. 수익의 90%를 가져가는 구조는 동맹 간 호혜적 협력이 아닌 강탈에 가깝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협상이 아직 정식협약이 아닌 구두약속 수준이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마치 계약이 체결된 듯 이행을 강요한다. 한국은 제도적 보호장치도 갖추지 못한 채 일방적 요구에 노출돼 있다. 이같은 방식은 소프트파워 개념을 제시한 조지프 나이 교수와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코헤인 교수가 경고한 ‘힘에 의한 일
09.26
우리나라 자살률은 불명예스럽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한 지 오래됐다. 게다가 조금씩 줄던 자살률이 2023년, 2024년 연속 늘어 지난해는 1만4000명 넘게 세상을 스스로 등졌다. 노인층을 제외하고 모든 연령층에서 증가하고 있다. 이재명정부는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하고 총력전을 펴는 모양새다. 각 정부 부처별 자살 고위험군을 최대한 찾아내고 지원해 자살 예방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접근법이다. 당장은 범정부 부처들과 지자체가 자기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아직 정부에서 새로운 예방책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실효성 있는 자살예방대책을 찾아 총력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 실효성 있는 자살예방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현장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보자. 한 정신건강학과 의사는 “그동안 우리나라 높았던 위암 사망자를 어떻게 줄였나. 검진을 많이 해서 조기에 치료했기 때문이다. 자살 줄이기도
09.25
민생회복 2차 소비쿠폰에 거는 기대가 크다.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를 살린 마중물이었던 1차 지원 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내수회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회’란 판단이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풀린데다 최장 10일 긴 연휴라는 점에서 그렇다. 국민 대다수(80%)는 연휴 때 해외보다 국내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금상첨화’다. 1차 때와 달리 2차 지급 땐 영세자영업뿐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으로 소비(쿠폰) 효과가 고르게 퍼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1차 지급 후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사업장매출 증가율이 대형 사업장보다 2배 높았다. 하지만 추석명절을 앞둔 상황에선 소비쿠폰 이상으로 돈을 더 많은 곳에 써야 한다. 돈 쓰기 측면에선 기업도 마찬가지다. 작은 소비가 큰 소비를 부르는 ‘승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중물을 넘어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확대해석하면 1930년 대공황 시기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유효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소
09.24
정치적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우리나라에도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게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다. 탄소중립이라는 중장기적 목표도 있지만 무엇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공포 때문이다. 진보정권이건 보수정권이건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에 대해 이견이 없다.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이미 2022년 12월 보령 1·2호기가 폐쇄된데 이어 올해 말 태안화력 1호기가 문을 닫는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몰려 있는 충남에서는 2038년까지 29기 가운데 22기가 폐쇄된다. 산업의 동력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런데 모든 국민들이 기뻐해야 할 폐쇄가 일부 지역 사람들에게는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 놀랍게도 그들은 그동안 석탄화력발전소로 가장 큰 고통을 겪어야 했던 사람들이다. 충남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 충남은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61기 가운데 29기가 몰려 있다. 이들 모두 서천 보령 태안 당진 등 서해안
09.23
정부는 최근 임금체불을 2030년까지 절반 수준(1조원 이하)으로 줄이고 청산율을 9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산재 사망사고만인율을 지난해 기준 0.39에서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0.29까지 낮추겠다고 했다. 내놓은 정책은 역대 어느 정부의 그것보다 강도 높은 대책으로 평가된다.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는 임금체불과 산재의 원인을 ‘비용절감을 위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찾았다. 불법하도급은 광주 학동 붕괴사고처럼 ‘평당 28만원→10만원→4만원’으로 떨어지는 ‘단가 후려치기’를 초래한다. 상위 도급자는 낮은 금액으로 계약을 따낸 뒤 자신의 몫을 떼고 하위업체에 더 낮은 금액으로 재하도급을 준다. 이 과정에서 저가 자재, 인력축소, 고강도 장시간 노동,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 투입 등으로 이어져 부실·붕괴·산재위험은 높아진다. 발주자가 적정 공사비를 산정하더라도 다단계 불법하도급 과정에서 공사비와 산업안전보건비가 깎이는 것을 막을 수 없다
09.22
