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6
2026
국제 원당·원맥가격 하락에 따른 사회적 압박에도 꿈쩍않던 설탕과 밀가루 가격이 갑자기 내려갔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논리가 작동한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수사와 제재가 본격화되자 기업들이 가격표를 고쳐 붙였다. 원가가 아니라 사법 리스크에 반응한 것이다. 검찰이 밝힌 담합 규모는 9조9409억원이다. 주요 제분사들이 가격인상폭을 사전에 조율하고 이를 업계에 전달한 정황도 드러났다. 밀가루 가격은 최고 42.4%, 설탕은 66.7%까지 올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는 빵과 과자, 외식물가로 이어지는 생활물가의 출발점이 왜곡됐음을 보여준다. 문제의 핵심은 반복이다. 제분업체는 두 번째, 설탕업체는 세 번째 적발됐다. 한 차례 제재로 멈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다. 적발에 따른 손해보다 담합으로 얻는 이익이 크다는 계산이 작동해왔다는 뜻이다.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허 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자
03.05
“부산으로 간 해양수산부가 해양강국 사령탑이 아니라 ‘해양부산부’가 되면 북극항로 개척과 해양수도권 건설은 실패한다.” 세종시에 모여 있는 정부 부처 중 단 하나, 해수부를 떼어내서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한 이후 나온 이야기다. 북극항로 개척도 해양수도권 건설도 모두 대한민국의 성장전략이고, 지정학적 한계와 자원빈국의 저주를 극복할 ‘마지막 기회’로 추진하는데 자칫 정치권의 부산 선거전략에 이용되는 식으로 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세종시는 노무현정부에서 추진한 국가전략의 산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9월 제16대 대통령선거 새천년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한계에 부딪힌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해 청와대와 중앙부처부터 옮겨가겠다. 수도권 집중과 비대화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공약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그 이후 이명박정부에서 기업도시로 방향을 틀었지만 박근혜정부 시절 행
03.04
더불어민주당이 2일 경기지사 후보 경선 대진표를 확정하면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경선확정 지역 중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현역 단체장이 포함된 경기지사 후보 경선이 가장 치열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경기지사 경선엔 김동연 지사와 권칠승·추미애·한준호 국회의원, 양기대 전 국회의원까지 5명이 출전한다. 5인 예비경선을 거쳐 본경선에 나설 3명의 후보자를 가린다. 만약 예비경선을 통과한 여성, 청년 후보가 없을 경우 1명을 추가해 4인 경선을 실시한다. 따라서 유일한 여성 후보인 추 의원의 본선 진출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사실상 남은 두자리를 놓고 4명이 경쟁하는 구도인데 가장 큰 변수는 경선룰이다. 예비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100%로 진행되고 본경선은 ‘권리당원 50%, 일반 여론조사 50%’가 적용된다. 결국 ‘당심’을 잡아야 예선을 통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지사는 2일 출판기념회에서 객석을 향해 ‘큰절’을 하면서 “오만했고 부족했다”고 고백
03.03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1, 2차 상법 개정 이후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입법은 주주권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정상화의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하면서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와 진정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의 진입이 기대된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로드맵 초안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2028년부터 연결 자산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의무화하는 방안은 국제 기준과 속도에 비해 크게 후퇴한 안이다. 이에 해당되는 기업은 58개사, 전체 코스피 상장사의 약 6.9%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2025년 자산 2조원 이상 적용’ 계획과 통상적으로 대기업을 분류하는 기준을 자산 2조원으로 삼아온 관례에 비추어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글로벌 공급망의 직접적 경쟁국인 일본의 경
