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3
2025
열흘 뒤 출범을 앞둔 차기 정부는 인수위 없이 즉시 업무를 개시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자 TV 토론에서도 외교 분야가 빠진 상태에서 외교전략에 대한 후보들의 견해는 오리무중이다. 현안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제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급격한 국제질서의 변동 시기를 맞고 있다는 인식은 국내외에서 일치한다. 뚜렷한 변화는 미국의 리더십이 약화되고 대외개입을 자제(restraint)하면서 지구적으로 나타나는 질서의 공백이다. 세계안보질서는 미국의 개입 축소로 인해 힘의 공백이 출현하고 다수의 분쟁이 분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 군사개입 자제,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에 대한 소극적 대응은 대표적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는 물론 이란 핵문제, 예멘, 인도-파키스탄, 콩고-르완다 등 다양한 국제문제에서 장기적인 평화보장자의 역할보다는 단기적인
05.16
벌써 1학기의 절반 이상이 지나가고 있다. 많은 대학에서 새로운 교수진을 보강하기 위한 신임교원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이다. 다른 분야까지는 모르겠지만 필자의 전공 분야인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올해 지난해와는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지원자 수가 많이 늘었고,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시장’에 나오지 않던 탁월한 지원자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연구비 사정과 무관치 않은 현상이리라 짐작은 하지만 눈에 보일 정도로 영향이 나타나다니 놀랍다. 노벨상 수상자 제임스 로스만 교수가 2013년 수상 기념 강연에서 “나치에 의해 파괴된 유럽의 과학 공동체를 되살리는 데 50년이 걸렸다”며 “비슷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바 있지만 그 경고가 무색할 일이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대학정책, 우리에게 득될까 미국에서는 새로운 대통령이 예측 불가능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고 R&D 문제도 심각해 보인다. 대학에 대한 압박도 만만치 않아서
05.09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이 있은 후 우리 사회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극단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언론에 나온 것만 봐도 2025년 2월 9일자 경향신문의 ‘극단주의 시대’, 2025년 4월 19일자 한국일보의 ‘어떤 사람들이 극단주의에 쉽게 빠질까’, 2025년 4월 10일 전주MBC의 ‘캠퍼스에서 목격한 극단주의’ 등 여럿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극단주의’라는 단어는 아직 낯설다. 작년 12월 이전까지 소수의 극단주의자들이 있기는 했지만 한국 정치나 사회에 영향력이 큰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평범한 시민들의 가시권에 잘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정치공동체를 민주주의 헌법에 따라 함께 지키고 유지해 나가기 위해 우리사회 내의 ‘극단주의’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 되었다. 오늘은 최근 진행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우리 사회 내 극단주의자들이 누구인지,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려 한
05.02
2025년, 우리는 거대한 충돌의 한복판에 서 있다. 미국과 중국, 두 초강대국이 단순한 무역분쟁을 넘어 전면적인 경제패권 전쟁에 돌입했다. 트럼프 2기정부의 관세 폭탄,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환율 전쟁, 기술 패권 다툼… 그 무엇 하나 가볍지 않다. 세계는 숨죽이며 이 두 거인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이 싸움은 단순한 ‘두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 금융시장, 기술표준, 에너지 안보, 모두가 이 전쟁의 불똥을 맞고 있다. 그리고 그 불똥은 한국 경제와 기업, 그리고 우리의 삶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 이 전쟁은 과거 19세기 영국과 독일, 20세기 미국과 일본 간의 무역 갈등을 떠올리게 한다. 경제가 성장하고, 기술력을 갖춘 후발주자가 등장할 때마다 기존 패권국과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오늘날 중국은 그런 후발주자다. 미국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는 관세라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지키려는 자 미국, 일어서는 자 중국
04.25
지난 10여년 이상 전세계적으로 숨가쁘게 개발 경쟁을 벌이던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이 어느덧 한 챕터를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합성곱신경망을 이용한 시각인식에서의 놀라운 성공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사실상 사람의 수준에 도달한 최초의 사례였고, 이는 인공지능을 연구해 온 수많은 사람과 조직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크게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영상인식 분야에서 사람의 인식능력과 대등해진 놀라운 성공과는 달리 다른 분야에서는 아직 사람의 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들이 수년 동안 지속됐지만 ‘거대언어모델’의 등장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와 투자는 또 다시 불타오르게 된다. 거대언어모델 인간의 지능 앞지르기 시작 거대언어모델의 등장으로 인해 인공지능은 엄청난 인프라와 전력 소모를 담보로 하는 일종의 머니게임 시장의 성격을 가지게 된다. 올해 초부터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중국의 딥시크가 훨씬 저렴한 인프라와 비용 투자로도 좋은 성능을 낼 수
