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2
2024
이번 총선에서는 정당을 보고 투표 결정을 한 유권자들이 다수였다. 선거 직전 민주당 김준혁과 양문석 후보의 자질 논란이 거셌지만 결국 당선됐다. 반면 민주당을 탈당한 현직의원들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개혁신당의 조응천 의원(13.2%), 그리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설 훈 의원(6.2%)과 홍영표 의원(8.3%) 등은 현직으로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모두 2등조차 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에서도 공천이 취소돼 무소속으로 출마한 도태우(15.9%) 장예찬(9.2%) 후보 역시 득표 결과는 민망한 수준이다. 유권자들이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 평가보다 현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무게를 두었고 이에 위기를 느낀 영남권 보수의 집결이 선거를 결정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패배의 의미는 최근 선거와 비교해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2년 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의 득표가 우세했던 선거구들 가운데 44개에서 국민의힘이 패했다. 이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2배 이상 승리했던 결
04.05
최근 단기금리인 국고채 1년물 수익률이 기준금리 이하로 떨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2023년 12월에서 2024년 3월까지 10년물 국고채 수익률이 평균 3.40%로 기준금리(3.50%)보다 낮은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2000년 10월 국고채 10년이 발행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금리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시장금리가 오르거나 기준금리가 하락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그 괴리가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변동을 설명 우선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에 선행해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 10년 통계를 분석해보면 국고채 10년물 수익률이 기준금리에 4개월 정도 선행(상관계수 0.88)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과관계 분석을 해봐도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일방적으로 설명해주었다. 시장금리가 하락(상승)하면 뒤따라 기준금리도 인하(인상)되었다는 의미다. 물론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그 뒤에 시장금리가 한단계 더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국고채 1
03.29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본격화된 전세계적 고물가 추세는 가계와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생산 및 고용 등 공급측면으로부터의 원활한 경기회복을 방해하는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1970년대 석유파동 시기 이후 전례 없던 고물가시대가 나타난 것은 팬데믹 경기침체 대응과정의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지만 그 외에도 국제적 에너지 수급 차질,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원자재가격 상승, 경제심리 회복에 따른 수요회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물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유럽의 물가상승률은 다시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 수준대로 떨어지며 안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고, 한국도 2022년 중반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6.3%를 정점으로 물가상승 속도가 완만해지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추세가 나타났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훼손으로 인한 유가, 농산물 및 원자재의 수급 불안정, 기대인플레
03.22
3월 5일부터 11일까지 중국 양회가 열렸다. 나온 결과로 볼 때 올해 전반적인 정책방향은 바로 2023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제시된 ‘이진촉온(以進促穩)’ ‘선립후파(先立後破)’ ‘온중구진(穩中求進)’이다. 먼저 ‘성장을 통해 안정을 추구한다’는 의미의 ‘이진촉온’ 정책기조의 배경은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갈등이다. 트럼프정부에서 내세운 ‘미국우선주의’를 필두로 지금 전세계 대부분 국가들은 경제안보를 자국 정책의 우선순위로 잡고 있다. 이는 미국정부가 중국 견제 차원에서 제기한 전략 마련에서 시작되었다. 그동안 많은 중국기업들이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세계시장 진출이 어려워졌고 해외기술 도입을 통한 발전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에 중국정부도 선도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초격차 발전을 통한 경제적 안정을 하루빨리 실현해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의 자립성을 높이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번 양회에서는 ‘신질(新質)생산력’이라는 표현으로 이
03.15