02.27
부동산 가격 논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가격조정 국면마다 기득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전세난·월세난 우려와 공급부족을 근거로 한 정책실패론이 반복된다. 그러나 지금 사회가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가격하락이 아니라 과도한 주거비가 만든 구조적 불평등이다. 핵심은 가격이 아니라 출발선이다. 주거비 상승으로 청년과 무주택자는 시장 진입이 어려워졌다. 자산 보유층은 가격방어를 요구하고 무주택자는 대출에 의존해 뒤늦게 진입한다. 이처럼 출발선이 다른 시장에서 가격논쟁만 반복하는 것은 본질을 비켜난다.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은 26.8에 달한다. 26.8년을 한푼도 안쓰고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20·30대 가구주의 자산 점유율은 약 10%대 초반인 반면 부채 점유율은 20% 안팎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은 청년에게 빚, 기성세대에는 자산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 분석에서도 집값이 5% 오르면 50세 미만 후생은 0.23% 줄고 50세 이상 자산은 0.26% 늘어난다
02.26
“미국 하원의 의견청취로까지 이어진 상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쿠팡의 모기업인 미국 쿠팡Inc가 25일 내놓은 입장문이다. 해롤드 로저스 한국법인 임시대표가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약 7시간 동안 비공개 증언을 마친 뒤다. 단어집에서 ‘유감’을 찾아봤다. ‘못마땅하고 섭섭한 느낌이 있다’는 의미다. 외교적 표현으로는 ‘어떤 국가나 단체의 대표자가 다른 국가·단체 대표자의 그릇된 말과 행동에 대해 항의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어 주기를 요청할 때 쓰는 말’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쿠팡은 한국정부의 대응이 못마땅해 항의하고 있는 셈이다. 3370만명의 한국국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미안함은 찾아볼 수 없다. 쿠팡은 ‘한미 간 가교역할’과 ‘한미 안보동맹 강화’도 거론했다. 랍 포터 쿠팡Inc 글로벌 대외협력최고책임자(CGAO)는 처음으로 “건설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정부를 뒷배로 은근히 협
02.25
세계 금융지도를 보면 한가지 흐름이 보인다. 주요 국가들이 금융을 몇몇 핵심 도시를 축으로 키워왔다는 사실이다. 영국은 런던을 국제금융의 중심으로, 에든버러를 자산운용과 연금 분야의 중심지로 키워왔다. 미국 역시 뉴욕이 금융의 중심이지만 기술·벤처 자금은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중국은 홍콩과 상하이의 기능을 분화했고, 일본도 도쿄를 중심에 두되 오사카는 파생상품 시장 등에서 보완적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 사례는 분산이 아니라 전략적 분업의 결과다. 중심은 명확했고, 기능은 겹치지 않았으며, 정책 일관성이 유지됐다. 성과 또한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국은 2009년 서울과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하며 두 축 체제를 선택했다. 서울은 종합금융, 부산은 해양·파생상품·공공금융 특화라는 구도다. 부산에는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가 자리했고,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주요 공공 금융기관도 이전했다. 최근에는 디지털 금융과 블록체인 산업을 더하며 특
02.24
코스피 지수가 5000을 넘어 6000에 육박하고 있다. 주가상승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주식시장 과열로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굳건하다면 악재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주가상승의 바람은 거품처럼 꺼질 수 있어서다. 자본시장 신뢰의 가장 밑바탕은 회계정보의 신뢰다. 기업들이 보여주는 재무제표 등 재무건전성에 대한 신뢰 없이 자본시장은 성장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기업의 외부감사인 선임 계약을 둘러싼 회계법인들의 출혈경쟁은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주기적 지정제’라는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까지 도입했지만,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으며 상황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회계투명성 향상을 위한 ‘극약처방’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올 들어 금융당국의 감사인 지정에서 풀린 기업들의 감사보수가 전년 대비 최대 50% 이하로 떨어지는 사
02.23