04.18
2025년, 세계는 다시 격랑 속에 들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과 함께 미국은 ‘국가적 흑자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형태의 경제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에도 타깃은 중국이며, 그 외곽에는 한국과 독일, 일본 등 전통적인 수출 강국들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관세 환율 무역수지 공급망이라는 전통적 키워드 이면에는 미국 경제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와 부채 위기라는 본질이 숨어 있다. 트럼프 의도는 ‘전면적인 환율 재편 시도’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는 왜 이토록 관세에 집착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이것은 질문이 틀렸다. 트럼프는 관세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적자라는 개념을 없애려는 것”에 집착하고 있다. 미국의 2기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꺼내든 경제무기의 실체는 단순한 보호무역주의가 아니라 ‘전면적인 환율 재편 시도’이자 글로벌 금융질서 재정비 시도이다. 트럼프 2기 경제팀은 이미 단순한 관세율 경쟁을 넘어서고 있다. 그들이 제시한 논리는 매우 단순하
04.1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주요 교역대상국과 업종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4월 2일에는 교역대상국에 작게는 10% 많게는 49%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특히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중국이 “끝까지 싸우겠다”며 보복관세로 맞대응하자 곧바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를 125%로 인상했다. 미국, 세계경제에서 소비자 역할 포기 지난 30여 년 동안 미국은 세계경제에서 소비자 역할, 중국은 생산자 역할을 했다. 미국 가계가 소비를 많이 했고 중국은 상품을 생산해서 미국 소비자에게 공급했다. 무역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중국은 미국에 직접 투자와 더불어 증권투자를 했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경제는 금융 중심으로 중국 경제는 실물 중심으로 성장했다. 2000년 말에 34조4682억달러였던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이 2024년 말에는 128조8699억달러로 3.7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자산의 비중도 330.3%에서 433.6%로 늘
03.21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전년동월비 2.5~3%대에 비해 올해는 물가안정목표치인 2%대로 안정적인 기조에 수렴하는 추세다. 하지만 최근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및 일부 서비스품목의 잇따른 가격인상으로 개별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오히려 폭등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는 오르는데 공식물가통계는 그만큼 오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가지 명백한 원인은 명목임금이 물가상승분만큼 인상되지 않아 가계가 주로 구매하는 상품가격의 인상에 과도하게 민감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물가통계가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가능성도 결코 무시될 수 없다. 생산기술과 대내외 경제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소비자는 보다 다양해진 상품에 대응해 빠르게 선호를 개편하고, 재화보다는 서비스 소비의 비중을 늘리면서 서비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인상되고, 자국우선주의에 기인한 국제무역체계의 혼란으로 수입재화 가격이 요동치는 현실과는 다르게 통계작성 개편은 시차가 존재할 수밖에
03.14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은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그록-3 등 최첨단 거대언어 모델의 등장은 AI 성능의 극한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동시에 AI 기술혁신의 주체가 더 이상 거대자본을 가진 소수의 기업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과거 AI 기술 개발은 막대한 컴퓨팅 자원, 특히 고가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규모로 운용할 수 있는 기업들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중국 딥시크 모델로 AI 민주화 시대 개막 그러나 중국 딥시크 모델의 공개는 이러한 AI 기술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며 ‘AI 민주화’ 시대를 본격적으로 개막했다.이는 더 이상 천문학적인 자본 투자 없이도 소규모 기업이나 개인이 특정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AI 민주화는 곧바로 각 산
03.07
2월 19일 서울중앙지법은 북한해상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귀순의사를 밝힌 북한선원 2명을 강제 북송한 사건에 대해 문재인정부 고위관료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선고유예를 판결했다. 북한주민은 한국국민으로서 대한민국에 살 자유와 권리가 있는데 한국정부가 그들의 의사에 반해 북한으로 보냈다는 것이 유죄 취지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주민의 법적 지위’에 관한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 판결은 헌법 제2조에 따른 국적법과 제3조 영토조항으로 볼 때 ‘북한주민은 일반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에 포함된다’고 한 대법원 판례를 그 근거로 삼았다. 정부의 심사·승인을 얻기 전까지 북한주민은 잠재적 한국국민일 뿐이라는 변호인측 주장은 인용되지 않았다. 2국가관계론은 대한민국 헌법 위반 이는 북한을 반헌법단체로 보는 헌법 규정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최신의 판례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조선 것들은 우리 공화국과 인민들을 수복해야 할 대한민국의 령토이고 국민이라고 꺼리낌없이 공언
