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3
2025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습관처럼 듣는 말이다. 합리성과는 무관하게 집행된 제도들은 탈이 난다. 같은 정책인데 정권 따라 때론 ‘선’이 되고 때론 ‘악’이 되는 웃지 못할 코미디를 우리는 수차례 봐왔다. 이번에도 이 소모적인 행위를 반복하게 될까. 이 글은 ‘영혼 없는 공무원들’을 위한 변명이 아니다(어느 누가 업무를 할 때 영혼까지 걸 수 있을까. 하지만 적어도 이성적으로 판단했다면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색깔론에 침잠한 이들은 특정 정권을 편드는 거냐며 비아냥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21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모두 통합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외치고 있는 지금 이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위한 개혁, 누구를 위한 과거청산일까.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진실이 거짓을 몰아낼 수 있도록 제대로 된 평가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타인의 아픔
05.2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 후 하루도 빠짐없이 뉴스를 쏟아낸다. 특히 주요 교역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등 고강도 통상정책으로 전세계 무역질서를 흔들고 있다. 그의 생각은 간단하고 명확하다. 미국의 제조업을 위협하는 다른 나라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부과로 가격경쟁력을 낮추고, 이게 싫으면 미국에 공장을 세워 제품을 생산하라는 것이다. 트럼프 머리속에는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of the America, by the America, for the America)’ 생각만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 협상과정에서는 일부 국가나 제품에 관세를 면세하는 등 초기의 강경입장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산 일부 상품 면세,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 90일 유예, 아이폰 및 전자제품에 대한 중국관세 면세, 중국에 대한 관세 90일 유예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몇주간의 국가간 협상과정과 트럼프의 입장변화를 보면 시장은 여전히
05.21
‘억강부약(抑强扶弱)’과 ‘청렴영생(淸廉永生)’.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좌우명으로 삼았던 사자성어다. 경기지사를 지낸 두 후보가 대선에서 맞붙는 것도 처음이지만 이처럼 정치철학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대결도 드물다. 때문에 두 후보의 지사 시절 도정철학과 성과를 짚어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018년 7월 민선 7기 경기지사로 취임하면서 ‘억강부약 대동세상’을 도정의 핵심가치로 제시했다.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 정치로 모두 함께 잘사는 ‘대동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그가 20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할 때까지 3년 4개월여 간 이끈 경기도정의 주요 정책을 보면 이런 가치관이 잘 반영돼 있다. 그의 대표정책이자 기본시리즈인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을 비롯해 ‘하천·계곡 불법시설 정비’, 배달시장의 거대자본에 대항하는 ‘배달특급(앱)’, 청소·경비 노동자 휴게시설 환
05.20
지난해 말부터 보험업계가 뒤숭숭하다.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에 바뀐 회계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각종 정책 변화에 대응하면서 매년 해오던 배당을 거르거나 수익이 급감한 보험사들이 속출했다. 배당주로 분류되는 보험주 상당부분이 지난해 말 배당을 하지 못했다. 보험주는 단기투자 보다는 장기투자를 하는 무거운 종목이다. 주식을 짧은 기간 사고 팔면서 이익을 내기보다는 장기간 운용해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이익을 환원해왔다. 하지만 많은 보험사들이 배당을 포기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오랜 기간 매각을 진행해온 MG손해보험의 경우 가교보험사 설립 및 계약자의 타 보험사로 계약이전, 청산 등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 고비를 넘은 것 같지만 제2, 제3의 MG손보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KDB생명은 자본잠식 상태다. 모기업인 산업은행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손해보험은 콜옵션을 감독당국이 제지하는 초유의 사태로 주몯받았다. 국내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
05.19
투표는 언젠가부터 ‘올무’였다. 투표권은 소중한 것이고 이를 행사하지 않는 것은 시민의 의무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투표행위가 곤혹스러울 때가 적지 않았다. 특히 누군가를 찍어야 할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을 때 더욱 그랬다. “인물보다 당이 중요하지”라며 누가 묻지 않을 텐데도 애써 변명거리를 찾기도 했다. 벽보에 붙어있는 후보들 중에 눈길을 멈추게 하는 후보가 왜 없었을까. 벽보의 인물들은 모든 것을 다해 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당선 후엔 너나없이 달라졌다. “근데 어쩌지, 이미 당선됐는데”라며 놀림 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푸념을 어딘가 풀어내면 훈계조를 듣기 십상이다. “투표는 최선이 아닌 차선, 그것도 안 되면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국룰’ 조언을 듣기 십상이다. 대한민국 유권자라면 다 아는 정답을 정치부 기자 경력 10년을 넘겼는데도 모르느냐는 핀잔도 곁들여진다. 일단 안심했다. 투표에 대한 ‘습관적 의무감’을 공유하는
05.16