선거민주주의 수준의 평가 기준으로 공정성이 가장 중요하게 꼽힌다. 선거 절차가 투명하고 경쟁이 공정하게 관리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이번 공천에서 국민의힘은 동일지역구에 출마한 3선 이상 의원은 득표의 15%를 감산하며 여기에 더해 교체지수가 하위 10% 이하면 컷오프, 10~30%이면 득표의 20%를 감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컷오프 없이 하위 10%로 평가된 의원은 득표수의 30%, 하위 10~20%에 대해서는 20%를 감산했다. 민주당에서는 다선의원에 대한 페널티 문제를 논의는 했지만 채택하지 않았다.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 강화에 공천 활용 우선 다선의원 페널티 조항은 공정한지 그리고 바람직한지 살펴본다. 다선의원에게 불리한 규정이 도입된 이유는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이다. 선거철을 맞아 정당들은 잘못된 정치문제를 기성정치인들에 의한 구태 탓으로 돌리고, 해결책으로 정치신인을 충원하면 마치 새 정치가 실현될 것처럼 착시를 제공한 것이다. 불행히도 정
03.08
11월 5일 미국 대선은 전·현직 대통령인 트럼프와 바이든 간 대결로 귀결되고 있다. 변수가 없는 건 아니지만 통상 2월 말과 3월 초 사이에 진행되는 슈퍼 화요일 예비선거에서 압승한 후보가 최종후보로 등극한 예외없는 전례를 고려할 때 양자 간 격돌은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 시간으로 지난 5일(화요일) 15개 주와 미국령 사모아에서 동시에 진행된 민주당과 공화당 당내 경선에서 두 후보는 압승을 거뒀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임하는 건 일종의 관례가 되었고 어차피 민주당의 다른 후보는 아예 가시권에 없었다는 점에서 바이든의 승리는 전혀 예외적이지 않다. 버몬트주를 제외한 14개 주에서 압승한 트럼프 역시 최종 공화당 대선 후보로 등장할 가능성이 99%다. 더구나 멀찌감치 2등을 유지하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한국시간으로 6일(수) 밤 늦은 시간 공화당 경선을 포기한다고 공식선언했다. 헤일리의 경선중단 선언은 몇가지 대목에서 정교한 해석이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재기를 도
02.23
2월 16일,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교도소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발니의 죽음에 분명한 책임이 있다’는 비난 성명을 내놓았다. 이 사건은 ‘역사상 가장 큰 선거의 해’인 2024년의 출발부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올해 60개가 넘는 나라에서 선거가 있고(https://www.ndi.org/elections-calendar), 80억 세계 인구 가운데 40억명 이상이 참여한다. 세계 인구 1위부터 10위 국가들 가운데 중국과 나이지리아를 제외한 8개 나라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심상치 않은 민주주의 국가들의 선거 나발니는 40대 러시아 정치인으로 푸틴 대통령의 오랜 정적이었다. 2013년 공직선거에 처음 출마해 낙선한 뒤로 수차례 기소당하고 재판을 받으며 공직선거 출마자격조차 박탈당한 채 정치활동을 이어왔다. 2019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다 러시아 선관위로부터 출마자격을 제한받고 불출마
02.16
2010년대 중후반에 크게 유행하던 인공지능(AI) 관련 트렌드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2023년(정확히는 2022년 말) 갑작스레 챗GPT가 등장하면서 또다시 AI가 전세계적으로 난리다. 그리고 이런 트렌드에 올라타지 못한 조직이나 개인은 망할 거라는 전망도 많고 이로 인한 공포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AI의 미래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지가 두렵다면 AI의 본질을 차분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AI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프로그램은 ‘주어진 입력에 대해서 출력’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즉 우리가 중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웠던 바로 그 y=f(x)로 표현되는 ‘함수’ 구조인 것이다. ‘먼저 입력이 주어지면 그에 대한 해답을 출력한다’라는 방식은 최신 AI 기술로 여겨지는 챗GPT에서도 변함이 없다. 챗GPT에서는 입력이 ‘인간의 언어인 문장’이고 이에 대한 출력값도 ‘인간의 언어인 문장’이다. 물론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은 입출력값으로 ‘인간의 언어인 문장’ 외에도 각종
02.02
2024년은 선거의 해다. 그중에서 동북아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만 선거가 1월 13일에 치러졌다. 결과는 예상대로 친미·반중 성향의 집권당 후보 라이칭더(賴淸德)가 당선됐다. 대만 대선의 의미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중국 평화통일의 길 갈수록 멀어져 첫째, 집권 민진당 3기의 지지기반이 많이 약화됐다. 2020년 선거는 민진당이 절대다수(57.13%)를 차지해 대만 민심을 대표했다고 할 수 있지만, 2024년 민진당의 득표율은 40.05%로 나머지 60%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는 지난 8년 동안 대만 국민 상당수가 민진당에 불만을 품게 됐으며 ‘민진당 교체’가 실제 주류 민심임을 보여준다. 둘째, 입법원 선거에서 국민당이 다시 최대 정당이 되었다. 물론 어느 정당도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당은 주로 지역 의석을 확보해 입법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았다. 이는 국민이 국민당에게 집권 민진당을 견제하고 감독해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권한을 부
01.26
김영익 ESG경제연구소 소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한국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단기순환 측면에서 경기확장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 측면에서 보면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제주체 내에서 차별화는 더 심화하고 자산가격의 기대수익률도 낮아질 것이다. 현재 경기확장 진입 초기일 듯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1972년 3월에서 2020년 5월까지 11번의 순환을 겪었다. 평균 순