현재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야 간 극한대립은 상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공방은 단순한 정책비판을 넘어 서로를 ‘위헌정당’으로 규정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우리 국민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슬기롭게 대처하며 ‘K-민주주의’를 드높였지만 그 이후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들이 과연 ‘민주주의’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민주주의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기능하는 국가의 경우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이 성문화된 헌법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민주주의 수호에 가장 핵심 역할을 하는 규범으로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꼽았다. 이 두 규범이 무너질 때 헌법에 명시된 권력분립은 우리 기대와 달리 민주주의 보호막으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이들이 제시한 기준대로 우리의 현 상황을 돌아보자. ‘상호 관용’은 정치 경쟁자를 적이 아닌, 헌법을 존
09.19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직후 조희대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등과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처리를 논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대법원이 17일 입장문을 냈다. “대법원장은 이 대통령 사건과 관련해 한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없으며,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과도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같은 대화 또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강하게 부인했지만 읽기에 따라선 한 전 총리와 만나기는 했다는 것인지 애매한 구석이 없지 않다. 한 전 총리를 비롯해 거론된 인물들과 만난 적이 없고 따라서 이 대통령 사건을 논의한 적도 없다고 똑 부러지게 밝혔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제기된 의혹처럼 사법부 수장이 총리를 만나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는 말을 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당 뿐 아니라 적지 않은 국민들이 여전히 사법부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는 게 사
09.18
울릉도에 정박한 한국해양대 실습선에서 열린 ‘북극항로3.0시대와 동해안’이라는 주제의 정책간담회가 끝난 후 쾌속선 썬라이즈호를 타고 포항에 다가서자 영일만에 펼쳐진 포스코(옛 포항제철)가 시야에 들어섰다. 대한민국 산업화 신화를 일군 영광을 뒤로 하고 중국 철강산업에 밀리고 미국 관세폭탄에 치여 고전하고 있는 포스코의 현실은 ‘임대’ 표시가 즐비한 포항시내 풍경과 연결됐다. 택시 기사는 “52만명까지 올라갔던 포항 인구는 지금 5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며 “포스코가 다시 활력을 찾는 게 쉽지 않을 것 같고, 그냥 이렇게 사는 것”이라고 체념하듯 말했다. 포스코와 포항시의 침체는 우리나라가 성장의 고점을 지나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피크 코리아’를 상징하는 장면처럼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포항시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했고, 포항시장은 한국산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미국을 찾아 백악관과 의회 앞에서 관세인하를 호소하는 시위도 벌였다. 침체와 낙담 속에 있는 이들
09.17
“지방선거 공천혁신은 청년·여성 등 신진 인물의 진입 확대, 공천 절차의 공정성 강화, 기득권 구조 타파를 핵심으로 하는 제도적 변화를 의미합니다.” ‘지방선거 공천혁신’을 묻는 질문에 네이버 인공지능(AI)이 답한 내용이다. 여야 정당들이 추진 중인 주요 혁신 방안도 설명해준다. 공천 절차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선 “‘우선추천’ 제도 확대, 국민공천배심원단 구성, 공천관리위원회 혁신 등으로 기존 기득권층의 영향력을 줄이고 국민 참여와 평가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실제 내년 6.3지방선거가 9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정당들은 공천 방안 논의 등 선거 준비에 들어갔다. 광역·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등 현역과 도전자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물밑 경쟁도 이미 시작된 상태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는 ‘공천’ 과정부터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12.3 계엄과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을 겪은 국민들의 ‘눈높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특검수사를 통해 ‘건진법사’가 202
09.16
코스피가 10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사상 처음으로 3400선을 돌파했다. 정부가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져 증시는 상승 랠리를 지속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로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문제는 배당을 더 많이 늘리면서 동시에 세수에 큰 결손이 발생하지 않으면, 최대한 배당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말하면서 최고세율 인하론은 더욱 확산하는 중이다. 최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내년 세제 개편안에 35%로 책정돼 있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보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이 배당 유도 효과와 세수 중립성 면에서 훨씬 우수하다. 이소영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배당 성향 35% 이상인 기업에 대해 분리과세 최고세율 27.5%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