바야흐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입니다. 업무나 일상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잘 모르는 내용을 물어보거나 문서작성을 요청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상의 고민이나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문의하기도 합니다. 생성형 AI의 쓰임새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은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달라고 요청하는 데 생성형 AI를 활용했습니다. 소위 ‘지브리풍’으로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하며 사진을 올리면 지브리 스튜디오 특유의 그림체를 활용해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죠. 다만 생성형 AI가 지브리 스튜디오의 저작권을 침해했느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당 생성형 AI가 실제로 지브리 스튜디오의 원작 이미지를 학습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학습 데이터도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생성형 AI를 둘러싸고 창작자 및 저작권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학습하는 학습데이터들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것
05.15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홈플러스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의 부도덕한 기업운영 실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 경영진 등이 사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하고도 이를 숨기고 단기채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기려 했다고 보고 조사·수사 중이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2월 28일 홈플러스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강등했다. MBK는 그동안 국내 다양한 기업을 인수하면서 거버넌스 개혁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인수기업 운영실태를 보면 거버넌스 개혁은 뒷전이고 자기 배 불리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MBK는 그동안 차입매수를 통해 인수한 기업들의 실적악화가 이어졌음에도 고배당을 실시했다. 기업 현금자산을 고배당으로 빼가 해당 기업의 경쟁력은 추락했다. MBK가 인수한 임플란트 제조사 오스템임플란트는 올해 1001억원 규모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이는 MBK가 2023년 2월 오스템
05.14
가덕신공항의 2029년 개항이 무산되면서 부산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기 2년 연장안을 들고 나온 후 지역 정치권은 물론이고 시민사회는 연일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달 28일 국토부에 기본설계안을 제출하면서 공사 기간으로 정부 입찰 조건인 84개월(7년)이 아닌 108개월(9년)을 제시했다. 국토부는 공기 연장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대안 제시를 요구했지만 현대건설이 공사 기간 연장 입장을 고수하면서 수의계약이 중단됐다. 그동안의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고려하면 현대건설의 공기연장 주장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84개월’로 못 박은 공고문에 따라 입찰에 응하고서는 뒤늦게 공기연장을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공사 난이도 문제는 처음부터 제기됐던 사안이다. 하지만 현재 시민들은 시공사보다 국토부와 부산시에 더 분통을 터뜨린다. 부산시는 아직도 ‘조기착공’ ‘적기개항’만 외치고 있다. 20
05.13
요 며칠 아침마다 눈 뜨기가 겁났다. 정치 뉴스가 밤새 쌓여 있었다. 대체 간밤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어안이 벙벙하던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12.3비상계엄 때도 그러더니 윤석열 파면 후 정치가 또 국민들 잠을 털어간 셈이다. 이번엔 ‘국민의힘’이 주연인 블랙코미디였다. 김문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예비 후보 간 단일화 문제로 며칠째 시끄럽더니 급기야 10일 0시에 당 회의가 소집됐다. 회의 결과는 김문수 대통령 후보 자격 취소. 새벽 3시에 딱 1시간만 후보등록을 받아 한덕수 후보의 입당 및 대통령 후보 등록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당원들의 반발로 제동이 걸렸고 다시 김문수 후보로 원상복귀됐다. 김 후보는 의원들 앞에 서서 큰절을 올리는가 하면 직전까지만 해도 김 후보를 비난하던 의원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활짝 웃는 김 후보와 미묘한 표정의 한 후보 간 포옹도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이 SNL 코리아 저리가라 할 블랙코미디였다. 정치에 큰 관심 없던 지인들도 한마디씩
05.12
2008년 봄은 뜨거웠다. 국민 건강권과 직결된 정책이 국민 공감 없이 추진됐다. ‘광우병’ 논란은 정권 규탄의 불씨를 댕겼다. 어린 학생들부터 20~30대 청년, 40~50대 직장인까지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쏟아졌다. 넥타이·유모차 부대가 거리를 메웠고, 하이힐 신은 여성들도 모래주머니를 날랐다. 그때 기자는 기획팀(사회부) 신참이었다. 매일 해질녘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서울시청·광화문 일대를 돌며 현장을 지켜봤다. 당시 경찰은 촛불을 대화 아닌 진압과 해산의 대상으로 여겼다. 시민들 눈에 비친 경찰은 ‘권력의 몽둥이’였다. 충돌을 거듭하는 동안 물대포·최루액 분사는 일상이 됐다. 한 여대생이 군홧발에 짓밟히는 아찔한 사건도 있었다. 몸싸움에 휩쓸리면 연행되기 일쑤였다. 취재기자들도 여럿 ‘닭장차’ 신세를 졌고 기자도 그중 하나였다. 그해 6월 어청수 당시 경찰청장은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화물용 컨테이너를 2층 높이로 쌓아 용접하고 윤활유까지 발라 ‘명박산성’을
05.09