“선거에서 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후 가진 20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6.3 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승리를 향한 절박함이 묻어나는 발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현재 그의 행보는 승리가 아닌 ‘선거 패배’를 향해 달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장 대표가 자신만의 ‘타임스케줄’을 언급했을 때, 많은 이들이 그가 강성 지지층의 울타리를 넘어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합리적 보수로 나가는 흐름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죄 유죄 선고에 대해 “안타깝고 참담하다”고 밝힌 그는 ‘윤 어게인’ 세력과의 단절을 요구하는 내부의 목소리를 향해 오히려 그들이 ‘절연 대상’이라며 날을 세웠다. 지금 장 대표가 보여주는 극우 보수 세력과의 결합,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에 편승하는 태도는 당의 체질을 바꾸기는커녕 국민의힘을 스스로 고립시키는 ‘갈라파고스
02.20
2012년 여름,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새누리당 소속 어느 국회의원의 비위의혹을 수사 중이었다. 집권세력 주류 정치인을 검찰 아닌 경찰이 겨냥했다는 사실은 화제였다. 그러나 피의자는 약 5개월간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 한 차례 ‘기습 출두’를 끝으로 수사망을 벗어났다. 당시 수사팀은 혐의 입증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사건을 조용히 마무리해야 했다. 검찰이 주요 사건을 독점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의 경찰은 상전벽해를 느끼게 한다. 검찰청 폐지,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둔 가운데 ‘권력형 사건’들로 문전성시다. 그런데 경찰은 유독 권력과 맞닿은 지점에서 국민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곤 했다. 최근에는 각종 비위의혹을 받는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해 출석요구가 오래 걸렸다는 점이, 강선우 의원 공천헌금 의혹 수사 초기에는 증거 및 관련자 신병 확보 조치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봐주기’ 논란을 낳았다. 반대로 지난해 김건희 특검 조사를 받던 양평군청 사무관의 사망 때는
02.19
서울 주택공급의 70%를 차지하는 재개발재건축사업(주택정비사업)이 멈춰서고 있다. 공사비 증가에 따른 갈등도 있지만 최근에는 다주택자 이주비 문제가 정비사업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1주택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까지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철거 이후 입주까지 약 3년 간 다른 주택에서 거주하는데 드는 비용이다. 그러나 2주택 이상은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 서울 주요 주택정비구역 조합 자료를 보면 조합원 중 다주택자 비율은 평균 30~40%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모아타운(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에서는 조합원 811명 중 296명(36%)이 다주택자였다.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율은 50%대에서 멈춰섰다. 이 때문에 철거 일정이 1년 이상 지연됐다. 관리처분 인가가 나더라도 이주가 완료되지 않으면 당연히 철거와 착공은 시작되지 않는다. 주택공급량은 착공물량으로 계산된다. 다주택자 이주 지연이 공급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서
02.13
설 명절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대한민국에 폭탄 발언을 날렸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석탄발전 관련 행사에서 우리나라는 물론 여러 국가와 미국산 석탄 수출을 늘릴 무역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특유의 과장된 화법인지, 실제 합의인지는 불분명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 부정론자’라는 사실 말이다. 기후변화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한가지 사실은 명확하다. 바로 원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와 관계없이 지구 온도는 계속 상승하고 이로 인해 생명체들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가 성장속도와 수명, 그리고 노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뤄져왔다. 물고기와 같은 외온동물의 성장률은 온도에 따라 달라졌고 이는 장기적으로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온난화로 성장이 가속화되면 개체의 생애 전략에도 영향을 미쳐 잠재적으로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