01.19
조용균 가천대길병원 내과 교수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으뜸항은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는 내용으로 알려져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의술을 행할 때 나의 능력 안에서(according to my ability and judgement) 환자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겠노라'이다(Corpus Hippocraticum). 이 선언은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2500년 전에는 매우 낯설
01.12
김상준 경희대 교수, '붕새의 날개, 문명의 진로' 저자 연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조선반도) 두 개의 국가론'이 보도된 이후 주변 지인들로부터 "당신 책 읽은 것 아닌가"라는 농반진반의 메시지를 자주 받는다. 2019년 출간한 필자의 '코리아 양국체제'를 말한다. 그의 '두 국가 발언'은 지난 연말(12월 26~30일) 조선노동당 중
01.05
유럽과 중동에서 두개의 전쟁과 함께 시작된 한해는 어지럽기 그지없다. 전쟁 발발 2년을 코앞에 둔 우크라이나전쟁은 쉽게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전쟁지속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과
12.29
2023
김영세 성균관대 교수, 경제학 경제성장은 평균적인 생활수준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것을 의미하며, 가장 중요한 거시경제의 장기목표다. 보다 높은 수준의 삶의 질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학에서는 인구변화와 자본축적 사이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경제성장의 원인과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어 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구 자체 또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초래하는 잠재적인 영향까지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 18세기 경제
12.22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미국 어바인대(UI) 교수 부국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를 설명하려면 우선 돈과 자본, 자산의 개념에 대해 알아야 한다. 돈 또는 화폐는 통화 개념으로 유동성이 가장 뛰어나고 바로 교환할 수 있으며, 시장거래의 결과다. 따라서 화폐의 매체는 지폐가 될 수 있지만 쌀 조개껍질 등과 같은 물건일 수도 있다. 거래상대방이 인정하는 그 어떤 것도 화폐가 될 수 있다. 자본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
12.15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 전 주오사카 총영사 미국이나 일본, 서유럽에 못지않게 한국인들의 반중정서가 매우 높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반중정서가 높은 것은 단지 전략경쟁하고 있는 미국의 선전·선동 탓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광범위하고 뿌리깊다. 특히 시진핑 체제가 들어서면서부터 중국이 취한 전랑(戰狼)외교 등 각종 공세적인 외교정책은 반중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중국으로선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 빼앗겼던 영
12.08
고령화와 분배, 부채 세가지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이슈다. 모든 사회현상이 그러하듯 이들 역시 서로 연결돼 있다. 고령화가 가져온 소득분배 악화는 자산분배의 악화와 연결되고 고령층의 세대내 분배악화
12.01
김상준 경희대 교수, '붕새의 날개, 문명의 진로' 저자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이제 82세가 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내놓은 새 애니메이션의 제목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포근한 감동을 주는 그의 작품들을 어릴 적부터 보면서 자랐을 것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기 좋은 영화고, 필자 역시 아이가 아주 어릴 적부터 함께 봐왔다. 대부분의 그의 작품이 생태주의 반전사상 등의 메시지를 담
11.24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 농특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빔보그룹,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멕시코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규모 제빵기업이다. 2022년 매출액은 200억달러, 우리나라를 포함 34개국에 6200개의 제빵공장을 운영하면서 14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빔보그룹에 관심을 가진 건, 이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92%가 재생에너지로부터 공급된다는 뉴스 때문이다. 34개국 중 27개국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했다
11.17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미국 어바인대(UI) 교수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중국 투자 규제 유예를 무기한 연장하면서 양쯔메모리(YMTC)와 같은 중국 기업의 투자 의지가 꺾이게 됐다는 외국언론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YMTC는 낸드플래시 핵심 기술인 3D낸드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중국 대표 반도체기업이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규제가 본격화되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