노블레스 오블리제. ‘부와 권력은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수반한다’는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다. 사회지도층 혹은 상류층이 사회적 위치에 맞는 모범을 보이는 행위를 표현할 때 쓴다. ‘높은 사람이 세상을 걱정한다’는 심계천하(心系天下)와도 일맥 상통한다. 이 표현은 가끔 정반대 행동을 하는 이들을 비판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요즘 국내 유통공룡(재벌) 오너들이 그렇다. 부와 권력만큼 책임과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솔선수범은 눈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넉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유통그룹 오너들은 한목소리로 ‘위기’를 외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강도 높은 쇄신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무건전성을 높여야 한다”며 핏대를 세웠다. 롯데그룹이 사상 최악의 재무 건전성 위기에 빠졌던 시기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고물가와 불경기 등으로 시장상황이 나쁘다”며 “책임회피·온정주의 같은 조직 발전을 저해하는 병폐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05.08
지난 7일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기획재정부 내부 소통망에 이임사를 올렸다. 부총리 재직 1년4개월과 대통령 권한대행 88일의 소회를 썼다. 특히 대통령 권한대행 기간을 언급하며 기재부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했다. 정치권을 향한 메시지도 내놨다. 그는 “단기적인 인기영합적 의사결정을 배제하고 국가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우선하면서 공생의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이 국민이 행정부 공직자에게 부여한 사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직무에 충실한 공직자를 외부에서 흔들어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놨다. 100% 공감이 가는 말이다. 사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권교체가 반복되면서 공직자들은 ‘정치적 줄서기’를 강요받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직에 있던 공무원들은 ‘적폐’로 몰렸고 공직사회는 움츠러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이런 ‘강요’가 더 세지고 있다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최 전 부총리가 이런 주장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그가 12.3 내란사태
05.07
사법부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두드러져 보인다. 전직 대통령의 운명도 새 대통령 후보의 출마 자격도 헌법재판소 대법원 등 사법기관이 좌우하는 판이니 가히 사법부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이제는 '정치의 사법화’ ‘사법부의 정치화’ 같은 얘기도 일상적 용어가 됐다. 법과 법률기관에 눈길이 모이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참에 법치의 중요함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확산된다면 민주주의 회복에 적잖은 보탬이 될 것이다. 허나 법의 힘이 어느 때보다 커진 이른바 ‘만사법통’ 국면에서 꼭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바로 법이 규정한 기준은 상한이 아닌 하한선이라는 사실이다. 근로기준법 제3조는 “이 법에서 정한 노동조건은 최저기준이므로 노동관계 당사자는 이 기준을 이유로 노동조건을 낮출 수 없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나쁜’ 사업주들은 해당법이 5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한다는 이유 등으로 최저기준을 무시한다. 심지어 최근 노동시장엔 가짜 3.3% 노동자가 늘고 있다. 노동자이지만 계약서상
05.02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지난달 30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사저를 압수수색했다.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인 윤 모씨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가방 등을 전달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에 앞서 서울고검은 지난달 25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에 대해 재기수사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이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범들과 공모했거나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한 사건을 다시 수사하기로 한 것이다.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도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창원의창 지역구에 공천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뿐 아니라 함께 치러진 6.1 지방선거와 지난해 총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까지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된 이후
04.30
영어로 법률을 ‘Act’라고 한다. 요사이 국제 정치에서 최대 논란인 트럼프의 상응관세법을 Reciprocal Tariff Act라고 표기한다. Act는 동사로 쓰이면 ‘특정한 목적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을 취하다’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다’라는 뜻이다. 6.3 대통령 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대한민국은 말과 말이 난무하는 ‘약속의 천국’이다. 일찌감치 대선 후보를 결정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최종 경선을 앞둔 국민의힘에서도 약속이 넘쳐난다. 기자생활을 하며 선거 때마다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뽑아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답해봐야 손해 볼 일이 많아 대부분 손사래를 친다. 그래도 그렇게 묻는 사람은 건강한 이들이다. ‘묻지마 지지’ ‘묻지마 투표’에 익숙한 이들은 아예 질문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답을 정해 놓고 묻는 이들이 간혹 있기는 하다. 아마 “당신은 어느 편이냐”고 묻고 싶은 것일 게다. 덫에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 정말 궁
04.29