02.28
최근 주요 선진국에서 ‘극단주의(extremism)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다양한 고민과 실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런 논의는 극단주의 정치세력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높아지는 반면, 극단주의 정당이 미치는 정치사회적 폐해도 점점 심각해지는 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오늘은 극단주의를 대하는 해외 사례를 살펴보려 한다. 극단주의 - 폭력, 증오, 편협함 먼저 극단주의에 대한 정의부터 살펴보자. 영국정부는 영국 내 극단주의를 이슬람 극단주의와 네오나치 집단으로 보고 새로운 위험이 등장할 때마다 극단주의에 대한 정의 및 정부의 대응 방안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가장 최근 입장에 따르면 극단주의는 ‘폭력, 증오 또는 편협함을 기반으로 하는 이념으로 ①다른 사람의 기본적 권리와 자유를 부정·파괴하거나, ②자유주의와 의회민주주의 및 민주적 권리 시스템을 훼손·전복·대체하거나, ③이런 결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을 위한 허용적 환경을 의도적으로 조성하려는
02.21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데이터 해체력 앞에서 권력과 자본의 불투명성은 더 이상 방어불가능한 전략이 됐다.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가 트럼프행정부 출범 4주 만에 유엔개발기구 국방부 교육부 등 24개 연방기관의 예산 흐름을 파악한 사례는 단순한 기술 우위가 아닌 새로운 거버넌스 패러다임의 도래를 알린다. AI 알고리즘이 초당적 감시망으로 작동하는 시대, ‘투명성 부재’ 자체가 치명적 리스크로 부상했다. DOGE팀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플랫폼 기반 AI로 교육부의 85개 계약서를 72시간 만에 분석하며 1억달러 삭감안을 도출했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재정데이터까지 AI 학습에 투입되면서 공공기관은 이제 ‘불편한 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가 지적하듯 정부는 AI 활용 시 편향성 확대, 프라이버시 침해, 알고리즘 불투명성 등 3대 위험에 직면했다. 이 같은 기술적 감시는 기업 영역에서 더 가혹하게 적용된다. 금융권 대출심사 AI의
02.14
필자는 예쁜꼬마선충을 소재로 생명의 신비를 밝혀내는 연구를 해 온 생물학자이다. 올해는 연구실 설립 30주년이고 정년도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일생 동안의 연구를 되돌아보면서 정리도 하고 전망도 해야 할 때라고 느끼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전혀 전공과 관계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사실은 깊숙하게는 서로 뿌리가 연결되어 있는 일이기도하다. 추운 겨울 밤, 느긋하게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정규 프로그램이 중단되면서 돌연 자막이 뜨고 대통령이 화면에 등장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국가전복세력을 일거에 소탕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 했다. 2024년 12월 3일의 일이다, 필자는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지만 몹시 불안해졌다. 대학 신입생이었던 1980년, 그해 5월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된다는 뉴스를 보고 기숙사에서 잠들었던 날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새벽 4시쯤 되었을까, 온몸이 욱신거리듯 아파서 눈을 떠 보니 동그란 구멍이 보였다. 그 구멍이 총구
02.07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가 시작되었다. 미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미국 경제는 지난 3년(2022~2024년) 동안 연평균 2.7% 성장했다. 잠재성장률로 추정되는 2.2%보다 높은 성장을 한 것이다. 그러나 고성장 과정에서 몇가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높은 부채, 자산가격 거품, 소득 차별화 첫째, 미국 경제는 부채에 의해 성장했다. 미국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를 과감한 재정·통화정책으로 극복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각 경제주체 특히 정부부채가 급증했다. 200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61.8%였던 연방정부 부채가 2021년에는 125.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4년 3분기에는 120.7%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편 미국 내 생산과 소비의 격차로 대외 부문의 불균형도 확대되고 있다. 2024년 가계의 실질소비가 2019년에 비해 15.4% 증
01.31
‘형형색색의 응원봉으로 새로운 시위문화를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K-민주주의를 널리 알린 탄핵집회.’ ‘법원을 습격하고 판사에게 테러를 가하려 해 충격을 준 서울 서부지법 폭동사태.’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사태의 핵심을 보여주는 대표적 두 장면이다. 둘은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하나는 시종일관 평화적·건설적으로 유쾌하게 진행돼 국가적 자부심을 남겼다. 다른 하나는 파괴적·불법적으로 기괴하게 자행돼 국가적으로 큰 오점을 남겼다. 양측이 대비되는 또 한면은 주도층에서다. 탄핵집회에서 대다수를 점하며 주도한 것은 20~30대 여성이다. 반면 법원 난동사태의 주축은 20~30대 남성이었다. 같은 시대 비슷한 부모세대 밑에서 같은 교육을 받고 자란 젊은 남녀들의 양태가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엇갈리게 됐을까? 이는 내시경처럼 현재 우리 사회의 은밀한 내면을 진단하고 앞날을 내다보게 해주는 핵심 이슈이기에 좀 더 깊이 톺아볼 필요가 있다. 진보 이대녀, 보수 이대남은 세계적 현상