02.12
대한민국 대표 주식시장 코스피 지수가 5000을 훌쩍 넘어 5300과 5400 사이를 넘나들고 있다. 이 같은 주식시장 상승세를 이끈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실제 지난해 7월 1일 기준 5만9900원과 29만3000원이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가격은 11일 종가 기준으로 16만7800원과 86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불과 7개월 남짓 만에 두 주식 모두 3배 가까이 상승했다. 하지만 산이 높을수록 골도 깊은 법. 혹여 반도체 경기(정확히는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사그라들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이 늘 머리 속 한켠에 자리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체할 만한 기업을 찾지만 마땅치 않다. 11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주최하는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 2026’이 개막했다. 참가 기업은 550개, 부스는 2400개가 넘는 대규모 전시회다. 참가 기업 가운데 국내 기업 비율이 60%에 이른다. 예전에 비해 국내 기업
02.11
한달에 두세번쯤 될까. 누리소통망에 새 글이 올라왔다는 알림이 울린다. 동네 주민들에게 사랑받던 오랜 공간이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사라지기 전에 공간지기와 만나 들은 이야기, 전통 있는 지역 행사에 대한 소개 등이 눈에 들어온다. 전국을 아우르는 소식도 아니고 광역지자체는 물론 기초지자체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관심 없는 이라면 그냥 지나칠 법한 동네 이야기들이다. 서울 성북구 문화원에서 올려주는 소식들이다. 한동안 전국 지자체에 유행처럼 번졌던 자료 보관(아카이빙)이 찻잔 속 태풍처럼 사그라든 가운데 성북문화원은 꾸준히 마을을 기록해 오고 있다. 지역 역사문화 자원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공유하겠다는 취지로 공공이 생산한 자료뿐 아니라 주민들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내용들도 기록한다. 지역과 관련된 각종 기록물을 망라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한 건 물론 아예 주민들을 ‘기록단’으로 양성한다. 주민기록단은 골목골목을 누비며 다양한 기록물을 남기고 있다. 수료생
02.10
얼마전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취지 판결이 있었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외부 청탁을 받고 서류전형과 면접 등에서 특정 지원자 점수를 조작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판결로 2017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이른바 ‘은행권 채용비리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약 10년 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 사건은 금융권은 물론 사회전반에 충격과 파문을 일으켰다. 검찰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편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왔다. “누구는 기소되고, 누구는 빠진 것은 정치적 배경 때문이 아니냐” “국책은행이나 특수은행은 채용비리가 전혀 없었다는거냐” 등이 대표적이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서 사법적 심판을 통해 40명 가까운 은행 고위직과 중간관리자가 유죄 선고를 받았다. 은행 신입사원 채용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응시자의 학력이나 주소 등 경제·사회적 위치를 추정할 만한 자료를 없앤 블라인
02.09
노무현정부 시절, 당시 야당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노 대통령을 ‘경포대’라고 비아냥거렸다.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란 뜻이다. 노 대통령이 정치에만 관심을 쏟고 경제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었다. ‘경포대’ 프레임에 빠진 노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갈수록 떨어졌고, 여당은 전국선거에서 연전연패했다. 대통령을 ‘경포대’라고 놀렸던 국민의힘이 이제는 ‘경포당’이란 비야낭을 들을 판이다. 이번에는 경제는 아니고 경기도다. ‘경기도를 포기한 당’으로 전락할 위기인 것이다. 경기도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인구가 압도적 1등이다. 국회의원 선거구도 60석으로, 서울(48석)보다 훨씬 많다. 국민의힘 텃밭으로 불리는 영남 의석을 다 합친 숫자(65석)와 맞먹을 정도다. 경기도를 이기지 못하면 전국선거에서 승리하기 힘든 구도가 된 것이다. 그런 경기도가 어느새 국민의힘에게는 ‘포기한 땅’으로 불린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이겨본 뒤 19대(2012년)부터 22대 총선