최근 금융위원회가 ‘ESG 공시(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시기와 대상, 형식을 기존 논의보다 더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초 금융위는 2021년 초 발표한 ESG 공시 단계적 의무화 계획을 통해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공시를 시행하고 2030년부터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에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행시점이 임박한 2023년 10월 갑자기 의무화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한 후 지금까지 구체적 시행시점 등 로드맵을 확정하지 않았다. 2023년 출범한 ESG 금융추진단은 첫해 세 차례, 작년엔 단 한 차례 회의를 진행하는 등 그동안 뭉그적거렸다. 그랬던 금융위가 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논의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23일 진행된 ESG 금융추진단 제5차 회의 내용에 따르면 금융위는 사실상 ‘2029년 시행’을 못 박고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의심된다. 김소영 금융
04.28
사람들은 변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물학적 본능일 수도 있고, 변화를 예측해 불리한 부분은 대비하고 유리한 부분은 선점하겠다는 생각에서 그럴 수도 있다. 6.3 대선이 한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 ‘변화’는 차기 대통령과 관련한 일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변 없이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경선에서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국민의힘은 아직 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4명의 후보가 경선을 치르는 중이다. 여기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개혁신당에서는 이준석 후보가, 진보당에서는 김재연 후보가 대선을 향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각 후보 진영은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판도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한 대행이 참전할지, 하게 되면 범보수 단일화는 가능할지, 그것이 대선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등. 후보에 대한 새로운 검증 사안이나 폭탄발언이 될지 모르는 말 한마디 한마
04.25
비대면 환경에서의 사기가 우리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해 문자사기(스미싱) 신고·차단건수는 219만건을 넘기며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어났다. 기관사칭형은 125만건으로 3배 이상 늘었고, 카카오 인스타그램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으로 속인 계정탈취형은 45만건으로 198배나 급증했다. QR코드를 활용한 ‘큐싱(QR+피싱)’까지 더해지며 일상생활의 모든 접점이 범죄표적이 되고 있다. 사기범죄는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3년 한해 동안 정부기관을 사칭한 현금 탈취가 1000억원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일본도 같은 해 피싱을 포함한 사기피해가 3892억원이나 됐다. 중국은 지난해 5월 기준으로 통신망 사기 54만3000건을 적발한 바 있다.(KISA 국내·외 피싱 대응 현황과 시사점) 보안기업 볼스터(Bolster)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피싱 사이트는 2020년 694만개에서 2023년 1343만
04.24
미국정부는 이달 초 대한민국에 상호관세 25%를 매긴다고 발표했다. 불과 며칠 뒤 이 조치를 90일간 유예했다. 상호관세라는 이름부터 마음에 안들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정한 세율 계산법은 더욱 황당했다. 해당국과의 무역적자액을 해당국에서 수입한 금액으로 나눈 비율을 다시 절반으로 나눠서 세율을 정하다니. 아쉬움을 넘어 부아가 치미는 것은 우리 정부와 국회가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란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이지만 일방적인 미국의 조치나 주장임에도 변변한 입장표명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상호관세 발표에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를 공개했다. USTR은 우리 정부나 국회가 적용하거나 추진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망 사용료 부과 법안’ ‘클라우드 보안인증 프로그램(CSAP)’ 등을 “반경쟁적” “진입장벽”이라고 지적했다. USTR 보고서는 관세폭탄 정국에 올라타 자국 기업들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04.2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공약이 6.3 대선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아직 구체적 청사진이 나오기 전인데도 인천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등 지자체 간 해수부 유치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런데 환영하고 나서야 할 부산시의 반응은 의외로 미지근하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했지만 그다지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박 시장은 이 후보 공약에 대해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다”거나 “부산에 대한 무관심과 무신경을 넘어 본질 회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고 평가절하 했다. 이런 반응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부산은 오래 전부터 해양수도를 외쳐왔다. 해수부 이전은 이를 완성하기 위한 최대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박근혜정부에서도 해수부 부활과 본부 부산 이전을 약속했다. 그동안 지자체들은 숙원사업을 대선 공약에 담는데 사활을 걸어 왔다. 그런데 이번 해수부 이전 문제는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의 제안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