01.24
“까치 까치 설날은” 우리가 오랫동안 새해를 맞이해 온 방식이다. ‘반달 할아버지’로 유명한 윤극영 선생님이 지은 동요인데 자연의 변화와 인간의 마음이 기막히게 어우러진,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이다. 언제부터인지 필자에게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은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두 개의 행사로 대체되었다. 하나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이고, 또 다른 하나는 다보스 세계경제 포럼이다. 올해의 경우 CES는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고, 다보스포럼은 스위스 현지 시간으로 그저께인 22일에 개최되었다. ‘까치’로 시작하는 한해는 인간의 한 세대로 알려진 30년에 가깝고, CES와 다보스포럼으로 시작하는 한해는 반도체 주기인 1년과 딱 맞아떨어진다. 새로운 노멀로 떠오른 트럼프 정책 2025년 올해에는 CES와 다보스포럼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끼어들었다. 미국 시간으로 지난 월요일인 20일 정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
01.10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거대언어모델(LLM) 인공지능(AI)은 ‘틀린 말을 매우 그럴 듯 하게 하는’ 환각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환각을 극복하기 위해서 검색증강생성(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이라는 기술도 활용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런 정도의 접근법으로는 환각을 완전히 극복했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챗GPT-4o, 챗GPT-o1 등을 사용해본 사용자들의 체감이나 언론보도를 보면 환각문제가 점차 해결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불과 1년도 걸리지 않은 기간 내에 4o나 o1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이전에는 오답을 양산하거나 환각을 이야기하던 AI가 이제는 거의 비슷한 난이도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일반 사람의 평균보다 높은 정답률을 보여주며 이제는 환각을 더 이상 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인간의 사고력을 테스트하는 시험문제를 4o나 o1에게 던져주면 문제를 꽤 잘 풀어낸다. 깜짝 놀랄 정도의 정확도는 학습
01.03
‘희망찬 새해’라는 당연한 바람이 무색하게 2025년을 맞이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무겁다. 국내의 근심거리들이 우리 마음을 짓누르고 있기도 하지만 나라 밖 사정도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다. 지구촌의 위기는 잦아들 줄 모르고 표류하는 국제정치를 이끌어갈 지구적 차원의 리더십은 점차 사그라드는 느낌이다. 국가들 간 경쟁과 대립은 더욱 치열해지고 지구 전반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며 국민들의 주권과 인권을 추구하던 많은 국가들은 예상치 않은 민주주의 퇴행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24년은 국내외적으로 희망보다 고난이 두드러진 한해였다.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4℃ 상승하며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되었다. 기존 최고기록이었던 2023년의 1.45°C를 넘어선 수치로 13개월 연속 월별 기온 기록을 경신한 결과였다. 폭염 홍수 가뭄 산불 등 극단적 기후현상은 새로운 정점에 도달했다. 재난은 수천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수백만명의 삶을 파괴하며 인류의 지속가능
12.27
2024
의학기술의 발전, 베이비붐 세대의 노령화, 급격한 합계출산율 감소로 한국의 고령화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급기야 2010년대 중반 이후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고령화는 한국경제의 지속가능성에 가장 위협적인 요인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경제구조와 생산기술이 유지되면 경제활동인구의 지속적 감소로 잠재성장률의 하락이 불가피하고 고령인구부양지출 같은 비생산적 사회적 비용이 발생해 장기적 침체가 예상된다. 물론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생산기술이 개발되고 정부와 기업이 고용과 생산측면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한다면 노동공급량 감소가 야기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세대간 삶의 질 격차를 해소하는 측면에서 노동공급량의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필요성 공감하지만 방식 합의 쉽지 않아 조속한 인구증가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노동공급을 증가시키는
12.20
대통령 탄핵으로 어쩌면 예정보다 일찍 대통령 선거를 맞이할 것 같다. 아울러 1987년에 만들어진 헌법도 빨라진 대선에 맞춰 함께 개정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국민과 국회, 정부와 법원, 그리고 헌법재판소, 선거관리 및 지방자치, 끝으로 경제까지 총 8개의 큰 범주로 나뉘어 기술된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든다. ‘과학과 기술’의 헌법적 가치는 무엇이고 헌법에서 ‘과학과 기술’은 어떻게 기술되고 있을까? 과학기술에 대한 헌법적 가치 다시 세우자 현행 헌법상 ‘과학기술’은 제9장 경제편 안에 아주 짧게 등장한다. 제9장에는 소작제도의 금지, 농어촌 개발 및 중소기업의 육성, 소비행위의 장려, 무역의 육성 등 국가 경제에 관련된 제도와 경제 주체들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다. 그리고 제9장 맨 마지막에 제127조로 ‘과학기술’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앞서 언급한 여러 조항이 상당히 구체적인 대상을 다루고 있는 것에 비해 매우 큰 범주인 ‘과학기술’이