02.06
3월 노인 장애인 등을 위한 통합돌봄지원 사업이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노인분야는 문재인정부 때부터 진행된 시범사업이 끊이지 않고 수행된 덕에 겉모양으로나마 ‘전국적 시행’을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장애인분야는 지난 정부가 시범사업 자체를 추진하지 않은 탓에 전국적 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노인통합돌봄사업처럼 몇 년 동안 시범사업을 하고 ‘천천히’ 진행할 이유는 없다. 노인통합돌봄 사업 경험을 보면 일차적으로 시군구청장의 뜻이 중요하다. 장애인가족과 단체들은 통합돌봄의 지역단위 실현을 위해 장애친화적인 단체장을 지지해야 할 듯하다. 다음으로는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범사례를 자기 지역에 적용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장애인 통합돌봄사업 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시군구청 담당자는 자기 지역 장애인의 유형별 인구수를 파악해야 한다. 전국 장애인 수는 250만명 정도 되지만 시군구별로 나눠보고 실제 지자체 담당부서가 지원해야 할 중증 장애인 수를
02.05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최근 “장기적으로 돈의 개념자체가 사라지고, 전력생산이 사실상의 화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가 경제의 실질적인 척도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대, 에너지는 국가안보이자 산업생존의 핵심 자산이 됐다. 그런데 정작 국내 에너지·산업 공공기관의 리더십은 중구난방·제각각이다. 새 정부 출범 8개월이 지났지만 1년 이상 수장이 공백인 기관이 상당수에 이르고, 어떤 기관은 무리하게 공모를 추진하다 절차가 중단됐으며, 낙하산 인사 논란도 여전하다. 탄핵정국의 혼란을 틈타 취임한 인사도 있다. 리더십에 대한 인선 기준이 모호하고, 속도나 방향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결과는 자명하다. 정책 결정이 늦어지고, 집행은 느슨해지며, 책임은 떠넘기기 십상이다. 새정부가 아무리 좋은 공약을 수립했어도 현장에서 속도감 있게 움직일 리 만무하다. 한국가스공사는 사장 공모 절차가 중단됐고,
02.04
광주·전남 대전·충남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 5건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제 논의는 ‘필요성’에서 ‘구체’로 옮겨갔다. 그런데 법안이 공개되자마자 터져 나온 건 설계 경쟁보다 감정 경쟁이다. 정치적 이해득실부터 먼저 따지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안이냐 국민의힘안이냐’ ‘광주·전남은 이렇다는데 우리는 왜 다르냐’ ‘왜 넣었나 또는 왜 뺐나’ 같은 문장들이 논점을 집어삼킨다. 이런 상황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한 문장이 있다. 바로 ‘법은 전리품이 아니라 공동 설계도’라는 원칙이다. 지금 우리가 다투는 대상은 ‘법’이 아니다. ‘법이 되기 전 단계’다. 법안은 법이 되고, 시행령·시행규칙을 만나고, 조례·예산·조직·인사 설계를 거쳐 주민 삶으로 번역된다. 몇개 조항을 떼어 승패를 가르는 방식은 통합 이후 삶을 설계하기 위한 논쟁이 아니라 ‘정치 공방’으로 보일 위험이 크다. 통합 법안은 어쩌면 ‘명절 종합선물세트’와 비슷하다는 권선필 목원대 교수의 말이 눈에 쏙 들어온다
02.03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기업결합을 불허하자 재계와 로펌들은 깜짝 놀랐다. 대부분 ‘조건부 승인’을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업체는 업계의 쌍두마차다. 합병되면 렌터카시장의 38.3%(장기렌터카·단기는 29.3~21.3%)를 장악한다. 하지만 나머지 시장을 점유율 1~2%의 수십개 영세업체나 경쟁력이 없는 캐피털 회사가 차지해 실제론 독점폐해가 우려된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기업결합 신청자를 대리한 두 대형로펌은 다르게 전망했다는 후문이다. 롯데렌탈의 매각이 롯데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이란 이유에서다. 로펌들은 공정위가 산업계에 미칠 후폭풍을 고려해 ‘조건부 승인’을 내릴 것으로 봤다. 예측을 벗어난 공정위 판단에 주병기 공정위원장의 원칙적 입장견지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합병을 불허하면 롯데의 매각이 늦춰지는 부담을 감수하면 되지만, 승인하면 독점 폐해를 소비자들이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는 논리였다고 한다. 공정위가 독과점 폐해 예방과 소비자 후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